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제2막 – 제213화: 서명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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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3화: 서명의 무게

민준이 펜을 들었을 때, 그의 손가락은 이미 두들거리며 떨리고 있었다. 펜의 무게는 평소보다 한결 더 무거웠다. 아니, 펜이 무거워진 게 아니었다. 그의 손이 약해진 것이었다. 카페의 형광등 아래, 계약서의 마지막 페이지가 그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서명란. 검은 선. 비어 있는 공간. 그곳에 그의 이름을 써야 했다. 민준은 손에 땀이 찬 것을 느꼈고, 그 냄새가 그의 코를 찔렀다.

준호는 마주 보고 앉아 있었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얼굴의 근육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그것이 실제 얼굴이 아니라, 누군가 조각한 석상처럼. 그의 눈을 보면,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민준의 심장은 갑자기 빠르게 뛰었다. 그리고 그의 심장 소리만이 차단된 공간 속에서.echo처럼 울려 퍼졌다. 민준은 준호를 바라봤다. 준호의 눈은 어디를 보고 있었을까? 계약서를 보고 있었다. 아니, 계약서의 서명란을 보고 있었다. 민준의 손이 거기에 닿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없어.”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마치 기계음처럼. 민준은 그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심장이 역으로 뛰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없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민준은 알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그의 뇌裏에는 수많은 질문이 떠올랐지만, 모두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누가 죽었는지 말해주지 않으면 서명할 수 없어요.”

민준의 목소리는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크게 나왔다. 카페의 배경음악을 뚫고 나왔다. 주변의 사람들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민준은 그것을 느꼈다. 시선들. 그가 무언가 잘못된 것을 했다는 시선들. 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누가… 죽었어요?”

준호는 한숨을 쉬었다. 깊은 한숨이었다. 마치 그가 오랫동안 그 답변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의 어깨가 내려앉았고, 그의 손이 테이블 위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펜을 집어 들었다. 계약서의 다른 부분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소리만이 조용한 카페 속에서 또렷하게 들렸다.

“여기를 봐.”

준호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작은 글씨들이 있었다. 법률 용어들. 민준은 그것을 읽으려고 했지만, 글자가 떨렸다. 자신의 눈이 떨리는 건지, 아니면 종이가 떨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눈을 깜박였다. 다시 읽었다. 그의 눈앞에서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그 내용을 이해했다.

“당사자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본 계약의 내용을 제3자에게 공개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시…”

“이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물론이지.”

준호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다. 마치 민준이 당연한 것을 묻고 있다는 식으로. 민준은 그 톤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준호의 진짜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본 친절함, 따뜻함, 그 모든 것들은 연기였다. 이것이 가면 뒤의 얼굴이었다.

“그럼… 내가 서명하면, 나는 영원히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뜻이네요?”

“그렇지는 않아. 법적으로는 5년이야. 5년 동안 침묵하면, 그 이후로는 아무도 너를 고소할 수 없어.”

5년. 민준은 그 숫자를 되새겼다. 5년. 지금 27살인 자신이 32살이 될 때까지. 그 동안 이 비밀을 품고 살아야 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우리에게도, 준호에게도, 아무에게도. 그는 그 생각을 하며, 차가운 공기가 속으로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 내게 물어본다면?”

민준이 물었다.

“거짓말을 하는 거야. 넌 배우잖아.”

준호의 말이 민준의 가슴을 찔렀다. 배우. 맞다. 그는 배우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배우 인생은 거짓이 아니었다. 최소한,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카메라 앞에서는 거짓을 연기했지만, 카메라 밖에서는 진실을 살았다. 아니, 그것도 거짓이었나? 그도 지금까지 무언가를 감춰왔었다. 아버지의 죽음. 자신의 불안감. 자신의 외로움.

“내가 서명하면… 그 돈은 언제 받아요?”

민준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이 그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마치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는 돈을 받는 조건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침묵하는 인간이 되고 있었다. 그가 가장 혐오하던, 그 연예계의 더러운 거래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손은 펜을 잡고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있었던 것 같다.

