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239화: 손가락들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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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9화: 손가락들의 언어

강리우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는 말이 떨어진 후, 복도의 침묵은 음향 재료가 되었다. 세아는 그 침묵을 느낄 수 있었다—마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질처럼, 공기를 압축하는 무게로. 형광등의 윙윙거리는 소리, 먼 곳의 누군가의 울음, 엘리베이터의 기계음. 모든 소리가 동시에 존재하면서도, 강리우의 말은 그 모든 것을 잠식했다.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어.”

그 문장이 반복되었다. 세아의 귓속에서. 그녀의 신경계를 따라. 마치 음악처럼. 아니, 정확히는 음악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음악은 흐른다. 음악은 변한다. 음악은 진화한다. 하지만 강리우의 말은 정지했다. 그것은 한 음표였다. 반복되는 한 음표. 벗어날 수 없는 한 음표.

세아는 강리우의 손을 다시 봤다. 그의 손가락들. 피아니스트의 손. 길고, 가느다란, 신경이 곤두선 손가락들. 지금 이 순간에도 떨리고 있는 손가락들. 마치 그것들이 건반을 누르려고 하면서도 누르지 못하는 것처럼. 또는 건반을 누르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그 손가락들을 따라갔다. 손목에서부터. 팔뚝을 거쳐. 팔꿈치를 넘어서. 강리우의 어깨까지.

그의 어깨가 구부러져 있었다. 마치 자신의 무게를 지탱할 수 없는 것처럼. 또는 지탱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그 이후로는?”

세아가 물었다. 그 질문은 간단했지만, 그것이 요구하는 것은 전부였다. 전체 이야기. 3등상을 받은 후로의 10년.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은 10년.

강리우가 자신의 손을 들었다. 아주 천천히. 마치 그것이 납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그리고 그것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그 행동 자체가 답변이었다. 말의 부재가 말이 되는 순간.

“베를린에 있던 동안, 나는 피아노를 치지 않았어.”

강리우가 마침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벽을 통과하는 것처럼 들렸다. 콘크리트를 통과하는 목소리.

“대신 나는 다른 것들을 했어. 음악 이론을 공부했어. 작곡을 배웠어. 다른 사람들의 연주를 들었어. 하지만 내 손가락을 건반 위에 놓지는 않았어. 10년 동안.”

세아의 숨이 얕아졌다. 10년. 그것은 인생이었다. 그것은 전부였다. 그것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정체성 자체였다.

“왜?”

세아가 물었다. 이 질문은 다른 질문이었다. 이 질문은 ‘어떻게’가 아니라 ‘왜’였다. 원인. 동기. 내부의 논리.

강리우가 병실로 걸어갔다. 세아를 떠나서. 병실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세아는 그를 따랐다. 복도의 형광등 아래에서, 병실의 더 부드러운 불빛으로. 어머니는 여전히 침대 위에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눈을 떴다. 그 눈은 세아와 강리우를 따라가고 있었다. 마치 영혼이 신체를 떠나기 전의 마지막 시선인 것처럼.

강리우는 침대 옆에 섰다. 어머니의 손을 취했다. 세아가 했던 것처럼. 하지만 다르게. 그의 손은 떨리지 않았다. 아니, 떨렸다. 하지만 그 떨림은 다른 종류였다. 거부의 떨림이 아니라, 인정의 떨림이었다.

“어머니가 베를린에 왔을 때, 나는 어머니를 거절했어.”

강리우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어머니를 향하고 있었다. 세아가 아니라. 세아는 관찰자였다. 이 순간의 증인일 뿐이었다.

“어머니는 나를 버렸으니까. 어머니는 자신이 내 어머니라고 말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었겠어? 20년이 지난 후에?”

어머니의 눈이 더 크게 떨렸다. 하지만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말할 수 없었다. 또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떠나지 않았어. 어머니는 베를린에 머물렀어. 나를 보기 위해. 나의 연주를 들으러. 나의 실패를 목격하기 위해. 그리고 그것이… 그것이 나를 더 미치게 했어.”

