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220화: 불꽃이 손가락을 태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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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20화: 불꽃이 손가락을 태울 때

강리우의 손가락이 벤치 위에서 움직였다. 세아는 그것을 봤다—불규칙하고, 의도적이고, 마치 건반을 치려고 하는 것처럼. 하지만 건반은 없었다. 밤 11시 47분의 한강공원에는 음악도, 악기도, 어떤 구조도 없었다. 오직 두 명의 사람과 그들의 떨리는 손가락들뿐.

“넌 불이라고 했어.”

강리우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거의 중얼거리는 수준으로.

“그게 뭔 말이야?”

세아가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방금 무엇을 말했는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강리우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했다.

“꺼지지 않는 불이라고.”

강리우가 반복했다.

“그럼 넌 뭐야? 그 불의 연료야? 아니면 불을 끌 수 없다는 걸 알고도 계속 타는 사람을 지켜보는 사람이야?”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리우가 계속했다.

“나는 네가 강민준을 방화범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 내 존재 자체가 그의 범죄라고. 그런데 지금 네 표현으로는 내가 불인 거네. 그럼 누가 연료고, 누가 불인지 모르겠어.”

한강의 물이 움직였다. 밤 11시가 넘었어도 서울은 깨어 있었다. 강남 쪽의 건물들이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었고, 어딘가에서는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세상은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병실 밖에서는. 어머니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그곳 밖에서.

“강리우.”

세아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뭐.”

“넌 지금 뭘 생각하고 있어?”

강리우가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슬픈 웃음이었다. 아니, 웃음이 아니었다. 뭔가 다른 것. 자신의 몸이 내는 음성신호 같은 것. 마치 기계가 고장 났을 때 내는 음.

“어머니가 내 이름을 처음 말했어. 병실에서. ‘강리우’라고. 24년을 살면서 어머니가 내 이름을 부르는 걸 들은 적이 없었어. 강민준은 있었어. 그 이름으로 불린 적이 많아. 하지만 어머니가 내 이름을…”

그가 말을 끝내지 못했다.

세아는 그것을 이해했다. 그것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24년의 침묵이 한 번의 이름 호출로 무너지는 경험. 그것은 음악으로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는 불로.

“도현이가 뭐라고 했어?”

강리우가 물었다. 급작스럽게. 마치 다른 주제로 도망치려는 것처럼.

“도현이?”

“응. 너희 엄마가 깨어난 다음에. 도현이가 뭐라고 했어?”

세아는 도현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17살 소년의 얼굴. 너무 빨리 자라버린 얼굴. 마치 누군가가 그를 빨리감기로 돌린 것처럼.

“도현이는… 강해야 한다고 생각했어. 가장 어린 사람이 가장 강해야 한다고.”

세아가 말했다.

“근데 지금 그게 깨어지고 있어.”

강리우가 벤치를 떠났다. 갑자기. 마치 누군가 그를 밀어낸 것처럼. 그는 일어서서 한강을 향해 몇 걸음 걸었다. 공원의 난간까지. 그곳에서 멈췄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내가 도현이한테 뭐라고 해야 해?”

강리우가 물었다. 난간을 쥐면서. 그의 손가락이 금속을 누르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내 형이라고 할 수 있어? 뭐라고 해야 미안하다고 할 수 있어?”

세아는 일어났다. 천천히. 그리고 강리우의 옆으로 갔다. 난간까지. 그녀도 난간을 잡았다. 손가락이 차가웠다. 밤 공기가 금속을 식혀놨다.

“난 형이 될 자격이 없어.”

강리우가 계속했다.

“난 도현이를 모르고, 어머니를 모르고, 너를 모르고 있었어. 그냥 자기 자신만 봤어. 자기 손가락이 떨리는 것만. 자기 쓸모없음만.”

“강리우.”

세아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고, 확실했다.

“넌 지금 뭘 하는 거야?”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그의 눈이 어두웠다. 밤 11시 47분의 한강공원에서. 불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그의 눈이 검은색이었다.

“나는…”

그가 말했다.

“나는 이제 뭐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머니는 침묵했어. 24년을. 그리고 지금 입을 열었어. 강민준은? 강민준은 어디에 있어? 왜 여기에 없어? 왜 자기 아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어?”

세아는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강민준은 없었다. 법적으로는 존재했지만, 여기서는 없었다. 병실에서도, 한강공원에서도, 어떤 곳에서도. 그는 자신의 자식들이 이렇게 부서져가는 것을 보지 않고 있었다.

