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제2막 – 제108화: 손가락 위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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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8화: 손가락 위의 무게

민준이 피자를 놓았을 때, 손에 묻은 치즈는 이미 식어서 끈기를 잃고 있었다. 준호는 그 손을 자세히 봤다. 떨리지 않는 손. 굳혀있지도 않은 손. 단지 거기 있는 손. 그 손이 테이블 위에서 천천히 펴졌다.

“형이 나한테 뭘 원하는 건가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그 질문을 받으면서, 콜라 잔을 집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 동작 속에는 뭔가가 있었다. 자신이 말하려는 것을 정리하는 시간. 혹은 말하지 않으려는 것을 숨기는 시간.

“형이 너한테서 원하는 게 뭐냐고?”

준호가 되물었다.

“네.”

“형이 지금 너한테 원하는 건…”

준호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그 멈춤이 길어졌다. 5초. 10초. 15초. 형광등의 불빛 아래에서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있었고,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형이 원하는 건 너 자신이야.”

준호가 마침내 말했다.

“제 자신이요?”

민준이 되물었다.

“지금 이 순간의 너. 거짓을 말하지 않는 너. 거짓을 반복하면서 자신을 속이지 않는 너.”

준호가 계속했다.

“형은 지금 자신을 속이고 있어요.”

민준이 조용하게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진술이었다.

준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극도로 미세한 일그러짐이었지만, 민준은 그것을 봤다. 마치 어떤 내적인 고통이 표면으로 스며나오려고 하는 그 순간을.

“형은 지금…”

민준이 천천히 말했다.

“형 자신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 그 거짓을 계속하고 있는 거예요?”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피자 한 조각을 다시 집어 들었다. 먹을 생각은 없었다. 단지 손을 움직이기 위해서였다. 가만히 있지 않기 위해서였다.

“형이 어제 밤에 나한테 한 말이 다 거짓이었어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의 손가락이 피자 가장자리를 짚었다.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사이로 치즈가 흘러내렸다.

“다 거짓은 아니야.”

준호가 마침내 말했다.

“일부는 진실이고, 일부는 거짓이야.”

“어느 부분이 진실이고, 어느 부분이 거짓이에요?”

민준이 물었다.

“형이 너를 보고 싶었다는 것은 진실이야. 형이 너의 반지하를 보고 싶었다는 것도 진실이고. 형이 너의 천장의 곰팡이를 보고 싶었다는 것도 진실이야.”

준호가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형이 너를 구하고 싶었다는 것은 거짓일 수도 있어. 왜냐하면 형은 자신도 구하지 못했거든.”

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가슴 안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걸 느꼈다. 통증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어떤 인식. 준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 그것도 자신의 가장 벌거벗은 부분을 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숨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

“형이 형 자신을 구할 수 없다면…”

민준이 말했다.

“어떻게 나를 구해요?”

준호는 피자를 내려놓았다. 이번엔 손을 닦지 않았다. 치즈가 손가락에 묻은 채로 테이블 위에 놨다.

“형이 너를 구하는 게 아니야, 민준아.”

준호가 말했다.

“형이 너를 통해서 자신을 보려는 거야.”

“형 자신을 본다는 게 뭐예요?”

민준이 물었다.

“형이 할 수 있었던 선택들. 형이 했어야 했던 선택들. 형이 하지 않았던 선택들을 보는 거야.”

준호가 대답했다.

“너를 보면서, 형은 자신이 넌 다르길 바라는 거야. 형처럼 되지 않길.”

그 말이 피자 가게의 공기 속에 떠있었다. 형광등의 불빛 아래에서. 거리의 소음 위로. 민준은 그 말을 자신의 가슴 속에서 천천히 녹이기 시작했다.

“형은 지금…”

민준이 말했다.

“형은 지금 형 자신에 대해 거짓말하고 있는 거예요?”

준호는 한 번 더 창밖을 봤다. 신림로의 오전 11시. 학생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가방을 메고 이동하는 학생들. 카페에 들어가는 학생들. 도서관으로 향하는 학생들. 각각의 학생들이 자신의 거짓을 들고 걷고 있었다. 아무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형이 지금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니야. 형이 말하고 있는 건…”

준호가 천천히 말했다.

