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20화: 두 번째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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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화: 저작권 양도 합의서

두 번째 파일을 열기까지 세아에게는 삼 분이 필요했다.

삼 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두 파일을 나란히 놔두고 — 왼쪽 전속 계약서, 오른쪽 저작권 양도 합의서 — 그냥 봤다. 봤다기보다는 그 앞에 앉아 있었다. 고시원 방의 형광등이 머리 위에서 조용하게 윙윙거렸다. 겨울 밤의 소리였다. 복도에서 발소리가 지나갔다. 누군가 방 안에서 기침을 했다. 세 번.

하늘이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것이 하늘이의 방식이었다 — 기다릴 줄 아는 사람. 타투이스트가 되면서 더 그렇게 됐다. 손님이 어느 자리에 무엇을 새길지 결정하는 동안 하늘이는 절대 재촉하지 않았다. 살에 새기는 것은 오래 남는 것이니까. 결정이 느려도 된다.

세아가 오른쪽 파일을 집었다.

저작권 양도 합의서. 전속 계약서보다 얇았다. 열네 페이지. 표지에 제목만 있었다 — 저작권 양도 및 크레딧 정정에 관한 합의서. 세아는 첫 페이지를 넘겼다.

첫 번째 조항이 보였다.

본 합의서는 JYA 엔터테인먼트(이하 ‘갑’)와 나세아(이하 ‘을’) 사이에 체결되며, ‘을’이 창작한 하기 음악 저작물의 저작권을 ‘갑’이 양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세아는 그 문장을 두 번 읽었다.

그리고 멈췄다.

“하늘아.”

“응.”

“이거 저작권을 JYA가 나한테서 사는 게 아니에요.”

하늘이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내가 JYA한테 저작권을 넘기는 거예요.”


하늘이가 파일을 가져갔다.

세아의 손에서 파일을 가져가서 — 조용하게, 거칠지 않게 — 자기 앞에 놓고 읽기 시작했다. 세아는 그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하늘이가 읽는 속도는 세아보다 빨랐다. 페이지가 넘어갔다. 또 넘어갔다.

방 안에서 형광등이 윙윙거렸다.

세아는 무릎 위에 손을 올렸다. 손이 차가웠다. 고시원 방이 난방은 됐지만 — 바닥이 미지근한 정도였다 — 창가 쪽이 차가웠다. 세아의 방은 창이 반지하 수준에 있어서 발목 정도 높이에 창이 있었다. 바깥에서 사람들의 발소리가 지나갈 때마다 그 진동이 창틀에서 느껴졌다.

“나세아.” 하늘이가 읽다가 말했다. 5페이지쯤에서.

“응.”

“여기 봐.”

세아가 몸을 기울였다. 하늘이가 손가락으로 짚은 부분.

제5조 (크레딧 정정) — ‘갑’은 본 합의서 체결 후 60일 이내에 기(旣) 발매된 저작물에 대한 크레딧 정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단, 크레딧 정정의 범위와 방법은 ‘갑’의 판단에 따른다.

세아는 그 문장을 읽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노력을 다한다는 것은 — 한다는 뜻이 아니었다. 노력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노력을 했는데 안 됐다고 하면, 계약서 기준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여기.”

8페이지.

제8조 (독립적 효력) — 본 합의서는 당사자 간 체결된 기타 계약과 독립적으로 효력을 가진다. 단, 을이 전속 계약을 체결한 경우 본 합의서의 조항은 전속 계약서의 관련 조항에 우선한다.

하늘이가 손가락을 멈췄다.

“이게 무슨 말인지 알아?”

세아는 알았다.

“전속 계약서 사인하기 전에 이거 사인하면. 나중에 전속 계약서에 다른 말이 써 있어도 이게 우선이에요.”

“아니.” 하늘이가 고개를 저었다. “반대야.”

세아가 다시 읽었다.

전속 계약을 체결한 경우 본 합의서의 조항은 전속 계약서의 관련 조항에 우선한다.

“전속 계약을 먼저 사인하면.” 세아가 말했다. 천천히. “그 다음에 이거 사인하면 이게 우선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 그러니까.” 하늘이가 파일을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 “이 두 개는 세트야. 전속 계약서 사인하고, 그 다음에 이 합의서 사인해야 크레딧을 돌려받는다고 말하는 거잖아. 그런데 합의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만 써 있고, 실제로 크레딧이 정정될 보장은 없어.”

