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47화: 말할 수 없는 것들
병실의 형광등이 다시 울렁거렸다. 세아는 그 빛의 진동을 따라 자신의 호흡을 맞추려고 했다. 들숨, 날숨. 불이 밝아질 때, 어두워질 때. 마치 그것이 자신의 생명줄이라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형광등의 밝기가 자신의 숨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을 세아는 알고 있었다. 단지 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머니의 질문이 공중에 떠 있었다. 대답되지 않은 질문. 세아가 왜 강리우를 만났는지를 묻는 그 물음. 그것은 책망도, 비난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무거웠다. 책망이라면 적어도 싸울 수 있었다. 비난이라면 적어도 자신을 변론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물음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정한 궁금함. 그리고 그 궁금함 안에는 상처가 있었다. 이해하고 싶은데 이해할 수 없다는 상처.
세아는 침대 발치에서 한 발 앞으로 나갔다. 천천히. 마치 침대가 함정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어머니의 얼굴을 더 정확히 보기 위해. 그 반쯤 떠 있는 눈이 정말로 자신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그것은 확인이 아니었다. 세아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도망이었다. 자신의 내면에서 도망치는 것. 그리고 동시에 어머니 쪽으로 도망가는 것. 양쪽 모두에서 동시에 도망치는 것. 그것이 가능할까? 가능했다. 인간은 그런 모순 속에서 산다.
“강리우를 만난 건… 누나 때문이었어요.”
세아가 말했다. 그 문장은 자신이 준비한 문장이 아니었다. 입에서 나온 문장. 자신도 놀랐다. 그것이 진실이었다. 그런데 왜 그 진실이 이제야 나온 것일까?
어머니가 눈을 더 크게 떴다. 마치 충격을 받은 것처럼. 또는 이제 더 정확하게 세아를 보려고 하는 것처럼.
“도현이가 시험 기간이었어요. 엄마가 아플 때. 도현이가 혼자 있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난 일을 해야 했고, 편의점에도 가야 했고, 엄마를 병원에도 데려가야 했고…”
세아의 말이 빨라지고 있었다. 마치 댐이 터진 것처럼.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것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강리우를 불렀어요. 도현이를 봐달라고. 이 사람은 돈이 있으니까, 도현이가 필요한 것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도현이가 배고프지 않게. 외롭지 않게. 그런 생각으로.”
침묵이 방을 채웠다. 이번에는 어머니의 침묵이 아니라, 둘 다의 침묵이었다. 세아는 자신이 말한 것을 들으면서, 그것이 얼마나 단순했는지, 동시에 얼마나 복잡했는지를 깨달았다. 단순한 이유. 도현이를 보살피고 싶었다. 하지만 그 단순함 안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숨어 있었을까? 자신의 무능함. 자신이 충분하지 않다는 깨달음. 그리고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고 싶다는 절망.
“그 사람이 도현이를 잘 봐줬어요. 처음엔.”
세아가 계속했다. 마치 그것을 설명해야만 자신이 숨을 쉬을 수 있는 것처럼. “도현이가 말한 건, 그 사람이 친절했다고. 밥을 사주고, 영화도 보고, 그런 것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달라졌어요. 그 사람이 날 찾기 시작했고, 나한테 계속 연락했고…”
“세아.”
어머니가 말했다. 단 한 단어. 그것은 중지 신호였다. 하지만 그것은 분노의 중지 신호가 아니었다. 그것은 충분하다는 신호였다. 충분히 들었다는 신호. 이제 그만하자는 신호.
세아는 입을 닫았다. 하지만 내부의 댐은 여전히 터져 있었다.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눈물이 아니었다. 아직. 눈물이 되기 전의 상태. 자신 안에 갇혀 있는 것.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 하지만 나올 수 없는 것.
어머니가 손을 들었다. 아주 천천히. 마치 그 손 자체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손은 세아를 향해 왔다. 침대에서 내려와 세아의 얼굴을 만졌다. 손가락이 세아의 뺨을 더듬었다. 확인하는 것처럼. 또는 읽으려고 하는 것처럼. 점자처럼.
“리우는 나한테 뭔가를 원했어.”
어머니가 말했다. 세아의 뺨을 계속 만지면서. 그 손길은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것은 위로의 손길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손길이었다. 자신의 피부 아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것 같은 손길.
“그 사람이 나를 처음 안았을 때, 난 그걸 느꼈어. 그 사람은 날 사랑하는 게 아니라, 뭔가를 원하고 있었어. 나를 통해서. 또는 나 자체를. 내가 가진 무언가를. 그게 뭘까 하고 생각했어.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뭘까 하고.”
