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의 굽이에서 – 제75화: 강이 굽어지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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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5화: 강이 굽어지는 곳에서

할머니의 밥상 위에는 여름이 남긴 것들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다. 옥수수 수염 같은 들깨가루의 담담한 향, 토마토를 으깬 것처럼 붉은 고추장의 느린 발화, 그리고 새벽부터 끓인 육수에 떠 있는 미역 같은 시간의 섬세함. 은서는 숟가락을 들었다가 놨다. 들었다가 놨다. 음식의 맛과 향이 공기에 퍼져 나가고, 식히고 있던 밥이 식어가고 있었다. 밥 냄새가 가득한 방에서 은서는 할머니의 시선을 피했다.

“밥을 안 먹고 뭐 하냐.” 할머니가 부엌에서 나왔다. 손에는 여전히 물이 묻어 있었다. 물방울이 손가락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할머니는 은서를 바로 바라보지 않았다. 할머니의 시선이 은서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할머니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은서의 표정, 은서의 음식에 대한 관심, 은서의 모든 것을.

“먹고 있어요.” 은서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확실히 들렸다. 그러나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먹는 게 아니고 밥그릇을 바라보는 거여.” 할머니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러나 은서는 웃음이 나왔다. 뭔가 이상했다. 자신이 웃고 있다는 게 이상했다. 며칠 전까지는 웃을 수 없었다. 며칠 전까지는 강태오의 이름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손가락이 떨렸고, 밤중에 깼다. 그러나 지금은 웃고 있었다. 밥그릇을 바라보면서.

“강태오 아저씨가 왔었어.” 은서는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의 표정이 변했다. 눈꺼풀이 살짝 깜빡였고, 입꼬리가微微하게 올라갔다. 그러나 곧 표정을 고쳤다.

할머니가 식탁에 앉았다. 그녀의 무릎은 예전처럼 쉽게 펴지지 않았다. 은서는 그걸 봤다. 언제부터였을까. 할머니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게. 며칠 전일까, 아니면 몇 주 전일까. 은서는 자신이 얼마나 할머니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할머니의 노화가 느린 것이 아니었을까.

“응.” 은서의 목소리는 작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듣고 있었다.

“뭐라고 했어?” 할머니의 목소리는interested했다.

“… 모르겠어요.” 은서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화난 한숨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을 다시 꺼내는 한숨이었다. 할머니는 은서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의 손은 따뜻했다. 그리고 약했다. 그 약함이 은서를 깨웠다.

“그 사람 손이 떨려 있었어.” 할머니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러나 은서는 듣고 있었다.

“강태오 아저씨요?” 은서는 고개를 들었다. 할머니의 표정이 변했다. 눈꺼풀이 살짝 깜빡였고, 입꼬리가微微하게 올라갔다.

“응. 손이 떨리고 있었어. 마치 도자기를 굽다가 가마가 터질까봐 기다리는 사람처럼.” 할머니는 은서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너는 그 사람한테 뭘 해줬어?” 할머니의 목소리는 심각했다.

은서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이 뭘 말했는지, 뭘 약속했는지, 뭘 거절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은서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 침묵을 읽었다. 할머니는 항상 침묵을 읽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온 거야?” 할머니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러나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할머니가 밥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여전히 따뜻했다. 할머니는 천천히 씹었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은서는 할머니의 턱이 움직이는 것을 봤다. 그 턱이 예전만큼 단단하지 않다는 걸 봤다. 할머니의 노화가 느린 것이 아니었을까.

“너는 뭘 원해, 은서?” 할머니의 질문은 너무 컸다. 그 질문은 밥그릇을 뒤엎을 것 같은 크기였다. 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강태오를 원했을까. 아니면 강태오가 자신을 원하는 그 느낌을 원했을까. 아니면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잡고 “넌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걸 원했을까.

“할머니… 저 서울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은서의 목소리는 작았다. 그러나 할머니의 표정이 변했다. 할머니의 손이 멈췄다. 숟가락이 밥그릇에서 떨어졌다. 그 소리는 마루 위에 떨어진 도자기 같았다. 깨질 듯이 예민한 소리였다.

“왜?” 할머니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러나 은서는 대답할 수 없었다.

“일이… 있어요.” 은서의 목소리는 작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 단어를 입에 물고 있었다. 마치 그것이 쓸개즙 같은 맛이 나는 약초인 것처럼.

