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6화: 거짓의 무늬
준호가 마르게리타 피자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치즈가 늘어났다. 그는 그것을 물어뜯기 전에, 민준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봤다. 마치 자신이 지금부터 말하는 것이 어떤 무게를 가질 것인지를 확인하려는 듯이.
“형이 거짓을 말했다는 게… 뭐예요?”
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마치 깨진 유리를 밟을 때의 그 조심스러움.
준호는 피자를 먹지 않았다. 대신 그것을 테이블에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손을 닦기 위해 냅킨을 집었다. 천천히. 매우 천천히. 마치 자신이 지금 하는 모든 동작이 시간을 벌기 위한 것처럼.
“형이 어제 말했던 것들. ‘마음이 깨어날 때까지 싸웠다’고, ‘영혼이 나왔다’고. 그런 것들이 모두 거짓이었어.”
준호가 말했다.
“그럼 진짜는?”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다시 콜라 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빨대로 마셨다. 한 모금. 두 모금. 세 모금. 마치 그것이 독약이고, 자신이 어느 정도의 용량을 견딜 수 있는지를 시험하려는 것처럼.
“형은 누군가에게 밀려났어.”
준호가 말했다.
“누군가가… 형을 밀어냈다고요?”
민준의 얼굴이 더욱 굳었다.
“형의 회사. 형의 에이전시. 형이 그 회사에서 너무 오래 있었어. 그들은 새로운 얼굴을 원했어. 그래서 형을 밀어냈어.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준호가 계속했다.
“형은 자신이 나간 거라고 생각했어. 스스로 떠난 거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들이 형을 밀어낸 거였어.”
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준호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아침 햇빛 아래의 그의 얼굴. 면도한 턱. 정리된 머리. 하지만 눈 아래의 다크서클은 여전했다. 그리고 그 다크서클 때문에, 준호는 마치 자신의 과거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럼 형은 왜…”
민준이 말했다.
“왜 자신이 떠난 거라고 생각했냐고? 왜 자신이 나왔다고 거짓말했냐고?”
준호가 민준의 말을 끝내주었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준호는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깊은 숨이었다. 마치 자신의 폐 깊숙한 곳에 들어있던 모든 공기를 한 번에 내보내려는 것처럼.
“그게 더 나았기 때문이지. 자신이 나온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밀려난 거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준호가 말했다.
“피해자가 되는 것보다 스스로 결정한 주인공이 되는 것이 더 쉬웠어. 그래서 형은 자신에게 거짓을 말했어. 그리고 그 거짓을 반복해서 말했어. 그러면 언젠가 그것이 진짜가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피자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먹지 않았다. 단지 손에 들고 있었다. 따뜻한 치즈의 무게가 손가락에 전달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갔어요? 형이?”
민준이 물었다.
“그렇게 해서 살았어. 거짓으로 자신을 속이면서. 거짓이 진실이 될 때까지.”
준호가 대답했다.
“그리고 형은 그렇게 살고 있어요?”
민준이 다시 물었다.
준호는 그 질문에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밖을 봤다. 피자 가게의 창문. 신림로의 길. 오전 10시 45분의 서울. 그곳에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각각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들고 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진실을 들고 가고, 누군가는 거짓을 들고 가면서.
“형은 그렇게 살려고 했어. 정말로. 하지만…”
준호가 창밖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민준이 재촉했다.
“너를 봤어. 어제. 너의 반지하. 너의 천장의 곰팡이. 너의 4년. 그리고 형은 깨달았어. 형이 해왔던 거짓이 모두 헛된 거라는 걸.”
준호가 이제 다시 민준을 바라봤다.
“왜?”
민준이 물었다.
“왜냐하면 거짓은 반복할수록 더 커지기 때문이야. 처음엔 작은 거짓이었는데, 그것을 자신에게 계속 말하다 보니, 언젠가는 그 거짓이 자신 전체를 덮어버려. 그리고 결국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는 거야. 형처럼.”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준호의 얼굴을 계속 봤다. 그리고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준호의 얼굴이 마치 투명해지는 것 같았다. 마치 어떤 빛이 그를 통과하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투명함 뒤로, 민준은 다른 누군가를 볼 수 있었다. 준호가 자신이라고 주장했던 그 “영혼”이 나온 사람. 하지만 그 사람은 실제로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민준은 깨달을 수 있었다.
