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5화: 손 위의 온기
엄마의 울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5분도 안 됐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5분이 세아에게는 몇 년처럼 느껴졌다. 엄마의 손이 천천히 얼굴에서 내려왔다. 눈물을 닦지 않고. 그냥 내려왔다. 마치 그 눈물들이 자신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마치 눈물을 닦는 것이 무언가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너무했나.”
엄마가 목소리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음성이 거의 없었다. 마치 바람이 중얼거리는 것 같은 톤.
“아니에요.”
세아가 말했다.
“도현이를 봤어야 했어. 내가. 너를 걱정하느라 도현이를 못 봤어. 그런 게 있나? 엄마가 아이 하나를 못 본다고. 그런데 내가 못 봤어.”
엄마가 계속 말했다. 세아를 보지 않으면서. 창밖의 바다를 보면서. 그 바다에 지난 시간들이 모두 흘러가 있다는 것처럼.
세아는 엄마의 프로필을 봤다. 엄마의 옆얼굴. 엄마의 턱선. 엄마의 목. 그것들이 모두 단단했다. 절대 부러질 것 같지 않은 단단함. 하지만 그 단단함 안에 뭔가 갈라지고 있다는 것을 세아는 알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균열들. 오랫동안 눌러온 것들이 이제 표면으로 올라오고 있는 것들.
“제가… 연락을 드렸어야 했어요.”
세아가 말했다.
“그런 건 아니고…”
엄마가 입을 다시 열려고 했다. 하지만 멈췄다. 마치 말이 목에 걸려 있는 것처럼. 마치 말해야 할 것과 말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었던 것처럼.
차 안의 침묵이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이전의 침묵과는 달랐다. 이전의 침묵은 단절된 침묵이었다면, 이제의 침묵은 뭔가 연결되고 있는 침묵이었다. 마치 세아와 엄마가 같은 주파수로 울기 시작한 것처럼.
“경찰에 뭐라고 했어?”
엄마가 천천히 물었다.
“전부요. 경찰에 전부를 말했어요. 강리우가 저를 어떻게 했는지. 어떻게 조종했는지. 그리고…”
세아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엄마가 물었다.
“한강 다리에서의 일이요. 그것도 다 말했어요.”
세아가 말했다.
엄마의 손이 핸들을 다시 잡았다. 이번엔 더 세게. 손가락이 하얀색으로 변했다. 피가 끊긴 것처럼.
“그 사람이 너한테…”
엄마가 시작했다. 하지만 끝내지 못했다.
“네. 그래요.”
세아가 신고처럼 말했다. 마치 자신의 경험을 법정에서 증언하는 것처럼. 마치 감정을 제거하고 사실만 남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엄마는 차를 다시 출발시켰다. 천천히. 마치 차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도로는 여전히 해안도로였다. 검은 수평선은 여전히 오른쪽에 있었다. 하지만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파란색에서 보라색으로. 보라색에서 주황색으로. 해는 내려가고 있었다.
“도현이가 이 소식을 알아?”
엄마가 물었다.
“아니에요. 아직.”
세아가 말했다.
“네가 말해야 할 것 같아.”
엄마가 말했다. 그것은 제안이 아니었다. 사실의 진술이었다. 엄마가 판단한 옳고 그름의 선.
“알겠어요.”
세아가 대답했다.
차는 더 깊은 해안을 지나갔다. 이제 마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포구. 낡은 건물들. 해녀 할머니들의 숨비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은 공기. 이곳은 엄마의 세계였다. 엄마가 물속에서 나와 숨을 내쉬던 곳. 엄마가 가장 자신이었던 곳.
“엄마가 너를 낳았을 때…”
엄마가 말을 시작했다. 갑자기.
“네?”
세아가 대답했다.
“내가 너를 안는데 너무 떨렸어. 손이 자꾸 떨렸어. 이렇게 작은 게 어떻게 세상에 나올 수 있는지. 이렇게 약한 게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근데 너는 울었어. 크게. 마치 세상에 대항하는 것처럼.”
엄마가 말했다.
“엄마…”
세아가 말하려고 했다.
“내가 그 울음을 잊지 않았어. 계속 기억했어. 너는 약해도 싸울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그래서 내가 너한테 언제나 강하라고 한 거야. 내가 물속에서 나올 수 있으니까 넌 더 깊은 곳에서도 나올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어.”
