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제2막 – 제13화: 그 아래로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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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3화: 그 아래로의 추락

옥상의 바람은 서울의 냄새를 가지고 왔다. 자동차 배기가스, 아스팔트의 열기, 그리고 어딘가 빌딩 숲 사이에서 나오는 커피의 향. 민준은 난간에 기대앉아 있었다. 손에는 핸드폰이 있었고, 화면에는 넷플릭스 오디션 시간이 떠 있었다. 오후 3시. 2시간 27분 남았다.

오디션 시간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민준의 호흡이 얕아지고 있었다. 그것은 신체적인 반응이었다.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종류의 반응. 마치 자신의 몸이 자신을 배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떨어질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성준의 말이 다시 울렸다. 민준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나왔다. 진짜 웃음이 아니라, 극도의 불안감이 터져 나오는 소리. 옥상에서 혼자였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혼자라는 것의 자유. 그리고 혼자라는 것의 지옥.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준호”라고 떠 있었다. 민준은 그것을 봤지만, 받지 않았다. 호출을 끝까지 받아 보냈다. 그리고 3초 후, 문자가 들어왔다.

[민준이. 어디야? 넷플릭스 오디션 30분 전이야. 너 준비했어? 회사에 와. 우리가 있어. 준호 올림]

민준은 그 문자를 읽고 있었다. 3번을 읽었다. “우리가 있어.” 우리. 그 단어가 자꾸만 자신을 찌르고 있었다. 우리는 자신 때문에 밤을 샜고, 자신 때문에 상처를 받았고, 자신 때문에 지금 회사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민준은 그들을 위해 해준 것이 무엇인가.

옥상의 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민준은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신체적인 거리가 아니라, 심리적인 거리. 마치 누군가가 자신을 옥상 끝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 같았다.

핸드폰을 다시 들었다. 오후 2시 31분. 그리고 채팅창을 열었다. 우리와의 대화 기록. 지난 4일 동안의 모든 메시지들.

[우리: 민준이 오늘 연습 안 할 거야?]

[민준: 죄송합니다. 넷플릭스 준비 때문에]

[우리: 아… 그래. 화이팅! 넌 할 수 있어]

그것이 지난 날이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그들은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민준이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한.

준호와의 대화 기록도 봤다. 더 많았다. 거의 매일. “어떻게 지내? 오디션 준비 잘 되고 있어?” 이런 식의 메시지들. 그리고 민준의 대답은 항상 짧았다. “네. 감사합니다.” 그것뿐이었다.

떨어질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성준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거짓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진실처럼 느껴졌다. 민준은 떨어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떨어지면, 모든 것이 정당화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를 상처 입힌 것도, 준호를 외롭게 한 것도, 자신을 고립시킨 것도. “나는 배우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옥상의 바람이 더 강해졌다. 민준의 머리가 흔들렸다. 가을이 깊어지고 있었다. 날씨가 차가워지고 있었다.

아버지도 이런 날씨에 떠났나.

그 생각이 들었을 때, 민준은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깨달았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다. 단지 인정하지 않고 있었을 뿐이었다.

옥상의 난간은 높이 약 120센티미터. 그 정도면 충분했다. 어른 남자가 넘어가기에는. 민준은 천천히 일어섰다. 다리가 떨렸다. 하지만 그것은 공포의 떨림이 아니었다. 이상하게도, 그것은 안도감의 떨림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짊어지던 짐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는 그런 떨림.

난간에 손을 올렸다. 차가웠다. 철은 항상 차갑다. 마치 죽음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갑고, 무겁고, 그리고 어쩌면 평화로울 수도 있을.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민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천 개의 창문이 있는 빌딩들. 그 창문 뒤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행복하고, 누군가는 불행하고, 누군가는 민준처럼 무언가를 포기하려고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살아있었다. 민준만 아니면.

너는 아직도 아버지 때문에 이러는 거야.

우리의 말이 옥상까지 따라왔다. 마치 귀신처럼. 아니, 더 정확하게는 양심처럼.