“형이 할 수 있었던 말이야.”

“할 수 있었던 말이요?”

민준이 되물었다.

“누군가에게. 어떤 순간에. 형이 자신의 입으로 할 수 있었던 말이야. 하지만 형은 하지 않았어.”

준호가 계속했다.

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준호의 얼굴을 다시 봤다. 아침의 면도와 샤워로 정리된 얼굴. 하지만 눈 아래의 다크서클은 여전했다. 그 다크서클 뒤로 뭔가가 있었다. 깊은 피로. 깊은 자조. 깊은 후회.

“그럼 형은 누구한테 그 말을 해야 했어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들어 올렸다. 테이블 위에서 천천히 들어올린 손. 치즈가 묻은 손. 그리고 그 손을 자신의 얼굴 앞에 놓았다. 마치 자신을 보지 않으려는 것처럼.

“형이…”

민준이 말했다.

“형은 형 자신을 보고 싶지 않아요?”

준호의 손이 내려왔다. 테이블 위로. 그리고 그 손은 민준의 손 옆에 놓였다. 닿지는 않았다. 단지 옆에 있었다. 거리는 10센티미터 정도였다. 하지만 그 거리 속에는 뭔가가 있었다. 다리려는 시도. 혹은 다리지 못하는 두려움.

“형이 자신을 보면, 형은 자신이 뭔지 알아야 돼.”

준호가 말했다.

“그리고 형은 그걸 알고 싶지 않아. 왜냐하면 그러면 형이 변해야 하니까.”

“변한다는 게 뭐예요?”

민준이 물었다.

“거짓을 멈춘다는 게.”

준호가 대답했다.

웨이터가 다가왔다. 피자가 다 먹었는지, 더 필요한 게 있는지 묻기 위해. 준호는 손을 들어 올려 거절했다. 웨이터는 가버렸다.

“형이 거짓을 멈추면 어떻게 돼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그 질문 앞에서 한참을 침묵했다. 형광등 아래에서. 신림로의 소음 위에서. 그리고 마침내 입을 열었다.

“형이 거짓을 멈추면, 형은 피해자가 돼. 형이 해왔던 모든 거짓들이 그냥 거짓이 돼. 형이 정당화했던 모든 선택들이 단지 도망이 돼. 형이 자신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형이 누군가에게 밀려난 거라는 게 드러나.”

준호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형은 형 자신을 견딜 수 없게 돼.”

“그럼 형은 지금 그걸 견디고 있어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가락을 펼쳤다. 치즈가 묻은 손가락들. 5개의 손가락. 각각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펼쳐졌다.

“형은 어제 밤에 나한테 뭘 원했어요?”

민준이 물었다.

“형이 너한테 원했던 건…”

준호가 천천히 말했다.

“형이 너에게서 뭘 할 수 있는지를 보고 싶었어. 형이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너는 할 수 있는지를.”

“형이 할 수 없었던 게 뭐예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그 질문을 받으면서, 다시 창밖을 봤다. 신림로. 정오가 가까워진 시간. 햇빛이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 햇빛 아래에서 사람들은 더 명확하게 보였다. 각각의 사람들이. 각각의 거짓들이.

“형이 할 수 없었던 건…”

준호가 말했다.

“거짓을 멈추는 거야.”

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손을 봤다. 테이블 위의 손. 준호의 손과 10센티미터 떨어진 손. 그리고 그 거리 속에서 민준은 뭔가를 깨달았다. 준호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뭔지를.

“형은 나한테 거짓을 멈추길 바라는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형이 너한테 바라는 건…”

준호가 천천히 말했다.

“너는 형처럼 되지 마라는 거야. 너는 거짓을 반복하지 마라는 거야. 너는 자신을 속이지 마라는 거야.”

“그럼 형은?”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그 질문 앞에서 손을 구부렸다. 펼쳐놨던 손가락들을 다시 구부렸다. 마치 자신을 다시 감싸려는 것처럼.

