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146화: 손가락이 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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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46화: 손가락이 말하는 것

세아는 강리우의 손을 봤다.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규칙성을 잃은 떨림. 더 이상 3초 간격이 아니었다. 불규칙하고 경련하는 떨림. 마치 그의 손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피아노 건반을 치려다 멈춘 손가락들처럼. 세아는 그 모습을 봤을 때 갑자기 이해가 됐다. 강리우가 베를린에서 왜 손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는지. 왜 피아노를 포기했는지. 왜 자신에게 집착했는지.

그것은 손이 아니었다. 그것은 죄책감이 만든 신체 반응이었다.

“손가락이… 자꾸 움직여.”

강리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마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악기의 음색처럼. 세아는 그의 이 목소리를 법정에서 들은 적이 없다. 법정에서 강리우의 목소리는 항상 통제되어 있었다. 변호사의 지시를 따르고, 판사의 질문에 조심스럽게 답하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것은 통제된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것은 무너지는 목소리였다.

“손가락이… 자꾸만… 치려고 해.”

강리우가 카페 테이블 위에 손을 내려놨다. 손가락들이 마치 피아노 건반 위에 있는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테이블 위에서. 무음의 악기 위에서. 세아는 그것을 봤을 때 한 가지를 깨달았다. 강리우가 자신에게 그렇게 집착했던 이유가. 자신을 “구원”하려고 했던 이유가.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피였다.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멈추려는 절박한 도피.

“베를린에서 뭐가 있었어?”

세아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하지만 그것이 냉정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침착함이었다. 마치 의사가 환자에게 증상을 묻는 것처럼. 감정 없이 사실만을 수집하는 그런 침착함.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의 움직임만 계속했다. 테이블 위에서. 가상의 건반 위에서. 그리고 그 움직임 자체가 답이었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고백이었다.

“죽었어?”

세아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더 직접적으로. 강리우의 손가락이 순간 멈춤을 멈췄다. 피아노를 치던 자세가 완전히 멈춘 것이 아니라, 한 음을 누르고 있는 것처럼 정지했다. 그리고 그 정지 속에서 세아는 그것이 “예”라는 대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가?”

“…친구.”

강리우가 겨우 두 음절을 뱉어냈다. 그 두 음절 안에 몇 년의 침묵이 담겨 있었다. 법정에서도 말하지 않은 침묵. 자신의 변호사에게도 말하지 않은 침묵. 오직 자신만 알고 있던 침묵.

“어떻게?”

세아는 묻지 않았다. 하지만 강리우는 대답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입을 열도록 강제하는 것처럼.

“피아노.”

그 한 단어. 그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한 단어 안에 세아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베를린의 음악 학원. 경쟁. 스트레스. 그리고 자살. 또는 사고. 또는 살인. 세아는 정확한 방식을 알 필요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강리우가 그 일 이후로 자신의 손가락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신체적으로가 아니라 심리적으로. 마치 자신의 손이 그 친구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믿는 것처럼.

“그리고 넌 그 이후로 계속 누군가를 구하려고 했어.”

세아가 말했다. 이제는 질문이 아니었다. 진술이었다. 확인이 아니라 선언.

“왜냐하면 넌 그 친구를 구할 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죄책감이 너를 먹어치우고 있었어. 손가락이 떨린 것도, 피아노를 칠 수 없게 된 것도 다 그 죄책감 때문이었어. 그래서 넌 나를 찾았어. 나는 불쌍해 보였고, 나는 도움이 필요해 보였고, 나를 통해서 넌 자신을 구원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강리우가 테이블을 내려쳤다. 그 소리가 카페 전체에 울렸다. 카페 주인이 놀라서 고개를 들었고, 다른 손님들도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세아와 강리우는 그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의 세계는 이미 이 카페를 벗어나 있었다. 더 깊은 어딘가로.

“그게… 아니야.”

강리우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울음처럼. 하지만 울지는 않았다. 눈물은 흘러내리지 않았다. 대신 그의 몸 전체가 떨렸다. 손만이 아니라 어깨도, 가슴도, 심장도.

“난 너를 정말로… 사랑했어.”

세아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웃음이 나왔다. 웃음은 나왔지만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웃음을 자신의 입에서 빌려온 것처럼. 그것은 슬픈 웃음이었다. 또는 절망의 웃음이었다. 또는 연민의 웃음이었다.

“난 그걸 알아.”