“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민준이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떨렸다.

“나 때문이야.”

그 순간, 옥상 문이 열렸다.

“민준이!”

우리였다. 그녀는 옥상으로 뛰어 올라왔다. 숨을 헐떡거리며. 운동화는 신지 않았다. 검은 양말만 신은 맨발. 마치 누군가가 갑자기 불렀을 때, 신발을 신을 시간도 없이 뛰어나온 것처럼.

뒤에 준호가 따라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민준은 그들이 왜 여기에 있는지, 어떻게 자신을 찾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려와. 제발.”

우리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서질 것 같았다. 진짜로.

“난 내려올 거 아니야.”

민준이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도 낮고, 차분하고, 그리고 결연했다.

“근데 너희는 가야 해. 이건 너희 책임이 아니야.”

“미쳤어?”

우리가 한 발 더 가까워지려고 했지만, 준호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천천히. 마치 그녀를 되돌리는 것처럼.

“민준이. 넷플릭스 오디션이 30분 남았어.”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하지만 그것은 연기였다. 민준은 그것을 감지했다. 34세 배우의 필사적인 연기.

“그 오디션이 뭐가 중요해요? 떨어질 거 같은데.”

민준이 웃음을 터뜨렸다.

“성준이가 말했어요. 나는 떨어질 준비가 되어 있다고. 그리고 그게 맞아요. 난 떨어질 준비가 된 사람이야.”

“그래서 이 짓을 하는 거야?”

우리가 비명을 질렀다. 진짜 비명. 마치 누군가가 죽어가는 것을 보는 사람의 비명.

“내가 뭘 잘못했어? 뭘 잘못해서 이래?”

“너희가 잘못한 게 아니야.”

민준이 천천히 말했다.

“나한테 잘못한 거 아니야. 그냥… 나는 이미 망가져 있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때문에, 그리고 자신 때문에. 그리고 너희가 나를 좋아해 주려고 해도, 난 그걸 받을 수 없어.”

난간에 한 발을 올렸다. 그것은 천천히 일어났다. 마치 무대 위의 장면처럼. 구성되고, 계획되고, 그리고 불가피한.

우리가 소리를 질렀다. 명확한 단어가 아니라, 그냥 비명.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소리.

“아니야! 아니야! 제발!”

그녀가 준호의 팔을 뿌리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준호가 그녀를 더 단단히 잡았다. 그의 팔이 떨리고 있었다. 34세 배우도 이 순간만큼은 연기를 할 수 없었다.

“민준아.”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낮은 톤 속에는 무언가가 울렸다.

“넌 충분해. 이미. 지금 이 순간에도. 너는 충분한 사람이야.”

민준은 그 말을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늦었다. 아니, 이미 너무 깊이 들어가 버렸다.

“형.”

민준이 준호를 바라봤다.

“나는 4년을 기다렸어요. 엑스트라로, 조연으로,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배우로. 그리고 지금 기회가 왔어요. 넷플릭스. 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난 여전히 두려워. 여전히 혼자야. 그리고 너희가 나를 잡아줘도, 난 여전히 빠져내릴 거야. 왜냐하면…”

민준이 하늘을 바라봤다. 서울의 하늘. 이 도시의 하늘은 항상 회색이었다. 어떤 날씨에도 회색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버지의 아들이니까.”

그 순간, 옥상 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성준이었다. 그 뒤에는 몇 명의 직원들이 따라왔다. 회사의 직원들. 아마도 우리나 준호가 누군가에게 알렸을 것이다.

“민준이?”

성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달랐다. 라커룸에서의 조롱은 없었다. 대신 그것은 순수한 놀람이었다.

“뭐… 뭐하는 거야?”

성준이 한 발을 떼었다. 하지만 준호가 손을 들어 그를 멈췄다. 손짓만으로. 마치 “조용히 있어”라고 하는 것처럼.