“형은 이미 늦었어. 형은 이미 형 자신을 너무 오래 속였어. 형이 지금 거짓을 멈춰도, 형이 해왔던 거짓들은 형 안에 남아있을 거야. 그것들은 형의 뼈가 되고, 형의 살이 되고, 형의 피가 될 거야.”

준호가 말했다.

“하지만 너는 아직 아니야. 넌 아직 할 수 있어. 거짓을 멈출 수 있어. 자신을 속이지 않을 수 있어. 자신을 진정으로 볼 수 있어.”

“형은 자신을 본다는 게 뭐예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테이블 위의 그의 손을 봤다. 치즈가 묻은 손. 떨리지 않는 손. 굳혀있지도 않은 손. 단지 거기 있는 손.

“자신을 본다는 건…”

준호가 말했다.

“자신의 모든 약함을 인정하는 거야. 자신의 모든 실패를 인정하는 거야. 자신의 모든 거짓을 인정하는 거야. 그리고 그것들을 인정한 후에도 자신을 계속 사랑할 수 있는 거야.”

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가슴 속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걸 느꼈다. 그것은 통증이 아니었다. 그것은 깨달음이었다. 준호가 자신에게 전하려던 것이. 준호가 자신으로부터 원하려던 것이.

“형이 지금 나한테 하는 말들…”

민준이 천천히 말했다.

“형은 누군가한테 받고 싶었던 말들이에요?”

준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번엔 더 명확하게. 마치 어떤 내적인 고통이 표면으로 완전히 스며나오는 그 순간처럼.

“형이 예전에 누군가한테 받고 싶었던 말들인가요?”

민준이 계속했다.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얼굴에 얹었다. 손가락이 눈을 문질렀다. 극도로 미세하지만, 민준은 봤다. 그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뭔가를.

피자 가게의 형광등이 그들 위로 계속 빛을 내려보냈다. 신림로의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햇빛 아래에서 두 사람은 침묵 속에 앉아있었다. 거짓이 아닌 침묵. 진실한 침묵.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둘 다 처음으로 깨달으면서.

준호는 손을 내렸다. 얼굴에서. 그리고 그 손을 다시 테이블 위에 놓았다. 이번엔 민준의 손을 향해. 거리는 여전히 10센티미터였다. 하지만 그 거리 속에는 이제 뭔가가 달라져 있었다. 다리려는 시도에서. 다리는 용기로.

“민준이.”

준호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형이 너한테 한 약속이 있어. 그건…”

준호가 말했다.

“형이 너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을 거라는 거야. 형이 이제부터 너한테는 거짓을 말하지 않을 거야. 형이 할 수 있는 한 말이야.”

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손을 천천히 앞으로 밀었다. 테이블 위에서. 10센티미터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5센티미터. 2센티미터. 그리고 마침내 그의 손은 준호의 손과 닿았다.

손가락. 손등. 손가락과 손가락이 만났다. 치즈가 묻은 손과 깨끗한 손이. 피로한 손과 새로운 손이. 거짓의 손과 진실의 손이.

준호는 그 접촉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은 민준의 손가락을 감싸기 시작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마치 자신이 지금 하는 이 행동이 자신의 모든 거짓을 깨뜨리는 것처럼.

피자 가게의 형광등이 계속 빛을 내려보냈다. 신림로의 정오의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빛 아래에서 두 사람의 손은 계속 연결되어 있었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말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 순간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짓이 아닌 순간. 진실한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0이 되는 그 순간.

준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형이 너한테 뭔가를 물어봐도 돼?”

준호가 물었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넌 지금 뭘 원해?”

준호가 물었다.

민준은 그 질문을 받으면서, 자신의 손가락을 더 세게 준호의 손가락에 감았다.

“지금은…”

민준이 말했다.

“형과 여기 있고 싶어요.”

“언제까지?”

준호가 물었다.

“형이 손을 놓을 때까지.”

민준이 대답했다.

