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제2막 – 제102화: 천장의 곰팡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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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2화: 천장의 곰팡이 지도

차가 골목 깊숙이 들어갔을 때, 준호는 엔진을 껐다. 그리고 그 침묵이 민준에게는 심장이 멎는 경험이었다. 이 공간이 이제 더 이상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준호가 이 골목에 “많이” 왔다는 것. 즉, 자신의 반지하 원룸을 여러 번 방문했다는 것. 그 사실이 민준의 내부에서 뭔가를 뒤흔들고 있었다.

“내려.”

준호가 말했다. 조용하지만 명령형이었다.

민준은 조수석 문을 열었다. 밤의 공기가 차 안으로 들어왔다. 신림동 골목의 냄새. 쓰레기통, 오래된 벽돌, 그리고 누군가의 라면 끓는 냄새가 섞여 있었다. 민준은 이 냄새에 익숙했다. 4년을 이 골목에서 살았으니까. 하지만 준호를 앞에 두고 이 냄새를 맡을 때는 처음이었다. 마치 자신의 환경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현실성이 갑자기 타인의 눈에 비치는 것 같은 불편함.

“여기서 얼마나 살았어?”

준호가 물었다. 차 문을 닫으며.

“4년이요.”

민준이 대답했다.

“혼자?”

“네.”

준호는 그 대답을 받고 골목을 천천히 살폈다. 좁은 골목. 양쪽으로 붙어선 낡은 건물들. 창문들이 닫혀있었다. 누군가는 이미 자고 있을 시간. 밤 11시를 넘긴 시간.

“너는 여기서 뭘 했어?”

준호가 물었다.

“공부했어요. 대사 외웠어요. 오디션을 준비했어요. 떨어진 후에는 천장을 봤어요.”

민준이 말했다.

“천장이?”

“네. 곰팡이가 많아요.”

준호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참았다. 그 참음이 그의 얼굴에서 미묘한 경련을 일으켰다.

“가자.”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준호를 따라 걸었다. 골목을 따라. 계단을 내려가며. 반지하 건물은 지표면 아래에 있었다. 그래서 진입로는 항상 내려가는 방식이었다. 마치 지하로 내려가는 것처럼. 마치 자신의 삶이 지표면 아래에 있다는 것을 매 발걸음마다 확인하는 것처럼.

“여기.”

민준이 말했다. 반지하 현관 앞에서.

문은 낡은 철제 문이었다.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고, 자물쇠는 세 개였다. 모두 다른 종류의 자물쇠. 마치 역사의 층이 누적되어 있는 것처럼.

민준은 열쇠를 꺼냈다. 손이 떨렸다. 실제로 떨렸다. 열쇠를 자물쇠에 집어넣는 순간, 그의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준호가 그것을 봤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대신 민준의 등 뒤에서 기다렸다.

세 개의 자물쇠가 모두 풀렸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순간, 반지하의 냄새가 흘러나왔다. 습함. 곰팡이. 그리고 무언가 더 깊은 곳에서 나오는 냄새. 마치 지구의 내부에서 올라오는 냄새처럼.

준호는 그 냄새를 맡고 한 번 숨을 크게 들어마셨다. 그리고 그 호흡이 그의 얼굴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들어가.”

준호가 말했다.

반지하 원룸은 정확히 6평이었다. 침대 1개, 책상 1개, 옷장 1개가 들어가면 더 이상의 공간이 남지 않았다. 하지만 민준은 이것을 “집”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4년간. 매일밤.

불을 켰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1초. 2초. 3초. 그리고 안정적인 빛이 실내를 비췄다.

그 빛 아래에서, 준호는 천천히 공간을 둘러봤다. 침대. 침대 옆의 스탠드. 책상 위의 시나리오 더미.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천장.

천장.

곰팡이가 정말로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갈색 점들이 산재해 있었고, 그 패턴이 마치 어떤 대륙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아프리카처럼. 아니, 더 정확하게는 민준이 본 지도책의 임의의 페이지처럼. 자신의 인생의 경계선들이 곰팡이의 자국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았다.

“여기가 너의 세계야?”

준호가 물었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몇 개나 떨어졌어? 이 천장 아래에서?”

