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92화: 그 이름의 무게
민준이가 말했다.
“내 이름은 강민준이 아니야.”
은서는 손가락이 멈춘 채, 강변 둑길에서 돌아오는 길에 공방 입구 계단 아래를 응시했다. 저녁 햇빛이 그의 얼굴을 반으로 나누고 있었고, 그림자 쪽 눈이 비통한 무언가를 짚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은서의 가슴은 심한 심장 박동에 요동쳤고,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민준이의 말이 그녀의 모든 생각을 가로막았다.
“뭐라고?”
민준이의 음성이 가라앉으며, 은서의 시선은 그의 입술로 향했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진심이 그녀의 모든 의문을 들끓게 했다.
“강민준은… 내가 만든 이름이야.”
그가 계단에 앉았다. 은서도 따라 앉았다. 둘 사이에는 한 계단의 거리가 있었다. 충분히 가깝지만, 충분히 멀었다. 은서는 그의 옆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꺼풀이 깊이 감겨져 있어 그의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원래 이름은 이태오야. 서울에서는… 그렇게 불렸어.”
은서의 뇌가 이 정보를 정렬하려고 애썼다. 이태오. 그 이름이 어디서 들렸는가. 어디서 본 것 같은가. 그녀는 편집자였고, 텍스트를 읽는 능력이 남달랐다. 하지만 지금 이 남자의 얼굴을 읽을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가 그녀의 모든 생각을 압도했다.
“왜… 이름을 바꿨어?”
은서의 목소리에 담긴 호기심이 민준이의 시선을 끌었다. 그의 눈이 그녀를 응시했다.
“다섯 해 전, 나는 서울에서 유명한 도예가가 되려고 했어. 개인전을 준비했고, 모든 게 완벽했어. 내 작품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이었어. 세련되고, 모던하고, 팔릴 수 있는 것들.”
그가 손가락을 펼쳤다. 손가락들이 흙을 빚는 동작을 했다. 하지만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은서는 그의 손동작을 지켜보다가 그의 손목을 응시했다. 그의 손목에 있던 작은 흉터가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
“전시 개막식 열흘 전, 나는 모든 작품을 부숴버렸어.”
은서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가 앉아 있던 계단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민준이의 눈이 그녀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왜요?”
은서의 목소리가 떨렸다. 민준이의 시선이 그녀를 응시했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내 손이 만든 게 아니었거든.”
그가 말을 멈췄다. 강물의 소리가 들렸다. 저녁이 깊어지면서 강변의 풀벌레 울음이 시작되었다. 그 소리들이 은서의 귀에만 들리는 것 같았다. 민준이는 자신의 손을 보고 있었다.
“나는 돈을 받았어. 서울의 한 갤러리 오너한테서. 그 여자는 내 작품을 사고 싶어 했어. 근데 수량이 필요했어. 전시회 규모를 위해. 그래서 나는…”
은서의 호기심이 그의 다음 말을 맞으려고 했지만, 민준이는 말을 멈췄다. 그의 눈이 그녀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작품을?”
은서의 목소리가 작게 새어 나왔다. 민준이의 시선이 그녀를 응시했다.
“내 제자들의 작품을 내 이름으로 내놨어. 그들은 몰랐어. 아니, 처음엔 몰랐어. 나중에 알았을 때는… 이미 전시 포스터가 인쇄되고, 신문 기사가 나가고, 유명한 미술 평론가들이 내 작품을 보러 오겠다고 했어.”
은서는 민준이를 보지 않았다. 강을 보고 있었다.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게 흐르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미치도록 요동쳤다.
“제자들이 항의했어?”
은서의 목소리가 떨렸다. 민준이의 시선이 그녀를 응시했다.
“한 명은. 서현이라는 여자 제자. 아주 재능 있는 아이였어. 나는 그 아이의 작품이 가장 탐났어. 그래서 가장 많이 가져갔어. 그 아이가 뛰어난 작품 세 점을 더 만들었을 때, 나는 그걸 본 다음 날 바로 그 아이를 찾아갔어.”
