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화: 모르겠어, 라는 말
하늘의 작업실은 홍대 정문에서 골목 두 개를 들어간 곳에 있었다.
정확히는 작업실이 아니라 반지하 타투 샵이었다 — 하늘이 작업하는 공간과 자는 공간이 칸막이 하나로 나뉘어 있었고, 칸막이 너머에는 접이식 침대와 전기장판과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고양이 이름은 장판이었다. 장판이 전기장판 위에서만 자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었다.
세아가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었을 때 하늘은 작업대 앞에 앉아 있었다. 손님은 없었다. 바늘 끝에 잉크를 묻히는 중이었는지 기계가 켜진 채로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왔어?”
하늘이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세아는 문을 닫고 신발을 벗었다. 하늘의 작업실은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규칙이 있었다. 이유는 장판이 발바닥 냄새를 좋아해서였다.
장판이 접이식 침대에서 내려와 세아의 발쪽으로 걸어왔다. 세아는 쪼그려 앉아 장판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장판이 발등에 코를 비볐다.
“밥은 먹었어?”
“어.”
“뭐 먹었어.”
“편의점.”
“그게 밥이야?” 하늘이 이제 돌아봤다. 세아의 얼굴을 한 번 훑었다. “삼각김밥?”
“참치마요.”
“하나?”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늘이 한숨을 쉬었다. 하늘의 한숨은 항상 천장을 향해 나갔다 — 옆으로 퍼지는 것이 아니라 위로 솟구치는 한숨이었다. 뭔가를 포기하는 한숨이 아니라 뭔가를 확인하는 한숨.
“앉아. 라면 끓일게.”
“괜찮아.”
“앉으라고.”
세아는 앉았다. 칸막이 앞에 있는 낮은 원목 테이블 옆에. 방석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장판이 쓰고 있었다. 세아는 나머지 하나에 앉았다. 장판이 따라와서 세아의 무릎 위에 올라탔다.
하늘이 칸막이 너머 전기포트에 물을 올렸다. 서랍에서 신라면을 꺼냈다.
“JYA 얘기 해봐.”
세아는 처음부터 말했다.
유재원, 회의실, 서류 세 단락. 크레딧 소급 처리가 전속 계약의 조건으로 달려 있는 것. 크레딧 표기 방식은 협의 가능하다는 문장.
하늘은 라면을 끓이면서 들었다. 중간에 한 번도 끊지 않았다. 가스 불 위에서 국물이 끓는 소리가 났다. 작업실에 고추 냄새가 퍼졌다.
세아가 끝까지 말했을 때 하늘이 면을 넣었다.
“협의 가능이 협의를 니들이 한다는 말이고.”
“응.”
“그럼 사실상 크레딧 없는 거랑 같은 거잖아.”
“조건에 따라서.”
“어떤 조건.”
“모르겠어. 아직.”
하늘이 면을 젓다가 멈췄다. 세아를 봤다. 세아는 장판의 등을 쓰다듬고 있었다. 손이 규칙적으로 움직였다 — 머리에서 꼬리까지, 머리에서 꼬리까지.
“야, 나세아.”
“응.”
“너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알아?”
세아는 손을 잠깐 멈췄다. 장판이 불만스럽게 꼬리를 흔들었다.
“모르겠어.”
“그게 두 번째 모르겠어야.” 하늘이 라면 그릇에 면을 담았다.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모르겠어. 기분이 어때 모르겠어. 너 오늘 그 말 몇 번 했는지 알아?”
“…몇 번.”
“네 번. 나한테만.”
라면 그릇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달걀이 반으로 잘려 위에 얹혀 있었다. 하늘이 맞은편에 앉았다.
“먹어.”
세아는 젓가락을 들었다. 면이 뜨거웠다. 국물을 한 모금 마셨다. 혀가 따가웠다. 그것이 좋았다. 따가운 것은 명확했다. 지금 세아가 필요한 것은 명확한 감각이었다.
“하늘아.”
“응.”
“전속 계약 하면 곡이 다 거기 거야.”
“알아.”
“그러면 내가 쓰고 싶은 걸 쓸 수가 없어.”
“알아.”
“근데 월 고정이 생기면 도현이 학원비가 해결돼.”
하늘이 잠깐 멈췄다. 라면을 내려다봤다가 다시 세아를 봤다.