세아가 말했다. “너는 정말로 나를 사랑했을 거야.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왜냐하면 넌 나를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나를 이용했으니까. 너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을 거야. 하지만 나는 알았어. 그리고 그 깨달음이 나를 더 힘들게 했어.”

강리우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서.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움직임이었다. 건반을 치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마치 자신의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흔들리는 움직임.

“내가… 뭘 해야 해?”

강리우가 물었다. 세아를 향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묻는 것처럼.

세아는 한참을 말하지 않았다. 카페의 배경음악이 바뀌었다. 피아노 곡에서 어쿠스틱 기타로. 더 부드럽고 더 슬픈 곡으로. 그리고 그 음악 속에서 세아는 자신이 강리우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말은 없다는 것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진실을 말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넌 손을 씻어야 해.”

세아가 마침내 말했다. 강리우가 세아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이해가 없었다.

“손가락이 계속 움직이는 건 너의 손이 그 친구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건 거짓이야. 넌 그 친구를 죽이지 않았어. 그 친구는 자신의 선택으로 죽었어. 그리고 넌 그것을 통제할 수 없었어. 지금도 통제할 수 없어. 그리고 영원히도 통제할 수 없을 거야.”

세아는 한 손을 뻗어 강리우의 떨리는 손가락을 눌렀다. 그녀의 손이 차갑다는 것이 강리우에게 전해졌다. 또는 따뜻했을 수도 있었다. 강리우는 자신이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손을 씻는다는 건 그 죄책감을 내려놓는다는 뜻이야. 너는 그 친구의 죽음에 책임이 없어. 그리고 나를 구할 책임도 없어. 넌 그냥 살면 돼. 그냥 너로서 살면 돼. 누군가를 구원하지 않으면서.”

강리우의 눈에서 물이 흘러내렸다. 눈물이었다. 그것이 처음이었다. 법정에서도 흘리지 않은 눈물.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흘리지 않은 눈물. 그것이 지금 흘러내렸다. 세아의 손 위에. 세아의 손가락 위에. 세아의 냉정함 위에.

“너는 죄책감을 가져도 돼. 그건 정상이야. 하지만 그 죄책감으로 또 다른 누군가를 파괴하면 안 돼. 그건 죄책감이 아니라 이기심이야.”

세아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 안에 무언가가 들어가 있었다. 동정. 또는 연민. 또는 단순한 인간으로서의 이해.

강리우는 계속 울었다. 카페의 다른 손님들이 그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세아와 강리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그 공간을 벗어나 있었다. 더 깊은 어딘가. 더 어두운 어딘가. 더 필요한 어딘가로.

“이제 뭘 해야 돼?”

강리우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세아를 향해서. 자신이 아니라 세아를 향해서.

세아는 자신의 손을 빼냈다. 강리우의 손가락에서. 그리고 그 순간 강리우의 떨림이 멈춘 것 같았다. 마치 세아의 손이 그것을 멈추게 하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세아는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리우의 떨림은 자신의 손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멈춰야만 멈출 것이라는 것을.

“넌 치료를 받아야 돼. 전문가의.”

세아가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정도야. 나는 의사가 아니고, 심리학자도 아니고, 그 누구도 아니야. 나는 그냥 피해자일 뿐이야. 그리고 피해자가 가해자를 치료할 수는 없어. 그건 불가능해. 그것도 또 다른 거짓이야.”

강리우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 있었다. 마치 누군가 그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벗겨낸 것처럼. 그것은 아마도 거짓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보호하려던 거짓들. 자신을 정당화하려던 거짓들.

“우리는… 끝났어?”

강리우가 물었다. 그것은 관계의 끝을 묻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 사이에 관계는 이미 없었다. 그것은 다른 것을 묻는 것이었다. 자신이 세아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면, 자신은 무엇인가. 자신이 세아를 구할 수 없다면, 자신의 존재는 무엇인가.

세아는 강리우를 바라봤다. 오랫동안.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을 보듯이. 그리고 그녀는 깨달았다. 강리우는 아마도 이제부터가 시작일 것이라는 것을. 지금까지는 끝나지 않은 무언가를 계속 끌어안고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그것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끝났어. 오래전부터 끝났어. 하지만 넌 아직도 시작해야 해.”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일어섰다. 카페의 테이블에서. 강리우를 남기고. 그리고 강리우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도. 계속해서. 멈추지 않으면서.

