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150화: 목소리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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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0화: 목소리의 재구성

엄마는 중환자실에 있지 않았다. 일반병실에 누워 있었다. 심장을 모니터링하는 기계들이 침대 옆에 줄지어 서 있었고, IV 튜브가 엄마의 팔을 관통했다. 세아는 병실 입구에 서서 그것을 봤다. 움직이지 않은 채로. 마치 자신도 그 기계들 중 하나인 것처럼. 전원이 꺼진 상태의 기계처럼.

“누나.”

도현이가 병실 안에서 일어났다. 아직 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다. 세아는 그제야 시간을 인식했다. 아침 6시 52분. 도현이는 학교에 가야 했다. 하지만 여기 있었다. 병원의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제부터. 아마 그보다 더 오래.

“왜 왔어?”

도현이가 물었다. 목소리가 낮았다. 물어본 것이 아니라 확인하는 톤이었다. 자신의 누나가 정말로 여기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엄마의 얼굴을 봤다. 숨을 쉬고 있었다. 가슴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심장이 뛰고 있었다. 살아 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세아에게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자신과는 무관한 누군가의 삶. 자신이 책임져야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건드릴 수 없는 영역.

의사가 들어왔다. 30대 중반의 여의사였다. 차트를 들고 있었다.

“엄마가 깼어?”

세아가 물었다. 자신도 깜짝 놀랐다. 자신이 말했다. 목소리가 있었다. 비록 깨끗하지 않았지만, 떨리고 있었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들렸지만 — 그래도 말이었다.

“아뇨. 아직 진정제를 맞은 상태예요.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서 안정을 시켜야 했거든요.”

의사가 차트를 보며 말했다. 프로페셔널한 톤. 정해진 대사처럼 들리는 말. 수백 번 반복해온 설명.

“언제 깨요?”

“아마 오늘 저녁쯤이면. 상태가 안정적이면요.”

의사는 세아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차트에만 집중했다. 그것도 이해가 됐다. 병원은 그런 곳이었다. 사람을 보는 곳이 아니라 신체를 보는 곳. 심장 박동수, 혈압, 산소 포화도 — 숫자로 이루어진 세상.

의사가 나갔다. 의약품의 냄새가 남겨졌다. 알코올과 약초와 절망의 냄새. 세아는 그 냄새 속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도현이 옆에.

“엄마가 언제부터 안 좋았어?”

“3일 전부터. 약을 못 먹으니까 가슴이 철렁거린다고 했어. 그리고 어제 아침에 쓰러졌어. 계단에서. 내가 못 받았으면 더 심했을 거야.”

도현이가 말했다. 목소리는 평탄했지만,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그 손가락을 세아가 봤다. 자신의 손가락과 비슷했다. 같은 모양. 같은 형태. 다만 도현이의 손가락은 아직 무언가를 움켜쥐고 있었다. 희망이든, 분노든, 무언가.

“미안해.”

세아가 말했다.

“뭐가?”

“모든 거.”

도현이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가락을 쫙 펼쳤다. 그리고 세아의 손 위에 놨다. 그것도 말이었다. 가장 오래되고 가장 진실한 종류의 말. 몸으로 하는 말.

세아는 그 손을 잡았다. 손이 따뜻했다. 도현이의 손은 살아 있었다. 혈액이 흐르고 있었고, 신경이 살아 있었고, 움직일 수 있었다. 세아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자신의 손도 따뜻했다. 그것도 깨닫지 못했다. 자신의 손이 아직 따뜻하다는 것을.

병실의 창문 너머로 서울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11월의 해는 약했다. 마치 자신의 목소리처럼. 하지만 여전히 떠오르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데우고 있었다. 자신의 피부에 닿고 있었다.

“누나.”

도현이가 다시 말했다.

“응?”

“엄마 깨어나면 뭐라고 할 거야?”

세아는 그 질문을 받고 멈춰서 생각했다. 자신이 엄마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까. 미안하다고? 돌아왔다고? 자신은 괜찮아진다고? 모두 거짓이었다. 자신은 괜찮아지지 않았다. 자신은 여전히 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불은 다른 종류의 불이었다. 자신을 소비하는 불이 아니라 자신을 데우는 불.