“나세아.”
“응.”
“그 논리가 맞다고 생각해?”
세아는 면을 젓가락으로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모르겠어.”
“다섯 번.” 하늘이 말했다. 비난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라면을 다 먹었을 때 장판이 테이블 위로 올라와 빈 그릇에 코를 박았다. 세아가 그릇을 치웠다. 하늘이 캔 맥주 두 개를 가져왔다 — 작업실 한쪽 벽에 항상 맥주가 있었다. 예술가들의 냉장고에는 맥주와 마요네즈밖에 없다고 하늘은 말한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은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맥주 캔이 차가웠다. 세아는 양손으로 잡았다. 캔의 냉기가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바깥에서 홍대 거리의 소리가 들렸다 — 음악, 사람들의 웃음소리, 가끔 클럽 베이스 소리. 금요일 밤이었다.
“언더스코어는 어때?”
하늘이 먼저 물었다. 세아는 뜬금없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하늘이 화제를 바꾸는 것처럼 보일 때는 실제로는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향에서 하는 것이었다.
“괜찮아.”
“세션비는.”
“회 당 칠만 원.”
“일주일에 몇 번.”
“두세 번.”
“편의점은.”
“시급 구천육백 원.”
하늘이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계산하는 것 같았다. 세아는 계산 결과를 알고 있었다. 편의점 알바와 세션을 합쳐도 월 이백이 안 됐다. 고시원 월세에 도현이 용돈에 어머니 약값을 빼면 남는 것이 없었다.
“전속 제안이 얼마야.”
“월 고정 삼백. 곡당 인센티브 별도.”
하늘이 잠깐 눈을 감았다 뜨었다. 그 얼굴이 말하는 것을 세아는 읽었다. 그 돈이면 달라지지. 하늘이 그 말을 입으로 꺼내지 않는 것을 세아는 고마워했다.
“근데 크레딧이 없으면.” 세아가 말했다. “내가 쓴 곡인지 아닌지 아무도 몰라.”
“지금도 아무도 모르잖아.”
차가운 말이었다. 하늘이 차갑게 말할 때는 진심을 말하는 것이었다.
“…알아.”
“그러면.”
“그러면이 없어. 그냥 알아.”
두 사람이 다시 침묵했다. 장판이 하늘의 무릎으로 옮겨 갔다. 하늘이 자동으로 장판의 귀를 긁었다.
“근데.” 하늘이 말했다. “오늘 JYA에서 그 강리우는 없었어?”
세아는 맥주 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왜.”
“아니, 그 사람 A&R이잖아. 대표 아들이기도 하고. 근데 이런 계약 자리에 없었던 게 이상하다고.”
세아는 회의실을 떠올렸다. 유재원, 박인철, 그리고 — 빈 자리들. 강리우는 없었다. 세아는 그것을 그냥 지나쳤었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몰랐어.”
“이상하지 않아?”
“…어.”
“야, 그 사람이 처음에 너 발견한 사람 아니야. 언더스코어에서. 근데 정작 계약 자리에는 없고 유재원이 나왔다는 게.”
세아는 그 말을 머릿속에서 천천히 조립했다. 하늘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러나 그것을 지금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생각해볼게.”
“그게 여섯 번째 모르겠어랑 같은 말이지.”
세아는 하늘을 봤다. 하늘이 웃었다. 웃을 때 눈이 없어지는 얼굴. 세아는 저도 모르게 입 꼬리가 약간 올라갔다.
“…닮았나.”
“완전히.”
세아가 하늘의 작업실을 나온 것은 자정이 넘어서였다.
홍대 거리는 여전히 사람이 많았다. 금요일 자정은 이 동네에서 저녁이나 마찬가지였다. 세아는 외투 단추를 잠그면서 걸었다. 손가락이 차가워서 단추가 잘 잠기지 않았다.
합정동 쪽으로 걷다 보면 한강이 가까워지는 지점이 있었다. 세아는 가끔 그 지점에서 멈췄다 — 강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강의 냄새가 오는 지점. 물과 바람과 차가운 것이 섞인 냄새. 제주에서 맡던 냄새와 비슷했지만 달랐다. 제주의 물은 짰다. 한강은 짜지 않았다. 그래서 어머니가 그립다는 것을 알았다 — 짠 물이 그리울 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모르는 번호였다. 서울 지역번호. 세아는 잠깐 봤다가 받았다.
