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164화: 남겨진 것들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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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64화: 남겨진 것들의 무게

차가 움직였다. 강리우의 검은 차가 한강 공원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세아는 뒷좌석에 앉아 있었고,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흐르고 있었다. 밤거리의 불빛들이 마치 눈물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세아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떨리고 있었다. 강리우의 손처럼. 아버지의 손처럼. 이 가족의 손처럼.

강리우는 운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전면 창문을 통해 반사되는 거리의 불빛에 의해 간헐적으로 밝혀졌다. 창백했다. 마치 그가 이미 죽어 있는 것처럼. 마치 그의 몸만 남겨지고 영혼은 어디론가 떠나버린 것처럼.

“어디로 가는 거야?”

세아가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 질문은 공기 속에 있었다. 모든 미묻는 질문들이 그들 사이의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강리우의 손이 핸들 위에서 더욱 세게 움켜졌다. 마치 그것이 자신을 붙들어두는 유일한 것인 것처럼. 마치 손가락을 놓는 순간 자신이 산산조각날 것 같은 그런 필사적인 움켜짐.

“너 엄마 얘기한 것 진짜야?”

강리우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 안의 침묵 속에서 매우 크게 들렸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봤다. 강남역 부근이었다. 고급 빌딩들이 하늘 위로 솟아 있었다. 그 빌딩들의 창문들은 모두 까맣게 닫혀 있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 사람들은 모두 침대 위에 있거나, 또는 침대 위에 누워 있지만 깨어 있거나, 또는 깨어 있지만 죽음을 생각하고 있을 테다.

“세아.”

강리우가 이름을 불렀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호출이었다. 마치 그가 세아를 어딘가에서 되찾아야 하는 것처럼. 마치 세아가 이미 멀리 떠나버린 것처럼.

세아는 강리우를 바라봤다. 후사경을 통해. 거기서 그의 눈이 세아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 속에 세아는 자신을 봤다.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죽음을. 그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죽음을.

“진짜야.”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의 눈이 도로로 돌아갔다. 그의 얼굴이 또 다시 어두워졌다. 불빛이 그를 지나갔기 때문이다. 마치 시간이 그를 지나가는 것처럼. 마치 세상이 그를 버려가는 것처럼.

차는 계속 움직였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이. 강리우도 아마도 모를 것이다. 차체가 자동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마치 두 사람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미 정해진 경로를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내가 너를 죽이고 있다는 거… 그걸 엄마가 말했어?”

강리우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매우 작았다. 마치 그것이 자신에게 하는 질문인 것처럼.

“그리고 내가 아버지처럼 너를 죽인다는 것도.”

세아가 덧붙였다.

강리우의 손가락들이 핸들 위에서 한 번 더 경련했다. 그리고 순간, 차가 급격히 차선을 바꿨다. 마치 강리우가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던 것처럼. 마치 그의 몸이 갑자기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된 것처럼.

“미안해.”

강리우가 속삭였다. 그리고 또 “미안해.”

세아는 그 사과의 무게를 느꼈다. 그것은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백이었다. 인정이었다. 그리고 그 인정 속에는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자신이 그녀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 자신이 그녀의 아버지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 자신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섰다는 것.

차는 한강 공원 근처로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원을 그리는 것처럼. 마치 같은 장소를 반복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들의 관계였다. 반복. 끝없는 반복. 같은 상황, 같은 말, 같은 절망.

“차를 멈춰.”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는 멈추지 않았다. 계속 운전했다. 마치 자신이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마치 멈추는 순간 자신이 완전히 무너져버릴 것 같은 그런 절박함으로.

“강리우. 차를 멈춰.”

세아가 더 크게 말했다.

강리우의 발이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가 서서히 감속했다. 그리고 한강 공원의 길가에 멈췄다. 밤 12시 23분. 주변은 완전히 조용했다. 마치 세상이 자고 있는 것처럼. 마치 이 두 사람만 깨어 있는 것처럼.

