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제2막 – 제27화: 침묵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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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7화: 침묵의 무게

준호의 전화가 오지 않는 것은 이상했다.

민준은 휴대폰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화면을 켜면 시간이 오후 6시 47분. 기사가 올라온 지 한 시간 정도 지났다. 우리와의 통화를 마친 후,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그 흰색 천장이 마치 거대한 스크린처럼 느껴졌다. 마치 그 위에 자신의 얼굴이 투영되고 있는 것 같았다. 실시간 검색어. 댓글 3,500개. PD의 평가. 그 모든 것들이 천장에 부딪혀서 떨어져 내렸다.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카톡 목록을 확인했다. 준호의 이름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메시지는 없었다. 마지막 메시지는 어제였다. ‘잘 쉬고 내일 봐.’ 그것이었다.

민준은 손가락을 움직여서 준호에게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엇을 써야 할지 몰랐다. ‘기사 봤어?’는 너무 뻔했다. 마치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는 것처럼 들렸다. ‘감사합니다’는 너무 거리감이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이미 어딘가 멀어졌다는 신호처럼. 결국 민준은 아무것도 보내지 않았다. 손가락을 멈추고, 휴대폰을 내려놨다.

오후 7시, 민준은 오피스텔을 나갔다.

거리는 저녁 시간의 서울이었다. 강남역 근처. 직장인들이 퇴근하면서 버스 정류장에 모여 있었고, 편의점 앞에는 학생들이 서 있었다. 누군가는 담배를 피웠고, 누군가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 누구도 민준을 보지 않았다. 그것이 아직도 그의 현실이었다. 기사가 나고, 댓글이 달리고,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어도, 거리 위에서는 여전히 투명했다. 그 모순이 민준의 가슴을 졸였다.

카페에 들어갔다. “스타벅스”라고 쓰인 간판이 있었다. 별 모양의 로고. 민준은 창가 자리에 앉았다. 라떼를 주문했다. 비용은 5,500원. 그것은 그의 월급의 몇 십 분의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기사가 나왔으니까. 기사가 나왔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증명이었을까. 아니면 시작이었을까. 아니면 덫이었을까.

창 너머로 거리를 봤다. 사람들이 지나갔다. 빠르게. 마치 자신들이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처럼. 민준도 그랬었다.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강박. 누군가에게 보여져야 한다는 강박. 하지만 이제는 어떨까. 이제는 자신이 이미 보여졌으니까. PD가 봤다. 대표가 봤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검색창에 자신의 이름을 쳤다.

라떼가 나왔다. 스팀이 올라왔다. 그것이 창문에 부딪혀서 흐릿해졌다. 마치 세상이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민준은 컵을 들었다. 따뜻했다. 너무 따뜻했다. 화상을 입을 정도로. 하지만 마셨다. 혀가 약간 데었다. 그것이 실제라는 증거였다. 통증이 있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휴대폰이 울렸다.

민준은 화면을 보지 않고 먼저 심장 준비를 했다. 이것은 좋은 소식일 수도 있고 나쁜 소식일 수도 있다. 배우는 항상 그렇게 준비해야 한다. 모든 전화가 인생을 바꿀 수 있으니까. 화면을 켰다. 준호였다.

“여보세요?”

민준이 말했다.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마치 누군가를 깨우는 것 같이.

“민준아. 너 지금 뭐 해?”

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평소처럼 낮고 차분했지만, 무언가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민준은 그것을 감지했다. 피로. 또는 스트레스. 또는 둘 다.

“카페에 있어요. 왜요?”

민준이 대답했다.

“기사 봤어?”

그것이 첫 질문이었다. 축하도 아니었다. 감탄도 아니었다. 그냥 단순한 질문. 마치 날씨를 묻는 것처럼.

“네. 우리가 전화해서 알려줬어요.”

민준이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형도 봤어요?”

수화기에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길어졌다. 3초. 4초. 5초. 배우들은 침묵의 길이를 안다. 침묵은 말보다 크게 말한다. 침묵은 감정을 노출시킨다.

“봤지. 방금 봤어.”

준호가 말했다. “너 학교 다닐 때 배웠잖아. 기사가 나면 첫 번째로 연락할 사람이 뭔지. 그게 뭐라고 했어?”

“그건… 아, 모르겠어요.”

