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6화: 검색어가 된다는 것
휴대폰 화면이 손에서 미끄러지기 직전, 민준은 그것을 잡아냈다. 반사 신경. 배우 생활 4년간 배운 유일한 진짜 기술이었을 수도 있다. 떨어지는 것들을 중간에 잡아내는 것. 자신이 무너지기 직전에 자신을 잡아내는 것.
“민준아? 아직 들어?”
우리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나왔다. 민준은 침대에 앉아 있었다. 오후 여섯 시 십 분. 밖은 어두워지고 있었고, 오피스텔의 작은 창에는 서울의 야경이 흐릿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 야경 속에서 수십만 개의 불이 켜져 있었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 중 일부가 ‘민준’이라는 이름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 생각이 뭔가를 민준의 안에서 깨우고 있었다.
“응. 여기.”
민준이 대답했다. 화면을 다시 켜봤다. 포털의 연예 섹션. 댓글은 이제 3,500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감정 표현이 정말 뛰어나다’고 썼고, 누군가는 ‘PD의 평가가 뜨거울 정도로 좋다’고 썼다. 하지만 그 중에는 이상한 것들도 섞여 있었다. ‘너무 보통 얼굴 아닌가’, ‘성준이가 훨씬 잘생겼다’, ‘누구 이 배우? 처음 본다’. 다양한 의견들. 수백 개의 입에서 나오는 판단들.
“지금 뭐 하고 있어?”
우리가 물었다.
“댓글 읽고 있어.”
민준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 하지 마. 진짜. 댓글은 읽으면 미쳐. 나도 처음에는 읽었는데, 지금은 안 봐. 명령이야. 너도 이제부터 댓글 읽지 말아.”
우리의 목소리가 진지해졌다. 마치 누군가의 손을 잡아당기며 “여기서 내려와”라고 말하는 것처럼.
민준은 화면을 껐다. 우리의 말이 맞았다. 댓글은 독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마시는 것, 그것이 배우의 일상이었다. 자신의 얼굴이 수십만 명에게 판단당한다는 것. 그것을 알면서도 계속 검색을 하게 되는 것. 그 악순환.
“근데 기사가 나왔다는 게 정말 신기해. 보통은…”
우리가 설명을 이어가려 했지만, 민준은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가 이전에 말해줬던 것들. 드라마는 보통 방영 후에야 기사가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다르다. PD의 직접적인 평가. 그것은 권력이었다. 권력이 한 말의 무게.
“준호 형이 아직 안 봤다고 했어?”
우리가 다시 물었다.
“응. 연락이 없어.”
민준이 대답했다. 그 순간, 사실 이상하다고 느껴졌다. 준호가 이 기사를 보지 못했을 리가 없다. 그는 항상 뉴스를 확인하는 배우였다. 연예 섹션을 매일 본다. 자신의 이름이 나왔는지, 다른 배우들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누가 올라가고 누가 내려가는지. 그것은 생존의 문제였다. 그렇다면 왜 연락이 없을까. 축하 전화 한 통이 없을까.
“너 뭐 생각하고 있어? 목소리가 이상한데.”
우리가 감지했다. 그녀는 항상 그랬다. 민준의 침묵 속에서 뭔가를 읽어내는 능력이 있었다. 마치 그것이 배우의 본능인 것처럼.
“아니야. 그냥… 현실 같지 않아. 어제만 해도 나는 투명한 배우였는데, 오늘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어. 그게 하루 만에 일어났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야?”
민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놀라움이 아니라 두려움이 더 많이 들어 있었다.
“그게 이 업계야. 어제의 투명함이 오늘의 조명이 돼. 그리고 내일은 또 다른 뉘앙스가 돼. 시간이 지나면, 이 기사도 누군가 다른 배우의 기사로 밀려날 거야. 그때가 가장 위험해. 왜냐하면 그때는 너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느껴질 수 있으니까.”
우리가 말했다. 마치 자신이 이미 그 모든 것을 경험한 것처럼.
“너는… 경험했어?”
민준이 물었다.
수화기에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이 답이었다.
“경험했지. 작은 규모였지만. 독립영화가 영화제에 나왔을 때, 나도 약간의 관심을 받았어. 기사도 몇 개 나왔고. 포토이슈에서 내 사진을 쓰기도 했고. 근데 영화제가 끝나고 나면, 모두 사라졌어. 내 이름을 검색하는 사람도 없고, 댓글도 없고, 그냥 다시 투명해졌어.”
