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의 굽이에서 – 제8화: 흙 위의 손가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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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화: 흙 위의 손가락들

강민준의 공방 안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조용했다. 아니, 조용한 게 아니라 음향이 이상했다. 외부의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는 것처럼 느껴졌고, 공기 중에 묻어있는 고요함이 은서의 가슴을 때렸다. 벽은 두꺼운 흙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지붕은 낡은 목재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바닥은 단단하게 다진 흙이었다. 은서는 한 발 더 들어서면서 신발 밑에서 흙이 부스러지는 감각을 느꼈고, 그때 공방의 벽에서 나는 옛날 책향과 함께 목재의 상큼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이곳은 다른 세계였다. 서울의 출판사 건물처럼 에어컨 바람이 나오지도, 불빛이 가득하지도 않았다. 대신 햇빛과 열기, 그리고 무언가 구워지고 있다는 맛있는 냄새가 가득했다. 그 향은 은서의 허기를 자극했다.

강민준은 은서를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은서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아니라 평가가 담겨 있었다. 마치 그녀가 어떤 도자기 작품 같은 무언가를 측정하고 있는 것처럼. 은서는 그 시선을 느꼈고, 자신의 외모에 자동으로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흰색 캔버스 신발은 이미 흙으로 더러워져 있었고, 가디건의 소매는 강바람에 헝클어져 있었다. 서울에서는 이렇게 나돌아다니는 게 상상도 되지 않았다. 출판사에 가는 날이면 옷을 정확하게 다려서 입었고, 화장은 결코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그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은서는 그런 생각을 하며 바닥에 흙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차 마실래요?”

강민준이 갑자기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았다. 마치 이 공간의 고요함을 깨뜨리는 게 죄책감이라도 있는 것처럼.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거절하는 게 더 어색할 것 같았다. 강민준은 공방의 한쪽 구석으로 걸어갔다. 거기에는 낡은 전기포트와 몇 개의 찻잔이 있었다. 찻잔들은 모두 직접 만든 것 같았다. 표면이 매끄럽지 않았고, 색깔도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더 아름다웠다. 완벽하지 않은 것이 완벽한 것보다 더 매력적이라는 걸 은서는 처음 깨달았다. 강민준이 전기포트를 작동시키는 소리를 들으며, 은서는 그의 손이 어떻게 물건을 만지는지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작년에 만든 거고, 저건 지난달에 만든 거예요.”

강민준이 설명했다. 은서가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그는 자신이 만든 것들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의 말투에는 자랑이 없었다. 단지 사실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들 사이에는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작년, 지난달, 오늘. 은서는 그것을 읽었다. 편집자의 직업 본능이 다시 일어났다. 텍스트를 읽는 것. 그 사람이 말하지 않은 것을 읽는 것. 강민준은 천천히 만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 달에 몇 개 정도의 찻잔을 굽는다는 뜻이었다. 그것이 많은 건지 적은 건지는 은서도 모를 수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것이 그의 속도였다. 그의 손이 어떻게 천천히 흙을 단단하게 다지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은서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전기포트에서 물이 끓기 시작했다. 보글보글하는 소리가 공방을 채웠다. 강민준은 티백을 찻잔에 넣었다. 그것도 직접 만든 찻잔이었다. 색김은 옅은 녹색이었다. 마치 강물의 색김을 옮겨놓은 것처럼. 은서는 그것을 보면서 순간 이 사람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는지 상상해 봤다. 5년. 할머니가 말한 5년이라는 시간. 그 긴 시간을 서울에서 내려온 한 사람이 이 작은 공방에서 혼자 보냈다는 것. 그것이 은서의 마음을 건드렸다. 그녀는 강민준의 손이 어떻게 티백을 찻잔에 넣는지 보며, 그 손의 움직임이 마치 음악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오셨어요?”

강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약간의 다른 톤이 섞여 있었다. 아직도 낮고 조용했지만, 그 안에 호기심이 있었다.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가 말씀하셨어요. 강 건너 공방에 도자기 하는 사람이 있다고.”