세아의 손이 무릎 위에서 주먹을 쥐었다.

느끼지 못했다. 손이 쥐어졌다는 것을. 나중에 손을 펼쳤을 때 손바닥에 손톱 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

“그리고 저작권은.” 하늘이가 계속했다. “이미 다른 기획사들이 가지고 있는 거잖아. JYA가 그걸 사온다는 게 이 합의서 어디에도 없어. JYA가 ‘크레딧 정정을 위해 노력한다’는 말만 있지, JYA가 저작권을 다른 데서 사온다는 말은 없어.”

세아는 그것을 들었다.

방이 조용했다.

형광등이 윙윙거렸다.

“그러면.” 세아가 말했다. “이 합의서는. 내 곡들에 대한 저작권을 JYA한테 넘기는 건데. JYA가 그 저작권을 다른 기획사들에서 사온다는 보장은 없고. 크레딧 정정도 보장이 없고.”

“그래.”

“그러면 이걸 사인하면.”

“내 곡들은 JYA 거가 돼요.”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내 이름은 — 아직도 없어요.”


하늘이가 화장실에 갔다 왔을 때 세아는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변하지 않은 것들 — 파일 위치, 방의 온도, 형광등 소리. 변한 것 — 세아의 등이 약간 더 굽었다. 그것뿐이었다. 하늘이는 그것을 봤다. 등이 굽은 사람의 등. 그 굽음이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원래 거기 있던 것이 드러난 것 같은 — 그런 굽음.

하늘이는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냈다. 세아한테 하나 줬다. 세아는 받아서 뚜껑을 열었다. 마셨다. 목을 넘어가는 소리가 났다.

“강리우한테 물어볼 거야?”

세아는 생수를 테이블에 내려놨다.

“물어봐야죠.”

“물어봐서.”

“물어봐서.” 세아가 잠깐 멈췄다. “계약서대로라고 하면. 안 사인하는 거고.”

“계약서대로가 아니라고 하면?”

“그럼.” 세아가 생수병 뚜껑을 손가락으로 돌렸다. “그 말을 계약서에 써달라고 해야죠.”

하늘이가 세아를 봤다.

“언제 그렇게 됐어.”

“뭐가요.”

“그냥 사인하던 애가.”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뚜껑을 계속 돌렸다.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 닫았다. 그 반복적인 행동이 생각을 정리해주는 것 같았다 — 손이 뭔가를 하고 있을 때 머리가 더 잘 돌아가는 타입이었다.

오늘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세아는 순서대로 생각했다.

오후 늦게 JYA에서 연락이 왔다. 박인철 변호사가 계약서 두 개를 가져왔다. 강리우가 같이 있었다. 세아는 계약서를 받았다. 하늘이가 타투를 해줬다 — 왼쪽 어깨, 쇄골 아래, 성냥 모양. 국밥을 먹었다. 하늘이의 친구 이야기를 들었다. 고시원으로 왔다. 계약서를 읽었다.

그리고 지금.

지금 세아의 앞에 있는 것은 — 서명하면 안 되는 계약서 두 개였다.

“강리우씨가.” 세아가 말했다. “이걸 알고 있을까요.”

하늘이가 잠깐 생각했다.

“모를 수도 있어.”

“아니면 알고도.”

“알고도 말 안 했을 수도 있어. 아니면 알고도 나쁜 의도는 없었을 수도 있어. 아버지가 준 계약서니까 당연히 이게 표준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하늘이가 파일을 세아 앞으로 밀었다. “근데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잖아.”

“뭐가 중요한 건데요.”

“네가 어떻게 할 거냐가 중요한 거지.”

세아는 파일을 봤다. 흰 표지. 아무 글씨도 없는 것. 그 안에 세아의 이름이 적힐 자리가 있는 서류.

“자야겠다.” 세아가 말했다.

“지금?”

“네. 지금은 결정 못 해요. 자고 나서.”

하늘이가 세아의 얼굴을 봤다. 눈 아래가 파였다. 입술이 텄다. 어깨 타투 부위는 아직도 약간 붓기가 있을 거였다 — 새로 한 타투는 이틀 정도 욱신거렸다.