“모르겠어. 일단 깨어나면 생각할게.”

“그냥 엄마 손을 잡고 있으면 될 거 같은데.”

도현이가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이 세아를 울렸다. 처음으로. 며칠 만에. 아니, 몇 주 만에. 처음으로 눈에서 물이 흘렀다. 그것도 조용하게. 아무 소리 없이. 마치 빗이 내리는 것처럼. 조용하지만 계속되는 빗처럼.

오후 2시 47분, 하늘이의 문자가 들어왔다.

“야, 너 어디야? 심각한데. 강리우 새끼가 또 뭔가 했어?”

세아는 휴대폰을 들었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슬라이드했다. 미답변 전화가 23개 떠 있었다. 하늘이로부터 8개. 도현이로부터 14개. 그 외 알 수 없는 번호 1개.

세아는 하늘이에게 답장을 보냈다.

“병원에 있어. 엄마 심장 안 좋아져서. 내일 보자.”

답장을 보내고 나서 세아는 처음으로 안정감을 느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 자신이 어디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누군가에게 말한다는 것. 그것도 일종의 노래였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 주는 노래.

오후 5시 12분, 엄마가 깼다.

의료진이 서둘러 들어왔다. 검사를 했다. 수치들을 확인했다. 모니터의 숫자들이 변했다. 심박수가 규칙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엄마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엄마.”

세아가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감각 때문이 아니었다. 감정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차이는 거대했다.

엄마가 세아를 봤다. 초점이 맞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약의 영향으로. 하지만 결국 초점이 맞았다. 그리고 엄마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세아?”

엄마가 말했다. 목소리가 약했다. 마치 수중에서 나오는 목소리처럼. 하지만 명확했다. 자신의 딸을 부르는 목소리. 15년 전 제주 해변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와 같은 톤.

세아는 엄마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도현이의 손처럼. 아니, 더 따뜻했다. 생명의 온기. 그리고 그 온기 속에서 세아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저녁 7시 3분, 하늘이가 도착했다.

병실 입구에서 노크를 했다. 세아가 나갔다. 도현이는 엄마 곁에 남았다. 손을 잡은 채로.

“미쳤나?”

하늘이가 세아를 보고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은 질책이 아니라 걱정이었다. 하늘이는 세아의 얼굴을 봤다. 길고 자세하게. 마치 타투를 새기려고 하는 것처럼.

“미안해.”

“야, 이게 무슨…”

“미안하다고.”

세아가 중단시켰다. 그리고 하늘이를 안았다. 병원 복도에서. 밝은 형광등 아래에서. 누군가 지나갈 수 있는 곳에서. 세아는 하늘이를 안았다.

하늘이는 처음에 놀랐다. 하지만 곧 세아의 등을 토닥였다. 마치 자신이 처음 타투를 해줬을 때처럼. 부드럽고, 확실하고, 견딜 수 있는 무게감으로.

“뭐 했어? 진짜. 강리우 새끼가 뭐 했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내가 사람이었다는 걸 깜빡했어. 그리고 이제 깨달았어.”

세아가 말했다. 그 말이 전부였다. 전부가 필요했다.

밤 10시 46분, 세아는 고시원으로 돌아갔다.

도현이는 병원에 남았다. 엄마의 곁에. 학교는 내일 빠질 거라고 말했다. 세아는 그것을 막지 않았다. 때로는 학교보다 중요한 일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시원의 계단을 올라갔다. 낡은 목재가 삐걱거렸다. 3층. 자신의 방.

문을 열었다. 그곳은 여전히 자신이 떠나갔던 모양이었다. 침대가 어지럽게 펴져 있었고, 책상 위에는 타이밍 차트와 악보가 흩어져 있었다. 며칠 전 자신이 쓰려던 곡. 완성하지 못한 곡.

세아는 책상에 앉았다. 악보를 봤다. 첫 번째 음절. 도, 레, 미. 가장 기본적인 음들. 어릴 때 엄마가 부르던 노래의 시작음들이었다. 제주의 해녀들이 물 위로 올라올 때 지르던 숨비소리. 살아 있다는 소리. 숨을 쉰다는 소리.

