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의 굽이에서 – 제126화: 돌아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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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26화: 돌아올 준비

버스 창밖으로 봄이 사라지고, 초록색 들판이 펼쳐졌다. 은서는 손가락으로 창문을 가볍게 두드렸고, 휴대폰의 화면을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 거의 다 떨어진 배터리 표시가 화면을 채웠고, 카카오톡 대화창에는 민준이의 마지막 메시지가 이틀 전 오후 11시 47분에 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내일 뵐 수 있을까요?”

그 메시지를 읽었을 때, 은서는 한동안 아무것도 입력하지 못했다. 그저 화면을 바라보기만 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 편집사무실의 책상에 앉아 있으면서, 화면 속 민준이의 말 한마디가 자꾸 자꾸 생각나게 했다. 문자 하나가 온 세계를 바꾸는 일이 있다는 걸 이제 알았다.

버스는 서울을 떠난 지 3시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차창 밖의 풍경이 점점 초록색으로 변했다. 아파트 숲에서 시골 들판으로, 포장도로에서 시골길로, 사람들의 목소리에서 새들의 울음으로. 은서는 이 변화를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다. 마치 영화의 장면 전환처럼, 자신의 마음도 함께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옆자리에는 7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할머니는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뭔가를 자꾸만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은서는 그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다가, 그 봉지에서 풀 냄새가 난다는 걸 깨달았다. 나물이었다. 오일장에서 사온 쑥이나 냉이 같은 것. 은서는 하천리의 오복순 아주머니를 떠올렸다. 그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에 맴돌았다.

“아이고, 서울서 또 왔냐고! 얼굴이 더 밝아졌네, 정말. 그 공방 총각이 뭘 했냐고?”

은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복순 아주머니 앞에서는 아무것도 숨길 수 없었다. 그 할머니의 눈빛은 마치 엑스레이 같아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그 할머니가 자신이 숨기고 싶은 것을 정확히 꼬집어낼 때도 있었다는 점이었다.

서울로 돌아간 지 열흘째였다. 출판사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왔을 때, 은서는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다. 하지만 최종 검토를 거쳐 원고들이 책상 위에 쌓이기 시작했을 때, 그 익숙한 감각이 다시 살아났다. 글자 사이사이에서 음악처럼 흘러나오는 문체의 리듬, 단어 선택 하나하나에 담긴 작가의 성격, 문단과 문단 사이의 호흡. 그 모든 것을 읽으면서 자신의 손가락이 자동으로 펜을 집었다.

편집자.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이었다. 사람이 아니라 글을 통해 누군가와 만나는 것, 그 일이 자신을 가장 온전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일을 하고 있을 때도, 자신의 마음은 계속 다른 곳에 있었다.

은서는 휴대폰의 배터리가 1%가 되어가는 것을 보고, 충전기를 찾기 위해 가방을 뒤졌다. 충전기는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녀가 집어 올리려고 구부린 순간, 옆자리 할머니가 자신의 보조배터리를 내밀었다.

“여기 써, 얘. 여행 다닐 때 꼭 필요해.”

은서는 그 낡은 보조배터리를 받으며 감사 인사를 했다. 할머니는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이 자신의 외할머니 웃음과 비슷했다. 조용하고, 깊이 있고, 모든 것을 아는 듯한 웃음.

휴대폰이 다시 밝아졌을 때, 은서는 카카오톡을 열었다. 민준이의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내일 뵐 수 있을까요?” 그 메시지는 이미 둘째 날, 셋째 날로 넘어가 버렸다. 은서는 손가락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이 이미 버스 안에 앉아 있었으니까.

은서는 천천히 타이핑을 시작했다. 지웠다. 다시 썼다. 또 지웠다. 결국 그녀가 보낸 메시지는 아주 짧았다.

“오후 4시쯤 도착할 것 같아요.”

보낸 지 3분 후, 민준이의 답장이 왔다. 그 속도가 은서를 놀라게 했다. 마치 자신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알겠습니다. 공방에서 뵙겠습니다.”