“그래.” 하늘이가 일어났다. “자. 내일 얘기해.”

“고마워요.”

“뭘.”

“국밥. 그리고 — 같이 읽어줘서요.”

하늘이가 방을 나가려다 멈췄다. 문 앞에서 뒤를 돌아봤다.

“나세아.”

“응.”

“그 성냥 — 이제 네 거야. 어깨에.” 하늘이가 말했다. “그거 잊지 마. 네 거야.”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늘이가 문을 닫았다.


세아는 잠을 자지 않았다.

누웠다. 불을 껐다. 고시원 방이 어두워졌다. 창으로 가로등 빛이 들어왔다 — 바닥 높이의 창이라서 빛이 천장 쪽이 아니라 바닥 쪽을 비췄다. 세아의 눈 높이에서 천장은 어두웠다. 바닥이 희미하게 밝았다.

그 거꾸로 된 빛 속에서 세아는 누워 있었다.

왼쪽 어깨가 욱신거렸다. 성냥 모양의 타투. 하늘이가 새긴 것. 세아는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 타투 위를 — 살짝 눌렀다. 통증이 왔다. 그 통증이 이상하게 선명하게 느껴졌다. 몸에 새긴 것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의 통증. 아물기 전의 것.

강리우의 얼굴을 생각했다.

JYA 사무실에서 계약서를 내밀 때의 얼굴. 세아는 그 표정을 기억하려 했다. 진심이었을까, 아니었을까. 그것을 읽으려고 했는데 — 계약서가 테이블 위에 있는 순간에 세아는 그 표정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박인철의 설명을 듣느라. 내용을 따라가느라.

강리우는 어떤 표정이었나.

기억이 흐릿했다.

세아는 눈을 감았다.

대신 다른 것이 생각났다 — 강리우가 처음 세아의 노래를 들었을 때. 클럽에서. 마지막 곡을 부를 때 세아는 강리우가 거기 있다는 것을 몰랐다. 노래가 끝나고 나서 그가 다가왔다. 세아는 그때 강리우의 눈을 봤다.

그 눈에 있던 것.

음악을 알아본다는 것이 어떤 눈빛인지 세아는 알았다 — 그 눈빛이 드물다는 것도 알았다. 진짜로 듣는 사람의 눈빛. 음악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눈빛.

그 눈빛이 거짓이었을까.

세아는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 눈빛이 진짜였어도 계약서는 계약서였다. 강리우가 진심으로 세아의 음악을 원했어도, 그 원함이 계약서의 조항을 바꾸지는 않았다. 계약서는 JYA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강리우가 만든 것이 아니라 — 아버지가, 변호사가, JYA라는 구조가 만든 것.

강리우는 그 구조 안에 있었다.

그 안에 있는 사람이 세아한테 “나를 믿어요”라고 말한다면.

믿을 수 있는가.

세아는 오랫동안 그 질문을 가지고 누워 있었다.

새벽 두 시쯤 됐을 때 — 옆방에서 이를 가는 소리가 났다 — 세아가 일어났다. 불을 켜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가방을 찾아서 노트를 꺼냈다. 오래된 노트였다. 표지가 접힌 것. 세아가 곡을 쓸 때 쓰는 노트.

바닥에 앉아서 노트를 무릎 위에 올렸다.

창으로 들어오는 가로등 빛이 희미하게 노트를 비췄다. 세아는 그 빛으로 쓰기 시작했다.

가사가 아니었다.

멜로디도 아니었다.

그냥 — 숫자였다. 세아가 기억하는 것들.

12. 자신이 쓴 곡의 수.

3.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나간 곡의 수.

0. 자신의 이름이 붙은 곡의 수.

그 숫자들을 적고 나서 세아는 노트를 덮었다. 그리고 다시 펼쳤다. 다음 페이지에 다른 것을 적었다.

내가 원하는 것.

그 다음 줄이 한참 비어 있었다.

세아는 연필 끝을 종이에 댔다. 댔다가 뗐다. 댔다가 뗐다. 그 행동이 가사를 쓸 때와 비슷했다 — 정확한 단어를 찾을 때까지 시작하지 못하는 것.

결국 적은 것.

내 이름으로 된 노래 한 곡.

