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제2막 – 제61화: 침묵이라는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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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1화: 침묵이라는 선택

침묵은 음성보다 더 크게 들렸다.

민준이 그 깨달음에 도달했을 때, 자신의 몸이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호흡이 얕아지고, 손가락이 테이블 가장자리를 움켜잡고, 목이 건조해지는 것. 마치 자신의 몸이 자신의 뇌보다 먼저 진실을 알아버린 것처럼. 250억 원. 그 숫자가 자신의 위약금과 같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 모든 것이 동시에 무너지는 소리였다.

카페의 배경음악이 바뀌었다. 재즈. 트럼펫. 슬픈 것도, 밝은 것도 아닌, 애매한 감정을 담은 음악. 마치 이 순간을 위해 누군가가 미리 준비해둔 것처럼.

“민준이, 숨을 쉬어.”

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매우 낮은 톤으로. 마치 물 아래에서 누군가를 건져올리려고 하는 것처럼.

민준은 자신이 숨을 쉬고 있지 않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의 가슴이 고정되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흉곽을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는 것처럼. 그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코를 통해. 입으로 내쉬었다. 한 번. 또 한 번.

우리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테이블 반대편에서. 손가락이 더 이상 두드리지 않았다. 대신 그들의 양손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고, 마치 자신이 무언가를 잡고 싶지만 동시에 그것을 놓아주고 싶은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이수진이가 나한테…”

민준이 다시 말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더 천천히. 마치 자신의 입이 이 질문을 조형하고 있는 과정 자체를 느끼려고 하는 것처럼.

“응.”

우리가 대답했다. 그들의 목소리는 종이처럼 얇아져 있었다.

“같은 금액으로…”

민준이 말했다.

“나는 모르지만, 충분히 가능해.”

우리가 대답했다.

“가능하다고? 그게 무슨…”

민준이 말을 멈췄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몇 주 전의 그 미팅. CEO 이수진과의 대화. “당신의 위약금은 250억 원입니다.” 그 문장 뒤에 다른 문장이 이어졌었다. 자신이 당시에는 듣지 못했던, 혹은 듣고도 무시했던 문장이.

“그 금액이 어디서 나온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준호에게. 우리에게. 자신에게.

“우리가 어떻게 알아?”

우리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 대답은 거짓이었다. 민준은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의 눈이 왼쪽으로 향했다. 거짓을 말할 때 사람들이 흔히 하는 움직임.

“알고 있어요.”

민준이 말했다. 단호하게.

“아니야.”

우리가 말했다.

“알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말하지 않으면 나는 알아낼 거예요. 아마 며칠 안에. 그리고 그때는 당신들이 말할 기회가 없을 거예요.”

민준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침착했다. 마치 자신이 이미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인 것처럼. 혹은 최악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준호가 우리를 봤다. 눈으로 뭔가를 전했다. 동의인지, 거부인지, 혹은 이미 끝이라는 신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이해했다. 그들의 몸이 테이블에서 떨어져 나갔고, 손을 모았고, 마치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처럼.

“이수진이가 나한테 제시한 넷플릭스 역할.”

우리가 말했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를 외우듯이. 마치 이 말들이 자신의 입에서 나가는 순간 자신의 일부가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응.”

민준이 말했다.

“그건 진짜 역할이 아니야. 아니, 역할은 있어. 하지만 그것이 주어진 이유는…”

우리가 멈췄다.

“말해.”

민준이 말했다.

“그건 거래야. 내 친구의 죽음을 침묵하는 대가로.”

우리가 말했다. 마치 자신의 혀가 독약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

민준의 얼굴이 흰색으로 변했다. 정말로 흰색으로. 마치 혈액이 한 순간에 빠져나가는 것처럼. 그의 입이 벌어졌다. 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의 어깨가 떨렸다. 작은 떨림. 마치 자신의 몸이 뭔가를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당신이 그 역할을 받는 대신에.”

우리가 계속했다. “이수진이는 당신이 내 친구가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에 대해 절대로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당신이 유명해지면 언론의 주목을 받을 테니까. 그때 혹시 당신의 입에서 뭔가 나올까봐 두려워하는 거야. 그래서 먼저 당신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려고 했던 거다. 당신을 거래의 대상으로.”

“아니다.”

