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제2막 – 제49화: 새벽의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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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9화: 새벽의 결단

우리는 민준의 전화를 받고 15분 만에 편의점 앞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린 그녀의 얼굴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즉시 알고 있었다. 머리는 묶지 않았고, 얼굴에는 화장기가 없었으며, 입은 것은 낡은 회색 후드티와 검은 스웨트팬츠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깨어 있었다. 완전히, 절박하게 깨어 있었다.

“뭐 했어?”

우리가 민준을 보자마자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수면의 흔적이 남아 있었지만, 그 아래에는 뭔가 예리한 것이 흐르고 있었다. 마치 칼날 같은 직관력. 뮤지컬 배우답게,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있었다.

“우리. 고마워.”

준호가 인사했다. 그는 여전히 민준의 옆에 서 있었고, 그 거리는 가깝게 유지되고 있었다. 마치 민준이 도망갈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뭐가 고마워. 너희 둘이 뭐 했어?”

우리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더 직설적이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민준의 팔을 잡았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를 확인해야 하는 것처럼.

“편의점 옆 벤치로 가자.”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뭔가 결정된 것이 있었다. 마치 이미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그들은 편의점 옆의 벤치에 앉았다. 밤 12시 35분. 서울의 밤은 결코 조용하지 않았다. 강남역 방향에서는 여전히 택시가 지나가고 있었고, 멀리서는 건설음이 들렸으며, 그 위에는 도시의 전자음이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소음이 있어도, 세 사람이 앉은 이 벤치는 섬처럼 고립되어 있었다.

“이수진이가 뭐라고 했어?”

우리가 먼저 물었다. 그녀는 민준 옆에 앉았고, 준호는 민준의 다른 쪽에 앉았다. 민준은 양쪽에서 박혀 있었다. 도망칠 수 없게.

민준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세 번을 반복했다. 마치 자신이 말하는 것이 이 둘을 상처입힐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말해.”

우리가 말했다. 그 한 단어에는 명령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차가운 명령이 아니었다. 그것은 따뜻한 명령이었다. 마치 자신이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 같은.

“내가 도망치면 위약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민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공중을 향하고 있었다. 벤치 앞의 거리를 향해.

“얼마야?”

준호가 물었다.

“4억.”

민준이 대답했다.

우리의 손이 민준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차갑고 떨리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물었다.

“그래서 나는 여기 있어야 합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아니야.”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형, 4억이에요. 내가 어디서 4억을 구합니까?”

민준이 물었다. 이번에는 준호를 바라보았다.

“위약금은 내가 낼 거야.”

준호가 말했다.

“뭐요?”

민준이 물었다.

“위약금. 내가 낼 거야. 넌 회사를 나가. 새로 시작해.”

준호의 말은 미친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그의 눈은 미쳐 있지 않았다. 그것은 명확하고, 차갑고, 결정된 눈이었다.

“형, 당신이 4억을 어디서…”

민준이 시작했지만, 우리가 끼어들었다.

“아, 잠깐. 잠깐.”

우리가 손을 들었다.

“이수진이가 정확하게 뭐라고 했어? ‘위약금을 내면 나간다’고? 아니면 뭔가 다른 조건이 있었어?”

우리의 질문은 정확했다. 마치 변호사처럼. 마치 자신이 이 상황의 법적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민준은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는 뭔가 더 있었다.

“민준이.”

우리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작아졌지만, 더 강해졌다.

“이수진이가 뭐라고 했어? 정확하게.”

“위약금은 나갈 수 있는 최소 조건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민준이 말했다.

“뭐가 더 필요해?”

준호가 물었다.

“새로 계약할 회사가 필요합니다. 다른 엔터 회사가 나를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수진이가 ‘협력’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민준이 설명했다.

“협력?”

우리가 반복했다.

“위약금을 낮춰주거나, 계약을 쉽게 풀어주는 조건을 만들어준다는 뜻입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그건 거짓이야.”

우리가 말했다. 갑자기.

“뭐요?”

민준이 물었다.

“이수진이는 절대 협력하지 않을 거야. 그건 함정이야. 위약금을 낼 수 있는 회사가 나타나는 순간, 이수진이는 너를 소송할 거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너는 새 회사의 촬영도 못 하고, 활동도 못 하고, 그냥 소송 중이 되는 거야. 그럼 새 회사도 손을 뗄 거고, 너는 다시 혼자가 되는 거야.”

우리의 분석은 정확했다. 마치 자신이 이미 이런 일들을 여러 번 봤던 사람처럼.

“그게… 맞아요.”

민준이 속삭였다.

“그래서 이수진이는 뭐라고 했어? 정확한 말을.”

