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122화: 곰팡이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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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22화: 곰팡이의 속도

고시원의 천장을 바라보며 세아는 처음으로 시간의 흐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곰팡이가 자라는 속도. 그것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느렸지만, 분명 존재했다. 매주 조금씩. 매달 조금씩. 세아가 이 방에 들어온 지 8개월이 지났고, 곰팡이는 천장의 왼쪽 모서리에서 시작해 지금은 중앙으로 향하고 있었다. 만약 세아가 이곳에 계속 살면, 곰팡이는 언젠가 천장 전체를 뒤덮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세아도 곰팡이처럼 이 방의 일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장판은 세아의 가슴 위에서 골골거리는 음성으로 울었다. 엔진음처럼. 또는 먼 곳에서 들리는 기차음처럼. 세아는 고양이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고양이의 털은 부드러웠다. 살아있는 것 중 가장 부드러운 것. 가죽도 아니고, 천도 아니고, 물도 아닌. 오직 생명만이 가질 수 있는 그 부드러움.

“어제는 밖에 있었어?”

세아가 고양이에게 물었다. 고양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세아의 손을 핥았다. 작은 혀. 그 혀가 세아의 손가락 사이를 지나갔다. 세아는 자신의 손가락을 들여다봤다. 손톱이 길어져 있었다. 언제부터 손톱을 자르지 않았지? 일주일? 두 주? 시간의 감각이 흐릿해진 지 오래였다.

휴대폰이 울었다. 화면에는 도현이의 이름이 떠 있었다. 세아는 화면을 봤지만 받지 않았다. 받으면 뭐라고 말할 것인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설명할 수 있을까? 병원을 나와 고시원으로 향했고, 지금 천장의 곰팡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정상적인 일과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전화는 울음을 멈췄다. 세아는 휴대폰을 다시 내려놨다. 몇 초 후, 문자가 도착했다.

도현: 누나 괜찮아? 엄마가 자꾸 물어봐. 학교 끝나면 연락 할게.

세아는 문자를 읽었다. 읽고, 또 읽었다. 문장 하나하나를 씹어먹듯이 읽었다. 마치 그 문자에 숨겨진 암호가 있다고 믿는 사람처럼. 하지만 거기에는 암호가 없었다. 단지 도현의 걱정뿐이었다. 그리고 그 걱정이 세아에게는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세아는 문자를 답장하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을 침대 옆에 놔두었다. 화면이 어두워졌다. 그러면 마치 휴대폰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착각이지만, 그 착각이 필요했다.

밤 11시가 되었을 때, 세아는 고시원을 나갔다. 합정동의 밤거리는 조용했다. 금요일 밤이었지만, 이 동네의 금요일은 다른 동네의 금요일과 달랐다. 여기서는 누구도 축하하지 않는다. 누구도 술을 마시지 않는다. 이곳의 사람들은 모두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내일을 기다리고. 다음 주를 기다리고. 언젠가 다른 곳으로 나갈 날을 기다리고.

세아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합정역 근처의 GS25. 그곳에서 그녀는 일을 했다. 아니, 했었다. 지금은? 세아는 자신의 직업을 정의할 수 없었다. 신고를 하면서 회사에는 통보했다. 무기한 휴직. 그것이 공식적인 명분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아는 모른다.

편의점에 들어갔을 때, 알바생은 낯선 얼굴이었다. 새로운 알바. 아마도 세아를 대체하러 온 사람일 것이다. 그 알바생은 세아를 봤지만 인식하지 않았다. 그것은 당연했다. 세아는 여기서 존재감 없는 일을 했기 때문이다. 삼각김밥을 데우고, 커피를 타고, 계산을 하고. 그것들은 모두 이름 없는 손으로 이루어지는 일들이었다.

세아는 편의점의 한 모서리에 섰다. 라면 코너 앞. 그곳에서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단지 서 있었다. 라면 상자들을 보면서. 신라면, 진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그 라면들은 모두 정렬되어 있었다. 정확하게. 아무런 흐트러짐 없이. 그것은 세아의 일의 일부였다. 정렬하기. 정렬된 것을 유지하기.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해늘이었다. 통화. 세아는 받았다.

“뭐 해?”

