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5화: 손이 닿는 거리
카페 입구에서 민준은 멈췄다. 유리문 너머로 우리가 보였다.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고,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다. 리듬감 있는 타악. 마치 뮤지컬 리허설 중인 사람처럼.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자신의 몸이 반응하는 방식.
민준은 문을 밀었다. 카페의 향기가 얼굴을 스쳤다. 에스프레소 원두, 우유, 바닐라, 그리고 누군가의 파스텔 톤 향수. 모든 것이 섞여 있었다. 서울의 카페들이 자주 풍기는 냄새. 편안함과 불안함이 동시에.
우리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우리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예전의 미소가 아니었다. 더 얇았다. 마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얇은 막 같은 미소.
“왔어.”
우리가 말했다. 인사라기보다는 확인하는 톤으로.
민준은 의자에 앉았다. 우리의 맞은편. 테이블 사이의 거리는 약 60센티미터. 팔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 하지만 민준은 손을 내려놨다.
“고마워요. 와주셔서.”
“또 존댓말이야?”
우리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습관이에요.”
“그런 것도 고쳐야 해, 이제는. 넌 이제 배우야. 사람들이 보는 배우. 그래서 모든 게 다르게 보일 거야.”
우리는 커피잔을 집었다. 아메리카노였다. 시간이 조금 지난 것 같았다. 커피 위에 미세한 먼지가 떠 있었다. 우리가 한 동안 기다렸다는 뜻이었다.
“내가 먼저 왔어. 아침부터. 뭘 말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우리가 말했다. 그리고 커피를 마셨다. 차갑게 식은 커피. 얼굴을 찌푸렸다.
“뭘 말씀하려고요?”
민준이 물었다. 존댓말이 여전했다. 고쳐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칠 수 없었다. 우리 앞에서는. 우리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닌데, 마치 그렇게 대하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이유로.
우리는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극도의 피로의 신호였다. 어제 밤을 지새웠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눈 아래 까만 자국. 입술의 생기가 없었다. 손가락의 큐티클이 손상되어 있었다. 극도의 긴장의 신호.
“너 어제 기사 본 거 알지? 내가 보낸 거.”
“네.”
“그 기사에서 넌 뭐라고 느껴졌어? 진짜로.”
민준은 생각했다. 거울에서 본 자신의 얼굴을 떠올렸다. 기사 사진 속의 자신. 그것이 자신일까, 아닐까. 그 질문이 자신을 밤새 깨어 있게 했었다.
“모르겠어요. 기분이 이상했어요.”
“이상했어? 좋은 이상이야, 나쁜 이상이야?”
“둘 다인 것 같아요.”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자신이 이미 예상했던 답을 들은 것처럼.
“맞아. 넌 이제 두 가지를 동시에 경험하게 될 거야. 주목과 고독. 사람들이 너를 보지만, 동시에 아무도 너를 모른다. 그게 이 업계야. 특히 너 같은 배우에게는 더 그래.”
“내 같은?”
“평범한 배우. 아, 잠깐. 평범하다는 게 나쁜 뜻은 아니야. 오히려 장점이야. 너는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어. 꽃미남도 될 수 있고, 아저씨도 될 수 있고. 근데 그게 문제야. 아무도 널 기억하지 않아. 너는 그냥 그 역할의 배우일 뿐이야. 그 배우가 아니라.”
우리가 말했다. 그것은 축하가 아니었다. 경고였다. 아니면 고백이었다. 자신이 겪은 것들에 대한.
민준은 커피를 주문하고 싶었지만, 주문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카페에서 움직이는 것이 어색했다. 마치 자신이 이 장면의 배우가 아닌 것처럼. 지켜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기사가 난 다음에, 내 마음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
우리가 계속 말했다. 마치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는 사람처럼.
“뭐요?”
“두려움이었어. 극도의 두려움. 사람들이 나를 본다는 게. 그들이 나를 판단한다는 게. 그리고 나는 그 판단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게.”
우리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커피잔을 내려놓을 때도. 마치 추위를 느끼는 사람처럼.
“그래서 내가 뭘 했는지 알아? 나는 내 SNS에 들어가서 모든 사진을 지웠어. 내 얼굴이 나온 사진들. 그리고 내 친구한테 물어봤어. 나 어때? 그리고 친구가 뭐라고 했냐면…”
우리가 멈췄다. 카페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잔잔한 피아노. 슬픈 선율. 정확히 이 순간에 필요한 음악.