한 줄.

그것뿐이었다.

세아는 그것을 봤다. 한 줄. 내 이름으로 된 노래 한 곡. 그것이 세아가 원하는 것의 전부인지 세아는 몰랐다. 전부가 아닐 수도 있었다. 더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새벽에 어둠 속에서 적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이었다.

노트를 덮었다.

불을 켰다.

파일을 집었다. 저작권 양도 합의서. 8페이지를 펼쳤다.

제8조 (독립적 효력)

세아는 그 조항을 다시 읽었다. 세 번. 네 번. 외울 때까지.

그러고 나서 전속 계약서로 넘어갔다. 43페이지.

본 계약의 해석에 있어 이견이 발생할 경우, 갑의 해석을 우선으로 한다.

그것도 외웠다.


다음 날 오전 열 시.

세아는 편의점 알바가 없는 날이었다. 목요일. 오늘 밤 클럽 세션은 있었다 — 저녁 여덟 시부터.

그 사이에 시간이 있었다.

세아는 아침을 먹지 않았다. 고시원 공용 주방에서 물을 끓여서 커피 한 잔만 마셨다. 검은 커피. 설탕 없이. 쓴맛이 목을 넘어갔다. 세아는 그것을 마시면서 핸드폰을 봤다.

강리우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어젯밤에 온 것이었다 — 세아가 자려고 누워 있던 시간에.

계약서 검토할 시간 필요하면 말해요. 급하지 않아요.

세아는 그 메시지를 읽었다. 읽고 나서 핸드폰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커피를 마셨다. 다시 핸드폰을 봤다.

급하지 않아요.

그 말이 뭘 의미하는지 세아는 생각했다. 진심으로 기다릴 수 있다는 말인지. 아니면 — 서두르지 않아도 결국 사인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자신감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세아는 답장을 보냈다.

오늘 만날 수 있어요?

보내고 나서 커피를 다 마셨다. 빈 컵을 씻었다. 방으로 돌아와서 옷을 입었다. 두꺼운 겨울 외투. 머플러. 손이 시려웠다.

핸드폰이 울렸다.

네. 어디서요?

제가 정해도 될까요?

물론이요.

세아는 장소를 생각했다. JYA 사무실은 싫었다. 강리우가 익숙한 공간이 되기 때문에. 카페도 싫었다 — 배경 소음이 생각을 방해했다. 세아가 생각하면서 말해야 하는 대화는 조용한 곳이어야 했다.

한강이요. 합정 쪽 수변 공원. 두 시.

알겠어요.


두 시 오 분 전에 세아가 먼저 도착했다.

한강 합정 수변 공원. 평일 낮이라서 사람이 많지 않았다. 겨울이어서 더 그랬다. 벤치에 아무도 없었다. 자전거 도로에 가끔 사람이 지나갔다. 강은 회색이었다 — 하늘이 흐려서. 바람이 강 쪽에서 불어왔다. 세아는 머플러를 올렸다.

파일 두 개를 가방에 넣어 왔다.

벤치에 앉지 않았다. 난간 앞에 서서 강을 봤다. 회색 강. 회색 하늘. 그 사이에 흰 갈매기 두 마리가 있었다 — 갈매기가 한강에 있다는 것을 세아는 알았다. 제주에서 자랐으니까. 갈매기는 내륙에도 산다. 바다에만 있지 않다.

어머니 생각이 났다.

물속에서 올라올 때마다 내는 소리. 숨비소리. 세아는 어렸을 때 그 소리가 무서웠다. 괴성처럼 들렸다. 나중에 알았다 — 그것이 폐 안에 갇힌 공기를 내보내는 소리라는 것을. 살아있다는 소리. 물속에서 숨을 참고 있다가 올라와서 드디어 쉬는 숨.

세아는 그것이 노래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세아가 생각하는 노래였다 — 참고 참다가 터지는 것. 참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 것.

“세아씨.”

강리우였다.

세아는 고개를 돌렸다.

강리우가 걸어오고 있었다. 검은 패딩 코트였다.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눈 아래 다크서클이 오늘도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봤다 — 강리우도 잠을 못 잔 것 같았다. 이유는 몰랐다.

“왔어요.”

