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4화: 떠날 수 없는 사람
민준이 카페를 나갔다. 시간은 오후 4시 37분. 우리는 여전히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으려는 의지가 보였다. 마치 자신이 일어나면 모든 게 흩어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으로.
거리는 5월의 햇빛 속에서 여전히 밝았다. 강남역 부근의 골목길. 건설 장비의 소음, 택시의 경적음, 누군가의 웃음소리. 민준은 그 속에서 걸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몰랐다. 발이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그의 뇌는 우리가 던진 말들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도망쳐. 위약금을 무시해. 절대 돌아오지 마.
그 말들이 마치 주문처럼 반복되었다. 하지만 그 주문은 작동하지 않았다. 민준은 계속 걸어갔다. 방향은 없었지만, 발은 자신이 알고 있는 길로 향하고 있었다. 더스타 엔터테인먼트. 회사. 자신의 유일한 터전.
더스타의 로비. 민준이 들어갔을 때는 저녁 6시 15분. 프론트 데스크의 여직원이 그를 봤지만,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습관처럼 인사를 받아낼 뿐. 민준은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지하 1층. 연습실 구역.
지하 1층은 조용했다. 조명이 희미했다. 마치 지하라는 본질이 더욱 두드러지는 곳. 민준의 발걸음이 복도에서 울렸다. 한 발, 한 발. 그 소리가 자신의 심장박동처럼 들렸다.
자신의 “집”에 도착했을 때, 문을 열기 전에 손이 잠깐 멈췄다. 손가락이 문고리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이 안에는 자신의 모든 것이 있었다. 침낭, 짐, 넷플릭스 오디션의 대본들, 거울.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
문을 열었다.
방은 여전히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보였다. 우리의 말 이후로, 이 공간이 감옥처럼 느껴졌다. 잘 꾸며진 감옥, 하지만 감옥은 감옥이었다.
민준은 침낭 위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을 켰다. 19개의 카톡 메시지. 모두 준호였다.
“민준이, 넌 지금 어디야?”
“우리가 뭐래?”
“답장 해줘. 진짜.”
“넌 지금 뭐 하는 거야?”
“우리가 너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제발. 답장 해.”
마지막 메시지는 20분 전이었다.
민준은 준호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연락처를 열었다. 그리고 이수진의 번호를 찾았다. 거기에는 이름이 “이수진 (이사)” 라고 저장되어 있었다. 경칭이 붙어 있었다. 그것이 민준의 마음가짐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전화를 걸지 않았다. 대신 카톡을 열었다.
“대표님,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답장은 5초 만에 왔다.
“민준이. 뭐 있어?”
민준은 그 메시지를 읽었다. 그리고 다시 읽었다. 그 문장 속에서 이수진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자신이 투명 유리 상자 안에 있고, 이수진이 그 상자를 통해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것처럼.
“현재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시간 되세요?”
“지금 내 사무실 와.”
이수진의 사무실은 27층에 있었다. 민준이 그곳에 들어갔을 때는 저녁 6시 47분.
사무실은 크고 밝았다. 창문을 통해 서울의 야경이 보였다.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거리의 불빛들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마치 별들이 떨어지는 것처럼.
이수진은 책상 뒤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조명 속에서 부드러워 보였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은 가면이었다. 민준은 이제 그것을 알았다.
“앉아.”
이수진이 말했다. 민준은 앉았다. 책상 앞의 의자. 그것은 이 공간에서 가장 불편한 자리였다.
“뭐 있어?”
이수진이 다시 물었다. 그녀의 펜이 손가락 사이에서 회전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완전히 통제 상태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려는 몸짓처럼.
민준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여러 번. 마치 자신의 입이 자신의 뇌와 다른 말을 하려고 하는 것처럼.
“넷플릭스 역에 대해서요.”
민준이 말했다.
“응. 뭐?”
“합격했나요?”
침묵. 그것이 이수진의 대답이었다. 그녀는 계속 펜을 회전시키고 있었다. 한 바퀴, 또 한 바퀴. 그 움직임이 마치 시간을 재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 결정이 안 났어.”
이수진이 말했다.
“아.”
민준이 대답했다. 그것이 모든 것이었다. 그의 가슴이 무언가로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마치 자신의 심장이 자신의 몸을 떠나가는 것처럼.
