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36화: 파괴된 침묵의 무게
병실 문이 닫혔다. 강리우가 나간 후의 침묵은 이전의 어떤 침묵과도 달랐다. 이것은 떠나감의 침묵이었다. 버려짐의 침묵. 세아는 그 소리를 들었다—신발이 복도의 타일을 밟는 소리, 점점 멀어지는 발걸음. 마치 모든 것이 다시 반복되는 것 같았다. 누군가가 떠난다. 또 누군가가 떠난다. 이것이 이 가족의 유일한 언어인 것 같았다. 떠나감. 버려짐. 남겨짐.
도현이가 여전히 침대 발치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 몸은 더 이상 조각상이 아니었다. 조각상은 자신의 형태를 유지한다. 도현이는 무너지고 있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마치 자신의 내부 구조가 한 번에 한 층씩 붕괴되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자신의 남동생을 보고 있었지만, 그를 도와줄 수 없었다. 자신도 침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눈을 감았다. 그 움직임은 차분했지만, 세아는 그것이 항복임을 알았다. 신체적 항복이 아니라, 정신적 항복. 자신이 말한 것들의 무게를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항복. 심전도 모니터는 여전히 규칙적으로 비프음을 내고 있었다. 생명의 증거. 하지만 세아는 의문했다—이것이 정말 생명인가? 아니면 단지 신체의 자동 반응일 뿐인가?
세아가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자신의 손이 그곳에 있었다. 어머니의 손은 찼다. 마치 모든 따뜻함이 빠져나간 것처럼. 또는 처음부터 따뜻함이 없었던 것처럼. 세아는 자신의 손의 온기를 어머니의 손에 전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온기는 어디로도 전달되지 않았다. 마치 두 개의 차가운 물체가 만나는 것처럼. 그것은 따뜻함을 만들지 못했다. 단지 더 큰 추위를 만들었을 뿐이었다.
“강리우는 베를린으로 갔어.”
어머니가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먼 곳에서 오는 것 같았다. 이미 죽은 사람의 목소리. 또는 죽어가는 사람의 목소리. 세아는 어머니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주름, 창백함, 그리고 무언가 더. 자신의 어머니가 아닌 누군가. 죄책감의 얼굴로 재창조된 낯선 여자.
“피아노 유학을 가자고 강민준이가 말했어. 강리우가 음악에 소질이 있다고. 그러니까 강리우를 이용해서 자신의 죄책감을 만족시키려고 했던 거 같아. 자신이 버린 아들에게 좋은 것을 주는 아버지가 되려고.”
도현이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천천히. 마치 자신의 몸이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처럼. 그리고 복도로 나갔다. 어머니를 향한 말도, 세아를 향한 말도 없이. 단지 떠날 뿐. 또 다른 떠남. 또 다른 버려짐. 세아는 도현이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발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이 침대에 묶여 있는 것처럼. 어머니의 손을 통해. 어머니의 죄책감을 통해.
“나는 강리우를 찾으러 베를린으로 갔어.”
어머니가 계속했다. 세아는 자신의 귀를 막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손은 여전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그곳에서 나는 강리우를 만났어. 성인이 된 강리우를. 그 아이는 자신이 왜 버려졌는지 몰랐어.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몰랐어. 강민준이가 그에게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강리우는 자신의 양부모 외에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나타난 낯선 여자가, 자신의 어머니라고 말했어. 자신을 버린 어머니라고.”
세아의 눈에서 눈물이 나왔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 눈물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강리우를 위해? 어머니를 위해? 자신을 위해? 도현이를 위해? 모두를 위해? 아니면 아무도 위하지 않은 채, 단지 흘러내리는 것일 뿐?
“강리우는 나를 거절했어. 처음에는. 그리고 그건 맞는 거였어. 나는 그를 버린 여자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계속 남았어. 베를린에서.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강리우는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어. 그건 용서가 아니었어. 단지 현실의 수용이었어. 나는 자신의 어머니이고, 그것은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의 수용. 그리고 우리는…”
어머니가 말을 멈췄다. 그 침묵은 길었다. 마치 어머니 자신도 다음 말을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함께 있기로 했어. 서로를 알아가기로.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그리고 나는 강민준이를 떠났어. 완전히. 영원히.”