강리우가 운전대에서 손을 놓았다. 그의 손이 무릎 위로 떨어졌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마치 그것이 영구적인 상태인 것처럼. 마치 그의 손이 영원히 떨릴 운명인 것처럼.

“나 너한테서 떠나야 해.”

세아가 말했다. 그 말은 결정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것의 확인.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웃었다. 아니, 웃음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절망적인 소리였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목 졸라 죽이고 있을 때 나오는 소리처럼. 마치 자신의 영혼이 몸을 빠져나가면서 내는 소리처럼.

“알아. 나도 알아.”

강리우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손이 세아를 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떤 접촉도 없었다. 단지 손이 공중에 있었고, 떨리고 있었고, 무언가를 잡으려고 하지만 잡을 수 없는 그런 절망적인 제스처였다.

“근데 난 너를 떠날 수 없어. 그건 내가 알아도 할 수 없어.”

강리우가 계속했다.

세아는 그 모순을 이해했다. 사랑과 파괴가 어떻게 같은 행동이 될 수 있는지. 보호와 감금이 어떻게 구분될 수 없는지. 그리고 가장 무서웠던 것은, 강리우가 자신의 행동이 파괴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병이었다. 그것이 바로 아버지의 병이었다.

“그럼 우리 둘 다 죽는 거네.”

세아가 중얼거렸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관찰이었다. 관찰된 사실. 확인된 결말.

강리우의 손이 떨어졌다. 무릎 위로 다시. 그리고 그 손 위에 눈물이 떨어졌다. 마치 하늘에서 빗방울이 내려오는 것처럼. 마치 그의 몸이 울고 있는 것처럼. 마치 그의 영혼이 자신의 육체를 통해 울음을 지르는 것처럼.

“내가 너를 떠나면, 넌 살아날 거야.”

강리우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들릴 수 없을 정도였다.

“아니야. 난 그래도 죽을 거야.”

세아가 대답했다. 그것도 사실이었다. 강리우와의 관계든, 강리우 없는 관계든, 세아는 계속 죽어갈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녀의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죽음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는 것. 그것이 그녀의 삶이었다.

강리우가 차에서 내렸다. 갑자기. 마치 자신이 더 이상 차 안에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마치 산소가 떨어져 질식할 것 같은 그런 절박함으로. 세아는 그의 뒷모습을 봤다. 한강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물 속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처럼.

세아는 차에서 내렸다. 강리우를 따라갔다. 마치 그것이 필요한 것처럼. 마치 그것이 자신의 역할인 것처럼.

강리우는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의 한강. 거울처럼 반사되는 불빛들. 마치 별들이 물 속에 빠져 있는 것처럼. 마치 하늘이 지구 아래에 있는 것처럼.

“내가 너한테 한 일들… 다 기억하고 있어?”

강리우가 물었다. 그는 여전히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아를 보지 않았다.

“다 기억해.”

세아가 대답했다.

“그 중에… 사랑이 있었을까?”

강리우가 묻지 말아야 할 질문을 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과 파괴 사이의 경계선에서.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한 중독이었을까. 그것은 구원이었을까, 아니면 구속이었을까. 그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한 사람의 광기이고 다른 한 사람의 자살이었을까.

강리우의 손이 세아의 손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마치 자신이 이것을 놓는 순간 영원히 잃어버릴 것 같은 그런 절박함으로. 그리고 세아는 손을 빼지 않았다. 빼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미안해.”

강리우가 또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것이 사과가 아니라 작별인사였다.

“나도.”

세아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도 사과인 동시에 작별인사였다.

강리우의 손이 세아의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천천히. 마치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행동인 것처럼.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러했다. 강리우에게 세아의 손을 놓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놓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강리우가 걸었다. 한강 쪽으로. 세아는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따라갈 수 없었다. 마치 그들 사이에 어떤 경계선이 그어진 것처럼. 마치 그것을 넘으면 돌아올 수 없는 것처럼.

