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49화: 손을 놓는 방법
세아는 병실을 나갔다. 어머니의 손을 놓고 나갔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었다. 필요였다. 마치 산소가 필요한 것처럼. 문을 닫을 때, 어머니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침묵. 그것이 어머니가 원했던 것이었을까? 세아는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지도 않았다.
복도는 길었다. 형광등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마치 비행기 착륙로처럼. 세아는 그 불빛을 따라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다만 그곳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만 알면서. 병실에서. 어머니의 약해진 목소리에서. 자신이 들어야 했던 그 모든 말들에서.
“리우는 나한테 뭔가를 원했어.”
그 말이 계속 귀에 맴돌았다. 세아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손가락이 버튼을 누를 때,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떨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진동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더 이상 단단한 것이 아니라, 액체나 가스처럼 흩어지고 있는 것처럼.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문이 열렸다. 안은 비어 있었다. 세아는 들어갔다. 버튼을 눌렀다. 1층. 지하. 어디든. 단지 위쪽이 아닌 곳이면 되었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고 있을 때, 세아는 자신의 손을 봤다. 엄지손가락부터 새끼손가락까지. 각각의 손가락은 자신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것이라는 느낌은 없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가락을 자신의 손에 붙여놓은 것처럼. 또는 자신의 손가락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누군가 다른 사람의 것이 되어버린 것처럼.
1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렸다. 세아는 나갔다.
도현이는 어디에 있을까? 세아는 그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 그리고 즉시 그 질문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를 깨달았다. 도현이는 이 병원 어딘가에 있을 것이었다. 아마도 어머니를 보러 왔을 것이었다. 또는 어머니를 보지 않으려고 피해 있을 수도 있었다. 그것이 더 가능성이 높았다. 세아는 자신의 형제를 알고 있었다. 도현이는 피했다. 어려운 것들을 만날 때, 도현이는 항상 피했다.
마치 자신처럼.
세아는 로비에 나왔다. 병원의 로비는 항상 같은 냄새가 났다. 소독약과 희망과 절망이 섞인 냄새. 그리고 무언가 더. 돈의 냄새. 이 곳의 모든 것이 돈과 교환되고 있다는 냄새. 환자의 생명도, 의사의 시간도, 간호사의 밤도. 모두가 돈으로 계산되고 있었다.
세아는 카페로 들어갔다. 병원 1층의 작은 카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그저 앉았다. 창문을 통해 밖을 봤다. 저녁이 되고 있었다. 서울의 저녁은 항상 빠르게 온다. 해가 지는 것과 동시에 어둠이 내려온다. 그 사이에 회색이 있다. 회색이 길다. 그 회색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 있는지 죽어 있는지 구분할 수 없다.
세아의 휴대폰이 울렸다. 진동. 화면을 켰다. 강리우였다. 또 다시. 얼마나 많은 번인가? 세아는 세지 않았다. 알고 싶지 않았다. 그 번호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내려앉았다. 마치 자신의 폐 안에 물이 들어차는 것처럼.
전화를 받지 않았다. 화면이 꺼졌다.
“누나.”
도현이의 목소리였다. 세아는 고개를 들었다. 도현이가 카페 입구에 서 있었다. 교복을 입고 있었다. 학교 가방을 메고 있었다. 마치 평범한 날처럼. 하지만 도현이의 얼굴은 평범하지 않았다. 그것은 어떤 무게를 지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결정을 한 사람의 얼굴이었다.
세아는 일어섰다. “도현이. 왜 여기…”
“누나, 나 앉아도 돼?”
도현이가 물었다. 예의 바르게.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묻는 것처럼. 세아는 가슴이 철렁했다. 도현이는 자신의 형제였다. 이 병원에서, 이 카페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물어야 하는 형제가 되어버렸다.
“응. 앉아.”
세아가 대답했다.
도현이가 앉았다. 세아의 맞은편에. 둘 사이에는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 그 테이블은 매우 작았다. 마치 그것이 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거리를 드러내는 것처럼.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침묵이 있었다. 도현이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다시 열었다가 닫았다. 세아는 그것을 봤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았다. 도현이는 뭔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말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도현아. 뭔데?”