“일.” 할머니는 그 단어를 반복했다. 마치 그것이 은서에게 의미 있는 단어인 것처럼.

“그게… 3개월 전이에요.” 은서의 목소리는 작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는 일어났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마치 자신의 몸이 깨지기 쉬운 도자기라는 걸 아는 것처럼. 할머니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은서는 할머니가 자신을 외면하는 소리를 들었다. 물이 흐르는 소리. 그릇을 닦는 소리. 할머니가 바쁜 척 하는 소리들.

은서는 일어났다. 그리고 강변으로 나갔다.

강변의 둑길은 여름이 떠나고 초가을이 들어오고 있었다.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더 이상 피부에 들러붙지 않았다. 대신 등을 스쳐 지나갔다. 은서는 신발 끈을 조이지 않은 채로 걸었다. 걸으면서 자신이 뭘 말해야 할지 생각했다.

강태오에게. 아니, 강민준에게. 아니, 그냥 그에게.

그 사람이 하천리에 온 지 5년이 되었다고 했다. 5년을 도자기와 함께 보냈다고 했다. 그리고 5년 동안 누구와도 진지한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은서는 그제야 이해했다. 왜 그의 손이 떨렸는지. 왜 그가 밤중에 그녀의 집을 찾아왔는지. 왜 그가 자신의 과거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는지.

그는 공중에 몸을 던진 것이었다. 그리고 은서도 그 공중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둘 다 하강할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했다.

“강변에서 혼자 있으면 위험해.” 박도현의 목소리는 뒤에서 들렸다. 그가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피곤했다. 분교 선생님은 항상 피곤했다.

“괜찮아요.” 은서의 목소리는 작았다. 그러나 박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은 것처럼 보이는 게 제일 위험한 거 알잖아.” 박도현이 자전거에서 내렸다. “민준이 찾아오지 않았어?”

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사람 얼굴 봤어. 이 정도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 수준의 표정이야. 극작에서 나올 법한 절망의 얼굴 말이야. 그런데 넌 왜 피해?” 박도현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러나 은서는 고개를 들었다.

“피한 게 아니에요.” 은서의 목소리는 작았다. 그러나 박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뭐야?” 박도현의 목소리는interested했다.

은서는 강물을 봤다. 강물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이전과 똑같이. 이전과 다르게. 강물은 기억하지 않는다. 강물은 앞으로만 간다. 그래서 강물은 항상 같으면서 항상 다르다.

“서울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은서의 목소리는 작았다. 그러나 박도현의 표정이 변했다. 그의 자전거가 옆으로 쓰러졌다. 그는 그것을 일으키지 않았다.

“왜?” 박도현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러나 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일이… 있어요.” 은서의 목소리는 작았다. 그러나 박도현은 그의 얼굴을 찡그렸다.

“은서, 진짜?” 박도현의 목소리는 높았다. “넌 왜 사람들을 이렇게 해?”

“제가 뭘 한 거예요?” 은서의 목소리는 작았다. 그러나 박도현은 그의 손을 들어 올렸다.

“넌 여기 왔고, 분교를 도와줬고, 민준이를 깨웠고, 할머니 할매한테 웃음소리를 돌려줬어. 그리고 이제 가?” 박도현의 목소리는 높았다. “그게 공정한 거야?”

은서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제가 가야 하는 이유가…” 은서의 목소리는 작았다. 그러나 박도현은 그의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뭐? 뭔데? 돈? 일? 자존심?” 박도현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러나 은서는 고개를 저었다.

“은서, 나도 알아. 넌 서울에서 뭔가 잃었어. 넌 거기서 상처를 받았어. 그런데 여긴 약국이 아니야. 여기는 시간이 느린 곳이지, 시간이 멈추는 곳이 아니야.” 박도현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러나 은서는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수민이가 어제 일기를 보여줬어. 첫 번째로 누구한테 보여준 일기. 넌 알아 그게 뭐라고 썼냐고?” 박도현의 목소리는interested했다.

은서는 그의 눈을 봤다. 그러나 박도현은 그의 말을 계속했다.

“’언니가 가면 강물도 흘러갈 거 같아’라고. 12살 애가. 12살 애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박도현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러나 은서는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강물을 바라보면서.