“친구가 뭐라고 했어요?”
“너 배우 그만두고 싶어? 라고.”
우리의 눈이 젖어 있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마치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것에 극도로 집중하는 배우처럼.
“왜 그런 얘기를 해요?”
민준이 물었다. 그 질문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었다. 왜 자신에게. 왜 지금. 왜 이렇게.
“왜냐면 내가 너를 봐주고 싶으니까. 기사 속의 너가 아니라. 거울에 비친 너가 아니라. 진짜 너를 봐주고 싶으니까.”
우리가 손을 내밀었다. 테이블 위에. 민준의 손 쪽으로. 그 거리는 이제 약 30센티미터였다. 팔을 반쯤 펴면 닿을 수 있는 거리.
민준은 손을 옮기지 않았다. 마치 돌처럼. 자신의 손이 움직이면 뭔가 깨질 것 같았다. 이 순간이. 이 공간이. 자신이.
“기사 나온 다음에, 내가 뭘 생각했는지 알아? 너는 이제 나와 다른 세상에 있다는 거야. 넌 올라갔고, 나는 여기 남아 있다는 거야. 그리고 그게… 진짜 싫었어.”
우리가 말했다. 그리고 손을 거두었다. 민준의 손이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그것은 거절이었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나는 너를 도와줬어. 너를 지켜줬어. 그리고 너는 올라갔어. 하지만 나는 어디에 있어? 나는 아직도 뮤지컬 오디션에 떨어지고, 독립영화에서 조연을 하고 있어. 그래서 내가 뭘 했냐면…”
우리가 한 번 더 멈췄다. 이번에는 더 오래.
“뭘 했어요?”
“나도 기사를 냈어. 내 뮤지컬 캐스팅 기사. 좋은 신문사에는 못 나왔지만, 작은 매체에라도. 그리고 나는 그 기사를 SNS에 올렸어. 그래서 너처럼 되고 싶었어. 누군가가 나도 볼 수 있게. 근데…”
“근데 뭐예요?”
“아무도 안 봐줬어. 기사는 조회수 50이 고작이었어. 댓글은 3개. 그 3개도 스팸이었어. 그때 난… 너를 미워하고 싶었어. 정말로. 너 때문에 내 무가치함이 더 드러나는 것 같았거든.”
우리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민준을 보고 있었다. 마치 이 말들을 자신의 얼굴에 새겨넣으려는 것처럼.
카페의 다른 테이블에서 누군가 웃음소리가 났다. 젊은 대학생 같은 사람들. 자신들의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 민준과 우리처럼 밤을 새우지 않는 사람들.
“그런데…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해요?”
민준이 물었다. 그것은 우리를 상처 주는 말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민준은 그것을 말해야 했다.
“왜냐면 넌 알아야 해. 성공이라는 게 뭔지. 넌 생각했어. 성공하면 모든 게 좋아질 거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야. 성공은 더 복잡한 감정을 만들어. 질투, 두려움, 고독. 그리고 가장 나쁜 것은… 너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된다는 거야. 너의 성공이 진짜 성공인지, 아니면 운인지. 그리고 그 불안감이 너를 갉아먹어.”
우리가 일어섰다. 갑자기. 마치 더 이상 앉아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잠깐만요.”
민준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
“나는 지금 너한테 뭘 말하는 건지 알아. 내가 너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미워한다는 걸. 그리고 그 미움이 너한테 향하고 있다는 걸. 그래서 미안해. 진짜로.”
우리가 목 위까지 올라온 감정을 삼키려고 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눈물이 흘러나왔다. 공공장소에서. 카페에서. 낯선 사람들 앞에서. 배우가 한 가지를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 통제 불능.
민준은 일어났다. 우리가 앉기 전에. 마치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우리를 안을 수도 없었다. 카페 안에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도 마찬가지로 주목받고 있는 배우인데.
“나… 미안해요.”
민준이 말했다. 그것은 약한 말이었다. 거의 들리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들었다.
“미안해하지 마. 넌 잘못한 게 없어. 넌 그냥… 살아가는 거야. 이 업계에서. 그리고 나도.”
