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의 굽이에서 – 제212화: 이름 뒤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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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2화: 이름 뒤의 침묵

민준이 입을 다물었다. 은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는 작업대 앞에서 손을 멈추고 있었다. 공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흙 냄새가 더 짙어졌다. 아니, 냄새가 진해진 게 아니라 은서의 감각이 모든 것을 더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었다. 공포는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었다. 중요한 말이 나올 때의 공포.

“그 이름은…” 민준이 천천히 돌아섰다. 공방의 봄빛이 그의 얼굴을 반쪽으로 비추고 있었다. 밝은 쪽과 어두운 쪽. 은서는 그 경계선을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 “지금 내가 아니야.”

“뭐라는 거예요?”

“지금 내가 아니라는 건 그 이름도 나도 아니라는 뜻이야.” 그가 말했다. 목소리는 느렸고, 마치 누군가를 설득하듯 조심스러웠다. “서울에서 그랬고, 그 이름으로 살았고, 그렇게 깨져 나왔어.”

은서는 그의 말을 따라가려고 했다. 편집자로서 그렇게 많은 텍스트를 읽었던 그녀도, 지금 이 순간 그의 말의 의미를 정확히 포착하기가 어려웠다. 아니, 포착할 수 있었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럼 민준이는?”

“민준이는…” 그가 잠깐 멈췄다. 그의 손이 작업대 위의 흙을 만졌다. 손가락으로 흙 위에 선을 그었다. 한 줄, 또 한 줄. 의미 없는 선들이 흙 위에 남겨졌다. “민준이는 내가 여기서 되고 싶었던 사람이야.”

“그게 무슨…”

“서울에서는 누군가여야 했어. 계속 무언가를 증명해야 했고, 계속 높아져야 했고, 계속 완벽해야 했어.” 민준이가 흙을 쓸어내렸다. 선들이 사라졌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민준이가 됐어.”

은서는 그 말을 들으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어떤 거짓말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건 가장 큰 거짓말이었다. 자신을 완전히 바꿨다는 말이니까.

“그럼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은?” 은서가 물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도 몰랐던 목소리였다. “내가 여기서 만난 사람은?”

“내야.” 민준이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서울에서 그 사람으로는 절대 될 수 없던 내가 여기서 된 거야.”

공방 안에 또 다른 침묵이 내려앉았다. 은서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강변에서 그녀를 바라보던 그의 눈, 공방에서 집중하며 작업하던 그의 손가락, 할머니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던 그의 태도. 모든 것이 민준이였다.

하지만 지금 그 얼굴 뒤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나온 누군가. 그 누군가가 지금 공방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이름을 말해 줄 거예요?” 은서가 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입에서 말이 나왔다. 편집자의 직업병이었다. 끝을 봐야 하는 성질.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욕망.

민준이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공방의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 봄빛이 그의 얼굴을 더 밝게 비췄다. 그는 창밖을 내다봤다. 강변이 보였다. 강물이 햇빛 아래에서 반짝였다. 강 건너편 버드나무의 초록색이 방금 돋아나고 있었다.

“이름이 뭐가 중요해?” 그가 말했다.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서울에서의 이름은 이미 죽은 거야. 그 사람은 이미 죽었어.”

“사람이 죽지 않아요.”

“그 사람은 죽었어.” 민준이가 돌아섰다. 그의 눈은 여전히 외로웠다. 은서가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외로움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이름을 바꿔도 사라지지 않는 외로움. “내 손으로 죽였어.”

은서는 그 말을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리고 동시에 거부하고 싶었다. 그렇게 단순할 수 없었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태어나지 않는다.

“그럼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은서가 물었다. 그녀는 공방을 둘러봤다. 벽에 걸린 도자기들, 작업대 위의 흙, 창문 너머의 강. 모든 것이 민준이의 것 같았다. “이것도 거짓?”

“이건 진짜야.” 민준이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강해졌다. “이것만은 진짜야.”

“이것도 이름의 일부잖아요. 민준이라는 이름 말고, 도예가라는 정체성도 있는 거예요. 그것도 만들어진 거라고 할 건가요?”

민준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작업대로 돌아갔다. 흙 더미 앞에 앉았다. 그의 손이 흙을 만졌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마치 처음 흙을 만지는 아이처럼.

은서는 그 모습을 바라봤다. 손가락의 굵기, 손목의 움직임, 손가락 사이에 남아 있는 흙의 흔적. 모든 것이 5년의 세월을 말하고 있었다. 이것이 거짓말일 수 없었다.