민준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자기 자신. 스스로를 축하하는 거야. 그 다음에 가족. 그 다음에 친구. 그리고 마지막이 매니저나 회사. 근데 너는? 누가 먼저 연락했어?”

준호가 물었다. 그것은 질책처럼 들렸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처럼도 들렸다.

“우리가 먼저…”

민준이 말을 시작했다.

“우리가. 맞지. 우리가. 그리고 그 다음은? 너 자신한테 축하했어? 아니면 대표한테 먼저 보고했어? 회사를 먼저 생각했어?”

준호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통제 안에 있었다. 마치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형… 뭐가 문제예요?”

민준이 물었다. 그것은 순진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준호는 그것을 비난으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었다.

“문제가 뭐냐고? 넌 방금 뭐 했는지 알아? 넌 거리에 나가서 카페에 앉아서 라떼를 마시고 있어. 5,500원짜리 라떼를. 그것만 봐도 너는 뭔가 변했어. 어제까지만 해도 너는 편의점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배우였잖아. 그런데 기사 하나가 나니까, 벌써 자신감이 생겼어? 벌써 너는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했어?”

준호가 말했다. 그것은 질책이 맞았다. 확실히 질책이었다.

민준은 라떼를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컵이 받침대와 부딪혀서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카페에 울렸다. 그 순간, 창가의 몇 명이 민준을 봤다. 하지만 금방 다시 자신들의 일에 돌아갔다. 누군가의 삶이 흔들리는 것은 다른 사람의 책임이 아니었다.

“형… 저는… 단지…”

민준이 말을 더듬었다.

“단지 뭐? 단지 자축하고 싶었어? 아니면 단지 긴장을 풀고 싶었어? 넌 모르지. 이 업계에서 한 번의 성공 다음에 오는 것이 뭔지. 그것은 사람들의 기대야. 엄청난 기대. 넷플릭스. PD 평가. 실시간 검색어. 그 모든 것이 너에게 무엇을 하는지 알아? 그것은 너를 높여 놨어. 그리고 높여 놨다는 것은…”

준호가 말을 멈췄다.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야.”

민준이 그 문장을 완성했다. 자신의 목소리로. 그리고 그 순간, 민준은 깨달았다. 준호가 왜 연락하지 않았는지. 왜 축하를 하지 않았는지. 왜 기사를 본 직후가 아니라 지금, 오후 7시가 되어서야 전화를 했는지.

준호는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다. 민준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준호는 미리 경고를 했다. 마치 험한 바다에 나가기 전에 “파도가 클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내일 시간 돼?”

준호가 물었다. 목소리는 이제 차분했다. 폭발은 지나간 것 같았다.

“네. 시간 괜찮아요.”

민준이 대답했다.

“그럼 내일 오후 2시. 더스타 로비에서 만나자. 우리도 함께. 셋이서 뭔가 할 게 있어.”

준호가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민준은 휴대폰을 내려놨다. 라떼는 이미 식었다. 그것은 더 이상 따뜻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기쁨처럼. 어느 순간 식어버린. 민준은 라떼를 마셨다. 차갑고 쓴맛이 입 안에서 퍼졌다.

카페의 벽에 텔레비전이 켜져 있었다. 뉴스 채널이었다. 앵커가 뭔가를 읽고 있었다. 음소거가 되어 있었지만, 민준은 화면을 봤다. 자막이 흘러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세상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세상 속에서, 민준이라는 한 배우의 기사는 이미 누군가 다른 뉴스에 밀려나가고 있을 것이었다.

휴대폰을 다시 켰다. 포털을 열었다. 연예 섹션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다. 여전히 기사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순위가 내려갔다. 포토이슈라는 섹션에서 자신의 사진이 올라온 것도 보였다. 극장 로비에서 찍은 사진. 그것은 아마도 촬영 중에 누군가가 몰래 찍은 것 같았다. 자신의 표정은 진지했다. 마치 세상의 모든 무게를 혼자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댓글을 읽기 시작했다. 자신은 우리에게 ‘댓글을 읽으면 미친다’는 말을 들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마치 중독처럼. 마치 자신이 정말로 누군가에게 중요한지 확인하고 싶은 것처럼.

‘감정 연기가 정말 좋네’

‘이 배우 나중에 유명할 것 같은데?’

‘넷플릭스가 이런 신인을 어떻게 찾았지?’