강민준은 미소를 지었다. 아주 작은 미소였다.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것이 있었다. 은서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밝아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정순 할머니가 나한테 뭐라고 했어요?” 그의 질문은 호기심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할머니에게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은서는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잠깐 생각했다. 할머니의 정확한 말을 되풀이할까. “혼자 있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괜찮아 보인다”는 말. 하지만 그것을 직접 전달하는 건 너무 직설적이었다. 은서는 편집자다. 텍스트를 다루는 사람이다. 때로는 말을 조정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강민준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된 것을 느끼며, 은서는 더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좋은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마을 아이들한테 도자기를 가르쳐 준다고.”

은서가 대답했다. 그녀의 말에는 할머니의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강민준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조금 더 분명한 미소였다. 그는 찻잔에 끓인 물을 부었다. 수증기가 위로 올라갔다. 향기가 공방을 채웠다. 어떤 꽃의 향기였다. 은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그것이 이곳에서 나는 모든 냄새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 같았다. 그 향은 은서를 잠시 다른 세계로 데려가주었다.

“할머니한테 뭘 하시려고 왔어요?”

강민준이 물었다. 은서는 그 질문이 낯설었다. 보통 사람들은 “서울에서 뭘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직업, 지위, 성취. 그런 것들을 묻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강민준은 다르게 물었다. 할머니한테 뭘 하려고 왔냐는 것. 그것은 은서가 이곳에 온 이유를 직접 지목하고 있었다.

“쉬려고 왔어요.”

은서가 답했다. 그것은 의사 처방전에 적혀 있던 단어였다. “충분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휴식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병원 의사도, 회사 인사팀도, 할머니도. 모두가 은서가 이미 알고 있다고 가정했다. 휴식. 그 단어가 마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개념인 것처럼. 강민준의 시선이 자신에게 깊숙이 파고들었다.

“쉬는 게 쉽지 않아요.”

강민준이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단정이었다. 은서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멈췄다. 이 사람이 자신을 얼마나 빨리 이해했는지에 놀랐다. 그들은 이제 겨우 몇 분을 알고 있는 사이인데도. 강민준은 은서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판단적이지 않았다. 단지 확인하는 눈빛이었다. 마치 자신의 관찰이 맞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은서는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그의 손이 어떻게 찻잔을 들며 다가오는지 보았다.

강민준이 물었다. 은서는 그 질문이 낯설었다. 보통 사람들은 “서울에서 뭘 하셨어요?”라고 물었다. 직업, 지위, 성취. 그런 것들을 묻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강민준은 다르게 물었다. 할머니한테 뭘 하려고 왔냐는 것. 그것은 은서가 이곳에 온 이유를 직접 지목하고 있었다.

“쉬려고 왔어요.”

은서가 답했다. 그것은 의사 처방전에 적혀 있던 단어였다. “충분한 휴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휴식이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았다. 병원 의사도, 회사 인사팀도, 할머니도. 모두가 은서가 이미 알고 있다고 가정했다. 휴식. 그 단어가 마치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개념인 것처럼.

“쉬는 게 쉽지 않아요.”

강민준이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단정이었다. 은서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멈췄다. 이 사람이 자신을 얼마나 빨리 이해했는지에 놀랐다. 그들은 이제 겨우 몇 분을 알고 있는 사이인데도. 강민준은 은서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판단적이지 않았다. 단지 확인하는 눈빛이었다. 마치 자신의 관찰이 맞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네.”

은서가 조용히 대답했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었다. 강민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찻잔을 건넸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흙이 묻어 있었다. 아마 아까 작업을 하다가 은서가 들어온 것 같았다. 은서는 그 찻잔을 받았다. 손가락이 따뜻했다. 물론 찻잔이 뜨거워서이기도 했지만, 강민준의 손에서 남겨진 온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았다.

“여기 앉아요.”

강민준이 공방의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낡은 나무 의자가 있었다. 아마도 손수 만든 것 같았다. 색깔이 고르지 않았고, 한쪽 다리가 다른 다리보다 약간 짧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더 편안해 보였다. 완벽한 가구보다 이렇게 불완전한 것이 더 오래 사용하고 싶게 만드는 게 신기했다. 은서는 그 의자에 앉았다. 의자는 삐걱 소리를 냈다. 오래되었다는 신호였다.