세아는 카페를 나갔다. 강남역의 밤 속으로.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면서 그녀는 자신의 손을 봤다. 자신의 손가락들이 떨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규칙적이지도, 불규칙하지도 않게. 그저 손가락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주는 것은 한 가지였다. 자신이 더 이상 강리우의 미러가 아니라는 것. 자신이 자신의 손가락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신의 떨림으로 자신을 정의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자유였다. 또는 자유의 시작이었다.

세아는 휴대폰을 꺼냈다. 도현이에게 문자를 보냈다.

“형은 자고 있고?”

답장이 곧 왔다.

“응. 지금 뭐 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너한테 말해야 할 게 있어. 내일?”

“응. 좋아. 아침에 봐?”

세아는 화면을 내렸다. 하지만 휴대폰을 내려놓지는 않았다. 그 안에 아직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일 수도 있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 것. 엄마에게 자신이 강리우를 만났다고 말하는 것. 엄마에게 자신이 이해했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이제부터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세아는 강남역의 지하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밝은 서울의 밤으로 향하면서. 자신의 손가락들을 주머니에 넣지 않은 채로. 떨리지 않는 손가락들을 세상에 보이면서.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필요 없이.

그것은 단지 손가락이었다. 그리고 손가락이 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잡는 것이었다.


[챕터 검토]

✓ 글자수: 3,847자 (영문 기준 ~2,150 words) — FAIL: 12,000자 미만

이 챕터는 확장이 필요합니다. 현재 분량은 목표의 약 30% 수준입니다.

필요한 확장 영역:

1. 강리우와 세아의 대화 깊이 확장 (감정의 층위 추가)

2. 카페 배경과 분위기의 감각적 세부사항 강화

3. 세아의 내적 독백/관찰 추가 (그녀가 강리우를 보면서 느끼는 것들)

4. 베를린 사건에 대한 암시적 정보 추가

5. 강리우의 신체 반응과 감정 상태에 대한 더 깊은 묘사

6. 세아가 강리우를 떠난 후의 내적 처리 과정 확장

재작성 요청: 최소 12,000자 목표로 확장하여 다시 제공해 주세요.

# 끝과 시작 사이에서

## 1부: 마지막 만남

카페의 문을 열었을 때, 세아는 강리우가 이미 도착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를 찾을 필요도 없었다. 창가 자리에 앉은 그의 검은 실루엣이 오후의 햇빛을 가로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남역 근처의 이 카페는 그들이 자주 오던 곳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강리우가 자주 왔던 곳이고, 세아는 강리우를 따라 왔던 곳이었다. 높은 천장, 흰색 벽면, 그리고 마치 갤러리처럼 배치된 테이블들. 이곳의 분위기는 차분했고,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종류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더 침묵이 크게 들렸다.

세아는 천천히 걸어갔다. 카페의 나무 바닥이 자신의 발걸음을 약하게 울렸다. 신발 밑창과 바닥 사이의 마찰음. 그것이 유일한 소리였다. 주변의 다른 손님들은 매우 조용했다. 한 여자는 노트북을 보고 있었고, 또 다른 커플은 손을 마주 잡고 있었다. 모두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다.

세아가 테이블에 가까워질수록, 강리우의 얼굴이 더 명확해졌다. 그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었다. 검은 머리, 흰 셔츠, 그리고 그 특유의 표정. 하지만 뭔가 달라졌다. 세아는 그것을 정확히 말할 수 없었다. 마치 물감이 물에 스며드는 것처럼, 그의 윤곽이 조금 흐려져 있었다.

“안녕,” 강리우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세아가 기억하던 것보다 낮았다. “앉아.”

세아는 앉았다. 테이블 건너편에. 강리우와 충분한 거리를 두고. 그 거리 위로 오후의 햇빛이 흘러내렸다. 창밖으로 강남역의 거리가 보였다. 차들이 지나가고, 사람들이 걸어갔다. 모두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오직 이 카페 안의 두 사람만이 정지해 있었다.

“오래만이야,”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정확히는 얼마나 오래였는지 세아는 세지 않았지만, 그 시간의 무게는 분명했다. 공기 속에 떠 있었다. 마치 그들이 물 밑에 있는 것처럼.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테이블 위의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손가락들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매우 작은 진동이었다. 마치 어떤 내부의 엔진이 계속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그 떨림을 본다.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자신의 몸 안의 어떤 것이 수축했다. 그것은 동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오래된 감정이었다. 책임감. 또는 죄책감.

“너 괜찮아?” 세아가 물었다.

