스포트라이트: 제2막 – 제80화: 폭발 이후의 침묵
민준이 눈을 떴을 때, 천장에는 금이 가 있었다. 배우들이 누워서 촬영하는 장면에 쓰이는 천장이었다. 등이 냉한 스티로폼 매트에 닿아 있었고, 그 위에 무언가 따뜻한 손이 있었다.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가슴 위에 놓여 있었다. 박미라 PD의 목소리가…
민준이 눈을 떴을 때, 천장에는 금이 가 있었다. 배우들이 누워서 촬영하는 장면에 쓰이는 천장이었다. 등이 냉한 스티로폼 매트에 닿아 있었고, 그 위에 무언가 따뜻한 손이 있었다.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가슴 위에 놓여 있었다. 박미라 PD의 목소리가…
너는 모르는 거구나.”
준호가 손을 들었다. 마치 무언가를 멈추라는 신호처럼. 하지만 그 손은 멈추지 않았다. 아메리카노의 수증기가 그의 손가락 사이를 통과했다. 카페 무인의 자동 결제 시스템이 울리는 신호음보다도 작았다. 뒤의 테이블에서는 누군가가 노트북을 하고…
카페 무인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민준은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아무도 없다는 것이 아니라, 아무도 없을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주는 안도감. 계산대 뒤에는 자동 결제 시스템만 있었다. 터치 화면, QR코드, 신용카드 리더기. 준호는 카운터 앆 테이블로 곧장…
신호등 앞에서 준호가 무너졌다. 이마가 핸들에 닿은 상태로, 그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민준은 그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분노인가, 절망인가, 아니면 자신에 대한 실망인가. 신호등의 초록 불빛이 그의 얼굴을 밝혔다. 그의 눈은 어딘가 다른 곳을 보고…
촬영장의 조명이 꺼지는 데는 7분이 걸렸다. 한 번에 하나씩, 조명팀이 거대한 기구들을 내려갔다. 누군가가 “조명 완료” 하고 외치는 소리. 그 모든 것이 민준의 귀에 들어왔지만, 뇌에는 닿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물 속에 잠겨 있는 것처럼. 수면 위의 소리들은 희미하고,…
여덟 명의 배우들이 테이블을 둘러앉아 있었다. 박미라 PD가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 옆에는 편성국장과 넷플릭스 측 제작 담당자가 앉아 있었다. 마이크가 각 배우 앞에 놓여 있었다. 모든 것이 기록되고, 분석되고, 평가될 것이었다. 민준의 차례가 올 때까지 세 배우가 이미…
촬영장은 새벽 5시에 이미 들썩거리고 있었다. 민준이 도착했을 때, 조명팀은 거대한 조명기구들을 삼각대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케이블이 검은 뱀처럼 땅 위를 헤쳐나갔다. 미술팀은 세트를 다시 조정했다. 소품팀은 체크리스트를 읽으며 중얼거렸다. 모든 것이 신중하고…
민준은 침낭 속에서 눈을 떴다. 그냥 눈을 감았다가 떴을 뿐이었다. 그 사이 몇 시간이 흘렀지만, 자신의 의식은 계속 깨어 있었다. 마치 자신의 뇌가 자신의 몸을 배반한 것처럼. 또는 자신의 몸이 자신의 뇌를 거부한 것처럼. 천장의 곰팡이 지도가…
민준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우리의 문자를 읽었다.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락 안 돼서 걱정돼.” 시간은 자정 32분. 민준이 이수진의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이었다. 그는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야 했다. 하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이수진의 말이 끝난 직후,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것은 활동적인 침묵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가 실내의 공기를 천천히 빨아내는 것 같은, 수동적이고 질식적인 침묵이었다. 민준은 자신의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떨리는 것이 아니라 경련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