해늘의 목소리가 들렸다. 배경음은 타투샵이었다. 기계음. 그 뒤에 누군가의 신음소리. 해늘이 타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편의점.”

세아가 대답했다.

“혼자?”

“응.”

“언제까지?”

“모르겠어.”

침묵이 흘렀다. 전화 너머의 침묵. 해늘은 말하지 않았다. 대신 기계음이 계속되었다. 바늘이 피부를 뚫는 음.

“법정까지 3주가 남았어.”

해늘이 마침내 말했다.

“응.”

“그 3주를 뭐 하면서 보낼 거야?”

“모르겠어.”

“그냥… 그냥 집에만 있을 거야?”

“응.”

“세아.”

해늘의 목소리가 변했다. 타투이스트의 목소리가 아니라, 친구의 목소리. 그것은 더 위험한 목소리였다.

“응.”

세아가 다시 대답했다.

“너 지금… 좋지 않은 데로 가고 있어. 알아?”

“몰랐어.”

세아가 대답했다. 그것은 거짓이었다. 세아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것은 아래로. 계속 아래로. 마치 깊은 구멍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너 엄마 생각해봤어? 도현이 생각해봤어?”

“응.”

“그래도?”

“그래도 뭐?”

세아가 물었다.

“그래도 괜찮아?”

해늘이 물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편의점의 선반을 봤다. 라면 위에는 컵라면이 있었다. 그 위에는 음료수가 있었다. 그 위에는 빵이 있었다. 모든 것이 정렬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정렬은 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와서 뭔가를 집어가면, 그 공간이 생기고, 누군가가 그 공간을 채우려고 할 것이고, 또 다른 빈 공간이 생길 것이다. 이것이 반복된다. 영원히. 또는 이 편의점이 사라질 때까지.

“세아. 답해봐.”

해늘이 다시 말했다.

“…괜찮아.”

세아가 천천히 대답했다.

“거짓말이야.”

해늘이 말했다.

“응.”

세아가 인정했다.

“그럼 뭐가 진짜야?”

“모르겠어.”

세아가 대답했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세아는 지금 자신이 무엇인지 모른다. 피해자인가? 증인인가? 신고인인가? 아니면 단순한 편의점 알바생인가? 모든 것이 동시에 맞고, 모든 것이 동시에 틀렸다.

“너 지금 뭐 입고 있어?”

해늘이 갑자기 물었다.

“뭐?”

세아가 반복했다.

“옷. 뭐 입고 있어?”

“…아, 이거. 검은색 스웨터.”

세아가 대답했다.

“언제 빨았어?”

“모르겠어. 일주일 전?”

“한 번도 안 입은 옷 있어?”

“응. 많아.”

“그럼 집 가서 안 입은 옷으로 갈아입어. 그리고 밥 먹어. 제대로 먹어. 라면이 아니라.”

해늘이 명령했다.

“응.”

세아가 대답했다.

“약속이야?”

“약속.”

세아가 거짓말을 했다.

“세아. 나 이 사람 완료할 때까지 전화 끊을 거야. 너는 지금 당장 집으로 가. 알겠어? 당장.”

“응.”

세아가 대답했다.

전화는 끝났다. 세아는 편의점을 나갔다. 라면 코너를 등지면서.

밤의 거리는 더 조용해졌다. 자정에 가까워지면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또는 숨고 있었다. 밤은 그런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깨어 있고, 누군가는 자고 있고, 누군가는 깨어 있는 것과 자는 것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고시원으로 돌아가는 길, 세아는 편의점 밖의 쓰레기통을 봤다. 누군가의 음식물이 그곳에 버려져 있었다. 반쯤 먹은 삼각김밥. 그것은 분명 이 편의점에서 팔려나간 것이었다. 누군가가 샀고, 먹다가 버렸고, 지금 쓰레기통에 있다. 그것이 음식의 운명이었다. 팔려지고, 소비되고, 버려지고. 음악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세아의 음악도.

고시원의 문을 열었을 때, 장판은 이미 자고 있었다. 문 앞에서. 마치 세아를 기다리다가 지친 것처럼. 세아는 고양이를 안아 침대로 옮겼다. 고양이는 깨어나지 않았다.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것은 축복이었다. 잠이. 꿈이. 현실을 잠시 멈추는 능력이.