“나는…”

강리우가 다시 말했다.

“나는 강민준이 자신이 뭘 했는지 아는지 궁금해. 24년 동안 어머니를 침묵하게 한 게 뭔지. 넌 뭐라고 생각해? 그게 사랑이야? 아니면 폭력이야? 아니면 둘 다야?”

세아는 난간을 더 단단히 잡았다.

“그런 건 모르겠어.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 넌 지금 나한테 강민준에 대해 묻고 있어. 그렇지만 넌 강민준이 아니야. 넌 강리우야. 넌 24년을 침묵 속에서 살았던 사람이 아니야. 넌 침묵의 결과야. 그리고 그 침묵을 깨뜨린 사람들 중 하나가 넌데…”

세아가 멈췄다. 그녀의 목소리가 흔들리고 있었다.

“넌 뭐 하고 있어? 난간을 그렇게 잡고 있어?”

강리우가 난간에서 손을 놓았다. 천천히. 마치 그것이 어려운 작업인 것처럼.

“나는…”

그가 말했다.

“나는 혼자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아직도. 어머니가 이름을 부르고, 세아가 불이라고 했는데도. 도현이가 날 형이라고 인정했는데도. 난 아직도 혼자라는 생각이 안 떨어져.”

“그건…”

세아가 말했다.

“그건 너 때문이야.”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넌 자기가 혼자라고 계속 말하고 있어. 그래서 혼자인 거야. 어머니도, 도현이도, 심지어 나도 다 보고 있는데. 근데 넌 계속 자기 손가락만 봐. 자기 떨림만 봐. 그래서 혼자인 거야.”

침묵이 들어왔다. 강리우는 세아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 마치 음악에서 코드를 아는 것과 그 코드를 칠 수 있는 것이 다른 것처럼.

“나는 너한테 물어야 해.”

강리우가 말했다.

“넌 어떻게 하고 있어? 넌 어떻게 이 모든 걸 견디고 있어? 강민준이 자기 아버지라는 걸 알고. 내가 자기 형이라는 걸 알고. 어머니가 24년을 침묵했다는 걸 알고. 넌 어떻게 병실에 앉아서 손가락을 세고 있어?”

세아는 자신의 손가락을 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한, 둘, 셋, 넷, 다섯. 그리고 다시. 왼손. 한, 둘, 셋, 넷, 다섯.

“나는…”

세아가 말했다.

“나는 모르겠어. 난 그냥 하고 있어. 손가락을 세고 있고, 밤 11시 47분의 한강공원에 앉아 있고, 너한테 말하고 있어.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가능한 거야. 사람은 계속 살아가는 거야. 설사 그 이유가 무엇인지 모를지라도.”

강리우가 세아의 손을 봤다. 떨리는 손가락들. 마치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또는 음악을 치려고 하는 것처럼.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없어.”

강리우가 말했다.

“너는 어떻게 그렇게 침착할 수 있어?”

“침착해?”

세아가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진짜 웃음이었다. 첫 번째로. 이 몇 시간 동안 첫 번째로.

“난 지금 떨리고 있어. 내 손가락도 떨리고, 내 마음도 떨리고 있어. 근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떨리면서 계속하는 것. 그게 침착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강리우는 세아의 손을 잡았다. 갑자기.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구명줄을 잡는 것처럼. 그의 손가락이 세아의 손가락에 닿았다. 두 떨림이 만났다. 그것은 더 심한 떨림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두 개의 작은 떨림이 만났을 때, 그것은 어떤 공명을 만들었다. 음악처럼.

“나는…”

강리우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낮고, 깨진 것처럼.

“나는 언제부터 너한테 의존하기 시작했어?”

“모르겠어.”

세아가 대답했다.

“하지만 우린 이제 여기 있어. 한강공원에서. 밤 11시 47분에. 손을 잡고 있고. 그리고 우린 살아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거 아닐까?”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한강을 봤다. 밤의 한강. 불빛이 물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세아도 한강을 봤다. 같은 방향으로. 두 사람이 같은 것을 보고 있었다. 같은 강을. 같은 밤을. 같은 불빛을.

“너는…”

강리우가 말했다.

“너는 정말로 나를 불이라고 생각해?”

“응.”

세아가 대답했다.

