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50화: 불이 꺼지는 순간
도현이의 입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닫지 않았다. 마치 그것을 닫으면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세아는 그 입을 봤다. 자신의 형제의 입. 그 입에서 나올 말들. 그 말들이 자신을 파괴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는 표정. 하지만 파괴되지 않으면 도현이가 죽을 것이라는 표정.
“강리우 형이 엄마의 아들이에요.”
도현이가 말했다. 천천히. 각 단어를 분리해서. 마치 그것이 외국어를 배우는 학생처럼.
세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심장이 움직였는지 폐가 움직였는지도 알 수 없었다. 자신의 신체가 여전히 자신의 신체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그저 들었다. 그 문장을. 반복해서. 마치 루프처럼.
강리우 형이 엄마의 아들이에요.
그 문장은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세아는 각각의 단어를 안다. 강. 리우. 형. 엄마. 아들. 하지만 그것들이 함께 있을 때, 그것들은 더 이상 단어가 아니었다. 그것은 음악이었다. 불협화음. 귓가를 찌르는 음. 뼈를 떨리게 하는 음.
“뭐라고 했어?”
세아가 물었다. 자신이 들은 것을 확인하려고. 아니, 자신이 잘못 들었기를 바라면서.
“강리우 형이… 엄마랑…”
도현이가 다시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세아가 손을 들었다. 멈추라는 제스처. 그것이 멈추라는 신호였는지 아니면 자신의 신체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렇게 움직였는지 세아도 모를 일이었다.
“어떻게 알았어?”
세아가 물었다.
“사진이 있었어. 복도에 떨어진 사진. 엄마랑 강리우 형이 있는. 어릴 때의 엄마가. 미소를 지으면서.”
도현이가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작았다. 마치 자신이 말하는 것도 두려워하는 것처럼.
세아는 테이블을 봤다. 작은 테이블. 병원 카페의 싸구려 테이블. 그 테이블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진도 없었다. 도현이의 손에도 없었다. 그렇다면 그 사진은 어디에 있을까?
“사진은?”
“강리우 형이 들고 갔어. 내가 봤을 때, 그게 뭔지 알았으니까.”
도현이가 말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그 무게를 지고 있었다. 그 무게는 더 무거워지고 있었다. 마치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는 무게처럼.
세아는 일어섰다. 갑자기. 의자가 뒤로 넘어질 정도로. 그 음성이 카페의 다른 손님들의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세아는 그들을 보지 않았다. 자신이 볼 수 있는 것은 도현이뿐이었다. 그리고 도현이 뒤의 벽. 그리고 그 벽 너머의 것. 그리고 그 너머의 것.
“누나?”
도현이가 일어나려고 했다.
“앉아.”
세아가 말했다.
도현이가 앉았다. 그것은 명령이었고, 도현이는 복종했다. 세아는 병원 카페를 나갔다. 엘리베이터로. 복도로. 그리고 다시 어머니의 병실로.
문을 열었을 때, 어머니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눈은 감겨 있었다. 마치 세아가 나간 후 다시 잠이 든 것처럼. 또는 눈을 떴다가 다시 감은 것처럼. 세아는 알 수 없었다. 어머니의 호흡음만 들었다. 매우 약한 호흡음. 마치 자신도 이제 이 세상에 남기 싫어 하는 것처럼.
세아는 침대 옆에 앉았다. 어머니의 손을 다시 잡았다. 따뜻했다. 여전히 따뜻했다. 세아는 그 손의 온기를 느꼈다. 그 온기가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어머니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더 이상 구분할 수 없었다. 마치 그들이 같은 신체인 것처럼. 같은 피를 가진 것처럼.
“엄마.”
세아가 속삭였다. “강리우가 엄마의 아들이에요?”
어머니의 눈이 떠졌다. 천천히. 마치 각 밀리미터가 큰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그리고 세아를 봤다. 직접.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그래.”
어머니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내 첫 번째 아들이야.”
세아의 손이 경직되었다. 어머니의 손 안에서. 마치 얼음처럼.
“왜 말하지 않았어?”
세아가 물었다.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순수한 궁금함이었다. 충격 뒤의 회색 감정.
“말할 수 없었어.”
어머니가 대답했다. “그 사람이 나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
“아버지가?”
세아가 물었다. 그 말을 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사용해야 했다.
어머니가 눈을 다시 감았다. 마치 그 질문이 너무 무거워서 눈을 떠있을 수 없는 것처럼.