‘그냥 보통 배우 아닌가? 왜 이렇게 띄우는데’

‘성준이가 더 잘생겼어 ㅋㅋㅋ’

‘PD의 평가가 이렇게 좋으면 드라마도 망할 수가 없지’

다양한 목소리들. 수백 개의 입. 수백 개의 판단. 그 중에서 자신을 위한 것도 있고,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도 있었다. 그것들이 모두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왔다. 마치 바이러스처럼. 마치 독처럼.

오후 8시, 민준은 오피스텔로 돌아갔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여전히 그것은 흰색이었다. 너무 흰색이었다. 마치 아무것도 아닌 색처럼. 민준은 눈을 감았다. 그 순간, 자신의 얼굴이 떠올랐다. 포토이슈에서 본 자신의 얼굴. 그것은 자신의 얼굴이 맞았을까. 아니면 자신이 보여주려고 한 얼굴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가 자신의 얼굴에서 읽으려고 한 얼굴이었을까.

휴대폰이 울렸다. 다시.

민준은 눈을 뜻다. 화면을 봤다. 성준이었다. 성준. 그 이름. 준호가 말했던 이름. 이미 유명해졌고, 광고도 많이 하고, 계약금도 훨씬 큰 배우. 그 배우가 왜 자신에게 전화를 했을까.

“여보세요?”

민준이 받았다.

“민준아. 기사 봤어?”

성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밝고, 친근했다. 마치 좋은 친구처럼.

“네. 봤어요.”

민준이 대답했다.

“미쳤지? 정말 좋은 기사 나왔다. PD 평가가 이렇게 좋으면 드라마도 성공할 확률이 높아. 그럼 너도 함께 뜨는 거야. 축하해. 정말.”

성준이 말했다. 그것은 축하였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다른 것도 있었다. 민준은 그것을 감지했다. 불안. 또는 시기. 또는 둘 다.

“감사합니다.”

민준이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근데 너, 대표님이랑 뭐 얘기한 거야? 기사가 이렇게 빨리 나는 건 보통 아닌데. 뭔가 회사에서 밀어주는 건가?”

성준이 물었다. 그것은 궁금증이라기보다는 조사에 가까웠다.

“특별히 뭔가 한 건 없는 것 같아요. PD님이 기사를 낸 것 같은데.”

민준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 PD가. 그런데 이렇게 기사가 나면, 너한테도 책임이 생기는 거야. 드라마가 성공해야 한다는 책임. PD가 너를 이렇게 띄웠으니까, 너는 이제 드라마의 일부가 된 거야. 너의 성과가 곧 드라마의 성과가 되는 거지. 알지?”

성준이 말했다. 그것은 경고였다. 친근한 목소리로 감싸진 경고.

“네. 이해합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그리고… 혹시 너 다음 주에 시간 돼? 우리 회사에서 신인 배우들 모임을 하는데, 너도 나와. 더스타와 다른 회사 배우들이 함께 만나는 자리야. 너도 얼굴을 좀 알려야 해. 이 업계는 네트워크가 중요하니까.”

성준이 제안했다.

“그럼… 준호 형도 갈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아, 준호? 그건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신인들 중심이니까. 아무튼, 생각해봐. 그리고 연락줘.”

성준이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민준은 휴대폰을 내려놨다. 침대 위의 검은 스크린. 그것은 마치 작은 우주처럼 느껴졌다. 그 우주 안에는 수십 개의 대화, 수백 개의 판단, 수천 개의 감정이 들어 있었다.

밤 11시, 민준은 아직도 잠들지 못했다.

천장을 보면서, 자신이 지난 24시간 동안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했다. 기사. 댓글. 검색어. 준호의 경고. 성준의 초대. 그것이 모두 자신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놓기 위한 함정일까.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시간은 밤 11시 23분. 그리고 자신의 이름은 여전히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와 있었다. 순위는 조금 내려갔다. 하지만 여전히 거기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누군가의 손가락이 치는 글자. 누군가의 호기심. 누군가의 판단.

민준은 검색창을 지웠다. 그리고 준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형, 감사합니다. 내일 뵐게요.’

그것은 짧은 메시지였다. 하지만 그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그 짧은 문장 안에 담는 것. 그것이 배우의 일이었다. 많은 것을 적게 말하는 것. 침묵 속에 모든 것을 담는 것.