어머니의 손이 내려왔다. 세아의 목에. 그 손가락들이 세아의 목을 감싼다. 하지만 누르지는 않았다. 단지 그곳에 있었다. 맥박을 느끼는 것처럼.
“난 깨달았어. 그 사람이 원하는 건 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내가 그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어. 날 구해달라고 빌어야 한다는 것이었어. 내가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었어.”
어머니의 손이 내려왔다. 이제 세아의 손으로. 그 손을 잡았다. 단단히. 거의 아플 정도로.
“그리고 그 사람은 너도 그렇게 만들려고 했을 거야. 날 구하려고 했던 것처럼. 넌 그 사람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고 느껴야 했어. 넌 그 사람이 없으면 도현이를 보살필 수 없다고 생각했을 거고, 넌 계속 그 사람을 찾았을 거야.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세아의 호흡이 빨라졌다. 어머니의 손이 자신의 손을 조였다. 마치 자신을 떠내려 보내지 않으려는 것처럼.
“그 사람이 나를 떠났어. 얼마 전에. 그리고 난 처음으로 깨달았어. 그 사람이 떠났다는 것은 나한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빼앗아간 것이었다는 걸.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어. 그냥 그 사람의 필요가 있었을 뿐이었어.”
세아는 어머니를 봤다. 완전히. 그 반쯤 떠 있는 눈. 그 눈 안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눈물이 아직 떨어지지 않은 눈물. 눈 안에 갇혀 있는 눈물.
“너는 도현이를 보살피려고 했어. 그건 좋은 일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넌 자신을 잃으면 안 돼. 넌 도현이의 누나이기도 하지만, 먼저 너 자신이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넌 결국 아무도 구할 수 없어. 도현이도 구할 수 없고, 엄마도 구할 수 없고, 그 누구도.”
어머니의 말이 끝났다. 그리고 침묵이 다시 방을 가득 채웠다. 이번 침묵은 다른 종류의 침묵이었다. 그것은 수용의 침묵이었다. 또는 이해의 침묵.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해버린 후의 침묵.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세아는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조용한 울음이었다. 소리가 없었다. 그저 눈물이 뺨을 타고 내려올 뿐이었다. 어머니는 세아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다. 대신, 그 손을 세아의 얼굴에 올려놨다. 그 손이 흔들렸다. 약한 손. 하지만 그 약함 자체가 강했다. 그것이 진짜 강함이라는 것을 세아는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약함을 숨기지 않는 것.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를 붙잡는 것.
“엄마가 물 속에 있을 때를 말했잖아. 아무것도 듣지 않는다고. 아무도 없다고.”
세아가 말했다. 그 말은 스스로도 놀라는 말이었다. 자신이 그것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해했다. 깊은 곳에서. 물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곳에서.
“난 그걸 원했어. 그 상태를.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그 상태. 그래서 내가 강리우를 찾은 건 아니었을까? 그 사람의 손이 따뜻했고, 그 손이 나를 물 속으로 더 깊이 끌어가는 느낌이 들었거든. 그게 평온해 보였거든.”
어머니가 손을 내렸다. 세아의 손을 다시 잡았다.
“그런데 엄마가 깨어났어. 그리고 난 깨어나야 했어. 물 속에서 올라와야 했어. 도현이가 계속 부르니까. 엄마가 눈을 떠야 하니까.”
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래서 난 여기 있어. 물 속에서. 하지만 아직 물 속에 있는 것 같아.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느낌이 들어. 계속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어디로든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아.”
병실의 형광등이 다시 울렁거렸다. 그 불안정한 빛 아래에서, 세아와 어머니는 손을 잡고 있었다. 분리된 몸. 하지만 연결된 손. 그것이 유일한 현실이었다.
“넌 떨어지지 않을 거야.”
어머니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약했지만 확실했다. “왜냐하면 나도 여기 있으니까. 그리고 도현이도 여기 있으니까. 우리가 잡고 있으니까. 넌 떨어지지 않을 거야.”
그 약속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세아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충분했다. 그 약속이 충분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믿는 것이 충분했다.
도현이가 돌아왔다. 물 컵을 들고. 그는 병실의 문을 열면서 세아와 어머니가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봤다. 그리고 세아가 울고 있다는 것을 봤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문 앞에서.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냥 지켜보는 것. 그것도 충분했다.
세아는 어머니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그리고 그 손 안에서, 자신이 물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어딘가에 정착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땅 위에. 단단한 땅 위에. 그리고 그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었다. 왜냐하면 땅 위에서는 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은 도망칠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은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자신을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 깨달음이 세아의 몸을 관통했다. 가슴을 지나 복부까지. 그리고 그곳에서 멈췄다. 어딘가에 박혀 있는 것처럼. 화살처럼. 또는 불씨처럼. 태워버릴 준비가 된 불씨처럼.
