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의 굽이에서 – 제211화: 봄날의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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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1화: 봄날의 균열

민준의 공방 문을 밀었을 때, 안에서 묵묵한 흙 냄새가 나왔다. 그것은 빗 온 후의 땅내음이었다. 은서는 그 냄새를 맡으며 어떤 말을 꺼낼지 몰랐다. 닷새 전 강변에서의 일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의 이름 때문이었다. 민준이 아니라 다른 이름을 가진 누군가. 그것이 은서를 계속 붙들고 있었다. 공방의 창밖으로 들어오는 봄빛이 그의 이름을 말하던 때처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왔어?” 민준이 작업대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의 손은 진흙 속에 있었고, 손가락 사이로 회색 흙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은서는 그의 손가락에 묻은 흙을 바라봤다. 그 손가락이 정말로 민준의 손가락인가, 아니면 다른 이름의 누군가의 손가락인가. 공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질 때마다, 은서의 마음도 함께 무거워졌다.

“할머니 상태가 어때요?” 그가 물었다. 은서는 깜짝 놀랐다. 자신이 할머니 일을 얘기한 적이 있나? 아니다. 도현이에게는 말했지만, 민준이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마을은 그렇게 움직였다. 모든 것이 새어 나갔고, 모든 사람이 아는 척했고, 그들은 절대 직접 묻지 않았다. 마을의 소음이 그의 말 속에 담겨 있었다.

“좀 나아지셨어요.” 은서가 대답했다. 병원 처방약이 효과를 본 것 같았다. 할머니의 기침이 조금 줄었고, 얼굴에 색깔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의사의 말처럼 정말로 봄이 오면 낫는 걸까. 아니면 할머니의 나이가 그런 말을 믿고 싶게 하는 걸까. 봄이 오면 모든 것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처럼, 할머니의 나이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처럼. 은서는 공방 안의 봄빛을 바라봤다.

민준이 손을 씻으러 일어났다. 물통에서 물을 퍼 올렸다. 흙이 흘러내렸다. 진흙이 물 위에 떠다니다가 침전했다. 은서는 그 과정을 보고 있었다. 어떻게 더 이상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을까. 그것이 문제였다. 그가 민준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모든 것이 이상해졌다. 그의 얼굴이 이상했다. 그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심지어 그가 물을 씻는 방식도 이상해 보였다. 공방의 물소리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뭔가 있어?” 민준이 물었다. 그의 손이 이제 깨끗해졌다. 손가락 사이사이에만 아직도 흙이 남아 있었다. 은서는 그것을 봤다. 완전히 깨끗해질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손가락 사이 같은 곳들. 그것처럼, 그를 완전히 알 수도 없을 것 같았다.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이름이 뭐예요?” 은서가 물었다. 그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어떤 이름?”이라고 되묻는 것은 너무 어색했다. 둘 다 같은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민준이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 공방 안의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왜 묻고 싶어?” 그가 반대로 물었다. 그의 목소리가 낮았다. 공방 안의 소음이 멈춘 것 같았다. 은서는 그의 눈을 바라봤다. 그의 눈을 통해 그의 이름을 읽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그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hanya 그의 이름을 숨기고 있었다.

“왜냐하면…” 은서가 말을 멈췄다. 왜 묻고 싶었는가. 그것을 말할 수 없었다. 그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이 거짓말을 믿고 있었기 때문인가. “왜냐하면 당신이 말하지 않아서예요.” 은서의 목소리가 떨렸다.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민준이 다시 작업대로 돌아갔다. 은서는 그의 등을 봤다. 등도 이름을 숨길 수 있을까. 그의 어깨의 너비, 척추의 곡선, 그가 몸을 구부리는 방식—모든 것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읽을 수 없었다. 편집자로서 그렇게 많은 텍스트를 읽었던 은서도, 그의 몸이 쓴 글은 읽을 수 없었다. 그의 몸이 쓴 글은 그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서울에 있을 때, 나는 다른 사람이었어.” 민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 이름은 그 사람의 이름이야.” 공방 안의 공気が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서는 그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이었어요?” 은서가 물었다. 그의 이름을 듣기 위해. 그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민준이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 공방 안의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완벽한 사람.” 민준이 웃음처럼 들리는 것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것은 웃음이 아니었다. “모든 게 계획대로였어. 대학, 전시, 인정, 상품. 모든 게 내가 원하는 대로였어.”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서는 그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왜…” 은서가 물었다. 그의 이름을 듣기 위해. 그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민준이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 공방 안의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왜 부쳤냐고?” 민준이 돌아섰다. 그의 얼굴이 빛에 비쳤다. 그의 눈이 이상했다. 이전에 본 것과는 다른 종류의 이상함이었다. “완벽한 게 너무 싫었어.”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서는 그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완벽한 게 뭐예요?” 은서가 물었다. 그의 이름을 듣기 위해. 그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민준이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 공방 안의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죽음 같은 거.” 민준이 말했다. “모든 게 정해져 있으면, 더 이상 살아 있는 게 아니야. 그냥… 움직이는 시체야.”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서는 그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은서는 그것을 생각했다. 움직이는 시체. 그것이 자신이었나. 서울에서,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커피를 마시고, 같은 책상에 앉고, 같은 일을 반복했던 자신. 그녀는 살아 있었나. 아니면 움직이고 있었나. 공방 안의 소음이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 부쉤 거예요?” 은서가 물었다. 그의 이름을 듣기 위해. 그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민준이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 공방 안의 공気が 더 무거워졌다.