민준은 이 모든 것이 초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마치 영화 촬영장에 있는 것처럼. 누군가가 방향을 정하고, 누군가가 카메라를 돌리고, 그리고 민준이 연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이것은 영화가 아니었다. 이것은 현실이었다.

“너는 떨어질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지.”

민준이 성준을 바라봤다.

“그래. 너는 맞았어. 난 떨어질 준비가 되어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모르겠어. 왜냐하면…”

민준이 난간 위의 발을 내렸다. 천천히.

“왜냐하면 이 사람들이 있으니까.”

우리가 울음을 터뜨렸다. 진짜 울음. 마치 누군가가 죽어가던 사람을 다시 살려낸 것처럼. 그녀의 몸이 흔들렸다. 준호가 그녀를 잡았다. 그의 팔 안에서, 우리는 무너졌다.

민준은 천천히 난간에서 내려왔다. 다리가 떨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안도감이 아니라 공포였다. 극도의 공포.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자신이 거의 무엇을 해버렸는지에 대한 공포.

바닥에 발이 닿았을 때, 민준의 무릎이 꺾였다.

준호가 그를 받아냈다. 큰 팔로. 아버지의 팔처럼. 아니, 아버지보다 더 강한 팔로.

“내가… 뭘 하려고 했어요.”

민준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낮지 않았다.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무너진 사람의 목소리였다.

“넌 아무것도 못 했어. 넌 여기 있어. 살아있어.”

준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디션이 20분 남았어.”

옥상을 내려가는 길에, 민준은 자신의 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마치 유령처럼, 누군가가 조종하는 인형처럼. 우리는 여전히 울고 있었고, 준호는 민준을 붙잡고 있었다. 성준은 뒤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카메라 테스트. 그것이 넷플릭스 오디션이었다. 아주 간단했다. 마지막 순간의 독백. 캐릭터가 자신의 삶을 포기하려고 할 때의 장면.

민준은 카메라 앞에 섰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빨갛고, 손은 떨리고 있었다. 어떤 배우도 이 정도의 감정을 연기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연기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액션.”

PD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준은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대사는 흘러나왔다. 더 이상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라, 그 캐릭터의 목소리로. 그리고 그 캐릭터는 민준 자신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누군가가… 누군가가 나를 봐줬어요. 그래서… 그래서 난 살기로 했어요.”

카메라가 멈췄다.

PD가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그의 가슴을 파고 들어간 것처럼.

“커트.”

그 말이 나왔을 때, 민준의 무릎이 다시 꺾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누구도 그를 받아내지 않았다. 자신이 받아냈다. 자신의 팔로. 자신의 몸으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옥상에서 내려온 지 2시간 후, 민준은 회사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우리는 한쪽 팔로 그의 팔을 잡고 있었다. 준호는 다른 쪽에 있었다. 마치 그들이 민준을 지탱해주지 않으면, 그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라커룸 앞에 도착했을 때, 성준이 있었다. 그는 벤치에 앉아 있었고, 얼굴은 창백했다.

“민준이.”

성준이 일어섰다.

“나… 미안해.”

민준은 성준을 봤다. 그의 표정을 봤다. 그 표정 아래에 있는 것들을 봤다. 경쟁심. 불안감. 그리고 극도의 외로움.

“괜찮아.”

민준이 말했다.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성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닦지 않았다. 마치 민준처럼, 감정을 숨기는 것도 피하기로 한 것처럼.

“나… 나는…”

성준이 말을 시작했지만, 다 하지 못했다. 그 대신 그는 라커룸을 나갔다. 그의 뒷모습은 무너지고 있었다.

그날 밤, 민준은 집에 가지 않았다. 대신 우리와 준호의 아파트에 머물렀다. 준호의 아파트는 예상과 달랐다. 깨끗했고, 따뜻했고, 그리고 외로움으로 가득 찼다. 마치 박물관 같은 집.

우리는 부엌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민준은 거실의 소파에 앉아 있었다. 텔레비전은 켜져 있지 않았다. 오직 라면 끓는 소리만 들렸다. 그 소리는 위로였다.

