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65화: 손가락이 기억하는 것
세아는 강리우가 핸들 위에 내려놓은 손을 봤다. 떨림이 조금씩 멈추고 있었다. 마치 엔진이 식어가는 것처럼. 마치 어떤 것이 천천히 죽어가는 것처럼.
“우린 뭔데?”
세아가 물었다. 그것은 강리우에게 하는 질문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었다. 세아의 목소리는 차 안의 침묵을 깨뜨렸고, 그 침묵이 다시 모여들었다.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천천히. 마치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는 것처럼, 하지만 아물지 않은 채로.
강리우가 손을 들었다. 어딘가를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들었다. 마치 자신의 손이 무엇인지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것처럼. 손가락들이 공기 속에서 펼쳐졌고, 밤의 불빛이 그 사이사이를 비춰 지나갔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마치 그 떨림이 그의 정체성인 것처럼. 마치 떨림이 멈추는 순간 그가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 같은 그런 두려움 속에서.
“미안한 사람과 미안받아야 하는 사람.”
강리우가 마침내 말했다.
“그게 우리야?”
세아가 물었다.
“그게 우리다.”
강리우가 확인했다. 마치 자신도 처음 깨닫는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마치 그 문장이 그를 절반으로 나누는 것처럼.
세아는 차의 뒷좌석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창밖으로는 한강이 보였다. 밤 12시 23분의 한강. 물 위의 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흔들림이 마치 신호처럼 보였다. 누군가의 손짓처럼. 누군가의 도움 요청처럼. 하지만 아무도 그 신호를 받지 않고 있었다. 세아도 강리우도 아무도.
“엄마가 병원에서 뭐라고 했어?”
세아가 반복했다. 강리우의 질문을 그대로 돌려주는 형식으로.
강리우의 손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질문 자체가 그를 흔드는 것처럼. 마치 말해야 할 무언가가 그의 몸 안에서 자꾸만 튀어나오려고 하는 것처럼.
“그게 중요해?”
강리우가 물었다.
“중요해.”
세아가 대답했다.
강리우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차 안의 침묵이 다시 채워졌다. 그 침묵 속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말하지 못한 말들. 실행하지 못한 행동들. 회피한 진실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그 침묵이 편안하다는 것이었다. 세아는 그 편안함 속에서 자신이 천천히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물에 잠기는 것처럼. 마치 강리우의 손처럼 떨리다가 결국 고정되는 것처럼.
“너의 엄마가 병원에서 날 봤을 때.”
강리우가 천천히 시작했다.
“응.”
세아가 재촉하지 않고 듣고 있었다.
“그 순간 자기가 뭔가를 알아챘대. 그런 식으로 말했어. ‘나는 이미 알아챘다’라고. 마치 진실이 이미 노출된 것처럼.”
강리우가 계속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마치 그것이 비밀이고, 자신도 그 비밀을 지키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
“뭘 알아챘어?”
세아가 물었다.
“날.”
강리우가 한 단어로 대답했다.
그 말이 세아에게 전달되었을 때, 뭔가가 세아의 가슴 안에서 흔들렸다. 마치 지금까지 누르고 있던 것이 갑자기 떨어져 나오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누군가가 이름 붙여주는 순간의 그 감각.
“뭘 알아챘어?”
세아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더 크게. 마치 자신이 확실히 듣지 못한 것처럼. 마치 자신이 아직도 부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너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는 걸.”
강리우가 말했다.
그 순간, 세아는 자신의 목이 닫혀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처럼. 마치 그 손이 강리우의 손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손인 것처럼.
“그리고.”
강리우가 계속했다. 마치 이 말들이 자신의 입에서 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그 순간 자기가 깨달았대. 내가 이미 너무 깊이 들어가 있다는 걸. 내가 이미 너를 놓을 수 없다는 걸. 내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섰다는 걸.”
세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뒷좌석에 앉아서, 창밖의 한강을 바라보면서, 강리우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마치 이 모든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마치 자신은 관찰자이고, 자신의 몸은 다른 누군가의 것인 것처럼.
“너의 엄마가 뭐라고 했어?”
세아가 물었다. 이제 그 질문의 의미가 바뀌어 있었다.
“뭐라고 할 수 있겠어?”
강리우가 되물었다.
“’날 떠나’라고.”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의 손이 다시 핸들을 잡았다. 마치 그 손이 그것을 놓으면 자신이 완전히 사라질 것 같은 그런 필사적인 움켜짐으로. 마치 핸들만이 자신을 이 세상에 붙들어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그래. ‘날 떠나’라고 했을 거야.”