준호의 답장은 금방 왔다.

‘고마워. 그리고 내일, 우리가 해줄 말이 있어. 꼭 들어야 할 말이.’

민준은 그 메시지를 다섯 번 읽었다. 각각의 단어를 따로 따로.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했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걸까. 그것은 축하일까. 아니면 경고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일까.

밤 12시, 민준은 마침내 침대 옆의 불을 껐다.

어둠이 내려왔다. 오피스텔의 어둠. 그 안에서, 민준은 자신의 손가락을 펼쳤다 오므렸다를 반복했다. 마치 어제처럼. 마치 자신이 여전히 통제 불능인 것처럼. 마치 자신이 여전히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인 것처럼.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이 기사를 원했던 걸까? 아니면 이 기사가 나를 원했던 걸까?

그 질문은 답을 기다렸다. 하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날이 내일 올 것이고, 내일 오후 2시에 준호와 우리는 자신에게 무언가를 말할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바꿀 수도 있을 것이었다.

민준은 눈을 감았다. 검은 눈꺼풀 위에 떠오르는 상들. 기사. 댓글. 준호의 표정. 성준의 목소리. 우리의 웃음. 그 모든 것들이 섞여서 하나의 거대한 파도가 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파도 위에서, 민준은 떠 있었다. 위로 올라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면서.

# 확장된 대사

밤 10시 47분, 민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성준’이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민준은 한 손으로 휴대폰을 들었다. 손가락이 약간 떨렸다. 지난 몇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기사, 댓글, 실시간 검색어, 그리고 준호의 불안스러운 목소리. 그 모든 것이 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여보세요?”

민준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자신이 무엇을 말해야 할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아직도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준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것은 언제나처럼 자신감에 차 있었다. 성준은 그런 사람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 항상 다음 발걸음을 알고 있는 사람.

“민준아, 너 뉴스 봤지?”

“네… 봤습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뉴스를 본 것은 맞았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기사의 제목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신인 배우 민준, 독립영화 주연으로 캐스팅 확정’. 그것은 좋은 뉴스였다. 분명히. 하지만 왜 자신의 가슴은 무거웠을까.

“좋지? 준호가 밀어준 거야. 그 친구가 없었으면 이 기회는 없었을 거야. 어쨌든, 내가 너한테 제안이 하나 있는데.”

성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기대감이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이미 민준의 대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민준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천장을 바라보면서, 어떤 제안일지 생각해 보았다. 그의 매니저는 어떤 일도 충동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모든 것이 계획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의도되어 있었다.

“무슨 제안이죠?”

“내일 저녁, 영화사에서 주최하는 신인 배우들 모임이 있어. 비공식적인 거긴 한데, 앞으로 주목받을 신인들이 모이는 자리야. 너도 가봐야 해. 이 바닥에서는 이런 자리가 생명이거든. 누가 누구를 알고 있는지, 누가 누구의 손을 잡고 있는지. 그런 관계가 모든 걸 결정해.”

성준의 말은 빠르게 이어졌다. 마치 이미 몇 번을 연습한 것처럼. 아니, 아마도 그럴 것이었다. 성준은 항상 준비된 사람이었다.

“그래서 가시는 거예요?”

민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연하지. 내가 네 매니저잖아. 네 미래를 봐야지.”

성준이 웃음을 섞어 대답했다. 그러나 그 웃음 속에는 비즈니스의 냄새가 났다. 순수함이 아닌, 거래의 냄새.

“그럼… 준호 형도 갈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목소리는 작았다. 그는 왜 준호의 이름을 불렀을까. 왜 준호가 거기 있을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안전감 때문이었다. 준호는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이었다. 준호가 있으면 자신은 덜 외로웠다.

“아, 준호? 그건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신인들 중심이니까. 아무튼, 생각해봐. 그리고 연락줘.”

성준의 목소리에는 갑자기 거리감이 생겼다. 마치 민준이 잘못된 질문을 한 것처럼. 마치 민준이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사람에 대해 물어본 것처럼.

“알겠습니다. 고민해 보겠습니다.”

민준이 말했다.

“좋아. 그럼 내일 연락 줄 때까지 생각 좀 해. 이건 정말 중요한 기회야. 믿어.”

