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제2막 – 제47화: 침묵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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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7화: 침묵의 끝

준호의 전화는 밤 11시 52분에 울렸다.

민준은 침낭 안에서 깨어 있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지난 3시간 동안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고, 자신의 호흡을 세고 있었다. 들숨, 날숨. 들숨, 날숨. 마치 자신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듯이.

휴대폰의 불빛이 어둠 속에서 밝혀졌다. 화면에는 준호의 이름이 떴다. 민준은 손가락을 화면 위에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그리고 또 올렸다. 마치 버튼을 누르는 것이 무언가를 되돌릴 수 없게 만들 것 같았다.

통화가 끊겼다. 5초 만에. 그리고 카톡이 왔다.

“민준이. 깨어 있어?”

민준은 화면을 켰다 껐다를 반복했다. 5번. 10번. 그리고 결국 답장을 했다.

“네.”

준호의 답장은 즉시 왔다.

“지금 어디야? 회사?”

“네. 연습실.”

“나가. 나 만나.”

민준은 그 메시지를 읽었다. 그리고 다시 읽었다. 그 짧은 세 글자 속에는 무언가 긴급함이 있었다. 마치 준호가 자신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하지만 민준은 이미 구해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수진의 말이 맞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자유로워진다. 그리고 민준은 이제 완전히 자유로웠다. 자유로운 감옥의 죄수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준은 침낭에서 나왔다. 옷을 입었다. 가방을 들었다. 그리고 지하 1층을 나갔다.

강남역 근처의 24시간 편의점. 편의점 앞에는 준호가 서 있었다. 밤 12시 13분. 준호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담배가 천천히 타고 있었고, 그 연기가 밤공기로 흩어지고 있었다.

민준을 본 준호는 담배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 밟아서 끄웠다. 그 동작이 얼마나 빠르고 분노에 찬 것인지, 민준은 놀랐다.

“넌 미쳤어.”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감정이 떨리고 있었다.

“뭐가요?”

민준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무표정했다.

“뭐가냐고? 넌 지금 뭐 하는 거야? 우리가 뭐라고 했는데, 넌 이수진을 찾아갔어? 혼자? 밤에?”

준호가 민준의 팔을 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민준의 팔뚝을 파고들었다. 마치 민준이 도망갈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나한테 뭐라고 했어, 이수진이?”

“특별한 거 없습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모든 것이 특별했다. 모든 것이 치명적이었다.

준호는 민준의 거짓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 같았다. 준호의 손에 힘이 더해졌다.

“민준이. 나 봐.”

준호가 민준의 얼굴을 자신 쪽으로 돌렸다.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밤의 편의점 불빛 아래에서. 준호의 눈은 절박했다. 마치 자신이 민준을 잃어버릴 것을 아는 사람의 눈처럼.

“넌 이 회사에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해?”

“네.”

민준이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거짓이 아니었다.

“틀렸어. 넌 나갈 수 있어. 위약금이 뭐 대수야? 넌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어. 나는 도와줄 수 있고, 우리도 도와줄 거야. 우리는 넌 버리지 않을 거야.”

준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분노의 떨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두려움의 떨림이었다.

“형, 감사합니다.”

민준이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감사함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감사함도 사랑도 희망도, 모두 같은 것이었다. 그것들은 모두 자신을 살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신은 이미 죽어 있었으니까. 육체는 살아 있었지만, 그것 외의 모든 것은 이미 죽어 있었다.

준호는 민준을 놓지 않았다. 그의 손이 여전히 민준의 팔을 잡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손을 놓으면 민준이 바람처럼 흩어져버릴 것 같았다.

“넌 뭘 생각해? 그 회사에서 성공하면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해?”

준호가 물었다. 그것은 조언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정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민준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답을 말하는 것은 준호를 상처입히는 것과 같았다.

“모르겠습니다.”

민준이 말했다.

“정확히는 뭐야? ‘모르겠다’가 뭐야? 넌 뭘 원해? 정말로.”

준호가 다시 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자신의 다른 손으로 민준의 얼굴을 잡았다. 양손으로 민준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마치 자신이 민준의 영혼을 꺼내서 들여다보려는 것처럼.