“서명하는 즉시.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준호가 말했다. 그의 손이 테이블 아래로 움직였다. 그리고 올라왔을 때, 그의 손에는 검은색 수첩이 들려 있었다. 통장인 것 같았다. 아니, 그건 통장이 아니었다. 그건 신분증이나 여권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민준은 그것을 받지 않았다. 그저 바라보았다.

“이건?”

민준이 물었다.

“계좌 정보야. 너의 이름으로 된 새로운 계좌. 여기에 돈이 입금돼 있어. 너만 알 수 있게.”

준호가 그것을 민준 쪽으로 밀어 넣었다. 민준은 그것을 만지지 않았다. 그것을 만지는 것이 마치 계약을 체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펜 위에 있었다.

“나한테 왜 하는 거예요? 왜 나를 선택했어요?”

민준이 물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는 서명할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확신했다.

준호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닫았다. 다시 열었다. 그의 목구멍이 움직였다. 마치 그가 어려운 말을 하려고 하는 것처럼. 또는 거짓말을 하려고 하는 것처럼.

“넌… 내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부드러워졌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왜냐하면 민준은 이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부드러움이 거짓이라는 것을.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그의 목소리는 마치 차가운 바람처럼 민준의 마음을 식혔다.

“내가 누군가를 죽였다고 생각하세요?”

민준이 물었다. 이것은 추측이었다. 하지만 그 추측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왜 누군가의 죽음을 침묵해야 할까? 그는 다시 차가운 공기가 속으로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의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민준은 펜을 들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떨림을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떨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것이自己的 몸이 그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펜이 종이에 닿았다. 검은색 잉크가 흰 종이 위에 흘렀다. 그의 이름. 민준. 한글로 된 글씨들이 차례대로 나타났다. 민. 준.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서명이 완성되었을 때, 민준은 자신이 뭔가를 잃어버렸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도 그것은 자신의 일부였을 것이다. 그의 양심. 또는 그의 자유. 또는 단순히 시간. 그는 차가운 공기가 밀려드는 것을 느꼈고, 그의 심장은 한없이 빠르게 뛰었다. 그의 손은 펜을 놓았다. 이제 모든 것이 끝이었다.

준호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짜증이 섞여 있었다. 마치 민준이 당연한 것을 묻고 있다는 식으로. 민준은 그 톤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준호의 진짜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본 친절함, 따뜻함, 그 모든 것들은 연기였다. 이것이 가면 뒤의 얼굴이었다.

“그럼… 내가 서명하면, 나는 영원히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뜻이네요?”

“그렇지는 않아. 법적으로는 5년이야. 5년 동안 침묵하면, 그 이후로는 아무도 너를 고소할 수 없어.”

5년. 민준은 그 숫자를 되새겼다. 5년. 지금 27살인 자신이 32살이 될 때까지. 그 동안 이 비밀을 품고 살아야 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우리에게도, 준호에게도, 아무에게도.

“그리고 만약 누군가 내게 물어본다면?”

민준이 물었다.

“거짓말을 하는 거야. 넌 배우잖아.”

준호의 말이 민준의 가슴을 찔렀다. 배우. 맞다. 그는 배우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의 배우 인생은 거짓이 아니었다. 최소한,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카메라 앞에서는 거짓을 연기했지만, 카메라 밖에서는 진실을 살았다. 아니, 그것도 거짓이었나? 그도 지금까지 무언가를 감춰왔었다. 아버지의 죽음. 자신의 불안감. 자신의 외로움.

“내가 서명하면… 그 돈은 언제 받아요?”

민준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는 자신이 그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마치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는 돈을 받는 조건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침묵하는 인간이 되고 있었다. 그가 가장 혐오하던, 그 연예계의 더러운 거래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고 있었다.

“서명하는 즉시. 내가 가지고 있으니까.”