준호가 옆에 앉았다.

“넷플릭스에서는 내일 연락이 올 거야.”

준호가 말했다.

“그런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 이미 넌 충분해.”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준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감사의 표현이었다.

우리가 라면을 가져왔다. 그릇에는 계란이 떠 있었고, 파가 흩어져 있었다. 너무 간단한 요리. 하지만 민준에게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먹어.”

우리가 말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부어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절대 다시 그러지 마. 알았어?”

“알았습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이번에는 존댓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거리를 만드는 존댓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감사의 존댓말이었다. 경의의 존댓말이었다.

옥상에서의 일이 있은 후, 연예계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냉정했고, 여전히 부조리했고, 여전히 누군가는 떨어지고 누군가는 올라갔다. 하지만 민준은 변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다음 날 오후 3시, 넷플릭스로부터 전화가 왔다.

“축하합니다. 당신이 우리가 찾던 배우입니다.”

그 말이 들렸을 때, 민준은 준호와 우리를 바라봤다. 그들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순간은, 민준이 처음으로 누군가와 나누는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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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커룸의 눈물

## 1부: 균열

라커룸의 형광등은 차갑고 삭막한 빛을 쏟아냈다. 그 빛 아래에서 성준은 벤치에 앉아 있었다. 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의 손가락들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무릎 위에 놓인 손가락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만 구부렸다 펼쳤다를 반복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마치 누군가 그의 몸 속에서 모든 피를 빨아낸 것처럼. 라커룸의 습한 공기가 그의 피부에 달라붙었고, 그는 그것을 느낄 수 없었다. 감각이 마비되어 있었다. 심장만 계속 뛰고 있었다. 빠르고, 거칠게, 마치 그의 가슴에서 탈출하려고 애쓰는 새처럼.

벽에는 여러 사람들의 헤드샷이 붙어 있었다. 그들의 얼굴들이 성준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또는 그것은 단순히 그의 죄책감이 만드는 착각일지도 몰랐다. 모든 것이 착각처럼 느껴졌다. 이 몇 개월간의 그의 삶 전체가.

**그는 뭔가 잘못했다. 돌이킬 수 없는 뭔가를.**

라커룸의 문이 열렸다.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성준은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 민준이었다.

“민준이.”

성준이 벤치에서 일어섰다. 움직임이 어색했다. 마치 오랫동안 자신의 몸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처럼. 일어나는 과정에서 그는 약간 비틀거렸다. 민준이 그것을 보았을까? 아마 봤을 것이다. 민준은 항상 다 본다.

“나… 미안해.”

그 말이 나올 때, 성준은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확히는 울기 직전이었다.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그는 아직 목이 메지 않았다. 그것이 더 나빴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의 미안함이 얼마나 피상적인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진심 어린 눈물도 아니고, 그저 생리적 반응일 뿐이었다.

민준은 성준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했다. 눈에서 입까지, 입에서 턱 선까지. 마치 누군가의 영혼을 읽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처럼.

성준은 그 시선 아래에서 자신이 완전히 투명해진다고 느꼈다. 민준은 그의 표정 아래에 숨겨진 모든 것들을 볼 수 있었다. 경쟁심. 불안감. 그리고 극도의 외로움. 그것들이 모두 노출되어 있었다.

**내가 얼마나 초라한지 다 보이겠지.**

“괜찮아.”

민준이 말했다. 그 말은 예상외로 따뜻했다. 성준은 더 큰 책망을 기대했다. 아마 자신이 받아야 할 것도 그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성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이번에는 정말로 눈물이었다. 뜨거운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닦지 않았다. 민준처럼, 자신도 감정을 숨기는 것을 포기하기로 한 것처럼.

“나… 나는…”

성준이 말을 시작했다. 입을 열었다. 무언가를 설명하려고 했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했다. 자신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를 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말들이 모두 거짓처럼 느껴졌다. 모두 핑계처럼 들렸다.

그래서 그는 입을 다물었다.