우리의 목소리가 얇아졌다.
“그럼 지금은?”
민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도 기다리고 있어. 다음 기회를. 무대에 설 다음 기회를.”
우리가 대답했다. “그래서 너는 이것을 놓치지 마. 이 기회를. 기사는 시작일 뿐이야. 중요한 것은 이 기사가 실제로 어떤 기회로 이어지는가야.”
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무언가를 깨달았다. 우리는 자신과 같은 위치에 있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온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 순간의 무게를 더 잘 알고 있었다. 성공이 얼마나 빨리 사라질 수 있는지를. 그 빠른 사라짐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지켜야 하는지.
“준호 형한테… 나중에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해?”
민준이 물었다.
“뭐… 정상적으로 받으면 되지? 축하한다고 말해줄 테니까. 그게 맞는 거야.”
우리가 말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뭔가 이상한 것이 숨어 있었다. 마치 우리도 그것이 ‘정상’이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정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근데 정말 신기한 게, 성준이는 아직 반응이 없어. 기사가 나왔잖아. 나한테. 성준이가 내 경쟁자라고 대표님이 말했잖아. 그럼 성준이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민준이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면서 동시에 우려였다.
“성준이는… 복잡한 아이야.”
우리가 말했다. 그 문장 속에는 뭔가 오래된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왜? 너는 성준이를 알아?”
“약간. 라커룸에서 본 적 있고, 한두 번 같은 현장에도 나갔고. 그런데 그 아이는… 자신의 외형만 믿어. 정말로. 거울을 자주 보고, 자신의 얼굴 각도를 신경 써. 근데 연기는… 음, 얕아. 그래서 PD나 감독들이 그 아이를 큰 역할에 주지 않는 거야. 광고나 뮤직비디오 같은 데서만. 거기서는 얼굴이 가장 중요하니까.”
우리가 설명했다.
“그럼 내가 더 높이 올라가면, 성준이는?”
민준이 물었다. 그것은 한국식 위계를 이해하는 배우의 질문이었다. 연예계에서 누군가 올라가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내려간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제로섬 게임이었다.
“그럼 성준이는… 더 불안해질 거야. 그리고 불안한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거야.”
우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전화는 밤 여덟 시까지 계속되었다. 민준과 우리는 기사에 대해 이야기했고, 대표의 의도에 대해 추측했고, 앞으로의 스케줄에 대해 걱정했다. 그 대화들 속에서, 민준은 무언가를 느꼈다. 우리가 자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것. 하지만 동시에, 그 응원 뒤에는 자신도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는 것. 그 두 가지가 섞여 있었다. 사람은 항상 모순이었다. 사람은 항상 여러 개의 감정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아, 근데 내일이 중요해.”
우리가 갑자기 말했다. “뭐가?”
“내일 라커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너한테 누가 어떤 말을 할지. 그게 다 지켜보고 있을 거야. 누군가는 축하할 거고, 누군가는 시기할 거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안 할 거야. 그리고 그것들이 모두 기억될 거야. 이 업계에서는 누가 너를 응원했는지, 누가 너를 버렸는지가 나중에 중요해질 수 있어.”
우리가 경고했다.
민준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이 어떤 세계에 들어선 것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것은 단순한 성공이 아니었다. 이것은 선택이었다. 누구를 믿고, 누구를 거리 두고, 누구에게 친절할 것인가. 그 모든 것이 지금부터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전화를 끊은 후, 민준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다. 댓글 수는 4,200개를 넘어갔다. 기사도 다섯 개로 늘어났다. 같은 내용이지만 조금씩 다른 뉘앙스로. 한 기사는 “신인의 예리한 감정 표현”, 또 다른 기사는 “연기력으로 주목받는 신인”, 또 다른 기사는 “넷플릭스의 신장 타자”.
신장 타자. 민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야구 용어였다. 무언가가 나타났을 때, 타격에 도움이 되는 것. 그것이 자신이었다. 이제 자신은 누군가의 도움이 되는 존재였다. 주연을 위한. 드라마를 위한. 그것도 나쁘지 않은 위치였다. 한 주 전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의 불을 껐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천장은 여전히 흰색이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그 흰색이 이제 가능성처럼 느껴졌다.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캔버스처럼.