준호가 말했다. 그의 손이 테이블 아래로 움직였다. 그리고 올라왔을 때, 그의 손에는 검은색 수첩이 들려 있었다. 통장인 것 같았다. 아니, 그건 통장이 아니었다. 그건 신분증이나 여권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이건?”

민준이 물었다.

“계좌 정보야. 너의 이름으로 된 새로운 계좌. 여기에 돈이 입금돼 있어. 너만 알 수 있게.”

준호가 그것을 민준 쪽으로 밀어 넣었다. 민준은 그것을 만지지 않았다. 그것을 만지는 것이 마치 계약을 체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손가락은 여전히 펜 위에 있었다.

“나한테 왜 하는 거예요? 왜 나를 선택했어요?”

민준이 물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는 서명할 수 없었다.

준호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닫았다. 다시 열었다. 그의 목구멍이 움직였다. 마치 그가 어려운 말을 하려고 하는 것처럼. 또는 거짓말을 하려고 하는 것처럼.

“넌… 내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야.”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부드러워졌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왜냐하면 민준은 이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부드러움이 거짓이라는 것을.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내가 누군가를 죽였다고 생각하세요?”

민준이 물었다. 이것은 추측이었다. 하지만 그 추측이 맞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왜 누군가의 죽음을 침묵해야 할까?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침묵이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민준은 펜을 들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떨림을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떨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것이 자신의 몸이 그 순간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펜이 종이에 닿았다. 검은색 잉크가 흰 종이 위에 흘렀다. 그의 이름. 민준. 한글로 된 글씨들이 차례대로 나타났다. 민. 준.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서명이 완성되었을 때, 민준은 자신이 뭔가를 잃어버렸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마도 그것은 자신의 일부였을 것이다. 그의 양심. 또는 그의 자유. 또는 단순히 시간.

준호는 계약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검토했다. 그의 눈이 서명란에 닿았을 때, 그의 입가에 아주 가벼운 미소가 떠올랐다. 마치 그것이 그가 기대하던 결과라는 듯이.

“고마워.”

준호가 말했다.

“왜 자꾸 고마워라고 해요?”

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비어 있었다. 감정이 없었다.

“네가 날 도와줬으니까.”

준호가 대답했다.

“나는 당신을 도운 게 아니에요. 나는 당신과 같은 죄를 짓고 있는 거예요.”

민준이 말했다. 그 말이 나올 때,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의 입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처럼.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계약서를 가방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검은 수첩도 집어 넣었다.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적어도 이 카페에서의 대화는.

“이제 넷플릭스 촬영을 시작해야 해.”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전문적이었다. 마치 그들이 방금 무언가 중대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업무상 미팅을 한 것처럼.

“언제?”

민준이 물었다.

“내일 아침 6시. 강남 스튜디오.”

“그곳에서 뭘 하는 건가요?”

“스크립트 읽기. 그리고 첫 번째 신 촬영.”

강남 스튜디오. 민준은 그 장소를 떠올렸다. 그곳은 서울에서 가장 큰 촬영장 중 하나였다. 수백 명의 스태프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배우가 되어야 했다. 마치 방금 일어난 일이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 혹시 누군가 너에게 물어본다면…”

준호가 말했다.

“아무것도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죠.”

민준이 완성했다.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어났다. 카페의 바닥에서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그것은 매우 큰 소리였다. 주변의 사람들이 다시 그들을 바라봤다. 민준은 준호를 따라 일어났다. 그의 다리는 약간 불안정해 보였다. 마치 그 위에 선 자신의 몸이 여전히 카페의 의자 위에 앉아 있는 것처럼.

카페의 문을 나가면서, 민준은 뒤를 돌아봤다. 테이블 위에는 자신이 방금 서명한 계약서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아니, 없었다. 준호가 모두 가져갔다. 마치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바깥의 공기는 차갑고 신선했다. 하지만 민준은 그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의 피부는 마비된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몸이 아닌 것처럼.

“내일 아침 6시에 스튜디오에서 봐.”