“꺼지지 않는 불. 계속 타고 있는데, 누구도 끌 수 없는 불. 그것이 넌 거야.”

“그럼 넌?”

강리우가 물었다.

“넌 뭐야?”

세아는 생각했다. 오래. 한강의 불빛들을 보면서. 그것들이 물 위에서 어떻게 춤을 추는지 보면서. 모든 불빛이 가만히 있지 않다는 것을. 모든 것이 움직인다는 것을.

“나는…”

세아가 말했다.

“나는 그 불의 연료인 것 같아. 계속 타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 불이 타고 있는 동안, 나도 같이 타고 있어. 그래서 우린 둘 다 죽지 않아. 왜냐하면 우린 이미 타고 있으니까.”

강리우의 손가락이 세아의 손가락을 더 단단히 잡았다. 그것은 슬픈 제스처였다. 또는 감사의 제스처였다. 또는 그 둘 다였다.

“우리가…”

강리우가 말했다.

“우리가 함께라는 게 이상해. 이 모든 게 이상해. 근데 동시에 자연스러워. 마치 이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이렇게 함께 타오르는 것이.”

“그래.”

세아가 말했다.

“그래. 우리가 함께 타오르는 거야.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선택이야. 아니면 혼자 어둠 속에서 식어 버리거나.”

밤 11시 52분. 한강공원은 여전히 두 사람을 안고 있었다. 그들의 손은 여전히 잡혀 있었다. 그리고 강은 계속 흘렀다. 세상은 계속 돌았다. 병실에서는 어머니가 여전히 천장을 보고 있었을 것이었다. 도현이는 어디선가 혼자 서 있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강민준은—강민준은 여전히 어디에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한강 위의 불빛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두 개의 떨리는 손가락이 하나가 되어,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도달하고 있을 그 신호들.

세아는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그들은 계속 타오르고, 불빛은 계속 춤을 추고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고마워.”

강리우가 말했다. 거의 중얼거리듯이.

“뭐가?”

“존재해 줘서.”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함께 한강을 봤다. 밤의 한강. 불꽃들의 한강. 그리고 그 모든 것 아래에서, 두 개의 손이 계속 잡혀 있었다. 떨리면서. 하지만 떨어지지는 않으면서.

# 불꽃과 연료

## 1부: 질문

밤 11시 47분.

한강공원의 벤치는 차가웠다. 콘크리트 표면에 밤이 내린 이슬이 맺혀 있었고, 강리우의 검은색 코트 소매가 그 위에 닿으면서 작은 물기를 흡수했다. 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손가락 끝에서 감각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다. 추위 때문일 수도 있고,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었다.

강리우는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떨리고 반짝였다. 수백 개, 수천 개의 불빛들이 밤하늘과 강물 사이의 경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불빛들은 건물들에서 나오는 것이었고, 차들의 헤드라이트에서 나오는 것이었으며, 때로는 아무데서나 나오는 것 같았다. 마치 도시 자체가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그 숨결이 불빛으로 변해 공중으로 흩어지고 있는 것처럼.

강리우는 그 불빛들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자신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세아가 옆에 앉았을 때, 그는 그것을 먼저 느꼈다. 공기의 변화. 온도의 미묘한 상승. 그리고 그 다음에는 소리를 들었다. 신발이 돌 위에 스치는 소리, 옷감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마지막으로 그는 그녀의 냄새를 맡았다. 시골 향수의 그것이 아니라, 도시의 밤 향수. 혼잡한 지하철과 늦은 저녁의 카페, 그리고 어딘가 따뜻한 곳에서 나는 인간의 냄새.

“너는…”

강리우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고, 마치 자신의 생각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사람의 톤이었다.

“너는 정말로 나를 불이라고 생각해?”

세아는 한강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프로필은 강 너머의 불빛에 의해 부드럽게 조명되고 있었다. 턱선, 코의 곡선, 입술의 모양. 강리우는 그녀를 몇 달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처럼 그녀를 명확하게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응.”

세아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그 답이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것처럼,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답변이라는 것처럼.

“꺼지지 않는 불. 계속 타고 있는데, 누구도 끌 수 없는 불. 그것이 넌 거야.”

강리우는 그 말을 곱씹었다. 불. 꺼지지 않는 불.

그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과연 자신이 불인가? 자신의 가슴 속에 타오르는 무언가가 있는가? 아니면 그것은 모두 연기일 뿐인가? 환상일 뿐인가?