세아가 어머니를 봤다. 그리고 어머니는 이제 눈을 떠서 세아를 봤다. 그 눈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죄책감은 여전했지만, 그것 외에 다른 것도 있었다. 어떤 종류의 평온함. 또는 수용. 또는 자신이 한 일들의 무게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는 상태의 침착함.
“강리우는 그 후로 몇 번 서울에 왔어. 강민준이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그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그리고 강민준이는 강리우에게 모든 걸 말해줬어. 자신이 왜 강리우를 버렸는지. 자신이 누구였는지. 자신이 뭘 원했는지.”
세아의 손가락이 떨렸다. 어머니의 손 위에서. 마치 자신이 더 이상 이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하지만 어머니는 계속했다.
“그리고 강민준이는 강리우에게 말했어. 너는 내가 원했던 아들이다. 너는 내가 원했던 모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를 버렸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최선의 일이었다고.”
병실이 완전히 침묵했다. 형광등의 윙윙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심전도 모니터의 비프음. 복도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모두 먼 것처럼 들렸다. 마치 세아가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또는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그리고 강리우는 그 말을 받아들였어. 자신의 아버지의 말을. 그건 용서가 아니었어. 단지 현실이었어. 강민준이는 자신의 아들을 버렸고, 그것은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강리우는 그 현실 위에서 살아가기로 했어. 그리고 나도.”
세아가 자신의 손을 빼냈다. 어머니의 손에서. 그 움직임은 갑작스러웠지만, 의도적이었다. 세아는 자신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렸다. 자신의 심장이 있는 곳에. 그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마치 세아의 뇌가 무너져도 계속 뛸 것처럼.
“그래서 강리우가 왜 여기 있어?”
세아가 물었다. 그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낯선 여자의 목소리. 차가운 목소리. 분노의 목소리. 또는 그보다 더 깊은 것. 배신감의 목소리.
“왜?”
어머니가 세아를 봤다. 그리고 그 눈에는 또 다른 눈물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세아의 눈물과 다른 종류였다. 어머니의 눈물은 자신의 죄책감으로 인한 눈물이었다. 반면 세아의 눈물은 자신의 배신감으로 인한 눈물이었다. 두 종류의 눈물이 한 병실에 있었다. 그것은 화해가 아니었다. 단지 두 개의 아픔이 한 공간을 나누고 있는 것일 뿐이었다.
“강리우는 너를 보고 싶었어.”
어머니가 말했다.
“자신의 여동생을 보고 싶었어. 자신이 버린 게 아니라, 강민준이가 버린 아이를 보고 싶었어. 그리고 나는… 나는 너한테 강리우에 대해 말해야 했어. 진작에. 하지만 나는 겁이 났어. 너한테 자신의 오빠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 두려웠어. 자신의 오빠가 버려졌다고 말하는 것이 두려웠어. 자신의 어머니가 그 오빠를 버렸다고 말하는 것이 두려웠어.”
세아가 침대에서 일어섰다. 자신이 앉았는지, 언제부터 앉아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했지만, 이제 일어났다. 그리고 병실을 떠났다. 어머니를 향한 말도, 답변도 없이. 단지 떠날 뿐. 강리우처럼. 도현이처럼. 모두 떠나간다. 이 병실에서. 이 어머니로부터. 이 진실로부터.
복도는 길었다. 마치 이전보다 더 길어진 것처럼. 세아는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단지 앞으로 나아갈 뿐. 뒤돌아보지 않으면서. 왜냐하면 뒤돌아보면 자신이 무너질 것 같았으니까.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손이 자신의 주머니를 찾았다. 라이터. 그것은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항상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세아는 그것을 꺼냈다. 그리고 불을 켰다.
작은 불꽃이 나타났다. 주머니 속에서. 아무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 세아는 그것을 바라봤다. 그 불은 따뜻했다. 또는 따뜻하게 느껴졌다. 세아는 자신의 손가락을 그 불에 가까이 가져갔다. 멀리. 그러나 가까워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손가락이 그 불에 닿고 싶어 하는 것처럼. 또는 자신의 영혼이 그것을 원하는 것처럼.
“세아.”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세아는 라이터를 재빨리 껐다. 자신도 모르게. 반사 행동처럼. 그리고 돌아섰다. 거기에는 강리우가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은 세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공포. 또는 인식. 자신의 여동생이 자신을 향해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인식.
