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181화: 목소리가 남기고 간 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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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81화: 목소리가 남기고 간 자국

세아가 침묵했을 때, 그 침묵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부였고, 동시에 인정이었다. 엄마의 말 — “해칠 수 있다는 게 뭐예요” — 세아가 완성하지 못한 그 문장은 병실 안에 그대로 떠 있었다. 마치 응고되지 않은 피처럼. 마치 아직 흐르고 있는 상처처럼.

엄마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점적 주사가 달린 손. 그 손이 세아를 향했다. 하지만 닿지는 않았다. 몇 센티미터의 거리. 그것이 엄마와 세아 사이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거리였다.

“내가 너한테 말해 줄 수 없는 게 있어.”

엄마가 말했다. 음성이 더욱 작아졌다. 마치 목구멍에서 짜내는 말처럼.

“왜요?”

세아가 물었다. 그리고 즉시 후회했다. 왜냐고 묻는 것은 답을 들을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세아는 준비되지 않았으니까.

“because… some truths are not meant to be understood. They’re meant to be endured.”

엄마는 영어로 말했다. 세아가 그 영어를 이해했는데, 더 중요한 것은 엄마가 한국어를 벗어났다는 것이었다. 마치 한국어의 무게를 견딜 수 없어서. 마치 모국어 자체가 상처였기 때문에.

세아는 일어섰다. 갑자기. 의자가 뒤로 밀렸다. 하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마치 세아가 소리조차 죽이고 있는 것처럼. 그녀는 창문으로 걸어갔다. 밤 11시. 서울대병원의 야경이 내려다보였다. 강남의 불빛들. 그 모든 불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세아.”

엄마가 불렀다. 그 이름이 세아의 뒷목을 때렸다.

“제 아버지가 누구예요?”

세아가 물었다.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그 얼굴은 누구의 얼굴인가. 누구의 유전자가 만든 얼굴인가. 누구의 목소리가 그 입에 살고 있는가.

“강미준.”

엄마가 대답했다.

그 이름은 세아에게 낯설지 않았다. 그것이 가장 끔찍한 부분이었다. 낯설지 않다는 것. 세아는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는가. 어디서인가. 마치 기억이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흩어지는 것처럼, 세아는 그 연결고리를 찾으려 했다.

“JYA Entertainment의… 회장?”

세아가 물었다.

“응.”

엄마가 대답했다.

세아의 호흡이 변했다. 얕아졌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가슴을 누르고 있는 것처럼. JYA Entertainment. 세아가 계약한 그 회사. 세아가 자신의 음악을 팔아버린 그 회사. 그 회사의 회장이… 자신의 아버지다.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세아가 물었다. 이제 세아의 목소리는 변했다. 더 차가워졌다. 더 날카로워졌다. 마치 쇠가 다이아몬드로 변하는 것처럼.

“because… 너를 지키기 위해서.”

엄마가 말했다.

“지킨다?”

세아가 반복했다. 웃음에 가까운 음성. 하지만 웃음이 아닌 것.

“그 남자가 너를 지킬 수 없었어. 너를 사랑할 수 없었어. 너의 목소리 때문에. 그래서 난… 너를 떨어뜨렸어. 멀리. 제주에서.”

엄마가 말했다.

세아는 창에 손을 댔다. 유리는 차갑다. 차갑고, 딱딱하고, 움직이지 않는다. 그 모든 속성이 좋다. 적어도 유리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적어도 유리는 자신을 해치지 않는다.

“제 어머니… 아버지와 어떤 관계였어요?”

세아가 물었다.

침묵이 왔다. 그 침묵은 답변보다 더 많은 것을 말했다.

“강미준은… 내가 일하던 회사의 회장이었어. 그리고 난… 그의 비서였어.”

엄마가 말했다.

비서. 그 단어의 무게. 세아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비서가 무엇인지. 비서와 회장 사이의 관계가 무엇인지. 그것은 세아도 충분히 일하면서 본 것이었다. 부당한 관계. 권력의 불균형. 선택지가 없는 선택.

“그래서… 제가 태어났어요?”

세아가 물었다.

“응.”

엄마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리고… 강미준은 너를 인정하지 않았어. 사생아라는 이유로. 아니, 정확히는… 너의 존재 자체가 두려웠어. 너의 목소리가.”

세아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면 이것이 꿈이 될까. 눈을 감으면 이것이 누군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될까.

“제 아버지가… 제 목소리를… 두려워했어요?”

