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242화: 물 위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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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2화: 물 위의 침묵

강리우가 물을 마시는 것을 거부했다. 세아는 그것을 본다—그의 손이 종이컵을 향해 움직였다가, 절반의 거리에서 멈춘다. 마치 물 자체가 저항하는 것처럼. 또는 그의 신체가 물질적 세계와의 접촉을 거부하는 것처럼. 컵은 다시 침대 사이의 테이블에 내려놓아진다. 물은 흔들린다. 그 흔들림은 오래 지속된다. 충동이 감쇠되는 리듬.

세아의 어머니는 여전히 침대 위에 누워 있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눈은 감겨 있지 않다. 떠 있다. 마치 천장을 통해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처럼. 또는 무언가가 천장 너머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처럼. 강리우가 물을 거절한 후, 어머니의 호흡이 변했다. 더 가빠졌다. 마치 자신의 아들이 물을 거절하는 것이 어떤 신호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리우.”

어머니가 말했다.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 병실에서 처음으로. 또는 지난 20년 동안 처음으로. 세아는 그 이름이 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들었을 때, 자신의 신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느꼈다. 가슴이 좁혀든다. 호흡이 얕아진다. 마치 자신이 그 이름의 무게를 함께 지고 있는 것처럼.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머리가 움직였다. 아주 천천히. 어머니를 향해. 또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향해. 그것이 움직임인지 반응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어려웠다.

“내가 너를 버렸어.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넌 자신을 버렸어. 내가 버린 것보다 더 완전하게.”

어머니의 목소리가 더 명확해졌다. 마치 죽음이 임박할수록 발화가 더 선명해지는 것처럼. 또는 마지막 말을 남기는 사람의 음성이 그렇게 변하는 것처럼.

“베를린에서. 그리고 그 이후로. 그리고 지금도.”

강리우의 손이 움직였다. 이번에는 거부가 아니라 응답의 움직임이었다. 그의 손이 어머니의 손을 다시 집었다. 세아가 한 것처럼. 아니, 다르게. 강리우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강리우와 어머니의 손이 만날 때마다, 떨림이 전염되는 것처럼 보였다. 세대를 건너서. 유전자처럼. 또는 저주처럼.

“내가 너한테 남긴 게 뭐예요?”

강리우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거의 속삭임이었다. 하지만 그 속삭임에는 열이 있었다. 분노의 열. 또는 절망의 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강리우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그 손가락들. 건반을 누를 수 없는 손가락들. 피아니스트의 손이지만 음악을 만들지 못하는 손. 어머니는 그 손가락 하나하나를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읽고 있는 것처럼. 점자처럼. 자신의 죄를 읽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두 사람을 관찰하고 있었다. 자신은 침실의 모서리에 있었다. 문과 침대 사이의 공간. 관찰자의 위치. 그 위치에서, 세아는 자신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기 시작했다. 딸인가? 증인인가? 아니면 무언가 다른 것인가? 이 두 사람의 비극 속에서 자신의 역할은 무엇인가?

“넌 피아노를 친다.”

어머니가 갑자기 말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진술이었다. 또는 명령이었다.

“내가 할 수 없던 것을. 넌 한다. 내가 잃은 음악을. 넌 가지고 있다.”

강리우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빠르게. 세아는 그것이 고통의 움직임인지 거부의 움직임인지를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그 둘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강리우는 병실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천천히가 아니라 빠르게. 그의 발걸음이 복도로 울려 퍼졌다. 형광등 아래서. 그 빛 속에서, 그의 신체는 유령처럼 보였다.

세아는 어머니를 다시 봤다. 어머니의 눈이 다시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흘러내리지 않는 눈물. 마치 그것들이 결정화된 것처럼. 또는 자신의 신체 내에서 영원히 갇힌 것처럼.

“세아.”

어머니가 불렀다. 세아의 이름. 그 이름이 입에서 나온 후, 어머니의 신체가 더 깊이 침대에 가라앉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그 이름을 말하는 것이 모든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것처럼.

세아는 침대로 돌아갔다. 강리우가 있던 자리에 앉았다. 아직도 따뜻한 자리. 그 따뜻함은 빠르게 식고 있었다.

“넌 왜 날 낳았어?”

세아가 물었다. 그 질문은 오랫동안 자신 안에 있었다. 그것을 발화한 것은 처음이었다. 또는 지금까지 물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성숙해진 것은 처음이었다.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자신의 다른 손—세아의 손을 잡지 않은 손—을 움직였다. 그리고 세아의 머리에 놓았다. 아주 천천히. 마치 세아가 깨질 수 있는 것처럼. 또는 도망칠 수 있는 것처럼.