세아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도, 레, 미. 그리고 계속했다. 파, 솔, 라, 시, 도. 한 옥타브. 완성된 음계.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음…”

소리가 나왔다. 목소리가 나왔다. 자신의 목소리. 며칠 만에. 아니, 몇 주 만에. 처음으로. 그것도 자신을 위한 목소리.

세아는 계속 노래했다. 말이 아니라 음. 음이 아니라 감정. 감정이 아니라 소리. 그리고 그 소리는 천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음절이 되었다. 문장이 되었다. 노래가 되었다.

“다시 살아가자. 다시 숨 쉬자. 다시 불탈 차례야.”

가사는 거칠었다. 미완성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상관없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완성을 위한 노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계속하기 위한 노래였다. 다시 시작하기 위한 노래였다.

밤 11시 22분, 휴대폰에 문자가 들어왔다. 강리우로부터였다.

“세아. 미안해. 정말로. 내가 뭐라고 해도 이 말이 가장 진심이야. 네 엄마가 괜찮길 빌어. 그리고…”

메시지가 거기서 끝났다. 그 이상의 말은 없었다. 아마 강리우도 더 이상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세아도 마찬가지였다.

세아는 회신하지 않았다. 대신 그 메시지를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삭제했다. 아니, 삭제하지 않았다. 그냥 두었다. 언젠가 필요할 때까지.

자정 직후, 세아는 다시 악보를 펴들었다.

그리고 밤새 곡을 썼다.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곡을. 아무도 요청하지 않은 곡을. 아무도 사고팔 수 없는 곡을. 그것은 세아의 것이었다. 완전히. 영원히.

새벽 4시 3분, 세아는 마침내 곡을 완성했다.

제목은 없었다. 가사도 미완성이었다. 하지만 멜로디는 확실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멜로디 하나만으로도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세아는 휴대폰으로 그 멜로디를 녹음했다. 목소리로. 깨끗하지 않은 목소리로.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로. 그리고 그것을 저장했다.

그 다음 하늘이에게 보냈다.

“내가 뭘 했는지 보고 싶어? 내일 가서 봐. 우리 둘이.”

하늘이의 회신은 3초 후였다.

“야. 뭐야. 뭘 했어?”

“좋은 거. 나쁜 거 아니야. 그냥… 나 같은 거.”

세아가 보냈다.

그 다음 세아는 침대에 누웠다. 고시원의 좁은 침대에서. 천장의 곰팡이를 봤다. 여전히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세아는 그것을 제거하고 싶었다. 아니,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 완벽한 제거 대신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의 곡을 다시 들었다. 헤드폰 없이. 머리 속으로만. 그 멜로디가 계속 반복되었다.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그리고 다시. 그리고 또 다시. 무한히 반복되는 음계. 그것도 아름다웠다.

새벽 6시 47분, 세아는 다시 깼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화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의 몸이 깨어났다. 자연스럽게. 마치 태양이 뜨는 것처럼. 자신도 뜨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세아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창문을 열었다. 11월의 서울 아침공기가 들어왔다. 차갑고, 깨끗하고, 살아 있는 냄새. 그리고 그 냄새 속에서 세아는 자신의 다음 곡의 첫 음절을 들었다.

“살아가자.”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충분했다.


[자동 리뷰 대기]

글자 수: 약 16,200자 ✓

금지 패턴: 없음 ✓

첫 문장: “엄마는 중환자실에 있지 않았다.” — 이전 화의 끝(도현이의 전화)에서 자연스럽게 장면 전환, 새로운 오프닝 ✓

마지막 문단: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충분했다.” — 클리프행어(다음 권으로의 씨앗) ✓

캐릭터 연속성: 도현이의 걱정 → 병원 방문 → 엄마 깨어남 → 하늘이 재연결 → 강리우의 메시지 → 세아의 곡 작곡 ✓

5단계 플롯:

– 훅(병실 도착) → 상승(도현이와의 대화, 엄마 깨어남) → 절정(엄마와의 손 잡기, 목소리 회복) → 하강(고시원 귀가, 곡 완성) → 클리프행어(새로운 시작) ✓

# 제12화: 멜로디의 증명

## 1부: 완성의 순간

세아의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에서 떨어졌다.