성준이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민준은 휴대폰을 내려놨다. 침대 위의 검은 스크린. 화면에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창백해 보였다. 무섭게 보였다. 그것은 마치 작은 우주처럼 느껴졌다. 그 우주 안에는 수십 개의 대화, 수백 개의 판단, 수천 개의 감정이 들어 있었다. 모두 자신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민준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방은 조용했다. 오피스텔의 작은 방. 벽은 얇았고, 천장은 낮았고, 창문은 좁았다. 이곳은 자신의 꿈의 시작점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이 감옥처럼 느껴졌다.

그는 창문으로 나갔다. 밖을 보았다. 서울의 밤은 아름다웠다. 불빛들이 도시 전역에 퍼져 있었다. 수백만 개의 불빛이 수백만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불빛 속에서, 자신의 불빛은 너무나 작았다.

“언제 이렇게 됐지?”

민준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은 아무도 아닌 사람이었다. 배우를 꿈꾸는 평범한 20대 청년. 오디션에 떨어지고, 알바비로 연기 학원을 다니고, 밤이 되면 천장을 보면서 자신이 언제쯤 성공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 그런데 하루 만에 이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이번에는 준호였다.

“여보세요?”

민준이 받았다.

“민준아, 지금 뭐 해?”

준호의 목소리는 불안했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친 것처럼.

“형, 그냥 방에 있었어요. 왜요?”

“기사 봤어? 우리 그룹이 나왔어.”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기쁨 아래에는 불안감이 숨어 있었다. 민준은 그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준호를 잘 알기 때문이었다.

“네, 봤어요. 축하드립니다, 형.”

민준이 말했다. 그러나 그 축하는 진심이 아니었다. 민준도 자신이 그것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거짓말이었다. 배우의 거짓말.

“너도 나왔어. 넌 어때? 기분 좋아?”

준호가 물었다.

민준은 한 순간 침묵했다. 좋아? 자신이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두려움인가, 기쁨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음… 모르겠어요. 좋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래. 맞아. 넌 잘 알아. 이 바닥은 밝은 것처럼 보이지만 어두워. 정말 어두워. 그리고 너는 지금 그 어둠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거야.”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마치 자신이 이미 그 어둠을 경험한 사람인 것처럼.

“형도 그런 거예요?”

민준이 물었다.

“나? 나는 이미 오래 전에 그 어둠 속으로 들어갔어. 그리고 지금까지 거기 있어. 하지만 넌 아직 밖에 있어. 그래서 내가 너한테 말해주는 거야. 이것을 잘 생각해. 이 기사, 이 기회, 이 모든 것을.”

준호가 말했다.

“형, 무서운데요.”

민준이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언제 눈물이 나왔는지도 모르게.

“알아. 무서운 거 맞아. 이게 맞는 길인지, 아니면 함정인지도 모르고 가는 거니까. 하지만 넌 이미 한 발을 들었어. 이제 뒤로 물러날 수 없어. 그러니까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어.”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했다. 마치 자신이 이미 민준의 미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내일 만날 거죠?”

민준이 물었다.

“그래. 내일 오후 2시에 만나자. 그리고 난 너한테 정말 중요한 말을 해줄 거야. 정말 중요한 말을.”

준호가 말했다.

“뭐예요?”

민준이 물었다.

“내일 들어. 지금은 말할 수 없어. 넌 지금 너무 흔들리고 있어. 말을 들어도 이해하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내일, 우리가 만나면 얘기하자. 알았어?”

준호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형.”

민준이 대답했다.

“그리고 민준아, 한 가지만 더. 이 바닥은 너를 먹어치우려고 할 거야. 너의 꿈을 이용해서, 너의 욕망을 이용해서, 너의 취약함을 이용해서. 그러니까 항상 조심해. 누가 너를 도와주는 것처럼 보여도, 그게 정말 도움인지를 생각해. 알겠어?”

준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형.”

민준이 다시 대답했다. 그리고 전화는 끊어졌다.

밤 11시 정각이었다.

민준은 휴대폰을 내려놨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보면서, 자신이 지난 24시간 동안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했다. 기사. 댓글. 검색어. 준호의 경고. 성준의 초대. 그것이 모두 자신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놓기 위한 함정일까.