“형은 아직도 그 거짓 속에 있어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극도로 작은 웃음이었다. 마치 자신을 조롱하는 웃음. 아니, 더 정확하게는 자신의 인생을 조롱하는 웃음.
“형은 지금, 너한테 거짓을 말했어. 어제의 거짓을 깨뜨리기 위해. 더 큰 거짓을 말했어. 넌 그걸 알아?”
준호가 물었다.
민준은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이 변했다. 그것은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눈빛이었다.
“형이 지금 말하는 것도 거짓이에요?”
민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전부는 아니야. 하지만 전부는 아니야. 형의 회사에서 밀려난 것은 진짜야. 그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형이 ‘나갔다’고 말했던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더 큰 거짓을 말했다는 것도 사실이야.”
준호가 말했다.
“그럼 진짜는 뭐예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번엔 더 깊은 숨이었다.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을 한 번에 내보내려는 숨.
“진짜는, 형도 모르겠다는 거야. 형이 누구인지. 형이 뭘 원하는 건지. 형이 왜 여기에 앉아서 너한테 이 모든 거짓들을 말하고 있는 건지. 형도 모르겠어.”
준호가 말했다.
그 순간, 피자 가게 안의 모든 것이 멈춘 것처럼 보였다.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 음악. 냉동고에서 나오는 소음. 모든 것이 멈추고, 오직 준호와 민준 사이의 침묵만 남았다.
“형이 날 왜 여기로 부른 거예요?”
민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왜냐하면…”
준호가 말했다. 그리고 멈췄다.
“왜냐하면?”
민준이 재촉했다.
“왜냐하면 형이 너를 봐야 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반지하로 돌아가기 전에. 네가 다시 거짓을 믿기 전에. 형이 너한테 어떤 거짓도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야.”
준호가 말했다.
“그런데 지금 형은 거짓을 말하고 있어요.”
민준이 조용하게 지적했다.
“맞아. 형은 거짓을 말하고 있어. 계속 거짓을 말하고 있어. 왜냐하면 형은 거짓으로만 말할 수 있기 때문이야. 진짜를 말하면, 형이 무너질 것 같기 때문이야.”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피자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씹었다. 치즈의 맛. 토마토 소스의 신맛. 그리고 그 아래의 도우의 담백함. 모든 맛이 자신의 혀 위에 퍼져나갔다.
“형은 누구를 보고 있어요?”
민준이 물었다. 아직도 음식을 씹으면서.
“예?”
준호가 되물었다.
“형이 날 봤다고 했는데, 사실은 형이 뭘 보고 있는 거예요? 형은 날 보고 있는 거? 아니면 형 자신을 보고 있는 거?”
민준이 물었다.
그 질문이 준호의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마치 물리적인 충격이 있었던 것처럼. 준호의 입이 살짝 벌어졌고, 그의 눈이 흔들렸다.
“형이 답을 못 하면, 난 알 거 같아. 형이 뭘 보고 있는지.”
민준이 계속했다.
“형은 자신을 보고 있어요. 형의 거짓. 형의 4년 전의 모습. 그리고 형은 내가 형이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어.”
민준이 말했다.
준호는 그 순간,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손가락이 눈을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울음인지 웃음인지 알 수 없는 그런 떨림.
“형…”
민준이 말했다.
“그만해. 제발.”
준호가 손 뒤로부터 목소리를 내었다. 그것은 매우 낮은 목소리였다.
“형이 날 봐야 해. 형이 뭔가를 말해야 해. 거짓이 아닌 뭔가를.”
민준이 말했다.
준호는 손을 내렸다. 그의 눈은 빨갛지 않았다. 울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마치 누군가 자신의 영혼을 꺼내간 것처럼 보였다. 공허했다.
“형이 날 뭐라고 봐야 할 것 같아?”
준호가 물었다.
“거울로.”
민준이 대답했다.
“거울?”
준호가 되물었다.
“형이 거울을 봐. 나를 통해서. 그럼 형은 형 자신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형이 자신을 본다면, 형은 이제 거짓을 말할 수 없을 거야.”
민준이 말했다.
준호는 그 말을 들으면서, 민준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174센티미터의 몸에 달린, 극도로 평범한 그 얼굴. 그리고 그 얼굴의 눈. 그 눈 안에는 뭔가가 있었다. 뭔가가. 준호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그것은 자신의 거짓을 통해, 자신을 보는 능력이었다.