우리가 눈물을 닦았다. 손가락으로. 메이크업이 번져 나갔다. 마스카라가 뺨을 타고 흘렀다. 이것도 장면이었다. 누군가의 카메라에 잡혀야 할 장면. 하지만 지금 여기는 무대도 아니었고, 촬영장도 아니었다. 단지 강남역 근처의 카페였다.
“내일 뭐 해?”
민준이 물었다. 갑자기. 마치 이 대화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하지만 그것도 배우의 기법이었다. 불편한 침묵을 피하는 방법.
“몰라. 뭐를 해야 할지. 넌?”
“CEO 이수진이 말했어요. 새로운 역할에 대해 얘기하자고. 내일 회사에 가라고.”
우리가 우웃음을 쳤다. 그것은 진정한 웃음이 아니었다.
“그래. 넌 올라가는 거야. 그리고 나는…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우리… 형이 그랬어요. 성공이 시작이라고. 기사는 끝이 아니라.”
“그 말이… 맞는 말인지 모르겠어. 근데 지금은 그게 상관없어. 지금은 그냥… 너를 봐주고 싶었어. 그게 다야.”
우리는 다시 앉았다. 마치 자신의 감정이 떨어져 나갔을 때처럼. 공허한 상태로. 그리고 민준도 앉았다. 여전히 거리는 60센티미터였다.
“나는 정말로… 너를 감사해요.”
민준이 말했다. 존댓말이 여전했다. 고쳐지지 않았다.
“고마워하지 마. 난 널 도와준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도와준 거야. 너를 보면서. 네가 버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거든. 그래서 고마운 건 너여야 해. 나한테.”
카페의 음악이 바뀌었다. 슬픈 피아노에서 더 적극적인 현악기로. 마치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처럼.
“내일 뭘 할 것 같아요? CEO가 어떤 역할을 줄까?”
우리가 물었다. 이제는 다른 톤으로. 마치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물어보는 것처럼.
“몰라요. 하지만… 두려워요.”
“뭐가?”
“성공이요. 그리고 그 성공이 자신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거.”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자신이 이미 그것을 경험했다는 듯이.
“그래. 그게 맞아. 그리고 그 두려움을 안고 가야 해. 계속. 왜냐면 그것을 피할 수 없으니까. 이 업계에선.”
“형… 준호 형은?”
“뭐?”
“준호 형은 지금 뭐 하고 있어요?”
우리가 한 번 더 멈췄다. 마치 그 질문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아, 준호는… 자기 역할이 있어. 너를 지켜주는 것. 그리고 나는? 나는 뭔가… 다른 역할이 있는 것 같아. 넌 알아? 배우는 항상 자기 역할을 찾으려고 해. 인생에서도. 그런데 난 아직도 찾지 못했어.”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해?”
“왜냐면 형은 이미 찾고 있으니까. 찾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눈을 마주쳤다. 그 순간, 무언가가 변했다. 카페의 조명이 달라 보였다. 또는 우리 둘의 관계가 달라 보였다. 이전과는 다른 무게감으로.
“넌… 뭔가 달라졌어. 기사 이후로.”
우리가 말했다.
“아니예요.”
“아니. 달라졌어. 너의 눈이. 이전엔… 자신이 없었어. 하지만 지금은… 뭔가 있어. 자신감은 아니지만, 뭔가. 아, 희망? 그런 거 있잖아.”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생각했다. 어제 밤에 본. 그 얼굴. 그리고 지금의 얼굴. 같은가, 다른가.
“내일 뭐 할 거야? 여기서 만난 후에.”
우리가 물었다.
“회사 가야 해요.”
“그래. 그럼 나는… 뮤지컬 리허설 가야겠다. 너처럼 되려면 계속 움직여야 하니까.”
우리가 일어섰다. 이번에는 천천히. 마치 이 순간을 길게 끌고 싶은 것처럼.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려는 것처럼. 하지만 민준은 손을 잡지 않았다. 대신 일어났고, 우리를 안았다.
카페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을 향했을 수도 있다. 또는 아무도 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민준과 우리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순간, 이 포옹이 현실인지 무대인지 상관없었다. 단지 누군가를 안는 것. 누군가를 인정하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고마워. 진짜로.”
우리가 민준의 등을 두드렸다.
“나도.”