“강민준이가 나한테 말했어. 아이를 낳으면, 넌 더 이상 나의 아내가 아니라고. 넌 엄마가 될 거라고. 그리고 엄마라는 것은,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어머니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내가 너를 낳은 이유는… 그건 모르겠어. 나는 자살하지 않았으니까.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내가 아직도 모르는 이유야.”

세아는 어머니의 손이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을 느꼈다. 그 손은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안정적이었다. 마치 수십 년의 죄책감이 이 순간에 와서야 자신의 무게를 찾은 것처럼.

“혹시… 넌 나를 사랑해?”

세아가 물었다. 그 질문은 가장 위험한 질문이었다. 그 질문의 답이 ‘아니오’라면, 세아는 그것을 견딜 수 있을까? 그 질문의 답이 ‘예’라면, 그것이 더 나을까?

어머니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병실의 모든 소리가 증폭되었다. 심전도 모니터의 비프음. 복도의 형광등 윙윙거림. 먼 곳에서 누군가의 울음. 그리고 가장 크게—어머니의 호흡. 가슴이 올라왔다. 내려왔다. 내려왔다. 올라왔다.

“사랑한다는 게 뭔지 모르겠어. 강민준이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그것은 제어였어. 통제였어. 강민준이가 나한테서 엄마가 되라고 했을 때, 그것은 포기였어. 그리고 지금,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한다면, 그건 뭐가 될까?”

어머니의 손이 세아의 머리에서 떨어졌다. 천천히. 마치 그것이 물 속에서 부양하는 것처럼.

“너는… 너는 내가 할 수 없던 것이야. 너는 내가 버린 음악이야. 너는 내가 포기한 목소리야. 그래서 나는 너를 봤을 때…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를 깨달아. 그리고 그것이 고통이야.”

세아는 어머니를 바라봤다. 그 얼굴. 30년을 살아온 얼굴. 침묵으로 산 얼굴. 자신을 지운 얼굴. 그 얼굴은 지금, 무엇으로 정의될까? 후회? 그것은 너무 단순했다. 사랑? 그것은 너무 거짓처럼 들렸다. 존재? 그것이 가장 가까웠다. 자신의 어머니는 지금,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정은, 자신의 어머니를 파괴하고 있었다.

병실 밖에서, 강리우의 발걸음이 다시 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다른 발걸음도 있었다. 빠른 발걸음. 젊은 사람의 발걸음.

“누나!”

도현의 목소리였다. 세아의 남동생. 그의 목소리는 높았다. 절박했다. 마치 자신이 놓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병실의 문이 열렸다. 도현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의 손가락들은 떨리고 있었다. 또 다른 떨리는 손가락들. 또 다른 가족의 일부. 세아는 이 병실이 마치 떨림의 박물관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방식대로 떨리고 있었다. 강리우는 음악 때문에. 어머니는 침묵 때문에. 그리고 도현은—

“누나, 어… 어떻게 된 거야?”

도현이 물었다. 그의 눈이 침대 위의 어머니를 찾았다. 그리고 찾았다. 그의 표정이 변했다. 안도와 공포가 동시에. 어머니가 살아있다. 하지만 어머니가 죽어가고 있다. 둘 다 사실이었다.

강리우는 도현을 봤다. 세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의 눈이 만나는 순간. 반형과 남동생. 같은 어머니를 가진 사람들. 강리우의 눈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인정? 거부? 아니면 단순한 인식—또 다른 피해자의 인식?

“안녕. 난 강리우야.”

강리우가 말했다. 그것은 가장 이상한 소개였다. 마치 낯선 사람처럼. 또는 자신이 무엇인지를 정의할 수 없는 사람처럼.

도현은 응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세아를 봤다. 그의 눈은 질문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세아는 그 질문들을 모두 이해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어? 저 사람은 누구야? 우리 어머니가 왜 저렇게 됐어? 우리가 뭘 놓쳤어?

“도현.”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설명이 아니었다. 단순한 이름 호칭. 그리고 그것은 충분했다. 도현은 침대 옆으로 와서 앉았다. 어머니의 반대편. 세아의 맞은편. 그들은 침대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마치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또는 무엇인가 신성한 것을 지키는 것처럼.

어머니의 눈이 도현을 찾았다. 그리고 찾았다. 인식했다.

“도현아.”

어머니가 말했다. 그것은 세아의 이름처럼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르게 부르는 것이었다. 더 가볍게. 더 자유롭게. 마치 도현이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를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어머니의 부르는 법처럼.