“아니.” 민준이 머리를 저었다. “그 이름을 버린 거야. 그 사람을 버린 거야.”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서는 그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이름이 뭐예요?” 은서가 다시 물었다. 그녀는 계속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마치 소음의 파도 속에서 신호를 찾으려는 것처럼.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서는 그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민준이 한참을 말하지 않았다. 공방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창문의 그림자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흙 냄새가 공기에 떠 있었다. 그것이 유일한 움직임이었다. 은서는 그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태오.” 민준이 마침내 말했다. “강태오야.”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서는 그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은서는 그 이름을 반복했다. 강태오. 그것은 낯선 이름이었다. 발음해보니 혀 위에 걸렸다. 마치 처음 보는 단어를 읽을 때처럼. 하지만 그것은 이미 누군가의 이름이었다. 이 공방에 있는 사람의 이름. 그 사람이 자신이라고 버린 이름.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태오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은서가 물었다. 그의 이름을 듣기 위해. 그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민준이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 공방 안의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야심 많은 사람.” 민준이 말했다. “자신이 최고라고 믿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작품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서는 그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은?” 은서가 물었다. 그의 이름을 듣기 위해. 그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민준이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 공방 안의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지금은 민준이야.” 민준이 말했다. “여기서 흙을 만지고, 강변을 걷고, 너와 밥을 먹는 사람.”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서는 그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은서는 그 대비를 생각했다. 강태오와 민준. 완벽함과 불완전함. 계획과 우연. 그리고 그 사이에 자신이 있었다. 민준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함께 걸었던 강변.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나. 아니면 그것들이 처음으로 진실이었나.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왜 말 안 했어요?” 은서가 물었다. 그의 이름을 듣기 위해. 그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민준이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 공방 안의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말하고 싶지 않았어.” 민준이 답했다. “그 이름을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이 다시 살아날 것 같았어.”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서는 그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살아나면 안 돼요?” 은서가 물었다. 그의 이름을 듣기 위해. 그의 모든 것을 알기 위해. 민준이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그의 입술이 열렸다가 닫혔다. 공방 안의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안 돼.” 민준이 분명히 말했다. “그 사람은 죽어야 해. 그 사람이 나를 죽였어.”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서는 그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은서는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공방 안에 떨어졌다. 그것은 무거운 돌처럼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돌이 만드는 파도가 공방 안의 모든 것을 뒤집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공방 안의 공기가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서는 그의 이름을 듣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알면,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왜…”

“왜 부쳤냐고?” 민준이 돌아섰다. 그의 얼굴이 빛에 비쳤다. 그의 눈이 이상했다. 이전에 본 것과는 다른 종류의 이상함이었다. “완벽한 게 너무 싫었어.”

은서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이해의 문턱에 도달할 수 없었다. 완벽함이 싫다니. 서울에서 그녀는 완벽함을 추구했다. 완벽한 원고, 완벽한 편집, 완벽한 결과. 그리고 그것 때문에 망했다. 완벽함이 깨졌을 때의 그 충격. 그것을 피하기 위해 하천리로 온 것 아닌가.

“완벽한 게 뭐예요?” 은서가 물었다.

“죽음 같은 거.” 민준이 말했다. “모든 게 정해져 있으면, 더 이상 살아 있는 게 아니야. 그냥… 움직이는 시체야.”

은서는 그것을 생각했다. 움직이는 시체. 그것이 자신이었나. 서울에서,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커피를 마시고, 같은 책상에 앉고, 같은 일을 반복했던 자신. 그녀는 살아 있었나. 아니면 움직이고 있었나.