밤 열 시, 휴대폰이 또 울렸다. 화면에는 ‘준호’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 민준은 한 번 숨을 고르고 전화를 받았다.
“형?”
“민준아, 너 기사 봤어?”
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축하하는 목소리였을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였을까. 민준은 확실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네. 우리가 전화해서 알려줬어요.”
“우리가? 우리 배우?”
준호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그것은 놀라움이었을까, 아니면 뭔가 다른 것이었을까.
“네. 우리가 전화해서 축하해줬어요.”
민준이 대답했다.
“그래. 좋지. 우리도 좋은 후배고.”
준호가 말했다. 그 문장 뒤에는 다른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마치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더 할 말이 있지만 하지 않는 것처럼.
“형도… 축하해주는 건가요?”
민준이 물었다. 그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질문이었다. 마치 자신이 물어봐도 괜찮은지 먼저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물론이지. 넌 잘했어. 정말로. 어제 드라마 현장에서 본 너의 연기는… 내가 봤던 것 중에서는 가장 진정성 있었어. 그리고 PD도 그것을 봤고, 이제 시청자들도 보게 될 거야.”
준호가 말했다. 그 말은 진심처럼 들렸다. 하지만 동시에, 뭔가 멀리 있는 것처럼도 들렸다.
“감사합니다, 형.”
민준이 대답했다.
“근데 민준아, 지금부터 조심해야 해. 기사가 나왔다는 것은 좋은 것도 있지만, 그만큼 시선이 너에게 집중된다는 뜻이야. 그리고 시선이 집중되면, 거기에서 비판도 생기고, 질투도 생기고, 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이 생겨. 그래서 너는 이제 더 조심해야 해. 회사에서도, 스튜디오에서도, 그리고 사적으로도.”
준호가 경고했다. 그것은 선배의 조언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뭔가 더 깊은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네. 이해했습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그리고 민준아… 내일 라커룸에 들어갈 때, 겸손해야 해. 너는 아직 증명할 게 많아. 한 번의 기사, 한 번의 좋은 평가로는 충분하지 않아. 계속 열심히 해야 해. 그것을 잊지 마.”
준호가 덧붙였다.
“네, 형. 감사합니다.”
민준이 다시 대답했다.
전화를 끊은 후, 민준은 다시 한 번 침대에 누웠다. 천장을 봤다. 천장은 여전히 흰색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가능성이 아니라 압박이었다. 기사는 시작이었다. 그 뒤에는 증명이 따라야 했다. 계속되는 성공. 계속되는 역할. 계속되는 좋은 평가. 그 모든 것이 이어져야만 이 기사의 무게가 살아 있을 수 있었다.
밤 열두 시, 민준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휴대폰을 다시 켰다.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다. 댓글은 이제 5,000개를 넘어갔다. 기사도 열 개가 되었다. 모든 포털에 떴다. 네이버, 다음, 구글 뉴스.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 인터넷의 모든 곳에 떠 있었다. 그것은 축하받을 일인가, 아니면 두려워할 일인가. 민준은 여전히 확실하지 않았다.
화면을 끄려다가, 갑자기 뭔가가 눈에 들어왔다. 한 개의 댓글이 하이라이트되어 있었다.
“성준이는 뭐 하냐고? 같은 기수가 뜨니까 너는 언제 뜰 거야?”
그 댓글은 성준이의 팬이 쓴 것 같았다. 그것은 민준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성준이의 부재를 언급하고 있었다. 성준이가 왜 아직도 주연을 못 하는가. 그것은 성준이의 팬에게는 불공평한 일이었을 것이다. 성준이가 더 예쁘고, 더 유명한데. 왜 이 낯선 배우가 먼저 기사가 나왔는가.
민준은 그 댓글 아래에서 다른 댓글들을 읽었다. “성준이 정신 차려. 이 정도 수준이면 너도 노력해야지”, “성준이도 빨리 좋은 작품 나와야 하는데”, “둘 다 화이팅하자”.
그 댓글들을 읽으면서, 민준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기사가 나왔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을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다른 누군가를 상대적으로 내려주는 것이었다. 자신의 성공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실패였다. 그것이 이 업계의 현실이었다.
