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의 굽이에서 – 제3화: 새벽 세 시, 눈이 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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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화: 새벽 세 시, 눈이 떠지다

밥알이 입 안에서 식어가는 동안, 은서는 할머니의 손을 바라봤다. 밥숟가락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손가락은 조금 굽어 있었고, 나이의 흔적이 보였다. 은서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아직도 젊고 긴 손가락이 눈에 띄었다. 편집자 손으로, 원고를 들고 문장을 수정하고, 이메일을 치고, 마우스를 쥐고. 하지만 손가락의 감각은 마비되어 있었고, 종이의 거칠기나 글씨의 굵기, 타이핑의 리듬을 느끼지 못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숟가락질을 왜 자꾸 안 해?” 할머니가 물었다. 은서는 깨어났다. 숟가락을 들었다. 뜨거운 된장찌개의 첫 숟가락이었다. 입 안이 따가워서 혀를 내밀었다. 할머니는 웃음을 내뱉었고, 그 웃음은 따뜻했다. 할머니는 입으로 후 하고 불어서 밥을 식혔다. 그 모습은 은서가 어린 시절에 본 할머니와 정확하게 같았다. 시간이 할머니를 변화시키지 못한 것 같았다. 할머니는 여전히 그렇게 밥을 식혀 먹는 사람이었다.

“손가락 끝 정도 데일 정도면 딱 좋은 온도라고 했잖아.” 할머니가 다시 말했다. 그것은 지적이 아니라, 은서를 놀리는 것에 가까웠다. 은서는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이번에는 조금 기다렸다가 먹었다. 여전히 뜨거웠지만, 입이 익숙해지고 있었다. 된장의 깊은 맛이 혀에 닿았다. 토마토와 호박과 두부. 그리고 무언가 더. 은서는 눈을 감고 그 맛을 분석하려 했다. 고추가루는 들어가지 않았고, 대신 가지런한 감칠맛이 있었다. 이것은 몇 시간을 끓인 국물이었다. 서울의 음식은 빨랐다. 배달 앱에서 주문하고 30분 안에 도착하는 음식들. 하지만 이 된장찌개는 다르게 느껴졌다. 이것은 시간이 들어 있는 음식이었다.

“좋냐?” 할머니가 물었다.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자신의 밥을 먹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침묵 속에서 밥을 먹었다. 그 침묵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할머니와 은서 사이에는 말이 필요 없었던 것 같았다. 또는 말을 할 수なかった 것 같았다. 은서는 4주 전부터 이곳으로 오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이 침묵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현실의 침묵은 상상보다 깊었다.

밥을 다 먹은 후, 할머니는 은서에게 방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은서는 짐을 들고 할머니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계단은 여전히 삐걱거렸다. 그 소리는 불편하기보다는, 마치 집이 살아 있다는 신호처럼 들렸다. 서울의 아파트는 절대로 소리를 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도, 문도, 창문도. 모든 것이 침묵했다. 하지만 이 집은 달랐다. 이 집은 말을 했다.

2층은 작았다. 복도가 거의 없었다. 문을 열면 바로 방이었다. 왼쪽과 오른쪽. 할머니는 왼쪽 문을 열었다. “여기 너 방.” 방은 생각보다 컸다. 창문이 하나 있었고, 그 창문으로는 마당의 감나무가 보였다. 침대는 없었다. 대신 요와 베개가 쌓여 있었다. 옷장도, 책상도 없었다. 그냥 빈 방이었다. 은서는 그 빈 공간을 보며 무언가 말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역시 침묵했다.

“짐 풀어. 저녁 먹을 시간까지 충분해.” 할머니가 방을 나가며 말했다. 은서는 혼자 남겨졌다. 그 순간, 처음으로 이곳이自己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아파트는 회사와의 거리, 출근 시간, 지하철 노선으로 선택된 공간이었다. 감정적 선택이 아니라, 효율성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방은 달랐다. 이 방은 할머니가 은서를 위해 비워둔 공간이었다. 은서는 짐을 방 한구석에 내려놓고, 침대처럼 보이는 요를 펼쳤다.

짐을 풀면서 은서는 자신이 얼마나 적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옷 몇 벌, 책 다섯 권, 노트북, 충전기. 그것이 전부였다. 편집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을 떠나면서 은서는 자신의 삶을 최소화했다. 필요 없는 것들을 모두 버렸다. 남은 것은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것들뿐이었다. 은서는 책을 방의 한구석에 쌓았다. 그 책들을 보니 어떤 패턴이 보였다. 모두 슬픈 책들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박완서, 은희경. 그들의 책들은 모두 어떤 상실을 다루고 있었다. 은서는 자신이 왜 이런 책들을 가져왔는지 생각해보려 했지만, 그 대답은 명확했다. 자신도 무언가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창문을 통해 마당의 감나무를 다시 봤다. 아직도 초록색이었다. 봄이 오는 길은 느렸다. 서울에서는 몇 주 사이에 계절이 바뀌었다. 패션도, 카페의 메뉴도, 사람들의 표정도. 모든 것이 빠르게 변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감나무가 여전히 초록색이었다. 그 감들이 주황색으로 변하려면 아직도 몇 달이 필요했다.