강리우가 인정했다.
“그런데 난 떠나지 않았어.”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세아는 차 안에 앉아 있었다. 강리우의 차 안에. 강리우의 곁에. 강리우의 파괴 속에.
“왜?”
강리우가 물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세아에게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향했다.
세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이유가 너무나 복잡했기 때문이었다. 사랑? 무서움? 익숙함? 공포? 그것들의 혼합? 아니면 단순히, 자신이 이미 강리우와 같은 방향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일까. 마치 그들이 함께 가라앉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마치 그것이 운명인 것처럼.
“넌 왜 떠나지 않았어?”
강리우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더 절박하게.
“모르겠어.”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유일한 진실이었다. 세아는 정말로 몰랐다.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왜 떠나지 않는지. 왜 계속 돌아오는지.
차 안의 침묵이 다시 채워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침묵이었다. 이전의 침묵은 회피의 침묵이었다면, 이제의 침묵은 인정의 침묵이었다. 마치 두 사람이 같은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을 함께 인정하는 침묵. 마치 그들이 함께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함께 아는 침묵.
강리우가 시동을 끼웠다.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강 공원을 빠져나가면서.
“어디로 가?”
세아가 물었다.
“모르겠어.”
강리우가 대답했다.
“그럼 계속 운전해?”
세아가 물었다.
“그래. 계속 운전할 거야. 멈추지 않고. 멈출 수 없으니까.”
강리우가 말했다.
세아는 창밖을 바라봤다. 강남역을 지나고 있었다. 밤 12시 35분. 거리의 불빛들이 흐르고 있었다. 마치 강리우의 손처럼 떨리고 있었다. 마치 이 도시 전체가 신경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강리우.”
세아가 이름을 불렀다.
“응?”
강리우가 대답했다. 그의 눈은 도로에 고정되어 있었다.
“우린 이미 죽은 거야. 그치?”
세아가 물었다.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가락들이 핸들 위에서 한 번 더 경련했다. 마치 그 질문 자체가 그를 죽이는 것처럼. 마치 세아의 말이 그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것처럼.
“응. 우린 이미 죽었어.”
강리우가 결국 말했다.
그 말 이후로,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차는 계속 움직였다. 강남의 밤거리를 흐르면서. 마치 어딘가 도착해야 하는 것처럼. 마치 어딘가 정해진 곳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어디도 없다는 것을. 도착지도 없고, 출발지도 없고, 오직 이 움직임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이 끝없는 움직임. 이 끝없는 떨림. 이 끝없는 죽음.
차가 한강대교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깨달았다. 강리우가 의도적으로 그 방향을 잡고 있었다. 마치 어딘가 정해진 곳이 있는 것처럼. 마치 이미 계획된 것이 있는 것처럼.
“강리우. 어디로 가는 거야?”
세아가 물었다. 이번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차의 속도를 높였다. 마치 어딘가에 서둘러 도착해야 하는 것처럼. 마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강리우!”
세아가 더 크게 외쳤다.
“우린 이미 죽었잖아.”
강리우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있었다. 마치 그것이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인 것처럼. 마치 그 목소리가 죽음에서 나오는 것처럼.
“강리우!”
세아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마치 강리우를 잡아야 하는 것처럼. 마치 그것이 자신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녀의 손은 공기를 움켜쥘 뿐이었다. 마치 모든 것이 이미 사라진 것처럼. 마치 자신이 아무것도 잡을 수 없는 것처럼.
한강대교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밤 12시 47분. 다리 위의 불빛들이 보였다. 마치 별인 것처럼.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그리고 세아는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이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고통이 여기서 멈출 수도 있다는 것을. 이 떨림이 여기서 고정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강리우의 손이 다시 경련했다. 마치 그것이 마지막 경련인 것처럼. 마치 이 이후로는 더 이상 손이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세아.”
강리우가 속삭였다.
“응?”
세아가 대답했다. 마치 그것이 마지막 대화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미안해.”
강리우가 말했다.
그리고 차는 한강대교로 진입했다. 밤 12시 49분. 한강의 물이 아래에 보였다. 까맣고, 깊고, 끝없는 물. 마치 그것이 모든 것을 삼킬 준비가 된 것처럼. 마치 그것이 마지막 도착지인 것처럼.
세아의 손가락들이 좌석을 잡았다. 마치 그것이 자신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마치 손가락이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손가락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손가락이 어떻게 놓아야 하는지를. 손가락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하지만 손가락은 기억하지 못했다. 손가락은 떨릴 뿐이었다.