“엄마가… 아직 여기 있어.”

어머니가 말했다.

“아직.”

그 마지막 단어가 떨어진 후, 병실의 시간이 변했다. 세아는 그것을 느꼈다. 마치 그 단어가 모든 것을 정지시킨 것처럼. 또는 모든 것을 가속화한 것처럼. 마지막의 시작. 또는 끝의 인식.

강리우는 여전히 침실의 모서리에 서 있었다. 문 근처에. 마치 자신이 이 장면에 완전히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또는 자신이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강리우를 봤다. 그의 얼굴. 그의 떨리는 손가락들. 그의 불안정한 호흡. 그리고 그 순간, 세아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강리우가 자신을 찾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 강리우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 강리우는 자신의 어머니를 찾고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를 통해. 자신의 여동생을 통해. 자신이 놓친 모든 것을 통해.

그리고 그것이 가장 슬픈 것이었다.

병실 밖의 복도에서, 누군가가 지나가고 있었다. 다른 환자들. 다른 가족들. 다른 비극들. 그들의 발걸음은 규칙적이었다. 병원의 시간은 계속되었다. 심전도 모니터는 계속 비프음을 냈다. 어머니의 심장은 계속 뛰었다.

하지만 세아는 이 병실 안에서, 무언가가 끝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는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둘 다 같은 일이었다.

# 그들이 만나는 순간

## 첫 번째 마주침

강리우는 도현을 봤다.

정확히는 병실 문을 통해 들어오는 순간, 세아가 앉아 있는 침대 옆 의자의 맞은편에 누워 있는 여자의 곁에 앉아 있는 젊은 남자를 봤다. 그 남자의 검은 머리, 그 남자의 어깨의 각도, 그 남자가 어머니의 손을 쥐고 있는 방식. 모든 것이 강리우에게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싶지 않았다.

세아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언니의 눈동자가 확장되는 순간. 그 인식의 파동이 강리우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순간. 마치 누군가가 물 위에 돌을 던진 것처럼, 그 파장은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진동시켰다.

그들의 눈이 만나는 순간.

반형과 남동생. 같은 어머니를 가진 사람들. 하지만 다른 아버지. 다른 가족. 다른 삶. 강리우의 눈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인정? 거부? 아니면 단순한 인식—또 다른 피해자의 인식? 자신처럼 이 여자에게 버려진 또 다른 아이의 인식?

세아는 강리우의 얼굴을 읽으려고 했다. 언니의 입술이 살짝 떨리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아니면 그것은 자신의 착각이었을까? 병실의 형광등이 너무 밝았다. 차가운 빛이 모든 것을 하얀색으로 만들어버렸다. 모든 감정을 씻어내버렸다. 모든 비밀을 노출시켰다.

“안녕. 난 강리우야.”

강리우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낮았다. 거의 속삭이는 것처럼. 마치 병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채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하지만 그 말은 가장 이상한 소개였다. 마치 낯선 사람처럼. 또는 자신이 무엇인지를 정의할 수 없는 사람처럼.

‘강리우’—이름만. 관계 없이. 설명 없이. 그저 이름뿐.

도현은 응답하지 않았다. 그의 입이 살짝 벌어졌고, 그의 눈이 여러 번 깜빡였다. 마치 누군가가 그를 깬 것처럼. 또는 누군가가 그에게 뭔가 불가능한 것을 보여준 것처럼. 대신, 그는 세아를 봤다.

그의 눈은 질문으로 가득했다. 수백 개의 질문. 천 개의 질문.

*무슨 일이 일어났어? 저 사람은 누구야? 엄마가… 엄마가 저 사람을 아는 거야? 우리 어머니가 왜 저렇게 침묵하고 있어? 저 사람이 여기 있는 이유가 뭐야? 우리가 뭘 놓쳤어?*

세아는 그 질문들을 모두 이해했다. 자신도 같은 질문들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지난 며칠 동안, 지난 몇 주 동안, 지난 몇 개월 동안. 자신의 어머니가 이렇게 될 때까지. 자신의 어머니가 이 침대에 누워있을 때까지. 의식은 흐릿하지만 아직도 거기 있었다. 아직도 존재했다.

“도현.”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설명이 아니었다. 단순한 이름 호칭. 도현—그 이름을 말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언어였다. 인내의 언어. 이해의 언어. *지금은 물어보지 마. 지금은 답할 수 없어. 우리는 여기 있어야 해. 함께.*

그것은 충분했다.

도현은 침대 옆으로 와서 앉았다. 어머니의 반대편. 세아의 맞은편. 그들은 침대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어머니의 몸을 경계로 하여. 마치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또는 무엇인가 신성한 것을 지키는 것처럼.