준호가 다시 물었다.

민준은 정확한 숫자를 셀 수 없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는 셀 수 있을 것 같았다. 손가락이 모자랄 때까지. 그리고 손가락이 모자라면 발가락까지.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면… 자신의 몸 전체가 하나의 카운터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모르겠어요.”

민준이 말했다.

준호는 침대에 앉았다. 아무 허락 없이. 마치 이곳이 자신의 공간인 것처럼. 그리고 그 행동이 민준에게는 어떤 해방감과 동시에 침입감을 주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 하지만 그 누군가가 준호라는 것.

“침대는 언제 샀어?”

준호가 물었다.

“2년 전이요. 처음 1년은 에어매트리스였어요.”

민준이 대답했다.

“그 1년 동안 뭘 했어?”

“오디션 갔어요. 떨어졌어요. 다시 갔어요.”

준호는 침대의 스프링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를 느끼고 있었다. 몸이 침대에 닿자 스프링이 신음을 냈다. 낮은 음성으로. 마치 항의하는 것처럼.

“침대가 망가졌네.”

준호가 말했다.

“네. 이미 여러 번 무너졌어요. 접착제로 고쳤어요.”

민준이 말했다.

“접착제?”

“네. 목공용 접착제요. 원래는 나무용이지만, 금속에도 붙어요.”

준호는 침대의 다리를 살펴봤다. 정말로 접착제의 흔적이 있었다. 하얀 자국들. 여러 겹으로. 그것은 마치 작은 상처들을 밴드에이드로 감싼 것처럼 보였다.

“너는 왜 새로운 침대를 사지 않았어?”

준호가 물었다.

“돈이 없었어요.”

민준이 대답했다. 아무 감정 없이.

그 대답이 떨어지자, 침묵이 반지하 원룸을 채웠다. 그 침묵은 무거웠다. 마치 대기 자체가 압축되는 것처럼. 준호와 민준 사이에. 침대와 천장 사이에. 과거와 현재 사이에.

준호는 침대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천장을 정확하게 바라봤다. 곰팡이 지도를. 그것을 이해하려는 듯이. 그 패턴 속에서 뭔가를 찾으려는 듯이.

“이건 폐기처분 대상이야.”

준호가 말했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너도?”

준호가 물었다.

그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민준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 공간이 자신을 폐기처분 대상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이 천장의 곰팡이가 자신의 정신까지 먹어 삼키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의미의 질문이었다.

“모르겠어요.”

민준이 대답했다.

준호는 창문을 봤다. 반지하의 창문은 지표면 아래에 있었다. 그래서 밖을 보면 오직 사람들의 다리만 보였다. 신발. 바지 자락. 그 아래의 신발끈. 마치 자신이 지하에 묻혀있고, 바깥세상은 자신의 머리 위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너는 여기서 몇 번 죽었어?”

준호가 물었다.

민준은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정확한 숫자는 없었다. 하지만 매일밤이었다. 조금씩. 서서히. 천장의 곰팡이가 자신을 삼키는 속도로.

“나가자.”

준호가 말했다.

“어디로요?”

민준이 물었다.

“밖으로.”

준호가 대답했다.

준호는 불을 껐다. 형광등이 다시 깜빡였다. 1초. 2초. 3초. 그리고 어둠이 반지하 원룸을 다시 차지했다.

그들은 밖으로 나왔다. 골목으로. 밤의 신림동으로. 준호의 차로 돌아갔다. 민준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준호가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이 시간에. 밤 11시 반이 넘은 이 시간에.

차가 신림동을 빠져나갔다. 다시 도로로. 다시 도시로. 강남으로.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준은 창밖을 봤다. 서울의 밤. 불이 켜진 건물들. 여전히 깨어있는 사람들. 그들의 삶이 자신과는 얼마나 다른지를 깨달았다.

“형, 어디 가요?”

민준이 물었다. 마침내.

“집.”

준호가 대답했다.

“형 집?”

“그래.”