강민준은 자신의 작업 테이블로 돌아갔다. 거기에는 회색 흙이 놓여 있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무언가였다. 모양이 불분명했다. 강민준은 그 흙을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은서는 그를 보았다. 그의 손가락들이 흙 위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움직였다. 마치 그 손가락들이 저절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처럼. 은서는 그것을 보면서 편집자 본능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 감탄. 순수한 감탄.

“이건 뭐예요?”

은서가 물었다. 강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계속 흙을 만졌다. 그의 손가락은 정확했다.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었다. 마치 이 흙이 원래 이 모양이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몇 분이 지났다. 은서는 그냥 보고 있었다. 강민준은 그냥 만들고 있었다. 그 사이에 어떤 대화도 필요하지 않았다. 공방의 조용함이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모르겠어요.”

강민준이 마침내 말했다. 은서는 놀랐다. “모르겠다”는 게 무슨 뜻일까. 아직 완성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뭘 만들려는지 모르는 걸까. 그의 손가락들이 계속 움직였다. 흙은 천천히 변했다. 모양이 조금씩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작은 그릇 같기도 했고, 작은 새 같기도 했다. 아니면 완전히 다른 무언가일 수도 있었다.

“손이 알아요. 어떤 모양이 되어야 하는지.”

강민준이 설명했다. 은서는 그것을 이해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해하려고 했다. 손이 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서울에서는 모든 것을 머리로 결정했다. 어떤 책을 출판할지, 어떤 글을 편집할지, 어떻게 살아갈지. 모두 머리가 결정했다. 하지만 여기서 강민준은 손으로 결정하고 있었다. 그것은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삶이었다.

“전 항상 결정해야 해요.”

은서가 갑자기 말했다. 그것은 자신이 해야 할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나온 말이었다. 강민준은 손을 멈추고 은서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이해가 담겨 있었다. “뭘 결정해요?” 그의 질문은 단순했다.

“모든 걸요.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어떤 글이 출판할 가치가 있는지, 누구를 믿을 수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은서의 말이 흘러나왔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말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곳의 공기가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았다. 강민준의 침묵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았다. 강민준은 다시 흙을 만지기 시작했다.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계속 만들었다.

“그리고 항상 틀려요.”

은서가 덧붙였다. 그 말이 진짜였다. 표절 사건. 자신이 믿었던 작가가 다른 작가의 글을 베꼈다는 것. 그것은 은서의 판단이 틀렸다는 뜻이었다. 4년을 함께 일했다. 그 작가의 원고를 읽고, 편집하고, 출판했다. 모든 과정을 함께했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의 충격. 그것은 단순히 직업적 실패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능력 전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강민준은 은서를 다시 바라봤다. 이번엔 아까와 다른 눈빛이었다. 동정이 아니었다. 그냥 함께하는 눈빛이었다. “손이 틀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손은 계속 만들어요. 다시.”

강민준의 말이 은서의 마음에 닿았다. 그것은 위로였다. 하지만 위로의 방식이 서울에서 받던 위로와 달랐다. “괜찮아, 더 노력해”, “다음엔 잘할 거야” 같은 말이 아니었다. 강민준은 단지 손이 계속 만든다고 말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몇 번 부수셨어요?”

은서가 물었다. 강민준은 손을 멈췄다. 그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은서는 자신이 민감한 질문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강민준은 대답했다. “많아요. 이거 보이세요?” 그는 공방의 한쪽 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작은 도자기 조각들이 쌓여 있었다. 깨진 것들이었다. 접시의 일부, 찻잔의 손잡이, 그릇의 밑바닥. 모두 불완전한 것들이었다.

“이게 다 부순 거예요?”

은서가 물었다. 강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 부순 건 아니고, 실패한 것들이에요. 완성되지 않은 것들. 모양이 잘못된 것들. 색이 마음에 안 드는 것들.”