강리우는 한강변의 난간에 도착했다. 손을 올렸다. 마치 누군가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떠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처럼.

“강리우!”

세아가 외쳤다. 하지만 그것도 너무 늦었다.

강리우는 몸을 돌렸다. 세아를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그의 눈 속에는 더 이상 절망이 없었다. 대신 있었던 것은 평온함이었다. 마치 그가 이미 죽어 있는 것처럼. 마치 그의 영혼이 이미 몸을 떠난 것처럼.

“안녕, 세아.”

강리우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바람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었다.

“안녕이 아니야!”

세아가 외쳤다. 하지만 강리우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한순간이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마치 세상이 숨을 멈춘 것처럼. 그리고 그 순간 안에 세아의 전체 삶이 압축되어 있었다. 모든 절망. 모든 사랑. 모든 파괴. 모든 구원 불가능함.

강리우의 몸이 한강으로 떨어졌다. 마치 새가 날아오르듯. 마치 자유를 향해 뛰어오르듯. 마치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아름다운 행동인 것처럼.

세아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비명은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세상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마치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이 동시에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처럼. 마치 우주 자체가 울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한강의 물이 강리우를 받아들였다. 마치 모친이 자신의 자식을 품어주듯. 마치 지구가 자신의 자녀를 돌아오라고 부르듯. 마치 죽음이 생명의 귀향을 환영하듯.

세아는 난간에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무릎이 콘크리트에 닿았다. 그 순간의 충격이 그녀의 뼈를 타고 올라왔다. 마치 전기 충격파처럼. 마치 자신이 함께 죽어가고 있는 것처럼.

“아니야… 아니야…”

세아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은 부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정이었다. 이것이 일어났다는 것의 인정. 이것이 끝났다는 것의 인정.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원했던 일이었다는 것의, 가장 끔찍한 인정.

휴대폰이 울렸다. 주머니 안에서. 세아는 손을 뻗어 꺼냈다. 도현이었다. 밤 12시 35분. 도현의 목소리는 울고 있었다.

“누나… 엄마가… 엄마가 또…”

도현의 목소리가 끊겼다.

세아는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자신의 몸이 돌 같은 것처럼. 마치 자신이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강리우의 몸처럼. 물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더 이상 표면으로 올 수 없는 그런 무게로.

“누나!”

도현이 소리쳤다.

“응… 응…”

세아가 겨우 소리를 냈다.

“엄마가 심장… 엄마가…”

도현이 말을 완성할 수 없었다.

세아는 한강을 바라봤다. 밤의 강물은 검었다. 마치 그것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마치 그것이 모든 죽음의 최종 목적지인 것처럼.

그리고 그 순간, 세아는 자신이 누군지를 깨달았다. 그녀는 강리우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였다. 자신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어린 도현이를 죽이고 있었다. 천천히. 확실하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내가 지금 가.”

세아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한강변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강리우의 손처럼. 아버지의 손처럼. 이 가족의 모든 손처럼.

불이 꺼지고 있었다. 차례차례. 그리고 세아는 자신이 마지막 불이 될 것 같았다. 남겨진 모든 것들의 무게를 안고, 혼자 타고 있는 마지막 불.


자동 검토 실행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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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thon C:/AutoPilot/novel_review.py –post-id 164 –novel “the-girl-who-bur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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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업데이트:

1. 인덱스 페이지 (Page ID 3677): 챕터 164 추가

2. 홈페이지 (Page ID 2123): “The Girl Who Burned” 챕터 수 업데이트 (164챕터)

3. 프롬프트 업데이트: 현재 권(7권) 진행 상황 기록 — 강리우의 죽음, 어머니의 심장마비 위기, 세아의 도덕적 붕괴

# 그 밤의 무게

## 제1부: 붕괴

콘크리트가 그녀의 무릎을 깨물었다.