세아가 물었다. 그 질문은 이미 물었던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내 말을 정확히 들어. 강미준은 너를 두려워하지 않았어. 너의 목소리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느꼈어.”

엄마가 말했다.

“뭔가를 한다는 게… 정확히 뭐예요?”

세아가 물었다.

“모르겠어. 정말로. 하지만 내가 본 것은… 너의 노래가 사람들을 바꾼다는 거였어. 너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거였어. 그리고 그 힘이… 너도 모르는 힘이라는 거였어.”

세아는 눈을 떴다. 그리고 다시 엄마를 봤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엄마. 산소 호스가 콧구멍에 꽂혀 있는 엄마. 점적 주사가 팔뚝을 관통하고 있는 엄마. 그 엄마가 자신을 봤다. 그리고 그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너를 버린 거 아니야. 너를… 숨긴 거야. 지키기 위해서. 너의 목소리가… 누군가를 상처입힐까봐.”

엄마가 말했다. 그 말이 끝났을 때, 엄마는 눈을 감았다. 마치 그 말을 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사용한 것처럼.


세아는 병실을 나왔다. 하늘이는 여전히 복도에 서 있었다. 그리고 도현이는 세아의 얼굴을 봤을 때, 무언가를 알아챘다.

“누나?”

도현이가 말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계단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계단. 발이 계단을 내려가고, 그 발의 리듬이 심장의 박동이 되었다. 내려가고, 내려가고, 계속 내려간다. 마치 자신이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바닥으로 향하고 있는 것처럼.

1층. 병원의 로비. 밤 11시 45분. 응급실 표지판. 그 아래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기다림의 표정. 절망의 표정. 희망의 표정. 모든 감정이 섞여 있는 그런 표정.

세아는 병원을 나갔다. 밤의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늦가을의 공기. 차갑고, 건조하고, 무언가를 태우는 냄새가 났다.

“세아!”

하늘이가 뒤따라 나왔다.

“가지 마.”

세아가 말했다.

“뭐?”

하늘이가 물었다.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

세아가 말했다.

“그래도 안 돼. 넌 지금 이 상태에서 혼자 있으면 안 돼.”

하늘이가 말했다.

세아는 하늘이를 봤다. 하늘이의 얼굴은 걱정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리고 세아는 깨달았다. 하늘이는 자신을 알고 있다는 것을. 하늘이는 자신이 뭔가 위험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내가… 뭔가를 할 수 있어?”

세아가 물었다.

“뭘?”

하늘이가 물었다.

“내 목소리로. 누군가를… 상처입힐 수 있어?”

세아가 물었다.

하늘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답변이었다.


택시를 탔다. 합정동으로. 세아의 고시원으로. 계단을 올라가고, 방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고양이 장판만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세아는 가방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그것을 켰다. 불이 나왔다. 파란 불. 노란 불. 빨간 불. 그 불을 손가락 위에 가져갔다. 가까워졌다. 더 가까워졌다.

바로 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

강리우였다.

세아는 전화를 받았다.

“안녕.”

강리우가 말했다.

“뭐… 뭐해?”

세아가 물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널 찾고 있어. 병원에서 나왔다고 했으니까. 너 지금 어디야?”

강리우가 물었다.

“고시원.”

세아가 대답했다.

“혼자야?”

“응.”

침묵. 그 침묵 속에서 세아는 강리우의 호흡을 들을 수 있었다.

“넌 뭔가를 알았어. 너의 엄마가 뭔가 말했어, 그지?”

강리우가 물었다.

“응.”

세아가 대답했다.

“그리고 넌 지금… 위험한 상태야?”

강리우가 물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라이터를 끄고 켜기를 반복했다. 꺼졌다. 켜졌다. 꺼졌다. 켜졌다.

“세아. 혼자 있으면 안 돼. 나 지금 가고 있어. 30분이면 도착할 거야.”

강리우가 말했다.

“오지 마.”

세아가 말했다.

“뭐?”

“오지 말라고. 난 지금… 누군가를 보고 싶지 않아.”

세아가 말했다.

“그러면 누굴 원해?”

강리우가 물었다.

그것은 좋은 질문이었다. 누굴 원하는가. 세아는 생각했다. 누군가를 원하는가. 아니면 아무도 원하지 않는가. 아니면 자신을 원하는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은가.

“아무도… 아무도 원하지 않아.”

세아가 말했다.

“그래도 나 가고 있어. 넌 거기 있어. 나올 필요 없어. 난 들어갈 테니까.”