“넌 왜 갑자기 이걸 물어?”
이수진이 질문했다. 펜이 멈췄다. 그녀의 눈이 민준을 정조준했다.
“그냥… 궁금했어요.”
민준이 대답했다.
“거짓말 하지 마.”
이수진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한 톤 높아졌다. 마치 금속이 긁히는 소리처럼.
“뭐가 거짓말이에요?”
“넌 왜 갑자기 이러는 거야? 뭐 들었어?”
민준은 입을 다물었다. 그것이 자신의 대답이었다.
이수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창문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뒷모습이 서울의 야경 앞에 섰다. 마치 자신이 도시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려는 포즈.
“넌 우리 회사에서 가장 가능성 있는 배우야.”
이수진이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부드러워졌다. 마치 방금의 날카로움은 없었던 것처럼. 그것이 더욱 무서웠다.
“감사합니다.”
민준이 말했다.
“나는 널 키우고 싶어. 진짜로. 넌 다른 배우들과 달라. 넌 아직도 무언가를 가지고 있어. 그것이 뭔지 알아?”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순수함이야. 이 업계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 그리고 나는 그것을 지켜주고 싶어.”
민준의 손가락이 주먹을 쥐고 있었다. 의자의 아래쪽에서. 이수진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녀는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근데 넌 누군가의 말을 들었어. 그리고 그 말이 너를 흔들었어. 누가 그런 말을 했어? 우리?”
민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 맞다. 우리지. 우리는 나를 잘 모르는 배우야.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못 살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한테 충고를 해. 그런 종류의 사람이야.”
이수진이 돌아섰다. 그리고 민준을 봤다.
“넌 우리를 믿어?”
“네, 저는…”
“아니야. 대답하지 마. 난 이미 알아. 넌 우리를 믿고 싶어. 왜냐하면 우리가 넌 처음으로 너를 봐줬으니까. 처음으로 너한테 관심을 가져줬으니까. 그런데…”
이수진이 책상 위에 앉았다. 민준과 거의 같은 높이. 그녀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그녀의 향수 냄새가 민준의 코에 들어왔다. 마치 자신을 포획하는 냄새처럼.
“우리는 너를 이용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야. 우리는 나한테 빚을 졌거든. 깊은 빚. 그래서 우리는 널 내 곁에 두고 싶은 게 아니라, 날 배신하려고 하는 거야.”
“뭐라고요?”
민준이 물었다.
“우리는 5년 전에 나한테서 떠났어. 그리고 지금 돌아왔어. 넌 그게 우연이라고 생각해? 아니야. 우리는 널 이용하려고 왔어. 널 통해 나를 다시 해칠 방법을 찾으려고. 그래서 넌 우리를 절대 믿으면 안 돼.”
민준의 호흡이 빨라졌다. 그의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데 난 너를 믿어. 넌 넷플릭스 드라마에 합격할 거야. 그리고 넌 유명해질 거야. 그리고 넌 내 곁에 있을 거야. 왜? 왜냐하면 이 업계는 그렇게 돌아가거든. 약한 사람들을 강한 사람이 지켜주고, 그 약한 사람들은 감사하며 따라와. 그게 이 업계의 법칙이야.”
이수진이 일어났다. 그리고 창문으로 다시 걸어갔다.
“넌 가도 돼. 그리고 넌 우리의 말을 절대 믿지 마. 알겠어?”
민준은 일어났다. 그리고 사무실을 나갔다.
엘리베이터 안. 민준은 혼자였다. 거울이 사방에 있었다. 자신의 얼굴이 여러 개로 비춰졌다. 모두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나는 무서워 보였고, 하나는 화난 것처럼 보였고, 하나는 거의 죽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췄다. 문이 열렸다. 준호가 서 있었다.
“넌 지금 어디서 나오는 거야?”
준호가 물었다. 그의 얼굴이 걱정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냥 일이 있었어요.”
민준이 대답했다.
“우리가 너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네.”
“그리고?”
민준은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준호 옆을 지나서 로비로 나갔다. 준호가 따라왔다.
“민준이, 넌 뭐 하는 거야?”
“그냥 집에 가요.”
“어디 집? 넌 지금 어디 사는데?”