엄마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그런데 내가 너한테 너무 많이 기대했나? 내가 너를 너무 혼자 두었나?”
엄마가 물었다.
“아니에요.”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엄마가 자신을 혼자 두었던 것은 엄마의 잘못이 아니었다. 생존이 그렇게 하는 것이었다. 엄마는 물속에 들어가야 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엄마는 자신의 몸을 바다에 던져야 했다. 그것이 엄마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약해진 거예요. 제가 잘못된 사람을 믿었어요.”
세아가 말했다.
“그건 약함이 아니야.”
엄마가 말했다.
차가 어느 포구에 도착했다. 엄마의 집 근처. 세아가 어렸을 때 집. 흰색 콘크리트 건물. 지붕에 녹이 슨 물탱크. 창문들은 모두 닫혀 있었다. 마치 집이 자고 있는 것처럼.
엄마는 차에서 내렸다. 세아도 내렸다. 바다의 냄새가 더 강해졌다. 소금. 해초. 그리고 뭔가 낡은 것의 냄새. 세아가 어린 시절에 맡던 냄새. 자신이 가장 안전했던 냄새.
“들어가자.”
엄마가 말했다.
집의 문을 열 때, 낡은 나무가 삐걱거렸다. 집 안은 어두웠다. 창문들이 닫혀 있어서. 엄마는 불을 켰다. 노란색의 형광등이 밝혀졌다. 그 빛 아래로 집이 나타났다. 작은 거실. 낡은 소파. 벽에는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세아가 자신을 봤다. 사진 속의 자신.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도현이와 함께. 할아버지와 함께. 그 모두가 지금 여기 있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할아버지는 죽었고. 엄마는 여기 있지만 그렇게 먼 사람이 되었고. 도현이는 서울에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내가 너를 너무 잘 알지 못했나?”
엄마가 물었다. 거실의 중앙에 서 있으면서.
“엄마…”
세아가 대답했다.
“강리우라는 사람이 너한테 뭔가를 약속했나?”
엄마가 물었다.
“구해준다고 했어요.”
세아가 말했다. 그 말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느끼면서.
“그리고 넌 믿었어?”
엄마가 물었다.
“네.”
세아가 대답했다.
엄마는 창문으로 걸어갔다. 창문을 열었다. 바다의 공기가 들어왔다. 신선했다. 차갑게.
“내가 물속에 들어갈 때마다 넌 물 위에서 기다렸어. 기억나?”
엄마가 물었다.
“네. 기억나요.”
세아가 대답했다.
“내가 물 위로 올라올 때까지 넌 숨을 참고 기다렸어. 나한테 그렇게 했던 것처럼. 나도 널 구하려고 할 때는 그렇게 했어야 했는데…”
엄마가 말했다.
“엄마가 뭘 할 수 있었겠어요? 엄마는 물속에만 들어갈 수 있잖아요.”
세아가 말했다.
“그건 맞아. 근데 나는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었어. 넌 물 위에서 숨을 참고만 있었어. 그게 차이였어.”
엄마가 말했다.
세아는 그 말의 의미를 천천히 이해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말하는 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다. 엄마는 자신이 물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하지만 세아는 물 위에서 숨을 쉬지 못했다. 숨을 참고만 있었다. 계속 참고만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줄 때까지.
“강리우한테서 벗어났다고 했는데…”
엄마가 다시 말했다.
“네. 경찰에 신고했어요. 그리고…”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엄마가 물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제가 숨을 쉬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세아가 말했다.
엄마는 세아를 봤다. 처음으로 직접적으로. 눈과 눈으로. 어떤 것도 피하지 않으면서.
“그래. 그래야 해.”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세아에게 걸어갔다. 천천히. 마치 세아가 어린 새인 것처럼. 마치 갑작스러운 움직임이 세아를 날려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엄마의 손이 세아의 얼굴에 닿았다. 양손으로. 검고 주름진 손으로. 해녀의 손으로. 물에 담겨 있던 시간들로 가득한 손으로.
“미안해. 내가 너한테 너무 약했나?”
엄마가 물었다.
“아니에요. 엄마가 제일 강한 사람이에요.”
세아가 말했다.
“그건 거짓이야. 나는 물속에서는 강했지만 물 위에서는 약했어. 너를 안아줄 때. 너를 말해줄 때. 그럴 땐 나는 약했어.”