준호는 그 대답을 듣고, 자신의 손을 더 세게 조였다. 마치 자신이 지금 하는 이 행동이 자신의 모든 약속의 증거가 되는 것처럼. 그리고 두 사람은 그렇게 앉아있었다. 피자 가게의 형광등 아래에서. 신림로의 정오의 햇빛 아래에서. 거짓이 아닌 손으로. 진실한 침묵 속에서.


END OF CHAPTER

# 확장된 제9장: 거리의 변화

## Part 1: 깨달음의 순간

준호는 손을 내렸다. 얼굴에서.

그 손이 떨어지는 과정은 마치 물 위를 헤치는 것처럼 느려 보였다. 자신의 뺨에서 공기를 가르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려왔다. 손가락 끝에는 여전히 자신이 흘린 눈물의 흔적이 남아있었고, 그 손이 테이블에 닿는 순간 그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것도 가능하다.*

지난 몇 주간 자신이 했던 모든 거짓 뒤에는 항상 이 순간을 피하려는 절망이 있었다. 진실을 말하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민준이 떠날 것 같았다. 자신을 혐오할 것 같았다. 그래서 계속 거짓을 쌓았다. 하나 위에 하나, 벽돌을 쌓듯이, 자신 앞에 높은 벽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테이블 위에 놓인 자신의 손을 보면서 준호는 깨달았다.

*거짓 없이도 가능하다는 걸.*

손이 테이블에 닿았을 때 나는 차가운 플라스틱의 감촉을 느꼈다. 피자 가게의 싼 테이블이었다. 흠집이 많이 나 있었고, 어딘가 끈기가 남아있는 그런 테이블. 하지만 지금 그 테이블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는 행위가 준호에겐 얼마나 큰 것인지 민준이 알까?

손가락들이 테이블 위에 펼쳐졌다. 왼손. 손톱 아래에는 여전히 검은 때가 남아있었다. 어제 작업장에서 묻은 것이었다. 그는 그 손을 바라봤다. 이 손으로 얼마나 많은 거짓을 건네받았는가. 이 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잡고 위로한다며 속였는가.

그리고 지금, 이 손을 민준을 향해 내밀려 한다.

“민준이.”

준호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그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철렁했다. 민준이라는 이름. 자신이 가장 해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이름. 하지만 가장 깊게 상처를 준 사람의 이름이기도 한.

민준은 피자를 집던 손을 멈췄다. 입에 물려던 피자 조각이 그대로 멈춰있었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그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마치 유리잔을 다루듯이 신중했다. 준호가 지금 뭔가 중요한 말을 할 것 같다는 걸 민준도 느낀 것 같았다.

준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공기가 코를 통해 들어왔을 때 피자 치즈의 짠 냄새, 토마토 소스의 산미, 그리고 무언가 따뜻한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그것들이 모두 현재 순간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지금 여기가 진짜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형이 너한테 한 약속이 있어. 그건…”

준호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이 했던 거짓들이 이 한마디를 방해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지 마. 이건 넌 못 해. 또 다른 거짓으로 덮어버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준호는 결심했다.

“형이 너에게 거짓을 말하지 않을 거라는 거야. 형이 이제부터 너한테는 거짓을 말하지 않을 거야. 형이 할 수 있는 한 말이야.”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준호는 자신의 모든 방어벽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가벼워지는 것도 느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처럼, 오랫동안 짊어지던 돌을 밖에 내버리는 것처럼.

## Part 2: 거리의 축소

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손을 천천히 앞으로 밀었다. 테이블 위에서.

손이 움직였다. 피자 접시 옆을 지나 테이블의 더 안쪽으로. 자신이 정말로 할 수 없을 것 같던 그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10센티미터의 거리를 줄이기 위해.

그것이 얼마나 먼 거리인지 민준은 알고 있었다. 이 테이블에서 그들이 앉은 방식 때문에, 두 사람의 손이 만나려면 일부러 움직여야 했다. 자연스럽게 닿을 수 없는 거리. 의도적으로 다가가야만 하는 거리.

5센티미터.

민준의 손가락들이 조금씩 펼쳐졌다. 마치 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준호를 향해 열려가는 손가락들. 그 손가락들 사이로 공기가 흘렀다. 신림로의 햇빛이 그 사이를 통과했다.