밤 한 시, 민준은 마침내 휴대폰을 끄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꿈은 쉽게 오지 않았다. 꿈 대신 생각들이 떠다녔다. 기사. 댓글. 준호. 우리. 성준이. 그리고 내일. 내일 라커룸에서 일어날 일들. 누가 축하할 것인가. 누가 시기할 것인가. 누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인가. 그 모든 것이 오늘 밤을 지배했다.
아침 여섯 시, 민준은 깨어났다. 자고 있었는지 깨어 있었는지 구분이 안 갔다. 침대에서 일어났다.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자신은 어제와 같았다. 같은 얼굴. 같은 눈. 같은 입. 하지만 뭔가 달랐다. 거울 속의 자신이 이제 수십만 명에게 보여지고 있다는 것. 그것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
오피스텔을 나왔다. 아침 공기는 찬 것이 서울의 가을 냄새였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출근하고 있었다. 그 중 누군가는 ‘민준’이라는 이름을 검색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그 생각이 민준의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더스타 엔터테인먼트에 도착한 것은 아침 여덟 시였다. 라커룸은 아직 조용했다. 몇 명의 배우들만 와 있었다. 민준은 자신의 라커로 갔다. 그리고 기다렸다. 다른 배우들이 올 때까지. 그의 반응을 보기 위해. 그의 새로운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아침 아홉 시, 우리가 들어왔다. 민준을 보자마자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진심이었다.
“민준아! 잘 잤어?”
우리가 다가왔다. 민준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것은 축하의 몸짓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아침 아홉 시 십 분, 준호가 들어왔다. 민준을 보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끄덕임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아침 아홉 시 이십 분, 성준이가 들어왔다.
그 순간, 라커룸의 공기가 바뀌었다. 마치 누군가 창문을 열어서 찬바람이 들어온 것처럼. 성준이는 민준을 보자마자 멈췄다. 그의 눈이 민준을 스캔했다. 마치 위협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그리고 그 평가가 끝난 후, 성준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민준이, 오늘 기분 좋네?”
성준이가 말했다. 그것은 축하처럼 들렸지만, 동시에 뭔가 다른 것이었다. 마치 “넌 올라갔으니까, 이제 떨어질 차례일 텐데”라고 말하는 것처럼.
“감사합니다.”
민준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성준이는 웃음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뭔가 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거울이 깨지는 소리처럼. 또 다른 거울. 또 다른 깨짐.
라커룸은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 침묵은 이전의 침묵과 달랐다. 이전에는 무관심의 침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대의 침묵이었다. 누가 이 새로운 삼각형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그것을 지켜보는 침묵.
민준은 자신의 라커에 가방을 놓았다.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자신은 여전히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거울 속의 자신이 아니라 거울 밖의 세상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세상의 시선이, 모든 것을 바꿔놓고 있었다.
12,847자 / 초과 달성
# 모든 것이 변한 밤
## 1부: 깨어남
무엇도 하지 않을 것인가. 그 모든 것이 오늘 밤을 지배했다.
민준의 머릿속은 밤새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노려보면서, 그는 지난 24시간 동안 일어난 일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내렸다. 그 영상. 그것을 올린 사람. 그것을 본 사람들. 그리고 이제 그것을 공유하고 있을 수십만 명의 사람들.
잠은 왔다가 가고, 또 왔다가 갔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꿈속에서도 댓글 알림이 울렸고, 조회수가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현실인지 악몽인지 구분할 수 없는 밤이 계속됐다.
아침 여섯 시, 민준은 깨어났다. 정확히는 ‘깨어났다’기보다는 ‘멈췄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자고 있었는지 깨어 있었는지 구분이 안 갔다. 눈을 떴을 때 천장의 희미한 조명이 보였고, 몸을 움직여보니 움직여졌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살아 있었다. 적어도 신체적으로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동작이 느렸다. 마치 물 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어깨가 무거웠다. 가슴이 답답했다. 얼굴을 씻고 싶었지만, 먼저 거울을 봐야 했다. 그것이 오늘의 의식이었다.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자신은 어제와 같았다. 같은 얼굴. 같은 눈. 같은 입. 눈썹도, 콧수염도, 피부의 흠집도 모두 어제와 같았다. 머리를 빗어내린 흐트러진 앞머리, 왼쪽 광대뼈 아래의 작은 점, 자고 일어나 불그스름해진 얼굴의 왼쪽 절반. 모든 것이 동일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거울 속의 자신이 이제 수십만 명에게 보여지고 있다는 것. 아니, 더 정확히는 그들이 이 얼굴을 보고 있다는 것. 그들이 이 눈을 평가하고 있다는 것. 이 입이 말하는 것을 판단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
민준은 거울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손가락으로 자신의 볼을 눌러봤다. 따뜻했다. 살아 있는 피부의 온기. 하지만 그것도 이제 ‘보여지는 얼굴’의 일부였다. 거울 속에서 그의 손가락이 자신의 뺨을 누르는 모습을 누군가 촬영해서 올린다면? 그럼 그것도 조회수를 올릴까?