엄마가 말했다.
세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자신이 울고 있다는 걸 아는 것과 동시에. 엄마의 엄지손가락이 그 눈물을 닦았다. 천천히. 마치 그 눈물들이 귀중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도현이한테도 미안해야 해.”
엄마가 말했다.
“네. 알겠어요.”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넌 자기 자신한테도 미안해해야 해. 자기한테 미안해하는 법을 배워야 해.”
엄마가 말했다.
“무슨 뜻이에요?”
세아가 물었다.
“그 강리우라는 사람이 너한테 한 짓들. 그걸 다 너한테 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대신 다음을 생각해. 그 사람이 한 짓이 너한테 행해진 일이라고. 그럼 넌 자기한테 화낼 수 있어. 그럼 넌 자기를 미워할 수도 있어. 그리고 그 미움이 넌 살아낼 힘이 될 수 있어.”
엄마가 말했다.
세아는 그 말을 듣고 있었다. 들으면서 무언가가 자신 안에서 움직이는 걸 느껴야 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것은 분명히 움직이고 있었다. 작은 불꽃처럼. 또는 처음 타오르는 성냥처럼.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아요?”
세아가 물었다.
“뭐?”
엄마가 물었다.
“제가 엄마한테 미안하다고만 하는 거예요. 그게 엄마를 더 혼자 만드는 거라고 했잖아요.”
세아가 말했다.
“맞아.”
엄마가 대답했다.
“그럼 저도 제 자신한테 계속 미안하다고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겠네요. 그게 제 자신을 더 혼자 만드는 거니까.”
세아가 말했다.
엄마의 입가에 작은 웃음이 떠올랐다.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웃음.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웃음이었다.
“그래. 똑똑한 애네.”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세아를 안았다. 팔로. 검고 단단한 팔로. 오래 안았다. 마치 세아를 물 위로 건져 올리는 것처럼. 마치 세아를 다시 산 것으로 만드는 것처럼.
세아는 엄마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엄마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들이마셨다. 소금. 햇빛. 그리고 뭔가 깊고 오래된 것의 냄새. 그것은 엄마였다. 엄마의 냄새였다.
“도현이는 언제 돌아와요?”
세아가 물었다.
“저녁 늦게. 학원이 길어.”
엄마가 말했다.
“그럼 저 준비할 시간이 좀 있겠네요.”
세아가 말했다.
“뭘?”
엄마가 물었다.
“도현이한테 뭐라고 말할지.”
세아가 말했다.
엄마는 세아를 손에서 놓았다. 하지만 손은 여전히 세아의 팔 위에 있었다. 따뜻했다. 온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솔직하게. 그게 전부야. 너는 어디 있었는지. 너는 뭘 했는지. 너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그것들을.”
엄마가 말했다.
“도현이가 화낼까요?”
세아가 물었다.
“화낼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너한테 화내는 거 아니야. 너한테 상처받은 거야. 그 상처에 대한 화일 거야.”
엄마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세아가 물었다.
“그 화를 받아줘. 그리고 너도 화내. 자신한테.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 그럼 넷이 같은 곳에 설 수 있어. 그럼 너희가 함께할 수 있어.”
엄마가 말했다.
세아는 엄마의 손을 봤다. 그 손이 얼마나 오래 물 속에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손가락의 주름. 손톱 아래의 검은 색깔. 피부의 상태. 모두가 이야기를 했다. 이 손이 얼마나 많은 것을 견뎌냈는지를.
“엄마 손 봐도 돼요?”
세아가 물었다.
엄마는 손을 펼쳤다. 세아 앞에서. 마치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것처럼. 마치 그 손의 모든 것이 세아에게 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세아는 엄마의 손을 잡았다. 양손으로. 엄마의 손을 자신의 손 안에 넣었다.
“따뜻하네요.”
세아가 말했다.
“당연하지. 나는 산 사람이잖아. 내 몸에는 따뜻함이 있어.”
엄마가 말했다.
“저도 따뜻해질 수 있을까요?”
세아가 물었다.
“이미 따뜻해. 넌 단지 그걸 잊고 있었을 뿐이야.”
엄마가 말했다.
해는 이제 거의 바다에 내려앉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주황색과 빨강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아름답고 슬픈 색깔. 그 색깔 아래로 바다가 검어지고 있었다.