2센티미터.

준호의 손가락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손 위에 민준이 다가오는 걸 느낀 준호의 손가락들이 미세하게 펼쳐졌다. 마치 그들이 서로를 부르고 있는 것처럼. 자석처럼 끌려가는 것처럼.

그리고 마침내—

손가락과 손가락이 만났다.

그 순간의 감촉은 전기 같았다. 준호는 그것을 느꼈다. 민준의 손가락 끝의 미세한 온기. 그의 손가락 위에 묻어있는 피자 치즈의 끈기. 그리고 그 아래 흐르는 따뜻한 혈액의 박동.

치즈가 묻은 손과 깨끗한 손이 닿았다.

준호의 손은 그렇게 깨끗했다. 출근 전에 씻었으니까. 깨끗한 손가락들. 하지만 깨끗함 뒤에는 얼마나 많은 거짓이 숨어있었는가. 깨끗한 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기만했는가.

반면 민준의 손은 더러웠다. 피자를 집던 손이라서. 손가락에는 토마토 소스가 묻어있었고, 손톱 아래에는 모차렐라 치즈가 끼어있었다. 더러운 손. 하지만 그 손에는 거짓이 없었다.

피로한 손과 새로운 손이 만났다.

준호의 손등은 군데군데 주름이 지어있었다. 나이의 흔적이 아니라 피로의 흔적. 밤샘 때문에, 거짓 때문에, 불안 때문에 늘 긴장되어 있던 손. 그래서 이완할 줄을 모르는 손.

민준의 손은 아직도 부드러웠다. 팽팽한 피부. 탄력이 남아있는 손등. 아직도 새로운 것들을 향해 열려있는 손.

거짓의 손과 진실의 손이.

## Part 3: 접촉의 의미

준호는 그 접촉을 느꼈다.

피부가 피부에 닿는 그 단순한 순간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를 준호는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신체적 접촉이 아니었다. 이것은 자신의 모든 거짓을 벗겨내는 행위였다. 이것은 자신이 지금까지 숨겨왔던 모든 것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은 민준의 손가락을 감싸기 시작했다.

천천히.

손가락 하나가 먼저 움직였다. 검지. 민준의 손가락을 감싸기 위해 조심스럽게 구부려졌다. 그 다음 중지. 그 다음 약지. 마치 여린 것을 다루듯이, 마치 깨질 것 같은 것을 감싸듯이.

조심스럽게.

준호는 이 손가락들이 민준을 해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손가락들로 자신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기만했는가. 이 손가락들이 그려낸 거짓의 그림이 얼마나 아름다웠는가. 그래서 지금 이 손가락들이 민준을 감싸는 것이 얼마나 대담한 행동인지 준호는 알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지금 하는 이 행동이 자신의 모든 거짓을 깨뜨리는 것처럼.

그렇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가. 지금 이 손을 감싸는 행동은 자신의 거짓들을 산산조각 내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자신은 더 이상 거짓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준이 이렇게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한, 자신은 절대로 거짓을 말할 수 없다.

그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자유로운 것인지 준호는 느꼈다.

## Part 4: 시각적 증거

피자 가게의 형광등이 계속 빛을 내려보냈다.

그 빛은 차갑고 무정했다. 병원의 형광등처럼. 모든 것을 드러내는 빛처럼. 그 빛 아래에서는 아무것도 숨을 수 없었다. 먼지도, 때도, 거짓도.

그 빛이 두 사람의 손을 비췄다.

신림로의 정오의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따뜻한 빛. 노란색 빛. 마치 꿀처럼 흘러내리는 그 빛이 테이블을 통과했다. 그 빛 속에서 모든 것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피자도, 나프킨도, 그리고 두 사람의 손도.

그리고 그 빛 아래에서 두 사람의 손은 계속 연결되어 있었다.

준호는 그 광경을 바라봤다. 자신의 손가락들이 민준의 손가락들을 감싸고 있는 광경을. 그것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아니, 자신이 그린 어떤 거짓의 그림보다 더 아름다웠다.