은서는 침대 위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천장은 오래된 목재로 되어 있었고, 물때와 먼지가 쌓여 있었다. 아무도 청소하지 않은 흔적이 보였다. 은서는 그 천장을 보면서 생각했다. 여기는 서울이 아니다. 여기는 다른 속도의 세계다. 여기서는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여기서는 감나무가 천천히 익어간다. 여기서는 마루가 삐걱거린다. 여기서는 할머니가 밥을 식혀 먹는다.

그 생각들 속에서 은서는 잠들었다. 서울에서 오던 날의 피로가 모두 쏟아져 나왔다. 몸이 침대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 그 느낌은 좋았다. 오랜 시간 동안 은서는 자신의 몸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 느껴본 적이 없었다. 서울에서는 항상 무언가가 자신을 누르고 있었다. 업무, 기한, 기대.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것들이 없었다. 그냥 침대가 있었고, 몸이 있었고, 천천히 숨을 쉬는 자신이 있었다.

그 숨소리가 은서를 잠의 경계로 이끌어갔다.

새벽 세 시. 은서의 눈이 떠졌다.

이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서울에서도 은서는 새벽 세 시에 깼다. 병원에서는 ‘불면증’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은서는 불면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불면증은 잠을 자고 싶은데 자지 못하는 것이었다. 은서는 다르게 느껴졌다. 은서는 깨어 있음으로써만 자신이 존재한다고 느껴졌다. 잠에 빠지면, 자신이 사라질 것 같았다. 그 두려움이 은서를 매일 밤 새벽 세 시에 깨웠다.

천장을 봤다. 어둠 속에서 천장이 보이지 않았지만, 은서는 천장의 형태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목재, 물때, 먼지. 그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마루 위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할머니의 침대? 할머니의 옷장? 은서는 일어났다. 침대에서 나왔다. 창문을 열었다. 밤의 공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차갑지만 부드러웠다.

마당의 감나무가 어둠 속에서 검은 형태로 보였다. 밤의 감나무. 그것은 낮의 감나무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였다. 마치 다른 세계의 나무처럼. 은서는 그 나무를 보면서 생각했다. 저 나무도 밤에는 눈을 뜨는 걸까. 저 나무도 새벽 세 시에 깰까. 은서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감나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은서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이것은 서울에서도 같았다.

천장을 봤다. 어둠 속에서 천장이 보이지 않았지만, 은서는 천장의 형태를 머릿속으로 그렸다. 목재, 물때, 먼지. 그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마루 위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할머니의 침대? 할머니의 옷장? 은서는 일어났다. 침대에서 나왔다. 창문을 열었다. 밤의 공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차갑지만 부드러웠다.

마당의 감나무가 어둠 속에서 검은 형태로 보였다. 밤의 감나무. 그것은 낮의 감나무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였다. 마치 다른 세계의 나무처럼. 은서는 그 나무를 보면서 생각했다. 저 나무도 밤에는 눈을 뜨는 걸까. 저 나무도 새벽 세 시에 깰까. 은서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감나무는 대답하지 않았다.

은서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이것은 서울에서도 같았다. 새벽 세 시에서 새벽 여섯 시까지, 은서는 항상 깨어 있었다. 그 시간들은 마치 다른 시간대인 것처럼 느껴졌다.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난, 은서만의 시간. 그 시간들 속에서 은서는 생각했다. 자신이 왜 이곳에 왔는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하지만 이 밤은 달랐다. 서울의 새벽은 도시의 소음이 있었다. 멀리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 위층의 발걸음 소리, 엘리베이터의 윙윙거림. 그 소리들은 은서를 더욱 깨어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침묵이었다. 완전한 침묵. 그 침묵 속에서 은서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었다. 혹은 자신의 숨소리를 들었다. 혹은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나오는 무언가를 들었다.

은서는 다시 일어났다. 이번에는 방을 나갔다.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은 밤에도 삐걱거렸다. 마치 은서가 걷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듯이. 1층에는 할머니의 라디오가 켜져 있었다. 매우 작은 볼륨으로. 라디오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밤의 라디오 프로그램. 은서는 그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 할머니의 곁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할머니도 밤에 깨어 있는 걸까. 아니면 라디오를 켜둔 채로 자는 걸까. 은서는 알 수 없었다.

