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24화: 형이 돌아오는 방식
도현이는 깨어 있었다.
새벽 2시 15분, 세아가 병실을 나와 휴대폰을 충전했을 때 받은 도현이의 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다. “누나 지금 어디야?” 뒤이어 울리는 전화음. 세아는 받지 않았다. 손가락이 화면에 닿지 않았다. 강리우의 손이 떠난 자리가 아직도 감각을 잃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게 아니었다. 그냥 무서웠다. 도현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또는 듣고 나면 무언가가 돌이킬 수 없게 깨질 것 같았다.
그래서 세아는 메시지로만 대답했다.
“금방 갈게.”
거짓이었다. 세아는 병실 복도에 앉아 있었다. 형광등 아래서. 밤 공기와 병원의 소독약 냄새가 섞인 공간에서. 휴대폰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창백함과 피로함이 하나로 섞여 있는 그 얼굴을.
메시지가 또 왔다.
“누나 진심으로 물어보는 건데 지금 뭐 하고 있어?”
그리고 5분 뒤.
“형이 찾아왔어.”
세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이번에는 거부 없이. 화면을 터치했다. 도현이와의 대화방을 열었다. 지난 며칠간의 메시지들이 보였다. 대부분 도현이가 보낸 것이었다. 자신을 걱정하는 메시지들. 엄마를 걱정하는 메시지들. 그리고 마지막 하나.
“형 왔어. 형이 진짜 왔어. 누나는 어디야?”
세아는 전화를 걸었다.
도현이가 받기 전에 세 번 울렸다. 네 번째 울림에 목소리가 나왔다.
“누나?”
도현이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17살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이렇게 떨릴 수 있다는 것을 세아는 그제야 깨달았다.
“도현아. 미안해.”
세아가 말했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었다.
“형이 왔어. 누나 모르지? 우리 형이. 강리우가.”
“알아. 강리우가 갔다고 했어.”
“누나는 어디야? 지금 왜 병원에 안 들어와? 엄마가 또 깨어났어. 엄마가 강리우를 찾고 있어. 그리고…”
도현이가 말을 멈췄다. 세아는 그 침묵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전화선을 통해 전달되는 그 무거움.
“그리고 뭐?”
세아가 물었다.
“형이 우리 아버지 얘기를 했어.”
세아의 심장이 멈췄다. 아니,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가슴 속이 드럼이 된 것처럼. 또는 그것이 음악의 시작이었다. 무언가 큰 것의 서곡.
“뭐라고 했어?”
세아가 물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게 들렸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강리우가 말했어. 우리 아버지가 누구인지. 그리고…”
도현이가 다시 멈췄다.
“그리고 뭐?”
“형이 왜 나타났는지. 왜 지금. 왜 우리한테 나타났는지.”
세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병원 복도의 의자에 앉은 채로. 형광등 아래에서. 자신의 손을 바라보면서. 강리우의 손이 있던 자리를.
“도현아. 형이 뭐라고 했어?”
세아가 다시 물었다.
“엄마가 위험해.”
도현이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공포가 있었다. 순수한, 가공되지 않은 공포.
“형이 말했어. 엄마가 지금 위험한 상태라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형이 나타났다고. 형이 엄마를 지켜야 한다고.”
“뭐가 위험하다는 건데?”
세아가 물었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또는 예상하고 있었다. 강민준이라는 이름이 나온 순간부터. 강리우가 도현이를 찾아간 순간부터. 모든 것이 연결되고 있었다. 마치 곡이 진행되듯이. 도입부에서 시작해서 절정으로 향하듯이.
“아버지 이야기해. 누나 아버지. 우리 아버지.”
도현이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눈물이 섞여 있는 것처럼 들렸다.
“강민준이. JYA 엔터테인먼트의 강민준이. 그사람이 우리 아버지인데, 누나는 왜 몰랐어? 엄마는 왜 안 말했어? 그리고 형은 왜 지금 나타나? 왜 지금?”
