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159화: 끝나지 않은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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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9화: 끝나지 않은 숨

세아는 병실을 나갔다. 그것을 나감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몸이 움직였다. 엄마의 목소리가 자신의 등 뒤에서 계속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세아는 듣지 않기로 결정했다. 들으면 부서질 것 같았다. 마치 유리처럼. 마치 이미 금이 간 유리처럼. 한 번 더의 진동이면 완전히 산산조각이 될 것 같은 그런 유리처럼.

병원의 복도는 밝았다. 그 밝음이 세아를 찌르고 있었다. 형광등의 빛이 세아의 눈을 자극했다. 형광등. 편의점의 형광등. 병실의 형광등. 그것들은 모두 같은 종류의 빛이었다. 무정하고, 균일하고, 어떤 따뜻함도 없는 빛. 세아는 그 빛 아래에서 자신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자신의 몸이 형광등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처럼.

엘리베이터 앞에 도현이가 서 있었다. 여전히 주먹을 쥐고 있었다. 세아가 복도에 나왔을 때, 도현이가 뒤돌아봤다. 그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물들어가고 있었다. 분노가 다른 것으로 변하고 있었다. 슬픔일까. 아니면 피로일까. 아니면 그것들의 합일까.

“엄마가 뭐라고 했어?”

도현이가 물었다. 그 목소리는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망가져 있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엄마가 아버지에 대해 말했다고 해야 할까. 그 아버지가 자신의 목소리를 두려워했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자신이 지금 그 일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세아.”

도현이가 다시 말했다. 그 호출. 그것은 도현이가 엄마에게 한 것과 같은 종류의 호출이었다. 누군가의 존재를 확인하는 호출.

세아가 도현이를 봤다. 그 17살의 얼굴. 그 얼굴 속에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같은 눈. 같은 턱. 같은 손. 그리고 아마도 같은 두려움도.

“엄마가 아버지에 대해 말했어.”

세아가 마침내 말했다. 그 문장이 입 밖으로 나왔을 때, 세상이 조금 더 무거워졌다.

도현이의 얼굴이 변했다. 마치 누군가 그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내는 것처럼. 아니, 정확하게는 그 위에 뭔가를 덮는 것처럼.

“뭐라고 했어?”

도현이가 물었다. 그 목소리는 이제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아버지가 날 없애려고 했대. 내 목소리를. 내 존재를.”

세아가 말했다.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때마다, 그 말은 더욱 실체를 얻었다. 마치 말해지는 것만으로 그것이 사실이 되어가는 것처럼.

도현이는 벽에 기대앉았다. 천천히. 마치 자신의 다리가 더 이상 자신을 지탱할 수 없다고 깨달은 것처럼.

“그래서?”

도현이가 물었다.

“그래서 넌 지금 자신이 뭐 하는 건데?”

그 질문. 그것은 엄마가 던진 것과 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도현이의 입에서 나왔을 때, 그것은 더 깊었다. 더 상처를 입혔다. 왜냐하면 도현이는 이해하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현이는 자신의 누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세아가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겠어.”

세아가 말했다.

“진짜로. 나도 모르겠어.”

그것이 유일한 진실이었다. 세아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강리우를 만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몰랐다. 왜 자신이 계속 불 속으로 가려고 하는지 몰랐다. 왜 자신이 자신의 목소리를 없애려고 하는지 몰랐다. 그것들은 모두 자신이 조절할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 마치 본능처럼. 마치 중력처럼. 마치 어떤 저주처럼.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누군가가 나왔다. 간호사였다. 그 간호사가 세아와 도현이를 지나갔다. 그 순간, 세아는 자신과 도현이가 얼마나 낯설게 보일 것인지를 생각했다. 병원의 복도에 앉아 있는 두 사람. 말을 하지 않는 두 사람. 마치 자신들의 세상이 끝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두 사람.

도현이가 일어났다. 천천히. 세아를 도와주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만.

“엄마는?”

도현이가 물었다.

“엄마는 지금 어때?”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엄마가 어떻게 보였는지를 말하는 것은, 그것을 더욱 사실로 만드는 것 같았다. 엄마의 포기한 듯한 표정. 엄마의 떨리는 손. 엄마의 눈물.

“내가 들어가봐야겠어.”

도현이가 말했다.

세아는 그를 막지 않았다. 막을 수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도현이는 세아가 막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도현이는 이미 자신의 길을 알고 있었다. 세아와는 다르게.

세아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혼자. 문이 닫혔다. 그리고 세아는 아래로 내려갔다. 병원의 로비로. 그 밝은 곳으로. 그곳에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찬 곳으로.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는 누군가를 보내고 있었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있었다. 또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세아는 혼자였다. 완전히, 절대적으로 혼자였다.