세아가 먼저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부탁이었다. 자신에게 진실을 말해달라는 부탁. 더 이상 모르고 싶지 않은 진실을 포함해서.
도현이가 숨을 쉬었다. 깊게. 마치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숨인 것처럼. 그리고 입을 열었다.
“강리우 형이 엄마의 아들이야.”
그 말이 카페에 떨어졌다. 마치 유리잔이 떨어진 것처럼. 하지만 소리는 없었다. 다만 깨짐만 있었다. 세아의 내부가 깨졌다.
“뭐?”
“엄마의 아들. 강리우 형이. 이전 시간에. 엄마가 물 속에 있던 시간에. 그때 엄마가 낳은 아이.”
도현이가 말했다. 빠르게. 마치 이 말을 빨리 꺼내지 않으면 자신이 폭발할 것 같은 속도로. “나는 어제 밤에 알았어. 아빠가 어제 밤에 나한테 말했어. 엄마가 병원에 들어왔을 때, 아빠가 나한테 이거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대. 이제 너도 알아야 한다고. 왜냐하면 누나가 그 사람이랑…”
도현이의 목소리가 끊겼다.
세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치 자신이 돌이 되어버린 것처럼. 회색 돌. 병원의 회색 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돌.
“누나? 괜찮아?”
도현이가 물었다. 그 목소리는 떨렸다.
“강리우가 언제부터 알았어?”
세아가 물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면서. 그것이 자신의 목소리라는 것을 믿을 수 없으면서.
“모르겠어. 아빠는 강리우 형이 최근에 찾아왔대. 엄마 때문에. 엄마를 찾으러. 아빠는 강리우 형한테 엄마를 만나지 말라고 했대. 하지만 강리우 형은 들었어. 병원에 왔어. 엄마를 만났어.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엄마가 쓰러졌어.”
침묵. 그것이 모든 것이었다. 그 침묵 안에 모든 것이 있었다. 세아의 어머니가 쓰러진 이유. 강리우의 떨리는 손. 자신의 형제의 절망. 모든 것이.
세아는 카페에서 나갔다. 도현이가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하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돌이 되어버린 것처럼, 한 번 움직이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병원의 지하는 어두웠다. 세아는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자신의 차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면서. 아, 자신은 차가 없었다. 자신은 항상 택시를 탔다. 또는 걸었다. 또는 지하철을 탔다. 자신의 이동은 항상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빌렸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사랑도 항상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빌렸다.
세아는 벤치에 앉았다. 주차장의 벤치.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엔진음. 타이어음. 사람들이 자신의 목적지로 가는 소리. 모두가 어딘가로 가고 있었다. 세아만 남겨졌다. 어딘가에서 떨어져 나온 세아.
휴대폰이 울렸다. 강리우였다. 이번에는 전화가 아니라 문자였다.
“세아. 만날 수 있을까?”
세아는 화면을 봤다. 그 글자들을 봤다. 마치 그것이 자신을 고발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고발하고 있는 것처럼.
“세아. 제발.”
또 다른 문자가 왔다.
세아는 문자를 지웠다. 전화를 끊었다. 아니, 끊은 게 아니었다. 차단했다. 강리우의 번호를 차단했다. 하지만 그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강리우는 이미 자신의 내부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단할 수 없는 곳에.
세아는 일어났다. 주차장을 나갔다. 병원의 로비로 돌아갔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3층. 어머니의 층.
병실에 도착했을 때, 어머니는 자고 있었다. 조용하게. 마치 죽어 있는 것처럼. 아니, 정말로 죽어 있는 걸까? 세아는 어머니의 숨을 세었다. 들숨, 날숨. 있었다. 어머니는 살아 있었다. 하지만 그 호흡은 매우 얕았다. 마치 물 속에 있는 것처럼. 깊은 물 속에서 숨을 참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어머니가 놓지 않았다. 무의식 속에서도, 자신의 딸의 손을 느꼈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일까?