“그게 아니야. 강리우가.”
어머니가 말했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또는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세아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어머니의 손이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는 것만 느꼈다. 마치 자신의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세아는 여전히 그 손을 잡고 있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 손이 따뜻함을 유지하는 동안. 그 따뜻함이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로부터 나오는 동안.
하지만 시간은 흘렀다. 병실의 형광등이 밤의 조도로 조절되었다. 그 희미한 빛 속에서 세아는 자신이 누구인지 더 이상 알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은 누나였을까? 아니면 딸이었을까? 아니면 단지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일 뿐이었을까?
휴대폰이 울렸다. 또 다시. 강리우였다. 이번에는 세아가 받았다. 실수로. 또는 의도적으로.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세아.”
강리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비명처럼 들렸다. 또는 기도처럼.
“뭐예요?”
세아가 물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누구의 목소리인지 모르면서.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너한테 말해야 했는데 말을 못 했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어. 너희 가족한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강리우가 말했다. 마치 자신이 사건의 원인인 것처럼. 마치 자신의 존재 자체가 죄악인 것처럼.
“형이 누구예요?”
세아가 물었다.
침묵이 있었다. 전화선을 통한 침묵. 그것은 매우 길었다. 세아는 강리우가 호흡하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었다. 단지 침묵이 있었을 뿐.
“나는… 너희를 파괴하지 않으려고 했어.”
강리우가 마침내 말했다. “정말로. 하지만 나의 존재 자체가 파괴야. 그걸 이제야 깨달았어.”
세아는 전화를 끊었다. 말을 하지 않고. 강리우의 목소리를 자르듯이. 그리고 휴대폰을 침대 옆 테이블에 놨다. 화면이 까매졌다. 강리우가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울림음만 계속되었다.
도현이가 복도를 통해 다시 들어왔다. 세아는 그것을 눈의 구석으로 봤다. 그 형제는 조용히 들어왔다. 마치 자신도 이제 유령이 되어버린 것처럼. 그리고 세아의 반대편에 앉았다. 어머니의 침대의 다른 쪽에.
그들은 함께 앉았다. 어머니의 양쪽에. 침묵 속에. 형광등의 희미한 빛 속에. 마치 그들이 이미 죽어 있는 것처럼. 마치 이것이 이미 장례식인 것처럼.
시간이 흘렀다. 몇 분인지 몇 시간인지 세아는 알 수 없었다. 시간은 더 이상 선형적이지 않았다. 그것은 원형이었다. 또는 나선형이었다. 자신들이 계속 같은 점으로 돌아오지만 매번 조금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나선형.
“누나.”
도현이가 말했다. 매우 조용하게.
세아가 고개를 들었다.
“내가 뭔가 잘못했어?”
도현이가 물었다. 그것은 이 순간에 대한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깊은 질문이었다. 자신이 존재하는 것이 잘못되었는가에 대한 질문.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도 같은 질문을 자신에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밤이 깊어졌다. 병원의 밤은 다른 밤이었다. 소음이 없었다. 모든 것이 침묵했다. 마지막 희망도 침묵했다. 마지막 두려움도 침묵했다. 단지 심박음과 호흡음만 있었다. 기계의 소리와 인간의 소리. 그 둘을 구분할 수 없는 곳. 그것이 병원의 밤이었다.
세아는 여전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 손은 더 이상 따뜻하지 않았다. 차가워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그 변화를 느꼈다. 그 온도의 변화를. 그것은 마치 자신의 세계가 차가워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어머니의 입이 움직였다. 말을 하려고 하는 것처럼. 세아는 고개를 숙였다. 귀를 어머니의 입 근처에.
“리우를… 미워하지 마.”
어머니가 속삭였다. “그것도 나의 죄야.”
그리고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다시 뜨지 않을 눈처럼.
세아는 어머니의 얼굴을 봤다. 그 잔주름들. 그 닫힌 눈. 그 입가의 미세한 진동이 더 이상 없는 것.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안다는 것을 거부했다.
“어머니?”
세아가 속삭였다. “엄마?”
도현이가 일어섰다. 급하게. 그리고 간호사를 부르러 나갔다. 세아는 들었다. 도현이의 발소리. 그리고 그 뒤의 소음. 그리고 그 뒤의 것들. 하지만 자신은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은 어머니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그 이제 차가운 손을. 그것을 놓을 수 없었다. 놓는다는 것은 모든 것이 끝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세아는 아직 끝나기를 원하지 않았다. 아직도. 계속해서.