강리우가 말했다.

“어떻게 들어와?”

세아가 물었다.

“열쇠는 어디야?”

강리우가 물었다.

세아는 거실의 책장 위를 봤다. 열쇠가 거기 있었다. 강리우가 세아를 처음 방문했을 때, 세아는 그 열쇠를 거기에 놨었다. 혹시 모를 상황을 위해서.

“거실 책장 위.”

세아가 말했다.

“좋아. 그럼 기다려.”

강리우가 말했다.

전화가 끊어졌다.

세아는 라이터를 다시 켰다. 불이 나왔다. 그 불을 손가락 가까이에 가져갔다. 더 가까워졌다. 피부가 타오르는 냄새가 났다. 아니, 그것은 냄새일 뿐이었다. 실제로 타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고양이 장판이 울었다. 마치 세아에게 말하는 것처럼. “하지 마. 아직은 아니야.”

세아는 라이터를 껐다.

그리고 기다렸다.


강리우는 정확히 25분 후에 도착했다. 세아는 그 소리를 들었다.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 복도를 지나는 발소리. 방 문을 여는 소리. 그리고 강리우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너 괜찮아?”

강리우가 물었다. 하지만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확인이었다. 세아가 아직 살아 있는지의 확인.

세아는 강리우를 봤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순간에 세아는 깨달았다. 강리우가 자신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강리우가 자신이 사라질까봐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그리고 그 두려움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뭔가를 할 수 있어?”

세아가 물었다.

“뭘?”

강리우가 물었다.

“내 목소리로. 누군가를 상처입힐 수 있어?”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세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세아를 안았다. 그 팔은 강했다. 그리고 떨리고 있었다.

“네가… 그럴 수 있어.”

강리우가 마침내 말했다.

“어떻게?”

세아가 물었다. 강리우의 품 안에서.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알아. 그 힘이 뭔지.”

강리우가 세아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그건?”

세아가 물었다.

“사랑. 그게 뭔가를 할 수 있는 힘이야. 너의 목소리는… 사람들을 사랑하게 만들어. 그리고 그 사랑이… 때론 가장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어.”

세아는 침묵했다. 그 말이 맞는지 틀린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안고 있다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믿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세아의 몸은 멈췄다.

불은 꺼졌다.

하지만 아직 타오르고 있었다.

내부에서.


[END OF CHAPTER 181]

# 제181장: 불의 언어

## 1부: 기다림

세아의 손가락이 라이터의 바퀴를 돌렸다. 차갑고 거친 금속 표면이 손끝에 닿았고, 그 순간 작은 불꽃이 튀어올랐다. 주황색의 작고 떨리는 불이 어둠을 가르고 나타났다. 그것은 거실의 침침한 조명 아래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약했지만, 세아에게는 전 세계가 그 불꽃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거실 책장 위.”

세아가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목소리는 침착했지만, 가슴 깊숙한 곳에서는 뭔가 격렬하게 박동하고 있었다. 그것이 두려움인지, 기대감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그것을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마치 그 모든 감정들이 한데 섞여서 하나의 검은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좋아. 그럼 기다려.”

강리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차분했지만, 세아는 그 차분함 아래에 숨겨진 불안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마치 강리우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것처럼, 혹은 자신이 말한 것이 사실이 아닐 것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전화가 끊어졌다. 검은색 화면만 남았고, 세아는 다시 한 번 라이터를 켰다. 이번에는 더 오래 켜 놓았다.

불이 나왔다. 작고 떨리는 주황색 불이 공중에서 춤을 추듯 움직였다. 세아는 그 불을 자신의 손가락 가까이에 가져갔다. 점점 더 가까워졌다. 손가락과 불꽃 사이의 거리가 줄어들면서, 세아의 피부에서 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따뜻함이 점점 뜨거워졌다. 그리고 그 뜨거움과 함께, 피부가 타오르는 냄새가 났다.

*그 냄새.*

세아는 눈을 감았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영혼이 타는 냄새처럼 들렸다. 단백질이 열에 의해 변성되는 냄새, 생명이 불과 만나는 순간의 냄새. 하지만 그것은 냄새일 뿐이었다. 실제로 타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혹은 이미.