“뭐라고 했어요?”
은서의 목소리가 작게 새어 나왔다. 민준이의 시선이 그녀를 응시했다.
“’미안하다’고 했어. 그리고 그 세 점을 내가 사겠다고 했어. 내 이름으로 전시할 수 없으니까, 그 대신 돈을 줄 테니까 내가 개인적으로 소유하게 해달라고.”
은서가 드디어 그를 봤다. 민준이의 옆 얼굴이었다. 저녁빛에 젖어 있었다. 그의 눈이 그녀의 시선을 응시했다.
“그 아이는 뭐라고 했어?”
은서의 목소리가 떨렸다. 민준이의 시선이 그녀를 응시했다.
“’당신은 도예가가 아니라 도둑이다’라고 했어. 그리고 내 제자를 그만뒀어. 다른 제자들도 하나둘 떠났어. 그들이 전시회 개막식에 간 건 자기들 작품이 어떻게 평가받는지 보기 위함이었어. 그리고 자기들이 만든 걸 내 이름으로 팔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민준이가 목을 가다듬었다. 그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나는 공황 상태였어. 그래서 전시 사흘 전에 갤러리에 몰래 들어갔어. 밤 열 시쯤이었어. 그리고 내가 가져온 모든 작품을 깼어. 손으로 집어 던지고, 망치로 부수고… 정신이 들었을 땐 손가락에서 피가 났어.”
은서의 손이 민준이의 손 위로 갔다. 그의 손가락들을 봤다. 오른손 약지에 작은 흉터가 있었다. 그녀는 이전에 본 적이 없었나? 아니다. 있었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을 간지러 않았고, 그의 눈이 그녀의 시선을 응시했다.
“경찰에 신고됐어?”
은서의 목소리가 작게 새어 나왔다. 민준이의 시선이 그녀를 응시했다.
“갤러리 오너가 나를 고소했어. 재산 파괴죄.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내가 작품을 부순 이유가 나왔어. 그리고 제자들이 증언했어. 심지어 서현이도.”
“뭐라고?”
은서의 목소리가 떨렸다. 민준이의 시선이 그녀를 응시했다.
“’이 남자는 도둑이지만, 도둑보다는 비겁한 놈이다’라고 했어. 그 아이 말이 맞았어. 나는 도둑이었어. 그리고 그 도둑질을 감추기 위해 파괴를 선택했어. 그게 더 큰 죄였어.”
민준이가 일어섰다. 은서도 따라 일어났다. 그의 시선이 그녀를 응시했다.
“재판은 어떻게?”
“합의했어. 내가 모든 제자의 작품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각각에게 그들이 받아야 했을 판매 수익을 전부 배상했어. 그리고 갤러리 오너한테도 배상했어. 내 통장이 바닥났어. 그래서 서울에 있을 수 없었어. 모두가 날 알았어. 도예 커뮤니티는 작거든.”
그가 공방 문을 열었다. 내부가 어두웠다. 은서는 그의 뒤를 따라 공방으로 들어갔다. 미약한 저녁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휠 옆에는 미완성의 도자기들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이제 그것들을 보는 방식이 달라졌다. 완성되지 않은 이유가 다른 것 같았다.
“그래서 여기 왔어. 하천리로. 여기서 누구도 날 알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강민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은서가 그를 따라 공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시선이 그녀를 응시했다.
“그런데 왜… 지금 이 말을 해줘요?”
민준이가 그 불완전한 도자기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배 모양이었다. 반쯤 만들어진 배.
“왜냐하면… 넌 날 믿었거든.”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눈이 그녀의 시선을 응시했다.
“넌 내가 누구인지 묻지도 않았어. 내가 뭘 했는지도 묻지 않았어. 그냥… 내 손의 움직임을 봤어. 내 작품을 봤어. 나라는 사람을 봤어.”