침대에 누워서, 세아는 자신의 손을 봤다. 손톱이 긴 손. 그 손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음악을 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단지 있을 뿐인가? 존재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손.

휴대폰을 들었다. 도현이의 문자는 아직 남아 있었다. 세아는 답장을 시작했다.

세아: 응. 괜찮아. 학교 열심히 해.

문자를 보냈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이 필요했다. 도현이를 위해서. 엄마를 위해서. 그리고 어쩌면 자신을 위해서도.

휴대폰을 내려놨을 때, 3시 47분이었다. 오전. 새벽. 세아는 이 시간을 좋아했다. 아무도 깨어 있지 않은 시간.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시간. 이 시간에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 또는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천장을 다시 봤다. 곰팡이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초록색. 움직이지 않지만 자라고 있는. 세아도 마찬가지였을까? 겉으로는 움직이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자라고 있는가? 아니면 부패하고 있는가? 그 차이를 어떻게 알 것인가?

창문을 통해 밖의 발들이 보였다. 새벽에도 누군가는 지나가고 있었다. 배달원. 아니면 밤샘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사람들. 그들은 모두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목표가 있는 사람들처럼. 하지만 세아는? 세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새벽 4시. 세아는 여전히 깨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정상이 되어 있었다. 잠을 못 자는 것이 자신의 새로운 상태. 깨어 있음이 자신의 새로운 형태. 이것이 계속되면, 언젠가 세아는 완전히 다른 생명체가 될 것이다. 천장의 곰팡이처럼. 또는 그보다 더.

휴대폰의 시계를 봤다. 3시 47분. 정확히 한 시간이 지났다. 또는 지나가지 않았다. 시간의 감각이 무너지고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느꼈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이 정지해 있었고, 오직 자신만 계속 추락하고 있었다.

그 순간, 세아는 자신이 강리우 병실에서 무엇을 해야 했는지 깨달았다. 변호사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자신이 해야 할 말이 따로 있었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겠어.”

그것이 진실이었다. 세아는 자신이 왜 신고했는지 모른다. 정의를 위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니면 단순히 강리우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모든 것이 얽혀 있었다. 동기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었다.

새벽 5시. 세아는 여전히 천장을 보고 있었다. 곰팡이는 여전히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세아도.

# 비되고, 버려지고

비가 내렸다. 그리고 또 버려졌다. 음악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세아의 음악도.

그것은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웠던 손가락들이 언젠가는 건반에서 떨어질 운명. 음악학원의 밝은 조명 아래서 연주하던 순간들이 언젠가는 검은 먹구름처럼 흐릿해질 운명. 세아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받아들이는 것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고시원의 문을 열었을 때, 장판은 이미 자고 있었다. 문 앞에서. 마치 세아를 기다리다가 지친 것처럼.

세아는 잠시 멈춰섰다. 문틀에 기대어 고양이를 바라봤다. 장판이라고 이름 붙인 고양이. 이름도 이상하고 생김새도 초라한, 노란 털을 가진 잡종 고양이. 누군가의 버려진 것을 또 다른 버려진 것이 주워 온 셈이었다. 같은 종족끼리의 동정. 같은 처지의 위로.

고양이는 세아의 발소리에도 깨어나지 않았다. 고양이의 숨소리는 규칙적이었다. 깊고 평온한 호흡. 세아는 그것을 들으면서 무언가 비틀린 것을 느꼈다. 자신은 왜 이렇게 시끄럽게 살아가는가. 왜 밤마다 천장을 노려보면서 시간을 낭비하는가. 왜 자신은 저 고양이처럼 단순하게 자지 못하는가.

“미안해. 내가 너를 깨웠나?”

세아는 의식 없이 중얼거렸다. 아무도 듣지 않는 말. 하지만 중요한 말. 세아는 고양이를 조심스럽게 안아올렸다. 고양이의 몸은 예상보다 가벼웠다. 뼈와 털로만 이루어진 것 같은 무게. 세아는 그 가벼움이 좋았다. 세상에서 자신이 들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것.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것.