엄마의 손 위에 세아의 손이 놓여 있었다. 따뜻했다. 엄마의 손에서 나오는 온기가 세아의 손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물리적 온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무언가 더 깊은 것이었다. 살아있다는 것의 온기. 견디어냈다는 것의 온기.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의 온기.
세아는 눈을 감았다. 엄마의 손을 느끼며. 창밖의 석양을 느끼며.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알고 있으면서. 이 순간은 지나갈 것이라는 걸. 그리고 지나간 후에도 이 온기는 남아있을 것이라는 걸.
“고마워요, 엄마.”
세아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엄마가 물었다.
“여기 있어줘서요. 여기 제가 돌아오길 기다려줘서요.”
세아가 말했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세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창밖의 하늘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주황색은 사라졌다. 빨강색도 사라졌다. 그 자리에 보라색이 왔다. 그리고 그 보라색도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밤이 오고 있었다. 새로운 밤. 처음의 밤이 아닌. 두 번째의 밤이 될 이 밤.
세아와 엄마는 그렇게 서 있었다. 손을 잡고. 말을 하지 않고. 단지 함께 있으면서. 창밖의 바다가 어두워지는 것을 보면서. 그 어둠 속에서도 무언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면서.
다음 화로의 복선:
– 도현이의 귀가와 대면 (필연적 갈등 + 화해)
– 경찰 조사의 진행 상황 (법적 현실의 개입)
– 강리우의 상태 (병원에서의 소식, 또는 그의 심리 상태)
– 세아가 “따뜻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기 치유의 여정)
# 따뜻함의 언어
## 1부: 손의 온기
“엄마 손 봐도 돼요?”
세아의 목소리는 마치 얇은 종이를 살금살금 밟는 것 같았다. 혹시 부러질까봐, 혹시 거부당할까봐 하는 두려움이 그 음성에 가득 담겨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손을 내밀 수 없었다. 누군가와 접촉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이 마치 독극물을 흘리는 그릇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세아는 용기를 내었다.
엄마는 말없이 손을 펼쳤다.
그것은 거절이 아니었다. 그것은 초대였다. 세아의 엄마 박미라는 손가락을 천천히 펼치면서, 손바닥의 주름들을 마주 보게 했다. 마치 자신의 손이 어떤 책의 페이지처럼 읽혀지기를 원하는 듯했다. 마치 이 손의 모든 것—이 손으로 만들어낸 모든 음식, 이 손으로 감싼 모든 상처, 이 손으로 일궈낸 모든 세월—이 딸에게 전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세아는 한 발 다가섰다. 창밖의 오후 햇빛이 그들의 뒷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그 빛은 여름빛이었다. 강렬하고, 뜨겁고, 때로는 무자비한 빛이었다. 하지만 지금 세아의 눈에는 그 빛이 부드러워 보였다.
“따뜻하네요.”
세아가 말했다. 엄마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면서.
그 온기는 처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세아는 일생의 대부분을 이 손의 온기로 자라났다. 밤중에 열이 날 때 이 손이 이마를 식혀주었고,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이 손이 등을 쓸어주었고, 학교에서 상처받아 돌아왔을 때 이 손이 자신을 안아주었다. 하지만 지난 몇 달 동안, 아니 정확히는 강리우와의 그 끔찍한 밤 이후로, 세아는 이 온기를 느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당연하지. 나는 산 사람이잖아. 내 몸에는 따뜻함이 있어.”
엄마가 말했다. 자신의 손을 세아의 손 안에 맡기면서.
그 말은 간단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산 사람이다. 그렇다, 엄마는 산 사람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실패하고, 상처받고, 또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는 따뜻함이 있다. 그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약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산다는 증거다.
세아는 엄마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엄마의 손가락들이 끼워졌다. 마치 두 개의 나무가 뿌리를 얽히게 하는 것처럼.
“저도 따뜻해질 수 있을까요?”
세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것은 두려움의 떨림이었다. 자신도 다시 따뜻할 수 있을까 하는 절절한 바람과, 그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절망적인 의심 사이에서 흔들리는 목소리였다.
엄마는 한 손으로 세아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그 터치. 어머니만이 할 수 있는 그 정확한 힘.
“이미 따뜻해. 넌 단지 그걸 잊고 있었을 뿐이야.”