은서는 말할 수 없었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모든 말문을 막았다.
“그리고 넌 나를 믿었어. 나도 모르는 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내가 누구인지를 봤어. 근데 그건… 부정직한 거야. 너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그가 배 모양의 도자기를 내려놨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시선을 응시했다.
“나는 다섯 해 동안 여기서 도자기를 만들었어. 매일. 미완성으로. 완성하지 못했어. 왜냐하면 내가 만드는 건 내 손으로 만드는 건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손으로 만드는 건가… 그걸 모르거든.”
은서가 처음으로 질문을 했다. 편집자의 질문. 텍스트를 읽는 사람의 질문.
“그럼 내가 왔을 때는? 나한테 만들어준 것들은?”
민준이가 돌아봤다. 그의 눈이 어두웠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시선을 응시했다.
“모두 내 손이었어. 그 이후로는 처음으로, 모두 내 손이었어.”
은서의 숨이 얕아졌다. 그 말의 무게를 느껴야 했다. 그것이 진실인지, 또 다른 거짓인지 판단해야 했다. 편집자로서, 사람으로서. 그의 시선이 그녀의 모든 생각을 압도했다.
“왜 지금 말해줘요? 왜 지금?”
“왜냐하면…”
민준이가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시선을 응시했다.
“넌 날 사랑하는 것 같아. 그리고 나는… 내가 날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한 가지는
“왜냐하면… 그것들이 내 손이 만든 게 아니었거든.”
그가 말을 멈췄다. 강물의 소리가 들렸다. 저녁이 깊어지면서 강변의 풀벌레 울음이 시작되었다. 그 소리들이 은서의 귀에만 들리는 것 같았다. 민준이는 자신의 손을 보고 있었다.
“나는 돈을 받았어. 서울의 한 갤러리 오너한테서. 그 여자는 내 작품을 사고 싶어 했어. 근데 수량이 필요했어. 전시회 규모를 위해.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의 작품을?”
“내 제자들의 작품을 내 이름으로 내놨어. 그들은 몰랐어. 아니, 처음엔 몰랐어. 나중에 알았을 때는… 이미 전시 포스터가 인쇄되고, 신문 기사가 나가고, 유명한 미술 평론가들이 내 작품을 보러 오겠다고 했어.”
은서는 민준이를 보지 않았다. 강을 보고 있었다.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게 흐르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제자들이 항의했어?”
“한 명은. 서현이라는 여자 제자. 아주 재능 있는 아이였어. 나는 그 아이의 작품이 가장 탐났어. 그래서 가장 많이 가져갔어. 그 아이가 뛰어난 작품 세 점을 더 만들었을 때, 나는 그걸 본 다음 날 바로 그 아이를 찾아갔어.”
“뭐라고 했어요?”
“’미안하다’고 했어. 그리고 그 세 점을 내가 사겠다고 했어. 내 이름으로 전시할 수 없으니까, 그 대신 돈을 줄 테니까 내가 개인적으로 소유하게 해달라고.”
은서가 드디어 그를 봤다. 민준이의 옆 얼굴이었다. 저녁빛에 젖어 있었다.
“그 아이는 뭐라고 했어?”
“’당신은 도예가가 아니라 도둑이다’라고 했어. 그리고 내 제자를 그만뒀어. 다른 제자들도 하나둘 떠났어. 그들이 전시회 개막식에 간 건 자기들 작품이 어떻게 평가받는지 보기 위함이었어. 그리고 자기들이 만든 걸 내 이름으로 팔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그가 목을 가다듬었다.
“나는 공황 상태였어. 그래서 전시 사흘 전에 갤러리에 몰래 들어갔어. 밤 열 시쯤이었어. 그리고 내가 가져온 모든 작품을 깼어. 손으로 집어 던지고, 망치로 부수고… 정신이 들었을 땐 손가락에서 피가 났어.”