“왔어요.”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가 세아 옆에 서서 강을 봤다. 두 사람이 나란히 강을 보는 구도. 말이 없었다. 바람이 왔다. 세아의 머플러가 날렸다. 강리우의 코트 아랫자락이 날렸다.

“계약서 읽었어요?” 강리우가 먼저 물었다.

“읽었어요.”

“어떤 것 같아요.”

세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강을 봤다. 회색 강. 갈매기 두 마리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질문이 있어요.”

“말해요.”

“저작권 양도 합의서요.” 세아가 말했다. “거기 5조에요. 크레딧 정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고 써 있어요. 그게 — 크레딧이 정정된다는 보장이 아니잖아요.”

강리우가 잠깐 말이 없었다.

“그건.” 강리우가 말했다. “계약서의 일반적인 표현이에요. 강제 이행이 어려운 조항은 그렇게 써요.”

“강제 이행이 어렵다는 게.” 세아가 강을 보면서 말했다. “다른 기획사들이 저작권을 팔기 싫다고 하면 JYA도 어떻게 못 한다는 말이에요?”

강리우가 대답하지 않았다.

세아는 그 침묵을 들었다.

“그리고요.” 세아가 계속했다. “합의서 8조. 독립적 효력 조항이요. 전속 계약을 체결한 경우 합의서 조항이 우선한다고 써 있는데. 그게 전속 계약을 사인하면 내 크레딧 문제가 전속 계약서가 아니라 합의서 기준으로 처리된다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합의서에는 크레딧 보장이 없고요.”

강리우가 강 쪽을 봤다.

“어디서 그거 확인했어요.”

“제가 읽었어요.”

“아니요.”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그 조항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 계약서를 많이 읽어보지 않으면 잘 안 보여요. 누가 같이 읽어준 거예요?”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리우가 시선을 거뒀다.

“…맞아요. 그 조항들 연결해서 읽으면 세아씨 말이 맞아요.”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 아니요, 오해예요, 라고 말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그 조항들은 일반적인 거예요, 걱정 안 해도 돼요, 라고. 그런데 강리우가 말한 것은 맞아요, 였다.

세아는 강리우를 봤다.

강리우의 턱이 약간 당겨진 것이 보였다. 그 표정이 뭔지 세아는 몰랐다. 창피함인지, 화남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그러면.” 세아가 말했다. “이 계약서대로 사인하면 저는 뭘 얻는 거예요.”

“JYA와의 계약. 앨범 제작 지원. 배급. 마케팅.”

“크레딧은요?”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

“그게 계약서에도 그렇게 써 있고, 말로도 그렇게 하는 거잖아요.”

강리우가 입술을 다물었다.

바람이 왔다. 강 냄새가 났다 — 겨울 강의 냄새. 물이 차갑고 넓은 냄새. 세아는 그 냄새를 맡으면서 말했다.

“저는요.” 세아가 말했다. “어릴 때 어머니가 물에서 올라올 때마다 숨 참고 기다렸어요. 어머니가 해녀였으니까요. 근데 어머니는 항상 올라왔어요. 그래서 저도 항상 숨 참고 기다렸어요. 그게 제 버릇이 됐어요 — 참고 기다리는 거요.”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JYA 계약서가 그것 같아요.” 세아가 말했다. “숨 참고 기다리면 뭔가 올라올 것 같은 계약서요. 근데 올라온다는 보장은 없는 거잖아요.”

강 위로 바람이 지나갔다.

강리우가 오랫동안 말하지 않았다.


벤치로 자리를 옮겼다.

강리우가 먼저 앉았다. 세아가 그 옆에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한 뼘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세아는 가방에서 파일을 꺼냈다. 테이블도 없는 곳이었지만 — 무릎 위에 올려놨다.

“이 계약서를 수정할 수 있어요?” 세아가 물었다.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어떻게요.”

“5조요.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표현을 바꾸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JYA가 어떤 기획사에서, 어떤 곡들의 저작권을, 몇 월 며칠까지 구매해서, 크레딧을 언제까지 정정한다고. 그렇게 써 있으면 사인할 수 있어요.”

강리우가 파일을 봤다. 세아의 무릎 위에 있는 것을.

“그리고 43페이지요.” 세아가 전속 계약서를 펼쳤다. “이견이 생기면 JYA 해석이 우선이라는 조항이요. 이건 빼야 해요.”