“그럼 넌?”

강리우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세아의 손을 찾고 있었다. 그 손을 찾아서 잡았다. 그것은 차가웠다. 벤치만큼이나 차가웠다. 하지만 살아 있는 차가움이었다. 맥박이 뛰는 차가움이었다.

“넌 뭐야?”

세아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오래. 마치 그 답변이 강 위의 불빛들 어딘가에 숨어 있어서, 그것을 찾기 위해 모든 불빛을 하나하나 살펴봐야 하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갔다. 분 단위로 지나갔다. 강리우는 세아의 손을 잡고 있었고, 세아는 한강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한강의 모든 불빛들이 물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 2부: 답변

“나는…”

세아가 천천히 말했다. 마치 각 단어를 물에 담그고 있는 것처럼, 각 음절이 강 위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나는 그 불의 연료인 것 같아.”

강리우는 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거의 한숨처럼 들렸다.

“계속 타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 불이 타고 있는 동안, 나도 같이 타고 있어. 그래서 우린 둘 다 죽지 않아. 왜냐하면 우린 이미 타고 있으니까.”

강리우의 손가락이 세아의 손가락을 더 단단히 잡았다. 그 움직임은 갑작스러웠고, 마치 그가 물에 빠지는 것을 막으려고 밧줄을 움켜잡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밧줄이 아니었다. 그것은 손가락이었고, 그것은 그의 손가락을 더 단단히 잡아주었다.

그것은 슬픈 제스처였다. 절망적인 제스처였다.

또는 감사의 제스처였다. 마치 누군가가 물에 빠져가는 자신을 건져낸 것에 대한 감사처럼.

또는 그 둘 다였다. 슬픔과 감사가 같은 제스처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을 강리우는 지금 깨달았다.

“우리가…”

강리우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우리가 함께라는 게 이상해. 이 모든 게 이상해.”

그는 멈췄다. 숨을 고르려고. 그의 가슴에서 어떤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는 정확하게 이름 붙일 수 없었다. 두려움인가? 안도감인가? 아니면 둘 다의 기묘한 혼합인가?

“근데 동시에 자연스러워. 마치 이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이렇게 함께 타오르는 것이.”

세아가 그의 말을 들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슬프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했다. 마치 그녀가 오래 기다린 것을 드디어 들은 것처럼.

“그래.”

세아가 말했다.

“그래. 우리가 함께 타오르는 거야.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선택이야.”

그녀가 한강을 바라봤다. 강물은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그 검은 표면 위에는 수천 개의 반사된 불빛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마치 불빛들이 자신들을 계속 살아 있게 해주는 강물을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아니면 혼자 어둠 속에서 식어 버리거나.”

강리우는 그 말을 들으면서 눈을 감았다. 그 순간, 그의 내면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마치 그의 가슴 속의 불이, 세아의 말을 듣고서 더욱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것처럼.

## 3부: 침묵

밤 11시 52분.

한강공원은 여전히 두 사람을 안고 있었다. 벤치 위에서, 강리우와 세아는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들의 손은 여전히 잡혀 있었다. 손가락이 손가락 위에 얹혀 있었다. 따뜻함이 따뜻함과 만나 있었다.

강은 계속 흘렀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강은 항상 흘렀고, 강은 항상 흐를 것이었다. 강리우와 세아가 있든 없든, 그들이 손을 잡고 있든 아니든. 한강은 자신의 길을 따라 계속 흐를 것이었다.

세상은 계속 돌았다.

강리우는 그것을 생각했다. 병실에서는 어머니가 여전히 천장을 보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아니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있을까?

도현이는 어디선가 혼자 서 있었을 것이었다. 강리우는 도현이를 상당히 오랫동안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이미지는 여전히 그의 머릿속에 명확하게 남아 있었다. 도현이의 등 뒤의 형태, 그 사람이 혼자라는 것을 드러내는 어깨의 처짐.

그리고 강민준은—

강민준은 여전히 어디에도 없었다.

강리우는 그것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했다. 강민준. 그 이름을 생각할 때마다, 마치 자신의 내면의 불이 잠깐 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 불이 타오르곤 했지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한강 위의 불빛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불빛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때로는 밝아졌다가 때로는 어두워졌다. 때로는 한 곳에 머물렀다가 때로는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마치 그들도 강리우와 세아처럼, 자신들이 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리고 두 개의 떨리는 손가락이 하나가 되어,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그 신호를 받을 누군가가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강리우의 믿음이었다. 마치 한강의 모든 불빛이 누군가의 심장 속의 불과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처럼.

