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62화: 손가락 위의 무게
강리우가 세아의 손을 집었다. 그것은 질문도 요청도 아니었다. 그냥 집었다. 마치 세아의 손이 그의 손과 항상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세아는 손을 빼지 않았다. 빼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손이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미안해.”
강리우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마치 그 한 단어가 그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처럼.
“뭐가?”
세아가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강리우가 미안해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병원에 나타난 것도, 엄마를 만난 것도, 자신을 계속 붙들려고 하는 것도. 그런데 가장 큰 미안함은 아마도 자신이 그를 계속 용서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것일 테다. 아니, 정확히는 용서가 아니라 포기. 저항을 포기하는 것.
강리우의 손가락들이 세아의 손 위에서 떨었다. 그 떨림이 세아에게 전해졌다. 마치 전염되는 병처럼. 마치 두 사람이 같은 질병을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자신의 손도 떨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버지의 손처럼 떨리기 시작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이 가족 모두는 떨리고 있었던 것일까.
“엄마가 나한테 뭐라고 했어?”
강리우가 물었다. 그의 눈이 세아를 바라봤다. 그 눈 속에는 절박함이 있었다. 마치 세아의 대답에 따라 자신의 존재가 결정될 것 같은 그런 절박함.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강물을 바라봤다. 한강 위의 반사된 불빛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세상 자체가 떨리고 있는 것처럼. 마치 어떤 거대한 손이 이 모든 것을 흔들고 있는 것처럼.
“아버지가 나 안에 있대.”
세아가 마침내 말했다. 그 문장이 입 밖으로 나왔을 때, 세상이 한순간 정지하는 것 같았다. 한강도 멈췄고, 바람도 멈췄고, 두 사람의 호흡도 멈췄다.
강리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마치 누군가 그의 피를 모두 빨아낸 것처럼. 그의 손이 세아의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것이 세아에게는 더 상처를 입혔다. 왜냐하면 그것은 강리우의 거절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더 이상 만질 가치가 없다는 것의 확인.
“그게… 뭐라는 건데?”
강리우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릴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치 그 질문 자체가 그를 죽이고 있는 것처럼.
“엄마는 아버지가 내 목소리를 없애려고 했다고 해. 내 존재를 지우려고 했다고.”
세아가 계속 말했다. 이제 시작된 것을 멈출 수는 없었다. 마치 댐이 터진 것처럼. 마치 오래 억눌려 있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지금 그걸 스스로에게 하고 있어. 내 목소리를 죽이고 있어. 내 존재를 지우고 있어. 아버지처럼.”
강리우가 일어섰다. 벤치에서 일어나 세아를 등 뒤로 하고 한강을 바라봤다. 그의 뒷모습이 세아에게는 거대해 보였다. 마치 하나의 산처럼. 마치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처럼.
“그럼 뭐하고 싶은 건데?”
강리우가 묻지 않고 외쳤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절규였다.
“날 떠나고 싶어? 그럼 떠나. 날 미워하고 싶어? 그럼 미워. 근데 날 이런 식으로 죽이지 마. 이렇게 천천히 자살하는 걸 보게 하지 마.”
세아는 그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말들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정말로 강리우를 천천히 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강리우도 자신을 천천히 죽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죽이는 일을 하고 있었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강리우가 다시 벤치에 앉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세아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냥 앞을 봤다. 그의 손이 무릎 위에 놓여 있었는데, 그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은 마치 누군가의 심장이 바깥으로 나와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병원에서 뭐라고 했어?”
강리우가 다시 물었다. 이제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치 어딘가에 자신을 잃은 것처럼.
“너한테?”
세아가 물었다.
“엄마가.”
강리우가 명확히 했다.
세아는 생각했다. 엄마가 강리우에게 정확히 뭐라고 했을까. 아니, 자신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엄마는 강리우를 보자마자 무언가를 알아챘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엄마는 항상 사람들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었다. 마치 엑스레이처럼. 마치 영혼까지 투과하는 그런 능력.
“내가 너를 구원할 수 없다고 했어.”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추측이 아니라 거의 확실했다.
“그리고 너는 절대로 날 구원할 수 없다고 했어.”