우리가 다시 물었다.

“’너는 여기 있을 거야. 왜냐하면 넌 할 수 없으니까’라고 했습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침묵이 벤치 위에 내려앉았다. 그것은 무거운 침묵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몸 전체의 무게를 벤치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민준아.”

우리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명령도, 질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단순한 진술이었다. 마치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넷플릭스 역이 떴어?”

“모릅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아직 연락이 없었어?”

“네.”

“그럼 이수진이가 뭐라고 했어? 그 역에 대해서.”

우리가 물었다.

“’너는 이미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민준이 말했다.

우리는 민준의 얼굴을 봤다. 그 얼굴에는 뭔가 부서진 것이 있었다. 마치 자신이 어떤 환상 속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것이 한 번에 깨져버린 것처럼.

“그럼 이건 협박이 아니라, 감옥이네.”

준호가 중얼거렸다.

“그래.”

우리가 말했다.

“감옥의 문이 열려 있지만, 나갈 수 없는 감옥. 왜냐하면 나가는 순간 너는 죽으니까. 그게 이수진이의 논리야.”

우리의 분석이 끝났을 때, 민준은 자신의 손을 봤다. 그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래도 우린 방법을 찾을 수 있어.”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어떤 방법? 형, 당신은 34살이야. 당신도 이 업계에서 얼마나 위험한지 알잖아.”

우리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뭔가 통렬한 현실감이 있었다.

“알아. 하지만 우린 할 수 있어. 세 명이 함께면.”

준호가 말했다.

“뭘 하려고?”

우리가 물었다.

“넷플릭스 역. 그게 정말 떨어진 건지 확인해야 해. 이수진이는 거짓말할 수 있으니까.”

준호가 말했다.

“어떻게? 넷플릭스한테 전화해?”

우리가 물었다.

“아니야. 그건 자살행위야. 대신…”

준호가 말을 멈추고, 민준을 봤다.

“대신?”

우리가 재촉했다.

“대신 우리가 직접 안다. 내가 아는 PD가 있어. 넷플릭스 쪽과 일한 적 있는 PD. 그 PD한테 물어볼 수 있어.”

준호가 설명했다.

“그 PD가 너한테 뭐라고 할까?”

우리가 물었다.

“’이 배우 민준이가 오디션 떴나요?’라고. 그리고 PD가 알려줄 수도 있고, 안 알려줄 수도 있어. 하지만 적어도 우린 알게 될 거야. 이수진이의 거짓말인지 아닌지.”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이 대화를 들었다. 그 대화 속에는 뭔가 희망처럼 보이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희망인지, 아니면 자신을 더욱 깊은 절망으로 밀어 넣는 또 다른 함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만약 내가 떨어진 게 맞다면?”

민준이 물었다.

“그럼 우린 다음 전략을 짠다.”

우리가 말했다.

“어떤 전략?”

민준이 물었다.

“넷플릭스 역은 이미 끝났으니까, 다른 역을 노린다. 너의 실력으로 할 수 있는 역. 그리고 그 역을 따내는 순간, 너는 회사를 옮길 명분이 생기는 거야.”

우리가 설명했다.

“하지만 이수진이가 협력하지 않을 거예요.”

민준이 말했다.

“그래. 그럼 우린 싸운다. 법적으로. 위약금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말했다.

“그건…”

민준이 시작했다.

“돈이 많이 들어?”

우리가 끝내버렸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그래. 돈이 많이 들어. 하지만 우린 할 수 있어. 왜냐하면…”

우리가 말을 멈추고, 준호를 봤다.

“왜냐하면?”

민준이 물었다.

“왜냐하면 너는 혼자가 아니니까.”

우리가 말했다. 그녀의 손이 민준의 손을 더 꽉 잡았다.

“우리는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절대.”

우리가 다시 말했다.

민준은 이 두 사람을 봤다. 34살의 배우 준호. 25살의 뮤지컬 배우 우리. 이들은 민준처럼 약하고, 불안정하고,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그들은 민준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들이 충분히 강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것이 거짓일 수도 있었다. 그들도 곧 포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밤 12시 47분, 강남역 옆의 편의점 벤치에서, 민준은 처음으로 무언가를 믿기로 결정했다.

“고마워요.”

민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떨림 속에는 이제 뭔가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절망만이 아닌, 뭔가 더.

“우리, 그 PD 연락처 알아?”

준호가 우리를 봤다.

“알지. 왜?”

우리가 물었다.

“내일 아침에 전화해. 지금은 밤이니까.”

준호가 말했다.

“내일 아침? 몇 시에?”

우리가 물었다.