“엄마. 강리우가 누구예요?”
세아가 물었다.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자고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손이 세아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마치 답변이었던 것처럼.
세아는 그 손을 놓지 않았다. 밤새 잡고 있었다. 새벽이 될 때까지. 새벽 3시, 4시, 5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무엇도 변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세아는 여전히 그 손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손 속에서, 세아는 어머니의 비밀을 느꼈다. 이것이 어머니가 자신에게 말해주지 않은 진실이었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있었던 일. 자신의 어머니가 누군가를 사랑했고, 누군가를 잃었고, 그것을 감춰왔던 일.
그리고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진실을 알면서?
새벽 6시, 병실의 형광등이 다시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것도 깨어나고 있는 것처럼. 마치 모든 것이 깨어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세아는 자신이 깨어나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 침묵 속에, 이 손을 잡은 채로, 계속 있고 싶었다.
만약 자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시간도 움직이지 않을까?
만약 자신이 호흡하지 않으면, 진실도 들어오지 않을까?
세아의 눈이 감겼다. 어머니처럼. 자신도 깊은 물 속에서 숨을 참고 싶었다. 물이 나를 덮을 때까지. 모든 것이 조용해질 때까지. 모든 것이 투명해질 때까지.
하지만 깨어남은 피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도현이의 발소리가 병실 복도에 들렸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눈을 뜨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왜냐하면 새로운 날이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아는 눈을 떴다. 어머니를 봤다. 어머니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눈 속에는 이미 모든 것이 있었다. 자신의 거짓말도, 자신의 선택도, 자신의 불완전함도.
어머니의 입이 움직였다. 말을 하려고.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입술만 움직였다.
세아는 그 입술을 읽었다. 그것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그것은 “미안해”였을까? 아니면 “가”였을까? 또는 단순히 자신의 이름이었을까?
세아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맞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진실이란 항상 이렇게 불완전하게 전해지는 것일지도.
손가락에서 손가락으로. 침묵 속에서.
어머니의 손이 다시 세아의 손을 놓았다. 천천히. 이번에는 거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작별이었다. 또는 다음 장으로 넘어가라는 신호였다.
세아는 그 손을 놓았다. 일어났다. 병실을 나갔다. 이번에는 도현이를 마주쳤다. 복도에서. 도현이의 눈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밤새 울었던 것 같았다. 자신처럼.
“누나.”
도현이가 말했다.
“내가 엄마한테 말할 거야. 그 사람 때문에 엄마가 아팠다고. 그 사람이 나빠야 한다고. 누나가 그 사람을 만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세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형제를 안지도, 말하지도. 그저 지나갔다.
10층 복도. 12층 복도. 엘리베이터. 로비. 밖.
밖은 이미 아침이었다. 서울의 아침. 모든 것이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사람들이 출근하고 있었다. 차들이 도로를 채우고 있었다. 세상은 어머니의 비밀을 모르고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세아는 한강공원으로 걸어갔다. 합정역 근처. 물을 보고 싶었다. 어머니가 사랑한다고 말했던 물을. 그 깊은 곳에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 물을.
아침의 한강은 여전했다. 흐르고 있었다. 아래로, 아래로. 모든 것을 싣고. 모든 비밀을 싣고.
세아는 한강의 물을 봤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과 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흐르는 것. 멈출 수 없는 것. 어디로든 가야 하는 것.
[다음 화로의 떡밥]
도현이의 고백이 가져올 파장은 무엇일 것인가? 어머니는 자신의 비밀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강리우—그 이름도, 그 존재도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은 세아의 삶에 어떻게 침투할 것인가?
권의 마지막 화에서, 세아는 한강의 물 위에 서 있다.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계속 흐르고 있는 물처럼. 그리고 뒤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린다. 그것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처럼, 모르는 것처럼.
10권은 이제 끝나간다. 하지만 진실은 이제 시작된다.