“그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뭐예요?” 민준이가 물었다. 흙을 치대면서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어떤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나한테서 뭘 기대하는 거예요?”

은서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뭐가 달라질까. 그의 과거를 알면 현재가 바뀔까. 편집자로서 그녀는 알고 있었다. 텍스트는 그 출처에 의해 정의되지 않는다고. 책은 그 작가의 이름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사람은 그들의 역사로 이루어진다. 그들의 이름으로, 그들의 과거로, 그들의 실패와 성공으로.

“저는…” 은서가 말을 시작했다. 그리고 멈췄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는 당신을 알고 싶어요. 진짜로.”

“넌 날 알아. 여기서 만난 나를 알아.”

“그게 다가 아니에요.”

“그게 다야.” 민준이가 흙 위에서 손을 멈췄다. 손가락이 흙 속에 박혀 있었다. “내가 줄 수 있는 전부야.”

은서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편집자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녀는 전체를 봐야 한다. 반쪽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건 그녀의 본성에 반대되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알아요. 당신의 이름을.”

그 말이 나가자마자, 민준이의 몸이 굳었다. 손이 흙에서 떨어졌다. 그는 천천히 은서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뭔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표정이 있었다.

“할머니가 뭘 말했어?”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냥…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민준이는 일어섰다. 공방 안을 걸어다녔다. 창문으로 강을 봤다. 다시 은서를 봤다. 그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서울에서 다시

“그 이름을 말해 줄 거예요?” 은서가 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으려고 했었는데, 입에서 말이 나왔다. 편집자의 직업병이었다. 끝을 봐야 하는 성질.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욕망.

민준이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공방의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 봄빛이 그의 얼굴을 더 밝게 비췄다. 그는 창밖을 내다봤다. 강변이 보였다. 강물이 햇빛 아래에서 반짝였다.

“이름이 뭐가 중요해?” 그가 말했다.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서울에서의 이름은 이미 죽은 거야. 그 사람은 이미 죽었어.”

“사람이 죽지 않아요.”

“그 사람은 죽었어.” 민준이가 돌아섰다. 그의 눈은 여전히 외로웠다. 은서가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외로움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이름을 바꿔도 사라지지 않는 외로움. “내 손으로 죽였어.”

은서는 그 말을 받아들이려고 했다. 그리고 동시에 거부하고 싶었다. 그렇게 단순할 수 없었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태어나지 않는다.

“그럼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은?” 은서가 물었다. 그녀는 공방을 둘러봤다. 벽에 걸린 도자기들, 작업대 위의 흙, 창문 너머의 강. 모든 것이 민준이의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이 사람이 만든 것 같았다. “이것도 거짓?”

“이건 진짜야.” 민준이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강해졌다. “이것만은 진짜야.”

“이것도 이름의 일부잖아요. 민준이라는 이름 말고, 도예가라는 정체성도 있는 거예요. 그것도 만들어진 거라고 할 건가요?”

민준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작업대로 돌아갔다. 흙 더미 앞에 앉았다. 그의 손이 흙을 만졌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마치 처음 흙을 만지는 아이처럼.

은서는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의 손은 정말로 도예가의 손이었다. 손가락의 굵기, 손목의 움직임, 손가락 사이에 남아 있는 흙의 흔적. 모든 것이 5년의 세월을 말하고 있었다. 이것이 거짓말일 수 없었다.

“그 이름을 알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뭐예요?” 민준이가 물었다. 흙을 치대면서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어떤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나한테서 뭘 기대하는 거예요?”

은서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뭐가 달라질까. 그의 과거를 알면 현재가 바뀔까. 편집자로서 그녀는 알고 있었다. 텍스트는 그 출처에 의해 정의되지 않는다고. 책은 그 작가의 이름으로 정의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사람은 그들의 역사로 이루어진다. 그들의 이름으로, 그들의 과거로, 그들의 실패와 성공으로.

“저는…” 은서가 말을 시작했다. 그리고 멈췄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는 당신을 알고 싶어요. 진짜로.”

“넌 날 알아. 여기서 만난 나를 알아.”

“그게 다가 아니에요.”

“그게 다야.” 민준이가 흙 위에서 손을 멈췄다. 그의 손가락이 흙 위에 박혀 있었다. “내가 줄 수 있는 전부야.”

은서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편집자로서, 그리고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녀는 전체를 봐야 한다. 반쪽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건 그녀의 본성에 반대되는 것이었다.

“할머니는 알아요. 당신의 이름을.”

그 말이 나가자마자, 민준이의 몸이 굳었다. 그의 손이 흙에서 떨어졌다. 그는 천천히 은서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뭔가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표정이 있었다.