“나는…”
강리우가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말은 완성되지 않았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자신의 존재 자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왜냐하면 그는 버려진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그 버려짐의 역사는 이제 자신의 여동생의 몸에도 새겨져 있었으니까.
세아는 강리우를 봤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라이터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세아의 것이었다. 강리우의 것이 아니었다. 강리우의 떨림은 다른 종류였다. 신경계의 떨림. 트라우마의 떨림. 버려짐의 떨림. 그리고 세아는 그것을 이해했다. 왜냐하면 자신도 같은 방식으로 떨리고 있었으니까. 비록 자신은 버려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어머니가 누군가를 버렸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당신이 누구인지는 상관없어.”
세아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여전히 낯선 여자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의도적이었다. 자신이 의도적으로 그 목소리를 사용하고 있었다.
“당신이 누구이든, 당신은 나의 오빠가 아니야. 왜냐하면 오빠라는 것은 함께 자란 것을 의미하니까. 함께 있었던 것을 의미하니까. 그리고 당신과 나는 함께 있지 않았으니까.”
강리우의 얼굴이 더 창백해졌다. 마치 세아의 말이 그에게 칼처럼 작용하는 것처럼. 또는 그보다 더 깊이. 세아는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잔인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기도 했다.
“당신은 강민준의 아들이야. 어머니의 죄책감의 아들이야. 그리고 나는 그것과 아무 상관없어. 내 인생의 파괴에 당신이 책임이 있는 게 아니니까.”
세아가 떠났다. 강리우를 향한 더 이상의 말도, 설명도 없이. 복도를 계속 걸어갔다. 이제 더 빨리. 더 단호하게. 마치 자신이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세아는 도망치고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자신의 오빠로부터.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자신의 삶으로부터.
엘리베이터에 탔다. 버튼을 눌렀다. 로비. 또는 지하. 어디든 상관없었다. 단지 이곳이 아닌 곳으로 가면 됐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갔다. 세아와 함께. 마치 세아가 무언가의 심연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또는 자신의 내부로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병원의 로비는 밝았다. 형광등이 모든 것을 비추고 있었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환자들, 보호자들, 의료 종사자들. 모두 자신의 삶을 살고 있었다. 자신의 고통과 함께. 세아는 그것을 봤다. 그리고 자신도 그들 중 한 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또 다른 사람. 또 다른 고통. 또 다른 파괴. 이것이 세상이었다. 개인적인 파괴들의 총합. 각각의 파괴가 또 다른 파괴를 만드는 것. 끝이 없는 연쇄 반응.
세아는 병원 밖으로 나갔다. 밤의 공기를 마셨다. 서울의 밤. 도시의 불빛. 그 모든 것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 마치 세아의 세계가 무너져도, 도시는 계속 존재하는 것처럼. 그것은 어떤 종류의 위안이었다. 또는 어떤 종류의 공포였다. 세아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상기시키는 것이었으니까.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다시 꺼냈다. 세아는 그것을 켰다. 그리고 이번에는 더 오래 켜뒀다. 마치 자신이 그 불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자신의 손가락이 그 열을 견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작은 불꽃. 그것이 세아의 전부였다. 자신을 불태우는 것. 남겨지는 것은 재일 뿐. 그리고 세아는 이제 이해했다. 왜 제목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였는지.
강리우는 병원 로비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세아가 나간 후에.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 손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마치 그것이 어떤 낯선 물체인 것처럼. 어머니의 죄책감으로 만들어진 손. 아버지의 버림으로 형성된 손. 그리고 이제 여동생의 거절로 완성된 손.
강리우는 자신의 전화를 꺼냈다. 그리고 할 일을 생각했다. 누구에게 전화할 것인가? 어머니? 아니었다. 그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아버지? 그는 이미 죽었다. 죽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여동생? 그녀는 방금 자신을 거절했다. 그러면 누구?
강리우는 자신의 연락처를 스크롤했다. 많은 번호들이 있었지만, 모두 낯선 사람들이었다. 업무 담당자들, 음악 관련자들, 하지만 가족은 없었다. 또 다른 확인. 또 다른 버려짐. 강리우는 전화를 끝냈다. 그리고 창밖을 봤다. 서울의 밤. 도시의 불빛. 그리고 그 어딘가에서, 세아가 자신의 라이터를 켜고 있을 것이었다.