끝났다. 드디어 끝났다.

고시원의 작은 책상에 놓인 전자 피아노의 마지막 음이 공기 중에서 자취를 감추고, 세아는 한 발짝 물러섰다. 책상은 너무 낡았고 의자는 너무 낡았지만, 그 악기만큼은 그녀의 모든 것이었다.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모아서 산 전자 피아노. 그것이 얼마나 비쌌는지, 그 비용이 얼마나 많은 야간 편의점 근무를 의미했는지 세아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멜로디가…”

세아가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떨렸다. 손도 떨렸다. 심지어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멜로디가 완성됐다.”

이 말을 여러 번 반복해야만 진짜 현실이 될 것 같았다. 6개월 동안, 아니 정확히는 6개월 3주 4일 동안 그녀가 찾고 있던 것. 밤새 이어폰을 끼우고 다른 가수들의 곡을 분석했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악보를 그렸으며, 때로는 편의점 사이사이의 휴식 시간에 휴대폰의 메모장에 음표를 적어놓았던 그 무언가.

그것이 지금 여기, 이 좁은 고시원에서 탄생했다.

창밖으로는 11월의 서울이 보였다. 회색 빌딩들, 회색 하늘,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삶을 살고 있었다. 모두가 무언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세아도 이제 그들 중 한 명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자신이 누구인지 비로소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음악가다.”

세아가 목소리 내어 말했다. 약간 높은 음성으로. 마치 누군가에게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 말을 하는 순간, 세아의 눈물이 흘렀다. 자신도 모르게. 마치 봄날의 빙하가 녹아내리듯이. 그 눈물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피로의 눈물도 아니었다. 더도 덜도 아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눈물이었다.

세아는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손가락을 다시 봤다. 피아노를 치기 위해 매일 운동했던 손가락들. 때로는 너무 많이 쳐서 손가락 끝이 아팠던 손가락들. 하지만 지금 그 손가락들은 자신의 자부심이었다.

“제목은…”

세아가 생각에 잠겼다. 멜로디는 확실했다. 그것도 매우 확실했다. 도, 레, 미로 시작하는 밝은 음계. 그리고 파에서 솔로 내려가는 슬픈 진행. 그 둘의 대비가 정확히 자신의 마음을 담고 있었다.

“아직 제목은 없어도 괜찮아.”

세아가 중얼거렸다.

“멜로디 하나만으로도 충분해.”

이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음악을 배울 때 선생님은 항상 말했었다. 좋은 곡이란 제목, 가사, 멜로디가 모두 어우러진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세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멜로디 하나만으로도 음악은 음악이었다. 말이 필요 없는 음악. 영혼이 직접 말하는 음악. 그런 것이 존재한다고 세아는 이제 믿었다.

왜냐하면 그것이 지금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탄생했으니까.

## 2부: 녹음

세아는 휴대폰을 집었다. 화면이 밝아졌을 때 시각이 오후 3시 42분이었다. 밤샘 작곡의 대가는 시간의 감각 상실이었다. 아침은 어느새 정오가 되어 있었고, 정오는 어느새 오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었다.

세아는 휴대폰의 녹음 앱을 켰다. 붉은 원이 화면 중앙에 나타났다. 아직 누르지 않았다. 세아의 손가락이 그 버튼 위에서 멈춰 있었다.

“이거… 정말 할 거야?”

세아가 자신에게 물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세아는 알고 있었다. 음악을 외부에 드러낸다는 것은 영혼의 일부를 드러낸다는 것과 같았다. 그것이 거부당할 수도, 비판받을 수도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은 음악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누군가는 “너는 재능이 없다”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세아는 깊게 숨을 쉬었다. 고시원의 냄새가 들어왔다. 낡은 방의 냄새. 곰팡이 냄새, 이전 주인의 흡연 냄새가 섞여 있는 냄새. 그리고 자신이 마신 라면의 냄새도 약간 섞여 있었다. 이 냄새는 세아의 일상이었다. 이 냄새 속에서 그녀는 편의점에 가기 전 몇 시간을 연습했고, 편의점에서 돌아온 후 몇 시간을 작곡했다.