형광등이 다시 밝아졌다. 완전히. 마치 낮이 되는 것처럼. 그 빛 속에서 세아는 자신의 손을 봤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는 자신의 손. 그 손가락들. 그것들이 여전히 자신의 손가락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들어왔다. 간호사들. 의사. 도현이. 그들은 말했다. 뭔가를. 세아는 듣지 않았다. 그들의 목소리는 매우 먼 곳에서 나오는 것처럼 들렸다. 마치 다른 세계에서.
“세아. 손을 놓아야 해.”
간호사가 말했다. 부드럽게. 하지만 매우 확실하게.
세아는 손을 놓지 않았다. 자신은 놓을 수 없었다. 자신의 손가락들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그것들이 이미 죽어 있는 것처럼. 마치 자신의 신체가 이미 어머니의 신체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처럼.
도현이가 세아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 따뜻한 손. 살아 있는 손. 그것이 세아의 손을 부드럽게 눌렀다.
“누나. 놓아야 돼.”
도현이가 말했다. 눈물이 흐르면서.
세아는 도현이를 봤다. 그리고 자신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았다. 그것은 놓는 것이었다. 손을 놓는 것. 어머니를 놓는 것. 그 모든 무게를 놓는 것.
세아는 손을 놓았다.
그 순간, 형광등이 깜빡였다. 한 번. 그리고 다시. 그것은 마치 자신의 마음이 깜빡이는 것처럼 들렸다. 불이 꺼지는 순간. 모든 불이 꺼지는 순간.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세아는 자신이 더 이상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지막 문장에 도달했습니다.
세아의 불이 꺼졌다. 어머니의 불도 꺼졌다. 도현이의 불도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강리우의 불은? 그것은 더 이상 타오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남아 있었다. 제목처럼. “The Girl Who Burned for Nothing”.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타던 소녀. 그리고 이제 그 불도 꺼져 버렸다. 어머니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놓은 순간, 세아는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태우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희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절망이었다. 자신을 태우는 절망. 그리고 그 절망이 꺼질 때, 세아는 처음으로 진정한 어둠을 맞이했다.
그것은 끝이었다. 또는 시작이었다. 세아는 아직 알 수 없었다.
# 마지막 숨
## 1부: 신호
병실의 형광등은 차갑고 무정했다. 그 빛은 세상의 모든 따뜻함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보였다. 세아는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봤다. 어머니의 피부는 예전의 그 생기 있던 색을 잃었다. 마치 누군가가 천천히 색을 빼내가고 있는 것처럼. 하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이제 거의 투명해 보였다.
세아의 손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오래 잡고 있었을까? 시간이 무의미해 보였다. 분, 시간, 날—모두 같은 것처럼 느껴졌다. 병실 안의 공기는 마치 응고된 것처럼 느껴졌고, 그 속에서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웠다.
어머니의 손은 차가웠다. 세아는 그 차가움을 느낄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어머니는 항상 따뜻했다. 세아가 어릴 때 밤에 악몽을 꾸고 울 때마다 어머니의 손은 따뜻했다. 그 손이 세아의 이마를 쓸어줄 때, 모든 두려움이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지금 그 손은 마치 돌처럼 차가웠다.
세아의 목이 졸렸다. 그녀는 눈을 깜빡여서 눈물을 밀어낼 수 없었다.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그 눈물을 느꼈다. 따뜻했다. 적어도 자신의 눈물은 따뜻했다. 그것이 유일한 따뜻함이었다.
“엄마?”
세아의 목에서 나온 소리는 작았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자신의 목소리는 더 강했어야 한다. 더 확실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목소리는—이 목소리는 깨진 것처럼 들렸다. 깨진 유리처럼.
병실의 모니터들이 계속 울렸다. 비프 비프 비프. 규칙적이지 않은 리듬이 세아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 소리는 마치 어머니의 심장이 점점 더 빨리 뛰다가 멈추려고 하는 것처럼 들렸다.
어머니의 눈이 움직였다. 아주 약간.
“엄마! 엄마, 들려?”
세아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어머니의 눈은 다시 감겼다. 또는 반쯤 떠 있었다. 세아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았다.
## 2부: 도현이의 선택
도현이가 갑자기 일어섰다. 의자가 뒤로 밀리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병실 안에서 울렸다.
“간호사! 간호사!”