민준은 준호의 눈을 봤다. 그 눈에는 자신에 대한 무언가가 있었다. 연민도 아니고, 동정도 아니었다. 그것은 더 깊은 무언가였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자신 안의 파멸을 보고 있는 것처럼.

“형은 왜… 날 도와줍니까?”

민준이 물었다. 그것은 처음으로 그가 진정한 질문을 한 것이었다. 자신의 내면에서 나온 질문.

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민준을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그리고 안았다. 밤의 편의점 앞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준호는 민준을 안았다. 마치 자신이 민준을 놓으면 자신도 사라져버릴 것처럼.

민준은 준호의 팔 안에서, 자신의 몸이 완전히 경직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은 안기는 법을 잊어버렸다. 아니다. 자신은 안기는 법을 배운 적이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은 혼자여야 했다. 그리고 그 혼자라는 것이 이제 자신의 본질이 되어버렸다.

“정말 힘들어?”

준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민준의 귀 옆에서 나왔다. 따뜻했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이 진실을 말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럼 나한테 기대. 내가 너를 지탱해줄 테니까.”

준호가 말했다. 그리고 민준은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준호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준호의 말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왜냐하면 어떤 누군가의 말도, 자신을 구할 수 없으니까. 자신은 이미 너무 깊이 빠져 있었다.

편의점 안에서는 형광등이 밝게 켜져 있었다. 어떤 노인이 라면을 데우고 있었다. 어떤 젊은 여자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편의점 앞의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모두 자신의 삶을 살고 있었다. 모두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

“내일 오디션이 있어.”

준호가 말했다. 그는 여전히 민준을 안고 있었다.

“네?”

“너를 데려갈 거야. 함께 가. 그리고 절대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

준호가 말했다. 그리고 민준은 그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약속이었다. 그리고 약속은 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편의점의 형광등 아래에서, 밤 12시 47분. 민준은 천천히 자신의 팔을 준호의 등에 감았다. 아주 천천히. 마치 자신이 준호를 만졌다는 것이 들통나면 안 되는 것처럼. 그리고 그 순간, 처음으로, 민준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감각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감각이 자신을 더욱 두렵게 만들었으니까.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민준은 이미 많은 것을 잃어봤다.

준호가 민준을 놓았다. 그리고 다시 자신을 봤다.

“내일 아침 7시에 회사 로비에서 만나. 네?”

“네.”

민준이 대답했다.

“약속이야. 너는 절대 나한테 거짓말을 하면 안 돼. 이해해?”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번에는 분명한 명령이 있었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그는 내일 아침 7시에 회사 로비에서 준호를 만날 것이다. 아무리 이수진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고 해도, 아무리 자신이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해도, 적어도 그것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준호는 민준의 어깨를 한 번 더 잡았다. 그리고 돌아섰다.

“가. 자고. 내일 봐.”

준호가 말했다. 그의 뒷모습이 밤길로 사라졌다. 그 뒷모습은 매우 작아 보였다. 마치 자신도 누군가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인 것처럼.

민준은 혼자 남겨졌다. 편의점 앞에서. 그리고 다시 자신의 침낭으로 돌아갔다. 지하 1층. 연습실. 자신의 감옥.

침낭에 누워서, 민준은 자신의 손을 봤다. 방금 준호를 안았던 그 손.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뭔가를 이해한 것처럼. 아니다. 자신이 뭔가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떨리고 있었다.

이수진이 말했다. 선택의 자유가 없으면 자유로워진다고.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자신은 여전히 선택을 하고 있었다. 매 순간. 준호를 믿을 것인가, 이수진을 믿을 것인가. 자신을 죽일 것인가,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들이 자신을 완전히 파괴하고 있었다.

밤은 계속되었다. 서울의 밤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잠을 자고, 누군가는 깨어 있고, 누군가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민준도 그 밤의 일부였다. 가장 작은 부분이지만, 여전히 일부였다.