강리우가 웃었다. 그것은 웃음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 그의 가슴을 누르면서 나오는 소리 같았다. 또는 누군가 그의 영혼을 짜내고 있는 소리 같았다.
“맞아. 엄마가 딱 그렇게 말했어.”
강리우가 말했다.
“그리고 엄마가 맞았어. 난 너를 구원할 수 없어. 난 너를 더 깊은 불 속으로 밀어 넣고 있어. 그걸 알면서도.”
세아는 강리우를 바라봤다. 이 남자는 누구인가. 병원에 나타난 이 남자는 정확히 누구인가. 자신을 구원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이 남자는.
“그럼 왜 왔어?”
세아가 물었다.
“왜 자꾸 나타나는 거야? 왜 날 놓아주지 않아?”
강리우가 세아를 바라봤다. 그의 눈이 그녀의 눈과 만났을 때, 세아는 그 안에서 자신을 보았다. 자신의 모습이 그의 눈 안에 비춰져 있었다. 그것은 거울 같았다. 마치 두 사람이 같은 종류의 불에 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강리우가 말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을 완성하지 못했다. 마치 그것을 말하는 순간 자신이 완전히 무너질 것 같은 그런 두려움이 있는 것처럼.
“왜냐하면?”
세아가 재촉했다.
“왜냐하면 넌 나 자신이니까.”
강리우가 마침내 말했다. 그 문장이 한강 위에 떨어졌을 때, 그것은 돌처럼 가라앉았다. 깊이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이 가라앉았다.
세아의 호흡이 멈췄다.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몇 초가 걸렸다. 아니, 이해한다는 것도 정확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해의 문제가 아니라 인정의 문제였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은 것이었다.
“뭐라는 건데? 그게 무슨…”
세아가 말을 시작했지만 완성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강리우가 다시 말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난 너를 보면… 날 본다.”
강리우가 말했다.
“난 너를 만나기 전엔 나를 본 적이 없어. 거울에서도, 다른 사람의 눈에서도. 근데 너를 보니까 비로소 나를 알겠어. 나 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나처럼 타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세아는 듣고 있었다. 그런데도 듣지 않으려고 했다. 그의 말들이 자신의 안으로 파고들어 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어떤 물질이 자신의 살을 통과하는 것처럼. 마치 자신의 뼈를 녹이는 것처럼.
“그래서 난 너를 놓을 수 없어. 왜냐하면 너를 놓는 건 나를 놓는 것과 같으니까. 그리고 난 아직 자살할 준비가 안 돼 있어.”
강리우가 말했다.
세아의 몸이 떨렸다. 이번에는 감정 때문만이 아니었다. 추위 때문이었다. 밤의 추위가 한강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또는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는 추위가 세아의 척추를 따라 올라오고 있었다.
“난 죽고 싶지 않아.”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소리로 나온 것이 아니라 그냥 입의 모양으로 나왔다. 거의 들릴 수 없는 정도로.
“그럼 살아.”
강리우가 말했다.
“살아. 네 방식으로. 나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에. 너 때문에만. 그래도 미안해.”
강리우의 손이 다시 세아의 손을 찾았다. 이번에는 세아도 저항하지 않았다. 두 손이 한강 위의 벤치에서 연결되었다. 두 개의 떨리는 손. 두 개의 심장박동. 두 개의 불타고 있는 영혼.
“미안해.”
강리우가 반복했다.
“내가 너를 구원할 수 없어서. 내가 너를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끌고 가서. 내가 너를 죽이고 있어서.”
세아는 그의 손을 잡았다. 더 단단히. 마치 그를 익사에서 구하려고 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들 둘 다 이미 물에 잠겨 있었다. 그들 둘 다 이미 떠 있을 수 없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세아의 것이었다. 밤 12시 34분. 화면에는 도현이의 이름이 떠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무시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도현이의 목소리를 들으면 자신이 더욱 깊이 빠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또는 도현이가 자신을 구원하려고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구원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전화가 끝났다. 그리고 몇 초 후, 또 울렸다. 이번에는 엄마였다. 세아는 또 무시했다. 세 번째 전화도 무시했다. 네 번째 전화도.