병실 안에서 들리는 모니터의 소리가 배경에서 들렸다. 규칙적인 신호음. 어머니의 심박동을 나타내는 그 소리. 살아있음의 증거. 또는 그 위험성의 지표.
“강리우가 뭐라고 했어? 정확하게.”
세아가 물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이제 차분했다. 의도적으로. 마치 자신이 마지막 남은 선택지를 선택하는 것처럼.
“형이 말했어. 아버지가 엄마를 찾고 있다고. 오래전부터. 그리고 지금…”
도현이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아버지가 엄마를 데리러 올 수도 있다고.”
세아는 전화를 내려놓지 않았지만, 자신이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이해했다. 전화 너머의 도현이. 병실 안의 어머니. 그리고 어딘가에 있는 강리우. 그리고 그 어딘가 너머에 있는 강민준이라는 이름의 남자.
“도현아. 지금 병실에서 나가.”
세아가 말했다.
“뭐?”
“지금. 지금 당장. 병실에서 나가. 그리고 누나 말이 맞다고 생각하면 어머니를 깨워. 엄마를 깨워서 같이 나가.”
“누나가 뭐하는 건데?”
도현이가 소리쳤다. 공포가 더 커졌다.
“누나는 어디야? 누나도 와야 하는 거 아니야?”
“도현아. 누나는 지금 2층에 있어. 5분이면 갈 수 있어. 넌 먼저 엄마를 깨워. 지금.”
세아는 전화를 끊었다. 도현이의 목소리가 아직도 울리고 있었지만,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그녀는 일어섰다. 의자에서. 형광등 아래에서. 자신의 손을 보지 않으면서.
병원의 계단을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엘리베이터를 택했다. 시간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세아는 자신의 손가락을 센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양쪽 손 모두. 열 개의 손가락.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강리우가 안에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붉었다. 손가락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이 세아를 보는 방식은 다르게 변해 있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눈을 통해 보고 있는 것처럼. 또는 그가 마침내 자신의 눈으로 무언가를 보게 된 것처럼.
“세아.”
강리우가 말했다. 그것은 호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확인이었다.
“도현이가?”
세아가 물었다.
“깨어나고 있어. 어머니도.”
강리우가 대답했다.
“그리고 세아. 난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지금은 아니야.”
세아가 엘리베이터로 들어섰다. 강리우 옆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우리는 3층으로 가야 해. 도현이를 데리고. 어머니를 데리고. 그리고…”
세아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강리우가 물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피해야 해.”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처음으로 그 단어를 입 밖에 낸 것이었다. 아버지. 강민준이라는 이름 대신에. 아버지라는 단어로.
강리우의 손가락이 떨렸다. 더 크게. 마치 자신이 들은 것이 그의 신체를 통해 울려 퍼지는 것처럼.
“너는 어떻게 알았어?”
강리우가 물었다.
“도현이가 말했어. 그리고…”
세아가 엘리베이터의 숫자를 봤다. 2층. 거의 다 왔다.
“그리고 난 이미 알고 있었어. 언제나 알고 있었어. 그냥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야.”
엘리베이터가 3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렸다.
병원의 3층 복도는 비어 있었다. 이 시간에는 의료진도 거의 없었다. 단지 모니터의 신호음과 형광등의 윙윙거리는 소리만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어떤 움직임. 누군가가 뛰어가는 소리.
도현이였다.
그는 엄마를 도와주고 있었다. 아직도 IV 라인이 연결되어 있는 어머니를. 그의 팔로 지탱하면서. 17살의 마른 팔로. 하지만 그것이 어머니를 움직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어머니의 눈이 세아를 찾았다.
“세아.”
어머니가 말했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더 분명했다. 깨어남의 목소리.
“우리 딸.”
어머니가 계속했다.
“넌 어디 있었어?”
“왔어요. 지금 왔어요.”