오전 6시 47분. 민준은 다시 일어났다. 그는 침낭을 정리했다. 옷을 갈아입었다. 거울을 봤다. 거울에는 자신의 얼굴이 있었다. 극도로 피곤한 얼굴. 극도로 창백한 얼굴. 그리고 그 얼굴 안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 마치 자신이 배우처럼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민준은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 그리고 회사의 로비로 향했다.

오전 7시 정각에, 준호가 로비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피곤해 보였다. 그는 밤새 자지 않았을 것이다. 민준처럼.

준호는 민준을 봤다. 그리고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진정한 미소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무언가를 약속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나는 여기 있다.

민준은 준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따라갔다.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고. 자신의 발이 어디로 가는지 알 필요가 없었다. 자신은 이제 단지 따르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역설적으로, 가장 자유로운 것처럼 느껴졌다.


[END OF CHAPTER 47]

민준은 이제 깨달았다. 선택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는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를 따르는 것이, 자신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것을.

# 제47장 확장판

## 밤의 약속

준호의 목소리는 이제 더 이상 부드럽지 않았다. 그것은 철처럼 단단했고, 칼처럼 날카로웠다. 편의점 앞의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그의 얼굴은 결연함으로 경직되어 있었다. 주변의 소음—멀리서 들려오는 택시 경적음, 밤거리를 달리는 오토바이의 엔진음, 어딘가의 주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모두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세상이 그들 둘만 남겨두었다.

“내일 아침 7시. 회사 로비. 꼭 와야 해. 약속해.”

그의 손이 민준의 팔을 더욱 세게 움켜잡았다. 손가락의 압력이 팔뚝을 파고들었다. 그것은 단순한 접촉이 아니었다. 그것은 약속이었다. 또는 협박이었다. 민준은 구분할 수 없었다.

“네.”

민준이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의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마치 다른 누군가가 그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거짓이 아니었다. 민준은 분명히 내일 아침 7시에 그곳에 나타날 것이다. 왜냐하면 준호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준호의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수진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을까? 아마도. 밤새 민준의 휴대폰은 반복적으로 울렸다. 읽지 않은 메시지들. 응답하지 않은 전화들. 그것들은 거미줄처럼 그를 옭아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준호는 민준의 어깨를 한 번 더 잡았다. 이번에는 더 부드럽게. 마치 마지막 인사인 것처럼. 그의 눈은 민준의 눈을 찾았다. 그리고 그 안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두려움? 결심? 아니면 둘 다?

“가. 자고. 내일 봐.”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차분했다. 하지만 그 차분함 아래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 흐르고 있었다. 절망인지, 희망인지, 민준은 알 수 없었다.

준호는 돌아섰다. 그의 뒷모습이 밤의 어둠 속으로 천천히 사라져갔다. 거리의 가로등들이 그를 비추었다가 놓쳤다. 비추었다가 놓쳤다. 민준은 그 뒷모습을 따라갔다. 그것은 생각보다 작아 보였다. 마치 준호도 누군가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인 것처럼. 마치 그도 자신과 같은 감옥에 갇혀 있는 것처럼.

“기다려.”

민준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준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발소리는 점점 멀어졌다. 그리고 결국 밤에 삼켜졌다.

## 혼자

민준은 편의점 앞에 혼자 남겨졌다. 형광등의 차가운 빛이 그를 비추었다. 편의점 안의 직원은 그를 주의 깊게 봤다. 이 시간에 혼자 서 있는 젊은이를 보는 것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민준은 눈을 돌렸다.

그는 다시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연습실. 그의 침낭이 놓여 있는 곳. 그의 감옥. 다른 연습실들은 이미 조용했다. 가수 지망생들, 댄서들, 악기 연주자들이 모두 자신의 작은 공간에서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민준도 한때 그들과 같았다. 꿈을 꾸는 것이 가능했던 시절이 있었다.

침낭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것은 자신의 체온이 스며들어 있었다. 민준은 침낭 안으로 몸을 굴렸다. 천정을 바라봤다. 천정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회색의 콘크리트. 그것도 보기 싫어서 민준은 자신의 손을 봤다.

