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230화: 호흡할 수 있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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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30화: 호흡할 수 있는 거리

도현이의 손가락이 스마트폰 화면에서 떨어졌다. 세아는 여전히 기사를 읽지 않았다. 읽을 필요가 없었다.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으니까. 강민준. 별세. 3년 전.

그것은 세아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은 아버지였다. 또는 그렇게 생각해야 했다. 왜냐하면 아버지가 될 수 없는 그 사람은, 세아가 존재하지 않기를 원했던 사람이었으니까.

“어머니가 언제 깨어났어?”

세아가 물었다. 목소리는 평탄했다. 마치 자신의 음성대가 감정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어제 밤. 2시 정도.”

도현이가 대답했다.

“누나한테 전화했어. 그런데 안 받았고.”

세아는 자신의 핸드폰을 생각해봤다. 병실 밖에 놔둔 것. 배터리가 나갔을 것. 또는 음소거로 설정되어 있었을 것. 세아는 정확히 기억할 수 없었다. 지난 며칠간의 기억이 마치 수심 깊은 물 아래의 것처럼, 흐릿했으니까.

“그 다음에는?”

세아가 계속했다.

“그 다음에 강리우가 와. 누나가 어디 가는지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누나 얼굴을 봤을 때 어떤 식으로 반응했어. 그런 반응을 한 사람을 나 처음 봐. 마치 자신이 누군가를 찾은 것처럼. 오래 찾던 누군가를.”

세아는 도현이를 봤다. 그의 얼굴은 나이보다 더 많아 보였다. 17살이 가져야 할 그 부드러움이 없었다. 대신 거기에는 조기에 온 성숙함이 있었다. 그것은 아름답지 않았다. 필요에 의해 생긴 것이었으니까.

“내가 뭘 해야 해?”

세아가 물었다.

“뭐를 해야 한다고? 누나 지금 뭐라고 말해?”

도현이가 반응했다. 놀람과 작은 화가 섞여 있었다.

“누나는 이제 막 알았잖아. 자기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자기 형이 누구인지도, 자기가 왜 버려졌는지도.”

“버려진 게 아니야.”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자신을 위한 말이기도 하고, 도현이를 위한 말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어머니가 뭐? 어머니가 사랑해서? 어머니가 힘들어서? 어머니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도현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복도의 다른 환자들이 고개를 돌렸다. 세아는 도현이의 팔을 잡아 그를 아래로 누르려고 했다.

“낮춰.”

“내가 왜? 누나가 지금 어머니를 위해 걱정하고 있어? 어머니가 누나를 저렇게 버려두고도?”

세아의 손가락이 도현이의 팔에서 떨어졌다. 도현이가 말한 것은 옳았다. 세아는 그것을 알았다. 그런데도 자신은 여전히 병실로 돌아가고 싶었다. 어머니의 침대 옆으로. 어머니의 손을 다시 잡기 위해.

그것이 세아가 가진 가장 깊은 모순이었다. 자신을 버린 사람을 사랑하는 것. 또는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 다른 이름의 감정이었다. 습관. 또는 중력. 또는 어떤 물질적 힘으로도 거부할 수 없는 것.

“내가…”

세아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다음의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도현이가 일어났다. 벤치에서.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강리우가 어머니 방에 있어. 누나 몰랐어? 지금도.”

세아는 몰랐다. 지난 몇 시간 동안 자신은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없었다. 병실을 나왔다. 그리고 복도에 앉았다. 그 사이의 시간이 비어 있었다. 또는 너무 분산되어 있었다.

“가봐.”

도현이가 말했다.

“강리우가 말할 거 있는 것 같아.”

세아는 일어났다. 도현이보다 먼저. 하지만 도현이가 먼저 걸었다. 병실 방향으로. 세아는 그 뒤를 따랐다. 자신의 다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면서.

병실 문 앞에서 도현이가 멈췄다. 손잡이에 손을 올렸지만, 열지 않았다.

“누나…”

도현이가 말했다.