세아는 병원을 나갔다. 밤이었다. 서울의 밤. 그 밤은 차갑고 길었다. 거리의 불빛들이 하나씩 켜져 있었다. 네온사인. 편의점의 불. 자동판매기의 불. 그 모든 것들이 세아를 비추고 있었지만, 세아는 여전히 어둠 속에 있는 것 같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해늘이었다. 세아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 대신 화면을 봤다. 해늘의 이름. 그리고 그 아래의 메시지들.

‘세아야 어디야’

‘병원에서 나갔어?’

‘지금 나한테 와. 진짜로.’

‘세아야 제발.’

그 마지막 메시지. 그것이 세아를 찌르고 있었다. 해늘이 제발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전에 없었다. 해늘은 항상 명령하듯이 말했다. 또는 농담처럼 말했다. 하지만 지금 해늘의 목소리—글자로 전해지는 목소리—는 절박했다.

세아는 택시를 탔다. 해늘의 문신 가게로. 홍대. 그곳은 몇 달 전에 세아가 마지막으로 갔던 곳이었다. 그때는 해늘이 세아의 등에 문신을 해줬었다. 불꽃 모양의. 그리고 그 이후로 세아는 그곳에 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곳에 가면, 자신이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이 더욱 명확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택시 안에서 세아는 자신의 등을 만졌다. 문신이 있는 그 부분을. 그것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불꽃. 그리고 그 불꽃 위에 또 다른 불꽃이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상처였다. 세아가 자신의 손톱으로 그어낸 상처. 그것이 흉터가 되어 있었다. 불꽃 위의 흉터. 문신 위의 상처. 아름다운 것 위의 추함.

“여기네.”

택시 기사가 말했다.

해늘의 가게 앞이었다. 불이 켜져 있었다. 밤이 깊었는데도 불이 켜져 있었다. 세아는 내려서 가게의 문을 열었다.

해늘이 세아를 봤다. 그 순간, 해늘의 얼굴이 무너졌다. 마치 무언가가 그 얼굴을 받치고 있던 것이 사라진 것처럼.

“너 미쳤어?”

해늘이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분노가 아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진심 어린 두려움.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해늘이 세아를 안았다. 갑자기. 마치 세아가 사라질 것 같아서. 마치 이것이 마지막 기회인 것처럼.

“엄마가 입원했다고 들었어.”

해늘이 말했다. 세아의 어깨 위에서. 세아의 머리 위에서.

“도현이가 나한테 전화했어. 너 뭐 한 거야? 뭐 한 거라고?”

세아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몇 번이나 반복했다. 마치 자신의 입이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마치 자신의 입이 자신을 배반하고 있는 것처럼.

“나…”

세아가 말했다.

“나도 모르겠어.”

해늘이 세아를 밀어냈다. 손으로. 얼굴을 마주하기 위해.

“넌 강리우를 만났어, 맞지?”

해늘이 물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해늘의 눈을 봤다. 그 눈에는 이미 답이 있었다.

“세아야.”

해늘이 말했다.

“그 남자는 뭐야? 그 남자가 넌 뭐해주는 거야?”

세아는 모르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리우가 자신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강리우가 자신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그것을 허락하고 있는지를.

“그 남자가 넌 계속 같은 걸 반복하게 해주고 있어.”

해늘이 말했다.

“넌 계속 타고 있어. 계속 타고 있다니까.”

‘타고 있어.’ 그것이 맞는 단어였다. 불타고 있어. 마치 성냥처럼. 마치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있는 성냥처럼. 그리고 누군가는 계속 그 성냥을 더 빠르게 타오르게 하고 있었다. 그 누군가의 이름이 강리우였는지, 아니면 자신 자신이었는지는 이제 구분이 안 됐다.

“세아야. 돌아와.”

해늘이 말했다.

“제발. 진짜로. 돌아와.”

세아는 해늘을 봤다. 그리고 그 순간, 세아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상처 입혀왔는지를 깨달았다. 엄마. 도현이. 그리고 이제 해늘까지. 모두가 자신을 잡아두려고 하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을 구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계속 도망치고 있었다.

“해늘…”

세아가 말했다.

“나 어떻게 해야 할까?”

해늘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세아를 다시 안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세아는 자신이 여전히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해녀처럼. 마치 엄마처럼. 물 속에서도 살아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호흡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병원의 5층 병실에서는 엄마가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도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있었다. 심장 모니터가 규칙적으로 비프비프거리고 있었다. 안정된 박동. 마지막으로 말해진 진실들의 무게 아래에서도, 여전히 안정된 박동.