“넌 정말 배우가 될 거야. 주연으로.”
준호가 갑자기 말했다.
“형, 뭐…”
민준이 말했다.
“주연으로. 넌 그럴 자격이 있어. 넌 거짓을 진짜처럼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거짓 안의 진짜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니까.”
준호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피자 가게의 모든 소리가 다시 돌아왔다. 다른 테이블의 사람들의 목소리. 냉동고의 윙윙거리는 소음.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 모든 것이 동시에 준호와 민준의 침묵을 덮어버렸다.
하지만 그들 사이의 것은 여전히 침묵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무거운 침묵이 아니었다.
그것은 뭔가가 변했다는 침묵이었다.
민준은 그 침묵 안에서, 준호의 손을 봤다. 테이블 위의 그의 손. 피로한 손. 그리고 그 손의 손가락들이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어떤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준호가 눈을 들었다. 그리고 민준과 눈을 마주쳤다.
“근데 말이야.”
준호가 말했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넌 우리 회사에만 있으면 안 돼. 저 회사는 너를 망칠 거야. 천천히. 조용하게. 형처럼.”
준호가 말했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해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피자를 다시 집어 들었다. 이번엔 진짜로 먹었다. 한 입. 두 입. 그리고 다시 내려놓았다.
“그건 넌 알아야 해. 형이 아니라.”
준호가 말했다.
“왜?”
민준이 물었다.
“왜냐하면 거짓은 반복되기 때문이야. 형이 또 다른 거짓을 말하기 전에, 넌 이미 다음 거짓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니까.”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콜라 잔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마셨다. 한 모금. 두 모금. 세 모금.
그리고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민준의 핸드폰이었다.
화면을 봤다. 알 수 없는 번호였다. 하지만 뭔가 익숙한 번호였다.
준호가 민준의 얼굴을 봤다.
“받을래?”
준호가 물었다.
민준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민준이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준이? 날 모르겠지?”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이는 대략 25, 26 정도로 들렸다.
“누구세요?”
민준이 물었다.
“우리. 나 우리야.”
그 목소리가 말했다.
민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손이 떨렸다. 콜라 잔을 놓을 뻔했다.
준호가 민준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일어섰다.
“민준이, 너 괜찮아?”
준호가 물었다.
하지만 민준은 준호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그의 귀는 전적으로 핸드폰에 집중되어 있었다.
“우리?”
민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극도로 작았다.
“응. 나. 우리. 넌 너무 오래 전화를 안 했어. 나 이제 돌아왔어. 한국에.”
그 목소리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민준의 세계가 다시 한 번 균형을 잃었다.
[END OF CHAPTER 106]
# 12000자 확장 버전
## 제106장 – 확장
피자 박스에서 올라오는 치즈와 토마토 소스의 향기가 테이블을 가득 메웠다. 준호는 그 냄새를 깊게 들이마셨지만, 지금 이 향기는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신경질적으로 두드려졌다. 탁탁탁. 일정한 리듬이 아니라 마치 모스 부호처럼, 뭔가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민준의 눈이 준호의 손가락을 따라갔다. 그 움직임은 마치 일종의 경고 신호 같았다. 준호가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 아직 그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 민준은 자신의 목을 축이기 위해 물을 마시려 했지만, 옆에 있는 것은 콜라였다. 거품이 가득한 검은 액체. 그것도 거의 다 마신 상태였다.
준호가 천천히 눈을 들었다. 그의 눈빛이 다시 변했다. 아까와는 다른 무언가가 깃들어 있었다. 결정. 아니면 각오? 아니면 둘 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민준은 준호의 눈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두려웠다. 왜냐하면 민준은 자신이 준호의 눈 속에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리고 약한 아이. 아직도 형에게 기대고 있는 아이. 아직도 누군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아이.
“근데 말이야.”
준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뭔가 진중한 무게감이 실려 있었다. 마치 법정에서 판사가 판결문을 읽는 것처럼.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를 선언하는 그런 느낌.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마치 준호의 다음 말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네?”
민준이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마치 얇은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한 발 잘못 디디면 빠져버릴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준호는 한 발 깊게 숨을 쉬었다. 그의 가슴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보트처럼 파도에 맞춰 움직이는 것 같았다.
“넌 우리 회사에만 있으면 안 돼.”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민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가 두려워했던 말. 아니, 알고 있었던 말이 드디어 나왔다. 그것은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던 악몽이 현실이 되는 순간 같았다.