은서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수 없었다. 자신이 뭘 말했는지, 뭘 약속했는지, 뭘 거절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은서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 침묵을 읽었다. 할머니는 항상 침묵을 읽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온 거야?”

“네.”

할머니가 밥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여전히 따뜻했다. 할머니는 천천히 씹었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은서는 할머니의 턱이 움직이는 것을 봤다. 그 턱이 예전만큼 단단하지 않다는 걸 봤다.

“너는 뭘 원해, 은서?”

그 질문은 너무 컸다. 그 질문은 밥그릇을 뒤엎을 것 같은 크기였다. 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강태오를 원했을까. 아니면 강태오가 자신을 원하는 그 느낌을 원했을까. 아니면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잡고 “넌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걸 원했을까.

“할머니… 저 서울로 가야 할 것 같아요.”

할머니의 손이 멈췄다. 숟가락이 밥그릇에서 떨어졌다. 그 소리는 마루 위에 떨어진 도자기 같았다. 깨질 듯이 예민한 소리였다.

“왜?”

“일이… 있어요.”

“일.”

할머니가 그 단어를 입에 물고 있었다. 마치 그것이 쓸개즙 같은 맛이 나는 약초인 것처럼. “일이 뭔데. 너는 쉬러 온 거 아니야?”

“그게… 3개월 전이에요.”

할머니는 일어났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마치 자신의 몸이 깨지기 쉬운 도자기라는 걸 아는 것처럼. 할머니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은서는 할머니가 자신을 외면하는 소리를 들었다. 물이 흐르는 소리. 그릇을 닦는 소리. 할머니가 바쁜 척 하는 소리들.

은서는 일어났다. 그리고 강변으로 나갔다.


강변의 둑길은 여름이 떠나고 초가을이 들어오고 있었다.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더 이상 피부에 들러붙지 않았다. 대신 등을 스쳐 지나갔다. 은서는 신발 끈을 조이지 않은 채로 걸었다. 걸으면서 자신이 뭘 말해야 할지 생각했다.

강태오에게. 아니, 강민준에게. 아니, 그냥 그에게.

그 사람이 하천리에 온 지 5년이 되었다고 했다. 5년을 도자기와 함께 보냈다고 했다. 그리고 5년 동안 누구와도 진지한 대화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은서는 그제야 이해했다. 왜 그의 손이 떨렸는지. 왜 그가 밤중에 그녀의 집을 찾아왔는지. 왜 그가 자신의 과거를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는지.

그는 공중에 몸을 던진 것이었다. 그리고 은서도 그 공중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둘 다 하강할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했다.

“강변에서 혼자 있으면 위험해.”

은서는 몸을 날렸다. 박도현이 자전거를 타고 나타났다. 그의 얼굴은 피곤했다. 분교 선생님은 항상 피곤했다.

“괜찮아요.”

“괜찮은 것처럼 보이는 게 제일 위험한 거 알잖아.” 박도현이 자전거에서 내렸다. “민준이 찾아오지 않았어?”

은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사람 얼굴 봤어. 이 정도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 수준의 표정이야. 극작에서 나올 법한 절망의 얼굴 말이야. 그런데 넌 왜 피해?”

“피한 게 아니에요.”

“그럼 뭐야?”

은서는 강물을 봤다. 강물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이전과 똑같이. 이전과 다르게. 강물은 기억하지 않는다. 강물은 앞으로만 간다. 그래서 강물은 항상 같으면서 항상 다르다.

“서울로 가야 할 것 같아요.”

박도현의 자전거가 옆으로 쓰러졌다. 그는 그것을 일으키지 않았다.

“왜?”

“일이… 있어요.”

“은서, 진짜?” 박도현이 은서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정말로 피곤했다. “넌 왜 사람들을 이렇게 해?”

“제가 뭘 한 거예요?”

“넌 여기 왔고, 분교를 도와줬고, 민준이를 깨웠고, 할머니 할매한테 웃음소리를 돌려줬어. 그리고 이제 가?” 박도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게 공정한 거야?”

“제가 가야 하는 이유가…”

“뭐? 뭔데? 돈? 일? 자존심?” 박도현이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은서, 나도 알아. 넌 서울에서 뭔가 잃었어. 넌 거기서 상처를 받았어. 그런데 여긴 약국이 아니야. 여기는 시간이 느린 곳이지, 시간이 멈추는 곳이 아니야.”