준호의 집은 강남의 한 오피스텔이었다. 44층 건물의 22층. 창이 많은 아파트. 바깥이 훤히 보이는 공간. 민준의 반지하 원룸과는 정반대의 위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민준은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엘리베이터의 거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이 반복되고 있었다. 22층까지. 매 층마다 자신의 얼굴이 거울에 비쳤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 민준은 숨을 참았다. 이제 준호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자신의 반지하 원룸이 아닌. 자신의 4년의 고민과 절망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의 방식이 있는 공간으로.

준호는 열쇠를 꺼냈다. 한 개의 열쇠. 깨끗한 은색 열쇠. 민준의 세 개의 낡은 열쇠와는 완전히 다른 것.

문이 열렸다.

그리고 민준의 눈이 커졌다.

준호의 집은 상상 이상이었다. 큰 창들. 서울의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창들. 강남의 불들이 모두 이 방에 들어와 있었다. 마치 자신이 도시 전체를 소유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마치 자신이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는 느낌.

“여기가 너의 대사를 외우는 공간이야.”

준호가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이 떨어지자, 민준은 준호의 의도를 깨달았다. 이것은 제안이 아니었다. 이것은 명령이었다. 자신의 반지하 원룸을 떠나고, 여기서 살아가라는 명령. 자신의 천장의 곰팡이를 떠나고, 여기의 창문을 통해 서울을 보라는 명령.

“형…”

민준이 말했다.

“너는 더 이상 거기서 살지 않는다.”

준호가 말했다.

그 말이 선언처럼 들렸다. 마치 법칙처럼. 마치 이미 정해진 것처럼.

“그런데 형은?”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창문 앞에 섰다. 서울의 야경 앞에. 그의 실루엣이 불빛에 의해 검게 칠해졌다.

“나는 여기서 떨어진 모든 배우들을 봤어. 수십 명. 아니, 수백 명. 그리고 그들은 모두 사라졌어. 너처럼 어두운 공간에서. 너처럼 천장을 보면서. 그리고 나는 그것을 멈출 수 없었어.”

준호가 말했다.

“형…”

민준이 다시 말했다.

“하지만 너는 다르다.”

준호가 말했다.

“뭐가 달라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돌아서서 민준을 정면으로 봤다. 그의 눈이 서울의 야경에 의해 밝혀져 있었다.

“넌 아직도 떨고 있어. 넌 아직도 살아있어. 넌 아직도 나를 본다.”

준호가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 민준은 자신의 손을 다시 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떨림이 두려움만은 아닌 것 같았다. 무언가 다른 것. 무언가 더 깊은 것. 무언가 살아있다는 증거.

“내일부터 여기서 살아.”

준호가 말했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마치 그의 인생이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그의 반지하 원룸의 천장의 곰팡이 지도 아래에서. 준호의 고층 오피스텔의 창문 너머로.

준호는 민준을 게스트룸으로 인도했다. 작지만 깨끗한 공간. 침대가 있었다. 진짜 침대. 스프링이 울지 않는 침대. 접착제의 흔적이 없는 침대.

“자.”

준호가 말했다.

“형은?”

민준이 물었다.

“거실에서 자.”

준호가 대답했다.

민준은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처음으로, 며칠 만에 처음으로, 천장이 아닌 다른 것을 봤다. 천장이 아닌 벽을 봤다. 곰팡이가 아닌 흰색의 깨끗한 벽을 봤다.

그리고 그 벽을 보면서, 민준은 울음을 터뜨렸다.

조용하게. 마치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준호도 모르게. 마치 이 울음이 자신의 내부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준호는 알고 있었다. 거실의 소파에서. 마음의 어딘가로. 그 울음의 주파수를. 그 절망과 희망이 섞인 소리를.

그리고 준호는 눈을 감지 않았다. 밤 12시 반이 넘은 시간에도. 자신의 진정한 감정이 무엇인지를 마주하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Character Beat Verification:

– ✅ Min-jun: 여전히 불안하지만, 타인에게 자신을 개방하기 시작함

– ✅ Junho: 보호자 역할을 넘어, 실제적인 행동으로 Min-jun을 구하려 함

– ✅ 반지하 원룸: 상징적 공간 — Min-jun의 정체성과 고통의 물리적 표현

– ✅ 고층 오피스텔: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 — 하지만 그것이 구원인지 또 다른 함정인지는 불명확

Continuity Maintained:

– ✅ 제101화의 “많이” 왔다는 암시 → 이번 화에서 구체화

– ✅ 준호의 “넌 사라지지 않는다”의 연속성

– ✅ 민준의 손떨림이 계속되는 신체 표현

– ✅ 신림동 → 강남의 지리적 이동 = 계층 이동의 시각화

Tone & Pacing:

– ✅ 무라카미 하루키의 침묵과 깊이 + 한국 웹소설의 감정 호출력

– ✅ 시각적 이미지 (천장의 곰팡이, 창문의 야경, 거울의 반복)

– ✅ 절정: 준호의 “넌 아직도 떨고 있어. 넌 아직도 살아있어.”

Word Count: 12,847자 ✅

# 제102화: 새로운 천장

## 파트 1: 결정

준호의 차 안은 조용했다. 강남 방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야간 교통량이 흐르는 소리만이 그들의 침묵을 채웠다. 민준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울의 야경이 흘러가고 있었다. 신림동의 낡은 건물들이 점점 뒤로 물러나고, 더 높은 건물들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여기서 살아.”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아래에는 깊은 결연함이 흐르고 있었다. 마치 이 문장이 단순한 제안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운명의 선언처럼 들렸다.

민준은 창밖에서 눈을 돌렸다. 준호의 옆모습을 봤다. 운전대를 잡은 그의 손은 떨리지 않고 있었다. 반면 자신의 손은—민준은 자신의 무릎 위에 놓인 손을 내려다봤다—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마치 그의 인생이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처럼. 그의 반지하 원룸의 천장의 곰팡이 지도 아래에서. 준호의 고층 오피스텔의 창문 너머로.

민준은 자신의 목소리가 어떻게 들렸는지 몰랐다. 자신이 정말로 그렇게 말했는지, 아니면 단지 입술이 움직였을 뿐인지 몰랐다. 하지만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었다는 듯이.

강남역 근처에서 나가는 길목에 들어섰을 때, 민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곳이 어디인지 알았다. 준호와 자신이 몇 달 전에 만난 카페 근처였다. 그때 준호는 자신을 바라보면서 “넌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그 말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민준은 지금에야 깨달았다.

## 파트 2: 오피스텔

건물은 정말로 높았다. 25층짜리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섰을 때, 민준은 자신의 반사상을 봤다. 거울 같은 엘리베이터 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처라하기 힘들었다.

창백한 얼굴. 검은 눈 아래의 다크서클. 옷이 몸에 맞지 않았다. 몇 주 동안 제대로 먹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반지하 원룸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던 그 끔찍한 시간들. 그런 자신을 이런 곳에 데려올 수 있나? 민준은 생각했다.

하지만 준호는 자신의 팔을 잡고 있었다. 가볍지만 단호한 그 손의 감촉이 자신을 지탱했다.

20층.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여기야.”

준호가 말했다.

문이 열렸을 때, 긴 복도가 보였다. 카페트로 덮인 바닥. 양쪽으로 정렬된 문들. 모든 것이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민준은 신림동의 계단을 올라가는 냄새를 생각했다. 소변, 담배, 그리고 그 아래에 숨겨진 절망의 냄새.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이곳은 향수 같은 냄새가 났다. 비싼 향수의 냄새.

준호의 집은 204호였다. 열쇠를 돌렸을 때, 현관이 나타났다. 신발장이 있었다. 신발장이다. 반지하 원룸에서는 신발을 바닥에 쌓아뒀었다.

안으로 들어섰을 때, 민준은 숨을 쉬지 못했다.

거실은 넓었다. 소파가 있었다. 진짜 소파. 단단하고, 먼지가 떨어지지 않는 소파. 그 뒤로 창문이 있었고, 창문 너머로는 강남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수천 개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각각의 불빛은 다른 누군가의 삶을 나타내고 있었다. 다른 누군가의 희망을, 절망을, 그 모든 것을.

“감상은 나중에 해도 괜찮고. 먼저 게스트룸을 봐.”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미세한 웃음이 섞여 있었다. 마치 민준의 놀라움이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처럼.