거실로 나갔다. 거실의 창문으로는 강변 둑길이 보였다. 밤의 둑길. 그곳도 어둠에 싸여 있었다. 은서는 창문을 열었다. 강의 소리가 들렸다. 물이 흐르는 소리. 그 소리는 일정했다. 마치 기계적인 것처럼. 하지만 그 안에는 미세한 변화가 있었다. 물이 돌을 만나고, 물이 모래를 스쳐가고, 물이 물과 섞이면서 나오는 소리. 그 모든 소리가 합쳐져서 하나의 강의 소리가 되었다.

은서는 강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것은 명상과도 같았다. 서울에서는 은서가 명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 심호흡을 할 시간도, 자신의 마음을 들을 시간도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시간이 있었다. 시간이 남아돌았다. 은서는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몰랐다.

“밤에 깼냐?”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서는 깜짝 놀랐다. 뒤를 돌아봤다. 할머니가 거실 입구에 서 있었다. 흰 잠옷을 입고. 할머니도 깨어 있었던 것이다.

“네, 죄송합니다.” 은서가 말했다. 할머니는 손을 흔들었다. “뭐가 죄송해. 밤에 깨는 건 흔한 일이야.” 할머니는 거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은서 옆에 서서 창문 밖을 봤다. “강을 보고 있었냐?”

“네.”

“좋지?” 할머니가 물었다.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은 밤에 더 잘 들린다. 낮에는 다른 소리들이 많아서 못 들어. 하지만 밤에는… 밤에는 강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은서는 그 말을 이해했다. 강이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것. 그것은 시적이었지만, 동시에 매우 현실적이었다. 낮의 강과 밤의 강은 분명히 다른 존재였다. 마치 낮의 은서와 밤의 은서가 다른 것처럼.

“너도 밤에 깨는 타입이구나.” 할머니가 다시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관찰이었다. “서울에서도 그랬어?”

“네.”

“그럼 여기서도 그럴 거야. 시간이 바뀐다고 해서 습관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할머니는 거실의 라디오를 더 크게 켰다. 아직도 매우 작은 볼륨이었지만, 어딘가 의도적인 움직임이었다. “밤에 깼을 땐 라디오를 들어. 그게 제일 낫더라.”

은서는 그 말을 들었다. 할머니도 밤에 깨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밤에 깨는 것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의 일부라고 받아들인 것 같았다. 은서는 그 생각을 필요로 했다.

“밥은 먹을 거냐, 아니면 물이라도 마실 거냐?” 할머니가 물었다. 은서는 물을 마시겠다고 했다. 할머니는 주방으로 가서 물을 따라왔다. 찬물이었다. 밤의 냉장고에서 나온 찬물. 그 물을 마시면서 은서는 처음으로 이곳이 집처럼 느껴졌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곳이 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거실의 쇼파에 앉았다. 은서도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은 라디오를 들었다. 밤의 라디오 프로그램. 누군가의 사연, 누군가의 상담, 누군가의 목소리. 그 모든 것이 어둠 속에서 흘러나왔다. 은서는 그 목소리들을 들었다. 자신과 비슷한 누군가의 목소리들. 밤에 깨어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들.

새벽 네 시가 되었다. 새벽 다섯 시가 되었다. 은서는 어느 순간 졸음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할머니도 옆에서 살짝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둘 다 완전히 자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완전히 깨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 중간의 상태. 마치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것처럼.

할머니가 손을 뻗었다. 은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손의 온기가 은서에게 전해졌다. 말이 없었다. 할머니는 그냥 그렇게 앉아 있었다. 은서도 그렇게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라디오를 들었다. 강의 소리를 들었다. 밤의 소리를 들었다.

새벽 여섯 시. 창밖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검은색에서 남색으로, 남색에서 회색으로. 색이 변했다. 할머니가 일어났다. “밥을 하자.” 은서도 일어났다. 두 사람은 주방으로 들어갔다. 라디오는 여전히 켜져 있었다.

아침의 냄새가 방 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좋지?” 할머니가 물었다. 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은 밤에 더 잘 들린다. 낮에는 다른 소리들이 많아서 못 들어. 하지만 밤에는… 밤에는 강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 은서는 강이 흘러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강의 물결이 어둠 속에서 흐르는 소리가 마치 자신의 심장 소리가 된 것 같았다.

그 말을 이해했다. 강이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것. 그것은 시적이었지만, 동시에 매우 현실적이었다. 낮의 강과 밤의 강은 분명히 다른 존재였다. 마치 낮의 은서와 밤의 은서가 다른 것처럼. 은서는 낮에 밝고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밤에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밤의 은서는 낮의 은서와 다르게 보였지만, 실제로 둘 다 자신이었다.