“나도 같이 타고 있어.”

세아가 아까 한 말이 강리우의 귀에 계속 맴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연료라고 했다. 자신이 불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강리우는? 강리우는 무엇인가?

그는 불이라고 했다. 꺼지지 않는 불.

하지만 꺼지지 않는 불이라는 것은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영원함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단지 현재의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절망적인 바람을 의미하는가?

강리우는 그것을 생각하면서 세아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았다.

## 4부: 확인

“고마워.”

강리우가 말했다. 거의 중얼거리듯이. 마치 그 감정이 너무 크거나 복잡해서, 정상적인 목소리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처럼.

세아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뭐가?”

“존재해 줘서.”

강리우는 그 말을 한 후에 숨을 쉬었다. 마치 그 문장을 말하는 것이 자신의 전부를 쏟아내는 것 같았다. 그의 가슴, 그의 폐, 그의 영혼의 전부.

세아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함께 한강을 봤다.

밤의 한강은 낮의 한강과는 완전히 다른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다. 낮에는 그것이 단지 물이었다. 강물. 무겁고, 차갑고, 무언가 깊은 곳으로 흘러가고 있는 물질. 하지만 밤이 되자, 그것은 변했다. 그것은 더 이상 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불빛들의 세계가 되었다. 반사와 춤, 그리고 어딘가에서 나오는 신호들의 세계.

강리우는 생각했다. 혹시 자신도 그런 것일까? 낮에는 무언가 다른 것이지만, 밤이 되면 불이 되는 존재?

아니다. 세아가 이미 그에게 말했다. 자신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 타오르고 있다고. 꺼지지 않는 불이라고.

그렇다면 세아는? 세아는 그 연료로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신을 태워 없애고 있는 것인가?

강리우는 그것을 생각하면서 슬픔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감사를 느꼈다.

불빛들의 한강. 그리고 그 모든 것 아래에서, 두 개의 손이 계속 잡혀 있었다.

떨리면서. 하지만 떨어지지는 않으면서.

## 5부: 지속

세아는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강리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모두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밤 11시 52분이었던 것이 밤 11시 53분이 되었을 것이고, 그것이 밤 11시 54분이 될 것이었다. 시간은 항상 그렇게 움직였다. 멈추지 않고, 돌아가지 않고, 오직 앞으로만 향하면서.

강리우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 타오르고 있었다. 세아의 말처럼, 마치 그것이 유일한 선택인 것처럼.

불빛은 계속 춤을 추고 있었다.

한강 위의 불빛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것들은 계속 움직였다. 때로는 밝아졌다가, 때로는 어두워졌다. 때로는 한 방향으로 흘렀다가, 때로는 다른 방향으로 반사되었다. 마치 그것들도 강리우와 세아처럼, 자신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것으로 충분했다.

강리우는 이 순간이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순간, 이 벤치 위에서, 이 손의 온기 속에서. 그것이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세아는 그의 어깨가 조금 더 편안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 그가 앉았을 때보다 말이다. 그의 어깨는 처음에 긴장되어 있었다. 마치 그 어깨들이 세상의 무게를 지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지금은 다소 완화되어 있었다. 아직도 무게를 지고 있지만, 덜 절망적인 방식으로.

세아는 그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또는 자신과 그의 손이 잡혀 있다는 사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강리우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 6부: 침묵 속의 대화

강리우는 한강을 보면서 생각했다.

자신의 어머니가 무엇을 보고 있을까? 병실의 천장만 보고 있을까? 아니면 어딘가 더 먼 곳을 보고 있을까?

그는 어머니를 방문해야 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지 못했다. 마치 그 병실로 들어가면, 자신의 내면의 불이 꺼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세아의 손을 잡고 있으면서, 강리우는 생각했다. 혹시 자신이 어머니에게 가서 무언가를 말해줄 수 있을까? 혹은 단지 옆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생각에 잠겼어?”

세아가 물었다.

“응.”

강리우가 대답했다.

“무엇을?”

“여러 가지.”

그는 말을 멈췄다. 그리고 나서 더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그 모든 것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중요한 건 그냥… 이 순간이야. 이렇게 너와 함께 있는 이 순간.”

세아는 그 말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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