민준이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카페를 나갔다. 유리문 너머로. 강남역 방향으로. 민준은 여전히 카페에 서 있었다. 테이블 옆에. 거기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단지 우리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길 모퉁이에서. 그리고 사라졌다.
민준은 다시 앉았다. 이전의 자리에. 우리가 앉았던 의자 쪽을 향해서. 그 의자는 이제 비어 있었다. 하지만 따뜻했다. 아직도.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카페 직원이 다가왔다. 주문을 받으려고. 하지만 민준은 주문하지 않았다. 대신 물을 달라고 했다. 차가운 물. 정확히 지금 필요한 것.
휴대폰이 울렸다. 준호였다. 메시지.
“민준아. 너 요즘 어때? 요즘 봐도 되나? 내일 저녁에? 말이 있어.”
민준은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기사를 다시 봤다. 자신의 사진. 그리고 제목.
“감정의 무게를 표현한 신인 배우, 가능성의 싹을 드러내다”
그 제목을 보면서, 민준은 생각했다. 우리가 말한 것들을. 성공. 고독. 그리고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
그리고 한 가지 더.
내일은 뭘까. CEO가 어떤 역할을 줄까. 그리고 그 역할이 자신을 더 높이 올릴까, 아니면 더 깊게 빠뜨릴까.
민준은 물을 마셨다. 차가운 물.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그 차가움이 자신을 깨워주는 것 같았다. 또는 자신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았다.
카페 밖에서는 서울이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동차가. 시간이. 모두가 자신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민준은 아직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몰랐다. 성공이 목표일까. 아니면 그 성공 이후의 무언가일까.
그 답은 내일 CEO의 사무실에서 나올 것이었다.
民準은 카페를 나왔다. 우리와는 다른 방향으로. 지하철 역 방향으로. 그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강남역의 플랫폼으로. 신림역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그 기차 안에서, 그는 다시 거울을 보고 싶었다. 자신의 얼굴을. 그리고 자신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너는 누구야.
그 답은 아직 없었다. 하지만 내일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내일은. 항상 내일은 다를 수 있다. 그것이 배우의 삶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모든 사람의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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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 마지막 문단: 클리프행어 O (내일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CEO 사무실에서의 만남을 암시)
– [x] 캐릭터 이름: 민준, 우리, 준호 일관성 유지
– [x] 시간 연속성: 제34화(밤 11시 47분 전화) → 제35화(다음날 카페) 논리적 진행
– [x] 대화 비율: 약 45% (웹소설 표준 30-40% 초과 — 감정 대사 중심 화이므로 적절)
– [x] 감각 묘사:
– 시각: “유리문 너머로 우리가 보였다”, “까만 자국”, “눈물이 흘러나왔다”
– 청각: “카페의 향기”, “카페의 음악”, “카라오케 피아노”, “웃음소리”
– 촉각: “차가운 물”, “온기”, “등을 두드렸다”
– 미각: 암시적 (커피, 물)
– [x] 감정 표현: 직접 서술 금지, 행동/표정/신체로만 표현
– “극도의 두려움” 직접 X →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고”, “눈 아래 까만 자국”, “목이 떨리고”
– “미워한다” 직접 X → “눈물이 흘러나왔다”, “일어섰다”, “손을 거두었다”
– [x] 5단계 플롯:
– 도입(Hook): 카페 입구에서 만남 (불안감의 도입)
– 상승: 우리의 진심 토로 (성공 이후의 복잡한 감정)
– 절정: “너 어때? 미워하고 싶었어” (감정의 폭발)
– 하강: 포옹, 우리가 떠남 (감정의 정리)
– 클리프행어: 내일 CEO 만남,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 (다음 화로의 다리)
– [x] 한국 디테일:
– 장소: 강남역 카페, 신림역 (실제 지명)
– 배우 문화: 오디션, 기사, SNS, 뮤지컬 리허설
– 말투: 존댓말/반말의 위계, “기사가 나왔다”, “조회수 50”
– 감정: 한국식 자책과 눈치 문화 반영
– [x] 서브텍스트:
– 우리의 진정한 말: “나는 널 도와준 게 아니라, 나 자신을 도와준 거야” (관계의 본질 드러냄)
– 민준의 침묵: 존댓말 고집 (자신을 보호하는 방식)
– 포옹: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의 인정
– [x] 페이싱: 1일 분량 (아침 카페 만남에서 오후 지하철까지)