세아는 강리우의 손을 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어머니의 손 위에서. 마치 그것이 건반이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또는 건반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왜냐하면 어머니의 존재가 나를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게 만들었으니까. 어머니가 거기 있으면, 나는 무언가를 해야 했어. 무언가를 증명해야 했어. 자신이 버려진 가치 없는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버려졌지만 여전히 뭔가 할 수 있는 아들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나는 피아노 앞에 앉았어.”

강리우가 멈췄다. 그의 호흡이 얕아졌다.

“그리고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어. 완전히. 전혀. 마치 그것들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이 내 팔에 달려 있는 것처럼. 나는 그것들을 움직이라고 명령했어. 하지만 그것들은 거부했어. 내 신체가 나를 거부했어. 내 신체가 나한테 말했어. 이것은 너의 것이 아니라고. 이것은 너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것은 너가 해야 하는 것이지만, 너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병실의 모니터가 계속해서 비프음을 냈다. 어머니의 심박. 정상. 안정적. 살아있음의 신호. 하지만 강리우의 심박은 화면에 표시되지 않았다. 세아는 그것이 화면에 보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그의 심박이. 그것이 불규칙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후로,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야 했어.”

강리우가 계속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더 조용해졌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를 고백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처럼.

“피아니스트가 아닌 누군가. 아들이 아닌 누군가. 버려진 아이가 아닌 누군가. 나는 서울에 왔어. 강민준이—나의 아버지—가 날 찾았을 때, 나는 그것을 거절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나는 이미 베를린에서 미쳤으니까. 이미 나 자신을 잃었으니까. 그러니까 무엇이 더 잃어질 수 있었겠어?”

세아는 강리우의 얼굴을 봤다. 그의 눈은 더 이상 물로 차 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들은 마르고 있었다. 마치 모든 눈물이 떨어져 나가고, 그것들이 자신을 따라가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너를 만났어. 세아.”

그 이름이 떨어지자, 어머니의 손이 움직였다. 작은 움직임.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움직임. 하지만 세아는 그것을 봤다. 어머니가 강리우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는 것을. 마치 자신이 그를 떨어뜨리면, 그도 자신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너를 만났을 때, 나는 내가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내 손가락이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어. 너의 음악을 들었을 때, 너의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나는 너를 구하고 싶었어. 왜냐하면 너를 구하는 것이 나를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너의 불을 끄지 않으면, 내 손가락도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세아의 몸이 움직였다. 강리우를 향해. 그를 멈추기 위해. 또는 그를 잡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이 그의 팔을 닿았다.

강리우가 멈췄다. 그리고 그녀를 봤다. 처음으로 그 말 이후에 그녀를 직접 봤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무언가가 일어났다. 무너지는 것. 구조가 붕괴되는 것. 마치 모든 말이 자신을 붙들고 있던 줄이었고, 이제 그 줄이 끊어지고 있는 것처럼.

“나는 너를 구하지 못했어. 오히려 나는 너를 더 깊이 태웠어. 그리고 나는 그것을 알았어. 한강에서. 너의 손을 잡았을 때. 그리고 너를 병원으로 데려갔을 때.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나는 나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어. 나의 손가락은 영원히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그것이 내 잘못이라는 것을.”

강리우의 손이 어머니의 손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세아를 향해 들었다. 아주 천천히. 마치 그것이 무기인 것처럼. 또는 항항복의 신호인 것처럼. 세아는 그 손을 봤다. 떨리는 손가락들. 피아니스트의 손. 하지만 건반 위에 있지 않은 손. 건반을 거부하는 손.

그리고 세아는 그 손을 잡았다.

병실의 불이 깜빡였다. 형광등이 계속해서 윙윙거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침대 위에 있었다. 세아와 강리우는 병실 중앙에 서 있었다. 손을 맞잡고. 두 개의 떨리는 손. 두 개의 불에 탄 영혼. 마치 그들이 이 순간을 통과하면, 무언가가 끝날 것 같은 느낌으로.