“…그건 표준 조항이에요.”

“표준이면 바꾸면 안 돼요?”

강리우가 대답하지 않았다.

세아는 기다렸다. 숨을 참지 않고. 그냥 기다렸다 — 어머니처럼. 물 위에서 올라오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옆에 있는 것처럼.

“제가 아버지한테 말해야 해요.” 강리우가 말했다. “저 혼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러면 아버지한테 말해줄 수 있어요?”

“…쉽지 않아요.”

“저도 알아요.” 세아가 파일을 덮었다. “근데 쉽지 않다는 게 안 된다는 말이에요?”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그 눈빛이 — 어제 JYA 사무실에서의 눈빛과 달랐다. JYA 사무실에서 강리우는 정돈된 표정이었다. 무언가를 관리하는 표정. 지금은 달랐다. 뭔가가 표면 아래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 파악하기 어려운 표정.

“안 된다는 말이 아니에요.” 강리우가 말했다.

“그러면.”

“해볼게요.”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해볼게요. 노력할게요가 아니었다. 해볼게요였다. 그 차이가 작은 것 같지만 — 세아는 그것을 알아들었다. 노력하겠다는 것은 과정을 약속하는 것이고, 해보겠다는 것은 결과를 향해 움직이겠다는 것이었다. 아니면 그냥 말이 달랐을 뿐일 수도 있었다.

세아는 아직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요.” 세아가 말했다. “저한테 솔직하게 물어봐도 될까요?”

“뭘요.”

“처음에요. 클럽에서 처음 저 찾아왔을 때요. 강리우씨가 저한테 원했던 게 뭐였어요.”

강리우가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

겨울 바람이 강 위를 지나갔다. 갈매기 소리가 어디선가 났다 —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재능이요.” 강리우가 말했다. “처음엔.”

“처음엔.”

“세아씨 노래 들었을 때 — 그게 제가 오랫동안 찾던 거였어요. 작곡 능력이요. 그 멜로디를 만드는 방식이. JYA에 그게 필요했어요. 아버지한테 가져갈 수 있는 재료가 필요했어요.”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재료.

그 단어가 공기 중에 남았다. 강리우는 그것이 나쁘게 들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 말하고 나서 입술을 한 번 당겼다.

“그게 전부예요?” 세아가 물었다.

“지금은 아니에요.”

“그럼 지금은요.”

강리우가 강을 봤다. 회색 강. 회색 하늘.

“지금은.” 강리우가 말했다. 천천히. “세아씨 음악이 세아씨 이름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틀렸다고 생각해요 — 지금까지의 것들이요. 그리고 그걸 바로잡고 싶어요. 그게 JYA 때문인지 세아씨 때문인지는 — 저도 아직 모르겠어요.”

“모르겠다는 게 솔직한 말이네요.”

“솔직한 것밖에 못 하겠어요. 지금은.”

세아는 그것을 들었다.

모르겠다. 지금은 아니다. 솔직한 것밖에 못 하겠다. 그 말들이 — 완벽한 대답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확한 대답이었다. 세아는 완벽한 대답보다 정확한 대답을 더 믿었다.

“알겠어요.” 세아가 말했다.

“사인해요?”

“아직은요.” 세아가 파일을 가방에 넣었다. “계약서 수정이 되면 다시 얘기해요.”

강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잠깐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서. 강을 보면서. 바람이 왔다 갔다. 어디선가 자전거가 지나갔다 — 바퀴 소리가 차갑게 났다.

“질문 하나 해도 돼요.” 강리우가 말했다.

“뭔데요.”

“베를린 이야기 들었어요?” 강리우가 말했다. “제가 거기서 뭘 했는지.”

세아는 뭔가를 들은 적이 없었다. 강리우가 베를린 유학을 갔다가 귀국했다는 것만 알았다.

“아니요.”

“그럼 나중에.” 강리우가 말했다. “언젠가. 얘기할게요.”

세아는 그 말의 뒤에 있는 것을 느꼈다 — 나중에, 언젠가. 그것은 지금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완전히 닫지 않겠다는 것이기도 했다. 문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말하는 사람이었다. 세아는 그것을 기억했다.


헤어지고 나서 세아는 혼자 강변을 걸었다.