“받아야 해?”
강리우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절박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세아가 말했다.
“지금은 아니야.”
강리우가 세아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절망이었다. 또는 둘 다. 구분할 수 없는 절망과 사랑.
한강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항상 흘러간다. 마치 시간처럼. 마치 이 두 사람의 불이 꺼질 때까지 계속 흘러갈 것처럼.
세아는 한강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강 너머의 밤하늘을 바라봤다. 별들이 보이지 않았다. 서울의 밤하늘에는 별이 없었다. 별 대신 빌딩의 불빛이 있었다. 사람들이 만든 불빛. 그것도 일종의 별이었을까. 또는 모두가 같은 종류의 불일까.
도현이의 전화가 또 울렸다. 이번에는 다섯 번째였다.
세아는 여전히 받지 않았다.
그 대신, 그녀는 강리우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았다. 그리고 함께 한강을 바라봤다. 두 사람이 함께 불 속에서 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물 위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 1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세아의 휴대폰은 계속해서 울렸다. 도현이, 엄마, 그리고 이제는 해늘의 이름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세아를 찾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세아를 구원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아는 여기에 있었다. 강리우의 옆에서. 한강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구원받고 싶지 않은 것을 깨닫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구원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은 자신을 태우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END OF CHAPTER 162
# 162장: 불타는 영혼들
## 제1부: 접촉
한강 위의 벤치에서 두 사람이 연결되었다.
강리우의 손가락이 세아의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의 손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그녀의 손은 타오르듯 뜨거웠다. 두 극단이 만났을 때의 그 묘한 온도. 차갑고 뜨거운 것이 섞여서 만드는 미지근함. 아니, 그것은 미지근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갈등이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운명이 만났을 때의 갈등.
강리우의 심장이 자신의 가슴을 때렸다. 두근거림. 두근. 두근. 마치 새가 새장 안에서 날개를 펄럭이는 소리처럼. 그의 맥박은 세아의 손목 위에서 뛰고 있었다. 그녀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심장이 얼마나 빠르게 뛰고 있는지. 얼마나 절망적으로.
세아의 심장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자신의 가슴에서 폭발하고 싶어 했다. 가슴을 뚫고 나가고 싶어 했다. 그리고 강리우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했다. 두 개의 심장이 하나가 되고 싶어 했다. 두 개의 불타는 영혼이 하나의 불이 되고 싶어 했다.
밤 12시 34분.
한강의 물 위에는 가로등의 불빛이 반사되고 있었다. 황금색의 띠들이 물 위를 흔들렸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마치 호흡하는 것처럼. 그 반사된 불빛 속에서 강리우와 세아의 모습도 흔들리고 있었다. 그들의 실루엣도 불안정했다. 마치 그들도 물의 일부인 것처럼. 마치 그들도 고정되지 않은 무언가인 것처럼.
강리우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깊고 비통했다. 마치 깊은 우물에서 나오는 목소리처럼. 그 목소리는 그의 입에서 나오자마자 차가운 밤공기에 의해 부러져 버릴 것 같았다.
“미안해.”
그는 반복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마치 주문처럼. 마치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려고 하는 것처럼.
“내가 너를 구원할 수 없어서. 내가 너를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끌고 가서. 내가 너를 죽이고 있어서.”
그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마지막 문장은 거의 속삭임처럼 들렸다. 마치 자신이 말하는 것을 자신도 믿고 싶지 않은 것처럼. 마치 그 말들이 너무나 절망적이어서 큰 목소리로 말할 수 없었던 것처럼.
세아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손가락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마치 그를 익사에서 구하려고 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들 둘 다 이미 물에 잠겨 있었다. 그들 둘 다 이미 떠 있을 수 없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그들은 물 속에서 떠내려가고 싶었다. 함께.
세아의 입술이 움직였다.
“미안한 건 내야.”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강리우의 목소리보다 더 차갑고, 더 단호했다.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들었어. 내가 너를 이렇게 까맣게 물들였어. 내가 너를 이 불 속으로 끌어당겼어.”