“도현이를 찾아야 해.”

세아가 말했다. 그 말은 강리우를 향한 말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향한 말도 아니었다. 그것은 선언이었다. 현실로의 회귀. 이 병실의 벽 너머로의 돌아감. 남동생을 찾기 위해.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태우는 불을 끄기 위해.

강리우가 세아의 손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자신도 이 시간이 끝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이 시간이 끝난 후에야, 다음 시간이 올 수 있다는 것을. 다음의 불. 다음의 손가락들의 움직임. 다음의 음악.

세아와 강리우는 병실을 떠났다. 복도의 형광등 아래로. 그들의 손은 여전히 맞잡혀 있었다. 떨리면서. 하지만 떨어지지 않으면서.


THE END OF CHAPTER 239

# 제239장의 끝 – 확장판

## 1부: 깨달음의 순간

세아는 그것을 봤다.

어머니가 강리우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는 것을. 마치 자신이 그를 떨어뜨리면, 그도 자신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으로. 침대 위에 누워있던 어머니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그 손가락들만은 살아있었다. 살아있고, 간절했다.

세아의 눈은 그 손들의 움직임을 따라갔다. 창백한 손목에서 나오는 어머니의 손, 그리고 그것을 감싸안은 강리우의 손. 두 개의 손이 하나가 되려고 애쓰는 모습. 마치 그것이 유일한 생명줄인 것처럼.

“너를 만났을 때, 나는 내가 다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강리우의 목소리가 병실을 채웠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고,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마치 이 말들이 누군가에게 도둑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세아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의 검은 눈동자. 그 안에 비친 것은 무엇인가? 절망인가, 아니면 희망인가?

“내 손가락이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는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피아니스트의 손. 길고 우아한 손가락들. 하지만 그 손가락들은 떨리고 있었다. 세아는 그 손을 본 순간, 자신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두려움의 떨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깊은 연민의 떨림이었다.

“너의 음악을 들었을 때, 너의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강리우가 멈췄다. 그의 입술이 떨렸다. 세아는 그가 다음 말을 이어가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마치 그 말들이 그의 목에 걸려있는 것처럼. 그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들이 맺혔다.

“나는 너를 구하고 싶었어. 왜냐하면 너를 구하는 것이 나를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 세아는 자신이 호흡을 멈추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병실의 형광등이 윙윙거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 기계음은 마치 이 순간을 측정하는 맥박처럼 들렸다.

“너의 불을 끄지 않으면, 내 손가락도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 말이 나온 순간, 뭔가가 세아의 내부에서 부러졌다. 그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미움인가, 아니면 동정인가? 아니, 그것은 둘 다도 아니었다. 그것은 순수한 이해였다. 강리우가 자신의 불을 자신의 손가락 움직임과 연결했던 순간을 이해하는 것. 그렇게 될 때, 사람은 다른 사람의 불을 끄는 것으로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될 때, 사랑은 구원이 되고, 구원은 이기주의가 된다.

## 2부: 움직임과 침묵

세아의 몸이 움직였다. 그것은 의식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본능이었다. 강리우를 향해. 그를 멈추기 위해. 또는 그를 잡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손이 그의 팔을 닿았다.

그 접촉은 작았다. 거의 우연처럼 보일 수 있는 접촉이었다. 하지만 강리우는 마치 그것이 벼락인 것처럼 반응했다. 그는 말을 멈추고, 호흡을 멈추고, 존재하는 것을 멈췄다. 세아는 그의 팔의 근육이 순간적으로 긴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강리우가 멈췄다. 그리고 그녀를 봤다. 처음으로 그 말 이후에 그녀를 직접 봤다.

세아는 그의 눈에서 무언가를 읽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의 눈은 너무 깊었다. 마치 그것이 정말로 눈이 아니라, 어떤 깊은 우물인 것처럼. 그 안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 물은 검고 차가웠다.