은서의 손이 민준이의 손 위로 갔다. 그의 손가락들을 봤다. 오른손 약지에 작은 흉터가 있었다. 그녀는 이전에 본 적이 없었나? 아니다. 있었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됐어?”
“갤러리 오너가 나를 고소했어. 재산 파괴죄.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내가 작품을 부순 이유가 나왔어. 그리고 제자들이 증언했어. 심지어 서현이도.”
“뭐라고?”
“’이 남자는 도둑이지만, 도둑보다는 비겁한 놈이다’라고 했어. 그 아이 말이 맞았어. 나는 도둑이었어. 그리고 그 도둑질을 감추기 위해 파괴를 선택했어. 그게 더 큰 죄였어.”
민준이가 일어섰다. 은서도 따라 일어났다.
“재판은 어떻게?”
“합의했어. 내가 모든 제자의 작품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각각에게 그들이 받아야 했을 판매 수익을 전부 배상했어. 그리고 갤러리 오너한테도 배상했어. 내 통장이 바닥났어. 그래서 서울에 있을 수 없었어. 모두가 날 알았어. 도예 커뮤니티는 작거든.”
그가 공방 문을 열었다. 내부가 어두웠다.
“그래서 여기 왔어. 하천리로. 여기서 누구도 날 알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강민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은서가 그를 따라 공방으로 들어갔다. 미약한 저녁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휠 옆에는 미완성의 도자기들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이제 그것들을 보는 방식이 달라졌다. 완성되지 않은 이유가 다른 것 같았다.
“그런데 왜… 지금 이 말을 해줘요?”
민준이가 그 불완전한 도자기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배 모양이었다. 반쯤 만들어진 배.
“왜냐하면… 넌 날 믿었거든.”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넌 내가 누구인지 묻지도 않았어. 내가 뭘 했는지도 묻지 않았어. 그냥… 내 손의 움직임을 봤어. 내 작품을 봤어. 나라는 사람을 봤어.”
은서는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넌 나를 믿었어. 나도 모르는 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내가 누구인지를 봤어. 근데 그건… 부정직한 거야. 너한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야.”
그가 배 모양의 도자기를 내려놨다.
“나는 다섯 해 동안 여기서 도자기를 만들었어. 매일. 미완성으로. 완성하지 못했어. 왜냐하면 내가 만드는 건 내 손으로 만드는 건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손으로 만드는 건가… 그걸 모르거든.”
은서가 처음으로 질문을 했다. 편집자의 질문. 텍스트를 읽는 사람의 질문.
“그럼 내가 왔을 때는? 나한테 만들어준 것들은?”
민준이가 돌아봤다. 그의 눈이 어두웠다.
“모두 내 손이었어. 그 이후로는 처음으로, 모두 내 손이었어.”
은서의 숨이 얕아졌다. 그 말의 무게를 느껴야 했다. 그것이 진실인지, 또 다른 거짓인지 판단해야 했다. 편집자로서, 사람으로서.
“왜 지금 말해줘요? 왜 지금?”
“왜냐하면…”
민준이가 그녀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넌 날 사랑하는 것 같아. 그리고 나는… 내가 날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 거짓 위에 세워진 사랑은, 봄이 되면 녹아내린다는 걸.”
은서는 뒤로 물러섰다. 공방의 벽이 등에 닿았다.
“이태오?”
“응.”
“당신은… 정말…”
“도둑이야. 그리고 도둑질을 감춘 파괴자야. 그리고 지난 오 년 동안 그걸 속죄하려고 했어. 하지만 속죄는… 혼자서는 불가능해.”
그가 손을 펼쳤다. 도자기를 빚는 손.
“그래서 나는 네게 모든 걸 말하고 싶어. 이대로 끝나기 전에. 넌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을 거야. 그리고 넌… 아마 날 떠날 거야.”
은서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떠난다.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그녀는 이미 한 번 떠났던 사람이었다. 서울을 떠났고, 그 이유도 거짓이었다. 아니다. 거짓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부도 아니었다.