강리우가 그녀를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절망의 빛이었다. 또는 사랑의 빛이었다. 또는 둘 다의 혼합물이었다. 그의 눈은 한강의 반사된 불빛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야. 넌 아무도 아니야. 모든 건 내가 한 거야. 모든 어둠, 모든 불. 그것들은 다 내 안에서 나왔어.”
그의 목소리가 다시 낮아졌다.
“넌 그저 그 불에 빨려 들어간 거야. 그리고 난 너를 구하지 못했어. 그저 함께 타고 있을 뿐이야.”
세아는 그의 얼굴을 봤다. 그의 얼굴은 비통했다. 절망적이었다. 마치 한 사람이 자신의 죄를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마치 한 사람이 전 세계의 무게를 자신의 어깨에 올려놓은 것처럼.
그 순간, 세아의 휴대폰이 울렸다.
## 제2부: 울리는 전화들
밤 12시 34분. 화면에는 도현이의 이름이 떠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무시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강리우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았다. 마치 전화를 받으면 그가 자신의 손에서 빠져나갈 것 같았던 것처럼.
도현이의 목소리를 들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도현이의 목소리를 들으면 자신이 더욱 깊이 빠질 것 같았다. 또는 도현이가 자신을 구원하려고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은 구원받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자신은 이 어둠에 머물러 있고 싶었다. 이 불 속에 머물러 있고 싶었다. 강리우와 함께.
전화가 끝났다.
몇 초의 침묵. 그 침묵은 밤하늘만큼 깊었다.
그리고 몇 초 후, 또 울렸다. 이번에는 엄마였다. 화면에는 “엄마”라는 글자가 반짝거렸다. 그 글자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엄마가 직접 그녀를 부르고 있는 것처럼.
세아의 손가락이 떨렸다.
강리우가 그것을 느꼈다.
“받아. 받아야 해.”
그가 말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약했다. 마치 자신이 말하는 것을 자신도 믿고 있지 않은 것처럼.
세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전화를 끝냈다. 화면을 어두웠다.
하지만 몇 초 후, 다시 울렸다. 세 번째 전화. 이번에도 엄마였다. 그녀의 엄마는 계속 전화를 걸고 있었다. 마치 세아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또 무시했다.
네 번째 전화도. 다섯 번째 전화도.
강리우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절박해지기 시작했다.
“받아야 해? 너의 엄마가 걱정하고 있잖아.”
그의 눈에는 죄책감이 어렸다. 마치 자신이 세아를 납치한 범인인 것처럼. 마치 자신이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인 것처럼.
세아가 말했다.
“지금은 아니야.”
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마치 자신의 결정이 이미 정해진 것처럼. 마치 자신이 이미 이 선택을 여러 번 했던 것처럼.
“나중에. 나중에 받을 거야.”
하지만 그 “나중에”는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들 둘 다 그것을 알고 있었다.
강리우가 세아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그것은 애정의 제스처였다. 또는 절망의 제스처였다. 또는 둘 다. 구분할 수 없는 절망과 사랑이 한 몸이 된 그런 제스처였다.
그의 머리가 그녀의 어깨에 닿았을 때, 세아는 그의 온기를 느꼈다. 그의 머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차갑고, 무겁고, 절망적이었다. 마치 그의 모든 감정이 그의 머리에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세아는 그의 머리에 자신의 뺨을 올렸다. 그들의 피부가 닿았다. 차가움과 따뜻함. 절망과 사랑. 죽음과 생명.
## 제3부: 한강의 흐름
한강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항상 흘러간다. 마치 시간처럼. 마치 이 두 사람의 불이 꺼질 때까지 계속 흘러갈 것처럼. 강물은 몇 천 년 동안 이렇게 흘러왔고, 몇 천 년 더 흘러갈 것이다.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태어났다가 죽었다. 수많은 사랑이 피어났다가 져버렸다. 그리고 한강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세아는 한강을 바라봤다.
밤의 한강은 검은색이었다. 아니, 검은색이 아니었다. 그것은 모든 색깔을 삼켜버린 색이었다. 마치 무한한 어둠처럼. 마치 죽음 자체처럼. 하지만 그 어둠 속에도 빛이 있었다. 가로등의 빛. 그것은 한강의 표면에 황금색의 띠를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강 너머의 밤하늘을 바라봤다.