방금 준호를 안았던 그 손.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불규칙하게. 마치 자신이 어떤 신호를 받고 있는 것처럼. 손가락 끝에서 손목까지, 떨림이 파동처럼 퍼져나갔다.

이것은 무엇인가? 두려움? 흥분? 아니면 절망?

민준은 손을 주먹으로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작은 통증. 그것은 실제였다. 적어도 그것은.

그는 자신의 손을 다시 펼쳤다. 손가락들이 천정을 향해 펼쳐졌다. 마치 누군가를 구하려고 하는 것처럼.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구하려고 하는 것처럼.

## 거짓과 진실

이수진의 말이 떠올랐다. 그것은 일주일 전의 대화였다. 그의 사무실.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보이던 그곳.

“선택의 자유가 없으면 자유로워진다.”

이수진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 마치 자신이 친절한 것처럼. “당신은 더 이상 결정할 필요가 없어요. 나를 따르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이 쉬워진다.”

민준은 그것을 믿으려고 했다. 정말로. 왜냐하면 그것이 쉬웠기 때문이다. 선택하지 않는 것. 책임을 지지 않는 것. 단지 따르는 것.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민준은 침낭 안에서 몸을 뒹굴렀다. 천정을 보고, 벽을 보고, 다시 천정을 봤다. 자신은 매 순간 선택을 하고 있었다. 준호를 믿을 것인가, 이수진을 믿을 것인가. 그 선택은 자신을 죽이고 있었다.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오늘도 그렇게 선택했다. 준호를 믿기로. 아침 7시에 로비에 가기로. 그것은 작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선택이 가장 무거웠다.

자신이 정말로 자유롭지 않은 것은 선택지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해야 하는데, 어느 선택도 올바른 답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준호는 선한가? 이수진은 악한가? 또는 그 반대인가? 아니면 둘 다 자신을 사용하려고 하는 사람들일 뿐인가?

민준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밤이 깊어질수록 생각은 더 깊어졌다. 마치 자신이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 밤의 흐름

서울의 밤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민준이 아주 오래전에 배운 것이었다. 어린 시절, 집에서 나온 그 첫 밤 이후로. 밤은 계속되었다.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는 잠을 자고, 누군가는 일을 하고, 누군가는 결정을 내린다. 그리고 그 결정들이 다른 누군가의 삶을 바꾼다.

지하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위층의 춤 연습실에서 발을 구르는 소리. 복도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심야 편의점에서 계산대를 치는 소리. 거리의 택시들. 밤을 새우며 공부하는 학생들의 카페. 병원의 응급실. 경찰서의 취조실.

모든 것이 계속 움직였다.

그리고 민준도 그 밤의 일부였다. 가장 작은 부분이지만, 여전히 일부였다. 그는 침낭 안에서 뒹굴며 천정을 바라봤다. 자신의 심장 박동을 세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밤 11시 정도에,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문자 메시지였다. 이수진으로부터.

“내일 아침에 봐야 할 것 같은데. 중요한 일이 있어.”

민준은 메시지를 읽었다. 그리고 읽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응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밤 1시에, 또 다른 메시지가 왔다.

“민준아. 응답해. 걱정되고 있어.”

거짓이었다. 이수진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계획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추적하고 있을 것이다. 휴대폰 위치 추적. CCTV. 또는 다른 방법.

민준은 휴대폰을 끄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 더 의심받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두었다. 침낭 안에서.

## 새벽

새벽 3시. 민준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자신의 생각은 엉망이었다. 준호의 얼굴. 이수진의 목소리. 자신의 과거. 자신의 미래. 모든 것이 뒤섞여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뇌를 휘저으면서 모든 기억을 섞어놓은 것처럼.

그는 침낭에서 나왔다. 연습실에 있는 작은 거울을 봤다. 그 안에는 자신의 얼굴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얼굴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극도로 피곤한 얼굴. 눈 아래의 검은 자국. 극도로 창백한 피부. 며칠을 밖에서 지낸 사람의 얼굴. 아니, 며주를 밖에서 지낸 사람의 얼굴.