“너도 밤에 깨는 타입이구나.” 할머니가 다시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관찰이었다. “서울에서도 그랬어?” 은서는 순간적인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할머니의 목소리는 따뜻했지만, 동시에은서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할머니도 밤에 깨어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서도 그럴 거야. 시간이 바뀐다고 해서 습관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할머니는 거실의 라디오를 더 크게 켰다. 아직도 매우 작은 볼륨이었지만, 어딘가 의도적인 움직임이었다. “밤에 깼을 땐 라디오를 들어. 그게 제일 낫더라.” 은서는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음악은 은서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마치 할머니의 목소리가 은서에게 위안을 주는 것처럼, 라디오의 음악도 은서에게 위안을 주었다.

은서는 그 말을 들었다. 할머니도 밤에 깨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밤에 깨는 것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의 일부라고 받아들인 것 같았다. 은서는 그 생각을 필요로 했다. 은서도 밤에 깨어 있는 것을병이라고 생각해서, 밤에 깨어 있는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의 말은 은서에게 새로운 시각을 주었다. 밤에 깨어 있는 것이 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밥은 먹을 거냐, 아니면 물이라도 마실 거냐?” 할머니가 물었다. 은서는 물을 마시겠다고 했다. 할머니는 주방으로 가서 물을 따라왔다. 찬물이었다. 밤의 냉장고에서 나온 찬물. 그 물을 마시면서 은서는 처음으로 이곳이 집처럼 느껴졌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곳이 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서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낯설고 불편했지만, 할머니와의 대화와 라디오의 음악이 은서에게 이곳이 집이라고 말하게 했다.

할머니는 거실의 쇼파에 앉았다. 은서도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은 라디오를 들었다. 밤의 라디오 프로그램. 누군가의 사연, 누군가의 상담, 누군가의 목소리. 그 모든 것이 어둠 속에서 흘러나왔다. 은서는 그 목소리들을 들었다. 자신과 비슷한 누군가의 목소리들. 밤에 깨어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들. 은서는 그 목소리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알았다. 밤에 깨어 있는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알았다.

새벽 네 시가 되었다. 새벽 다섯 시가 되었다. 은서는 어느 순간 졸음이 몰려오는 것을 느꼈다. 할머니도 옆에서 살짝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둘 다 완전히 자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완전히 깨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 중간의 상태. 마치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것처럼. 은서는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할머니와 함께 라디오를 듣고, 강의 소리를 듣고, 밤의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幸福했다.

할머니가 손을 뻗었다. 은서의 어깨에手を 올렸다. 그 손의 온気が 은서에게 전해졌다. 말이 없었다. 할머니는 그냥 그렇게 앉아 있었다. 은서도 그렇게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라디오를 들었다. 강의 소리를 들었다. 밤의 소리를 들었다. 은서는 할머니의 손을 통해 할머니의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은서는 할머니의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새벽 여섯 시. 창밖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검은색에서 남색으로, 남색에서 회색으로. 색이 변했다. 할머니가 일어났다. “밥을 하자.” 은서도 일어났다. 두 사람은 주방으로 들어갔다. 라디오는 여전히 켜져 있었다. 은서는 아침의 냄새를 맡고 있었다. 밥과 김치의 냄새가 방 안에 퍼져 나오고 있었다. 은서는 그 냄새를 맡고 행복했다. 할머니와 함께 아침을 먹을 수 있는 행복, 이곳이 집이라고 느낄 수 있는 행복.

은서는 주방에서 할머니를 도와 아침을 차렸다. 두 사람은 함께 밥을 지었고, 김치를 준비했다. 은서는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할머니와 함께 대화했다. 낮에 할머니가 할 일에 대해 spoke하고, 은서가 낮에 할 일에 대해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은서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할머니는 은서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침이 준비되었다. 은서는 할머니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두 사람은 함께 밥을 먹고, 김치를 먹었다. 은서는 아침의 맛을 느끼고 있었다. 밥과 김치의 맛이 은서의味覺을 자극했다. 은서는 맛있게 아침을 먹었다. 할머니도 같이 먹었다.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그들의 대화는 낮과 밤, 강과 라디오, 사랑과 행복에 대해이었다.

아침을 먹고 난 후, 은서는 방으로 돌아왔다. 은서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창밖은 이미 밝아져 있었다. 은서는 낮의 강을 볼 수 있었다. 강의 물결이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은서는 낮의 강을 보고, 낮의 은서가 되었다. 낮의 은서는 밤의 은서와 다르게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둘 다 자신이었다. 은서는 낮과 밤, 강과 라디오, 사랑과 행복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은서는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꼈다. 할머니와의 대화, 라디오의 음악, 강의 소리가 은서에게幸福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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