세아가 어머니에게로 갔다. 도현이를 도와 어머니를 지탱했다. IV 스탠드는 강리우가 들었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어머니가 물었다. 공포가 있었다. 하지만 또한 어떤 결연함도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모르겠어요. 일단…”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때 들렸다.
병원 입구에서 들리는 음성. 남성의 목소리. 호텔 로비 같은 목소리. 정중하지만 명령조의 그런 목소리.
“나 강민준이라고 합니다. 환자 이름으로 방을 찾고 있는데요. 3층인가요?”
세아의 손이 움직였다. 어머니의 팔을 더 세게 잡았다. 마치 자신이 그녀를 놓으면 안 되는 것처럼.
“계단으로.”
강리우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더 크게. 더 분명하게.
“계단으로 가.”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병원의 복도를 통해. 어머니는 천천히 걸었다. 하지만 걸었다. 그녀의 발이 바닥을 딛고 있었다. 24년 동안 피해온 그 발이. 지금 움직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도착음이 또 울렸다.
“이 방이 맞나?”
강민준의 목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그들은 계단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내려갔다. 한 발씩. 한 계단씩. 아래로. 아래로. 마치 음악이 낮은 음으로 변해가듯이.
그리고 세아는 깨달았다.
이것이 9권의 마지막 장면이라는 것을.
이것이 모든 것이 바뀌는 순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형광등 아래에서, 계단을 내려가면서, 자신의 손이 어머니의 팔을 잡고 있고, 뒤에서는 강리우와 도현이가 함께하고 있을 때, 세아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누군가를 위해 불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불타고 있다는 것을.
그것이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병원 밖의 밤은 여전히 차갑고 어두웠다.
하지만 한강의 불빛은 여전히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세아는 달렸다.
어머니의 손을 잡은 채로.
도현이와 강리우를 뒤에 두고.
강민준의 목소리를 뒤에 두고.
자신의 불꽃을 가슴에 안은 채로.
이제 그것이 타오르는 것을 직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
[제9권 종료]
# 세아, 깨어남의 순간
## 제1장 목소리
병원의 형광등은 무정하게 천장을 밝히고 있었다. 그 차갑고 하얀 빛 아래에서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세아는 이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병원의 시간은 현실의 시간과 다르다. 더 길고, 더 무겁고, 더 절망적이다.
“세아.”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아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 목소리는 환각일 수도 있었다. 며칠 전부터 어머니의 목소리가 환각처럼 들려왔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진 것 같았다. 의식이 돌아오고 물러나기를 반복하는 어머니의 상태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이 더 이상 제정신이 아니어서일까.
“세아.”
다시 들렸다.
이번에는 다였다. 세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부터 서서히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얼음물에 빠지는 것처럼.
침대 위의 어머니가 깨어있었다.
검은 눈동자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움직임이 있었다. 몸 전체를 마비시킨 약물들에도 불구하고,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삶이 돌아오고 있었다. 그 눈동자 속에.
“어머니…”
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약해졌는지 몰랐다. 강한 줄 알았는데. 24년을 혼자 살았는데. 자신보다 누군가가 더 중요해지는 순간, 자신은 산산조각 났다.
“우리 딸.”
어머니가 말했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더 분명했다. 깨어남의 목소리였다. 마치 오랜 수면에서 천천히 눈을 떠가는 사람의 목소리. 조각조각 되살아나는 의식의 목소리였다.
“넌 어디 있었어?”
세아는 한 발씩 어머니에게로 갔다. 침대의 옆에 놓인 의자를 밀치고 더 가까이 섰다. 어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이 얼굴을 몇 번이나 봤는데, 매번 다르게 보였다. 때로는 죽은 얼굴처럼 보였고, 때로는 천사처럼 보였고, 때로는 낯선 사람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어머니였다. 자신의 어머니였다.
“왔어요. 지금 왔어요.”