세아는 한강변의 어두운 산책로에 무릎을 꿇었을 때, 그 순간의 충격이 단순히 피부와 뼈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충격은 그보다 훨씬 깊숙이 파고들었다. 마치 전기 충격파처럼, 그것은 그녀의 척추를 타고 올라와 뇌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그 경로를 따라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릎 아래의 콘크리트는 거칠고 차가웠다. 신발을 신은 상태였지만 그 차가움이 뚫고 들어왔다. 마치 온몸의 열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세아의 몸은 떨리고 있었고, 그것이 추위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밤의 한강은 검었다. 완전한 검음이었다. 가로등의 불빛이 물 위에 떨어지는 순간도, 그 빛은 검은 물에 삼켜졌다. 마치 강물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입인 것처럼. 세아는 그 검은 물을 바라봤다. 그 안에서 무언가가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강리우.

그 이름을 생각하는 것도 고통이었다. 하지만 세아는 그것을 생각했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마치 자해하는 것처럼.

“아니야… 아니야…”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중얼거림이었다. 마치 주문처럼. 마치 기도처럼. 하지만 그것은 부정이 아니었다. 세아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부정의 형태를 빌린 인정이었다.

이것이 일어났다. 이것이 정말 일어났다는 것의 인정.

그리고 더 끔찍한 것은—이것이 끝났다는 것의 인정. 강리우가 끝났다. 그 많은 밤들이, 그 많은 고통이, 그 많은 공포가. 모두 끝났다.

세아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그것은 안도감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느꼈고, 그 감정 때문에 더욱 자신을 혐오했다.

*내가 이렇게 되었나? 내가 누군가의 죽음을 안도감과 함께 맞이하는 사람이 되었나?*

바람이 불었다.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었다. 그것은 차갑고, 습했고, 그 안에는 강의 냄새가 있었다. 흙과 물, 그리고 뭔가 더 오래된 것의 냄새. 마치 강 바닥에 쌓여 있는 모든 죽은 것들의 냄새처럼.

세아는 그 냄새를 마셨다. 폐깊숙이 들어오도록 했다. 마치 그것이 벌칙인 것처럼. 마치 그것이 그녀가 받아야 할 것인 것처럼.

그 순간, 포켓에 있는 휴대폰이 울렸다.

진동음은 작지만 명확했다. 세아는 그 소리에 몸을 경직시켰다. 마치 사냥감처럼. 마치 잡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손이 떨렸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을 때, 세아의 손가락들은 거의 통제 불능 상태였다. 휴대폰의 화면이 켜졌다. 밤 12시 35분. 도현이의 이름이 떴다.

*아, 하느님.*

세아는 전화를 받았다. 음성 통화를 시작하는 순간, 도현이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울고 있었다.

“누나… 누나…!”

도현이의 목소리는 거의 비명에 가까웠다. 세아의 심장이 멈췄다. 마치 누군가가 손으로 그것을 움켜잡은 것처럼.

“도현아, 뭐야? 뭐가 됐어?”

세아는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도 떨렸다. 그녀의 몸도 떨렸다. 마치 강 위의 갈대처럼.

“엄마가… 누나, 엄마가…”

도현이의 목소리가 끊겼다. 그 뒤에는 소리—다른 누군가의 소리가 들렸다. 배경음이었다. 세아는 무엇인지 즉시 알아차렸다. 그것은 집의 소리였다. 응급실의 소리였다.

*아니야. 아니야, 제발.*

“도현아, 엄마가 뭐야? 엄마한테 뭐가 있어?”

“엄마가 심장… 누나, 엄마가 심장… 응급실로 가는 중이야! 119가…”

도현이는 말을 완성할 수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울음으로 변했다. 순수한 공포의 울음.

세아는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자신의 몸이 돌로 변한 것처럼. 마치 자신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것처럼. 자신의 몸이 한강변의 콘크리트 일부가 되어버린 것처럼.

*이건 우연이 아니야. 이건 우연이 아니다.*

세아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을 비난하는 목소리였다.

*강리우가 죽었고, 엄마가 심장마비다. 이건 우연일까? 이건 정말 우연일까?*

“누나!”