# 새로운 날의 시작
## 제1장: 눈뜸
새로운 날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이 모든 것의 이유였다. 세아가 눈을 뜬 이유도, 숨을 쉬고 있는 이유도, 여전히 심장이 뛰고 있는 이유도. 새로운 날이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병실의 창문을 통해 새벽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 빛은 보라색이었다가 점차 푸른색으로, 다시 회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밤의 마지막 숨결이 아침의 첫 박동에 밀려나고 있는 순간. 세아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누워 있었다. 침대는 딱딱했고, 천장의 형광등은 여전히 꺼져 있었다. 어머니의 병실. 아니, 이제는 어머니의 무덤처럼 느껴지는 이 공간에서.
세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처음에는 초점이 맞지 않았다. 눈이 무거웠다. 마치 누군가 그녀의 눈꺼풀 위에 돌을 올려놓은 것처럼. 하지만 그 무게를 견디며 점점 더 눈을 떠갔다. 망막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보라색, 푸른색, 회색. 그리고 그 사이로 검은 실루엣.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밤새 앉아 있었을 것이다. 세아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이 사실을 깨달았다. 어머니의 얼굴은 지쳐 있었다. 하지만 그 피로는 하루 밤의 수면 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훨씬 더 깊은 곳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마치 영혼이 몸을 빠져나가려고 할 때의 그런 피로.
어머니의 눈이 세아의 눈과 만났다.
그 순간, 세아는 모든 것을 알아버렸다. 어머니의 눈 속에는 이미 모든 것이 있었다. 자신의 거짓말도, 자신이 내렸던 모든 선택도, 자신의 불완전함도. 그리고 그것보다 더 많은 것들. 어머니가 혼자 짊어지고 있었던 것들. 세아가 결코 알 수 없었던 것들.
“엄마…”
세아의 입에서 단어가 나오려 했다. 하지만 목이 말라 있었다. 밤새 울었기 때문일 것이다. 눈물로 몸의 모든 수분을 빼앗겨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건조한 공기만 목구멍을 지나갔다.
어머니의 입이 움직였다.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이.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세아는 어머니의 입술 움직임을 지켜봤다. 그것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읽으려고 노력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입술만 움직였다.
“미안해.”
그렇게 읽혔다. 세아는 어머니의 입술을 읽었다. 하지만 동시에 의심했다. 정말 그 말일까? 아니면 “가”였을까? 강리우라는 남자의 이름을 부르려다가 멈춘 것은 아닐까? 또는 단순히 자신의 이름이었을까? “세아야.”
세아는 알 수 없었다. 정말로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맞는 것일지도 몰랐다. 세아는 이 생각을 품으며 어머니를 바라봤다. 진실이란 항상 이렇게 불완전하게 전해지는 것일지도 몰랐다. 손가락에서 손가락으로. 입술에서 눈으로. 침묵 속에서.
어머니의 손이 움직였다.
세아의 손을 향해. 아침의 희미한 빛 속에서 그 손은 유령처럼 보였다. 창백하고, 얇고, 마치 투명할 것 같은. 세아는 그 손이 자신의 손에 닿기를 기다렸다. 밤새 기다렸던 그 손이.
어머니의 손이 세아의 손을 감싸 안았다.
그것은 어제의 그런 손이 아니었다. 어제의 손은 밀어냈다. 세아를 거부했다. 하지만 지금의 손은 달랐다. 그것은 작별의 손이었다. 또는 다음 장으로 넘어가라는 신호였다. 마치 책장을 넘기듯이, 한 사람의 삶을 다음 장으로 진행시키듯이.
세아는 그 손을 느꼈다.
손가락의 끝. 손바닥의 온기. 그것이 사라지기 전에 모든 것을 기억하려고 했다. 어머니의 손의 무게를 기억하려고. 그 따뜻함을 기억하려고.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순간이 끝나면 그것은 추억이 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추억은 항상 현실보다 희미하다는 것을.
천천히, 어머니가 손을 놓았다.