은서는 휴대폰을 내렸다. 자신의 가슴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것은 불안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대감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이 자신을 얼마나 변했는지를 깨닫게 했다.

몇 개월 전, 자신은 쉬러 시골에 내려갔다. 번아웃을 치유하기 위해, 불면증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이 아직도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하지만 지금, 버스 안에 앉아 있는 자신은 그런 이유로 돌아가고 있지 않았다. 돌아갈 이유가 있었다. 사람이. 민준이가.

서울로 올라갔던 열흘간, 은서는 자신이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낮에는 편집자로서의 자신이 있었다. 원고를 읽고, 작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회의실에서 기획을 논의했다. 그 모든 것이 익숙하고, 편안하고, 자신이 잘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자신은 강변 둑길을 걷는 자신을 생각했다. 민준이의 공방에서 옆에 앉아 그가 흙을 만지는 것을 보는 자신을 생각했다. 할머니의 밥상을 앞에 두고, 된장찌개가 식기를 기다리면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자신을 생각했다. 그런 순간들이, 가장 큰 일들보다 더 크게 자신의 마음을 차지했다.

편집사무실의 책상에 앉아 있을 때, 자신의 손가락은 일을 했지만, 자신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메일을 읽으면서도, 자신은 민준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새벽 2시에 공방에 가서 일한다고 했던 그가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제는 정상적인 시간에 자고 일어날까. 자신이 없어서 그럴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그런 생각들이 자신을 조금씩 좀먹었다.

버스가 작은 읍을 지나가면서 속도를 낮췄다. 은서는 차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을 응시했다. 작은 시골 마을, 낡은 슈퍼마켓, 버스 정류장 옆의 편의점. 몇 명의 주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모두가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마치 시간이 이곳에서는 다르게 흐르는 것처럼.

은서는 자신이 서울에서 얼마나 빨리 움직였는지를 깨달았다. 계단을 뛰어내렸고, 지하철에 몸을 싣고, 회의실로 달려갔고,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모든 것이 빨랐다. 빠른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천리에서 배운 것은 달랐다. 느림도 능력이었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숨을 쉴 수 있는 공간, 누군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여유.

은서는 휴대폰을 들었다. 민준이와의 대화 기록을 다시 읽었다. 세 달 동안 나눈 메시지들이 화면을 채웠다. 대부분은 짧은 메시지들이었다. “밥 먹었어요?” “네, 먹었습니다.” 그런 식의 일상적인 교환들. 하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말하지 않은 것들이, 문자 사이의 침묵이, 그 침묵이 가장 큰 말이었다.

버스가 어느 지역을 지나가면서, 은서는 자신의 외할머니가 보낸 카카오톡을 다시 읽었다. 그것은 일주일 전이었다.

“은서, 언제 내려와? 나 혼자 밥이 싱겁네. 아, 그리고 그 공방 총각도 자꾸만 강변에서 보이던데, 혼자만 자꾸 왕복하더라. 뭘 기다리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은서는 그 메시지를 읽고 웃음이 나왔다. 할머니는 직설적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마치 자신보다 더 잘 아는 듯했다.

사실, 은서는 서울에 있으면서도 계속 하천리를 생각했다. 불이 꺼진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면서, 하천里的 할머니와의 대화, 민준이와의 대화, 강변 둑길을 걸으며 느꼈던 감각들이 기억에 떠올랐다. 그 모든 순간들이, 서울에서의 일상의 소음과 다른 의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이 이미 버스 안에 앉아 있었으니까.

은서는 천천히 타이핑을 시작했다. 지웠다. 다시 썼다. 또 지웠다. 결국 그녀가 보낸 메시지는 아주 짧았다.

“오후 4시쯤 도착할 것 같아요.”

보낸 지 3분 후, 민준이의 답장이 왔다. 그 속도가 은서를 놀라게 했다. 마치 자신의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알겠습니다. 공방에서 뵙겠습니다.”

은서는 휴대폰을 내렸다. 자신의 가슴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것은 불안감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대감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이 자신을 얼마나 변했는지를 깨닫게 했다.