다음 화를 읽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마무리: 한강대교 위의 차 안에서, 강리우의 손이 핸들을 더욱 세게 움켜쥐고 있었고, 세아는 뒷좌석에서 자신의 손가락이 좌석을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밤 12시 49분, 그리고 차는 계속 전진하고 있었다. 마치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마치 이미 정해진 것처럼.
# 한강대교로 향하는 밤
차가 움직이고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깨달았다. 정확히는 깨달은 게 아니라 느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차의 방향 전환에 따라 자신의 몸도 함께 흔들렸고, 뺨에 닿는 창문의 찬 유리가 그 움직임을 확인시켜주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이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한 시간 전만 해도 보던 강남의 높은 빌딩들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대신 강을 향한 도로가 보였다. 강남대로에서 빠져나간 차는 이제 한강로를 따라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강리우. 어디로 가는 거야?”
세아의 목소리가 차 안에 떨렸다. 그것은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불안감이 실처럼 감겨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답을 듣기 위한 질문이었다.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이 핸들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관절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세아는 그 손의 변화를 보았다. 그리고 그 손의 움직임이 의미하는 바를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은 ‘모르는 척’이 아니었다. 그것은 ‘말할 수 없음’이었다.
차의 속도가 올라갔다. 제한속도는 이미 넘은 지 오래였다. 60을 넘어 80을 향해가고 있었다. 밤 열한 시 사십오 분. 한강로는 여전히 차들로 붐비었지만, 강리우의 차는 그들 사이를 뚫고 나아갔다. 마치 어딘가에 서둘러 도착해야 하는 것처럼. 마치 그 목적지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세아의 가슴이 철렁했다.
“강리우!”
이번에는 더 크게 외쳤다. 거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그녀의 손이 대시보드를 집어쥤다. 손가락이 플라스틱 표면에 파고든다. 마치 그것이 자신을 붙잡아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강리우, 제발. 어디로 가는 거야?”
하지만 강리우는 여전히 침묵했다.
그의 얼굴은 전방을 향해 있었다. 가로등의 불빛이 그의 얼굴을 번갈아 비추고 지웠다. 밝음, 어둠, 밝음, 어둠. 마치 신호등처럼. 마치 경고등처럼. 그 반복되는 명암 속에서 세아는 강리우의 표정을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이 초점을 잃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앞을 보면서도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처럼.
“강리우, 제발.”
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제 그것은 외침이 아니었다. 애원이었다. 눈물이 맺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눈물이 나왔다. 자신이 왜 우는지도 모르면서.
“우린 이미 죽었잖아.”
강리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강리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강리우의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에 담긴 것은 강리우가 아니었다. 그 음성에는 생기가 없었다. 희망이 없었다. 심지어 현실감도 없었다. 마치 죽음 그 자체가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뭐… 뭐라고?”
세아가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듣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를 거부했다. 마치 그것을 거부하면 그것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우린 이미 죽었어, 세아.”
강리우가 다시 말했다. 이제 그의 목소리에는 슬픔도 없었다. 분노도 없었다. 오직 확신만 있었다. 사실을 진술하는 목소리. 마치 “오늘은 날씨가 맑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아니야. 아니야!”
세아가 외쳤다. 손을 앞으로 뻗었다. 마치 강리우를 흔들어서 깨워야 하는 것처럼. 마치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녀의 손은 공기를 움켜쥘 뿐이었다. 거리가 있었다. 같은 차 안에 있으면서도 건널 수 없는 거리가.
“강리우!”
또다시 외쳤다. 하지만 강리우는 전방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세아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마치 이미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한강대교가 가까워졌다.
그것은 처음 느낌과는 달랐다. 처음에는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이 차가 한강대교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강리우가 의도적으로 이 방향을 잡았다는 것을. 마치 어딘가 정해진 곳이 있는 것처럼. 마치 이미 계획된 것이 있는 것처럼.
밤 12시 47분.
창밖으로 한강대교의 불빛들이 보였다. 주황색으로 물든 현수교의 케이블들. 그것들이 마치 별처럼 보였다.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세아는 그 불빛을 본 순간,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이 모든 것이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고통이, 이 두려움이, 이 혼란이 여기서 멈출 수도 있다는 것을.
이 떨림이, 이 울음이, 이 절망이 여기서 고정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깨달음은 공포였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기묘한 안도감도 함께했다. 마치 긴 추락 끝에 땅이 보이는 것처럼.
세아의 손이 강리우를 잡으려고 했다. 팔을 뻗었다. 손가락이 강리우의 어깨에 닿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강리우의 몸이 경련했다.