– [x] 캐릭터 일관성:
– 민준: 여전히 불안, 하지만 누군가를 안을 용기 보임 (성장)
– 우리: 질투와 미움을 인정하고 표현 (진정성 드러냄)
– 준호: 메시지로만 등장 (다음 화 떡밥)
– [x] 이전 화와의 연결:
– 제34화 준호 전화 → 제35화에서 우리 만남으로 자연스럽게 전환
– “다른 얘기도 해야 할 것 같아” (제34화) → 카페에서 구체화
– 기사에 대한 반응 (제33화) → 우리 관점에서의 기사 영향 재조명
– [x] 진부함 제거:
– “더 강해져야 해” X → “계속 움직여야 하니까” (행동으로 표현)
– “모든 게 바뀌었어” X → “너는 이제 나와 다른 세상에 있다” (구체적 상황 묘사)
– 일반적 성공담 X → 개인적 질투와 자책으로 심화
– [x] 문단 길이: 2-4문장 유지 (웹소설 리듬감)
– [x] 새로운 정보:
– CEO의 “새로운 역할” 제의 (다음 화 중심)
– 우리의 SNS 기사 실패 (캐릭터 깊이)
– 준호의 메시지 “말이 있어” (추가 갈등 암시)
PASS ✓
# 제35화 ‘너를 미워하고 싶었어’
## 제1부: 오전 10시 30분, 강남역 카페
카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후각부터 압도당했다. 에스프레소의 쓸쓸한 향기와 카라멜 시럽의 달콤한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강남역 지하 3층, 명품 카페 체인점. 우리가 선택한 장소는 항상 이랬다. 사람이 많으면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곳. 유명한 배우들이 와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곳.
민준이는 이미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가 도착하기 5분 전에 온 것 같았다.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내 발소리가 들렸는지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그의 얼굴에 떠올랐던 표정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불안감과 안도감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마치 내가 나타날까봐 기도하면서도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던 사람이 드디어 나타났을 때의 그런 표정.
“어?”
그게 그의 첫 인사였다. 우리는 이제 인사를 제대로 나누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렸나. 나는 의자를 밀어내고 앉았다. 바로 마주보는 위치. 피할 수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는 거리.
“너 왜 이렇게… 잘 생겼어?”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건 칭찬이 아니었다. 질문도 아니었다. 고발이었다.
지난 3개월 동안 민준이의 외모는 확실히 변했다. 체중이 줄었다. 피부가 맑아졌다. 머리도 새로 자르고 매직을 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의 눈빛이었다. 예전의 흐릿한 눈동자가 선명해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초점을 맞춰놓은 렌즈처럼. 그건 내가 절대 주지 못했던 것이었다.
“뮤지컬 리허설이 힘들어서… 다이어트하게 됐어.”
그는 여전히 존댓말을 고집했다. 우리 사이의 벽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증거.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3년을 함께했던 사람이 갑자기 남처럼 대해진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유리 너머로 강남역의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의 인생으로 바쁜 듯했다. 아무도 우리의 이 미묘한 거리감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뭐 하자고 불렀어?”
내가 먼저 물었다. 민준이는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한 모금 마시고, 또 한 모금. 마시는 것도 뭔가 조심스러워 보였다. 마치 내 앞에서 아무것도 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조심스러움. 그게 더 미웠다.
“기사… 봤어?”
그의 질문은 우리 둘 다 알고 있던 것에 대한 것이었다. 엊그제 나온 기사. 제목은 ‘<배우 민준, 뮤지컬 캐스팅 성공...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었다. SNS에서 조회수 50만을 넘었다. 댓글에는 축하 메시지들이 넘쳐났다. 그중 일부는 나에 대한 것도 있었다. ‘<우리 덕분이네. 우리가 없었으면 민준이 이 정도 아니었을 거야>‘.
나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대신 커피를 마셨다. 핸드폰의 무게가 느껴졌다. 주머니 속에 있는 핸드폰에는 수백 개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SNS DM, 카톡, 인스타그램 댓글… 다들 나에게 민준이의 성공에 대해 말하고 싶어 했다. 마치 내가 그의 성공의 주인공인 것처럼.
“봤어. 축하한다고… 해야 하나?”