몇 개월 전, 자신은 쉬러 시골에 내려갔다. 번아웃을 치유하기 위해. 불면증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이 아직도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하지만 지금, 버스 안에 앉아 있는 자신은 그런 이유로 돌아가고 있지 않았다. 돌아갈 이유가 있었다. 사람이. 민준이가.

서울로 올라갔던 열흘간, 은서는 자신이 두 개의 삶을 동시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낮에는 편집자로서의 자신이 있었다. 원고를 읽고, 작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회의실에서 기획을 논의했다. 그 모든 것이 익숙하고, 편안하고, 자신이 잘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자신은 강변 둑길을 걷는 자신을 생각했다. 민준이의 공방에서 옆에 앉아 그가 흙을 만지는 것을 보는 자신을 생각했다. 할머니의 밥상을 앞에 두고, 된장찌개가 식기를 기다리면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자신을 생각했다. 그런 순간들이, 가장 큰 일들보다 더 크게 자신의 마음을 차지했다.

편집사무실의 책상에 앉아 있을 때, 자신의 손가락은 일을 했지만, 자신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메일을 읽으면서도, 자신은 민준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새벽 2시에 공방에 가서 일한다고 했던 그가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제는 정상적인 시간에 자고 일어날까. 자신이 없어서 그럴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그런 생각들이 자신을 조금씩 좀먹었다.

버스가 작은 읍을 지나가면서 속도를 낮췄다. 은서는 차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을 응시했다. 작은 시골 마을. 낡은 슈퍼마켓. 버스 정류장 옆의 편의점. 몇 명의 주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모두가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마치 시간이 이곳에서는 다르게 흐르는 것처럼.

은서는 자신이 서울에서 얼마나 빨리 움직였는지를 깨달았다. 계단을 뛰어내렸고, 지하철에 몸을 싣고, 회의실로 달려갔고,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모든 것이 빨랐다. 빠른 것이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천리에서 배운 것은 달랐다. 느림도 능력이었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 숨을 쉴 수 있는 공간. 누군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여유.

은서는 휴대폰을 들었다. 민준이와의 대화 기록을 다시 읽었다. 세 달 동안 나눈 메시지들이 화면을 채웠다. 대부분은 짧은 메시지들이었다. “밥 먹었어요?” “네, 먹었습니다.” 그런 식의 일상적인 교환들. 하지만 그 속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말하지 않은 것들이. 문자 사이의 침묵이. 그 침묵이 가장 큰 말이었다.

버스가 어느 지역을 지나가면서, 은서는 자신의 외할머니가 보낸 카카오톡을 다시 읽었다. 그것은 일주일 전이었다.

“은서, 언제 내려와? 나 혼자 밥이 싱겁네. 아, 그리고 그 공방 총각도 자꾸만 강변에서 보이던데, 혼자만 자꾸 왕복하더라. 뭘 기다리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은서는 그 메시지를 읽고 웃음이 나왔다. 할머니는 직설적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마치 자신보다 더 잘 아는 듯했다.

사실, 은서는 서울에 있으면서도 계속 하천리를 생각했다. 불이 꺼진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면서. 새벽 3시, 4시가 되어도 잠이 오지 않을 때. 그럴 때마다 자신은 강변 둑길을 걷고 있었다. 민준이의 손이 자신의 손을 잡는 느낌을 상상했다. 그것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지만, 서울에서는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버스가 시골길로 접어들면서, 은서의 가슴이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이제 한 시간 정도 남았을 것이다. 하천리까지. 그리고 민준이가 기다리고 있는 공방까지.

은서는 휴대폰의 카메라를 켜서 자신의 얼굴을 비춰봤다.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 아마 버스 안의 형광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눈빛은 밝아 보였다. 서울에 있을 때와는 다른 종류의 밝기였다. 그것은 피곤함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기대감으로 인한 것이었다.

은서는 휴대폰을 내리고, 다시 창밖을 봤다. 버스가 어느 강을 건너고 있었다. 그것이 섬진강일까. 아니면 그 지류일까. 물은 봄의 햇빛 아래서 반짝이고 있었다. 물 위의 버드나무가 흔들렸다. 아직 초록이 완전하지 않은 초봄의 색깔이었다.