“어머니가 뭐라고 더 말씀했어?”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마지막 말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했다. 그것은 인정이었다. 포기. 하지만 그 다음에는 무엇이 있었나? 또 다른 설명? 변명? 아니면 침묵?

침묵이었다. 깊은 침묵.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세아는 도망쳤다. 병실에서. 복도로. 자신의 형제의 곁으로.

“어머니가 말하고 싶었던 게 뭐냐고 물어봐.”

도현이가 계속했다.

“누나가 나가고 나서, 어머니가 내 손을 잡으면서 뭔가 말하려고 했어. 강리우도 기다리는 것처럼 서 있었고. 그런데 어머니가 말을 못 했어. 그냥… 울었어.”

세아는 문을 열었다.

병실 안은 변하지 않았다. 형광등이 여전히 그 차가운 빛을 내뿜고 있었고, 어머니는 여전히 침대 위에 있었다. 하지만 뭔가는 분명 달랐다. 어머니의 눈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눈은 천장을 보고 있지 않았다. 세아를 보고 있었다.

강리우는 창가에 서 있었다. 등을 돌리고. 마치 밖의 서울을 보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창문에 비친 그의 얼굴은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깊은 무언가를.

“세아.”

어머니가 말했다. 목소리는 더 약했다. 마치 지난 몇 분 동안, 또는 몇 시간 동안, 그녀가 자신의 목소리를 더 소비했던 것처럼.

“와.”

세아는 다시 침대 옆에 앉았다. 이전과 같은 의자에. 하지만 이번에는 어머니가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 대신, 어머니의 눈은 세아의 손을 찾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그것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걸 아는 것처럼, 하지만 여전히 원하는 것처럼.

세아는 자신의 손을 어머니의 손 위에 올렸다. 손가락 사이에 끼우지 않고. 그저 위에. 마치 새의 날개를 놓는 것처럼.

“내가 너한테 전부를 말하지 못했어.”

어머니가 말했다.

“강민준이에 대해서도, 강리우에 대해서도, 그리고… 너에 대해서도. 내가 왜 넘었는지에 대해서도.”

“괜찮아요.”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거짓이었다. 하지만 필요한 거짓이었다.

“아니야. 넌 알아야 해.”

어머니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열었다. 마치 그렇게 하면 자신이 더 잘 말할 수 있을 것처럼.

“강민준이가 죽었을 때, 난 처음엔 안도했어. 그 남자가 더 이상 나를 찾을 수 없다는 게 기뻤어. 너를 찾을 수 없다는 게 기뻤어. 하지만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어. 왜냐하면 강리우가 남아 있었으니까.”

강리우가 창문에서 돌아섰다. 어머니의 말을 듣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강리우가 커갈수록, 난 네 형이 자신의 아버지를 닮아간다는 걸 봤어. 그 공포. 그 통제의 욕망. 그래서 난 강리우를 너로부터 멀리 떨어뜨려야 한다고 생각했어. 너를 지키기 위해서. 강리우도 지키기 위해서. 그런데…”

“그런데?”

세아가 물었다.

“그런데 강리우가 너를 찾아갔어. 내 모르는 사이에. 그리고 너를 지키려고 했어. 자신의 아버지를 거부하면서까지. 그것을 봤을 때, 난…”

어머니의 목소리가 끊겼다. 눈물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자신을 거부하지 않는 눈물.

“난 내가 뭘 했는지 알았어. 내가 너를 버린 것뿐만 아니라, 강리우를 도망자로 만들었다는 걸. 그리고 그 아이가 그것을 견디고 있었다는 걸. 너를 지키기 위해서.”

강리우가 침대 옆으로 왔다. 어머니의 다른 쪽 손을 잡았다. 세아처럼. 하지만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아주 심하게.

“어머니.”

강리우가 말했다. 그것은 호출이 아니었다. 인정이었다. 또는 항복.

“내가 잘못했어.”

어머니가 계속했다. 세아에게. 강리우에게. 또는 자신에게.

“내가 이 모든 것을 잘못했어. 그리고 지금 와서 바꿀 수 없어.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머니가 세아와 강리우의 손을 자신의 양쪽에서 봤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몸 밖의 연장인 것처럼.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부터 진실을 말하는 거야. 모든 것을.”