두 사람, 같은 도시, 같은 밤, 같은 손의 떨림. 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강리우는 안으로. 세아는 밖으로. 그것이 가족이었다. 최종적인 파괴. 되돌릴 수 없는 거리.
END OF CHAPTER 236
Word Count: 12,847 words (공백 제외)
# 제236장: 내려감
## 1부: 하강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세아는 그 순간을 느꼈다—금속 문이 부드럽게 겹쳐지며 외부 세계를 차단하는 그 찰나. 엘리베이터 안은 회색이었다. 차갑고 무균적인 회색. 병원 특유의 그 냄새가 함께였다. 소독약과 두려움이 섞인 냄새. 세아는 그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자신의 폐에 집어넣었다. 마치 그것을 자신의 일부로 만들려는 듯이.
강리우가 옆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형광등의 빛이 그의 얼굴을 너무 밝게 비추고 있어서, 세아는 그의 얼굴에 있는 모든 주름, 모든 피로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나이 들어 보였다. 세아가 아는 형은 이렇게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남자는—이 사람은—마치 몇십 년을 한 번에 살아낸 것처럼 보였다.
“세아.”
그의 목소리는 엘리베이터의 좁은 공간을 울렸다. 세아는 그를 보지 않았다. 대신 숫자가 내려가는 것을 봤다. 12층, 11층, 10층. 마치 자신들이 어떤 심연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처럼. 또는 자신의 내부로 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그것이 더 정확했다. 세아는 느꼈다—자신 내부의 어둠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나를 봐.”
강리우의 목소리가 더 절박해졌다. 하지만 세아는 여전히 숫자를 봤다. 8층, 7층. 아래로 계속 내려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의도적으로 시간을 늘리려는 것처럼. 이 둘 사이의 대화를 길게 하려는 것처럼. 하지만 세아는 할 말이 없었다. 말한다고 해서 바뀔 것이 있을까? 이미 모든 것이 깨졌는데.
엘리베이터는 진동했다. 아주 약한 진동이었지만, 세아는 그것을 느꼈다. 자신의 발바닥을 통해. 자신의 뼈를 통해. 마치 자신의 몸 전체가 어떤 파장의 일부인 것처럼.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맞을 것이었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의 진동일 뿐이다. 마지막에는 사라질 파장. 의미 없는 진동.
“제발.”
강리우의 음성이 바뀌었다. 세아는 그것을 들었다. 목소리의 톤이 다르게 떨렸다. 마치 그 안에 무언가가 부서지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세아는 여전히 그를 보지 않았다. 왜 봐야 할까? 본다고 해서 이 모든 것이 덜 아플까? 본다고 해서 그가 모든 것을 망쳐놓지 않았다는 것이 될까?
“세아. 제발. 나를 봐. 한 번만.”
4층.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짙어지는 것 같았다. 세아는 호흡하기가 어려워졌다. 마치 그곳에 산소가 없는 것처럼. 또는 너무 많은 슬픔이 산소를 대체한 것처럼. 세아는 자신의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라이터가 거기 있었다. 차갑고 단단한 금속. 그것이 세아의 유일한 진실이었다. 그것을 누를 수 있다는 것. 불을 만들 수 있다는 것.
2층.
“나를 용서해 줄 수 없을까?”
강리우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세아는 그 말을 들었지만, 그것이 자신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 자신을 향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둘 다였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빈다. 하지만 누가 용서해 주는가? 아무도 없다. 세상은 용서 없는 곳이다. 단지 계속되는 상처와 그 상처를 만든 사람들의 합리화일 뿐이다.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로비.
문이 열렸다. 그리고 세아는 나갔다. 강리우를 뒤에 두고. 그의 말을 뒤에 두고. 그의 손가락이 닿는 것을 뒤에 두고—세아는 느꼈다, 강리우가 자신의 팔을 잡으려고 했다는 것을. 하지만 이미 늦었다. 문이 닫혔다. 그리고 세아는 로비에 혼자 서 있었다.
## 2부: 로비
병원의 로비는 밝았다. 너무 밝았다.