“여보세요.”
“…나세아 씨?”
남자 목소리였다. 낮고 조금 망설이는 목소리. 세아는 그 목소리를 어디서 들었는지 떠올리는 데 이 초가 걸렸다.
강리우였다.
“네.”
“강리우예요.” 잠깐 침묵. “늦게 연락해서 죄송해요. 지금 통화 괜찮아요?”
세아는 발걸음을 멈췄다. 홍대 골목 어딘가였다. 주변에 편의점 불빛, 술집 간판, 지나가는 사람들. 세아는 그 자리에 서서 핸드폰을 귀에 붙였다.
“괜찮아요.”
“오늘 JYA에 다녀왔죠.”
질문이 아니었다. 세아는 그것을 알았다.
“네.”
“유재원 팀장이랑 얘기했을 거고.”
“네.”
또 잠깐 침묵이 왔다. 세아는 기다렸다. 강리우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아직 몰랐다. 하늘이 말한 것이 생각났다 — 그 사람이 처음에 너 발견한 사람인데 정작 계약 자리에는 없었다는 게.
“계약서 사인했어요?”
“아니요. 일주일 생각하기로 했어요.”
또 침묵. 이번에는 더 길었다.
“나세아 씨.”
“네.”
“혹시 내일 시간 돼요?”
다음 날 오전 열한 시.
세아는 합정동 카페 앞에 서 있었다. 하늘이 자주 가는 곳이 아니라 강리우가 정한 곳 — 상수역 근처의 작은 카페였다. 세아가 사는 반지하 고시원에서 걸어서 십 분 거리였다. 강리우가 이 동네를 알고 있다는 것이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강남 사람이 상수동 골목의 카페를 알 이유가 없었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작은 곳이었다. 테이블이 네 개. 벽에 LP 판들이 걸려 있었다. 오래된 앰프에서 재즈가 흘렀다 — 빌 에번스였다. 세아는 그것을 바로 알았다. 피아노 터치가 그렇게 생겼다. 빌 에번스의 피아노는 항상 뭔가를 참는 것 같았다.
강리우가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오늘은 JYA에서 본 것보다 캐주얼했다. 회색 스웨터, 청바지. 손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 양손을 모은 채로.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이 그 손 위에 떨어져 있었다.
세아가 다가가자 강리우가 올려다봤다.
“왔어요.”
“네.”
세아는 맞은편에 앉았다. 강리우가 메뉴판을 밀었다. 세아는 메뉴판을 보지 않고 말했다.
“아메리카노요.”
“저도요.” 강리우가 직원을 불렀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했다. 직원이 물러가자 둘 사이에 잠깐 정적이 왔다.
LP에서 피아노가 흘렀다. 빌 에번스의 〈Peace Piece〉였다. 같은 음이 반복되다가 그 위로 멜로디가 올라가는 곡. 세아는 그 곡을 들으면 항상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가라앉지도 않고 완전히 뜨지도 않는 상태.
“여기 자주 와요?”
세아가 먼저 물었다. 강리우가 약간 놀란 것 같았다. 세아가 먼저 말을 걸 거라고 예상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그 질문이 예상 밖이었던 것인지.
“가끔요. 빌 에번스 걸어주거든요.”
“알아요.”
“…들었어요?”
“〈Peace Piece〉요.”
강리우가 잠깐 세아를 봤다. 그 시선이 어젯밤 언더스코어에서 본 것과 달랐다. 어젯밤에는 무언가를 평가하는 시선이었다. 지금은 — 확인하는 시선이었다. 뭔가를 이미 알고 있는데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
“나세아 씨 클래식 들어요?”
“빌 에번스는 재즈예요.”
“그렇죠.” 강리우의 입가가 약간 올라갔다. 웃음 직전의 표정이었다. “재즈 좋아해요?”
“구분 안 해요. 좋은 소리 좋아해요.”
커피가 나왔다. 세아는 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뜨거운 것이 손바닥으로 전해졌다. 어젯밤 맥주 캔의 차가움과 정반대였다. 세아는 뜨거운 것도 좋고 차가운 것도 좋았다. 어느 쪽이든 명확했다.