세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은 진실이었다. 자신은 여기 있다. 어머니의 곁에. 그리고 결코 떠나지 않을 것이다.
도현이가 침대의 반대편에서 일어섰다. 그는 며칠 동안 여기 있었다. 세아가 어디로 가든 도현이는 따라왔다. 마치 자신이 그녀의 그림자인 것처럼.
“도와줄게.”
도현이가 말했다. 그의 손이 어머니의 어깨를 지탱했다. 천천히, 부드럽게. 마치 깨질 것 같은 도자기를 다루듯이.
강리우가 IV 스탠드를 들었다. 그 역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들이 뭘 하려고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어머니를 데리고 나가야 한다는 마음.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어머니가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공포가 있었다. 24년을 병원 침대에서만 지낸 사람의 공포였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결연함도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마치 이것이 운명이었던 것처럼.
세아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얇고 약했다. 생명력이 거의 없는 손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따뜻했다. 살아있는 온기가 있었다.
“모르겠어요. 일단…”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 강민준이라고 합니다. 환자 이름으로 방을 찾고 있는데요. 3층인가요?”
병원 입구에서 들리는 음성이 있었다. 남성의 목소리였다. 호텔 로비에서 들릴 법한 목소리였다. 정중하지만 명령조의, 그리고 절대적인 권위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세아의 온 몸이 경직되었다. 산소를 마시기 어려워졌다. 심장이 가파르게 뛰기 시작했다.
강민준.
그 이름만으로도 모든 것이 끝났다.
세아의 손이 움직였다. 어머니의 팔을 더 세게 잡았다. 마치 자신이 그녀를 놓으면 모든 것이 사라질 것 같은 공포감으로.
“계단으로.”
강리우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IV 스탠드를 들고 있는 손가락이 아주 작게, 하지만 분명하게 떨리고 있었다.
“계단으로 가. 빠르게.”
## 제2장 도주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일어난 어머니를 지탱하며. 도현이는 어머니의 한쪽 팔을, 세아는 다른 한쪽 팔을 잡았다. 강리우는 뒤에서 IV 스탠드를 들었다.
병원의 복도는 길었다. 형광등의 빛 아래에서 그 길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계속 갔다. 한 발씩. 한 번의 호흡씩.
어머니는 천천히 걸었다. 매우 천천히. 마치 물속을 걷는 것처럼. 하지만 걸었다. 그녀의 발이 바닥을 딛고 있었다. 24년 동안 피해온 그 발이. 지금 움직이고 있었다.
세아는 어머니의 숨소리를 들었다. 가쁜 숨이었다. 약해진 폐에서 나오는 숨이었다. 마치 자신도 함께 숨을 쉬고 싶었다. 자신의 산소를 어머니에게 주고 싶었다.
“괜찮아요. 거의 다 왔어요.”
세아가 속삭였다. 거짓말이었다. 계단까지는 아직 멀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짓말이 필요했다. 희망이 필요했다.
복도를 돌았다. 또 다른 복도였다. 이 병원은 미로처럼 느껴졌다. 모든 길이 같았다. 모든 복도가 동일했다. 모든 형광등이 동일하게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울렸다.”
도현이가 중얼거렸다. 그것은 강민준이 엘리베이터를 탔다는 뜻이었다. 이제 그는 3층으로 올라오고 있을 것이다.
세아의 손가락이 더 세게 어머니의 팔을 잡았다.
“이 방이 맞나?”
강민준의 목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이제 그는 같은 층에 있었다. 복도 어딘가에서 간호사에게 묻고 있었다.
“계단이야. 여기.”
강리우가 계단 문을 가리켰다.
세아는 계단 문을 열었다. 그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을 열었을 때, 만약 강민준이 이 계단을 사용하고 있다면? 만약 그들이 마주친다면?
하지만 계단은 비어있었다.
그들은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 발씩. 한 계단씩. 아래로. 아래로. 마치 음악이 낮은 음으로 변해가듯이.