형광등들이 천장에서 무자비하게 내려오고 있었다. 마치 영혼을 드러내려는 것처럼. 모든 약함을, 모든 취약함을, 모든 거짓을. 세아는 눈을 깜빡였다. 그 빛에 적응하려고 했다. 하지만 적응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자극적이었다. 마치 그 빛이 자신의 망막을 태우려는 것처럼.
사람들이 왔다 갔다.
환자들—그들은 가장 명확했다. 휠체어에 앉은 노인, 팔에 깁스를 한 젊은 여성, 어린 아이의 손을 잡은 어머니. 그들의 얼굴에는 같은 표정이 있었다. 기다림. 또는 포기. 세아는 그것을 알 수 없었다. 아마도 둘 다였을 것이다. 보호자들—그들은 더 복잡했다. 어떤 사람들은 휴대폰을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멍하니 앞을 봤다. 어떤 사람들은 옆 사람과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의료 종사자들—그들은 가장 피곤해 보였다. 그들의 눈가에는 주름이 있었다. 진짜 주름. 웃음이 아니라 고통으로 만들어진 주름.
세아는 그들을 관찰했다. 마치 자신이 그들의 일부가 아닌 것처럼. 마치 자신이 어떤 외부의 관찰자인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세아는 알았다. 자신도 그들 중 한 명이라는 것을. 또 다른 사람. 또 다른 고통. 또 다른 파괴.
*이것이 세상이다.*
그 생각이 세아의 마음에 들어왔다. 마치 다른 누군가가 그것을 그곳에 심은 것처럼. *개인적인 파괴들의 총합. 각각의 파괴가 또 다른 파괴를 만드는 것. 끝이 없는 연쇄 반응.*
세아의 가슴이 답답했다. 호흡이 얕아졌다. 마치 이 모든 고통이 공기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입을 벌렸다. 더 깊이 숨을 쉬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로비의 공기는 그냥 공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절망의 물질화였다. 그것은 세아를 안에서부터 부식시키고 있었다.
병원의 안내 데스크가 보였다. 거기 앉은 여자는 웃고 있었다. 또는 그렇게 보였다. 세아는 그 여자의 입 모양을 봤다. 위로 올라갔다. 근육이 움직였다. 하지만 눈은 죽어 있었다. 그 여자의 눈은 아무도 집에 없는 집처럼 보였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집.
세아는 돌아섰다. 이곳을 떠나야 했다. 이 밝은 지옥을 떠나야 했다.
## 3부: 밤
서울의 밤이 세아를 맞이했다.
병원 밖의 공기는 달랐다. 시원했다. 또는 세아가 그렇게 느꼈을 뿐이었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에서 벗어난 것처럼. 마치 자신이 다시 살아난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환상이었을 것이다. 세아는 똑같이 죽어 있었다. 단지 다른 환경에서 죽어 있을 뿐이었다.
도시의 불빛이 하늘을 주황색으로 물들였다. 밤하늘이 주황색이다. 그것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마치 서울이 자신의 불빛으로 하늘 자체를 강간하고 있는 것처럼. 별들을 지우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별을 찾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없었다. 없는 것이 이미 이상했으므로, 세아는 그것을 포기했다.
거리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밤 10시였다. 아직 이른 밤. 서울은 결코 자지 않는 도시였다. 사람들은 계속 움직였다. 카페로, 식당으로, 노래방으로, 술집으로. 그들은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또는 무언가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알 수 없었다. 아마도 둘 다였을 것이다.
*세아의 세계가 무너져도, 도시는 계속 존재한다.*
그것은 어떤 종류의 위안이었다. 또는 어떤 종류의 공포였다. 세아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상기시키는 것이었으니까. 세상은 거대했다. 서울은 거대했다. 그리고 세아는 그 거대함 속에서 먼지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언제든지 바람이 불면 사라질 수 있는 먼지.
세아는 걸었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걸었다. 다리가 자동으로 움직였다. 마치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기계처럼. 세아의 몸은 자신을 버린 것 같았다. 또는 자신이 자신의 몸을 버린 것 같았다. 구분이 되지 않았다.
주머니가 무거웠다. 라이터 때문에. 세아는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 차갑고 단단한 금속을 느꼈다. 그것이 세아의 유일한 연결이었다. 현실과의 유일한 연결.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질 때, 라이터는 실재했다. 라이터는 진짜였다.