“저 회사는 너를 망칠 거야. 천천히. 조용하게. 형처럼.”
준호가 계속했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민준의 가슴을 짓밟는 것 같았다.
‘형처럼.’
그 말이 민준의 뇌리에 박혔다. 이것이 준호가 자신에게 건네려던 최종 메시지였나? 나가. 떠나. 이 회사에서. 나처럼 되기 전에?
민준은 자신의 손을 들어보려고 했지만, 그 손이 떨리고 있음을 느꼈다. 테이블 위에 손을 놓았을 때, 그 떨림이 명백히 드러났다. 마치 그의 내면의 공포를 외부로 드러내는 신호등 같이.
“그럼… 어디로 가야 해요?”
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마치 자신이 너무 큰 목소리로 말하면, 이 모든 것이 현실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피자를 다시 집어 들었다. 그의 동작은 천천히, 의식적이었다. 마치 무언가 중요한 의식을 행하고 있는 것처럼. 피자의 치즈가 늘어났다. 그 늘어나는 치즈를 보면서, 민준은 자신의 인생도 그렇게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점점 더 길어지고, 점점 더 끊어질 듯해지는.
준호는 피자에 한 입을 베어물었다. 그 소리. 그 음향이 민준의 귀에 들렸다. 아삭아삭한 피자의 바삭한 테두리가 부러지는 소리. 그리고 그 안의 부드러운 치즈가 혀 위에서 녹는 느낌. 준호의 얼굴에서 그 느낌이 전해져 왔다.
“한 입. 두 입.”
준호가 천천히 먹었다. 마치 의식적으로, 이 음식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는 것처럼. 그리고 그 다음, 그는 피자를 다시 내려놓았다.
“그건 넌 알아야 해. 형이 아니라.”
준호가 말했다. 그의 눈이 다시 민준을 향했다. 그 눈빛은 마치 거울 같았다. 민준은 그 거울 속에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두려웠다.
“왜?”
민준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이해가 안 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형이 아니면 누가? 형이 아니면, 누가 자신에게 길을 가르쳐줄 수 있단 말인가?
“왜냐하면 거짓은 반복되기 때문이야.”
준호가 천천히 설명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교수가 학생에게 가르치는 것처럼, 차분하고 신중했다.
“거짓?”
민준이 중얼거렸다. 그 단어가 자신의 입 위에서 낯설게 느껴졌다. 거짓. 준호의 입에서 나온 그 단어.
“형이 또 다른 거짓을 말하기 전에, 넌 이미 다음 거짓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니까.”
준호가 계속했다. 그의 말은 마치 예언처럼 들렸다. 아니, 그것은 예언이 아니라 경고였다. 아니, 그것도 아니라… 그것은 고백이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신이 얼마나 깊은 거짓 속에 살고 있는지에 대한.
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의 움직임은 자동인형처럼 기계적이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손을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그의 손이 콜라 잔을 집어 들었다. 얼음이 거의 다 녹은 갈색 액체. 그 액체가 잔 안에서 약간 흔들렸다. 민준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민준은 그 콜라를 마셨다. 한 모금. 그 콜라의 맛이 자신의 혀 위에 퍼졌다. 맵고, 달고, 약간 쓴 맛. 마치 자신의 삶 전체를 표현하는 맛 같았다.
두 모금. 그의 목구멍을 통해 내려갔다. 그 차가운 액체가 자신의 가슴을 시원하게 식혀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안도감일 뿐이었다.
세 모금. 더 이상의 콜라는 없었다. 잔이 비어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 뭔가가 울렸다.
소리. 전자음. 현대인의 삶의 배경음악.
핸드폰이 울렸다.
민준의 핸드폰이었다.
그 소리가 테이블을 가득 메웠다. 마치 경보음처럼. 마치 이 평온한 피자 가게의 분위기를 깨뜨리려는 것처럼.
준호의 눈이 민준의 핸드폰으로 향했다. 그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민준은 천천히 자신의 핸드폰을 들었다. 그 무게가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그 핸드폰 안에 무언가 무거운 것이 들어있는 것처럼.
화면을 봤다.
알 수 없는 번호였다.
하지만 뭔가 익숙한 번호였다.
민준의 뇌가 그 번호를 분석하려고 했다. 어디서 본 번호지? 어디서 본 번호지? 그의 뇌는 빠르게 자신의 메모리를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그 번호의 형태가 낯설지 않다는 것뿐.