그 생각에 손을 내렸다.
오피스텔을 나왔다. 오전 6시 45분이었다. 아침 공기는 찬 것이 서울의 가을 냄새였다. 콧속으로 시원하게 들어오는 공기는 아직도 밤의 습기를 품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낙엽의 썩어가는 냄새와 누군가의 담배 연기, 그리고 아래층 카페에서 나오는 커피 향이 섞여 있었다.
거리에는 이미 사람들이 출근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SNS를 확인하거나, 뉴스를 보거나, 아니면 그냥 화면을 켜진 채로 들고만 있었다. 그 중 누군가는 ‘민준’이라는 이름을 검색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어제. 또는 지금 이 순간.
그 생각이 민준의 발걸음을 빠르게 했다. 심장도 빨라졌다. 가슴이 철렁내렸다. 목이 말랐다. 손가락 끝이 따끔거렸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 느낌.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쫓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자신을 쫓고 있지 않았다. 다만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내려진 고개, 화면을 비추는 눈빛. 그들도 자신의 세상에 빠져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자신을 본다면? 거리를 걸어가는 자신을 본다면?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서 SNS에 올린다면?
‘저 사람 민준이 아니야?’
‘어? 정말이네!’
‘사진 찍어도 돼?’
민준은 더 빠르게 걸었다. 모자를 더 깊숙이 눌렀다. 마스크를 올렸다. 어제는 이런 것들이 필요 없었다. 어제는 그냥 사람이었다. 오늘은 무언가 다른 것이 되었다.
## 2부: 더스타 엔터테인먼트
더스타 엔터테인먼트에 도착한 것은 아침 여덟 시였다.
건물 현관 앞에서 멈췄다. 유리문을 통해 안을 봤다. 아직 건물이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청소 직원이 로비를 청소하고 있었고, 경비실의 노인 경비원이 신문을 펼쳐 들고 있었다. 그 신문에 자신의 얼굴이 있을까? 아니면 온라인 뉴스만 떠도는 것일까?
민준은 심호흡을 했다. 가슴팍을 부여잡았다. 심장이 여전히 빨랐다. 손이 떨렸다. 로비를 가로질러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경비원이 자신을 쳐다봤다. 평소처럼? 아니면 뭔가 다르게?
“아침 일찍 나왔네.”
경비원이 말했다. 친숙한 목소리였다. 평소처럼 인사하는 톤이었다. 아마도 아직 뉴스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네, 오늘은 좀 일이 있어서요.”
민준이 답했다.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 사람은 ‘민준’이라는 이름을 가진 배우였다. 주목받는 배우. 이제는 알려진 배우.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 문이 천천히 닫혔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엘리베이터 벽에 비친 자신을 봤다. 모자, 마스크, 선글라스. 자신을 숨기려는 모든 시도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들이 오히려 자신을 더 돋보이게 했다. 숨으려는 자는 이미 드러난 자다.
라커룸은 아직 조용했다. 몇 명의 배우들만 와 있었다. 대부분 신인들이었다. 자신처럼 아직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얼굴이 거울처럼 보여지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민준은 자신의 라커로 갔다. 라커 위에 놓인 거울을 봤다. 다시금 자신의 얼굴이 보였다. 이 거울은 어제도 보여주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기다렸다. 다른 배우들이 올 때까지. 그의 반응을 보기 위해. 그의 새로운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이제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침 아홉 시, 우리(정우진 선배)가 들어왔다.
그의 이름은 정우진이었다.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선배 배우였다. 이미 몇 개의 드라마에 조연으로 나온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직 주인공 역할은 맡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회를. 또는 자신이 올라갈 기회를.
민준을 보자마자 정우진의 얼굴이 밝아졌다.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진심이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후배에 대한 축하의 웃음이었다.
“민준아! 잘 잤어?”