그 얼굴 안에는 누군가가 있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 민준은 자신이 배우인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그 다른 사람의 이름은 무엇인가? 생존자? 피해자? 범죄자?

거울에서 눈을 돌렸다. 자신의 얼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 준비

오전 5시 30분. 민준은 일어났다. 더 이상 누워 있을 수 없었다.

침낭을 정리했다. 손이 떨렸다. 옷을 갈아입었다. 샤워를 하고 싶었지만, 샤워실이 문을 닫아놓았다. 세면실에서 얼굴을 씻었다. 찬 물이 얼굴을 때렸다. 그것은 좋았다. 적어도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거울에서 자신의 얼굴을 다시 봤다. 여전히 같은 얼굴이었다. 하지만 더 깨어 있어 보였다. 또는 더 죽어 있어 보였다. 민준은 확실하지 않았다.

오전 6시 30분. 그는 연습실을 나갔다.

거리는 아직 조용했다. 아침 배달원들이 신문과 우유를 나르고 있었다. 경로당 할머니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직장인들이 지하철로 향하고 있었다.

민준은 그들 사이를 걸었다. 유령처럼. 또는 그들도 자신을 유령으로 봤을 것이다. 이른 아침에 혼자 거리를 다니는 젊은이. 뭔가 잘못된 사람.

## 만남

오전 7시 정각.

민준은 회사의 로비에 들어섰다. 건물은 이른 아침의 분주함으로 가득 찼다. 직원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경비원이 출입을 확인하고 있었다. 청소용역 직원들이 바닥을 닦고 있었다.

그리고 준호가 서 있었다.

그는 로비의 한 모서리에, 거의 숨어 있는 것처럼 서 있었다. 민준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봤다. 마치 자신이 민준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의 얼굴은 여전히 피곤해 보였다. 아마도 그도 밤새 자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눈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의 입술은 창백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준호는 민준을 봤다.

그리고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진정한 미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너무 약했다. 마치 그가 마지막의 힘을 짜내어 만든 미소인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무언가를 약속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나는 여기 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을 보호할 것이다. 아니, 나는 당신과 함께 이것을 견딜 것이다.*

민준은 준호에게 다가갔다. 천천히. 마치 꿈 속에서 걷는 것처럼.

“안녕.”

민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안녕. 왔네.”

준호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도 낮았다. 마치 비밀을 공유하는 것처럼.

“응.”

민준이 말했다.

준호는 민준의 옆으로 걸어갔다. 민준도 따라갔다.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고. 자신의 발이 어디로 가는지 알 필요가 없었다. 자신은 이제 단지 따르면 되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준호는 민준을 봤다.

“무섭니?”

준호가 물었다.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서운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두려움은 이미 자신의 일부가 되었다. 그것은 자신의 심장 박동과 같았다. 항상 거기에 있었다.

“난 무서워.”

준호가 말했다.

민준은 준호를 봤다. 그리고 자신이 처음으로 그를 이해했다. 준호도 두렵다. 준호도 자신처럼 갇혀 있다. 준호도 선택해야 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준호를 죽이고 있다.

민준은 준호의 손을 잡았다.

준호는 놀랐다. 하지만 손을 놓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그리고 그들은 올라갔다. 어디로인지 알 수 없지만, 올라갔다.

## 내면의 깨달음

민준은 이제 깨달았다.

선택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는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선택의 자유는 옵션이 여러 개 있는 것이다. 하지만 행동의 자유는 그것이 아니다. 행동의 자유는 선택한 것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신은 선택할 수 없다. 이수진이 그것을 막았다. 하지만 자신은 행동할 수 있다. 자신은 여전히 자신의 발로 걸을 수 있다. 자신의 손으로 잡을 수 있다. 자신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때로는, 누군가를 따르는 것이, 자신을 구하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것을. 왜냐하면 혼자는 자신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혼자는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준호의 손이 따뜻했다. 그것은 실제였다. 그것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증거였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갔다. 계속 올라갔다. 그리고 민준은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아니, 거짓이었다. 자신은 여전히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 그 두려움을 혼자 견디지 않아도 되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제47장 끝]**

*민준은 이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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