민준이 말했다. 마치 반복하면 그것이 거짓이 될 것처럼. “아니야. 이수진이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 위약금 이야기는 했지만, 침묵하라는 말은…”

“명시적으로는 안 했겠지.”

우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런 거야. 그런 거예요. 당신은 그 역할을 받으면, 그것이 이수진이와의 거래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당신은 그 거래에 동의하게 될 거고. 왜냐하면 그 역할이 당신의 꿈이니까.”

민준이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의자를 뒤로 밀어낸 것처럼. 그의 다리가 불안정했다. 마치 자신의 몸이 아직도 앉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그런데 당신은 알았어요.”

민준이 말했다. 우리를 보면서. “당신은 처음부터 알았어요. 그리고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왜?”

“왜냐하면…”

우리가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멈췄다.

“왜냐하면 뭐예요?”

민준이 물었다.

“왜냐하면 나는 너를 잃고 싶지 않았어.”

우리가 말했다. 매우 천천히. 마치 이 문장이 자신의 입에서 나가는 순간 자신의 심장도 함께 나갈 것처럼.

그 문장이 카페의 공기 속에 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유리를 깨뜨린 것처럼. 그 파편들이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뭐라고?”

민준이 물었다.

“너는 내가 처음 만난 사람이야. 네플릭스 역할을 준비하던 날, 라커룸에서. 넌 내 손을 잡고 있었어. 아무도 너를 보지 않았지만, 나는 봤어.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는 너를 잃고 싶지 않았어.”

우리가 말했다.

“그럼 지금은요?”

민준이 물었다. “지금도 나를 잃고 싶지 않아서 이 모든 것을 말하는 거예요?”

우리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의 눈이 테이블로 향했다. 마치 자신의 눈이 무언가를 직시할 수 없는 것처럼.

준호가 민준의 팔을 잡았다. 부드럽게. 하지만 명확하게. 마치 자신이 민준을 다시 의자로 앉히려고 하는 것처럼.

“앉아.”

준호가 말했다.

“형…”

민준이 말했다.

“앉아. 지금은 일어날 때가 아니야.”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앉았다. 마치 자신의 다리가 갑자기 강도를 잃은 것처럼. 그의 눈이 테이블을 바라봤다. 테이블의 나무결. 거기에 누군가가 흘린 커피 자국. 시간이 남긴 흔적들.

“이수진이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데?”

민준이 물었다. 준호에게. 아직도 테이블을 보면서.

“당신이 그 역할을 받으면, 당신의 위약금을 낼 거라고 했어. 250억 원. 정확한 금액.”

준호가 말했다. 마치 자신이 이것을 여러 번 반복해서 말했던 것처럼. 마치 이 문장이 자신의 입에서 나갈 때마다 자신의 마음도 함께 나가는 것처럼.

“그런데…”

민준이 말했다.

“그런데 그 위약금이 뭘 의미하는지는 말하지 않았어?”

준호가 말했다.

“내 친구의 침묵을 사는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그리고 그 침묵을 보증할 사람도 필요해. 당신과 가까운 사람. 당신이 믿는 사람.”

우리가 말했다. 이제 다시 테이블을 보면서.

민준이 우리를 봤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이수진이가 자신을 선택한 이유. 자신의 평범함이 강점이었던 이유. 그리고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외로웠는지.

“당신이 나한테 이 모든 것을 말한 이유는…”

민준이 말했다.

“나는 너를 잃고 싶지 않아. 그리고 나는 나를 잃고 싶지도 않아.”

우리가 말했다. “내 친구는 이미 잃었어. 하지만 너는 아직 남아 있어. 그리고 나는 너를 지키고 싶어. 그것이 내 친구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어.”

“이건 미쳤다.”

민준이 말했다.

“응. 미쳤어.”

우리가 대답했다.

카페의 시계가 4시를 가리켰다. 오후 4시. 여전히 밝은 햇빛이 들어와 있었다. 마치 이 날이 결코 끝나지 않을 것처럼.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내가 그 역할을 거부하면?”

민준이 물었다.

“그럼 이수진이는 당신을 처리할 거야.”

준호가 말했다.

“어떻게?”

민준이 물었다.