“할머니가 뭘 말했어?”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냥…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민준이는 일어섰다. 공방 안을 걸어다녔다. 창문으로 강을 봤다. 다시 은서를 봤다. 그의 눈은 흔들리고 있었다.

“서울에서 다시 나타나면 어떻게 할 거야?” 그가 물었다. “그 이름의 사람이 다시 나타나면?”

“무슨 말이에요?”

“내가 버린 모든 것. 내가 죽인 모든 것. 그것들이 다시 나타날 수 있어.” 민준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 넌 뭘 할 거야?”

은서는 답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이 뭔가 더 깊은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단순한 이름의 문제가 아니라, 뭔가 더 어두운 것이 있었다.

“당신은 뭘 하고 싶어요?”

민준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흙 앞에 앉았다. 그의 손이 흙을 집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부수기 시작했다. 작업대 위의 도자기들을 손으로 쳐내렸다. 그것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깨졌다. 소리가 났다.

은서는 그 장면을 바라봤다. 그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5년 전 서울에서도 누군가가 모든 것을 부수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지금 공방에 앉아 있었다.

“당신이 그걸 부숴도 되는 거예요. 내가 물어봤다고 해서.” 은서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편집자의 목소리였다. 감정을 넘어선 목소리. “하지만 당신이 만든 것들을 부수는 것도 민준이라는 이름 아래서 하고 있잖아요.”

민준이의 손이 멈췄다. 그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은 여전히 흙 위에 있었다. 깨진 도자기의 흰 파편이 그의 손 주변에 흩어져 있었다.

“내 이름은 태준이야.” 그가 말했다.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거의 속삭이는 것처럼. “서울에서는 강태준이었어. 전시를 앞두고 있었어. 그리고…”

그의 말이 거기서 끝났다.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말을 기다렸다. 은서도 기다렸다. 할머니도, 마을도, 강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뭐예요?”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버렸어.” 태준이 손을 흙에서 떼었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다 거짓이었기 때문이야.”

은서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이것이 진실이라는 걸 알았다. 이것이 그가 줄 수 있는 전부라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도 느꼈다.

“왜 거짓이었어요?”

태준이는 창밖을 봤다. 강은 계속 흘렀다. 봄날의 강은 빨라 보였다. 눈 녹은 물이 섞여 있었을 것이다. 위험한 봄. 새로움과 파괴가 함께 오는 계절.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이야.” 그가 말했다. 마침내. “내가 보여주고 싶던 것들이었어. 누군가를 위해 만든 것들이었어. 나를 위해 만든 게 아니었어.”

은서는 그 말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그를 이해했다. 모든 이름과 과거를 제쳐두고, 단순히 한 명의 인간으로서.

“지금은?” 은서가 물었다. “지금 만드는 것들은?”

“지금은…” 태준이가 멈췄다. 그의 손이 흙을 다시 집었다. 이번엔 부수지 않았다. 만들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마치 처음 흙을 만지는 아이처럼. “지금은 내가 만들고 싶은 것들이야.”

공방 안의 봄빛이 그의 손을 비췄다. 은서는 그 손을 바라봤다. 그 손이 만드는 것들을 봤다. 이름이 뭐가 됐든, 그 손은 진실했다.

“할머니한테 말해도 되나요?” 은서가 물었다. “당신이 누구인지.”

“할머니는 이미 알아.” 태준이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어떤 평온함이 있었다. “여기 온 첫날부터.”

“어떻게?”

“모르겠어. 할머니는 그냥 알았어.” 그가 흙을 계속 치댔다. “그리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 그것만으로 충분했어.”

은서는 그 말을 들으면서 할머니를 이해했다. 할머니의 침묵이 뭐였는지. 할머니의 음식이 뭐였는지. 할머니가 이 사람을 받아들인 방식이 뭐였는지.

공방에 또 다른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번 침묵은 다른 종류였다. 대화가 끝나가는 침묵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침묵. 깨진 도자기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태준이의 손은 계속 흙 위에서 움직였다.

“미안해요.” 은서가 말했다.

“뭐가?”

“묻지 말았어야 했어요.”

태준이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외로웠지만, 이제 어떤 다른 것도 담겨 있었다. 수용. 받아들임.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

“넌 물어봤어야 했어.” 그가 말했다. “누군가는 물어봐야 했어.”

창밖의 강은 계속 흘렀다. 봄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은서는 처음으로 강물을 봤을 때의 그 느낌을 다시 떠올렸다. 그것은 움직이는 것. 멈출 수 없는 것. 하지만 그것이 파괴만 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생명을 옮긴다는 것.