도현이의 목소리는 세아의 목소리와 달랐다. 그것은 절망에서 나온 목소리가 아니라 행동에서 나온 목소리였다. 아직도 뭔가를 할 수 있다고 믿는 목소리였다.
세아는 도현이의 발소리를 들었다. 그의 운동화가 병실의 타일 바닥을 재빨리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복도로 나가면서 더 멀어지는 소리. 그리고 그 뒤에 도현이의 목소리, 간호사와의 대화, 의사 호출, 응급 약물… 하지만 모든 것이 세아에게는 멀게만 들렸다.
세아는 여전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마치 그 손가락들이 이미 어머니의 손과 하나가 되어버린 것처럼. 만약 자신이 손을 놓으면 어떻게 될까?
그 생각 자체가 세아를 마비시켰다.
*놓는다는 것은 끝난다는 것이다.*
이 문장이 세아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마치 저주처럼. 놓는다는 것은 끝난다는 것. 끝난다는 것은 어머니가 정말로 죽는다는 것. 지금은 아직 아니다. 지금은 어머니가 여전히 세아의 손을 잡고 있을 수 있다. 지금은 어머니가 한 번 더 눈을 뜰 수 있다. 지금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손을 놓으면?
세아의 손은 더욱 세게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자신의 손톱이 어머니의 손가락에 파고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반응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더 이상 무엇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 3부: 빛의 폭력성
형광등이 더 밝아졌다. 갑자기.
누군가 스위치를 켠 것 같았다. 병실 전체가 마치 한낮의 햇빛에 노출된 것처럼 밝아졌다. 세아는 눈을 깜빡였다. 그 빛은 거의 폭력적이었다. 모든 그림자를 없애는 빛. 모든 비밀을 드러내는 빛.
그 빛 속에서 세아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그 손은 자신의 손이 맞는가?
그 손가락들은 자신의 손가락이 맞는가?
그 손가락들은 언제부터 이렇게 창백했는가? 언제부터 이렇게 떨렸는가? 세아는 자신의 손을 인식할 수 없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손을 보고 있는 것처럼. 또는 시체의 손.
어머니의 손과 자신의 손이 합쳐진 부분을 보았을 때, 세아는 두려움을 느꼈다. 어느 손이 어디서 끝나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어머니의 손가락과 자신의 손가락이 섞여 있었다. 마치 하나의 손가락처럼.
이것이 끝의 시작인가?
## 4부: 침입자들
병실의 문이 열렸다.
간호사들이 들어왔다. 두 명. 그들의 움직임은 능숙했다. 이것을 많이 해본 사람들의 움직임. 세아는 그 움직임을 증오했다. 그 효율성을. 그 무감정함을.
의사가 들어왔다. 마스크를 쓴 의사. 그의 눈만 보였다. 그 눈들은 회색이었다. 또는 그렇게 보였다. 마치 모든 색깔을 포기한 눈처럼.
도현이가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의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말했다. 뭔가를. 세아에게 뭔가를 말했다. 하지만 그 말들은 세아에게 도달하지 않았다. 마치 그 말들이 다른 공기를 통해 이동하고 있는 것처럼. 다른 세계의 공기.
“심박수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혈압이 떨어지고 있어요.”
“더 이상…”
세아는 그 단어들을 들었지만 이해하지 못했다. 또는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 단어들을 이해하는 것은 현실을 인정하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세아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세아. 손을 놓아야 해.”
간호사의 목소리.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 마치 아이에게 말하듯이. 하지만 그 안에는 철결함이 있었다. 거부할 수 없는 확실함이.
세아는 손을 놓지 않았다.
그녀는 놓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이미 그 위치를 넘어섰다. 손을 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놓을 수 없는 그 지점을 넘어섰다.
세아의 손가락들이 경련을 일으켰다. 마치 그 손가락들이 더 이상 그녀의 통제 아래 있지 않은 것처럼. 또는 이미 죽어 있는 것처럼. 그것들은 자동으로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다. 세아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것이 죽음인가? 죽음이 이런 것인가?*
세아는 생각했다.
*천천히 자신의 신체를 잃어가는 것? 손가락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 5부: 형의 손
도현이가 세아에게 다가왔다.
그의 움직임은 조심스러웠다. 마치 폭발 직전의 상황에 접근하는 것처럼.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이 맞았다. 세아는 폭발 직전이었다. 자신의 내부 모든 것이 분열 직전이었다.
도현이의 손이 세아의 손에 닿았다.