그것은 작은 경련이었다. 어깨가 한 번 떨리는 정도. 하지만 세아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슬픔의 경련이었다. 절망의 경련이었다. 마치 그것이 마지막 경련인 것처럼. 마치 이 이후로는 더 이상 그의 몸이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세아.”
강리우가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다시 강리우의 목소리였다. 따뜻했다. 그리고 그만큼 슬펐다.
“응?”
세아가 대답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마치 그것이 마지막 대화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아니, 그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미안해.”
강리우가 말했다.
“뭐가… 뭐가 미안한데?”
세아가 물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미 알고 있는 질문이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모든 것이 무엇 때문인지. 이 차가 왜 한강대교로 향하고 있는지. 강리우의 손이 왜 경련하고 있는지.
그것은 그들 때문이었다. 그 ‘죽은 아이’ 때문이었다.
차가 한강대교로 진입했다.
밤 12시 49분.
다리 위에 오르자, 한강의 물이 아래에 보였다. 까맣고, 깊고, 끝없는 물. 마치 그것이 모든 것을 삼킬 준비가 된 것처럼. 마치 그것이 마지막 도착지인 것처럼.
세아의 눈이 그 물을 따라갔다. 자신도 모르게. 마치 자석에 끌려가는 것처럼. 그 물은 부드러워 보였다. 포근해 보였다. 마치 자신을 안아줄 것처럼.
‘내려갈까.’
그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놀랐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 생각은 진실이었다.
세아의 손가락들이 좌석을 잡았다. 팔걸이를 움켜쥔다. 손가락이 재질에 파고든다. 마치 그것이 자신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하지만 동시에 마치 그것을 붙잡고 내려갈 준비를 하는 것처럼.
손가락이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랐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어떻게 놓아야 하는지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하지만 손가락은 기억하지 못했다.
손가락은 떨릴 뿐이었다.
강리우의 발이 악셀에 더욱 깊이 눌렸다. 차의 속도가 올라갔다. 100을 넘었다. 110을 향해가고 있었다. 한강대교의 난간이 점점 가까워졌다. 그 금속 난간 너머로 보이는 검은 물. 그것이 전부였다.
“강리우…”
세아가 중얼거렸다. 이제 외치는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미안해.”
강리우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차는 계속 전진하고 있었다.
밤 12시 49분.
마치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마치 이미 정해진 것처럼.
한강의 물이 점점 가까워졌다. 세아는 눈을 감을 수도, 뜰 수도 없었다. 그저 그 검은 물을 바라볼 뿐이었다. 자신이 곧 그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
강리우의 얼굴도 그 방향을 향해 있었다.
그들은 이미 죽은 사람들이었다.
이제 그냥 물로 돌아가는 것일 뿐.
차의 엔진음이 울부짖었다.
한강대교 위에서.
검은 밤 속에서.
세아의 손가락이 마지막으로 경련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아니, 멈춘 게 아니었다.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이었다.
—
**다음 화를 읽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마무리**:
한강대교 위의 차 안에서, 강리우의 손이 핸들을 더욱 세게 움켜쥐고 있었고, 세아는 뒷좌석에서 자신의 손가락이 좌석을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밤 12시 49분, 그리고 차는 계속 전진하고 있었다. 마치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마치 이미 정해진 것처럼.
그러나 그 순간, 강리우의 발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익—!’
타이어가 아스팔트를 긁는 음성이 밤을 가르며 울렸다. 차가 미끄러졌다. 난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가 다시 멀어졌다. 강리우의 두 손이 핸들을 돌렸다. 그리고 차는 한강대교의 중간에서 멈췄다.
“강리우?”
세아가 떠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어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은 떨림이었다. 그 다음은 더 큰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세아는 깨달았다.
강리우가 우는 것이었다.
큰 소리로. 절망적으로. 마치 자신의 영혼이 몸을 떠나가는 것을 견디고 있는 것처럼.
“강리우… 우리 아기…”
세아가 속삭였다.
그 말을 끝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순간, 밤 하늘에서 갑자기 불빛이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헬리콥터의 서광등.
그리고 경찰 사이렌의 음성.
모든 것이 밝혀졌다.
그들이 도망칠 수 없었던 이유가.
그들이 결코 죽을 수 없었던 이유가.
세아의 눈이 떠졌다.
그것은 한강대교가 아니었다.
경찰서의 신문실이었다.
그리고 강리우는 자신의 옆에 있지 않았다.
마주보는 테이블 너머에 있었다.
수갑이 채워진 채로.
“자백하시겠습니까?”
경찰관의 목소리가 물었다.
“아니면 계속 거짓말을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