그리고 그 순간, 강리우는 여전히 문 근처에 서 있었다.

## 인식의 순간

어머니의 눈이 도현을 찾았다. 그리고 찾았다. 인식했다.

그 눈은 약했다. 약한 눈. 마치 누군가가 그 눈의 빛을 조금씩 빨아내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여전히 거기 있었다. 여전히 무언가를 인식할 수 있었다. 누군가를 알아볼 수 있었다.

“도현아.”

어머니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가늘었다. 거의 들리지 않는 것처럼. 마치 먼 곳에서 오는 목소리처럼. 또는 꿈속에서 오는 목소리처럼.

세아는 그 차이를 느꼈다. 어머니가 자신을 부를 때와 도현을 부를 때의 차이.

자신을 부를 때는 더 엄격했다. 더 진지했다. 어머니의 책임감이 담겨 있었다. 마치 자신이 뭔가 중요한 것이었던 것처럼. 뭔가 지켜야 할 것이었던 것처럼.

하지만 도현을 부를 때는 다르게 부르는 것이었다. 더 가볍게. 더 자유롭게. 마치 도현이 자신이 무엇을 잃었는지를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어머니의 부르는 법처럼.

세아는 그것을 이해했다. 어머니가 도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도현이 자신과 강리우와 다르다는 것을. 도현이 덜 손상되어 있다는 것을. 덜 상처 입어 있다는 것을.

“엄마가… 아직 여기 있어.”

어머니가 말했다. 그 말은 도현을 향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무언가를 약속하는 것처럼 들렸다. 또는 무언가를 위로하는 것처럼.

“아직.”

그 마지막 단어. ‘아직’이라는 그 단어.

그것이 떨어진 후, 병실의 시간이 변했다. 세아는 그것을 느꼈다. 마치 그 단어가 모든 것을 정지시킨 것처럼. 또는 모든 것을 가속화한 것처럼. 마지막의 시작. 또는 끝의 인식.

세아의 심장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심전도 모니터의 비프음이 더 빨라진 것처럼 들렸다. 아니면 그것은 자신의 심장이 빨라진 것일까? 자신의 심장이 어머니의 심장과 동기화되기 시작한 것일까?

‘아직’—그 단어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그 단어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 단어는 끝이 있다는 뜻이었다.

도현의 손이 어머니의 손을 더 강하게 쥐었다. 세아는 그것을 보았다. 그 손가락들이 창백해지는 것을. 그 손가락들이 떨리는 것을.

“엄마, 나… 나 여기 있어. 계속 여기 있을게.”

도현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 세아는 도현의 눈 아래에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봤다. 그것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도현이 그것을 붙잡고 있는 것처럼. 또는 그것을 감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 경계의 모서리

강리우는 여전히 침실의 모서리에 서 있었다. 문 근처에. 거의 복도에 있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이 장면에 완전히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또는 자신이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강리우의 손가락들이 떨리고 있었다. 주머니 속에 넣어져 있었지만, 세아는 그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손가락들이 옷감을 뒤틀고 있는 것을. 그 손가락들이 무언가에 집중하려고 하는 것을.

강리우의 호흡도 들을 수 있었다. 병실의 조용함 속에서, 강리우의 호흡은 마치 천둥처럼 들렸다. 불규칙한 호흡. 불안정한 호흡.

세아는 강리우의 얼굴을 더 자세히 봤다. 그녀가 자신의 언니라고 생각하는 그 여자의 얼굴.

강리우는 자신의 어머니와 닮았다. 그 광대뼈. 그 눈의 형태. 하지만 강리우의 눈에는 자신의 어머니의 눈에 있던 부드러움이 없었다. 대신 그곳에는 무언가 단단한 것이 있었다. 무언가 깨진 것이 있었다.

“강리우.”

세아가 말했다. 그것도 단순한 이름 호칭이었다. 도현에게 그렇게 했던 것처럼.

강리우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이름을 불리지 않은 것처럼.

“강리우, 와.”

세아가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좀 더 강하게.

강리우가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물속에서 걷는 것처럼. 마치 무언가가 자신을 잡아당기고 있는 것처럼. 침대 쪽으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강리우는 침대의 발치에 섰다. 마치 자신이 그 이상 가까이 갈 수 없는 것처럼. 마치 그 이상 가까이 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것처럼.

어머니는 강리우를 봤다. 그 눈이 강리우를 찾았다. 그리고 인식했다.

“리우.”

어머니가 말했다. 그것은 다른 이름이었다. 짧은 이름. 친밀한 이름. 어떤 거리감도 없는 이름.