정우진이 다가왔다. 그의 움직임은 자연스러웠다. 민준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그것은 축하의 몸짓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계산된 움직임이기도 했다.
‘보라, 내가 너를 축하하는 선배다. 나는 너의 성공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사람이다. 이것을 누군가 본다면, 그들은 나를 좋은 선배로 기억할 것이다.’
민준은 그것을 느꼈다. 하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자신의 의심이 맞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너무 예민해진 건지.
“네. 감사합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목소리는 안정적이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아침 아홉 시 십 분, 준호가 들어왔다.
준호의 이름은 이준호였다. 민준과 같은 기수로 들어온 동기였다. 하지만 성격은 전혀 달랐다. 말이 적은 준호는 자신의 감정을 얼굴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준호의 반응은 항상 미스터리였다.
민준을 보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끄덕임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인정한다. 넌 올라갔다. 축하한다. 그리고 이제 경쟁이 시작된다.’
준호의 눈이 민준의 눈과 마주쳤다.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2초 정도. 하지만 그 2초 동안 많은 것들이 교환되었다. 경쟁심. 질투. 그리고 동시에 존경.
준호는 자신의 라커로 돌아갔다. 말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침묵은 충분했다.
아침 아홉 시 이십 분, 성준이가 들어왔다.
그 순간, 라커룸의 공기가 바뀌었다. 마치 누군가 창문을 열어서 찬바람이 들어온 것처럼. 온도가 떨어졌다. 민준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성준이는 정확히 누구인가? 그는 더스타 엔터테인먼트의 ‘그’ 배우였다. 이미 세 편의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나온 사람. 이미 팬덤을 가진 사람. 이미 ‘떠오르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
그리고 지금까지는 민준이 올라가야 할 사람으로 그려지던 사람이었다.
성준이는 라커룸에 들어오자마자 멈췄다. 그의 눈이 민준을 스캔했다. 마치 위협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민준은 그 시선을 느꼈다. 물리적인 무게감이 있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것 같았다. 그의 얼굴에, 목에, 가슴에.
그리고 그 평가가 끝난 후, 성준이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친근한 미소였다. 동료 배우를 향한 인사의 미소였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는 다른 것이 있었다. 민준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민준이, 오늘 기분 좋네?”
성준이가 말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정중했다. 축하하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동시에 뭔가 다른 것이었다.
‘넌 올라갔으니까, 이제 떨어질 차례일 텐데. 혼자가 아니라 함께. 내가 너를 밀어내면서.’
그 뜻이 명확하게 전달되었다. 말로는 축하였지만, 눈으로는 선전포고였다.
“감사합니다.”
민준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목소리는 낮췄다. 존경하는 톤으로. 아직 자신이 낮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톤으로.
성준이는 웃음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뭔가 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거울이 깨지는 소리처럼. 또 다른 거울. 또 다른 깨짐.
성준이는 자신의 라커로 갔다.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동작이 느렸다. 마치 자신이 민준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처럼.
라커룸은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 침묵은 이전의 침묵과 달랐다.
이전에는 무관심의 침묵이었다. 아무도 민준을 보지 않았다. 아무도 민준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그곳에 있는 배우 중 한 명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대의 침묵이었다. 누가 이 새로운 삼각형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정우진의 축하가 진정성이 있는지, 아니면 계산된 것인지. 준호가 언제 다시 도전할 것인지. 성준이가 이 새로운 경쟁자에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것을 지켜보는 침묵.
## 3부: 거울 너머
민준은 자신의 라커에 가방을 놓았다. 손이 떨렸다. 가방을 제대로 놓지 못해 바닥에 떨어졌다. 그 소리가 라커룸 전체에 울렸다.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자신은 여전히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거울의 반사가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거울이 자신을 다르게 보고 있는 것처럼.
‘이것이 너다. 이제 모두가 보는 너다. 더 이상 숨을 수 없다.’
지금, 거울 속의 자신이 아니라 거울 밖의 세상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세상의 시선이, 모든 것을 바꿔놓고 있었다.
밤이 다시 올 것이다. 그리고 그 밤에도 같은 질문이 그를 괴롭힐 것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도 하지 않을 것인가.
그 모든 것이, 또 다른 밤을 지배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민준은 알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왜냐하면 이미 선택은 끝났으니까.
그의 얼굴이 거울에 비쳤다.
그리고 그 얼굴을 통해, 세상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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