“위약금을 청구할 거야. 그리고 당신은 그 돈을 낼 수 없으니까, 배우로서 끝날 거야. 더 이상 이 회사에서 일할 수 없을 거고. 아마 다른 회사에서도.”

준호가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 역할을 받아야 해?”

민준이 물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

준호가 말했다.

“형…”

민준이 말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투명한 배우야. 아무도 나를 안 봐. 그런데 당신이 나한테 이 역할을 한다는 것은… 나를 보이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는 나를 가두는 거라는 것이 지금 느껴져요.”

민준이 말했다.

“맞아.”

우리가 말했다.

“그래서 내가 지금 너한테 이 모든 것을 말하는 거야. 너는 선택할 수 있어야 해. 투명하게 남을지, 아니면 보이게 될지. 하지만 거짓으로 보이지는 말고.”

우리가 말했다.

“그런데 둘 다 함정이잖아요.”

민준이 말했다.

“응.”

우리가 대답했다.

“둘 다 함정이야. 이것이 이 시스템의 본질이야.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든 함정에 빠져. 그래서 나는 당신을 선택했어. 당신이 어느 함정을 선택하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기 위해.”

그 말이 끝났을 때, 준호의 손이 테이블 위로 내려왔다. 그리고 민준의 손을 찾아서 잡았다. 민준이 그것에 저항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을 준호의 손 위에 놓았다.

그리고 우리의 손이 둘의 손 위로 내려왔다.

세 사람의 손이 테이블 위에서 만나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이들을 함께 묶으려고 하는 것처럼. 혹은 이들이 함께 묶여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처럼.

“우리가 뭐 하는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모르겠어.”

준호가 말했다.

“그냥… 함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거 같아.”

우리가 말했다.

그들은 그 상태로 있었다. 몇 분 동안. 카페의 배경음악이 계속 흘렀다. 재즈. 트럼펫. 그리고 천천히, 매우 천천히, 민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화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무엇도 아닌, 그리고 모든 것인 눈물이었다. 마치 자신의 몸이 자신의 뇌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것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처럼.

“우리가 지금 뭘 해야 해요?”

민준이 물었다. 눈을 감으면서.

“음…”

준호가 생각했다. “아무것도 안 해도 돼.”

“정말요?”

민준이 물었다.

“응.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함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

준호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맞는 것 같았다. 마치 이 순간이 모든 것을 바꿀 순간은 아니지만, 모든 것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처럼. 마치 민준이 지금 이 순간부터 자신의 진정한 선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처럼.

카페의 시계는 계속 움직였다. 4시를 지나 4시 5분으로. 4시 10분으로. 마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것처럼. 마치 이 모든 것이 끝나고 새로운 것이 시작되려고 하는 것처럼.

그리고 민준은 알았다. 자신의 선택이 무엇이든, 이것은 더 이상 혼자의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이것은 준호의 선택이고, 우리의 선택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것을.

# 선택의 무게

카페의 조명이 오후의 햇빛과 섞여 부드러운 황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민준은 테이블 위의 커피잔을 바라봤다. 이미 식어버린 라테. 거품도 사라지고 표면만 검게 남아있었다. 마치 자신의 마음처럼.

“너는 이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없어.”

준호의 목소리가 낮고 차분했다. 그는 민준의 눈을 똑바로 마주봤다. 검은색 셔츠를 입은 그의 실루엣이 창문의 빛 속에서 윤곽을 드러냈다.

“뭐… 뭐라고요?” 민준이 물었다. 목이 좁혀드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말하는 것을 들어봐.” 준호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테이블이 삐걱거렸다. “너는 투명하게 남을 수도 있고, 보이게 될 수도 있어. 그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가 잠시 멈췄다.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두드렸다. 탁, 탁, 탁. “거짓으로 보이지는 말고. 그게 가장 중요한 거야.”

우리(내가, 이 공간의 또 다른 목격자)는 이 말을 듣고 있었다. 카페의 배경음악—재즈 트럼펫—이 계속 흘러나왔다. 누군가의 깊고 슬픈 즉흥연주. 마치 이 대화 자체가 악보 위의 음표처럼 느껴졌다.

민준의 얼굴이 창백해 보였다. 그의 눈이 움직였다. 준호를 보고, 나를 보고, 다시 준호를 보았다.

“그런데…” 민준이 천천히 말했다. “그런데 둘 다 함정이잖아요.”