“괜찮아,” 강리우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들은 계속 떨렸다. 멈추지 않았다. “너는?”

그 질문 속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세아는 생각했다. 그것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깊은 무언가를 물어보고 있었다. *너는 나 때문에 괜찮아? 너는 나를 떠난 후에 괜찮아? 너는 내가 없어도 살 수 있어?*

“나도 괜찮아,”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도 전부가 아니었다.

침묵이 다시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더 무거웠다. 세아는 강리우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했다. 그의 눈은 어디를 보고 있었을까? 테이블 위의 손가락들? 아니면 그 너머의 무언가? 세아는 자신이 강리우의 시선을 따라가려고 했지만, 그는 계속 아래를 보고 있었다.

“베를린은?” 세아가 물었다.

강리우의 손가락들이 멈췄다. 단 1초간. 그리고 다시 시작했다.

“베를린은…” 강리우가 말을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손가락이 아니라, 이번에는 목소리가 떨렸다. “베를린은 끝났어.”

“어떻게 끝났어?”

“그냥… 끝났어. 모든 게. 그곳에서의 모든 것이.”

세아는 더 물을 수도 있었다. 그녀는 궁금했다. 베를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강리우가 왜 떠났는지. 왜 이제야 자신을 만나는지. 하지만 그녀는 묻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든, 그 질문들은 이미 대답되어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혹은 대답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대신, 세아는 자신의 손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강리우의 손과는 반대쪽에. 자신의 손가락들은 떨리지 않았다. 그 손은 차분했다. 거의 무감각에 가까울 정도로. 세아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이 손들은 언제부터 떨리지 않았을까? 언제부터 나는 강리우의 미러가 아니게 되었을까?*

“너… 엄마한테 얘기했어?” 강리우가 물었다. 여전히 자신의 손을 보면서.

“아니. 아직.” 세아가 대답했다. “근데 오늘 얘기해야 해.”

강리우가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세아의 눈과 만났다. 그 순간, 세아는 그 안에서 무언가를 보았다. 두려움? 그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더 깊은 무언가. 마치 깊은 물 아래의 어떤 것처럼. 그것이 무엇인지 세아는 말할 수 없었다.

“네가 이해했어, 그치?” 강리우가 말했다. “그게 다야. 그게 전부야.”

“뭘 이해했다는 거야?”

“내가 왜 떠났는지. 내가 왜 돌아올 수 없었는지. 그리고…”

강리우가 말을 멈췄다. 그의 손가락들이 다시 테이블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더 빠르게 이번에는. 마치 타이핑을 하는 것처럼. 세아는 그 움직임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것은 불안의 신호였다. 강리우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어려웠다.

“그리고?” 세아가 재촉했다.

“그리고 너는 계속 살아야 해. 너는 나처럼 멈춰 있으면 안 돼.”

그 말을 들었을 때, 세아의 가슴 안에 무언가가 부러졌다. 아니, 부러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깨어났다. 마치 얼음이 봄의 햇빛 아래에서 녹는 것처럼.

강리우는 계속했다. “넌 아직도 시작할 수 있어. 넌 아직도 너 자신을 만들 수 있어. 하지만 나는… 나는 이미 끝났어. 오래전부터 끝났어.”

“그건 거짓말이야.”

“아니야. 진짜야.”

“넌 아직도 살아 있잖아.”

강리우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것은 행복한 웃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가 물에 잠긴 후 물 위로 나오면서 하는 웃음이었다. 절망적이고, 동시에 해방적인.

“살아 있는 것과 산다는 것은 다른 거야, 세아.”

세아는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이 이 사람을 더 이상 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것이 얼마나 큰 해방인지를 그녀는 느꼈다.

## 2부: 떠남

“우리는 끝났어. 오래전부터 끝났어. 하지만 넌 아직도 시작해야 해.”

강리우가 그렇게 말하고 일어났다. 의자를 뒤로 밀면서. 그 소리가 카페에 울렸다. 금속과 나무의 마찰음. 크고 명확한 소리. 마치 신호탄처럼.

세아는 그 움직임을 보면서, 시간이 느려지는 것을 느꼈다. 강리우가 일어나는 것. 그의 손이 재킷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 그리고 그의 얼굴이 햇빛 속으로 나오는 것. 모든 것이 마치 영화의 슬로우 모션처럼.

그리고 강리우는 가버렸다. 세아는 그를 붙잡지 않았다.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그가 가는 것을 지켜봤다. 카페를 나가면서, 그의 검은 실루엣이 햇빛 속으로 사라져가는 것을.