“내 할머니는… 이 사건을 알아요?”
“응. 내가 여기 왔을 때부터 알았어. 너 할머니가 날 받아줬거든.”
은서가 앉았다. 공방의 마루에 그냥 앉았다.
“그럼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날 판단하지 않고 받아준 건, 너 할머니뿐이었거든. 그리고 나는 그 은혜를 잃고 싶지 않았어.”
민준이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하지만 닿지 않는 거리에.
“그리고 넌… 이 마을에 왔을 때, 이미 상처를 안고 있었어. 표절 사건. 그 일이 날 생각나게 했어. 그래서 난 넌 내 과거를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 넌 치유가 필요했지, 내 죄가 필요한 게 아니었어.”
은서는 눈물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몸이 반응을 거부했다. 거부, 또는 이미 준비되어 있음.
“근데 지금은?”
“지금은 넌 내가 아닌 누군가처럼 보여. 그리고 나는… 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공방은 점점 어두워졌다. 저녁이 밤으로 변하고 있었다. 은서는 이 어둠이 필요했다. 이 어둠 속에서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신은 지금도… 거짓을 하고 있는 건가요?”
“뭐?”
“방금 말한 게. 다 진실인가요?”
민준이가 오랫동안 답하지 않았다.
“모르겠어. 나는 거짓을 잘해. 다섯 해 동안 증명했잖아. 그래서 나 자신도 모르겠어. 내가 지금 너한테 하는 말이 속죄인지, 또 다른 거짓인지.”
그의 목소리가 부서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내 손이 만든 도자기, 너한테 만들어준 것들, 그것들은… 거짓이 아니야. 그것들이 내가 말할 수 있는 모든 진실이야.”
은서가 일어섰다.
“난… 가야 해요.”
“응.”
“할머니한테 말씀해야 해요. 그리고… 생각해봐야 해요.”
“응.”
“당신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지금 말한 게 진실인지, 아니면…”
그녀는 문장을 끝내지 않았다. 민준이도 끝내길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공방을 나올 때, 은서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뒤돌아보면 약할 것 같았다. 아니면, 다시 돌아갈 것 같았다.
강변 둑길은 밤이 되어 있었다. 별이 나와 있었다. 봄 하늘에는 별이 희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들은 빛나고 있었다. 거짓 빛인지, 진실 빛인지 분간할 수 없이.
은서는 걸었다. 할머니 댁으로. 그 길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그리고 너무 짧게도 느껴졌다. 도착했을 때, 할머니는 현관에 앉아 있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 애가 말했냐?”
할머니의 첫 말이었다.
“네.”
“뭐라고?”
“이름이… 이태오라고.”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내가 말해줄까?”
은서가 앉았다. 할머니 옆에.
“그 애는 다섯 해 전에 여기 왔어. 무너져 있었어. 도둑이라고 불렸고, 도둑이 되길 거부했어. 그 둘 사이에서 무너져 있었어. 그래서 난 그 애한테 물었어. ‘이름을 바꿀래?’라고. 그리고 그 애는 그랬어. ‘어떻게요?’라고. 그래서 난 말했어. ‘강물이 굽이치는 곳에서, 새로운 이름을 가지고 다시 시작해봐’라고.”
할머니의 손이 은서의 손을 잡았다.
“그 애가 만든 도자기들, 넌 봤지? 그건 거짓이 아니야. 그건 속죄야. 매일매일의 속죄야.”
“그런데 할머니는… 왜 말해주지 않으셨어요?”
“왜냐하면 넌 도망치려고 했거든. 진실 따위는 필요 없고, 평온만 필요했어. 그래서 난 그 애한테도, 넌 이 진실을 말하지 말라고 했어. 까짓 거짓 하나쯤은 치유하는 데 방해가 안 될 거라고.”
은서가 울었다. 이제야 울음이 나왔다.
“그럼 지금은 왜… 말했어요?”