“받을래?”
준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안에는 뭔가 중요한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마치 이것이 민준의 인생의 분기점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움직였다. 떨리는 손가락. 하지만 확실한 동작. 그 손가락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민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마치 얼음 위에 첫 발을 내디디는 사람처럼.
그리고 그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민준이? 날 모르겠지?”
그 목소리가 물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대략 25, 26 정도로 들렸다. 어린 여자의 목소리. 하지만 그 안에는 뭔가 오래된, 뭔가 깊은 역사가 담겨있는 것처럼 들렸다.
민준의 뇌가 마비되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뇌의 전원을 끄는 것처럼. 그의 입이 움직였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누구세요?”
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 수준이었다. 마치 자신이 이 상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마치 이것을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려는 것처럼.
“우리. 나 우리야.”
그 목소리가 말했다.
순간, 민준의 세계가 멈췄다.
아니, 멈춘 것이 아니라 흔들렸다. 마치 지진이 나는 것처럼. 마치 지구 전체가 자신의 발 아래에서 흔들리는 것처럼.
민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입술이 파란색으로 변했다. 마치 모든 혈액이 자신의 얼굴에서 빠져나가는 것처럼.
그의 손이 떨렸다. 콜라 잔을 놓을 뻔했다. 그 잔이 테이블 위에서 몇 센티미터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앉았다. 그 소리가 테이블에 울렸다. 딸랑.
준호가 민준의 얼굴을 봤다. 그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변했다. 뭔가를 깨달은 것처럼. 아니, 뭔가를 확인한 것처럼.
그는 일어섰다. 천천히, 신중하게. 마치 자신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중요한 의식의 일부인 것처럼.
“민준이, 너 괜찮아?”
준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걱정으로 가득 차있었다. 하지만 그 걱정의 종류는 일반적인 걱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뭔가를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이 그것을 깨닫기를 기다리는 그런 종류의 걱정이었다.
하지만 민준은 준호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그의 귀는 완전히 핸드폰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우리?”
민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극도로 작았다. 거의 음성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마치 자신이 이 말을 실제로 꺼내면, 그것이 현실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응. 나. 우리.”
그 목소리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목소리 안에 감정이 넘쳐흘렀다. 그것은 슬픔이었나? 아니면 기쁨이었나? 아니면 그 둘 다였나?
“넌 너무 오래 전화를 안 했어.”
그 목소리가 계속했다. 그리고 민준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 목소리. 그것은…
“나 이제 돌아왔어. 한국에.”
그 목소리가 마지막 문장을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민준의 세계가 다시 한 번 균형을 잃었다.
모든 것이 흔들렸다. 테이블. 피자 박스. 콜라 잔. 그리고 자신의 존재 자체가. 마치 자신이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들었다 놨다 하는 것처럼.
“우리…?”
민준이 다시 한 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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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7장 – 그 이름의 무게
핸드폰을 들고 있는 민준의 손이 계속 떨렸다. 마치 자신의 손이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그의 손가락이 하얀색으로 변했다. 핸드폰을 너무 강하게 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지금 어디에?”
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다른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낮고, 쉰 목소리. 마치 누군가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처럼.
핸드폰 너머에서 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남역 근처에 있어. 지금 카페에. 너… 올 수 있어?”
그 질문이 민준의 가슴을 짓누렀다. 올 수 있어? 그런 간단한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훨씬 더 복잡한 질문이었다. 자신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자신이 이 과거를 마주할 수 있는가?
준호는 민준의 옆에서 조용히 서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민준의 모든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어떤 시험을 감독하는 교사 같았다.
“… 응. 나 지금 가.”
민준이 말했다. 마치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입이 움직인 것처럼.
“정말? 미안해. 갑자기… 나 너무 그리웠어. 너무 보고 싶었어.”
그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 안에는 눈물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민준은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전체 몸이 마치 밧줄에서 풀려난 것처럼 흔들렸다.
“민준아.”
준호가 민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손의 무게가 민준의 몸을 누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지지대 역할도 하고 있었다.
“… 형. 나…”
민준이 말했다.
“알아. 넌 가야 해. 그리고 자기 자신의 길을 찾아야 해. 형의 길이 아니라. 형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뭔가 깊은 슬픔이 담겨있었다.
민준은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다리가 불안정했다. 마치 몇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