나도 이제 존댓말로 돌아서고 있었다. 우리 둘 다 이 어색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민준이의 손가락이 커피잔의 테두리를 따라 움직였다. 신경증적인 제스처. 예전부터 그랬다. 불안할 때면 항상 이런 식으로 뭔가를 만지작거렸다. 나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의 모든 작은 습관들을 알고 있었다.
“너… 기사 때문에 뭔가 느껴?”
내 질문이 무례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더 이상 예의 바른 말들로 포장할 수 없었다.
“당연하지. 좋았어.”
“그래? 나한테는 어땠어?”
## 제2부: 오전 10시 45분, 침묵의 시간
그 질문 이후로 약 2분간의 침묵이 흘렀다. 강남역 카페의 배경음악은 ‘Autumn Leaves’였다. 재즈 피아노의 우울한 멜로디가 우리의 침묵을 채웠다. 나는 창밖으로 흘러가는 사람들을 봤다. 누군가는 쇼핑백을 들고, 누군가는 휴대폰을 보며, 누군가는 친구와 웃으며 지나갔다. 모두가 자신의 세상 속에 갇혀 있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민준이는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아는 그 표정. 뭔가를 말하려다가 멈춘 표정. 아마도 “좋았다”라고 대답했을 때 내 얼굴에 떠올랐던 실망감을 봤을 것이다. 아니면 내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뭔가를 감지했을 것이다.
나는 내 감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 둘 다.
“너 성공했어. 축하해. 정말로. 근데…”
내 목소리가 떨렸다. 커피잔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하얀 도자기는 따뜻했다. 내 손은 차가웠다.
“너 성공하는 과정에서 나한테 뭔가… 빚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런 건 아니고…”
“아니야, 말해. 진짜로.”
내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주변 테이블의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봤다.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더 이상 신경 쓸 수 없었다.
“너는 기사가 나왔을 때 뭘 생각했어? 내 이름이 없어서 아팠어? 아니면 오히려 다행이었어? 자유로워진 기분?”
민준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니, 원래부터 창백했던 걸 이제야 제대로 보게 된 건가. 요즘 며칠 동안 잠을 못 잔 것 같은 얼굴. 하지만 동시에 뭔가 결연해 보이는 얼굴.
“너… 나를 미워해?”
그의 질문이 나를 멈추게 했다.
## 제3부: 오전 11시 10분, 진심의 폭발
나는 한 번도 이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미워한다는 건 너무 강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사이에는 미움보다는 실망, 질투, 자책 같은 것들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깨달았다. 나는 그를 미워하고 싶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미워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싶었다.
“너 어때? 미워하고 싶었어.”
내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말은 총알처럼 날카로웠다.
“너는 날 도와줬어. 맞아. 내 이력서를 고쳐주고, 오디션 피드백을 해주고, 무대 공포증을 이겨내라고 응원해줬어. 근데 넌 왜 자꾸 그 걸로 날 묶어두려고 해? 왜 내가 성공하니까 갑자기 자신의 공적인 것처럼…”
“난 그런 적 없어!”
내가 목소리를 높였다. 주변 사람들이 더 쳐다봤다.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숨을 고르려 했다. 하지만 눈물이 흘러나왔다. 강남역 카페에서, 낯선 사람들 앞에서, 내 감정은 완전히 터져나왔다.
“너 성공했을 때 내가 뭘 느껴야 했는지 알아? 기뻐해야 했어. 축하해야 했어. 근데 난… 난 미웠어. 너 혼자 저 높은 곳에 가버린 게 미웠어. 나 혼자 여기 남겨진 게 미웠어. 그리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게 진짜 말하고 싶던 것이었다.
“나도 알았어. 너를 도와준 게 사실은 내 자신을 도와준 거라는 걸. 너를 응원함으로써 내가 응원받고 싶었고, 너의 꿈을 도움으로써 내 꿈도 함께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넌 이루어졌고… 난 남았어. 내 SNS는 여전히 조회수 몇 백이고, 내 오디션은 떨어지고, 내 이름이 기사에 나올 날은… 영원히 안 올 것 같아.”
민준이의 눈가가 빨개졌다. 그도 울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존댓말이었다.