은서는 그 조각들을 보았다. 깨진 것들이지만, 그것들도 아름다웠다. 불완전한 것들이지만, 그것들이 전체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었다. 강민준이 얼마나 많이 시도했는지, 얼마나 많이 실패했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만들었다는 것을.

“왜 버리지 않으세요?”

은서가 물었다. 강민준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아까보다 더 분명한 미소였다. “버리지 못해요. 이것들이 있어야 다음 것을 만들 수 있어요.”

은서는 그 말을 이해했다. 그것이 은서의 마음에 필요한 말이었다. 실패는 버려야 할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음을 위한 기초였다. 서울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실패는 숨겨야 할 것이었다. 빨리 잊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달랐다. 강민준은 자신의 실패를 벽에 붙여두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다음을 상상했다.

시간이 흘렀다. 은서는 찻잔을 들고 강민준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흙을 만지고 있었다. 손가락들이 계속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흙은 새로운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것은 작은 새였다. 날개를 펼친 새. 아니면 포옹하는 두 손일 수도 있었다. 은서는 정확하게 뭔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이 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할머니가 뭐라고 했어요? 제 얘기 말고.”

강민준이 갑자기 물었다. 은서는 생각했다. 할머니가 강민준에 대해 뭐라고 했는지. “마을 아이들한테 도자기를 가르쳐 준다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강민준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아이들이 좋아해요. 손으로 만드는 게.”

은서는 그것을 상상했다. 작은 아이들의 손가락들이 흙을 만지는 모습. 그들의 얼굴에 묻은 흙. 그들의 웃음소리. 아마도 이 공방에서는 은서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 많이 울렸을 것 같았다.

“저도 배우고 싶어요.”

은서가 말했다. 자신이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이미 나온 말이었다. 강민준은 흙에서 손을 떼고 은서를 바라봤다. “진심이에요?”

“네.”

은서가 대답했다. 그것은 진심이었다. 이 공방의 조용함에서, 강민준의 손가락들이 만드는 모양을 보면서, 자신도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책을 만드는 게 아니라, 뭔가 물질적인 것을. 자신의 손으로 만드는 무언가를.

“내일 오세요. 오전 10시에.”

강민준이 말했다. 그것은 초대였다.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공방을 나가면서, 은서는 뒤돌아봤다. 강민준은 이미 다시 흙을 만지고 있었다. 손가락들이 계속 움직였다. 그리고 은서는 깨달았다. 이 사람은 끝내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항상 만들고, 항상 시도하고, 항상 계속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강변 둑길로 나가면서, 은서는 자신의 손가락들을 봤다. 편집자의 손가락들. 항상 펜을 들고, 항상 원고를 수정했던 손가락들. 하지만 내일은 다를 것 같았다. 내일은 이 손가락들이 흙을 만질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만들지는 아직 모르지만, 어쨌든 만들 것이었다.

강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그것도 멈추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은서는 그것을 보면서 생각했다. 강물처럼 계속 흘러가면 되는 거 아닐까. 완벽하게 도착하지 않아도, 정확하게 목표에 도달하지 않아도, 그냥 계속 흘러가면 되는 거 아닐까.

집에 돌아갔을 때, 할머니는 밥을 준비하고 있었다. 된장찌개가 냄비에서 보글거렸다. 할머니는 은서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강민준이가 뭐라고 했냐?” 할머니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물었다.

“내일 오라고 했어요. 도자기를 배우라고.”

은서가 대답했다.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도 혼자 있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사람들을 가르쳐주네.” 할머니의 말에는 뭔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은서는 그것을 읽었다. 강민준도 처음엔 혼자였다는 것.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어쩌면 은서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

밥상에 앉으면서, 은서는 내일을 생각했다. 공방에서, 손가락으로, 흙을 만질 거다. 완벽하게 하지는 못할 거다. 아마 실패할 거다. 하지만 강민준처럼, 계속할 거다. 그리고 그것이 충분할 거다. 할머니의 된장찌개처럼, 완벽하지 않지만 온기 있는 것처럼.

“잘 먹겠습니다.”

은서가 말했다. 할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따라 할머니의 미소가 특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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