형광등이 다시 울렁거렸다. 그리고 세아는 그것을 따라 호흡했다. 들숨, 날숨. 불이 밝아질 때, 어두워질 때. 이번에는 그것이 거짓이 아니었다. 그것은 현실이었다.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현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 자신이 계속 타고 있다는 현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위해서. 비로소.
# 물 속에서의 깨어남
병실의 침대는 너무 차가웠다. 세아는 그것을 처음 깨달았다. 아니, 처음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침대의 차가움, 천장의 형광등이 뿜어내는 따가운 빛, 그리고 자신이 이 모든 것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었다.
“난 그걸 원했어.”
세아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어머니의 손을 꽉 쥔 채로 나온 말이었다. 자신이 그것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해했다. 깊은 곳에서. 물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곳에서. 마치 몸 안에 또 다른 자신이 살고 있고, 그 자신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 상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그 상태를 원했어.”
세아는 눈을 떴다. 천장의 형광등이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봤다. 불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졌다. 그 리듬에 맞춰 그녀의 호흡도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들숨, 날숨. 밝음, 어둠. 그 사이에서 그녀는 무언가를 잃고 있었다. 아니면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상태로.
“그래서 내가 강리우를 찾은 건 아니었을까?”
손가락이 어머니의 손을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마치 그 손이 자신을 붙잡아 두지 않으면 자신이 어디론가 흘러가 버릴 것 같은 공포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세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강리우의 얼굴을 떠올렸다. 차갑고 부드러운 동시에. 마치 물 같은 얼굴. 그 얼굴이 자신에게 기울어졌을 때의 감각을 다시 느껴봤다.
“그 사람의 손이 따뜻했어.”
말하면서도 그것이 거짓이 아닌지 자신이 없었다. 아니, 거짓이었을지도 모른다. 강리우의 손이 따뜻했는지, 아니면 자신의 손이 너무 차가워서 그렇게 느껴졌는지. 그 구분은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 손이 자신을 어딘가로 이끌어갔다는 것. 그 어딘가가 평온해 보였다는 것. 물 속처럼. 음성이 모두 소멸된 물 속처럼.
“그 손이 나를 물 속으로 더 깊이 끌어가는 느낌이 들었거든. 그게 평온해 보였거든. 더 이상 아무것도 듣지 않아도 되는 그런 평온이.”
어머니가 손을 내렸다. 세아의 심장이 철렁했다. 그것이 거부의 신호인가? 그러나 그것은 잠깐일 뿐이었다. 어머니는 즉시 세아의 손을 다시 잡았다. 이번에는 더욱 단단하게. 마치 그것이 약속인 것처럼.
“그런데 엄마가 깨어났어.”
세아의 목소리에 균열이 생겼다. 그 균열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가슴으로, 목으로, 눈으로. 눈물이 흘렀다. 뜨거운 눈물이. 자신의 얼굴을 따라 흘러내렸다.
“그리고 난 깨어나야 했어. 물 속에서 올라와야 했어.”
이 말을 꺼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세아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이 물 속에서 올라오면서 자신의 일부를 남겨두고 온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일부는 여전히 아래에서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돌아와, 돌아와. 따뜻한 손이 자신을 잡아주는 그곳으로. 평온한 어둠으로.
“도현이가 계속 부르니까. 엄마가 눈을 떠야 하니까.”
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마치 그것이 누군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인 것처럼. 그녀는 자신이 이 말들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군가 다른 존재에게 이 말들을 들리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존재는 자신의 안쪽에서, 물 속에서, 자신도 닿을 수 없는 깊은 곳에서.
“그래서 난 여기 있어.”
그녀는 천장을 바라봤다. 형광등이 또다시 울렁거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면서 세아는 자신이 진정으로 여기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물 속에 있으면서 여기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물 속에서. 하지만 아직 물 속에 있는 것 같아.”
어머니가 다른 손으로 세아의 이마를 닦아주고 있었다. 그것은 매우 부드러운 터치였다. 마치 얇은 천으로 누군가의 상처를 감싸듯이. 세아는 그 감각에 집중해봤다. 손가락의 온기. 손가락의 부드러움. 그것이 자신을 현실로 데려오는 밧줄인가? 아니면 더욱 깊은 물 속으로 끌어당기는 쇠사슬인가?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느낌이 들어. 계속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 어디로든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아.”
세아의 손가락이 어머니의 손 위에서 떨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손가락들도 그 떨어지는 감각을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그녀는 병실 안의 모든 것들을 자세히 관찰해봤다. 침대의 하얀 시트들, 그 위에 놓인 자신의 손, 어머니의 손, 그리고 그 손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그런데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흐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물 속에 있는 것처럼. 천천히 흐르는 물 속에서 모든 것이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변형되어 가고 있었다. 침대도, 어머니도, 자신도.