은서는 그 물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그리웠는지를 깨달았다. 이 풍경을. 이 속도를. 이 공기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함께 볼 누군가를.

옆자리 할머니가 다시 움직였다. 비닐봉지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은서에게 건넸다. 그것은 쌀 떡이었다. 손으로 만든 것 같은, 투박하지만 정성이 담긴 떡.

“여행 오래했냐고? 먹어. 에너지 필요해.”

은서는 그 떡을 받으며 고개를 숙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마움이 가슴에 찼다. 이것이 바로 하천리에서 배운 것이었다. 말 없는 배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랑. 할머니는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지만, 마치 자신의 할머니처럼 대했다.

은서는 떡을 물었다. 단맛이 혀에 퍼졌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신선했다. 마치 누군가의 손이 직접 만든 것처럼. 아, 그것이 바로 누군가의 손으로 만든 것이었다.

은서는 할머니를 바라봤다. 할머니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마치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버스가 어느 작은 역을 지나갔다. 은서는 시계를 봤다. 오후 3시 15분. 45분 정도 더 가면 도착할 것이다. 민준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공방에서 일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자신을 기다리면서 창밖을 보고 있을까. 아니면 강변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있을까.

은서는 손가락으로 휴대폰 화면을 두드렸다. 민준이에게 메시지를 보낼까 하다가, 그냥 두기로 했다. 이미 자신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다. 그저 도착하면 되는 것이다.

버스 안에는 고요함이 있었다. 엔진음과 바퀴가 도로에 닿는 소리. 그리고 가끔 누군가가 기침을 하는 소리. 은서는 눈을 감았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버스 안에서, 하천리로 가는 길에서, 자신의 심장이 이렇게 크게 뛰는 이 순간을.

서울에서는 자신의 심장이 이렇게 뛰지 않았다. 번아웃 상태에서는 심장도 둔해진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의 몸이 자신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처럼. 하지만 지금, 이 버스 안에서, 자신의 심장은 가장 또렷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은서는 눈을 떴다. 창밖의 풍경이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었다. 오일장이 서는 읍. 강변 카페. 작은 편의점. 모든 것이 자신을 맞이하려는 듯 반짝이고 있었다.

버스가 마지막 커브를 돌았다. 은서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제 정말 거의 다 왔다. 몇 분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자신은 민준이를 마주할 것이다. 그의 얼굴을 볼 것이다. 그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다.

은서는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옆자리 할머니가 말했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거지?”

은서는 할머니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할머니가 웃었다. 그 웃음이 전부를 말해주었다.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리고 축복하고 있다는 듯이.

“잘 가. 그리고 그 사람이 좋으면, 자꾸 왕복하지 말고 그냥 머물러. 왕복은 피곤해.”

은서는 할머니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하천리에서 자신이 배운 직설적인 조언. 그 말이 자신에게는 가장 큰 위로였다.

버스가 하천리 정류장에 도착했다. 은서는 일어나며 할머니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했다. 할머니는 손을 흔들었다. 마치 자신의 손녀딸을 배웅하는 듯이.

은서는 버스에서 내렸다. 봄의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그리고 자신은 알았다. 자신이 정말로 돌아왔다는 것을. 이것이 집이라는 것을. 이곳이, 이 마을이, 이 사람이, 자신의 집이라는 것을.

은서는 가방을 메고, 강변 둑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공방은 강 건너편이었다. 그곳에서 민준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더 이상 가지 않을 것이다. 서울로. 어디로든. 이곳이 자신의 집이 될 때까지.

창밖을 통해 보이던 강이, 이제는 자신의 눈 앞에 있었다. 물이 천천히 흘렀다. 마치 자신의 시간처럼. 느리고, 꾸준하고, 멈추지 않는.

은서는 강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멈췄다. 건너편의 공방이 보였다. 아직 멀었지만, 자신은 알았다. 그곳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거기 갈 것이라는 것을.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돌아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은 다르다. 그것을 은서는 이제 알았다. 돌아가는 길은 뒤를 향해 걷는 것이지만, 돌아오는 길은 앞을 향해 걷는 것이었다.