“아침 8시. 그 PD는 아침형이야.”

준호가 대답했다.

“그럼 난 집에 가서 좀 자고, 내일 아침에 전화할게.”

우리가 말했다.

“고마워.”

준호가 말했다.

“왜 나한테 고맙게? 넌 민준이한테 고마워해야지.”

우리가 말했다. 그녀는 민준을 봤다.

“너, 내일 뭐 할 거야? 회사 가?”

“모르겠습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가지 마. 아프다고 하고 쉬어. 그리고 집에서 기다려.”

우리가 말했다.

“제가 회사에 안 가면, 이수진이가…”

민준이 시작했다.

“이수진이가 뭐? 너를 더 압박할 거야? 이미 너는 충분히 압박받고 있잖아.”

우리가 말했다.

“맞아. 내일은 쉬어. 우리가 뭔가 알아낼 때까지 쉬자.”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작이 자신의 몸을 완전히 소진시킨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이 이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써버린 것처럼.

“그리고 민준이.”

준호가 말했다.

“뭐요?”

민준이 물었다.

“더 이상 혼자 이수진이를 만나지 마. 항상 누군가 함께 있어야 해. 알겠어?”

준호가 말했다. 그 말은 명령이었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걱정이 있었다.

“알겠습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그들은 벤치에서 일어났다. 밤 1시 2분. 서울의 밤은 여전히 조용하지 않았지만, 뭔가 다르게 들렸다. 마치 그 소음이 자신들을 격려하고 있는 것처럼. 밤새 작동하는 도시의 모든 것들처럼, 자신들도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신호처럼.

“우리, 조심해서 들어가.”

준호가 말했다.

“너도 조심해. 형.”

우리가 대답했다.

택시가 우리를 태우러 왔다. 그녀가 창밖으로 손을 흔들었을 때, 민준은 그 손이 자신을 놓지 않는 손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치 자신이 다시 물에 빠질 것이 두렵다는 신호처럼.

택시가 사라지자, 준호가 민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집 가자. 지하 연습실 말고, 진짜 집.”

준호가 말했다.

“형은 어디…”

민준이 시작했다.

“나? 나는 너 집에 있을 거야. 너 혼자 두지 않을 거야.”

준호가 말했다.

그들은 택시를 탔다. 강남역 방향으로. 그 택시 안에서, 민준은 자신의 손이 더 이상 떨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도 차갑지만, 더 이상 떨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충분했다.

인생이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았다. 내일 아침 우리의 전화가 나쁜 소식을 가져올 수도 있었다. 넷플릭스 역이 정말로 떨어진 것이었을 수도 있었다. 법적 싸움이 민준을 더욱 깊은 절망으로 빠뜨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이 택시 안에서, 민준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것을 바꾸었다.

태양은 아직 뜨지 않았다. 하지만 밤은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마치 뭔가 새로운 것이 시작되려고 하는 것처럼.

# 택시 안의 약속

## 1부: 벤치 위의 결정

밤 12시 47분. 서울 강남역 근처의 조용한 공원 벤치에 세 명이 앉아 있었다.

민준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그의 손가락들은 마치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스마트폰 화면의 밝은 빛이 그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고, 그 화면에는 회사로부터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내일 아침 회사에 나오지 않으면 자동 사직 처리된다는 내용이었다.

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결연했다. 마치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온 것처럼.

“기다려.”

단 두 글자였지만, 그 말 속에는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진정한 걱정, 결의, 그리고 형으로서의 책임감.

민준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흐릿했다. 마치 며칠 동안 한 점도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의 눈이었다. 실제로 그렇기도 했다. 지난 일주일간 그는 거의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회사의 압박, 이수진의 괴롭힘, 그리고 점점 더 깊어져 가는 절망감. 그 모든 것들이 그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제가 회사에 안 가면, 이수진이가…”

민준이 떨리는 목소리로 시작했다. 그의 목에서 나오는 음성도 불안정했다. 마치 그 말 자체가 그의 온 몸에 엄청난 부담이 되는 것 같았다. 회사에 가지 않는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한국 사회에서, 특히 그의 나이에서 경력을 버린다는 것은 인생을 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수진이가 뭐? 너를 더 압박할 거야? 이미 너는 충분히 압박받고 있잖아.”

이번엔 우리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명한 분노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 분노는 민준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의 상황을 만든 모든 것, 모든 사람들을 향하고 있었다. 이수진의 괴롭힘, 회사의 부당한 압박,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 전체를 향하고 있었다.

벤치 옆을 지나가는 바람이 그들의 얼굴을 스쳤다. 그것은 겨울 밤의 차가운 바람이었지만, 동시에 깨어있음의 신호처럼 느껴졌다. 마치 이 순간이 정말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았다.