왜일까?

준호는 생각했다.

*아, 이건 거짓이 아니기 때문이다.*

## Part 5: 침묵의 언어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시간이 흘렀다. 1분. 2분. 정확히 얼마나 오래 그렇게 앉아있었는지 준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시간이 의미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말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 순간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호가 입을 열려고 할 때마다 민준이 손가락을 조금 더 세게 조였다. 마치 *조용히 해. 지금 말하지 마.* 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준호는 그 메시지를 이해했다. 지금은 말이 필요 없다는 걸. 지금은 손이 하는 말이면 충분하다는 걸.

피자 가게에는 다른 고객들이 있었다. 준호와 민준의 테이블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다른 테이블들이 있었고, 거기에는 다른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그들은 떠들고 있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준호와 민준의 테이블은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조용했다.

그 조용함이 얼마나 큰 것인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준호는 느꼈다.

거짓이 아닌 순간.

준호는 마치 기도하는 자의 마음으로 생각했다.

진실한 순간.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이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원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0이 되는 그 순간.

## Part 6: 질문과 대답

준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민준이.”

이미 민준이라고 불렀는데 또 부르는 것일까? 하지만 준호는 그것이 필요했다. 그 이름을 부르는 행위 자체가 필요했다. 마치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자신이 무언가 단단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자신의 거짓이 조금씩 벗겨지는 것 같았다.

“형이 너한테 뭔가를 물어봐도 돼?”

준호가 물었다.

그 질문은 실은 다른 질문이었다. *날 받아줄 거야?* *날 용서해줄 거야?* *날 떠나지 않을 거야?* 모든 질문이 이 한 질문에 담겨있었다.

민준의 손가락이 준호의 손가락을 더 세게 조였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그것이 모든 다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넌 지금 뭘 원해?”

준호가 물었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준호는 자신이 민준을 충분히 아프게 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거짓으로 민준을 얼마나 상하게 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질문이 중요했다. 민준이 지금 뭘 원하는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했다.

민준은 그 질문을 받으면서, 자신의 손가락을 더 세게 준호의 손가락에 감았다.

그 압력. 그 강도. 그것은 답변이었다. 단어 이상의 답변이었다.

“지금은…”

민준이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다. 거의 속삭이는 정도의 목소리.

“형과 여기 있고 싶어요.”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준호의 눈에 다시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다른 것이었다. 후회의 눈물이 아니라 감사의 눈물. 자신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감사의 눈물.

“언제까지?”

준호가 물었다. 이건 마지막 질문이었다. 가장 두려운 질문.

민준은 잠깐 생각했다. 그 침묵 속에서 준호의 심장은 쿵쿵거렸다. 이제 떠날 거라고 말할까봐? 이제 끝이라고 말할까봐?

하지만 민준의 대답은—

“형이 손을 놓을 때까지.”

그 말이 얼마나 큰 것인지 준호는 깨달았다. 그것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을 기다려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자신이 변할 때까지,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겠다는 약속이었다.

## Part 7: 손의 의미

준호는 그 대답을 듣고, 자신의 손을 더 세게 조였다.

마치 자신이 지금 하는 이 행동이 자신의 모든 약속의 증거가 되는 것처럼.

그렇다. 이 손의 압력이 자신의 모든 약속이다. 이 손의 따뜻함이 자신의 모든 진실이다. 이 손의 접촉이 자신의 모든 사랑이다.

준호는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민준의 손등에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쓸어내렸다. 마치 자신이 지금까지 그려낸 모든 거짓을 지워내려는 것처럼.

민준은 그 움직임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가락을 더욱 세게 준호의 손가락에 감았다.

## Part 8: 최종의 순간

그리고 두 사람은 그렇게 앉아있었다.

피자 가게의 형광등 아래에서.

그 차갑고 무정한 빛이 그들 위에 내려와 있었다. 모든 것을 드러내는 그 빛. 하지만 그 빛 아래에서도 준호와 민준의 손은 계속 연결되어 있었다.

신림로의 정오의 햇빛 아래에서.

따뜻한 황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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