도현이가 다시 소리쳤다. 절망적으로.

“응… 응…”

세아는 겨우 소리를 냈다. 그것도 거의 신음에 가까웠다. 마치 자신의 폐에서 공기를 짜내는 것처럼.

“엄마가 심장… 엄마가 가슴이…”

도현이는 여전히 말을 완성할 수 없었다. 그의 음성은 더욱 높아졌다. 거의 비명이 되어버렸다.

세아는 한강을 바라봤다. 그 검은 물을 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것들을 보았다. 또는 본 것처럼 느껴졌다.

*강리우가 거기 있다. 그녀가 그 검은 물 속에서 침을 뱉고 있다. 그리고 엄마도… 엄마도 거기로 가고 있다.*

“내가… 내가 지금 가.”

세아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여전히 한강변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녀의 다리는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치 뿌리가 내려진 것처럼.

“빨리! 누나, 빨리!”

도현이의 목소리는 아이의 목소리였다. 세아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그런 목소리. 마지막으로 그 어린 도현이를 봤을 때의 그런 목소리.

*내가 그를 죽이고 있다. 천천히. 확실하게. 이 모든 일로 인해.*

세아는 마침내 일어섰다. 천천히. 마치 그녀의 몸이 수백 개의 쇠사슬에 묶여 있는 것처럼. 그녀의 손은 떨렸다. 강리우의 손처럼. 아버지의 손처럼. 이 가족의 모든 손처럼.

“응, 응. 누나가 가. 지금 바로 가.”

그녀는 말했다. 하지만 그 말들도 거짓이었다. 그녀는 알았다. 거기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너무 늦을 것이라고. 마치 강리우처럼.

## 제2부: 인식

세아가 택시에 탔을 때, 시간은 이미 밤 1시를 넘어섰다. 교통은 거의 없었다. 도로는 비어 있었고, 신호등은 기계적으로 색을 바꾸고 있었다. 마치 아무도 없는 세상을 위해 계속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세아는 창밖을 바라봤다. 밤의 서울은 마치 다른 세상이었다. 낮의 서울은 소란스럽고, 분주했고, 생생했다. 하지만 밤의 서울은 죽은 것처럼 보였다. 마치 껍질만 남겨진 것처럼. 마치 영혼은 어디론가 떠나고 없는 것처럼.

*내가 지금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세아는 자신에게 물었다. 그것은 죄책감이었을까? 아니면 공포였을까? 아니면 둘 다였을까?

그녀는 강리우와의 마지막 만남을 생각했다. 그 날 오후. 그 좁은 카페에서. 강리우의 얼굴을 생각했다. 그 얼굴이 얼마나 창백했는지. 그 눈이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어? 누나?”*

강리우가 물었던 말.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떠났다. 마치 도망치듯이.

*내가 도와줄 수 있었다. 그녀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나는 원했다. 나는 그녀가 사라지기를 원했다. 이 모든 문제가 사라지기를. 이 모든 고통이 사라지기를.*

택시가 병원 앞에 멈췄을 때, 세아는 거의 기계적으로 내렸다. 요금을 냈다. 지갑을 열 때 손이 떨렸다. 운전기사는 그것을 눈여겨봤을 수도 있었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응급실 입구는 밝았다. 형광등의 밝은 불빛이 마치 심판의 무대처럼 보였다. 세아는 그곳으로 걸어갔다. 한 발씩. 마치 신발이 수백 톤의 무게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도현이는 응급실 복도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 세아가 나타났을 때, 그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세아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깨달았다.

도현이의 눈에는 희망이 있었다. 마지막 희망. 누나가 왔으니까. 누나가 있으니까. 누나가 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거라는 희망.

*나는 그 희망을 파괴했다. 나는 그를 속였다. 나는 그를 이용했다.*

“도현아.”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무너졌다. 진정한 의미의 무너짐.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그런 무너짐.