준호가 다시 말했다. 이번엔 더욱 확실한 목소리로.

“맞아. 내일은 쉬어. 우리가 뭔가 알아낼 때까지 쉬자.”

그 말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었다. 그것은 명령이었고, 동시에 약속이었다. 준호는 민준의 어깨 너머로 멀리 있는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남역 근처의 빌딩들이 밤하늘을 밝히고 있었고, 그 불빛들은 마치 도시가 결코 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준호와 우리는 민준이 쉬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작이 자신의 몸을 완전히 소진시킨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이 이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을 다 써버린 것처럼. 그 끄덕임은 동의였지만, 동시에 항복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절망적인 항복이 아니었다. 오히려 누군가에게 짐을 내려놓는 행위였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민준이.”

준호가 다시 말했다. 이번엔 더욱 진지한 톤으로. 그의 목소리에는 경고가 담겨 있었다. 형이 아우를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그것.

“뭐요?”

민준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더 이상 혼자 이수진이를 만나지 마. 항상 누군가 함께 있어야 해. 알겠어?”

준호가 말했다. 그 말은 명령이었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걱정이 있었다. 이수진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준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민준의 현재 정신 상태에서는 혼자라면 그 위험에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이제 그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안정감이 생겨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었을 때의 그런 안정감.

그들은 벤치에서 일어났다. 밤 1시 2분. 시간은 자정을 훨씬 지나가고 있었다. 서울의 밤은 여전히 조용하지 않았다. 멀리서 택시의 경적음이 들렸고,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일하는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뭔가 다르게 들렸다. 마치 그 소음이 자신들을 격려하고 있는 것처럼. 밤새 작동하는 도시의 모든 것들처럼, 자신들도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신호처럼. 밤은 언제나 그랬다. 완전한 어둠이 아니라, 계속된 활동의 다른 형태.

“우리, 조심해서 들어가.”

준호가 말했다. 그의 손이 우리의 어깨에 얹혔다. 형으로서의 배려였다.

“너도 조심해. 형.”

우리가 대답했다. 그 짧은 문장에도 충분한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 2부: 택시 위의 약속

택시가 우리를 태우러 왔다. 흰색의 오래된 택시였다. 운전기사는 50대 중반으로 보였고, 그의 얼굴에는 밤새 일한 피로가 묻어나고 있었다. 그는 세 명의 젊은이들이 밤 1시에 공원 벤치에서 올라타는 것을 보고도 특별히 놀라지 않는 것 같았다. 서울의 밤 문화에서는 이런 일이 드물지 않으니까.

창밖으로 손을 흔들 때, 민준은 그 손이 자신을 놓지 않는 손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치 자신이 다시 물에 빠질 것이 두렵다는 신호처럼. 우리의 손은 차갑고 조금 떨리고 있었다. 민준의 손과 같이. 두 사람 모두 이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있었다.

택시가 밤의 도로 위로 미끄러져 나갔다. 강남역을 지나는 도로는 밤 1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발했다. 시내버스가 지나갔고, 몇몇의 늦은 밤 운전자들이 자신들과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택시가 사라지자, 준호가 민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것은 따뜻한 손이었다. 마치 밤의 차가움으로부터 민준을 보호하려는 것처럼.

“집 가자. 지하 연습실 말고, 진짜 집.”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있었다. 민준이 지금 필요한 것은 음악 연습실이 아니라, 집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지하 연습실은 그에게 있어서 도피처였고, 그곳에 혼자 있으면 그의 생각은 더욱 어두워질 수 있었다.

“형은 어디…”

민준이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혼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나? 나는 너 집에 있을 거야. 너 혼자 두지 않을 거야.”

준호가 말했다. 그것은 약속이었다. 형으로서의 약속. 혈연의 약속이 아니라, 마음의 약속.

그들은 택시를 탔다. 민준은 운전기사에게 자신의 주소를 알려주었다. 강남역 방향으로. 집은 그리 멀지 않았다. 20분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20분이 무한히 길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택시 안의 공기는 따뜻했다. 히터가 켜져 있었고, 라디오에서는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었다. 어떤 대학생의 사연이 읽혀지고 있었다. 그것도 누군가의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사연이었다. 마치 세상 모든 곳에 절망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처럼.

그 택시 안에서, 민준은 자신의 손이 더 이상 떨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도 차갑지만, 더 이상 떨리지는 않았다. 그것은 작은 변화였지만, 민준에게 있어서는 매우 큰 변화였다. 그것은 신체적인 안정화를 의미했고, 그것은 정신적인 안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준호는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의 서울은 아름다웠다. 불빛들이 도시를 장식하고 있었고, 그 불빛들은 수백만의 사람들의 삶을 대표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민준의 삶이고, 그것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준호는 믿고 있었다.