침대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고양이는 깨어나지 않았다.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세아는 고양이를 자신의 베개 옆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고양이의 몸이 따뜻했다. 그것은 축복이었다. 잠이. 꿈이. 현실을 잠시 멈추는 능력이.

세아는 고양이 옆에 누워서, 자신의 손을 봤다. 손톱이 긴 손. 한때는 이 손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손. 음악을 할 수 있는 손.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는 손.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손.

하지만 지금은?

세아는 손가락 하나를 펴 들었다. 손톱 끝이 살짝 울퉁불퉁했다. 매니큐어를 한 지 이미 2주가 지났다. 더 이상 손을 가꾸는 것이 의미 없어 보였다. 누가 그것을 봐줄 것인가. 누가 그 손이 무엇을 하는지 신경 쓸 것인가.

그 손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음악을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미 악보를 만질 수 없었다. 피아노 앞에 앉으면 손가락이 떨렸다. 아무것도 눌러지지 않았다. 음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음은 나왔지만 그것은 음악이 아니었다. 단지 소음일 뿐이었다.

누군가를 잡을 수 있을까? 세아는 손을 펼쳤다가 다시 움켜쥐었다. 누군가를 잡으려면 먼저 그 누군가가 자신 앞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없었다. 도현이는 학교에 있고, 엄마는 병원에 있고, 강리우는 경찰서에 있고, 자신은 여기 고시원에 있다. 모두 다른 곳. 모두 떨어진 곳. 떨어진 거리만큼 멀어지는 사람들.

아니면 단지 있을 뿐인가? 존재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손. 그런 손이 존재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세아는 손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었다. 화면이 밝게 빛났다. 눈이 아팠다. 하지만 그 통증도 중요하지 않았다.

도현이의 문자는 아직 남아 있었다.

**도현: 언니 잘 자? 내일 학교에서 시험 있어. 근데 공부가 안 돼. 언니는 이런 거 어떻게 했어? 걱정돼.**

며칠 전의 문자였다. 아직 답장이 없었다. 세아는 답장을 시작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움직였다. 한 글자씩. 느리고 조심스럽게.

**세아: 응. 괜찮아. 학교 열심히 해.**

그것이 세아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더 이상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더 이상의 조언도 없었다. 자신이 뭐 하는 놈이라고 남동생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겠는가.

문자를 보냈다. 화면에서 “전송됨”이라는 글씨가 떴다.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이 필요했다. 도현이를 위해서. 엄마를 위해서. 그리고 어쩌면 자신을 위해서도.

거짓말은 필요악이었다. 거짓말이 없으면 이 세상은 더 빨리 무너질 것이다. 거짓말이 있어야 최소한 48시간은 버틸 수 있다. 거짓말이 있어야 다음 끼니를 생각할 수 있다. 거짓말이 있어야 내일의 햇빛을 기대할 수 있다.

휴대폰을 내려놨을 때, 시간은 3시 47분이었다. 오전. 새벽. 아직도 밤이었다.

세아는 이 시간을 좋아했다. 아무도 깨어 있지 않은 시간.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시간. 아무도 전화를 걸지 않는 시간. 이 시간에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 또는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숨 쉬는 것이고, 심장이 뛰는 것이고, 시간이 지나가는 것뿐이다.

세아는 다시 천장을 봤다. 천장의 곰팡이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초록색.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지 않지만 자라고 있는. 그것은 지난 한 달간 분명히 더 커졌다. 처음에는 동전 크기였던 것이 지금은 손가락 크기가 되었다. 계속 자라고 있었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세아도 마찬가지였을까? 겉으로는 움직이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자라고 있는가? 아니면 부패하고 있는가? 그 차이를 어떻게 알 것인가. 성장과 부패의 경계는 어디인가.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세아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움직였다.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공중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그것은 근육 기억이었다. 10년을 피아노 앞에서 보낸 손가락들의 습관. 잠들지 않는 습관. 끊임없이 움직이려는 습관.

창문을 통해 밖의 발들이 보였다. 새벽에도 누군가는 지나가고 있었다. 배달원의 오토바이 소리. 아니면 밤샘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사람들의 발소리. 그들은 모두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목표가 있는 사람들처럼. 그들의 발걸음에는 방향이 있었다.