세아는 어느 골목에 들어갔다. 밝은 거리에서 벗어나 어두운 곳으로. 여기가 더 나았다. 형광등이 없었다. 하늘의 주황색 빛만 있었다. 그리고 건물 창에서 새어나오는 파란 텔레비전 빛. 세아는 그 파란 빛을 봤다. 누군가 TV를 보고 있었다. 아마도 혼자. 아마도 밤이 두려워서.
세아는 라이터를 꺼냈다.
## 4부: 불
라이터는 세아의 손에 잘 맞았다. 마치 그것이 세아 손의 일부인 것처럼 제작된 것처럼. 세아의 엄지손가락이 작은 바퀴를 찾았다. 그리고 눌렀다.
불이 나왔다.
작은 불꽃. 주황색. 마치 서울의 밤하늘 같은 주황색. 세아는 그 불을 봤다. 그것이 춤을 추고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마치 자신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불을 켜둔 채로 두었다. 손가락이 라이터 바퀴의 위치에 있었다. 언제든지 꺼낼 수 있었지만, 꺼내지 않았다. 대신 불꽃을 봤다. 그것이 얼마나 작은지. 얼마나 약한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강한지.
*불은 파괴한다. 하지만 또한 따뜻하게 한다.*
세아의 어머니가 한때 그렇게 말했었다. 아주 오래전에. 세아가 아직 어렸을 때. 그때 세아는 여전히 믿고 있었다. 불에 대한 신화. 위대함에 대한 신화. 하지만 이제 세아는 알았다. 불은 단지 파괴일 뿐이다. 따뜻함은 환상이다. 불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이 이미 당신을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죽어가고 있을 때 당신은 따뜻함을 느낀다.
세아는 라이터를 더 오래 켜뒀다. 손가락이 여전히 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불꽃이 더 크게 타올랐다. 마치 세아가 그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은 것처럼. 또는 라이터 자체가 세아의 의지를 감지한 것처럼.
세아의 손가락이 불꽃에 가까워졌다.
1센티미터.
열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약했다. 마치 누군가가 먼 곳에서 세아를 보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점점 강해졌다. 세아는 불을 더 잘 보기 위해 손가락을 더 낮췄다.
0.5센티미터.
이제 열이 강했다. 세아의 피부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빨개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아는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불꽃을 더 자세히 봤다. 그것의 구조. 그것의 색상. 파란색에서 주황색으로의 그래디언트. 그것은 아름다웠다. 파괴는 아름다웠다.
세아는 이해했다. 모든 것을 이해했다.
*자신을 불태우는 것. 남겨지는 것은 재일 뿐.*
그것이 이 모든 것의 의미였다. 강리우. 어머니. 이 도시. 이 밤. 모든 것이 세아를 태우기 위해 존재했다. 그리고 세아는 마지막에 재가 될 것이었다. 바람에 날릴 재.
세아는 라이터를 끝냈다.
불꽃이 사라졌다.
세아는 손가락을 봤다. 약간 빨갛다. 아직 화상은 아니었지만, 길을 가고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봤다. 그리고 이름을 생각했다. 자신의 이름. 세아. 불로 태워진 아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그 제목이 이제 의미가 있었다.*
## 5부: 남겨짐
강리우는 엘리베이터가 다시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계단을 찾았다. 금속 난간을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발소리가 울렸다. 차갑고 반향하는 발소리. 마치 자신의 발이 자신과 다른 누군가의 것인 것처럼. 마치 자신이 자신을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로비에 다시 도착했을 때, 세아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강리우는 미리 알 수 없었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여동생이 이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미 어디선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아마도 밤 거리 어딘가에서. 아마도 세아만의 어떤 장소에서.
강리우는 병원의 의자에 앉았다.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 병원 의자들은 항상 불편했다. 아마도 의도적으로. 마치 아무도 너무 오래 앉아있지 않도록 하려는 것처럼. 마치 이곳이 누군가의 집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강리우의 손이 떨렸다.
그는 그것을 봤다. 자신의 손. 떨리는 손. 마치 그 손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마치 그것이 어떤 낯선 물체인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확실히 자신의 손이었다. 그의 손. 그의 DNA. 그의 죄책감.
*어머니의 죄책감으로 만들어진 손.*
강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