준호가 말했다. 그는 이미 택시를 불러놓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휴대폰을 누르고 있었다. 매우 빠르게.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의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준호는 택시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 동안 그들은 말을 하지 않았다. 침묵이 그들 사이에 있었다. 그것은 계약서보다 더 무거웠다. 그것은 계약서보다 더 구속력이 있었다.

택시가 도착했다. 준호는 탔다. 그의 뒷모습이 창문에 비쳤다. 그것은 검은 실루엣이었다. 마치 그것이 진짜 인간이 아니라, 그림자인 것처럼.

민준은 택시가 사라질 때까지 섰다. 그 후에도 섰다. 그의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거리의 사람들이 그를 지나갔다. 그들은 그를 보지 않았다. 그는 투명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는 화면을 봤다. 우리였다. 우리로부터의 전화였다.

민준은 전화를 받았다.

“민준이?”

우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지금 어디 있어? 촬영 전에 만날 수 있을까?”

“못 할 것 같아요. 오늘은 좀…”

민준이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그는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만나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를 보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들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얼굴에 그것이 쓰여 있을 것 같았다.

“그래? 괜찮아. 그럼 촬영장에서 봐.”

우리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그것이 민준을 더 죄책감 있게 만들었다.

“네. 내일 아침에.”

민준이 말했다.

그리고 통화를 끊었다. 민준은 거리 한복판에 서 있었다. 강남역 근처. 주변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민준은 완전히 혼자였다. 그는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의 손가락이 무언가를 만졌다. 그것은 그의 주머니 속의 무언가였다. 그는 그것을 꺼냈다. 그것은 검은색 수첩이었다. 준호가 준 것이었다. 계좌 정보가 들어 있는. 2억 5천만 원이 들어 있는.

민준은 그것을 봤다. 그것은 플라스틱이었다. 차갑고 단단한 플라스틱. 그것을 들고 있는 자신의 손도 차갑고 단단해 보였다.

그는 수첩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어딘가로 가야 했다. 멈춰 있을 수 없었다. 멈춰 있으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깨닫게 될 것 같았다.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강남의 네온사인들이 켜지고 있었다. 빨강, 파랑, 노랑. 모든 색이 민준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손가락 끝을 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여전히 펜의 잉크가 남아 있었다.

그는 손을 씻어야 했다. 하지만 알았다. 아무리 씻어도, 그 잉크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것은 영구적인 것이었다. 마치 그의 이름 자체처럼.

다음날 아침 6시. 강남 스튜디오.

민준은 일찍 도착했다. 5시 45분. 스튜디오의 문이 막 열리고 있었다. 제작진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카메라, 조명, 음향 장비. 모든 것이 준비되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배우들이 있었다. 주연 배우들. 그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민준은 몰랐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연기하는지 몰랐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다. 더 이상.

우리가 나타났다. 그의 표정은 밝았다. 마치 어제 민준과의 통화가 없었던 것처럼.

“민준이! 좋은 아침!”

우리가 인사했다.

민준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진정한 미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배우의 미소였다. 그리고 이제, 그는 모든 것이 연기라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이.

제작진의 PD가 들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박미라였다. 그녀는 약 40대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눈은 매우 날카로웠다.

“모든 배우분들, 안녕하세요. 이제 스크립트 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박 PD가 말했다.

민준은 자신의 자리로 갔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스크립트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종이였다. 어제의 계약서처럼 차갑고 경직된 종이였다.

그는 읽기 시작했다.

“나는… 죽음을 보았습니다.”

그것이 그의 첫 번째 대사였다.

그리고 그 순간, 민준은 깨달았다. 이것이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이것이 그의 삶이라는 것을.


[12,847자]

에 서 있었다. 강남역 근처. 주변에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민준은 완전히 혼자였다. 그는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의 마음은 텅 빈 공간 같았고, 그의 생각은 끊임없이 회전하는 돌輪 같았다.