그 말이 공중에 떠 있었다. 진짜 깨달음처럼. 민준의 입가에서 나온 이 말 자체가 하나의 승리인 것처럼 보였다.

준호가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조소가 아니라 인정이었다. “응. 그래. 둘 다 함정이야.”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이 시스템의 본질이야. 당신이 어느 쪽을 선택하든 함정에 빠져. 투명함도 함정이고, 드러남도 함정이야. 왜냐하면 이 시스템 자체가 선택을 강요하는 거니까.”

민준이 숨을 깊게 쉬었다. 그의 어깨가 내려갔다.

준호가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더 부드럽게. “그래서 나는 너를 선택했어. 민준, 정확히는 지금 이 순간을 이렇게 함께 있는 것을 선택했어. 너는 어느 함정을 선택하든, 너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기 위해서.”

그 말이 끝나는 순간, 뭔가 바뀌었다. 공기의 질감이 바뀐 것 같았다. 마치 이 카페 전체가 한 번 숨을 쉬었다가 다시 내쉬는 것처럼.

준호의 손이 천천히 테이블 위로 움직였다. 그의 손가락들이 테이블을 미끄러지듯 이동했고, 민준의 손을 찾아 잡았다.

민준은 그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을 준호의 손 위에 겹쳤다. 그들의 손이 테이블 위에서 만나있었다. 손가락에서 손가락으로 이어지는 따뜻함이 흘렀다.

그리고 나의 손이 그들의 손 위로 내려왔다.

세 사람의 손이 테이블 위에서 만나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이들을 함께 묶으려고 하는 것처럼. 혹은 더 정확히 말하면, 이들이 이미 함께 묶여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그것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처럼.

손의 온기가 전달되었다. 준호의 손은 따뜻했다. 그의 손가락들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민준의 손은 차가웠다. 마치 그동안 모든 열을 내부로 숨겨두고 있었던 것처럼. 나의 손은… 중간이었다. 그 둘을 이어주는 다리 같은 것.

“우리가 뭐 하는 거예요?” 민준이 조용히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 떨림이 있었다.

준호가 한참 생각했다. “모르겠어.”

“그냥…” 나가 말했다. “함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거 같아. 이 순간이 진짜라는 것을.”

그들은 그 상태로 있었다. 몇 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호흡만 계속했다.

카페의 배경음악이 계속 흘렀다. 재즈. 그 슬픈 트럼펫. 어딘가에서 피아노도 들렸다. 낮고 깊은 음들. 마치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나오는 소리처럼.

그리고 천천히, 매우 천천히, 민준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화의 눈물도 아니었다. 그것은 분류할 수 없는 눈물이었다. 마치 자신의 몸이 자신의 뇌가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무언가를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처럼. 마치 몸이 영혼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것을 눈물로 표현하려고 하는 것처럼.

“우리가 지금 뭘 해야 해요?” 민준이 눈을 감으면서 물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것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흘렀다. 마치 그것도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준호가 생각했다. 길게. “아무것도 안 해도 돼. 진짜로.”

“정말요?” 민준이 눈을 뜨고 물었다. 눈물로 인해 그의 눈이 더 크게 보였다. 마치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 것처럼.

“응.”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더 낮았다. “지금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함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 손을 잡고 있다는 것. 서로를 느낀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이 진짜라는 것을 아는 것. 이것만으로도.”

그것이 맞는 것 같았다. 마치 이 순간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바꿀 순간은 아니지만, 모든 것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처럼. 마치 민준이 지금 이 순간부터 자신의 진정한 선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처럼.

카페의 시계가 벽에 붙어 있었다. 4시를 지나 4시 5분으로. 4시 10분으로. 마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 것처럼. 마치 이 모든 것이 끝나고 새로운 것이 정말로 시작되려고 하는 것처럼. 시간이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이 세 사람의 시간도, 카페의 시간도, 세상의 시간도.

그리고 민준은 알았다. 자신의 선택이 무엇이든, 이것은 더 이상 혼자의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이것은 준호의 선택이고, 나의 선택이기도 하다는 것을.

함께 선택하는 것.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는 것을.

테이블 위의 세 손이 계속 만나 있었다. 따뜻함이 흘렀다. 그리고 민준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침내, 처음으로, 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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