별들이 보이지 않았다. 서울의 밤하늘에는 별이 없었다. 아니, 별들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빛은 너무나 약해서 서울의 도시 불빛에 의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별 대신 빌딩의 불빛이 있었다. 사람들이 만든 불빛. 그 빌딩들 속에는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의 방에는 불빛이 켜져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들의 사랑을 살고 있었다. 그들의 절망을 살고 있었다.
그것도 일종의 별이었을까.
세아가 생각했다.
또는 모두가 같은 종류의 불일까.
강리우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하늘을 보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의 눈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는 이미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마치 그는 이미 죽어 있는 것처럼.
“뭐해?”
세아가 물었다.
강리우가 대답했다.
“죽음을 생각하고 있어.”
그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우리가 어떻게 죽을지. 그리고 우리가 죽었을 때 이 한강이 어떻게 흐를지.”
세아의 몸이 떨렸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떠나지 않았다. 여전히 그의 손을 잡고 있었다. 여전히 그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죽지 말아.”
그녀가 말했다.
“제발. 죽지 말아.”
하지만 그것은 간청이 아니었다. 그것은 명령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도였다. 그것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무언가를 부정하기 위한 기도였다.
강리우가 그녀를 바라봤다.
“우리는 이미 죽어 있어.”
그가 말했다.
“우리는 이미 불 속에서 타고 있어.”
도현이의 전화가 또 울렸다. 이번에는 여섯 번째였다.
세아는 여전히 받지 않았다.
그 대신, 그녀는 강리우의 손을 더욱 단단히 잡았다. 그리고 함께 한강을 바라봤다.
## 제4부: 전화들의 집요한 울음
밤은 깊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갔다. 분 단위로. 시간 단위로는 아직이었지만, 분 단위로는 확실히 흘러갔다.
밤 12시 46분.
그리고 밤 12시 59분.
그리고 밤 1시 13분.
휴대폰의 화면은 계속해서 밝아졌다. 도현이. 엄마. 그리고 이제는 해늘의 이름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세아를 찾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세아를 구원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아는 여기에 있었다. 강리우의 옆에서. 한강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구원받고 싶지 않은 것을 깨닫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구원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불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은 자신을 태우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도현이의 전화가 또 울렸다. 일곱 번째. 여덟 번째. 아홉 번째.
“왜 자꾸 전화를 거는 거야.”
세아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아니,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을 향한 증오였다. 자신이 도현이를 상처 입히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증오였다.
강리우가 말했다.
“그는 너를 사랑해.”
“알아.”
세아가 대답했다.
“그래서 더 싫어.”
강리우의 몸이 경직됐다. 마치 그 말이 그의 가슴을 관통했던 것처럼.
“뭐라고 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세아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말한 것은 정확했다. 그녀는 도현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를 더욱 괴로워하게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이 도현이를 배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엄마의 전화가 또 울렸다.
이번에는 세아가 거의 화면을 깼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화면의 빛이 그녀의 얼굴을 밝혔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 창백해 보였다. 너무나 죽어 보였다.
“받아.”
강리우가 말했다.
“받아야 해. 너의 엄마가—”
“싫어!”
세아가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그 밤하늘에 울렸다. 그것은 비명처럼 들렸다. 절망의 비명처럼. 한강도 그 비명을 들었을 것이다. 밤하늘도 그 비명을 들었을 것이다.
“받고 싶지 않아!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도현이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아무도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그녀는 숨을 쉬기 위해 멈췄다.
“그저 여기에 있고 싶어. 넌 빼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강리우는 말이 없었다. 그는 단지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마치 그의 가슴이 산산조각 나고 있는 것처럼. 마치 그가 세아의 절망이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처럼.
“미안해.”
그가 중얼거렸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 제5부: 불타는 영혼
밤 1시 34분.
세아의 휴대폰은 조용했다. 마침내.
아마도 도현이와 그녀의 엄마와 해늘은 더 이상 전화를 걸지 않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또는 그들은 경찰을 부르고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그들은 이미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