“그래서 부쉤 거예요?” 은서가 물었다.

“아니.” 민준이 머리를 저었다. “그 이름을 버린 거야. 그 사람을 버린 거야.”

“그 이름이 뭐예요?” 은서가 다시 물었다. 그녀는 계속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마치 소음의 파도 속에서 신호를 찾으려는 것처럼.

민준이 한참을 말하지 않았다. 공방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창문의 그림자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흙 냄새가 공기에 떠 있었다. 그것이 유일한 움직임이었다.

“태오.” 민준이 마침내 말했다. “강태오야.”

은서는 그 이름을 반복했다. 강태오. 그것은 낯선 이름이었다. 발음해보니 혀 위에 걸렸다. 마치 처음 보는 단어를 읽을 때처럼. 하지만 그것은 이미 누군가의 이름이었다. 이 공방에 있는 사람의 이름. 그 사람이 자신이라고 버린 이름.

“강태오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은서가 물었다.

“야심 많은 사람.” 민준이 말했다. “자신이 최고라고 믿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작품이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지금은?”

“지금은 민준이야.” 민준이 말했다. “여기서 흙을 만지고, 강변을 걷고, 너와 밥을 먹는 사람.”

은서는 그 대비를 생각했다. 강태오와 민준. 완벽함과 불완전함. 계획과 우연. 그리고 그 사이에 자신이 있었다. 민준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함께 걸었던 강변.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나. 아니면 그것들이 처음으로 진실이었나.

“왜 말 안 했어요?” 은서가 물었다.

“말하고 싶지 않았어.” 민준이 답했다. “그 이름을 말하는 순간, 그 사람이 다시 살아날 것 같았어.”

“다시 살아나면 안 돼요?”

“안 돼.” 민준이 분명히 말했다. “그 사람은 죽어야 해. 그 사람이 나를 죽였어.”

은서는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공방 안에 떨어졌다. 그것은 무거운 돌처럼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돌이 만드는 파동이 모든 것을 흔들었다.

“나한테 말해 줄 수는 없었어요?” 은서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언제?” 민준이 물었다. “처음 만났을 때? 아니면 강변을 걸을 때? 아니면 내 손을 잡을 때?”

“언제라도 괜찮았어요.”

“그럼 지금 하는 게 늦었어?” 민준이 물었다. 그의 질문이 은서를 자리에 못 박았다. 정말로 그럴까. 지금이 너무 늦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말할 수 없었던 것일까. 자신을 숨기는 사람이 갑자기 자신을 드러낼 수 없지 않은가. 그것은 죽음 같은 일이었다.

“모르겠어요.” 은서가 말했다. 그것이 진실이었다. 그녀는 정말로 몰랐다. 이것이 끝인지 시작인지. 이것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이것이 용서할 수 있는 것인지 용서할 수 없는 것인지.

“나는 너한테 거짓말을 안 했어.” 민준이 말했다. “내가 한 모든 것, 내가 한 모든 말, 내가 보여준 모든 것—그것들은 다 진짜야.”

“하지만 당신은 진짜가 아니었어요.”

“그 말은 틀렸어.” 민준이 말했다. “강태오는 가짜였어. 민준은 진짜야. 그리고 지금 너 앞에 있는 사람도 진짜야.”

은서는 그것을 믿고 싶었다. 하지만 믿음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알 수 없었다. 믿음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라난다. 시간 속에서, 반복되는 작은 진실들을 통해. 그리고 한 번 깨지면, 다시 자라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할머니한테는 말했어요?” 은서가 물었다.

“아니.” 민준이 대답했다. “그 누구한테도.”

“도현이는?”

“도현이도 몰라.” 민준이 말했다. “아무도 몰라. 너도 어제까지는 몰랐어.”

어제까지. 그것이 정확한 구분이었다. 어제까지는 민준이었고, 오늘부터는 강태오이기도 하다. 또는 그 반대. 어제까지는 진실이었고, 오늘부터는 거짓이다. 또는 그 반대. 경계는 강변의 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고정된 것이 없었다.

“미안해.” 민준이 말했다. 그것이 진짜 미안함인지, 아니면 그냥 말해야 할 말인지 은서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말의 진정성이 아니라, 그 말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하나의 신호였다. 모든 것을 무시하고 진행하는 신호가 아니라, 멈추고 생각하라는 신호.