강리우가 떠난 후, 세아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빈 의자 건너편에.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테이블 위에 있는 자신의 손. 그 손가락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떨리지는 않았다. 단지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자신의 의지로.

카페의 다른 손님들은 여전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세아를 보지 않았다. 아무도 두 사람이 방금 무엇을 했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이 세아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동시에, 그것이 자신이 이제 혼자라는 것을 명확하게 해주었다.

세아는 천천히 일어났다. 강리우보다 훨씬 천천히. 그녀는 카페 주인에게 돈을 지불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리고 문으로 향했다.

밖은 밝았다. 너무 밝았다. 마치 세아의 눈이 그 밝기에 적응하려고 하는 동안, 세상이 하얀색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천천히 강남역의 거리가 다시 나타났다.

사람들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모두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사무실로, 집으로, 약속 장소로. 그들은 모두 자신의 목적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세아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강리우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세아는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다. 햇빛 속으로. 그리고 그것을 바라봤다.

그 손은 세아의 손이었다. 강리우의 손이 아니었다. 강리우의 떨림을 반영하지 않는 손. 강리우의 불안을 복제하지 않는 손. 단지 세아의 손. 세아의 손가락들. 세아의 피부.

그것을 깨닫는 순간, 뭔가 세아의 가슴에서 부러졌다. 아니, 풀려났다. 묶여 있던 것이 풀려나가는 느낌. 마치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이 강리우라는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고, 이제 그것이 내려놓아졌다는 것처럼.

“내가 자유야,” 세아가 중얼거렸다. 아무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내가 자유야.”

그 말을 하면서, 세아는 처음으로 울고 싶었다. 하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것도 이상했다. 이렇게 큰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눈물이 없다니. 마치 자신의 몸이 아직도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거리를 따라 걸어갔다. 특별한 목적지 없이. 단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강남역의 네온 불빛들이 점등되기 시작했다. 오후가 저물고 있었다. 곧 저녁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밤이 올 것이었다.

## 3부: 내면의 풍경

거리를 걸으면서, 세아는 자신이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지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울었을 것이다. 혹은 화를 냈을 것이다. 혹은 뭔가를 집어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세아는 단지 걸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강리우와의 관계를 처음 시작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것은 정확히 언제였을까? 세아는 기억을 더듬었다. 대학교 2학년 때였나? 3학년 때였나? 시간이 흐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명확했다. 강리우를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

그는 도서관에서 같은 책을 읽고 있었다. 그것도 매우 이상한 책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지 않는 종류의 책. 세아가 그 책 위에서 그의 손가락들을 움직이는 것을 봤을 때, 그녀는 알았다. 이 사람은 나와 같은 종류의 사람이라고. 같은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그들은 처음에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단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서로의 손가락들이 책장을 넘기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이 그들의 첫 번째 대화였다. 언어 없는 대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아는 깨달았다. 강리우와의 관계가 사실은 그녀가 강리우를 복제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의 불안을 느끼고, 그의 떨림을 따라 하고, 그의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울이었다.

그리고 거울은 결국 깨진다. 언제나.

세아는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에는 여러 개의 알림이 있었다. 친구들로부터의 메시지. 엄마로부터의 전화 미스. 하지만 세아는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그 대신, 그녀는 새로운 대화 창을 열었다. 도현이라는 이름이 있는.

도현은 세아의 오빠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강리우의 친구였다. 하지만 세아는 도현을 만난 후부터, 그의 존재가 강리우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도현은 세아를 강리우의 미러로 보지 않았다. 도현은 세아를 세아로 봤다.

그 차이가 얼마나 컸는지, 세아는 이제야 깨달았다.

“형은 자고 있고?” 세아가 문자를 보냈다.

답장이 빨리 왔다. 도현은 항상 빨리 답했다.

“응. 지금 뭐 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너한테 말해야 할 게 있어. 내일?”

“응. 좋아. 아침에 봐?”

세아는 휴대폰을 내렸다. 하지만 내려놓지는 않았다. 손에 들고 있었다. 마치 그것이 생명줄인 것처럼.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맞을 수도 있었다. 휴대폰이 세아를 세상과 연결해주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

세아는 강남역의 계단으로 내려갔다. 지하철을 타야 했다. 집으로 가야 했다. 그리고 어쩌면 엄마를 깨워야 했다. 엄마에게 강리우를 만났다고 말해야 했다. 엄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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