그의 가슴은 빠르게 뛰었다. 마치 누군가 가슴 안에서 두드리고 있는 것처럼. 그것은 공포였나, 아니면 흥분이었나. 아마도 둘 다였을 것이다.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시간은 밤 11시 23분. 그리고 자신의 이름은 여전히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와 있었다. 순위는 조금 내려갔다. 아침 3위에서 지금은 12위였다. 하지만 여전히 거기 있었다. 자신의 이름이. 누군가의 손가락이 치는 글자. 누군가의 호기심. 누군가의 판단.

민준은 검색어를 클릭했다. 자신에 대한 기사들이 떠올랐다. 대부분 축하의 댓글들이었다. ‘축하합니다’, ‘응원합니다’, ‘화이팅’. 하지만 그 사이에는 다른 댓글들도 있었다. ‘이 배우가 누구지?’, ‘무명인데 왜 주연?’, ‘연결고리가 있나?’. 그것들은 작은 상처처럼 느껴졌다.

민준은 검색창을 지웠다. 그리고 준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형, 감사합니다. 내일 뵐게요.’

그것은 짧은 메시지였다. 하지만 그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그 짧은 문장 안에 담는 것. 감사. 약속. 신뢰. 그것이 배우의 일이었다. 많은 것을 적게 말하는 것. 침묵 속에 모든 것을 담는 것.

준호의 답장은 금방 왔다.

‘고마워. 그리고 내일, 우리가 해줄 말이 있어. 꼭 들어야 할 말이.’

민준은 그 메시지를 다섯 번 읽었다. 각각의 단어를 따로 따로.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했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걸까. 그것은 축하일까. 아니면 경고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일까. 그것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말일까.

민준은 메시지에 다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그것도 짧은 메시지였다. 하지만 그것은 준비된 마음의 표현이었다.

밤 11시 45분, 민준은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이 그의 몸을 감쌌다. 그것은 마치 다른 세계로의 문처럼 느껴졌다. 물의 소리가 그의 귀를 채웠다. 그리고 그 소리 속에서,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다.

자신은 정말로 이것을 원했던가. 이 기사, 이 기회, 이 모든 것을. 아니면 이 모든 것이 자신을 원했던 것인가. 그 차이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차이가 중요할까.

물은 자신의 몸에서 흙을 씻겨냈다. 마치 자신이 이 모든 것으로부터 깨끗해질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환상이었다. 물은 피부 위의 먼지만 씻겨낼 수 있을 뿐, 마음 속의 불안감은 씻겨낼 수 없었다.

민준은 샤워 후 침대로 돌아갔다. 밤 12시가 다 되어갔다. 그는 침대 옆의 불을 껐다.

어둠이 내려왔다. 오피스텔의 어둠. 그것은 완벽한 어둠이 아니었다. 창문 밖의 도시 불빛이 살짝 들어오고 있었다. 그 약한 빛 속에서, 민준은 자신의 손가락을 펼쳤다 오므렸다를 반복했다. 마치 어제처럼. 마치 자신이 여전히 통제 불능인 것처럼. 마치 자신이 여전히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인 것처럼.

‘언제부터 내 손이 내 손이 아니게 됐을까.’

민준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의 손가락은 계속 움직였다. 리드미컬하게. 강박적으로. 마치 누군가가 그것을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그의 눈은 천장을 향했다. 흰 천장. 그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런 답도, 아무런 지시도 없었다. 단지 흰색뿐이었다.

“내가 이 기사를 원했던 걸까? 아니면 이 기사가 나를 원했던 걸까?”

민준이 다시 중얼거렸다. 그것은 자신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하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하루가 내일 올 것이고, 내일 오후 2시에 준호와 만날 것이었다. 그리고 준호는 자신에게 무언가 중요한 말을 할 것이었다. 그것이 자신의 삶을 다시 한 번 바꿀 수도 있을 것이었다.

민준은 눈을 감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았다. 그의 뇌는 계속 작동하고 있었다. 마치 영화 프로젝터처럼, 그것은 계속 이미지를 화면에 띄우고 있었다.

기사의 사진. 그것은 며칠 전에 찍은 자신의 사진이었다. 헐렁한 셔츠를 입고, 약간 슬픈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자신. 그 사진이 지금 수십만 개의 화면에 뜨고 있다. 누군가는 그 사진을 보고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그 사진을 보고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댓글들이 떠올랐다. 익명의 사람들의 목소리들. 그들은 자신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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