이것은 거부가 아니었다. 세아는 이것을 알았다. 이것은 작별이었다.
## 제2장: 떠남
세아는 일어났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밤새 누워 있었던 탓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마음이 무거워서일 수도 있었다. 세아는 자신의 몸이 무엇으로 무거워져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육체의 무게인지, 영혼의 무게인지.
병실을 나갔다.
복도는 아직도 조용했다. 새벽 5시경. 병원도 이 시간에는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간호사들의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다른 환자들의 신음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세상이 일시 정지 상태인 것처럼. 세아는 그 조용함을 좋아했다. 그 조용함 속에서는 자신의 생각도 들리지 않았으니까.
복도를 따라 걷다가 세아는 누군가를 마주쳤다.
도현이였다.
자신의 오빠. 아니, 배다른 오빠. 그 구별이 이제는 무의미해 보였다. 더 이상 그런 구별이 중요하지 않았다.
도현이의 눈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혈관이 터져나갈 것처럼 빨간 눈. 결막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붓고 있었다. 그것은 밤새 울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자신처럼. 세아는 도현이를 보며 이 생각을 했다. 우리 모두 밤새 울었구나. 이 병원의 어느 구석에서, 이 거대한 건물의 어느 방에서.
도현이가 말했다.
“누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마치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처럼. 세아는 도현이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들어야 할 말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도현이의 입 모양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엄마한테 말할 거야.”
도현이가 계속했다. 그 목소리는 결연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것처럼. 세아는 도현이의 얼굴을 보며 자신의 나이를 깨달았다. 도현이는 여전히 어린이였다. 그런데 자신은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 사람 때문에 엄마가 아팠다고. 그 사람이 나빠야 한다고. 누나가 그 사람을 만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도현이의 말이 계속되었다. 그것은 분노였다. 어린 남자아이의 순수한 분노. 그것을 향해 세아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형제를 안아줄 수도, 말해줄 수도, 설명해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세아는 그냥 지나갔다.
도현이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것이 가장 가혹한 대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세아는 복도를 따라 계속 걸었다. 엘리베이터를 향해.
## 제3장: 침묵의 하강
엘리베이터 안은 차갑고 밝았다.
형광등의 흰 빛이 거울 같은 벽을 통해 반사되었다. 세아는 자신의 얼굴을 보았다. 그것은 자신의 얼굴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얼굴. 더 늙은 사람의 얼굴. 하루 밤이 그렇게 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10층.
엘리베이터가 내려갔다.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마치 자동으로 내려가는 것처럼. 세아는 이것이 상징적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자동으로, 필연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누가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누가 원하지 않아도.
12층.
복도가 보였다. 어머니의 병실이 있는 층. 세아는 다시 올라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계속 내려갔다.
1층.
로비.
밖으로 나왔을 때, 세아는 아침의 냄새를 맡았다. 그것은 깨끗한 냄새였다. 이슬이 맺혀 있는 풀의 냄새. 하지만 그것은 곧 자동차 배기가스의 냄새로 덮여졌다.
서울의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 제4장: 도시의 깨어남
사람들이 이미 거리로 나오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세아는 그들을 보며 놀랐다. 어떻게 이들은 그렇게 평온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들은 웃을 수 있을까? 세아의 어머니가 병원에 누워 있는데도. 세상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차들이 도로를 채우고 있었다.
검은색 차, 은색 차, 하얀색 차. 그들은 모두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행렬처럼. 마치 거대한 기계의 일부처럼. 그리고 그 기계는 멈춰본 적이 없었다. 세상이 무너져도 멈추지 않았다.
세아는 한강공원으로 걸어갔다.
합정역 근처. 그곳으로 가는 길이 자동으로 그녀의 발을 이끌었다. 마치 자석처럼. 세아는 그 방향으로 계속 걸었다. 사람들 사이를 헤쳐 나가며. 아침 출근길의 사람들. 그들은 모두 정해진 목표를 향해 걷고 있었다.
세아만 빼고.
## 제5장: 물
한강은 여전했다.