“할머니 상태가 괜찮으면, 내일 함께 강변을 걸어야겠어요.” 은서가 말했다.

“응.”

“당신도 함께.”

태준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계속 만들었다. 흙이 천천히 형태를 갖춰갔다. 무엇이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확실히 뭔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은서는 공방을 나갔다. 문을 닫으며 뒤를 봤다. 태준이는 여전히 흙 위에서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봄빛 속에 반쯤 숨겨져 있었다.

밖의 공기는 따뜻했다. 진짜 봄이 오고 있었다. 할머니의 말처럼, 봄이 오면 낫는 걸까. 은서는 강변으로 향했다. 강은 여전히 흘렀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는 모든 이름들이, 모든 과거들이, 모든 시작들이 섞여 있었다.

집었다. 이번엔 부수지 않았다. 만들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마치 처음 흙을 만지는 아이처럼. 은서는 그의 손을 바라보며 음흘하게 웃었다. “지금은 내가 만들고 싶은 것들이야.”라는 그의 말은 이제는 어떤 의미가 다른 것 같았다. 그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흙은 조금씩 형태를 갖춰갔다. 그것은 어떤 작품이 될지 아직 모르는 것이었지만, 확실히 뭔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공방 안의 봄빛이 그의 손을 비췄다. 은서는 그手を 바라봤다. 그 손이 만드는 것들을 봤다. 이름이 뭐가 됐든, 그 손은 진실했다. 그는 이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예술이 될 수도, 실패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충분했다.

“할머니한테 말해도 되나요?” 은서가 물었다. “당신이 누구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태준이는 이미 어떤 평온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흙을 계속 치댔다.

“할머니는 이미 알아.” 태준이가回答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어떤 평온함이 있었다. “여기 온 첫날부터.” 은서는 그의 말에 조금 놀랐다. 할머니가 이미 알고 있었다니. 하지만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그의 손을 봐주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의 존재를 인정해주었다.

“어떻게?” 은서가 물었다. 태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겠어. 할머니는 그냥 알았어.” 그가 흙을 계속 치댔다. “그리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 그것만으로 충분했어.” 은서는 그의 말을 듣고 할머니를 이해했다. 할머니의 침묵이 뭐였는지. 할머니의 음식이 뭐였는지. 할머니가 이 사람을 받아들인 방식이 뭐였는지. 그것은 모두爱와 이해의 표현이였다.

공방에 또 다른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번 침묵은 다른 종류였다. 대화가 끝나가는 침묵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침묵. 깨진 도자기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태준이의 손은 계속 흙 위에서 움직였다. 은서는 그의 손을 바라보며 음흘하게 웃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아직 시작된 단계이지만, 이미 뭔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미안해요.” 은서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묻지 말았어야 했어요.” 태준이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외로웠지만, 이제 어떤 다른 것도 담겨 있었다. 수용. 받아들임.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

“넌 물어봤어야 했어.” 그가 말했다. “누군가는 물어봐야 했어.” 은서는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 그의 이야기를 조금 이해했다. 그가 왜 이렇게 이야기하는지. 그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그것은 모두 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процесса였다.

창밖의 강은 계속 흘렀다. 봄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은서는 처음으로 강물을 봤을 때의 그 느낌을 다시 떠올렸다. 그것은 움직이는 것. 멈출 수 없는 것. 하지만 그것이 파괴만 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생명을 옮긴다는 것. 강물은 항상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할머니 상태가 괜찮으면, 내일 함께 강변을 걸어야겠어요.” 은서가 말했다.她的声音는 조금 밝아졌다. “당신도 함께.” 태준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계속 만들었다. 흙이 천천히 형태를 갖춰갔다. 무엇이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확실히 뭔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은서는 공방을 나갔다. 문을 닫으며 뒤를 봤다. 태준이는 여전히 흙 위에서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봄빛 속에 반쯤 숨겨져 있었다. 은서는 그가 이제 조금 더 밝아졌다고 생각했다. 그가 이제 조금 더 자신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작은 시작이지만, 이미 뭔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밖의 공기는 따뜻했다. 진짜 봄이 오고 있었다. 할머니의 말처럼, 봄이 오면 낫는 걸까. 은서는 강변으로 향했다. 강은 여전히 흘렀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는 모든 이름들이, 모든 과거들이, 모든 시작들이 섞여 있었다. 그것은 이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은서는 이제 그것을 이해했다. она는 이제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새로운 이야기였다. 새로운 생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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