은서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수민이가 어제 일기를 보여줬어. 첫 번째로 누구한테 보여준 일기. 넌 알아 그게 뭐라고 썼냐고?”

은서는 고개를 저었다.

“’언니가 가면 강물도 흘러갈 거 같아’라고. 12살 애가. 12살 애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박도현이 강물을 봤다. “그 애는 넌 강물 같은 줄 알아. 계속 흐르고, 계속 변하고, 그래서 여기 머물 수 있는 줄 알았어.”

은서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미안해요.”

“미안한 건 상관없어. 미안한 게 아니라 선택을 해야 해.” 박도현이 자전거를 집어 들었다. “너는 여기에 남을 건가, 아니면 갈 건가. 그런데 그 선택을 할 때 한 가지만 기억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그리고 지금도 기다리고 있어.”

박도현은 자전거를 타고 떠났다. 은서는 그의 뒷모습을 봤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박도현도 혼자라는 걸. 박도현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아마 분교의 폐교를 기다리지 않기 위해 매일 그 자전거를 타고 있을 거라는 걸.

강변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저녁이 오고 있었다. 은서는 집으로 돌아갔다.


할머니는 마루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바늘과 실이 들려 있었다. 옛날 방식의 바느질. 할머니는 은서의 옷을 수선하고 있었다. 그 옷은 은서가 서울에서 입던 옷이었다. 검은색. 정장. 다 떨어진 소매.

“할머니…”

“앉아.”

은서는 할머니 옆에 앉았다. 할머니는 바늘을 놀렸다. 톡톡톡. 리듬이 있었다. 심장처럼. 아니, 시계처럼. 할머니의 바느질은 시간을 재고 있었다.

“서울에서 뭘 하려고 가?”

“일을 찾아야 해요.”

“일.”

할머니가 다시 그 단어를 입에 물었다. 이번엔 쓸개즙 같지 않았다. 이번엔 약간 슬픈 맛이었다.

“서울에 가면 편집자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전 회사에서 제 복직을 제안했어요. 이미 배경 조사도 끝났고, 기사도 나왔고…”

“너는 뭘 하고 싶어?”

은서는 침묵했다.

“편집자 일을 하고 싶어? 아니면 너를 편집자라고 불리는 게 편해서 가?”

“… 모르겠어요.”

할머니의 바늘이 멈췄다. 할머니는 은서를 봤다. 정말로 봤다. 눈을 맞췄다. 그 눈에는 3개월이 담겨 있었다. 은서가 하천리에서 보낸 모든 시간이 담겨 있었다.

“강태오 그 사람이 뭘 했는데?”

“뭘 했다기보다… 저한테 제 과거를 얘기했어요.”

“응.”

“그리고 저도 제 과거를 얘기했어요.”

“응.”

“그리고…”

“뭐?”

은서는 그 순간을 떠올렸다. 공방의 그 순간. 강태오가 자신의 손을 잡았던 순간. 그가 자신의 눈을 봤던 순간.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순간.

“그리고 뭘 말해야 할지 몰랐어요.”

할머니의 바늘이 다시 움직였다. 톡톡톡. 하지만 이번엔 다른 리듬이었다. 더 빠르고, 더 단단했다. 할머니는 은서의 옷을 재빨리 수선하고 있었다. 마치 그 옷을 입을 날이 내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 사람이 하는 말 들었어?”

“네.”

“그럼 넌 뭘 해줄 건데?”

은서는 대답할 수 없었다.

할머니가 바늘을 잠깐 멈췄다. 그리고 은서를 다시 봤다. “넌 지금까지 뭘 해온 거야? 여기서, 이 3개월 동안.”

“… 쉬었어요.”

“쉬는 거 맞아. 그런데 쉬는 게 다 아니야. 쉬는 동안 너는 다른 사람들도 봤어. 너는 그들의 삶도 봤어. 그리고 그들은 너를 봤어. 그들은 널 믿었어.” 할머니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주 작게, 하지만 분명하게. “그걸 이제 와서 내팽개칠 건가?”

“그게 아니에요.”

“그럼 뭔데?”

은서는 일어났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은 3개월 동안 그녀의 방이 되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감나무. 아직 초록색이던 감이 이제 노란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은서는 침대 밑에서 노트를 꺼냈다. 분교에서 수민이가 준 노트. 은서는 그 노트에 쓴 것들을 다시 읽었다. 처음엔 자신의 불면증을 기록했다. 새벽 3시에 깬 것. 새벽 4시에 생각한 것. 새벽 5시에 느낀 것.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노트의 내용이 바뀌었다.