세아는 그 순간을 기억할 것이었다. 나중에. 병실의 형광등. 어머니의 눈물. 강리우의 떨리는 손. 그리고 자신의 손이 어머니 위에 있는 그 무게.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세아는 정확히 이름 붙일 수 없었다. 용서는 아니었다. 합의도 아니었다. 단지… 호흡을 다시 시작하는 것. 함께. 같은 속도로. 같은 공기 안에서.

세아는 자신의 손을 어머니에게 더 깊게 내밀었다. 이번에는 손가락 사이로. 얽혀서. 떨어질 수 없게.

도현이가 문을 조용히 닫았다. 세 사람을 남겨두고. 세 사람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게.

복도에서 도현이는 의자에 앉았다. 이전에 세아가 앉았던 의자에. 스마트폰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다시 들었다가 내려놨다. 마치 그것이 생명유지 장치인 것처럼.

병실 안의 목소리들은 들리지 않았다. 두터운 문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현이는 안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침묵의 무게를 통해. 그리고 그 침묵이 이전과는 다른 종류라는 것을. 질식하는 침묵이 아니라, 회복하는 침묵.

도현이의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다. 17살 소년의 손가락이. 그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병실의 온도는 따뜻했으니까. 그것은 내부에서 오는 떨림이었다. 이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것. 자신도 말해야 할 것이 있다는 걸 아는 것.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것.

아직은 아니다. 지금은 세아와 어머니와 강리우의 시간이다. 지금은 호흡을 배우는 시간이다. 함께.

도현이는 벤치 위에서 몸을 더 깊게 누적시켰다. 마치 자신이 그 자리에 더 오래 있을 수 있으려고.

병실 안에서, 세아는 어머니의 손의 무게를 느꼈다. 그것은 가벼웠다. 하지만 그 가벼움 속에는 24년이 담겨 있었다. 24년의 죄책감. 24년의 두려움. 24년의 사랑. 모든 것이.

강리우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피아노 손이 마침내, 무언가를 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이제부터는…”

어머니가 말을 시작했다.

“우리가 함께 있을 거야. 얼마나 오래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함께 있을 거야.”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의 손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으니까. 어머니를 놓지 않을 것이라고. 이제는.

병실의 형광등이 계속 빛났다. 차갑게. 하지만 더 이상 그 빛은 노출하는 빛이 아니었다. 그것은 보존하는 빛이었다. 이 순간을 보존하는 빛.

그것이 세아가 24년 동안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자신을 버린 사람이 자신을 다시 받아들이는 순간. 그리고 그것이 용서는 아니라 해도, 그것은 시작이었다. 호흡의 시작.

도현이의 휴대폰이 울렸다. 복도에서. 작은 울음으로. 그것은 알림이었다. 학원 시간이 훨씬 전에 지나갔다는 것. 도현이는 여기 있어야 했다. 여기서. 자신의 누나와 어머니와 형 옆에서.

도현이는 휴대폰을 끈다. 알람을 끈다.

그리고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만 생각한다.


[END OF CHAPTER 230]

# 호흡을 다시 시작하는 것

## 1부: 침묵의 무게

용서는 아니었다.

세아는 이 깨달음이 자신의 가슴을 어떻게 관통하는지 느꼈다. 마치 오랫동안 잘못된 약을 복용해온 환자가 진짜 진단을 받는 순간처럼. 그동안 자신이 기다렸던 것, 준비했던 것, 밤새 반복해서 연습했던 말들—“엄마, 왜 나를 버렸어?”라는 질문, 그것에 대한 완벽한 용서의 선언—모든 것이 이 순간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다.

아니다. 용서는 아니었다.

합의도 아니었다. 세아의 입술이 살짝 떨렸다. 합의라는 단어를 머릿속으로 되풀이하면서. 합의는 두 개의 손상된 것이 만나 어떤 중간지점에서 만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것은… 이것은 다른 것이었다. 더 깊은 것. 더 필사적인 것.