“형, 고마워요.”

민준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준호가 물었다.

“다 감당해주고 있어서요. 내 문제를…”

민준이 말했다.

“그게 뭐 하는 소리야. 넌 내 형제야. 형제가 힘들 때 도와주는 게 당연한 거지.”

준호가 대답했다.

그 대화 후 조용함이 찾아왔다. 불편한 침묵이 아니라, 편안한 침묵이었다. 마치 두 형제가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서로 이해하고 있는 그런 침묵.

## 3부: 새벽의 도착

20분의 운전 끝에, 택시는 민준의 집 앞에 멈추었다. 작은 오피스텔이었다. 강남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최신식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민준의 작은 피난처였다.

“15000원입니다.”

운전기사가 말했다.

준호가 지갑을 꺼냈다.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운전기사는 그것을 받아가지고 가서 결제를 처리했다. 그리고 돌아와서 카드를 건넸다. 준호는 팁을 추가로 남겼다. 밤새 일하는 누군가를 위한 작은 배려였다.

그들은 택시에서 내렸다. 새벽 1시 25분. 밤은 여전히 깊었지만, 동시에 끝나가고 있었다. 마치 뭔가 새로운 것이 시작되려고 하는 것처럼.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는 기미가 있었다. 아직은 거의 보이지 않는 정도였지만.

“들어가자.”

준호가 말했다.

민준의 집은 4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민준은 이 순간이 꿈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절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인생은 예측 불가능했고, 때때로 무서웠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낡은 엘리베이터였지만, 작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갔다.

“내일 아침에 뭐 할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일단 너는 자야 해. 충분히 자고, 밥도 먹고. 그 다음에 우리가 뭔가 해봐.”

준호가 대답했다.

엘리베이터의 느린 움직임. 1층, 2층, 3층, 4층. 각 층마다 그들의 심장이 한 번씩 뛰는 것처럼 느껴졌다.

4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민준의 집은 복도의 끝에 있었다. 그들은 천천히 걸어갔다. 그 복도는 마치 길고 긴 터널처럼 느껴졌다. 마치 민준의 지난 며칠간의 생활이 그러했듯이.

“여기다.”

민준이 말했다.

그는 열쇠를 꺼냈다. 손이 조금 떨렸지만, 이전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열쇠가 자물쇠에 들어갔다. 돌렸다. 문이 열렸다.

집 안은 어두웠다. 민준이 불을 켰다. 작은 거실이 밝혀졌다. 서툰 정도의 청소 상태였다. 마치 누군가가 최근에 제대로 청소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여기 소파에 누워.”

준호가 말했다. 그것은 명령이 아니라 제안이었지만, 동시에 명령처럼 들렸다.

민준은 소파에 누웠다. 그의 몸은 즉시 침대나 소파 위에서 휴식을 취하기를 원했다. 며칠 동안 제대로 잔 적이 없었으니까.

준호는 거실 옆의 침실로 들어갔다. 침대를 정리했다. 그리고 돌아와서 민준을 침실로 옮기려고 했지만, 민준은 소파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가 좋아요.”

민준이 말했다.

준호는 침실에서 담요를 꺼내 왔다. 그것을 민준 위에 덮어주었다. 그 행동은 매우 자연스러웠고, 형으로서의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그리고 우리가 뭔가 해봐. 알겠어?”

준호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미 졸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준호는 거실의 불을 조금 어둡게 조절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았다. 민준 옆의 의자에.

“형, 자지 않으실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나는 여기서 지켜볼 거야.”

준호가 대답했다.

“혼자서요?”

민준이 다시 물었다.

“혼자가 아니야. 넌 여기 있잖아.”

준호가 말했다.

그 말이 있자, 민준의 눈은 마침내 감겼다. 깊고 조용한 수면으로 빠져들었다. 몸이 필요로 하는 휴식. 그것은 강압적으로 밀려온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를 감싼 것이었다.

준호는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민준의 얼굴이 점점 평온해지고 있었다. 스트레스로 굳어있던 얼굴이 서서히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이것이 준호가 원했던 것이었다. 민준이 조금이라도 편안해지는 것.

시간이 흘렀다. 새벽 2시, 새벽 3시, 새벽 4시. 준호는 계속 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때때로 감겼다가 다시 떠지곤 했다. 하지만 그는 일어서지 않았다.

## 4부: 새벽의 깨달음

새벽 5시쯤, 준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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