‘할머니의 손. 따뜻하다. 왜 따뜻할까.’

‘강변을 걸었다.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었다. 강물도 누군가를 기다릴까.’

‘공방에서 강태오가 도자기를 굽는 것을 봤다. 그의 손이 떨렸다. 왜 떨릴까. 아, 그게 완벽함을 기다리는 떨림이구나.’

‘수민이가 일기를 읽어달라고 했다. 12살 아이가 쓴 글인데, 그게 내가 쓴 글보다 더 진짜 같았다.’

‘박도현이 자전거를 탔다. 그 자전거는 분교로 간다. 그는 6명의 아이들을 위해 매일 그 자전거를 탄다. 그리고 웃으며 말한다. “아직 안 됐어요”라고.’

‘강태오가 말했다. “나는 너를 믿고 싶어”라고. 내가 뭘 해줘야 할까.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은서는 마지막 페이지를 봤다. 오늘 아침에 쓴 글.

‘서울로 가야 한다. 그런데 왜 발이 안 떨어질까. 왜 가방을 못 싼 걸까. 왜 할머니 얼굴만 자꾸 떠올릴까.’

은서는 노트를 들고 다시 거실로 나갔다.

“할머니.”

할머니는 여전히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제가… 저는…”

할머니가 바늘을 놨다. 그리고 은서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하지만 이제 더 약해 보였다.

“너는 지금 뭘 원해? 진짜로. 게임처럼 이 문제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너는 뭘 원해?”

은서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만약 서울로 가면. 일을 다시 하면. 편집자로 돌아가면. 그러면 뭘 얻을까. 자존심? 월급? 자신이 여전히 쓸모 있다는 증명?

그런데 만약 여기에 남으면.

할머니가 자신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은서는 눈을 떴다. 그리고 할머니를 봤다.

“할머니… 제가… 여기 있고 싶어요.”

할머니의 눈가가 젖었다. 아주 조용하게. 마치 강물이 스며드는 것처럼.

“그럼 그렇게 해. 그리고 그 사람한테 가서 말해. 넌 여기 있을 거라고. 넌 떠나지 않을 거라고.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물어봐. 그리고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들어줘. 침묵만으로는 못 들어.”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어났다.

“지금?”

“응. 지금. 강태오 그 사람도 뭘 해야 할지 몰라서 혼자 밤을 새고 있을 거야.”

은서는 신발을 신었다. 할머니가 옷을 건넸다. 수선이 끝난 옷.

“이거 입고 가.”

은서는 옷을 입었다. 그리고 강변으로 나갔다.


강태오의 공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새벽 같은 밤중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은서는 문을 열었다. 아무 말도 없이.

강태오는 도자기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는 은서를 봤다. 그리고 움직였다. 하지만 은서가 먼저 말했다.

“저 여기 있을 거예요.”

강태오의 손이 멈췄다.

“저는 서울로 안 가요. 저는 여기서 뭔가를 할 거예요. 제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여기 있을 거예요. 당신 곁에. 할머니 곁에. 분교 곁에. 이 강 곁에.”

강태오가 일어섰다.

“그리고 당신도 말해줘야 해요. 당신이 뭘 원하는지. 침묵만으로는 못 들어요. 저도 못 들어요.”

강태오는 은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나는 너를 원해.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계속 너를 원할 거야.”

은서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강물의 소리를 들었다. 강물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이제 그녀도 함께 흐를 수 있다는 걸 알면서.

강은 굽고 있었다. 계속.

할머니의 집에 도착한 은서는 정원에 앉아있는 할머니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할머니는 여전히 바느질을 하고 있었고, 은서의 등장에 고개를 들어 올리지 않았다. 은서는 할머니의 손이 아직도 바느질을 할 수 있는지 궁금했지만, 할머니의 손은 여전히 능숙하게 바늘을 놀리고 있었다.

“할머니,” 은서는 부드럽게 말했다.

할머니는 여전히 바느질을 하며 은서를 바라보지 않았다. 은서는 할머니의 눈이 조금 어둡고, 바늘을 놓지 않고 계속 바느질을 하는 것이 이상했다. 하지만 할머니의 손은 여전히 따뜻하고, 은서는 그 손에 안긴 느낌이 좋았다.