민준은 멈췄다. 그 질문이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자신은 집이 없었다. 자신은 더스타의 지하 연습실에서 살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현실이었다.
“민준이, 넌 떠나면 안 돼.”
준호가 말했다.
“왜요?”
“왜냐하면… 왜냐하면 난 널 잃고 싶지 않아.”
준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것이 민준의 귀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은 민준의 모든 결심을 흔들어 놓았다.
“형…”
민준이 말했다.
“넌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야. 다른 건 다 못 해줬어. 다른 후배들도 못 봤어. 하지만 넌 봤어. 넌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야. 그래서 제발… 제발 떠나지 마.”
민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심장이 매우 빠르게 뛰고 있었다.
“형이 지켜줄 거니까. 내가 있으니까. 그래서 제발.”
민준은 준호를 봤다. 그 눈빛이 자신의 것과 같았다. 두려움과 절박함이 섞여 있었다.
“지금 당장 떠나야 해요.”
민준이 말했다.
“왜? 왜 떠나야 돼?”
“왜냐하면… 왜냐하면 저도 모르겠어요. 근데 떠나야만 할 것 같아요.”
그 말을 하는 순간, 민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아주 작은 눈물. 마치 자신도 모르게 떨어진 것처럼. 그것은 자신의 결심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준호가 민준의 어깨를 잡았다.
“가지 마. 제발.”
그 손의 온기가 민준에게 전달되었다. 그것이 자신을 잡아두려고 하는 손이었다. 그리고 민준은 그 손을 진심으로 원했다. 진심으로 그 손이 자신을 잡아두기를 원했다.
하지만 자신은 떠나야 했다.
“죄송합니다.”
민준이 말했다. 그리고 준호의 손을 풀었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자신을 배신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몸이 알고 있는 것처럼.
로비의 문이 열렸다. 민준이 나갔다. 뒤에서 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준이!”
하지만 민준은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모든 게 끝날 것 같았다. 자신의 결심이 무너질 것 같았다.
거리의 밤공기가 민준의 얼굴을 때렸다. 차갑고, 무겁고, 질식할 것 같은 공기. 마치 이 도시 전체가 자신을 밀어내려고 하는 것처럼.
민준은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누군가의 손을 놓으면서. 자신의 유일한 터전을 떠나면서.
그의 주머니 속에는 더스타의 직원증이 여전히 있었다. 그것을 버려야 할까? 아니면 가져갈까?
민준은 걸어갔다. 그리고 그 질문의 대답을 찾지 못했다.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 떠남의 무게
## 1부: 현실의 무게
더스타의 지하 연습실. 그곳은 민준의 전부였다.
콘크리트 벽이 어두운 회색으로 칠해진 지하실. 천장에서는 형광등이 희미하게 빛을 내뿜고 있었고, 그 아래로 흩어진 의자들과 낡은 테이블들이 보였다. 공기는 습하고 답답했다. 마치 지표면으로부터 수십 미터 아래에 묻혀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폐에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듯한, 그런 공기였다.
민준은 바닥에 앉아 있었다. 등은 차가운 벽에 기대어져 있었고, 무릎은 가슴까지 올려져 있었다. 그의 눈은 천장의 한 점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오직 하나의 생각만 반복되고 있었다.
*이곳이 나의 집이다. 이곳만이 나의 집이다.*
집. 그 단어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다를까? 아버지가 계신 곳. 어머니가 계신 곳. 따뜻한 밥상이 있고, 누군가는 자신을 기다려주는 곳. 민준은 그런 집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집을 ‘가져야’ 했던 시간이 있었지만, 그것이 깨어졌다.
부모님은 3년 전에 이혼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있을 수 없다고 했고, 아버지는 자신을 돌볼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민준은 그 사이에서 어디도 속하지 못한 채로 남겨졌다. 친척집을 전전했고, 쌍방으로부터 외면당했고, 결국 거리로 나왔다.
그때 준호를 만났다.
준호는 더스타의 대표였다. 음악 제작사는 아니었고, 댄스 스튜디오도 아니었다. 그것은… 그냥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을 받아주는 곳이었다. 준호는 민준을 보았을 때, 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어디서 왔니?” “부모님은?” 그런 것들을 묻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단지 “밥을 먹었니?”라고만 물었다.