엄마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것은 종교적 신앙이 아니었다. 그것은 관찰에서 나온 확신이었다. 엄마는 세아가 태어나던 그 날부터 지금까지 2003일을 함께 살아왔다. 그 모든 날에서, 엄마는 세아의 따뜻함을 보아왔다. 그 따뜻함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묻혀있을 뿐이라는 것을 엄마는 알고 있었다.
## 2부: 석양 속의 침묵
해는 이제 거의 바다에 내려앉고 있었다.
그들이 서 있는 아파트의 거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주황색과 빨강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색깔이었다. 동시에 슬픈 색깔이었다. 왜냐하면 모든 아름다운 것은 결국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주황색도, 이 빨강색도 몇 분 뒤면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알기에, 사람들은 그 색깔에 슬픔을 느낀다.
바다는 석양의 색을 반사하고 있었다. 반짝이는 금색의 길이 수평선에서 세아의 발 아래까지 이어져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 길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빛의 환각이다. 세아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길이 덜 아름다워지지는 않았다.
아파트 거실은 석양빛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소파, 커튼, 벽면, 그리고 엄마와 세아의 얼굴까지도. 세상이 모두 석양빛으로 변한 것처럼 보였다. 이 색깔 아래로 바다가 점점 검어지고 있었다. 아직도 빛이 있는 부분은 금색이었지만, 지평선 너머는 이미 검은색이었다. 밤이 준비 중이었다. 어둠이 기어오고 있었다.
엄마의 손 위에 세아의 손이 놓여 있었다.
두 손이 겹쳐진 그 부분은 창밖의 석양빛을 받아 거의 반투명처럼 보였다. 엄마의 손가락들이 투명하게 빛났다. 세아는 그 손을 통해 빛이 통과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광경이 자신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름답기 때문에 아팠다.
따뜻했다.
단순한 물리적 온도가 아니었다. 체온이라는 수치로 환원될 수 없는 따뜻함이었다. 그것은 엄마의 손에서 흘러나와 세아의 손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마치 전기처럼. 아니, 전기보다 부드럽게. 마치 물처럼. 따뜻한 물이 세아의 손을 통해 팔로, 팔을 통해 어깨로, 어깨를 통해 가슴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은 무언가 더 깊은 것이었다.
세아가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이름을 붙여보려고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것은 살아있다는 것의 온기였다. 이 손은 여러 번 죽을 뻔했다. 심장마비의 위험이 있던 고혈압으로 밤새 고생했던 그 손. 자식을 때리고 싶은 분노를 참아낸 그 손. 삶이 너무나 버거웠던 날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었던 그 손. 하지만 그 손은 죽지 않았다. 계속 살아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따뜻했다.
그것은 또한 견디어냈다는 것의 온기였다. 남편이 사업에 실패했을 때의 밤들. 세아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을 때의 밤들. 자신의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의 밤들. 견딘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매일의 밤을 자나고, 매일의 아침을 깨고, 매일의 밥을 짓는 것이다. 그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수천 번, 수만 번을 반복하는 것이다. 엄마의 손은 그 반복을 해왔다.
그리고 그것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의 온기였다. 세아가 저지른 일, 세아가 빠져들었던 그 지옥. 그것이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었다. 엄마와 세아의 관계를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 계속된다. 그리고 계속된다는 것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부분부터, 새로운 장부터.
세아는 눈을 감았다.
검은 눈꺼풀 안에서, 세아는 엄마의 손을 느꼈다. 그리고 창밖의 석양을 느꼈다. 그것이 가능했다. 눈을 감아도 감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선명해진다. 엄마의 손의 주름, 엄마의 손의 온도, 엄마의 손의 맥박. 모든 것이 더욱 분명해졌다.
내가 여기 있다. 엄마가 여기 있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것이 충분했다. 세아는 이 순간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랐다. 엄마의 손을 놓지 않고, 창밖의 석양을 함께 보면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단지 함께 있으면서. 영원히.
하지만 알고 있었다.
눈을 감은 어둠 속에서, 세아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 순간은 지나갈 것이라는 걸.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석양은 사라질 것이고, 밤이 올 것이고, 밤도 지나갈 것이고, 아침이 올 것이다. 엄마의 손도 언젠가는 세아의 손에서 떠날 것이다. 엄마도 죽을 것이고, 세아도 죽을 것이다. 그것이 삶의 법칙이다.