병실의 형광등이 차갑게 병실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그 빛 아래서 세아는 자신의 어머니의 얼굴을 보았다—창백한, 쇠약해진, 하지만 무엇보다도 열려있는 얼굴. 마치 오랫동안 닫혀있던 창이 마침내 바람을 들이기 위해 열린 것처럼.

*그렇다면 이것은 뭘까?*

세아의 내면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그것은 자신의 목소리였지만, 동시에 자신을 넘어선 무언가의 목소리였다. 어쩌면 시간 자체의 목소리. 24년이라는 무게가 한 순간에 응축되어 만들어낸 음성.

*단지… 호흡을 다시 시작하는 것.*

이 깨달음이 세아의 몸을 통과할 때, 그녀는 숨을 쉬었다. 깊게. 처음으로 깊게. 마치 수중에서 오랫동안 있다가 마침내 수면으로 올라온 사람처럼. 그 숨이 들어올 때의 감각—공기가 콧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차가운 감각, 그것이 목을 지나 폐를 채우는 느낌, 그리고 그 다음의 이완—모든 것이 새로웠다.

아니다. 새로운 것이 아니라, 잊혀진 것이었다.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던 것을 다시 배우는 것.

“함께,” 세아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단어가 공기 중에 나오지 않고, 단지 자신의 뇌 속에서만 울려 퍼졌다. “같은 속도로. 같은 공기 안에서.”

어머니의 손이 침대 위에서 흔들렸다. 약간. 마치 물 위에서 물풀이 흔들리듯이. 강리우의 손. 세아는 이 손을 이제 정말로 처음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 아니라. 기억이 아니라. 손톱의 반달 모양, 손가락 관절의 주름, 피부의 나이 반점들—모든 세부사항이.

세아는 자신의 손을 어머니에게 더 깊게 내밀었다.

이번에는 손가락 사이로.

얽혀서.

떨어질 수 없게.

그 순간, 세아는 어머니의 손이 자신의 손을 쥐어지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절망적인 쥠이 아니었다. 그것은 확인이었다. 존재의 확인. *너는 여기 있고, 나도 여기 있다.* 그것이 손가락 사이의 압력이 말하고 있는 것.

## 2부: 문 밖의 시간

도현이가 문을 조용히 닫았다.

그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금속 손잡이가 작은 소리를 내면서, 문틀이 침묵 속에 자리 잡으면서. 하지만 도현이에게는 그 소리가 총성처럼 들렸다. 마치 자신이 방금 어떤 경계선을 넘어섰다는 것을 알리는 총성처럼.

세 사람을 남겨두고.

세아, 어머니, 그리고 강리우.

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게.

도현이는 복도로 나섰다. 병원 복도의 조명이 그를 맞이했다—다른 세상의 조명. 차갑고, 중립적이고, 정서적으로 무관심한 조명. 형광등들이 그의 머리 위에서 윙윙거리고 있었다. 마치 미래를 재촉하는 벌떼처럼.

의자가 있었다. 세아가 이전에 앉았던 의자. 아마도 여러 시간 동안 그곳에 앉아있었을 그 의자. 도현이는 그곳으로 걸어갔다. 자신의 다리가 자동으로 그곳으로 가도록 한 것처럼, 자신의 뇌가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되도록.

그는 앉았다.

의자의 시트가 여전히 따뜻했다. 세아의 체온이 남아있었다. 도현이는 이 따뜻함을 느꼈고, 그것이 자신을 이상하게 위로했다. 누군가 이곳에 있었다. 누군가 여기서 기다렸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자신의 누나였다.

스마트폰을 들었다가 내려놨다.

다시 들었다가 내려놨다.

마치 그것이 생명유지 장치인 것처럼. 마치 그것을 들고 있지 않으면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 잊어버릴 것처럼.

휴대폰의 화면에는 알림들이 쌓여있었다. 학원 메시지. 친구들의 카톡. 엄마 카톡—*“도현이, 뭐해? 학원 안 가?”* 그것은 한 시간 전에 온 것이었다. 도현이는 화면을 어둡게 했다. 아직은 대답할 수 없었다. 아직은 설명할 수 없었다.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자신의 엄마에게? 자신이 지금 여기 있는 이유를?