그 손은 따뜻했다.
세아는 그 따뜻함을 느꼈다. 처음으로. 어머니의 손이 차가워진 이후로 처음으로. 도현이의 손은 살아 있는 사람의 손이었다. 피가 흐르고 있는 손. 아직도 열이 있는 손.
“누나.”
도현이의 목소리. 세아는 그 목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멀지 않았다. 그것은 이 세계에 있었다.
“누나, 놓아야 돼.”
눈물이 도현이의 얼굴을 타고 흘렀다. 그는 애지중지했지만 울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 대조가 세아를 더욱 아프게 했다.
세아는 도현이를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도현이는 여전히 살아 있다. 도현이는 여전히 이 세상에 있다. 그리고 만약 세아가 손을 놓지 않는다면, 도현이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이 어두운 곳으로. 어머니와 함께.
세아는 손을 놓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더 어려운 것은 그 결정을 실행하는 것이었다.
## 6부: 손을 놓다
세아의 손가락들이 천천히 펴졌다.
마치 누군가가 그것들을 하나씩 펴고 있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아주 고통스럽게.
첫 번째 손가락이 떨어졌다.
그 순간, 세아는 뭔가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신체적 접촉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 마치 자신의 영혼의 일부가 떨어지는 것처럼.
두 번째 손가락이 떨어졌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손이 완전히 떨어졌을 때, 세아는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내부의 비명이었다. 침묵의 비명.
형광등이 깜빡였다.
한 번.
그리고 다시.
그리고 또 다시.
마치 심장이 박동하는 것처럼. 마치 누군가의 심장이—아니, 어머니의 심장이 마지막으로 박동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 박동이 멈췄을 때, 형광등도 멈췄다.
아니, 멈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계속 켜져 있었다. 하지만 세아는 더 이상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 빛이 더 이상 그녀에게 도달하지 않는 것처럼.
## 7부: 어둠
세아는 어둠 속에 있었다.
아니, 그것은 어둠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無)였다.
형광등은 여전히 켜져 있었지만, 세아는 그것을 볼 수 없었다. 도현이는 여전히 옆에 있었지만, 세아는 그를 느낄 수 없었다. 어머니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지만, 세아는 더 이상 그녀를 느낄 수 없었다.
세아는 그 어둠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깨달을 수 없었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이 그녀의 모든 것을 차지했다.
*손을 잡은 딸인가? 아니면 손을 놓은 딸인가?*
*살아 있는 딸인가? 아니면 죽은 딸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이 질문들이 그녀의 영혼을 갉아먹었다.
## 8부: 불 꺼짐
세아의 불이 꺼졌다.
그것은 갑자기 꺼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서서히 꺼졌다. 마치 초가 타다가 자신의 열로 인해 자신을 녹이는 것처럼.
어머니의 불도 꺼졌다.
그것은 더 빨랐다. 그것은 갑자기 끝났다. 마지막 숨과 함께.
도현이의 불은 여전히 타고 있었지만,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형의 불이 점점 더 작아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강리우의 불은?
강리우라는 이름은 이제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 불은 더 이상 타오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회색의 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The Girl Who Burned for Nothing”*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타던 소녀.
세아는 이제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까지 태우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 그것은 희망이 아니었다. 희망이었다면 이렇게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희망은 불가능성 속에서도 계속 타오른다.
하지만 세아의 불은 꺼졌다.
그것은 절망의 불이었다.
자신을 태우는 절망.
다른 사람들을 태우는 절망.
의미 없이.
이유 없이.
그리고 그 절망이 완전히 꺼질 때, 세아는 처음으로 진정한 어둠을 맞이했다.
그것은 밖의 어둠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부의 어둠이었다.
그것은 영혼의 어둠이었다.
## 9부: 끝과 시작
이것이 끝인가?
또는 시작인가?
세아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병실은 여전히 형광등이 켜져 있었다. 간호사들은 여전히 어머니를 정리하고 있었다. 도현이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의사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아는 그 모든 것 밖에 있었다.
그녀는 그 순간, 그 시간, 그 날 밖에 있었다.
그녀는 지금 무언가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이 죽음의 나라인지, 또는 새로운 시작의 나라인지, 세아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것.
손을 놓은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세아는 그 전의 세아가 아니었다.
그녀는 이제 새로운 것이었다.
아직 이름도 없는.
아직 정의도 할 수 없는.
그저 존재하는 것.
어둠 속에서.
형광등의 빛이 도달할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