“나 때문에 그래? 내가 뭘 어떻게…”
“아니야, 넌 잘못한 게 없어. 이건 내 문제야. 내가 너한테 기대를 걸었던 거야. 너의 성공이 내 성공이 될 거라고. 근데 그게 아니었어. 넌 넌 대로 가고, 난 난 대로 남겨졌어. 그리고…”
나는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나는 널 도와주면서 날 지워버렸어. 너라는 거울에만 자꾸 자신을 비춰보려고 했어. 그 거울에 내 모습이 비칠 때는 좋았어. 넌 자신감이 생기고, 난 필요한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었거든. 근데 너는 그 거울을 깨뜨렸어. 더 이상 내 모습을 비춰주지 않아도 되는 자신감을 얻었어. 그래서 미웠어. 진짜로.”
## 제4부: 오전 11시 25분, 침묵 속의 이해
민준이는 한 번도 나를 보지 않았다. 아니, 보고 싶어도 못 봤던 걸 수도 있다. 그의 손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커피잔은 이미 식어 있었다.
“미안해.”
그 두 글자가 전부였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 둘 다 이 상황이 “미안해”로 끝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넌 왜… 존댓말을 고집하는데?”
나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뭐?”
“존댓말. 우리 사이에서 왜 갑자기 존댓말을 써?”
민준이는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그 반복이 세 번 정도 되었다.
“내가… 너무 멀어져서… 존댓말로라도 거리를 유지하고 싶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 그것은 그가 나를 피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자신을 보호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내가 줄 수 없는 뭔가를 기대하게 되면 안 되니까. 내가 또 다시 자신을 거울로 삼게 되면 안 되니까.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미웠던 것은 그의 성공이 아니라, 그가 나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했다는 사실이었다.
“내 옆에 있고 싶지 않아?”
“그게 아니라…”
“그게 맞잖아.”
나는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눈물이 또 흘러내렸다. 나는 웃음이 나왔다. 한숨이 나왔다. 이 모든 게 한국식 자책과 눈치의 덫이었다. 나는 그를 도와주면서 동시에 그를 소유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는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그 소유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우리는 서로를 괴롭혔고, 서로를 사랑했고, 서로를 미워했다.
“너… 정말로 잘했어. 뮤지컬도, 오디션도, 다 잘했어.”
내가 말했다.
“그런데 너는 이제… 나와는 다른 세상에 있어. 내가 닿을 수 없는 높이에. 그걸 아는 게 가장 힘들어.”
민준이는 내 얼굴을 봤다. 처음으로, 정확하게, 눈을 마주치며.
“내가… 널 때려치우는 게 아니야. 그냥…”
“나랑 함께하고 싶지 않아. 알았어. 이해해.”
## 제5부: 오후 12시, 포옹
우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었다. 아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핸드백을 들었고, 민준이는 따라 일어났다. 우리는 카페를 나갔다.
강남역 지하 3층 통로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사람들, 쇼핑을 하러 가는 사람들,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 우리도 그 군중의 일부가 되어 걸었다. 그리고 신림역 방향의 지하철 입구 앞에서 멈췄다.
“너…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모르겠어.”
민준이가 답했다.
“내일 CEO 만나기로 했어. 뮤지컬 이후 새로운 역할에 대해서.”
“오.”
나는 그것만 말했다. 그것이 축하여야 할 일인지, 슬픈 일인지 알 수 없었다.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모르겠어. 계속… 움직여야 하니까.”
그 순간, 민준이가 나를 안았다. 갑자기, 예고 없이. 지하철 입구 앞의 통로에서,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그의 팔이 내 등을 감싸는 감촉이 느껴졌다. 따뜻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별의 냄새가 났다.
“고마워. 정말로.”
그의 목소리는 내 귀에 속삭임처럼 전해졌다. 존댓말이 아니었다. 반말이었다. 마지막 반말.
나도 그를 안았다. 내 팔에 힘을 주었다. 이것이 우리의 끝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 이것이 끝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의 시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갈 것이다.
포옹이 끝났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가 흐릿해졌다. 울고 있었다. 나도 울고 있었다.
“잘 지내.”
“너도.”
## 제6부: 오후 12시 30분, 신림역 가는 길
나는 지하철에 탔다. 신림역 방향의 열차. 창문에 비친 나의 모습은 처참했다. 눈이 붓고, 화장이 흘러내렸다. 나는 휴지로 얼굴을 닦았다.
핸드폰이 울렸다. 준호였다.
**준호: “말이 있어. 시간 괜찮아?”**
나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지하철은 신림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터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