병실의 형광등이 다시 울렁거렸다. 들락거리는 빛의 리듬에 맞춰 세아의 심장도 뛰고 있었다. 그 불안정한 빛 아래에서, 세아와 어머니는 손을 잡고 있었다. 분리된 몸. 하지만 연결된 손. 그것이 유일한 현실이었다. 다른 모든 것은 불확실했지만, 이것만은. 이 손의 온기만은.
“넌 떨어지지 않을 거야.”
어머니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약했지만 확실했다. 마치 그 확실함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어머니는 그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세아는 어머니의 눈을 봤다. 어머니의 눈도 눈물로 가득했다. 그 눈물들이 천천히, 매우 천천히 흘러내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도 여기 있으니까.”
어머니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것은 마치 자신을 설득하는 목소리이면서 동시에 세아를 설득하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이 더욱 강력했다. 왜냐하면 자신도 믿지 못하면서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그 절망적인 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도현이도 여기 있으니까. 우리가 잡고 있으니까. 넌 떨어지지 않을 거야.”
그 약속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세아는 알 수 없었다. 내일은? 다음 주는? 다음 달은? 그 약속이 계속될 수 있을까? 아니면 어느 순간 손이 미끄러져 나갈까? 그리고 자신은 다시 물 속으로 떨어져 내려갈까? 이번에는 아무도 자신을 잡아주지 않으면서?
하지만 그 순간에는 충분했다. 그 약속이 충분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믿는 것이 충분했다. 미래는 생각하지 말자. 이 순간만. 이 손의 온기만. 이 약속만.
도현이가 돌아왔다. 물 컵을 들고. 그는 병실의 문을 열면서 세아와 어머니가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봤다. 그리고 세아가 울고 있다는 것을 봤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문 앞에서. 마치 자신이 움직이면 이 장면이 깨져버릴 것이 두려운 것처럼.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냥 지켜보는 것. 그것도 충분했다. 세아는 그것을 느꼈다. 도현이의 시선을 느꼈다. 그리고 그 시선이 자신을 또 다른 방식으로 붙잡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머니의 손이 앞이라면, 도현이의 시선은 뒤에서. 자신을 양쪽에서 붙들어주고 있었다.
세아는 어머니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그리고 그 손 안에서, 자신이 물 속에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아니, 느껴야 했다. 그것이 생존의 조건이었으니까. 자신이 어딘가에 정착되어 있다는 것을 느껴야 했다. 땅 위에. 단단한 땅 위에.
그리고 그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었다.
그 깨달음은 벼락같이 내려왔다. 왜냐하면 땅 위에서는 떨어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은 도망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물 속에서처럼 몸을 포기하고 흘러가버릴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은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자신을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자신이 한 선택들을. 자신이 한 행동들을. 자신이 상처 입힌 사람들을. 그리고 자신이 상처 입은 모습을. 모두.
그 깨달음이 세아의 몸을 관통했다. 천천히가 아니라 번개처럼. 가슴을 지나 복부까지. 그곳에서 멈췄다. 어딘가에 박혀 있는 것처럼. 화살처럼. 또는 불씨처럼. 태워버릴 준비가 된 불씨처럼. 그것은 고통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또한 어떤 다른 것이었다.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물 속에서 올라온 증거였다.
형광등이 다시 울렁거렸다. 그리고 세아는 그것을 따라 호흡했다. 들숨, 날숨. 불이 밝아질 때, 어두워질 때. 그 리듬을 따라가면서 자신의 호흡도 함께 조율했다. 마치 자신이 이 병실, 이 형광등, 이 세상과 함께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이번에는 그것이 거짓이 아니었다. 그것은 현실이었다.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현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다는 현실. 도현이가 문 앞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현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 자신이 계속 타고 있다는 현실. 복부에 박힌 불씨가 천천히 타오르고 있다는 현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위해서. 어쩌면 자신을 위해서. 처음으로.
세아의 눈이 천천히 감겨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아니었다. 마치 자신이 자신의 안쪽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 안쪽에서, 그 불씨가 타오르고 있는 그곳으로. 그리고 거기서, 마침내, 자신은 누군가를 만났다.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는 누군가를. 자신을 버리지 않는 누군가를.
그것이 자신이었다.
병실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형광등은 여전히 울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울렁거림이 더 이상 불안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일종의 박자였다. 살아있음의 박자였다. 그리고 그 박자 속에서, 세아는 천천히, 그리고 매우 천천히,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