합정에서 망원 쪽으로. 강을 왼편에 두고. 바람이 계속 왔다. 머플러를 더 올렸다. 손이 시려웠다. 장갑이 없었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강리우가 맞다고 했다. 계약서의 허점들을. 인정했다. 그것이 예상 밖이었다. 아버지한테 말해볼게요, 라고도 했다. 그것도 예상 밖이었다.

그러나 예상 밖이라는 것이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세아는 그것을 알았다.

믿음은 한 번의 대화로 생기지 않았다. 특히 상대가 JYA 대표의 아들이고, 세아에게 처음에는 자신을 재료라고 생각했다고 말한 사람이라면.

그러나 — 재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것이 세아한테는 이상하게 느껴졌다. 나쁘게 들리는 말을 굳이 솔직하게 한 것. 숨길 수 있었는데. 더 좋게 포장할 수 있었는데.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은 나쁜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세아는 그것을 알았다.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을 좋게 보이게 말했다. 강리우는 자신을 나쁘게 말했다. 처음엔 재료였어요. 아직 모르겠어요. 쉽지 않아요.

그 말들이 정확했다.

강변 난간에서 멈췄다. 강을 내려다봤다. 회색 물이 흘렀다.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겨울 강은 느리게 흘렀다. 얼 것 같으면서 얼지 않고.

세아는 가방에서 노트를 꺼냈다.

새벽에 적었던 것.

내가 원하는 것.

내 이름으로 된 노래 한 곡.

그 아래에 지금 적었다.

그것을 얻기 위해 새장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

노트를 덮었다.

바람이 강 위에서 왔다. 세아의 머리카락이 묶음에서 빠져나와 흩어졌다. 세아는 그것을 잡지 않았다. 그냥 흩어지게 뒀다.

왼쪽 어깨가 욱신거렸다.

성냥이 있는 자리.

아직 아물지 않은 것.


저녁 여덟 시.

세아는 클럽에 도착했다.

합정의 작은 라이브 클럽이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계단에서 담배 냄새와 낡은 앰프 냄새와 맥주 냄새가 올라왔다. 세아가 매주 오는 곳이었다. 익숙한 냄새였다.

백스테이지에서 밴드 멤버들이 있었다. 베이시스트 장준이 기타 줄을 감고 있었다. 드러머 민경이 드럼 스틱을 두드리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키보디스트 송이가 세아를 봤다.

“언니 왔다.” 송이가 말했다. “오늘 목 상태 어때요?”

“괜찮아요.”

“진짜요? 어제 목 쉰 것 같던데.”

“오늘은 괜찮아요.”

세아는 점퍼를 걸었다. 마이크 스탠드 앞에 섰다. 사운드 체크.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냈다 — 음계를 한 번 훑었다. 낮은 라, 그 위의 미, 높은 도. 목이 열리는 느낌이 있었다.

괜찮았다.

장준이 베이스를 켰다. 민경이 드럼 세팅을 확인했다. 송이가 키보드 전원을 켰다. 사운드 체크가 끝났다.

공연 전 삼십 분.

세아는 무대 뒤 작은 공간에 앉았다. 낡은 소파였다. 스펀지가 꺼진 소파. 거기 앉아서 핸드폰을 봤다.

하늘이한테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늘 강리우 만났어? 어땠어?

세아가 답장을 보냈다.

만났어요. 계약서 수정 요청했어요.

ㄷㄷ 나세아가 계약서 수정 요청을?? 성장했다 성장해

해줄지는 모르겠어요.

해주면 어떻게 할 거야?

세아는 그 질문을 읽었다.

잠깐 생각했다. 해주면 어떻게 할 거야. 그것은 사인할 거야, 라는 질문과 같은 질문이었다.

모르겠어요. 아직은.

ㅇㅋ. 공연 잘 해.

응.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공연 십오 분 전이었다.

세아는 머리끈을 풀었다. 묶고 있던 머리가 어깨로 내려왔다. 세아는 노래할 때만 머리를 풀었다. 그것이 버릇이었다 — 이유는 없었다. 언제부터인지도 몰랐다. 그냥 묶으면 노래가 되고, 풀면 노래가 나왔다. 그 차이가 실제인지 기분인지 모르겠지만 세아한테는 실제였다.