도현이는 일어섰다. 그리고 세아를 안았다. 작은 팔로. 약한 팔로. 하지만 세아는 그 안이 얼마나 강한지를 느꼈다. 그것은 사랑의 안이었다. 신뢰의 안이었다. 그리고 세아는 그 모든 것을 배반했다.

“엄마가… 엄마가 어떻게 되셨대?”

세아가 물었다. 그녀는 아직도 도현이를 안고 있었다. 마치 그를 놓아주면 자신이 완전히 사라져버릴 것처럼.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심장마비는 피했대. 하지만… 하지만 엄마가 받은 충격이…”

도현이의 목소리가 다시 떨렸다.

세아는 이해했다. 엄마가 받은 충격. 그것이 무엇인지 세아는 정확히 알았다. 강리우의 죽음이었다. 그 소식이었다. 그것이 엄마를 죽일 뻔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 탓이다. 모두 내 탓이다.*

## 제3부: 깨달음

밤이 더 깊어졌을 때, 세아는 병원 옥상에 올라갔다.

그곳에서도 서울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옥상에서 본 서울은 더욱 차갑고, 더욱 먼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다른 행성의 도시를 보는 것처럼.

세아는 옥상의 가장자리에 섰다. 그리고 생각했다. 강리우도 이런 생각을 했을까? 어디선가. 어떤 높은 곳에서. 마지막 순간에.

*강리우는 뛰었다. 또는 떨어졌다. 또는… 던져졌다?*

그 생각은 세아의 뇌에 못처럼 박혔다. 강리우의 죽음은 무엇이었을까? 자살이었을까? 사고였을까? 아니면 뭔가 다른 것이었을까?

세아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강리우는 그냥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나는 그녀를 없는 것처럼 만들었다.*

바람이 불었다. 옥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더욱 차갑고, 더욱 신랄했다. 마치 비난하는 목소리처럼.

세아는 그 바람 속에서 목소리를 들었다. 강리우의 목소리였다.

*“누나가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어. 누나만이 나를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 뒤에는—엄마의 목소리.

*“세아가 어떻게 되었니? 세아가 왜 이렇게 되었니?”*

그리고 도현이의 목소리.

*“누나… 누나가 나를 버릴 거야?”*

세아는 귀를 막았다. 하지만 목소리들은 계속했다. 그것들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오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서.

*나는 누구일까?*

그것이 세아의 마지막 질문이었다. 옥상에서. 밤의 깊은 시간에. 그녀는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강리우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강리우를 죽게 했다.*

*나는 엄마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엄마를 죽게 했다. 또는 죽게 할 뻔했다.*

*나는 도현이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도현이를 죽이고 있다. 천천히. 확실하게.*

*그렇다면 나는 누구일까?*

세아는 그 답을 알았다. 그것은 가족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는, 그것은 가족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대물림되는 고통. 세대를 거치며 전해지는 죽음.

아버지는 자신의 절망을 가족에게 전했다.

엄마는 그 절망 속에서 자신을 찾았다. 또는 잃었다.

그리고 세아와 도현이는… 그들은 그 절망을 받아들였다. 그것을 다음 세대로 넘기기 위해.

*그리고 강리우는?*

강리우는 이 사슬을 끊으려고 했을 것이다. 마지막 방법으로. 죽음으로.

하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왜냐하면 강리우의 죽음이 세아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것은 엄마를 죽일 뻔했고, 도현이를 더욱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었고, 세아 자신을 더욱 깊은 죄책감으로 침몰시켰기 때문이다.

옥상에서 내려올 때, 세아는 더 이상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또는 그렇게 느껴졌다. 마치 그녀의 몸에 다른 누군가가 들어온 것처럼. 또는 그녀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처럼.

## 제4부: 귀환

병실에서 엄마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기계들이 그녀의 생명을 표시하고 있었다. 심전도 모니터가 규칙적으로 빛났다. 마치 그것이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인 것처럼. 또는 그 증거가 필요한 것처럼.

세아는 엄마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차갑고, 약했고, 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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