도로에 닿는 소리. 그리고 가끔 누군가가 기침을 하는 소리. 은서는 눈을 감았다.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버스 안에서, 하천리로 가는 길에서, 자신의 심장이 이렇게 크게 뛰는 이 순간을. 심장의 두근거림이 마치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울에서는 자신의 심장이 이렇게 뛰지 않았다. 번아웃 상태에서는 심장도 둔해진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의 몸이 자신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처럼. 하지만 지금, 이 버스 안에서, 자신의 심장은 가장 또렷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은서는 눈을 떴다. 창밖의 풍경이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었다. 오일장이 서는 읍. 강변 카페. 작은 편의점. 모든 것이 자신을 맞이하려는 듯 반짝이고 있었다. 창밖의 풍경이 점점 더 선명해지자, 은서의 마음에도 감정의 색채가 더해졌다. 기대와 설렘, 조금은 긴장하는 마음이 함께 뒤섞여 있었다.

버스가 마지막 커브를 돌았다. 은서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제 정말 거의 다 왔다. 몇 분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자신은 민준이를 마주할 것이다. 그의 얼굴을 볼 것이다. 그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다. 그 생각에 은서의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었다. 민준이의 웃는 얼굴이 떠올라서, 한순간 은서는 그微笑에 반사적으로 미소지었다.

은서는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옆자리 할머니가 말했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거지?”

은서는 할머니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할머니가 웃었다. 그 웃음이 전부를 말해주었다.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그리고 축복하고 있다는 듯이.

“잘 가. 그리고 그 사람이 좋으면, 자꾸 왕복하지 말고 그냥 머물러. 왕복은 피곤해.”

은서는 할머니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하천리에서 자신이 배운 직설적인 조언. 그 말이 자신에게는 가장 큰 위로였다. 할머니의 말에 은서는 마음을 추스르는 느낌을 받았다.

버스가 하천리 정류장에 도착했다. 은서는 일어나며 할머니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했다. 할머니는手を 흔들었다. 마치 자신의 손녀딸을 배웅하는 듯이. 은서는 버스에서 내렸다. 봄의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그리고 자신은 알았다. 자신이 정말로 돌아왔다는 것을. 이것이 집이라는 것을. 이곳이, 이 마을이, 이 사람이, 자신의 집이라는 것을.

은서는 가방을 메고, 강변 둑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공방은 강 건너편이었다. 그곳에서 민준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더 이상 가지 않을 것이다. 서울로. 어디로든. 이곳이 자신의 집이 될 때까지. 강변 둑길을 걷는 동안, 은서는 하천리의 풍경을 다시 한번 만끽했다. 강변의 나무들이 물속으로 비친 그림자, 강물이 내는 소리, 모든 것이 자신을 환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창밖을 통해 보이던 강이, 이제는 자신의 눈 앞에 있었다. 물이 천천히 흘렀다. 마치 자신의 시간처럼. 느리고, 꾸준하고, 멈추지 않는. 은서는 강변에 서서 한동안 강물을 바라봤다. 물을 바라보는 동안, 은서는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여기 왜 왔는지, 무엇을 찾으려고 하는지, 모두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은서는 강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멈췄다. 건너편의 공방이 보였다. 아직 멀었지만, 자신은 알았다. 그곳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이 거기 갈 것이라는 것을. 한 걸음, 또 한 걸음,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서의 심장은 더욱 빠르게 뛰었다. 자신이 곧 민준이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와 설렘이 더욱 커졌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은서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민준이를 만나기 위한 마지막 준비였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자신을 단단히 다잡았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강변의 풍경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공방이 보였다. 그리고 민준이가 보였다. 그 순간, 은서의 심장은 가장 빠르게 뛰었다. 돌아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은 다르다. 그것을 은서는 이제 알았다. 돌아가는 길은 뒤를 향해 걷는 것이지만, 돌아오는 길은 앞을 향해 걷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앞을 향해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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