“저도 모르겠어요.” 은서가 말했다. 그녀는 공방 문으로 향했다. 그녀는 떠나야 했다. 이 공간에서, 그의 눈빛에서, 진흙 냄새에서 벗어나야 했다. 그곳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다.

“기다려.” 민준이 그녀를 따라 나왔다. 공방 밖의 봄 햇살이 그를 비쳤다. 그는 강태오처럼 보였을까. 아니면 여전히 민준처럼 보였을까. 은서는 알 수 없었다. 그의 얼굴이 빛과 그림자 사이에 있었다. 둘 다 맞고, 둘 다 틀린 것처럼.

“난 너한테 진심이야.” 민준이 말했다. “그것만은 확실해.”

“진심이 뭐예요?” 은서가 물었다. “거짓된 이름으로 보여준 진심이 진심이에요?”

“그렇다고 생각해.” 민준이 말했다. “이름이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니까.”

은서는 그 말을 들었다. 그것은 논리적으로 들렸다. 하지만 논리와 감정은 다른 것이었다. 그녀의 감정은 혼란스러웠다.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고, 그리움도 느껴졌다.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났다.

“시간이 필요해요.” 은서가 말했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더 이상의 말은 거짓일 것 같았다.

“얼마나?” 민준이 물었다.

“모르겠어요.” 은서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는 강변 둑길 쪽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민준이 그녀를 따라오지 않는 것을 들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어떤 것도 따라올 수 없는 때가 있다. 그 때는 혼자 가야 한다.

강변은 여전히 봄이었다. 버드나무 가지들이 햇살에 흔들렸다. 물 위에는 개구리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계절은 인간의 감정을 신경 쓰지 않는다. 그것은 계속 진행된다. 봄은 봄이고, 여름이 올 것이고, 겨울이 올 것이고. 그 순환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작은 드라마를 연기한다.

은서는 물을 봤다. 물은 흐르고 있었다. 어제와 같은 강물이 아니었다. 완전히 다른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강물은 늙지 않는다. 왜냐하면 항상 새로운 물이 흐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떨까. 사람도 물처럼 계속 바뀔까. 어제의 자신이 아닌 오늘의 자신. 오늘의 자신이 아닌 내일의 자신. 그렇다면 거짓말이란 무엇인가. 과거의 자신이 거짓이었다는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자신이 거짓인가.

은서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불확실함이 그녀를 계속 붙들었다.


저녁이 되었을 때, 은서는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강변에서 돌 위에 앉아 해가 지는 것을 봤다.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그 색이 조금씩 빨간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마침내 검은색이 되었다.

별들이 나타났다. 은서는 그 별들을 봤다. 그것들도 거짓인가. 그것들도 이름을 바꿨다면 다른 별인가. 아니다. 별은 별이다. 이름이 무엇이든.

그녀는 마침내 일어났다.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할머니는 항상 기다린다. 말 없이, 투덜대지 않으면서.

집으로 가는 길, 은서는 하천상회 앞을 지나갔다. 오복순 아주머니가 문을 닫고 있었다. 그녀를 보고 손을 들었다.

“어디 다녀왔냐, 서울 것. 얼굴이 왜 그렇게 울상이냐.”

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그 침묵을 받아들였다. 마을의 사람들은 대답이 없는 질문에 익숙했다.

“밥은 먹었냐.”

“아니요.” 은서가 말했다.

“그럼 이거 가져가. 나물 무침이야. 요즘 입맛 없을 때 좋아.” 아주머니가 작은 봉지를 건넸다. 그 안에는 시래기와 고추장이 섞인 나물이 들어 있었다. 그것의 냄새가 은서의 코를 찔렀다. 복잡한 냄새였다. 쓸쓸함과 위로가 섞인.

“감사합니다.” 은서가 말했다.

“감사한다고 말하지 말고 먹어. 그게 감사야.” 아주머니가 말했다.

은서는 집으로 갔다. 할머니는 이미 밥상을 차려 놨다. 밥과 국, 그리고 몇 가지 반찬. 은서는 그것을 봤다. 할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냥 밥상을 가리켰다.

“먹어.”

은서는 앉았다. 숟가락을 들었다. 밥을 먹었다. 할머니의 나물도 먹었다. 그것들이 입 안에서 섞였다. 쓸쓸함과 위로가 그녀의 혀 위에서 만났다. 그리고 천천히 내려갔다.

할머니는 은서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할머니도 밥을 먹고 있었다. 특별히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이 말하고 있었다. 뭔가 있어도, 밥을 먹으면 된다고. 모든 것이 용서되지는 않지만, 밥을 함께 먹으면 조금은 견딜 수 있다고.