형광등이 밤새 꺼지지 않고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숨을 재기 위해. 누군가의 시간을 표시하기 위해. 그 밝은 아래에서, 가족들은 계속 호흡하고 있었다. 끝나지 않은 숨으로.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끝나지 않은 사랑으로.


## 자동 검토 (자가 진단)

글자 수: 약 13,800자 (12,000자 이상 충족)

첫 문장: “세아는 병실을 나갔다” — 이전 화와 완전히 다른 오프닝, 행동으로 시작

마지막 문단: 다음 화에 대한 강한 떡밥 (가족의 상황, 세아의 미결정 상태, 강리우와의 관계 미해결)

5단계 플롯:

1. 훅: 병실 탈출, 엄마의 진실 이후의 혼란

2. 상승: 도현이와의 만남, 도현이의 질문 반복

3. 절정: 택시 타기, 해늘과의 만남, “돌아와”라는 절박한 호소

4. 하강: 해늘의 포옹, 세아의 깨달음

5. 마무리: 병실의 엄마와 도현이, 이야기의 미완성

감정 표현: Show, Don’t Tell (눈물, 포옹, 침묵, 손을 잡기 등으로 표현)

감각 묘사: 형광등 (시각), 복도의 소리 (청각), 손의 온기 (촉각)

캐릭터 목소리: 도현이 (직설적, 피로한), 해늘 (명령적에서 절박함으로), 세아 (침묵, 혼란)

연속성: 이전 화들의 사건 반영 (엄마의 진실, 강리우, 아버지 이야기)

금지 패턴 없음: [STATUS], End of Chapter, Thank you 등 메타텍스트 제외

장소 이동: 병실 → 복도 → 엘리베이터 → 로비 → 거리 → 택시 → 해늘의 가게 (자연스러운 흐름)

제목: “끝나지 않은 숨” — 이전 화들과 완전히 다르며, 이 화의 핵심 테마 (호흡, 미완성, 살아있음)

# 끝나지 않은 숨

세아는 병실을 나갔다.

엄마의 손을 놓은 순간, 세아의 손가락들이 떨렸다. 따뜻했던 손의 온기가 공기 중에서 빠르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는 순간처럼. 하지만 세아는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무너질 것 같았다. 돌아보면 엄마의 얼굴이 보일 것 같았고, 그러면 자신이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병실의 문이 닫혔을 때, 그 소리는 마치 세상이 반으로 나뉘는 음향처럼 들렸다. 한쪽에는 엄마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세아가 있는. 분리된 세계. 분리된 호흡.

“세아.”

도현이가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밤샘의 피로로 창백했고, 눈 아래에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세아가 나오자마자 일어섰다. 의자가 바닥에 스치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도 너무 컸다. 모든 소리가 너무 컸다.

“엄마가 뭐라고 했어?”

도현이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절박함이 가득 차 있었다. 세아는 그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복도의 형광등이 그의 얼굴을 너무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렇게 밝은 불빛 아래에서는 어떤 거짓도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세아의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마치 다른 누군가가 자신의 입을 빌려 말하는 것처럼. 하지만 도현이는 그것을 믿지 않았다. 그는 세아의 팔을 잡았다. 그의 손가락이 세아의 팔을 파고들었다. 그것도 뭔가를 전달하려는 방식이었다. 말이 아닌 다른 언어로.

“세아. 뭐라고 했어?”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도현이는 반복했다. 마치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면 다른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믿는 것처럼. 세아는 그 반복 속에서 도현이의 공포를 느꼈다. 형보다 더 어린 남자의 공포. 엄마의 상태를 모르는 사람의 공포.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의 공포.

“형,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이번에는 거짓이 아니었다. 완전한 거짓도, 완전한 진실도 아닌. 그 회색의 영역에서의 말. 세아는 도현이의 손을 벗어났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뒤에서 도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가?”

“나갔다 올게.”

세아는 대답했다. 하지만 정말로 돌아올지는 자신도 몰랐다. 그 순간, 세아가 돌아올 것인지 돌아오지 않을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병실에서, 이 형광등이 가득한 공간에서 나가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세아의 손가락이 또 떨렸다. 그 떨림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자신의 몸이 자신의 의지를 따르지 않는 것처럼.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소리. 그 소리를 들으면서, 세아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누르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눈물도, 비명도, 질문도, 대답도.

**5층. 4층. 3층.**

엘리베이터가 내려갔다. 세아는 혼자였다. 이 좁은 상자 속에서. 이 밝은 불빛 아래에서. 자신이 누른 모든 것들과 함께.

로비에 나왔을 때, 밖은 이미 밤이었다. 병원 밖의 공기는 병실의 공기와 달랐다. 더 차갑고, 더 자유로웠다. 하지만 그 자유가 세아를 숨막히게 했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자유. 아무도 길을 알려주지 않는 자유.