대신 그는 라커룸을 나갔다. 그의 뒷모습은 무너지고 있었다. 어깨가 구부러져 있었고, 발걸음이 불안정했다. 문을 통과하며 그는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민준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성준이 사라진 빈 공간을 바라봤다. 라커룸의 형광등이 그 공간을 차갑게 비추고 있었다.

**이게 정말 끝일까? 아니면 시작일까?**

## 2부: 밤의 위로

그 밤, 민준은 집에 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웠다. 아니, 정확히는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웠다. 집에 가면 자신과 마주해야 했다. 자신의 실패와, 자신의 불안감과, 자신의 외로움과 마주해야 했다. 그래서 대신 그는 준호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어디야?”

“아파트에 있어. 뭐 있어?”

“갈 수 있을까?”

준호는 잠깐 침묵했다. 아마 민준의 목소리에서 뭔가를 감지했을 것이다. 뭔가 평소와 다른 것을.

“당연하지. 와.”

준호의 아파트는 예상과 달랐다. 민준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준호의 집이 어수선하고, 시끄럽고, 무질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연예인의 집이니까.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아파트는 깨끗했다. 너무 깨끗했다. 각진 소파, 정렬된 책장, 먼지 하나 없는 테이블. 마치 누군가 살고 있지 않은 집처럼. 따뜻함이 없었다. 대신 따뜻함이 있었다. 그것은 모순처럼 들렸지만, 정확히 그것이 민준이 느낀 감정이었다. 집의 온도는 따뜻했지만, 그 따뜻함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따뜻함이 아니었다. 중앙난방에서 오는 따뜻함이었다.

**이 집도 외로운 걸까?**

그리고 그 순간, 우리가 나타났다.

그녀는 주방에서 나왔다. 앞치마를 두른 채로. 검정색 앞치마였고, 그 위에는 물의 자국이 있었다. 그녀의 눈은 부어 있었다. 아마 울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약한 미소가 떠 있었다.

“어 민준아. 준호가 말했어. 밥 먹자고.”

우리라는 이름의 그녀. 민준은 그녀의 이름을 아직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민준이 존댓말로 인사했다.

“아, 뭐 하는 거야. 편하게 해.”

우리가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이 진짜였다. 민준은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민준은 거실의 소파에 앉았다. 소파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마치 누군가가 이미 그 자리에 앉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텔레비전은 켜져 있지 않았다. 이것도 민준에게는 낯설었다. 보통 사람들은 침묵을 견디지 못했다. 그래서 텔레비전을 켜거나, 음악을 틀거나, 뭔가를 했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침묵이 허락되어 있었다.

오직 주방에서 나는 라면 끓는 소리만 들렸다. 끓는 물의 소리. 버블링하는 소리. 그 소리는 따뜻했다. 생각보다 위로가 되었다. 그 소리는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뭔가를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준호가 소파에 옆에 앉았다. 그는 민준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냥 옆에 있었다. 그의 존재 자체가 말이었다.

“넷플릭스에서는 내일 연락이 올 거야.”

준호가 갑자기 말했다.

“어?”

“넷플릭스. 그 오디션 말이야. 내일 결과가 나올 거야. 아마 합격일 거고.”

민준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준호가 그런 말을 하는지.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근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준호가 계속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이미 넌 충분해.”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준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감사의 표현이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 감정들이 너무 많아서 언어로는 담을 수 없는 것들. 그래서 그는 그냥 머리를 기댔다.

**이 사람은 내가 뭔지 안다. 내가 누군지 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옆에 있다.**

몇 분 후, 우리가 나타났다. 손에는 두 개의 그릇이 있었다.

“왔어.”

그녀가 말했다. 그릇 안의 라면은 완벽했다. 면은 적당히 불어있었고, 국물은 자욱한 김을 피우고 있었다. 계란이 떠 있었고, 파가 흩어져 있었다. 너무 간단한 요리. 너무 평범한 음식. 하지만 민준에게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왜냐하면 그것은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먹어.”