그날부터 민준은 여기서 살기 시작했다. 지하실의 한 구석에 매트리스를 깔았고, 그곳을 자신의 침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낮에는 댄스를 배웠고, 밤에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잤다.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자신이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 지하실의 공기. 콘크리트의 냄새. 아이들의 땀과 열정. 준호의 목소리. 모든 것이 민준의 현실이었다.
그런데 오늘, 그 현실이 흔들리고 있었다.
## 2부: 결정의 순간
“민준이, 넌 떠나면 안 돼.”
준호의 목소리가 지하실에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분하지 않았다. 그 안에는 뭔가 절박한 것이 담겨 있었다. 거의 애원에 가까운 톤이었다.
민준은 천천히 준호를 바라봤다. 준호는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팔을 내려뜨린 채로, 눈빛이 무언가를 호소하고 있었다. 준호는 보통 자신감 있는 사람이었다. 다른 아이들을 지도할 때도, 더스타의 일을 처리할 때도 항상 차분하고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모습은 달랐다. 마치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처럼 보였다.
“왜요?” 민준이 물었다.
그 간단한 질문에 준호는 몇 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입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마치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그것이 너무 크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왜냐하면…” 준호가 천천히 말했다. “왜냐하면 난 널 잃고 싶지 않아.”
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아주 작게, 하지만 분명하게. 민준은 그 떨림을 귀로 감지했다. 그리고 그 떨림은 자신의 심장 속으로 파고들어왔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가슴을 조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준호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 준호가 자신의 떠남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민준의 모든 결심을 흔들어 놓기 시작했다.
“형…” 민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준호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그의 눈이 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자신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처럼.
“넌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야. 다른 건 다 못 해줬어. 아이들을 위해 이 공간을 만들었지만, 충분하지 않았어. 다른 후배들도 못 봤어.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지금 잘 있는지도 모르고. 하지만 넌 달라. 넌 여기 있어. 넌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야. 그래서…”
준호의 목소리가 더욱 가늘어졌다.
“그래서 제발… 제발 떠나지 마.”
민준의 심장이 매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톡톡톡.* 마치 작은 망치로 자신의 가슴을 치는 것 같았다. 그의 손이 떨렸고, 목구멍이 조여왔다.
준호의 말은 자신에게 하나의 족쇄였다. 아니, 그것이 족쇄인 줄 알면서도 민준은 그것을 원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붙잡아주기를. 누군가가 자신이 필요하다고 말해주기를. 누군가가 자신을 떠나지 말아달라고 애원해주기를.
“형이 지켜줄 거니까. 내가 있으니까. 그래서 제발.” 준호가 계속했다.
민준은 준호를 올려다봤다. 그의 눈을 마주쳤다. 그 안에는 자신과 같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두려움. 절박함. 누군가를 잃는 것에 대한 공포.
*형도 나와 같은 거구나.*
그 깨달음이 민준을 더욱 흔들어 놓았다. 준호는 자신의 형이자 보호자였지만, 동시에 자신처럼 무언가를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완벽한 어른이 아니라, 단지 필사적으로 자신을 지키려고 하는 한 사람일 뿐이었다.
“지금 당장 떠나야 해요.” 민준이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면서도 민준의 목소리는 확신이 없었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입을 통해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뭔가 더 큰 힘이 자신을 떠나도록 강요하는 것처럼.
“왜? 왜 떠나야 돼?” 준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고통이 담겨 있었다.
민준은 잠시 침묵했다. 왜 떠나야 하는가? 그것을 자신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뭔가가 자신을 떠나도록 밀어내고 있었다. 마치 이곳에 머물면 뭔가 큰 불행이 닥칠 것 같은, 그런 예감이.
“왜냐하면… 왜냐하면 저도 모르겠어요. 근데 떠나야만 할 것 같아요.” 민준이 말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민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아주 작은 눈물. 마치 자신도 모르게 떨어진 것처럼. 첫 번째 눈물은 자신의 얼굴이 뜨거워졌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결심이 얼마나 절박한지, 동시에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 3부: 마지막 접촉
준호가 민준의 어깨를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그것은 단순한 신체접촉이 아니었다. 그것은 연결이었다. 생명줄이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이곳에 붙잡아두려고 하는 손이었다.