하지만 세아는? 세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자신의 발걸음에는 방향이 있는가. 아니면 단지 떠밀려가는 것인가. 중력에 이끌려가는 것인가. 물의 흐름에 떠내려가는 것인가.

새벽 4시. 세아는 여전히 깨어 있었다. 잠을 자지 않았다. 아니, 자지 못했다. 뭔가가 막혀 있었다. 머리와 몸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겨 있었다. 뇌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눈은 떠 있었지만, 의식은 어딘가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이 정상이 되어 있었다. 잠을 못 자는 것이 자신의 새로운 상태. 깨어 있음이 자신의 새로운 형태. 이것이 계속되면, 언젠가 세아는 완전히 다른 생명체가 될 것이다. 천장의 곰팡이처럼. 또는 그보다 더. 인간이 아닌 무언가. 유령처럼. 그림자처럼.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무언가.

세아는 손을 들어 올렸다. 손가락들을 하나씩 세어봤다.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소지. 5개. 맞다. 10개. 맞다. 자신은 여전히 인간이었다. 최소한 해부학적으로는.

휴대폰의 시계를 다시 봤다. 4시 47분. 정확히 한 시간이 지났다. 또는 지나가지 않았다. 시간의 감각이 무너지고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느꼈다. 분명히 느꼈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침과 분침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정지해 있었다. 세상이. 시간이. 숨이. 오직 자신만 계속 추락하고 있었다. 바닥을 향해. 끝을 향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계속 추락하고 있었다.

그 순간, 세아는 강리우 병실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했는지 깨달았다. 변호사가 물었을 때. 검사가 물었을 때. 모두가 “왜”라고 물었을 때.

변호사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자신이 해야 할 말이 따로 있었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겠어.”

그것이 진실이었다. 세아는 자신이 왜 신고했는지 모른다. 정의를 위해? 아니었다. 세아는 정의 따위를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늦었다. 상처는 이미 깊이 났다. 아니면 단순히 강리우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그것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전부는 아니었다.

모든 것이 얽혀 있었다. 동기가 명확하지 않았다. 순수한 것이 없었다. 깨끗한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이 회색이었다.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는지 알 수 없는 회색.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복수인지 구분할 수 없는 회색.

그리고 그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었다.

무서움이 밀려왔다. 파도처럼. 바다의 파도처럼. 세아의 가슴을 짓누르는 무서움. 호흡을 막는 무서움. 이것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무서움.

새벽 5시. 세아는 여전히 천장을 보고 있었다. 곰팡이는 여전히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세아도.

옆에서 장판이 자신의 발을 차며 움직였다.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고양이도 꿈을 꾸는가. 고양이의 꿈은 무엇인가. 자유로운 그 무언가인가. 아니면 따뜻한 밥인가. 아니면 자신처럼 고양이도 악몽을 꾸는가.

세아는 손을 내밀어 고양이의 등을 쓸어줬다. 부드러운 털. 따뜻한 체온. 그것이 세아가 이 시간에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살아 있음의 증거였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세아는 다시 중얼거렸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게. 도현이에게? 엄마에게? 강리우에게? 아니면 자신에게? 모두에게. 세상 모두에게 미안했다.

휴대폰의 불빛이 다시 켜졌다. 누군가의 문자였나. 하지만 세아는 화면을 보지 않았다. 그것이 누구의 문자든 간에, 세아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천장의 곰팡이는 계속 자라고 있었다. 초록색. 생명력 있는 색. 부패하면서도 자라는. 죽으면서도 번식하는. 그것이 세아의 현실이었다. 부패하면서 자라는 것. 죽으면서 살아가는 것.

새벽 5시 47분. 아직도 밤이었다. 아직도 아무도 깨어나지 않았다. 아직도 아무도 세아를 찾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영원히 그럴 것이었다.

세아는 고양이를 안았다. 따뜻한 몸. 살아 있는 증거. 자신이 아직 어딘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

“우리 함께 있자. 최소한 밤이 지날 때까지는.”

고양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더 좋았다. 대답이 없으면 거짓말이 아니었다. 대답이 없으면 약속이 되었다.

새벽 5시 47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세아도 계속 살고 있었다. 죽지 않으면서 살고 있었다.

그것이 아마 가장 끔찍한 것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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