세아가 공원에 도착했을 때, 한강은 아침 햇빛을 받으며 흐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어제와 같았고, 그 전날과도 같았고, 아마도 백 년 전과도 같았을 것이다. 물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아래로, 아래로. 모든 것을 싣고.
세아는 한강의 물가에 섰다.
신발을 벗을까? 아니면 그대로? 세아는 신발을 벗지 않았다. 그냥 물가에 섰다. 옷도 벗지 않고. 손도 물에 담그지 않고. 그냥 보기만 했다.
물의 색깔은 갈색이었다.
아침의 햇빛 때문에 반짝반짝했지만, 그 아래는 여전히 어두웠다. 마치 모든 것을 감싸 안고 있는 것처럼. 모든 비밀을 감싸 안고 있는 것처럼.
어머니가 사랑한다고 말했던 물.
“물을 봤을 때 느껴지는 그 평온함이… 좋아.”
어머니의 목소리가 세아의 귀에 울렸다. 그것은 몇 년 전의 목소리였다. 어머니가 여전히 건강했을 때의 목소리. 하지만 세아는 그 평온함을 느낄 수 없었다. 그녀가 느낀 것은 공포였다.
깊이 모를 공포.
“물 속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는 힘이 있어. 그것이 무섭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해.”
어머니의 또 다른 말.
세아는 이제 그 말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알았다. 그것은 단순한 철학적 관찰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백이었다. 어머니 자신이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는 고백.
물의 흐름을 바라보며, 세아는 깨달았다.
그것이 자신과 같다는 것을.
흐르는 것. 멈출 수 없는 것. 어디로든 가야 하는 것. 그것이 자신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어머니도 그러했을 것이다. 모두가 그러했을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모두가 흐르고 있고, 멈출 수 없고, 어디로든 가야 한다.
## 제6장: 떡밥들
세아는 한강을 보며 생각했다.
도현이가 어머니에게 말할 것이다. 강리우에 대해. 그 남자가 어머니의 병을 야기했다고. 그렇다면 어머니는 어떻게 반응할까? 도현이의 분노를 받아줄 수 있을까? 아니면 더 깊이 침묵 속으로 빠져들 것일까?
그리고 강리우.
그 남자는 어디에 있을까? 그는 어머니의 병을 알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모르고 있을까? 그리고 세아를 찾아올까?
세아는 이 모든 것을 한강의 물을 보며 생각했다.
물은 대답하지 않았다. 물은 그냥 흘러갔다.
그것이 유일한 대답이었다.
멈추지 않는 흐름. 계속되는 운동. 그것이 모든 것의 답이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질문 자체를 흘려보내는 것이 답이었다.
세아는 돌아섰다.
더 이상 물을 보지 않았다. 그냥 떠났다. 한강을 뒤로 하고. 모든 답을 뒤로 하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 제7장: 발소리
세아가 공원을 떠나려는 순간이었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가볍고, 빠르고, 결정적인 발소리였다. 마치 누군가 세아를 찾아온 것처럼. 마치 누군가가 오래 기다렸던 것처럼.
세아는 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발소리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알고 싶지 않은 것처럼.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점점 더 가까워졌다.
세아의 심장이 빨라졌다. 떨렸다. 마치 한강의 물처럼 제어할 수 없는 속도로.
그것이 10권의 끝이었다.
진실이 아직 시작되지 않은 끝. 모든 비밀이 터져 나오려는 순간 바로 직전의 끝.
뒤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계속 들렸다.
—
# 에필로그: 다음 권을 향하여
이 화는 이제 끝난다.
하지만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도현이의 고백이 가져올 파장은 무엇일 것인가? 어머니는 자신의 비밀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리고 강리우—그 이름도, 그 존재도 이제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은 세아의 삶에 어떻게 침투할 것인가?
한강의 물 위에 서 있는 세아.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계속 흐르고 있는 물처럼. 그리고 뒤에서, 누군가의 발소리. 그것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처럼, 모르는 것처럼.
10권은 이제 끝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