어머니의 발이 계단을 디뎠다. 한 발. 또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24년 동안 침대에만 누워있던 다리가 이제 자신을 지탱하고 있었다. 신기했다.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 되었다.
“엄마, 힘내세요.”
세아가 속삭였다. 자신이 어디서 이 힘을 내는지 몰랐다.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데, 자신은 계속 서 있었다.
“계단이 맞다.”
강리우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렸다. 그는 아직 위층에 있었다. 강민준이 이 계단을 사용하려는 것 같았다.
“빠르게. 더 빨리.”
도현이가 말했다.
그들의 속도가 올라갔다. 어머니는 이제 거의 뛰다시피 계단을 내려갔다. 그 다리들이 이토록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죽음 같은 공포가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계단의 소음. 발소리. 호흡음. 그리고 위에서 들리는 발자국.
강민준이 계단을 사용하고 있었다.
“계속 내려가.”
강리우가 말했다. 그는 뒤에서 계단 문을 밀어 잠궜다. 임시로일 뿐이었다. 하지만 몇 초라도 얻을 수 있으면 충분했다.
그들은 계속 내려갔다. 2층. 1층. 그리고 지하층.
“여기야.”
강리우가 말했다.
세아는 지하층 출구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찬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 밤의 공기였다. 자유의 냄새였다.
## 제3장 깨달음
그리고 세아는 깨달았다.
이것이 9권의 마지막 장면이라는 것을.
이것이 모든 것이 바뀌는 순간이라는 것을.
지난 24년 동안, 자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어머니를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강민준을 피하기 위해서?
그 답은 명확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뒤섞여 있었다. 자신의 불꽃이 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사랑인지, 증오인지, 두려움인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다였다.
형광등의 빛 아래에서, 계단을 내려가면서, 자신의 손이 어머니의 팔을 잡고 있고, 뒤에서는 강리우와 도현이가 함께하고 있을 때, 세아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자신이 누군가를 위해 불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불타고 있다는 것을.
그것이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민준으로부터 어머니를 지키는 것. 그것은 결국 자신을 지키는 것이었다. 자신의 영혼을 지키는 것이었다. 자신이 누군가의 도구가 되지 않기 위해.
“빨라.”
강리우가 말했다.
그들은 지하층 출구로 나갔다. 병원 뒤쪽이었다. 별로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
## 제4장 밤의 강변
병원 밖의 밤은 여전히 차갑고 어두웠다.
하지만 한강의 불빛은 여전히 춤을 추고 있었다. 빌딩의 불빛들이 강물 위에 반영되었다. 마치 천상의 빛처럼.
세아는 뒤를 돌아봤다. 병원의 창문들이 켜져있었다. 그 창문 중 어느 곳에 강민준이 있을까. 아마 지금쯤 어머니의 병실에 도착했을 것이다. 빈 침대를 볼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자신의 지배가 끝났다는 것을.
“가자.”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세아는 달렸다.
어머니의 손을 잡은 채로.
도현이와 강리우를 뒤에 두고.
강민준의 목소리를 뒤에 두고.
자신의 불꽃을 가슴에 안은 채로.
이제 그것이 타오르는 것을 직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알면서.
강변의 바람이 세아의 머리카락을 날렸다. 어머니도 달리고 있었다. 약한 다리로. 약해진 폐로. 하지만 달리고 있었다.
“우리 할 수 있어.”
어머니가 말했다.
세아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더 빠르게 달렸다.
뒤에서는 강리우와 도현이가 따라왔다. IV 스탠드를 들고.
한강의 불빛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세아는 생각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이것이 시작이라는 것을.
강민준은 여전히 뒤에 있을 것이다. 여전히 위험할 것이다. 여전히 추적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세아는 다르다.
이제 세아는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이제 세아는 싸우고 있다.
자신을 위해.
어머니를 위해.
그리고 그 둘은 같은 것이었다.
—
**[제9권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