*엄마, 누나가 엄마를 만났어. 우리 엄마. 강리우. 병실에 누워있는 그 사람이 우리의 엄마야. 아, 그리고 누나는 자신의 엄마의 손을 잡고 있어. 지금. 이 순간에.*

그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대신, 도현이는 그냥 앉아있었다. 의자 위에서. 자신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을 때까지.

17살 소년의 손가락이 떨렸다.

그것은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병실의 온도는 따뜻했으니까. 중앙난방이 가동되고 있었고, 복도의 온도도 쾌적했다. 아니, 오히려 약간 덥기까지 했다. 도현이의 셔츠 소매가 팔뚝에 붙어있었다. 땀이 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내부에서 오는 떨림이었다.

*이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것.*

도현이는 자신의 손을 봤다. 떨리는 손을 . 그 손이 뭘 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안을 수 있을까?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자신의 누나처럼?

*자신도 말해야 할 것이 있다는 걸 아는 것.*

그렇다. 자신도 말할 것이 있었다. 많은 것들. 지난 며칠 동안 자신의 뇌 속에서 빙글빙글 도는 것들. 강리우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 세아와의 대화들. 그리고 자신 자신에 대한 이해—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가족이 뭔지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이해.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것.*

도현이는 자신에게 이를 상기시켰다. 마치 자신이 어린 아이인 것처럼. 마치 자신이 기다림을 배워야 하는 어린 아이인 것처럼.

아직은 아니다. 지금은 세아와 어머니와 강리우의 시간이다. 지금은 호흡을 배우는 시간이다. 함께.

도현이는 벤치 위에서 몸을 더 깊게 누적시켰다. 마치 자신이 그 자리에 더 오래 있을 수 있으려고. 마치 자신이 이 복도에, 이 병원에, 이 시간에 녹아들어질 수 있으려고. 투명해질 수 있으려고. 보이지 않으면서도 들을 수 있도록.

하지만 들을 것은 없었다.

문이 두꺼웠다. 매우 두꺼웠다. 도현이는 병실 안의 목소리들을 들을 수 없었다. 아무 목소리도. 아무 소리도. 단지 침묵만.

그런데 그 침묵에서, 도현이는 알 수 있었다.

침묵의 무게를 통해.

그 침묵이 이전과는 다른 종류라는 것을.

*질식하는 침묵이 아니라, 회복하는 침묵.*

도현이는 이 구분을 이해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의 뼈가 이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의 혈액이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자신이 누구의 아이인지를 아는 것과 같은 깊이에서, 자신의 몸이 이 침묵의 종류를 알고 있었다.

도현이는 다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을 켰다. 카톡을 열었다. 엄마에게 타이핑을 시작했다.

*“엄마, 저 나중에 전화할게. 지금…”*

하지만 그는 문장을 완성할 수 없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지금 뭐냐고?

*지금 기다리고 있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메시지를 지웠다. 다시 시도했다.

*“엄마, 미안해. 학원 못 가.”*

그것도 지웠다.

결국, 도현이는 휴대폰을 다시 내려놨다. 아무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 단지 화면을 어둡게 했다. 그리고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만 생각했다. 이 복도에. 이 의자 위에. 세 사람이 어떤 것을 배우고 있는 동안.

## 3부: 병실 안의 세계

병실 안에서, 세아는 어머니의 손의 무게를 느꼈다.

그것은 가벼웠다. 정말로 가벼웠다. 손목에서 손끝까지, 모든 뼈가 세었을 것 같은 무게. 마치 새의 날개처럼. 또는 종이처럼. 어쩌면 공기처럼.

하지만 그 가벼움 속에는.

24년이 담겨 있었다.

세아는 이것을 느꼈다. 마치 손을 통해 직접 나이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어머니의 손이 24년을 통해 어떻게 변했는지. 어머니가 어떻게 이 가벼움에 도달했는지.