그의 얼굴에 무언가가 일어났다. 무너지는 것. 구조가 붕괴되는 것. 마치 모든 말이 자신을 붙들고 있던 줄이었고, 이제 그 줄이 끊어지고 있는 것처럼.

“나는 너를 구하지 못했어.”

그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신음에 가까웠다. 세아는 그가 이 말을 하기 위해 얼마나 오래 견뎌내야 했는지를 깨달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말이 그의 가슴 속에서 부패했는지.

“오히려 나는 너를 더 깊이 태웠어.”

그의 손가락들이 펼쳐지고 오므려지는 것을 반복했다. 마치 그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마치 그렇게 하면, 자신의 죄를 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그것을 알았어. 한강에서. 너의 손을 잡았을 때. 그리고 너를 병원으로 데려갔을 때.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을 때. 나는 나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어.”

세아의 머리 속에는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한강. 물. 손. 피. 그녀는 그 이미지들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것들은 계속해서 돌아왔다. 마치 파도인 것처럼. 자신을 계속해서 두드리는 파도.

“나의 손가락은 영원히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의 말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세아는 그 말이 단순한 진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선고였다. 자기 자신에 대한 선고.

“그리고 그것이—그것이 내 잘못이라는 것을.”

병실의 공기가 갑자기 두꺼워졌다. 세아는 호흡하기가 어려워졌다. 마치 공기가 물로 바뀐 것처럼. 그녀의 폐는 그것을 처리하려고 애썼지만, 실패했다.

강리우의 손이 어머니의 손에서 떨어졌다.

그 순간은 중요했다. 그것은 분명히 중요했다. 세아는 어머니의 얼굴을 봤다. 어머니는 무언가를 잃은 것처럼 보였다. 마치 그의 손이 떨어져 나감과 동시에, 자신의 일부도 떨어져 나간 것처럼.

그리고 강리우의 손이 세아를 향해 들었다. 아주 천천히. 마치 그것이 무기인 것처럼. 또는 항항복의 신호인 것처럼.

세아는 그 손을 봤다. 떨리는 손가락들. 피아니스트의 손. 하지만 건반 위에 있지 않은 손. 건반을 거부하는 손.

그 손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것은 깨져있었다.

세아는 그 손을 잡았다.

## 3부: 두 개의 손

그 순간, 세상이 멈추었다. 시간이 멈추었다. 병실의 형광등도, 창밖의 도시도, 어머니의 호흡도 모두 멈추었다.

두 개의 손이 만났다. 강리우의 손과 세아의 손. 피아니스트의 손과 음악가의 손. 불에 탄 손과 불을 끄려고 하는 손.

“아.”

어머니가 작은 소리를 냈다. 그것은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순수한 감정의 표현이었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아들이 다시 한 사람과 손을 맞잡는 것을 보고 있었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세아의 손가락들이 강리우의 손가락들을 감쌌다. 그의 손가락들은 정말로 떨리고 있었다. 그것은 감정적인 떨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경계의 손상으로 인한 떨림이었다. 그것은 신체가 마음을 따라가려고 애쓰고 있다는 증거였다.

“너의 손이 얼마나 차가운지…”

세아가 속삭였다. 그녀의 입술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 말은 강리우를 향한 말이었는가? 아니면 자신을 향한 말이었는가?

병실의 불이 깜빡였다. 형광등이 계속해서 윙윙거리고 있었다. 그 소리는 마치 기계의 심장박동인 것처럼 들렸다. 세아는 자신의 심장박동이 그 소리와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그녀가 이미 이 병실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처럼. 마치 그녀가 이미 이 기계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처럼.

어머니는 여전히 침대 위에 있었다. 세아와 강리우는 병실 중앙에 서 있었다. 손을 맞잡고. 두 개의 떨리는 손. 두 개의 불에 탄 영혼.