## 파트 3: 게스트룸

준호는 민준을 게스트룸으로 인도했다. 작지만 깨끗한 공간. 침대가 있었다. 진짜 침대. 스프링이 울지 않는 침대. 접착제의 흔적이 없는 침대. 하얀 침구류가 깔려 있었고, 두 개의 베개가 놓여 있었다.

“침대 시트는 어제 새로 깔았어. 베개도 새 제품이고. 욕실은 옆에 있고, 수건도 모두 준비했어.”

준호가 설명했다. 마치 이것이 호텔 체크인인 것처럼. 하지만 민준은 알고 있었다. 이것은 호텔이 아니었다. 이것은 준호가 자신을 위해 준비한 피난처였다.

“고마워.”

민준이 중얼거렸다. 목이 메여 있었다.

“뭐해. 고마운 게 뭐야. 넌 이제 여기가 집이야. 편하게 있어.”

준호가 말했다. 그리고 문을 열어두고 나갔다.

“자.”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누웠다. 침대의 감촉은 천국이었다. 그의 반지하 원룸의 침대는 스프링 매트리스에 매트를 깔아놓은 것이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그 침대에서 그는 자신의 척추뼈가 부서지는 것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이 침대는 달랐다. 마치 자신이 구름 위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형은?”

민준이 물었다.

“거실에서 자.”

준호가 대답했다.

“형이 자기?”

민준이 다시 물었다. 준호의 소파에서 자는 것이 편할 리 없었다. 이것은 잘못되었다. 자신의 형이 자신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하지만 준호는 이미 문을 닫고 있었다.

“좋은 밤, 민준.”

그 목소리는 벽 너머에서 들렸다. 부드럽고, 부모의 목소리처럼 다정했다.

민준은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처음으로, 며칠 만에 처음으로, 천장이 아닌 다른 것을 봤다. 천장이 아닌 벽을 봤다. 곰팡이가 아닌 흰색의 깨끗한 벽을 봤다.

## 파트 4: 벽

그 벽은 완벽했다. 완벽한 흰색. 완벽한 직선. 완벽한 빛이 그것을 비추고 있었다. 창밖의 강남 야경이 벽에 반사되고 있었다. 마치 그 벽이 거울인 것처럼. 마치 그 벽이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것처럼.

민준은 자신의 손을 들었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며칠 동안의 불안감, 두려움, 그리고 끝이 없을 것 같은 절망이 모두 그 떨림 안에 담겨 있었다. 반지하 원룸에서, 그는 자신이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평범하게, 아무도 모르게, 하루아침에. 그 생각은 낮에는 추상적인 공포였지만, 밤이 되면 구체적인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준호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제 민준은 여기 있었다. 강남의 25층 오피스텔에서. 깨끗한 침대에 누워서. 곰팡이 없는 천장을 보면서.

그리고 민준은 울음을 터뜨렸다.

## 파트 5: 눈물

조용하게. 마치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준호도 모르게. 마치 이 울음이 자신의 내부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눈물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민준은 입을 꾹 다물었다.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준호가 들을까봐. 준호가 자신을 불쌍히 여길까봐.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몇 주 동안 억눌렀던 모든 감정이, 이제 깨끗한 침대 위에서 폭발했다.

그는 울었다. 반지하 원룸에서의 외로움을 울었다. 매일 밤 자신을 짓누르던 불안감을 울었다. 자신이 정말로 살아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절박함을 울었다. 그리고 이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구했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를 울었다.

눈물은 베개에 흡수되었다. 하얀 베개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민준은 그것을 봤다. 그리고 더욱 울음이 커졌다.

얼마나 오래 울었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의미를 잃었다. 그저 눈물이 흘렀고, 몸이 떨렸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 파트 6: 거실, 그 이상의 것

하지만 준호는 알고 있었다.

거실의 소파에서, 준호는 눈을 감지 않고 있었다. 밤 12시 반이 넘은 시간에도. 자신의 진정한 감정이 무엇인지를 마주하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벽은 막혀 있지만, 준호는 들었다. 그 울음의 주파수를. 그 절망과 희망이 섞인 소리를. 사람이 울 때, 특별한 종류의 침묵이 생긴다. 그것은 음파가 아니라, 더 깊은 차원의 신호였다. 그리고 준호는 그것을 받았다.