“왜냐하면 거짓도 결국 봄이 오면 녹아내린다고 했잖아. 그 애가 말한 대로. 그리고 넌 더 이상 도망치지 않으니까. 이제는 그 애의 진실을 들을 준비가 됐어.”
할머니가 은서의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넌 판단해야 해. 이태오가 이야기한 거 말이야. 그리고 그 판단은… 너 혼자 해야 해. 내가 해줄 수 없어. 아무도 해줄 수 없어.”
밤이 깊어졌다. 마을의 불빛들이 하나둘 꺼졌다. 강물은 계속 흘렀다. 그것이 변한 것이 없었다. 변한 것은 은서였다. 그리고 그 변화가 어느 방향으로 흐를 것인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은서는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밤 열 시였다. 그녀는 창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잠도 자지 않았다. 새벽 두 시가 될 때까지, 그녀는 벽을 보고만 있었다. 그 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에는 너무 많은 것이 있었다.
강물은 여전히 흘렀다. 굽이치면서. 그리고 은서도 그 굽이침 안에 있었다.
은서는 할머니 댁을 벗어나며 마치 새벽의 공기를 맞으며 깨어난 것 같았다. 강변 둑길을 따라 걸으며, 그녀는 별빛 아래서 자신을 다시 찾아보기 시작했다. 할머니의 말은 그녀에게 깊은 충격을 주었지만, 동시에 그녀를 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할머니의 첫 말, “그 애가 말했냐?”는 은서에게 기억의 자물쇠를 열어주는 열쇠였다. 그녀는 그 애, 이태오가 말한 이름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할머니가 그 이름에 대해 말해주었던 그 순간, 은서의 마음은 복잡한 감정의 물결로 흔들렸다.
할머니의 손이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은서는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身体적인 감각이 아니었다. 그것은 할머니의 사랑과 이해가 담긴 온기였다. 할머니의 말, “그 애가 만든 도자기들, 넌 봤지? 그건 거짓이 아니야. 그건 속죄야.”는 은서에게 새로운_truth를 알려주었다.
은서가 울었을 때, 그녀가 내뱉은 질문, “그런데 할머니는… 왜 말해주지 않으셨어요?”는 할머니에게 중요한 답을 요구했다. 할머니의回答, “왜냐하면 넌 도망치려고 했거든. 진실 따위는 필요 없고, 평온만 필요했어.”는 은서에게 자신의 심정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주었다.
은서의 울음은 이제야 터져 나왔다. 그녀는 오랫동안 감추었던 감정을 해방했다. 그리고 할머니의 토닥임은 그녀에게 안정을 주었다. 할머니의 말, “왜냐하면 거짓도 결국 봄이 오면 녹아내린다고 했잖아. 그 애가 말한 대로. 그리고 넌 더 이상 도망치지 않으니까. 이제는 그 애의 진실을 들을 준비가 됐어.”는 은서에게 새로운 시작을 예고했다.
밤이 깊어질수록, 은서의 마음은 더 깊어졌다. 그녀는 할머니의 말에 대한 의미를 곱씹었다. 그리고 이태오가 말한 진실을 자신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할머니의 말, “그리고 넌 판단해야 해. 이태오가 이야기한 거 말이야. 그리고 그 판단은… 너 혼자 해야 해. 내가 해줄 수 없어. 아무도 해줄 수 없어.”는 은서에게 책임감을 주었다.
은서가 자신의 방에 들어갔을 때, 그녀는 창을 열지 않았다. 그녀는 밤의 어둠과 단독으로 마주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는 벽을 보고만 있었다. 그 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에는 너무 많은 것이 있었다. 그녀는 할머니의 말, 이태오의 진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생각했다.
강물은 여전히 흘렀다. 굽이치면서. 그리고 은서도 그 굽이침 안에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예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을 살기로했다. 그리고 그녀는 할머니의 말, “거짓도 결국 봄이 오면 녹아내린다”를 기억했다. 그녀는 자신의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여정에서 자신을 발견하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