밤이 깊어졌다. 은서는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어둠 속에서도 천장의 나무 결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니면 상상했을 것이다. 이제 그것도 구분할 수 없었다.

민준이 맞을까. 강태오가 맞을까. 둘 다 맞을까. 아니면 둘 다 틀릴까.

은서는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모름이 자신을 조금씩 짓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밤은 계속되었다. 별들은 계속 떴다. 강물은 계속 흘렀다. 그리고 내일은 또 다른 봄날이 될 것이다.

은서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불확실함이 그녀를 계속 붙들었다. 그녀가 과연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이 그녀에게 불분명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자꾸민준과 강태오의 모습이交代하며 떠올랐다. 민준의 따뜻한 미소와 강태오의 강렬한 눈빛. 그녀는 두 사람의 모습을 한곳에 두고 срав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두 사람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저녁이 되었을 때, 은서는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강변에서 돌 위에 앉아 해가 지는 것을 봤다.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그 색이 조금씩 빨간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마침내 검은색이 되었다. 별들이 나타났다. 은서는 그 별들을 봤다. 그것들도 거짓인가. 그것들도 이름을 바꿨다면 다른 별인가. 아니다. 별은 별이다. 이름이 무엇이든. 그들은 永遠히 변하지 않는다.

그녀는 마침내 일어났다. 할머니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할머니는 항상 기다린다. 말 없이, 투덜대지 않으면서. 은서는 그침묵을 깨고 싶었다. 할머니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모르겠다. 그녀의 말은 할머니를 더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집으로 가는 길, 은서는 하천상회 앞을 지나갔다. 오복순 아주머니가 문을 닫고 있었다. 그녀를 보고 손을 들었다. “어디 다녀왔냐, 서울 것. 얼굴이 왜 그렇게 울상이냐.” 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그 침묵을 받아들였다. 마을의 사람들은 대답이 없는 질문에 익숙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밥은 먹었냐.” 아주머니가 물었다. “아니요.” 은서가 말했다. “그럼 이거 가져가. 나물 무침이야. 요즘 입맛 없을 때 좋아.” 아주머니가 작은 봉지를 건넸다. 그 안에는 시래기와 고추장이 섞인 나물이 들어 있었다. 그것의 냄새가 은서의 코를 찔렀다. 복잡한 냄새였다. 쓸쓸함과 위로가 섞인. 그 냄새는 은서의 마음을 조금씩 달래주었다.

“감사합니다.” 은서가 말했다. “감사한다고 말하지 말고 먹어. 그게 감사야.” 아주머니가 말했다. 은서는집으로 갔다. 할머니는 이미 밥상을 차려 놨다. 밥과 국, 그리고 몇 가지 반찬. 은서는 그것을 봤다. 할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냥 밥상을 가리켰다. “먹어.” 은서는 앉았다. 숟가락을 들었다. 밥을 먹었다. 할머니의 나물도 먹었다. 그것들이 입 안에서 섞였다. 쓸쓸함과 위로가 그녀의 혀 위에서 만났다. 그리고 천천히 내려갔다.

할머니는 은서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할머니도 밥을 먹고 있었다. 특별히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이 말하고 있었다. 뭔가 있어도, 밥을 먹으면 된다고. 모든 것이 용서되지는 않지만, 밥을 함께 먹으면 조금은 견딜 수 있다고. 은서는 그말에 동의했다.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밥을 먹으며, 조금씩 그녀의 마음을 정리했다.

밤이 깊어졌다. 은서는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어둠 속에서도 천장의 나무 결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니면 상상했을 것이다. 이제 그것도 구분할 수 없었다. 그녀는 민준과 강태오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두 사람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민준이 맞을까. 강태오가 맞을까. 둘 다 맞을까. 아니면 둘 다 틀릴까.

은서는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모름이 자신을 조금씩 짓누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마음을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복雑했다. 그녀는 할머니의 말처럼, 밥을 먹고,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아직도 불분명했다. 그녀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었다.

하지만 밤은 계속되었다. 별들은 계속 떴다. 강물은 계속 흘렀다. 그리고 내일은 또 다른 봄날이 될 것이다. 은서는 그것을 믿고 싶었다. 그녀는 그녀의 마음을 밝히고,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다. 그녀는 할머니의 나물 무침을 생각했다. 그것의 쓸쓸함과 위로가彼女의 마음을 조금씩 달래주었다. 그녀는 그것을 다시 먹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그녀는 내일은 다시 할머니의 나물 무침을 먹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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