강리우의 몸이 떨렸다. 세아는 그것을 봤다. 그 떨림이 강리우의 어깨에서 시작되어 손가락 끝까지 흐르는 것을.

## 무언의 이해

그 순간, 세아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강리우가 자신을 찾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

강리우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

강리우가 도현을 해치려고 왔던 것도 아니라는 것.

강리우는 자신의 어머니를 찾고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를 통해. 자신의 여동생을 통해. 자신이 놓친 모든 것을 통해.

세아는 강리우의 인생을 상상해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상상이었다.

강리우가 어릴 때, 자신의 어머니가 떠난 후의 시간들.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도, 자신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간들. 누군가가 자신을 버렸다는 것을 아는 시간들. 자신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시간들.

그리고 나중에,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낸 후의 시간들. 자신의 여동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의 시간들. 자신의 형제자매를 본 후의 시간들.

그리고 이제, 이 병실 속에서, 자신의 어머니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아는 시간들.

그것은 가장 불공평한 일이었다.

세아는 강리우를 다시 봤다. 강리우가 침대의 발치에 서 있는 것을. 강리우가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강리우의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가장 슬픈 것이었다.

이 병실에 있는 모든 사람이 무언가를 잃었다. 또는 잃을 것이었다.

세아는 자신의 어머니를 잃을 것이었다. 자신의 엄마를. 자신의 인생의 일부를. 자신이 될 수 있었던 그 버전의 자신을.

도현은… 도현은 이해하지 못했다. 도현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알 것이었다. 언젠가는 깨달을 것이었다. 자신의 어머니가 완전하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의 어머니가 다른 아이들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자신의 어머니가 선택을 했다는 것을.

그리고 강리우는… 강리우는 방금 찾은 어머니를 잃고 있었다.

## 병실의 음향 풍경

병실 밖의 복도에서, 누군가가 지나가고 있었다. 다른 환자들. 다른 가족들. 다른 비극들.

그들의 발걸음은 규칙적이었다. 병원의 발걸음. 서둘렀지만 절망하지 않은 발걸음. 마치 이것이 일상이라는 것처럼.

병원의 시간은 계속되었다. 24시간 병원. 밤도 낮도 같은 병원. 시간이 의미 없는 병원.

심전도 모니터는 계속 비프음을 냈다. 규칙적인 비프음. 리듬을 유지하는 비프음. 그 비프음이 멈추는 순간까지 계속될 비프음.

어머니의 심장은 계속 뛰었다. 약하지만 여전히 뛰고 있었다.

세아는 그 비프음을 세어본 적이 있다. 저녁에. 밤에. 새벽에. 매번 다른 수였다. 가끔 더 빨랐다. 가끔 더 느렸다. 마치 어머니의 심장이 자신의 시간을 다시 협상하고 있는 것처럼.

“아직도… 여기 있어.”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아직도 의식이 있었다. 아직도 말할 수 있었다. 아직도.

병실의 불빛이 너무 밝았다. 세아는 그 불빛이 싫었다. 그것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거의 초현실적이었다. 마치 무대 조명 아래에 있는 것처럼. 마치 그들이 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이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세아는 자신의 손을 본 후, 어머니의 손을 봤다. 그 손은 자신의 손보다 작았다. 주름진 손. 노인의 손. 하지만 여전히 따뜻한 손. 여전히 세아의 손을 쥐고 있는 손.

## 내적 깨달음

하지만 세아는 이 병실 안에서, 무언가가 끝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느낌이었다. 단순한 느낌. 하지만 확실한 느낌.

마치 누군가가 오디오 책을 읽고 있는데, 마지막 장에 도달한 것처럼.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한 것처럼. 결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방식처럼.

세아의 가슴이 타이트해졌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가슴을 밧줄로 묶고 있는 것처럼.

“엄마, 제발…”

세아가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청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제발 뭐를? 제발 가지 마? 제발 고통받지 마? 제발 계속 여기 있어?

어머니는 세아를 봤다. 그리고 세아의 손을 더 강하게 쥐었다. 그것은 말보다 큰 말이었다. 그것은 약속이었다. 또는 작별인사였다.

또는 둘 다였다.

도현은 자신의 눈물을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그 눈물들이 떨어졌다. 그의 뺨을 타고 떨어졌다. 그의 턱을 타고 떨어졌다. 그의 목을 타고 떨어졌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강리우는 여전히 침대의 발치에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고. 말하지 않고. 단지 보고 있었다.

세아는 자신의 언니를 봤다. 강리우의 얼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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