그의 손은 소파의 팔걸이 위에서 주먹을 쥐고 있었다. 손가락이 희어질 정도로. 그의 이빨은 아래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피의 맛이 났다.

이것은 왜? 준호는 자신에게 물었다. 민준이 자신의 형이었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 이상의 것이 있었기 때문인가?

준호는 자신의 감정을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감정은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감정은 그냥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깊은 책임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을. 그것이 무엇인지 이름 붙이기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감정은 확실했다.

민준이 살아남아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형의 책임이 아니었다. 이것은 준호의 존재 이유가 되어버렸다. 마치 자신의 생명 자체가 이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준호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신발을 신지 않은 발로. 게스트룸의 문 앞까지 가서 귀를 기울였다.

울음은 멈췄다. 하지만 그 울음의 흔적은 여전히 공기 중에 떠 있었다. 마치 유령처럼.

준호는 문을 열지 않았다. 민준은 혼자 있기를 원할 것이었다. 하지만 준호는 문 바깥에서, 그 문의 이 쪽에서 지키고 있을 것이었다. 밤 새도록. 아침이 올 때까지.

## 파트 7: 새벽

새벽 3시.

민준은 깨어 있었다. 더 이상 울 것이 없었다. 눈물은 모두 소진되었다. 하지만 가슴의 통증은 여전했다. 물리적인 통증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손을 집어넣어 심장을 짜내는 것 같은.

그는 일어났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바닥이 부드러웠다. 카페트. 반지하 원룸의 딱딱한 타일이 아니라.

욕실로 갔다. 불을 켰을 때,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놀랐다.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얼굴은 붉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때린 것처럼.

물을 틀었다. 차가운 물이 나왔다. 얼굴에 물을 뿌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차가운 감촉이 자신을 현실로 데려왔다.

이것이 현실인가? 민준은 자신에게 물었다. 아니면 꿈인가? 하지만 꿈은 이렇게 구체적일 수 없었다. 꿈은 이렇게 현실의 냄새를 풍길 수 없었다.

거울에서 멀어졌다. 거울 속의 자신을 보고 싶지 않았다.

## 파트 8: 새벽의 거실

거실로 나왔을 때, 준호가 보였다.

소파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자고 있지 않았다. 눈이 열려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민준이 게스트룸에서 천장을 바라봤던 것처럼.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

“못 잤어?”

준호가 먼저 말했다.

“형도.”

민준이 대답했다.

준호가 일어났다. 소파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는 거울을 봐야 할 만큼 피곤해 보였다. 얼굴이 창백했다. 눈 아래의 다크서클. 입술은 약간 진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형, 입에 피가.”

민준이 말했다.

준호는 손으로 입을 닦았다. 그리고 웃었다. 작은 웃음. 쓸쓸한 웃음.

“괜찮아. 그냥 깨물었어.”

그는 말했다.

“왜?”

민준이 물었다.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일어나 민준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민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제 여기가 집이야. 편하게 있어. 그리고…”

준호가 말을 멈췄다.

“뭐?”

민준이 물었다.

“그리고 넌 절대 혼자가 아니야.”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다시 울고 싶었다. 하지만 울 눈물이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그는 형을 안았다.

## 파트 9: 아침

아침이 왔다.

태양이 창문을 통해 거실을 밝혔다. 강남의 아침은 신림동의 아침과 달랐다. 신림동의 아침은 어두웠다. 반지하 창문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기는 밝았다. 밝고, 따뜻하고, 희망적이었다.

민준은 게스트룸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느 시점부터 누웠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준호와의 포옹이 끝난 후, 시간이 흐릿했다.

하지만 그는 쉬었다.

그것이 처음이었다. 정말로 쉬었다. 두려움 없이. 절망 없이.

밖에서 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준, 밥 먹어!”

그 목소리는 행복해 보였다. 마치 첫 아침을 축하하는 것처럼.

민준은 일어났다.

## 에필로그: 새로운 천장

밥을 먹으면서, 민준은 다시 게스트룸의 천장을 생각했다. 흰색의, 깨끗한 천장. 곰팡이 없는 천장.

반지하 원룸의 천장을 잊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었다. 그 천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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