세아는 자신의 손과 강리우의 손이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은 말을 하고 있었다. 입과 혀가 할 수 없는 말들을 말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나는 너를 이해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나는 너를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치 그들이 이 순간을 통과하면, 무언가가 끝날 것 같은 느낌으로.

그것이 무엇인가? 그들의 고통인가? 아니다.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고통은 계속될 것이다. 아마도 영원히.

그렇다면 무엇이 끝날 것인가? 아마도 그것은 그들이 혼자라는 느낌일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그들이 자신의 불을 혼자 끄려고 애쓰는 느낌일 것이다.

## 4부: 현실로의 귀환

“도현이를 찾아야 해.”

세아가 말했다. 그 말은 강리우를 향한 말이 아니었다. 누군가를 향한 말도 아니었다. 그것은 선언이었다. 그것은 현실로의 회귀였다.

병실의 벽들이 갑자기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 흰 벽들. 그 냉각 장치의 소리. 그 의료용 냄새. 모두가 현실이었다. 모두가 지금이었다.

도현이. 그녀의 남동생. 그는 어디에 있는가?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는 자신의 언니가 병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도현이를 찾아야 해.”

그 말은 이 병실의 벽 너머로의 돌아감을 의미했다. 그것은 이 순간의 끝을 의미했다. 이 소중한, 깨지기 쉬운 순간의 끝.

남동생을 찾기 위해.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태우는 불을 끄기 위해.

세아는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봤다. 거기에는 무엇이 있는가? 불이 있는가? 예. 거기에는 불이 있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타고 있었다. 그것이 시작된 때는 언제인가? 아마도 자신이 태어났을 때부터일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항상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그것을 주었을 때부터. 또는 도현이가 그것을 필요로 했을 때부터.

강리우가 세아의 손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아는 그의 고개 끄덕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손을 통해 전달되었다. 진동처럼. 파동처럼.

“응. 우리 함께 찾자.”

강리우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았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결단이 있었다. 또는 최소한 시도할 의지가 있었다.

마치 자신도 이 시간이 끝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이 시간이 끝난 후에야, 다음 시간이 올 수 있다는 것을. 다음의 불. 다음의 손가락들의 움직임. 다음의 음악.

어머니는 그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세아는 어머니의 눈이 자신과 강리우를 따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머니의 눈은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가? 두려움인가? 희망인가? 아니면 단순한 관찰인가?

세아는 어머니에게 가서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면, 강리우의 손을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어머니, 우리 잠깐만 나갔다 올게. 도현이를 찾아야 돼. 우리 금방 돌아올게. 약속할게.”

세아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는가? 그녀가 정말로 금방 돌아올 것인가? 그녀가 도현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미래는 항상 불확실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 5부: 복도와 떨리는 손들

세아와 강리우는 병실을 떠났다.

복도의 형광등 아래로. 그들의 손은 여전히 맞잡혀 있었다. 떨리면서. 하지만 떨어지지 않으면서.

복도는 길었다. 세아는 이 복도를 몇 번이나 걸어봤는가? 수백 번인가? 수천 번인가?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그것이 처음 걷는 길인 것처럼. 마치 그것이 전혀 다른 병원인 것처럼.

“너는 도현이가 어디에 있을 것 같아?”

강리우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더 정상적으로 들렸다. 마치 그가 어떤 깊은 곳에서 나온 것처럼. 마치 그가 어떤 깊은 물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세아는 생각했다. 도현이. 그녀의 남동생. 그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아, 아니다. 그녀는 자살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은가? 그녀는 단지… 물로 들어갔을 뿐이다. 그리고 손이 자신을 잡았다. 그것이 자살인가?

“모르겠어. 아마도 학교에 있을 거야. 아니면 집에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세아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도현이가 어디에 있을 수 있는지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남동생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

그들은 계속 걸었다. 복도는 계속되었다. 형광등들은 계속 윙윙거렸다.

“너는 피아노를 치고 싶어?”

세아가 갑자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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