하지만.
지나간 후에도 이 온기는 남아있을 것이라는 걸. 그것을 세아는 알고 있었다. 엄마의 손을 놓은 후에도, 엄마가 떠난 후에도, 세아가 혼자가 되어도, 이 온기는 남아있을 것이다. 그것이 기억이라는 것의 신비다. 기억은 온기를 보존한다. 기억은 죽은 것을 살린다.
## 3부: 감사의 말
“고마워요, 엄마.”
세아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마치 그 말이 엄마에게만 들려야 하고, 다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니, 사실은 그 말이 창밖의 바다에만 들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석양과 바다, 그리고 곧 올 밤이 그 말을 증인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뭐가?”
엄마가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호기심도, 추궁도 없었다. 단지 열린 귀가 있었다. 딸의 말을 듣기 위해 활짝 열린 귀. 딸의 모든 말을 받아들이기 위해 준비된 귀.
“여기 있어줘서요.”
세아가 말했다.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다.
“여기 제가 돌아오길 기다려줘서요.”
그 말이 끝난 후, 세아는 뭔가 더 말해야 할 것 같았다. 감사의 말은 완성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곡의 중간에 끝난 것처럼. 하지만 세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말이 많아지면 이 순간이 깨질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세아는 엄마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아는 그 침묵이 거부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다. 침묵은 가장 완벽한 긍정이었다. 침묵은 말보다 더 깊다. 침묵 속에서는 모든 것이 전해진다. 엄마의 침묵 속에는, 세아를 향한 용서가 있었다. 세아를 향한 사랑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도 용서받기를 바라는 엄마의 소망이 있었다. 아이를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했던 엄마로서의 죄책감. 아이가 빠져든 그 지옥을 미리 막지 못했던 죄책감. 그것도 그 침묵 속에 있었다.
대신, 엄마는 세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단어가 필요 없었다. 문장이 필요 없었다. 단지 두 손이 서로를 확인하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내가 여기 있다. 나도 여기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 4부: 밤의 도래
창밖의 하늘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세아가 눈을 뜨고 보니, 하늘은 이미 많이 변해 있었다. 주황색은 완전히 사라졌다. 빨강색도 사라졌다. 그 자리에 보라색이 왔다. 그것은 하늘이 내릴 수 있는 가장 신비로운 색이었다. 보라색은 빨강색도 아니고 파랑색도 아니다. 그것은 둘 사이의 경계에 있는 색이다. 낮과 밤 사이의, 온기와 차가움 사이의, 살아있음과 죽음 사이의 색이다.
그리고 그 보라색도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천천히. 마치 물이 종이에 스며드는 것처럼. 하늘의 위쪽부터 검은색이 내려오고 있었다. 별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었다. 먼저 가장 밝은 별들이 나타났다. 금성일까, 아니면 목성일까. 그 다음으로, 더 작은 별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마치 밤하늘이 어둠 속에서 눈을 떠가는 것처럼.
밤이 오고 있었다.
새로운 밤. 처음의 밤이 아닌. 두 번째의 밤이 될 이 밤. 세아와 엄마가 함께하는 첫 번째 온전한 밤. 강리우 이후의 첫 번째 밤. 그 밤이 이제 오고 있었다.
바다는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다. 석양의 금색 길은 사라졌다. 대신, 어둠 속에서 바다는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바다가 숨을 쉬고 있는 것처럼. 파도의 음성이 거실까지 들려왔다. 샤아, 샤아, 샤아. 그것은 자장가 같았다. 아니, 더 정확히는 마음의 음성 같았다. 마음이 내쉬는 숨. 마음이 내쉬는 안도감.
“밤이 왔네요.”
세아가 말했다.
“응. 밤이 왔지.”
엄마가 대답했다.
그들은 그렇게 서 있었다. 손을 잡고. 말을 하지 않고. 단지 함께 있으면서. 창밖의 바다가 어두워지는 것을 보면서. 그 어둠 속에서도 무언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면서.
세아의 마음 속에는 무수한 감정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죄책감, 감사, 두려움, 희망. 그것들이 모두 섞여서, 마치 바다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들은 정체되지 않았다. 계속 움직였다. 계속 흘러갔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세아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엄마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것은 이제 세아의 가슴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고 있었다. 더 이상 손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그 온기는 세아의 전신으로 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