“가지 마. 제발.”
준호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마치 자신의 모든 힘을 그 손에 쏟아붓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 손의 온기가 민준의 어깨를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따뜻함. 보호. 누군가가 자신을 잡고 있다는 증거. 민준은 그 감각이 자신의 몸에 각인되기를 원했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다. 이런 온기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민준은 그 손을 진심으로 원했다. 진심으로 그 손이 자신을 잡아두기를 원했다. 그 손이 자신을 이곳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기를.
*만약에 내가 이 손을 붙잡고만 있으면, 나는 여기 있을 수 있을 거다. 형이 있으니까. 형이 나를 원하니까. 나는 여기 있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자신의 다리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민준이 말했다. 그리고 준호의 손을 풀었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자신을 배신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몸이 알고 있는 것처럼. 그의 팔의 근육이 저항했다. 그의 신경이 명령했다. *멈춰라. 하지 마. 여기 있어.*
하지만 민준은 앞으로 나아갔다.
준호의 손이 자신의 어깨에서 떨어졌다. 그 순간, 마치 자신이 어딘가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따뜻함이 사라졌다. 차가운 공기가 그 자리를 채웠다.
## 4부: 떠남
로비의 문이 있었다. 지하실에서 위로 올라가는 길. 더스타를 나가는 길.
민준이 그 문을 열었다. 그것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아니, 사실 무거운 것은 문이 아니라 자신의 다리였다. 자신의 마음이었다. 그것들이 자신을 붙잡고 있었다.
뒤에서 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준이!”
그것은 절망의 외침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깊은 구렁텅이에서 올라오려고 할 때 내는 목소리 같았다. 그 안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분노도, 슬픔도, 그리고 무엇보다 도움을 청하는 간청도.
하지만 민준은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모든 게 끝날 거야. 자신의 결심이 무너질 거야. 그 손이 다시 자신을 잡을 거야. 그리고 나는… 나는 여기서 계속 있을 거야. 형을 위해서. 하지만 그건 나를 위한 게 아니야. 그건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야.*
민준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발이 현관의 계단을 밟았다. 한 계단, 두 계단, 세 계단. 각 계단마다 지하실이 더 멀어져갔다. 준호의 목소리가 더 희미해져갔다.
## 5부: 거리의 밤
거리의 밤공기가 민준의 얼굴을 때렸다.
그것은 지하실의 습하고 답답한 공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이 공기는 차갑고, 무겁고, 질식할 것 같았다. 마치 이 도시 전체가 자신을 밀어내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거리의 가로등들이 희미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빛 아래로 민준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었다. 자신의 그림자도 자신을 따라가고 있다. 적어도 그것만큼은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지나갔다. 밤길을 걷는 다른 사람들. 그들은 모두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집으로, 일터로, 누군가를 만나러. 하지만 민준은? 민준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민준은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누군가의 손을 놓으면서. 자신의 유일한 터전을 떠나면서.
그의 주머니 속에는 더스타의 직원증이 여전히 있었다. 그것은 민준의 유일한 신분증이었다. 그것이 없으면 민준은 아무도 아닌 사람이었다. 단지 거리의 유령일 뿐이었다.
*이걸 버려야 할까?*
민준이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 안의 직원증을 만졌다. 플라스틱의 차가운 감촉. 그것 위에는 자신의 사진이 있었다. 지난 1년 전의 자신. 그때의 자신은 더 밝아 보였다. 아니면 그것은 자신의 착각일까?
*버려야 하나? 가져가야 하나?*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질문인지 민준은 알 수 없었다. 또는 얼마나 무의미한 질문인지도 알 수 없었다.
민준은 걸어갔다. 그리고 그 질문의 대답을 찾지 못했다.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둘 꺼져가고 있었다. 거리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민준은 계속 걸어갔다.
자신의 뒤에는 지하실이 있었다. 그곳에는 준호가 있을 것이다. 문 앞에 서 있으면서,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민준은 돌아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밤은 계속 깊어졌다.
—
민준의 발걸음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자신의 결심이 흔들릴까봐. 자신의 마음이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까봐. 그렇게 밤거리를 헤매며 민준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