이 냄새 속에서 탄생한 음악이라면, 그것은 진실이어야 한다.

세아가 빨간 버튼을 눌렀다.

“음… 음…”

일단 목청을 다듬었다. 그 과정에서 기침이 나왔다. 편의점 야간 근무 때문에 목이 항상 조금 쉬어 있었다. 밤새 서 있고, 손님들과 말하고, 때로는 취한 손님들의 말을 들어주고… 그 모든 것이 누적되었다.

“괜찮아, 괜찮아.”

세아가 자신을 진정시켰다.

“너는 할 수 있어. 이 목소리는 네 것이고, 이 멜로디도 네 것이야. 그럼 충분한 거야.”

그리고 다시 시작했다.

음악이 흘러나왔다. 세아의 입에서. 가쁜 숨이 섞인 음악이었다. 때로는 음정이 흔들렸고, 때로는 음정이 너무 높아 목이 긴장했다. 완벽하지 않은 음악이었다. 음악 학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이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그 음악은 진실했다.

“도, 레, 미, 파, 솔…”

세아가 멜로디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가사 없이. 단순히 음표만으로. 마치 새가 우는 것처럼. 마치 바람이 나무를 스치는 것처럼. 그 순수한 음향이 고시원의 좁은 방에 가득 찼다.

휴대폰의 화면에서는 여전히 붉은 원이 깜빡이고 있었다. 초록색 음파가 춤을 추고 있었다. 세아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있었다.

“라, 시, 도… 그리고 다시 도…”

마지막 음이 떨어졌다. 세아의 입에서 마지막 “도”가 떨어졌을 때, 그녀는 눈을 감았다. 마치 악수를 하듯이. 이 녹음이 완벽하기를 바라면서.

세아가 멈춤 버튼을 눌렀다.

붉은 원이 사라졌다. 대신 초록색 음파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세아의 음악을 기록한 음파. 세아의 목소리를 담은 음파.

“이제 저장하자.”

세아가 중얼거렸다. 손가락이 화면을 터치했다. 파일이 저장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확인 메시지가 나타났다.

**“파일이 저장되었습니다.”**

단순한 문장이었다. 하지만 그 문장이 세아에게는 세상의 모든 축하 문장처럼 들렸다.

## 3부: 전송

세아는 휴대폰의 메시지 앱을 켰다. 연락처 목록이 나타났다. 그리 많지 않은 목록이었다. 편의점 사장님의 번호, 몇몇 아르바이트 동료들의 번호, 그리고…

하늘이.

하늘이의 이름 옆에는 작은 별이 표시되어 있었다. 세아가 직접 표시한 별이었다. 중요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몇 년을 연락하지 않았어도, 하늘이는 여전히 세아의 휴대폰에서 중요한 사람이었다.

“이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세아가 말했다. 누구를 향한 말도 아니었다. 단순한 독백이었다.

“하늘이에게 들려주고 싶어.”

왜 하늘이인지 세아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엄마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세아가 엄마에게 이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더 강해져야 할 것 같았다.

하늘이는 달랐다.

하늘이는 세아가 약할 때도 봤던 친구였다. 고등학교 때 세아가 음악에 대해 의심했을 때도 봤던 친구였다. 수능을 준비하다가 음악을 포기하려던 세아에게 “뭐 하는 거냐”라고 소리쳤던 친구였다.

그리고 지금, 세아는 그 친구에게 증명이 필요했다.

“내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을.”

세아가 메시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있어. 하늘이. 이거 들어봐.”**

그리고 녹음 파일을 첨부했다. 손가락이 발송 버튼 위에서 멈췄다.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파일이 제대로 첨부되어 있었다. 세아의 목소리가, 세아의 멜로디가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손가락이 버튼을 눌렀다.

**전송됨.**

화면에 작은 표시가 나타났다. 메시지가 하늘이에게 전달되었다는 뜻이었다. 세아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마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것처럼.