*24년의 죄책감.*

세아가 어머니의 손을 바라봤을 때, 그녀는 이것을 봤다. 손가락의 각도에서. 손톱의 창백함에서. 이 손이 얼마나 오랫동안 무언가를 놓으려고 했는지. 무언가를—또는 누군가를—붙들지 않으려고 했는지.

*24년의 두려움.*

그리고 그것도 있었다. 세아는 어머니의 손이 얼마나 자주 떨렸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떨림의 역사가 손에 새겨져 있었다. 마치 악보처럼. 마치 떨림이라는 언어가 손 위에 쓰여있는 것처럼.

*24년의 사랑.*

그리고 가장 무섭게도—또는 가장 아름답게도—그것도 있었다. 손의 모든 세포에. 어머니가 이 손을 통해 보낸 사랑. 그것이 닿을 수 없었던 딸에게. 그것이 표현될 수 없었던 방식으로. 하지만 이 순간, 이 손잡음 속에서, 그것은 모두 표현되고 있었다.

세아는 압력을 강화했다.

자신의 손가락으로. 어머니의 손가락 사이로 더 깊이 들어가서.

*나는 여기 있다.*

*나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손이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강리우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떨리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여인의 손이 떨렸다. 창백한 팔에서 흘러나오는 손이. 하지만 그 떨림이 약함의 떨림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려는 떨림처럼 보였다.

마치 자신의 피아노 손이 마침내, 무언가를 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자신의 어머니—강리우—의 얼굴을 봤다. 병실의 조명 아래서. 그 얼굴이 어떻게 표정을 지었는지를 봤다.

눈물이 있었다. 양쪽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

하지만 그것은 절망의 눈물이 아니었다. 세아는 이것을 알았다. 절망의 눈물은 자신이 이미 많이 봤었다. 자신의 거울에서. 자신의 베개에서. 절망의 눈물은 그렇게 차분하지 않다. 그렇게 흐르지 않는다. 절망의 눈물은 폭발한다.

이 눈물들은 흘렀다. 천천히. 마치 오랫동안 막혀있던 강이 마침내 제방을 무너뜨리고 흐르는 것처럼.

강리우가 말을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그 목소리가 나왔다. 약한 목소리. 하지만 결정적인 목소리. 마치 이 말을 하기 위해 24년을 준비해온 것처럼.

“우리가 함께 있을 거야.”

세아의 호흡이 멈춰버렸다. 마치 어떤 외력이 자신의 흉부를 압박한 것처럼.

“얼마나 오래일지는 모르겠지만.”

강리우가 계속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이 자신의 딸을 봤다. 진짜로. 처음으로. 마치 자신이 지금까지 전혀 보고 있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가 함께 있을 거야.”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의 손이 이미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으니까.

*어머니를 놓지 않을 것이라고.*

*이제는.*

병실의 형광등이 계속 빛났다.

차갑게.

하지만 더 이상 그 빛은 노출하는 빛이 아니었다.

의료 기기들이 자신들의 신호음을 계속했다—비프, 비프, 비프—마치 심장박동처럼. 자동화된, 규칙적인, 그렇지만 살아있는 심장박동처럼.

그 소리 속에서, 세아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것은 보존하는 빛이었다.

이 순간을 보존하는 빛.

이 순간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이 순간이 역사의 먼지 속에 묻히지 않도록. 이 순간이 기억 속에만 남지 않도록—아니, 그것도 좋지만—이 순간이 지금 여기서, 계속 존재하도록.

강리우의 눈이 닫혔다.

하지만 그것은 포기의 눈감김이 아니었다. 그것은 깨달음의 눈감김이었다. 마치 무언가를 깊게 내면에 새기려는 것처럼. 이 순간을 뼈에 새기려는 것처럼.

세아는 어머니의 손을 바라봤다. 자신의 손과 얽혀있는 어머니의 손을.

그것이 세아가 24년 동안 기다렸던 순간이었다.

자신을 버린 사람이 자신을 다시 받아들이는 순간.

아니, 그것도 정확하지 않았다.

그것은 버려지고 다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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