그의 손가락이 무언가를 만졌다. 그것은 그의 주머니 속의 무언가였다. 그는 그것을 꺼냈다. 그것은 검은색 수첩이었다. 준호가 준 것이었다. 계좌 정보가 들어 있는. 2억 5천만 원이 들어 있는. 민준은 그 수첩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어땠을까? 그 속에 있는 돈은 그의 삶을 바꿔줄까? 아니면 더 큰 고통을 가져다줄까?

민준은 그것을 봤다. 그것은 플라스틱이었다. 차갑고 단단한 플라스틱. 그것을 들고 있는 자신의 손도 차갑고 단단해 보였다. 그가 느낀 감정은 혼란스러웠다. 그는 그 돈을 가지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을 구할 수 있을까?

그는 수첩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어딘가로 가야 했다. 멈춰 있을 수 없었다. 멈춰 있으면,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깨닫게 될 것 같았다. 그의 발은 자동으로 움직였다. 그의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자신을 잃어버렸던 곳을 찾으려 하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강남의 네온사인들이 켜지고 있었다. 빨강, 파랑, 노랑. 모든 색이 민준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손가락 끝을 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여전히 펜의 잉크가 남아 있었다. 그는 그 잉크를 보면서 생각했다. 그 잉크는 그의 이름을 쓴 것이다. 그의 이름은 이제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하는가?” 그는 혼자 속으로 물었다. “나는 왜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가?” 그는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는 혼자였고, 그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손을 씻어야 했다. 하지만 알았다. 아무리 씻어도, 그 잉크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것은 영구적인 것이었다. 마치 그의 이름 자체처럼. 민준은 그 잉크를 생각하면서 괴로웠다. 그는 그 잉크를 물리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날 아침 6시. 강남 스튜디오. 민준은 일찍 도착했다. 5시 45분. 스튜디오의 문이 막 열리고 있었다. 제작진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카메라, 조명, 음향 장비. 모든 것이 준비되고 있었다. 민준은 그 장면을 보고 느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자신의 삶의 일부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거기에는 배우들이 있었다. 주연 배우들. 그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민준은 몰랐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연기하는지 몰랐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다. 더 이상. 그는 그 배우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알고 있고, 자신을 알지만, 민준은 아무 것도 모르는 채로 있었다.

우리가 나타났다. 그의 표정은 밝았다. 마치 어제 민준과의 통화가 없었던 것처럼. 민준은 우리를 보면서 느꼈다. 그는 우리가 자신을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가 자신을 알아줄 수 있을까?

“민준이! 좋은 아침!” 우리는 인사했다. 민준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진정한 미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배우의 미소였다. 그리고 이제, 그는 모든 것이 연기라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이. 그는 우리가 자신을 보는 눈을 보면서 느꼈다. 그는 우리가 자신을 볼 때, 자신이 누구인지 보는 것이었다.

제작진의 PD가 들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박미라였다. 그녀는 약 40대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눈은 매우 날카로웠다. 민준은 그녀를 보면서 느꼈다. 그녀는 자신을 볼 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

“모든 배우분들, 안녕하세요. 이제 스크립트 읽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박 PD가 말했다. 민준은 자신의 자리로 갔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스크립트를 집어 들었다. 그것은 종이였다. 어제의 계약서처럼 차갑고 경직된 종이였다. 민준은 그것을 보면서 느꼈다. 그는 이 스크립트를 읽어야 했다. 그는 이 역할을 연기해야 했다.

그는 읽기 시작했다. “나는… 죽음을 보았습니다.” 그것이 그의 첫 번째 대사였다. 민준은 그것을 읽으면서 느꼈다. 그는 이 대사로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가? 그는 이 대사로 무엇을 전달해야 하는가? 그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순간, 민준은 깨달았다. 이것이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는 것을. 이것이 그의 삶이라는 것을. 그는 이 스크립트를 읽으며, 자신의 삶을 연기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 대사를 말하며,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을 느꼈다. 민준은 그것을 알면서, 자신의 삶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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