우리가 말했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부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것은 가식적인 웃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정한 관심에서 비롯된 웃음이었다.

“그리고 절대 다시 그러지 마. 알았어? 혼자서 다 짊어지려고 하면 안 돼. 우리가 있잖아.”

“알았습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이번에는 존댓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거리를 만드는 존댓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감사의 존댓말이었다. 경의의 존댓말이었다.

라면을 집어 먹자, 국물의 온기가 그의 가슴을 통과했다. 면을 씹을 때마다, 계란의 노란색이 입안에 퍼졌다. 계란 노른자의 부드러움이 그의 혀에 닿았다. 그것은 자신이 지금까지 먹은 어떤 음식보다도 의미 있었다.

준호와 우리는 그를 강요하지 않았다. 말을 하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옆에서 자신들의 라면을 먹으며 존재했다. 그들의 존재가 이미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혼자가 아니구나. 정말로 혼자가 아니구나.**

## 3부: 다음 날

옥상에서의 일이 있은 후, 연예계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냉정했다. 여전히 부조리했다. 여전히 누군가는 떨어지고 누군가는 올라갔다.

신문사들은 오디션 결과들을 보도했다. 누군가는 축하를 받았고, 누군가는 조롱을 받았다. 매니저들은 여전히 전화를 울렸다. 제작진들은 여전히 배우들을 평가했다.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준은 변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외적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같은 방에서 자고, 같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같은 거울에 비춰 자신을 봤다. 하지만 내적으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었다. 그것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었다. 준호의 어깨. 우리의 미소. 그들이 끓여준 라면의 따뜻함. 이 모든 것들이 민준의 세계를 바꿨다.

민준은 여전히 넷플릭스 오디션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이 자신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것이 자신의 인생의 전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이미 가진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오후 3시, 정확히 준호가 말한 시간에, 전화가 울렸다.

“안녕하세요. 넷플릭스입니다.”

목소리는 차분했다. 전문적이었다. 하지만 민준은 그 목소리에서 뭔가를 감지할 수 있었다. 좋은 뉴스를 전하려는 사람의 목소리.

“축하합니다. 당신이 우리가 찾던 배우입니다.”

그 말이 들렸을 때, 민준의 세계가 정지했다. 모든 소리가 멀어졌다. 오직 그 말만 반복되었다.

*당신이 우리가 찾던 배우입니다.*

민준은 준호와 우리를 바라봤다. 그들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준호의 얼굴에는 이미 웃음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리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리고 이 순간은, 민준이 처음으로 누군가와 나누는 기쁨이었다.

전화를 끝내고, 민준은 두 명을 껴안았다. 그의 팔이 그들을 감싸면서, 그는 깨달았다. 성공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단순히 역할을 따내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와 함께 기뻐하는 것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울고, 웃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준호가 그의 등을 토닥거렸다.

“내가 뭐라고 했어?”

“네. 감사합니다.”

민준이 대답했다.

우리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우리 민준이 별이 되는구나. 하지만 절대 우리를 잊으면 안 돼.”

“잊을 리가요.”

민준이 말했다.

라커룸의 벤치에 앉아 있던 성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눈물. 그의 무너진 뒷모습. 하지만 민준은 그것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것도 이 여정의 일부였기 때문이었다.

**그래, 이제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혼자가 아니니까.**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준호의 아파트 창밖으로는 서울의 야경이 보였다. 무수한 불빛들. 각각의 불빛 아래에서 누군가가 살고 있었다. 누군가가 성공을 꿈꾸고 있었다. 누군가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민준은 알았다. 그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을. 그것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 누군가를 믿는 것. 누군가의 팔에 기대는 것.

그래서 그는 여전히 준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우리는 그들의 옆에 앉아 있었다. 라면 그릇은 비워졌지만, 그것이 남긴 온기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내일은 또 다른 하루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하루도, 그 다음 하루도, 나는 혼자가 아닐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었다. 이것이 진정한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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