무대 앞에서 관객들의 소리가 들렸다. 아직 적었다. 평일 저녁이니까. 한 이십 명쯤 될 것이었다. 맥주 잔 부딪히는 소리. 대화 소리. 가끔 웃음소리.

세아는 눈을 감았다.

새벽에 노트에 적은 것을 생각했다.

내 이름으로 된 노래 한 곡. 그것을 얻기 위해 새장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

그리고 — 오늘 강변에서 강리우가 말한 것.

세아씨 음악이 세아씨 이름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바로잡고 싶어요.

아직 모르겠어요.

세아는 그 말들을 가지고 있었다. 판단을 보류한 채로. 믿는 것도 아니고 의심하는 것도 아닌 — 그냥 가지고 있는 상태.

“언니, 다 됐어요.”

송이의 목소리였다.

세아가 눈을 떴다.

일어났다. 무대로 걸어갔다. 계단 세 개를 올라갔다. 무대 위의 빛이 눈에 들어왔다. 스팟라이트 두 개. 낡은 장비였다. 불이 약간 떨렸다 — 오래된 전구여서. 그 떨리는 빛 아래 세아가 섰다.

마이크 앞.

관객들이 웅성거렸다. 몇 명이 박수를 쳤다. 세아는 그들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마이크를 잡았다.

입을 열기 전에 — 한 박자.

그 한 박자가 세아한테는 언제나 가장 솔직한 순간이었다. 노래가 나오기 직전. 아직 아무것도 아닌 순간. 그때 세아는 자신이 뭘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았다.

오늘 밤 세아가 가지고 있는 것.

계약서 두 개. 수정 요청. 아직 답이 없는 것들. 어깨의 성냥 타투 — 아물지 않은. 강리우가 한 말들 — 판단을 보류한. 노트에 적은 두 줄 — 내가 원하는 것.

그것들을 전부 가지고 있었다.

세아가 노래를 시작했다.

첫 음이 나왔다.

뒤에서 베이스가 따라왔다. 드럼이 들어왔다. 키보드가 화음을 깔았다. 세아의 목소리가 그 위에 있었다 — 낮은 데서 시작해서 올라갔다.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클럽 안의 소리들이 줄어들었다.

맥주 잔 소리. 대화. 발소리. 그것들이 하나씩 줄어들었다.

세아는 그것을 느꼈다 — 방이 달라지는 것을. 노래가 공기를 바꾸는 것을. 그것이 세아가 알고 있는 것 중에 가장 확실한 것이었다. 계약서가 어떻게 되든, 강리우가 어떤 사람이든, JYA가 뭘 하든 — 이것은 확실했다.

세아의 목소리가 나오면 공기가 달라졌다.

그것은 세아의 것이었다.

서명한 적 없는. 누군가에게 넘긴 적 없는. 새장 안에 넣은 적 없는.

세아의 것.


공연이 끝나고 나서 백스테이지로 돌아왔을 때 핸드폰에 메시지가 와 있었다.

강리우였다.

아버지한테 말했어요. 내일 다시 얘기해요.

세아는 그 메시지를 읽었다.

오늘 한강에서 헤어지고 — 몇 시간 만에. 강리우가 아버지한테 말했다는 것. 쉽지 않다고 했는데.

세아는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뭐라고 답장해야 하는지 몰랐다. 아직은.

점퍼를 입었다. 머리를 다시 묶었다. 계단을 올라갔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담배 냄새가 빠지고 차가운 밤 공기가 왔다.

합정 골목. 겨울 밤. 가로등 불빛.

세아는 고시원 쪽으로 걸었다.

걸으면서 생각했다.

내일 강리우가 어떤 말을 가져올지 몰랐다. 계약서가 수정될지 안 될지 몰랐다. 강민준이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오늘 밤 세아는 무대 위에서 노래했다. 그 노래는 세아의 것이었다. 계약서가 없어도. 크레딧이 없어도. 아직 이름이 없어도.

목소리는 세아한테 있었다.

그것을 아직 아무도 가져가지 않았다.

골목 끝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세아는 머플러를 조였다. 왼쪽 어깨를 — 성냥이 있는 자리를 — 오른손으로 한 번 눌렀다.

아물고 있었다.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아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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