“제가… 저는…” 은서는 말하기 시작했지만, 할머니가 바늘을 놓고 은서의 손을 잡으려 하자 말을 멈췄다. 할머니의 손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따뜻하고, 은서는 그 손에 안긴 느낌이 좋았다.

“너는 지금 뭘 원해? 진짜로. 게임처럼 이 문제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너는 뭘 원해?” 할머니는 은서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은서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만약 서울로 가면, 일을 다시 하면, 편집자로 돌아가면, 그러면 뭘 얻을까? 자존심? 월급? 자신이 여전히 쓸모 있다는 증명?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은서는 눈을 감은 채로 강물의 소리를 들었다. 강물은 계속 흐르고 있었고, 그 소리는 은서에게 평화를 주었다.

그런데 만약 여기에 남으면? 은서는 눈을 떴다. 그리고 할머니를 봤다. 할머니의 눈가는 젖어있었고, 은서는 할머니의 눈에 보이는 애정을 느꼈다.

“할머니… 제가… 여기 있고 싶어요,” 은서는 말했다.

할머니의 눈가가 더 젖었고, 은서는 할머니의 눈에 보이는 사랑을 느꼈다. 할머니는 은서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그럼 그렇게 해. 그리고 그 사람한테 가서 말해. 넌 여기 있을 거라고. 넌 떠나지 않을 거라고.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물어봐. 그리고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들어줘. 침묵만으로는 못 들어,” 할머니는 은서에게 말했다.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어났다. 할머니가 옷을 건넸다. 수선이 끝난 옷. 은서는 옷을 입었다. 그리고 강변으로 나갔다.

강태오의 공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새벽 같은 밤중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은서는 문을 열었다. 아무 말도 없이. 강태오는 도자기 앞에 앉아 있었고,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는 은서를 봤다. 그리고 움직였다. 하지만 은서가 먼저 말했다.

“저 여기 있을 거예요.”

강태오의 손이 멈췄다. 은서는 강태오의 눈을 바라보았다. 강태오의 눈은 혼란스러웠고, 은서는 강태오의 눈을 더 자세히 보았다.

“저는 서울로 안 가요. 저는 여기서 뭔가를 할 거예요. 제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여기 있을 거예요. 당신 곁에. 할머니 곁에. 분교 곁에. 이 강 곁에,” 은서는 말했다.

강태오는 일어섰다. 그의 눈은 여전히 혼란스러웠지만, 은서는 강태오의 눈에 보이는 애정을 느꼈다.

“그리고 당신도 말해줘야 해요. 당신이 뭘 원하는지. 침묵만으로는 못 들어요. 저도 못 들어요,” 은서는 말했다.

강태오는 은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나는 너를 원해.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계속 너를 원할 거야,” 강태오는 말했다.

은서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강물의 소리를 들었다. 강물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이제 그녀도 함께 흐를 수 있다는 걸 알면서, 은서는 평화를 느꼈다. 강은 굽고 있었다. 계속. 은서는 강태오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강태오의 눈에 보이는愛情을 느꼈다.

“저도 당신을 원해요,” 은서는 말했다.

강태오는 은서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은서는 강태오의 품에 안긴 느낌이 좋았다. 강물의 소리는 계속 들려왔고, 은서는 평화를 느꼈다. 강은 굽고 있었다. 계속. 은서는 강태오와 함께 강물의 소리를 들으며 đứng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래를 약속했다.

날이 밝아오자, 은서는 강태오와 함께 할머니의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는 두 사람이 돌아오자 미소를 지었다.

“저희가 같이 있어요,” 은서는 말했다.

할머니는 은서와 강태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

“그럼 잘 지내,” 할머니는 말했다.

은서는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할머니의 눈을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은서는 말했다.

할머니는 은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은서의 눈을 바라보았다.

“너는 잘할 거야. 너는 행복할 거야,” 할머니는 말했다.

은서는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강태오와 함께 할머니의 집을 나왔다. 두 사람은 강변으로 걸었다. 그리고 강물의 소리를 들으며 미래를 약속했다. 강은 굽고 있었다. 계속. 은서는 강태오와 함께 강물의 소리를 들으며 đứng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한 미래를 그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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