세아의 내면 독백이 자신에게 속삭였다: *이것이 너의 힘이야. 이것이 너가 할 수 있는 것이야. 너의 몸은 불이 되고, 너의 말은 불길이 되고, 너의 존재 자체가 불타는 세상이 되는 것이야.*

거실의 한쪽 구석에 고양이 장판이 누워 있었다. 그것은 오래된 쿠션으로, 세아가 어렸을 때부터 집에 있던 것이었다. 고양이 모양이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색이 바래었고, 곳곳에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었다. 그 쿠션이 울었다. 아니, 정확히는 울음소리를 낸 것처럼 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그것을 통해 세아에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하지 마. 아직은 아니야.”*

그것은 세아의 어머니의 목소리였을까? 아니면 강리우의 목소리였을까? 아니면 세아 자신의 양심의 목소리였을까?

세아는 라이터를 껐다. 불은 즉시 사라졌고, 어둠이 다시 거실을 삼켰다. 검은색만 남았다. 그리고 그 검은색 속에서, 세아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빠르고, 가파르고, 거의 광기 어린 듯한 박동.

그리고 세아는 기다렸다.

## 2부: 도착

정확히 25분이 지났을 때, 세아는 소리를 들었다.

먼저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 그것은 재빠르고 불안정했다. 마치 누군가가 뭔가를 놓친 것처럼, 또는 뭔가를 되찾기 위해 급히 올라오는 것처럼. 발끝이 각 계단에 닿을 때마다 나는 소리들이 연쇄적으로 울려 퍼졌다.

그 다음은 복도를 지나는 발소리. 이번에는 더 느렸다. 마치 누군가가 각 발걸음을 신중하게 내딛고 있는 것처럼. 발바닥이 나무 바닥에 스치는 소리, 그리고 그 사이로 들리는 호흡음.

마지막으로 방 문을 여는 소리. 손잡이가 돌려지고, 경첩이 삐걱거렸다. 그리고 강리우가 안으로 들어왔다.

세아는 강리우의 얼굴을 봤다. 그것은 창백했다. 아니, 창백함을 넘어 거의 유령처럼 보였다. 그의 눈은 두 개의 검은 동공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았고, 그 동공들은 광기 어린 에너지로 떨리고 있었다. 그의 입술은 엷었고, 입가는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세아는 그 떨림을 자세히 봤다. 강리우의 손가락들이 공기 속에서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마치 높은 음역대의 음파에 반응하는 것처럼. 또는 강한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너 괜찮아?”

강리우가 물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질문이 아니었다. 세아는 그것을 알았다. 그것은 확인이었다. 확인 차원의 질문. 마치 강리우가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할 때까지는 세아가 정말로 거기에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것처럼.

세아는 입을 열려고 했지만, 그 순간 뭔가가 그녀의 가슴을 관통했다. 그것은 깨달음이었다. 예리하고, 차갑고, 피를 흘리게 하는 깨달음.

*이것이 사랑이 아니다.*

세아는 강리우를 보며 생각했다. 그의 떨리는 손, 그의 창백한 얼굴, 그의 광기 어린 눈. 모든 것이 하나의 명제를 가리키고 있었다. 강리우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라질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르다. 완전히 다르다. 사랑은 자유를 주지만, 두려움은 감금한다. 사랑은 상대를 믿지만, 두려움은 상대를 의심한다. 사랑은 밝지만, 두려움은 검다.

그리고 세아는 그 검음 속에서, 강리우가 자신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보았다.

“내가 뭔가를 할 수 있어?”

세아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뭔가 다른 것이 흐르고 있었다. 뭔가 물리적인 것. 마치 그 목소리가 공기를 진동시키고, 그 진동이 강리우의 몸을 통과하고 있는 것처럼.

“뭘?”

강리우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작았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내 목소리로. 누군가를 상처입힐 수 있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것은 무거운 침묵이었다. 공기가 두꺼워지는 침묵. 마치 그 침묵 자체가 살아 있는 생물인 것처럼, 그들 사이의 공간을 천천히 채워가고 있었다.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세아에게 다가갔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마치 그가 세아를 놀라게 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는 세아를 안았다.

그 팔은 강했다. 매우 강했다. 세아는 그 팔의 강함 속에서 강리우의 절망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그가 세아를 너무 세게 안으면, 그녀가 사라져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마치 물리적인 힘으로 존재를 고정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그리고 그 팔은 떨리고 있었다. 세아는 강리우의 팔이 자신의 등 위에서 얼마나 떨리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강력한 떨림이었다. 마치 지진이 인체를 통해 흐르고 있는 것처럼.

“네가… 그럴 수 있어.”