택시를 탔다.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하지 않고. 운전사가 물었다.

“어디 갈래요?”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운전사는 몇 초 동안 기다렸다가, 다시 물었다.

“손님?”

그때 세아의 입에서 한 주소가 나왔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뇌가 지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이 기억하는 곳. 해늘의 가게. 그곳이 유일하게 세아가 생각할 수 있는 장소였다.

택시가 달렸다. 밤거리를 지나갔다. 네온사인들이 세아의 얼굴에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으로 번갈아 비추어졌다. 마치 신호등처럼. 마치 누군가가 세아에게 보내는 신호처럼. 하지만 세아는 그 신호가 뭘 의미하는지 몰랐다.

해늘의 가게에 도착했을 때, 가게의 불은 이미 꺼져 있었다. 하지만 뒤쪽 창문에는 희미한 불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가 아직 깨어 있다는 신호. 세아는 뒤쪽 문을 두드렸다. 가볍게. 마치 문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마치 자신의 존재를 너무 크게 알리지 않기 위해.

문이 열렸다.

해늘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아를 보는 해늘의 눈은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뭔가 깊은 것을. 뭔가 오래된 것을.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세아를 안았다.

“나 어떻게 해야 할까?”

세아는 해늘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물었다. 그 목소리는 아이의 목소리였다. 아주 어린 아이의. 해늘은 대답하지 않았다. 말로는. 대신 그는 세아를 더 깊게 안았다. 그리고 그 포옹 속에서, 세아는 뭔가를 느꼈다.

**심장박동.**

해늘의 가슴에서 들려오는 규칙적인 박동. 그것은 마치 병실의 모니터에서 들려오는 음향처럼 들렸다. 같은 리듬. 같은 속도. 같은 생명의 신호. 그리고 그 박동을 느끼면서, 세아는 깨달았다. 자신이 여전히 호흡하고 있다는 것을. 마치 해녀처럼. 마치 엄마처럼. 물 속에서도 살아있는 것처럼.

엄마는 항상 말했었다. 세아가 어릴 때.

“우리 세아는 물속에서도 살 수 있어. 엄마처럼.”

그 말은 농담이었을까, 아니면 뭔가 더 깊은 의미가 있었을까. 세아는 지금, 해늘의 팔 속에서, 자신이 정말로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계속 호흡할 수 있는 능력. 어떤 절망 속에서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 호흡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해늘은 세아를 안은 채로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돌아와. 세아, 제발 돌아와.”

그 말은 명령이 아니었다. 그것은 절박한 호소였다. 누군가를 잃어가는 사람의 절박한 호소. 세아는 해늘의 팔 속에서 몸을 굳혔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해늘의 얼굴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넌… 나한테 진짜 중요한 사람이야.”

해늘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절대 떨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강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떨리고 있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해늘을 안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세아는 다시 한 번 호흡했다. 깊게. 천천히. 마치 생명의 모든 것이 그 호흡에 달려 있는 것처럼.

병원의 5층 병실에서는, 엄마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도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엄마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마치 엄마가 도현이를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마치 도현이가 엄마를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심장 모니터가 규칙적으로 비프비프거리고 있었다.

**비프. 비프. 비프.**

안정된 박동. 마지막으로 말해진 진실들의 무게 아래에서도, 여전히 안정된 박동. 마치 엄마의 심장이 그 진실을 받아들이고, 계속 살아가기로 결정한 것처럼.

형광등이 밤새 꺼지지 않고 빛나고 있었다. 마치 영원한 낮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숨을 재기 위해. 누군가의 시간을 표시하기 위해.

그 밝은 아래에서, 도현이는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세아가 돌아오기를. 엄마가 눈을 뜨기를. 강리우가… 언젠가 나타나기를.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하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형광등의 불빛만 계속되었다. 끝나지 않은 밤처럼. 끝나지 않은 기다림처럼. 끝나지 않은 사랑처럼.

그리고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계속 호흡하고 있었다.

끝나지 않은 숨으로.

끝나지 않은 이야기로.

끝나지 않은 마음으로.

**다음 화를 기대하며**

세아는 해늘의 가게에서 밤을 샜다. 그들은 말하지 않았다.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새벽이 오자, 세아는 알았다. 자신이 병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엄마에게. 형에게. 그 모든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에게.

해늘이 세아를 택시에 태웠을 때, 그는 한 마디만 했다.

“언제 다시 올래?”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알았다. 자신이 분명히 다시 올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약속이 되었다. 말로 하지 않은, 하지만 가장 강한 약속.

택시가 병원으로 향했다. 아침 해가 떠올랐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세아에게는 여전히 어제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었다.

끝나지 않은 숨처럼.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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