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제2막 – 제120화: 죽은 자의 대사
스크립트 리딩이 시작된 지 2시간 47분이 지났을 때, 민준은 테이블 앞에 놓인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가락이 줄을 따라 내려가며 종이의 질감을 느꼈고, 그의 목소리는 속삭이듯이 낮게 내렸다—“나는 이미 없어. 그냥 네가 보고 싶어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그…
스크립트 리딩이 시작된 지 2시간 47분이 지났을 때, 민준은 테이블 앞에 놓인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가락이 줄을 따라 내려가며 종이의 질감을 느꼈고, 그의 목소리는 속삭이듯이 낮게 내렸다—“나는 이미 없어. 그냥 네가 보고 싶어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야.” 그…
스크립트 리딩은 10시 정각에 시작됐다. PD 박미라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테이블 주변의 소리들이 일제히 잦아들었다. 종이 넘기는 소리, 낮은 목소리들, 의자 끌리는 소리. 모든 것이 그녀의 등장과 함께 멈췄다. 마치 누군가가 볼륨 노브를 손으로 잡아 천천히 돌린…
The corridor was quiet. Eleven minutes remained before 10 AM, and Min-jun stood outside Studio A, listening to the sounds bleeding through the…
## 제117화: 첫 줄을 읽기 전에
스크립트 리딩은 아침 10시에 시작하기로 되어 있었고, 민준은 9시 43분에 더스타 스튜디오 건물 앞에 서 있었다. 건물의 유리문 너머로 로비가 보였고, 가운데서 안내 데스크와 두 개의 소파, 그리고 하나의 화분이 눈에…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보는 순간, 민준은 자신의 호흡이 얕아지는 것을 느꼈다. 스타벅스의 배경음악은 여전히 낮았고, 주변의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전화가…
엘리베이터가 내려갈 때, 민준의 손은 계약서를 쥐고 있었다. 그의 이름이 다섯 번 쓰여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이미 어떤 국제적 신분으로 변환되었다는 뜻처럼. 그 이름들 옆에는 이수진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것은 마치 혈흔처럼 보였다. 자신의 입 끝이 조금 올라간…
이수진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계약서가 다섯 장 놓여 있었다. 각 장마다 노란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고, 그 위에는 작은 글씨로 “서명 위치”라고 적혀 있었다. 민준은 그 글자들을 읽으면서, 자신이 어떤 의식의 입구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번 서명하면, 돌아올 수 없는…
카페를 나간 지 40분이 지났을 때, 민준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다. 지하철을 탔던 기억이 없었다. 준호와의 대화가 어떻게 끝났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손가락이 극도로 차가웠다. 그리고 그 차가움을 느끼고 있는 누군가가 자신 안에 있다는…
회의실을 나오는 순간, 민준의 다리가 떨렸다. 그것은 극도로 미세한 떨림이었다.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떨림. 하지만 자신의 내부에서는 마치 지진처럼 느껴졌다. 엘리베이터 복도로 나왔을 때, 준호는 민준의 팔뚝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말하고…
PD 박미라는 민준이 들어오는 순간 자신의 노트북을 닫았다. 그 동작이 너무 빠르고 정확해서, 마치 오래전부터 연습한 제스처 같았다. 회의실의 조명은 극도로 밝았다. 천장의 LED 패널들이 모든 것을 명백하게 드러내는 빛을 쏟아내고 있었고, 그 아래에서 민준의 그림자는 극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