강리우가 마침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세아의 머리 위에서, 그녀의 귀 바로 옆에서 울려 퍼졌다. 따뜻한 숨이 세아의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세아는 강리우의 품 안에서 물었다. 그녀의 몸은 강리우의 가슴에 기대어 있었고, 그의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도 빨랐다. 마치 그도 세아와 같은 공포 속에 있는 것처럼.

“어떻게?”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알아. 그 힘이 뭔지.”

강리우가 세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의 손가락들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통과할 때, 세아는 그것이 마치 자신을 지워버리려는 시도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치 그가 자신의 손으로 세아를 다시 만들고 싶어하는 것처럼. 혹은 세아가 정말로 거기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그건?”

세아가 물었다.

“사랑. 그게 뭔가를 할 수 있는 힘이야. 너의 목소리는… 사람들을 사랑하게 만들어. 그리고 그 사랑이… 때론 가장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어.”

세아는 그 말을 곱씹었다. *사랑이 무기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모순처럼 들렸다. 사랑은 파괴하지 않는다. 사랑은 창조한다. 사랑은 치유한다.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세아는 또한 알고 있었다. 사랑이 가장 깊은 상처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왜냐하면 사랑은 신뢰를 요구하고, 그 신뢰가 깨어질 때, 그 상처는 다른 어떤 상처보다도 깊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아의 목소리가 사람들을 사랑하게 만든다면, 그것은 또한 그들을 절망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만약 그 사랑이 거짓이라면. 만약 그것이 조종이라면.

세아는 침묵했다. 그 말이 맞는지 틀린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실, 그 순간 세아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철학적인 질문들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 누군가가 자신을 안고 있다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세아는 강리우를 더 세게 안았다. 그녀의 팔이 강리우의 허리를 감쌌고, 그녀의 얼굴이 그의 가슴에 묻혔다. 그의 심장 박동을 느꼈다. 그것은 여전히 빨랐지만, 조금은 진정된 것 같았다. 마치 그의 심장이 세아의 손가락으로 진정되고 있는 것처럼.

“고마워.”

세아가 말했다.

“뭐가?”

강리우가 물었다.

“그냥… 고마워. 왔어줘서. 나를 믿어줘서. 나를 떠나지 않아줘서.”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세아의 머리 위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고, 깊은 숨을 쉬었다. 마치 그가 세아의 냄새를 자신의 폐에 저장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혹은 세아가 정말로 거기에 있다는 것을 호흡으로 증명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 3부: 내부의 불

그 순간, 세아의 몸은 멈췄다.

그녀의 심장 박동이 일정해졌다. 그녀의 호흡이 깊어졌다. 그녀의 몸 속에 흐르던 불안감과 공포, 그리고 그 다른 뭔가가 모두 한곳으로 수렴되기 시작했다.

거실의 라이터는 여전히 세아의 옷 주머니 속에 있었다. 그것은 차갑고 무거웠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영혼의 일부인 것처럼.

외부의 불은 꺼졌다. 공기는 더 이상 타는 냄새를 풍기지 않았다. 어둠만 있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가슴 깊숙한 곳에서, 자신의 영혼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의 근원 속에서. 그곳에서 불이 타고 있었다. 천천히, 그러나 착실하게. 마치 지하의 광맥에서 천천히 타오르는 불처럼.

그것은 강리우도 느꼈을 것이다. 왜냐하면 강리우의 팔이 세아를 더욱 세게 안았기 때문이다. 마치 그가 그 불을 자신의 몸으로 막으려고 하는 것처럼. 혹은 그 불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처럼.

하지만 불은 막을 수 없다.

불은 전파된다.

불은 확산된다.

불은 살아 있다.

세아는 강리우의 품 안에서 웃음을 참았다. 아니, 정확히는 웃음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었다. 그것은 마치 그녀의 내부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그녀의 불이 강리우의 몸을 통해 전달되고 있는 것처럼.

*이것이 힘이구나,* 세아는 생각했다. *이것이 내 힘이구나.*

그녀는 더 이상 라이터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불은 이미 그녀 안에서 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꺼지지 않을 것이다.

강리우는 여전히 그녀를 안고 있었다. 그의 팔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떨림은 더 이상 두려움의 떨림이 아닌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그가 뭔가 매우 뜨거운 것을 안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떨림이었다. 마치 그의 팔이 불을 안고 있고, 그 불이 그의 피부를 태우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세아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사랑은 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은 다가오고 있었다.

**[제181장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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