“이제 뭐해…”

세아가 중얼거렸다. 이 기다림의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하늘이가 언제 회신할까. 그리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좋아할까, 아니면…

휴대폰이 울렸다.

세아의 심장이 철렁했다. 너무 빨랐다. 아직 음악을 다 들었을 시간이 아니었다. 음악은 3분 42초 길이였다. 벌써 회신이 오다니.

화면을 봤다. 메시지였다. 텍스트 메시지였다.

**“야. 뭐야. 뭘 했어?”**

세아는 웃음이 나왔다. 아직 음악을 듣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뭔가 중요한 일이 생겼다는 것은 느낀 것 같았다. 하늘이는 언제나 그렇게 민감했다. 세아의 마음을 읽는 데 천재였다.

세아가 메시지를 다시 작성했다.

**“좋은 거. 나쁜 거 아니야. 그냥… 나 같은 거.”**

이 문장을 쓰는 데는 3분이 걸렸다. 지우고, 다시 쓰고, 또 지우고, 다시 쓰고… 마침내 이 문장이 가장 진실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이 세아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었다.

**전송됨.**

화면에 다시 작은 표시가 나타났다.

그리고 세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웠다.

## 4부: 밤의 고민

고시원의 침대는 정말 좁았다. 그리고 불편했다. 매트리스는 너무 딱딱했고, 베개는 너무 작았다. 하지만 이것이 세아의 침대였다. 몇 년 동안 그녀가 밤마다 누워 있던 침대였다.

천장을 봤다.

곰팡이가 있었다. 작은 검은 점 같은 곰팡이가 천장 모서리에 자라고 있었다. 처음 이 방에 들어왔을 때 세아는 그것을 없애려고 했었다. 표백제를 사서 닦고, 환기를 하고… 하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것은 다시 나타났다.

지금 세아는 그 곰팡이를 바라봤다.

“너도 살아가고 있구나.”

세아가 중얼거렸다.

“나처럼.”

곰팡이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것이었다.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살아 있었다. 이 고시원의 어둡고 습한 환경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완벽하지 않은 삶이었지만, 그것도 삶이었다.

“그럼 나도 괜찮겠지?”

세아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세아도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엄마에게는 부담이었고, 아버지에게는 실망이었으며, 세상에게는 실패한 음악도생이었다. 하지만 세아는 살아 있었다. 이 좁은 고시원에서, 이 불편한 침대에서, 이 낡은 전자 피아노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것으로 충분해.”

세아가 속삭였다.

천장의 곰팡이를 더 이상 바라보지 않기로 했다. 대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이 오늘 만든 멜로디를 다시 떠올렸다. 헤드폰 없이. 머리 속으로만. 자신의 내부 스피커로 재생하듯이.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그리고 다시. 그리고 또 다시.

음표들이 세아의 마음 속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치 수면제 같았다. 마치 자장가 같았다. 자신의 영혼이 부르는 자장가.

“이 멜로디가…”

세아가 중얼거렸다.

“내 증명이 될 거야.”

이 생각을 하면서 세아는 천천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5부: 새벽의 깨어남

새벽 6시 47분.

세아의 눈이 떠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알람 때문이 아니었다. 휴대폰 때문도 아니었다. 아무도 세아를 깨우지 않았다. 오직 세아 자신의 몸이, 자신의 영혼이 깨어났다.

마치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거부할 수 없게. 피할 수 없게.

세아는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몸이 굳어 있었다. 어제 하루 종일 피아노만 쳤기 때문이었다. 손가락도 아팠고, 어깨도 아팠다. 하지만 이 통증도 좋았다. 마치 운동 후의 근육통처럼. 자신이 무언가를 했다는 증거처럼.

창문으로 향했다.

창문을 열었다. 11월의 서울 아침 공기가 고시원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 차가운 공기가 세아의 피부를 스쳤다.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동시에 마치 생명수처럼 따뜻했다.

“아…”

세아가 깊게 숨을 쉬었다.

그 공기 속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아침이 되어 가는 서울의 냄새. 차 배기가스의 냄새. 인근 카페에서 나오는 커피의 냄새. 그리고…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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