강리우가 잔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어제 자리에 없었던 거 이상하다고 생각했죠.”
세아는 커피를 마시다가 멈추지 않았다.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하늘이가 그랬어요.”
“친구요?”
“네.”
“맞아요. 제가 있어야 했는데.” 강리우가 테이블 위에서 손가락을 한 번 두드렸다. 리듬이 있었다 — 무의식적인 것이었다. “아버지가 저를 빼고 진행시킨 거예요.”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들으면서 무엇을 느끼는지 파악하려 했다. 놀라움은 아니었다. 하늘이 이미 그 방향을 짚었기 때문에. 그러나 놀라움이 아닌 감각이 무엇인지는 아직 몰랐다.
“왜요.”
“저랑 나세아 씨 계약 방향이 달라서요.”
“어떻게 다른데요.”
강리우가 잠깐 창밖을 봤다. 상수동 골목에 토요일 낮이 흐르고 있었다. 고양이 한 마리가 화분 옆에 앉아 있었다. 세아는 그 고양이가 장판을 닮았다고 생각했다가 — 모든 고양이가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나세아 씨를 전속으로 묶고 싶어해요. 곡을 계속 받아야 하니까. 근데 저는 그 방식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요.”
“전속으로 묶으면 곡이 죽어요.”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곡이 죽어요. 짧은 말이었는데 정확했다. 세아가 생각한 것을 세아가 말하지 못한 방식으로 강리우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어요?”
“들어봤거든요.”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창가에서〉 원본이랑 발매본이랑 달라요.”
세아는 잠깐 멈췄다.
“…들었어요?”
“박인철한테 원본 파일 받았어요. 발매 전에.” 강리우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2절 브리지 부분에서 원본은 반음을 올렸다 내렸다 해요. 발매본은 거기서 그냥 같은 음으로 갔고.”
세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반음 전환이 그 곡의 핵심이었는데.” 강리우가 말했다. “편곡 팀이 뺀 거예요. 대중성 때문에. 근데 저는 그 부분 뺀 게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그 불안정함이 그 곡을 살리는 거니까.”
세아는 손가락이 테이블 아래에서 약간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
그 브리지. 세아가 새벽 세 시에 만든 것이었다. 창문 없는 방에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건반 앱으로 만든 것이었다. 반음을 올렸다가 내리는 그 순간이 — 세아가 가장 오래 걸린 부분이었다. 한 시간을 그 구간만 반복했다. 올리면 너무 아프고 안 올리면 너무 평평했다. 올렸다가 내리면 딱 맞았다. 창문이 없는 방에서 혼자 숨을 참다가 올라오는 순간 같았다. 그게 어머니의 숨비소리와 같은 원리였다.
그것을 편곡 팀이 뺐다.
그리고 강리우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왜 저한테 말하는 거예요?”
강리우가 테이블 위에서 손가락을 멈췄다.
“나세아 씨가 알아야 하니까요.”
“유재원 팀장한테 그 말 했어요?”
“했어요.”
“결과는.”
“대중성 판단은 제작팀 권한이라고 했어요.” 강리우의 목소리가 약간 납작해졌다. “저는 A&R이지 프로듀서가 아니니까.”
세아는 강리우를 봤다. 이 남자가 무엇인지 아직도 파악이 안 됐다. JYA 대표의 아들, A&R, 그리고 어젯밤 늦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건 사람. 회사 자리에 없었고 지금 여기 있는 사람.
“강리우 씨는 저한테 뭘 원하는 거예요.”
직접적인 질문이었다. 강리우가 잠깐 세아를 봤다.
“전속 계약 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 거예요?” 세아가 계속했다.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제안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그냥 말해주고 싶었던 거예요?”
강리우가 잠깐 웃었다. 세아가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무방비한 표정이었다 — 준비하지 않은 웃음이었다.
“세 개 다요.”
“동시에요?”
“순서대로요.”
세아는 커피를 마셨다. 강리우가 말을 이었다.
“전속은 하지 마세요. 크레딧 소급 처리는 계약 없이 받을 수 있어요 — 법적으로. 그건 JYA가 잘못 처리한 부분이니까. 그리고.”
“그리고.”
“저랑 따로 작업할 생각 있어요?”
세아는 잔을 내려놓지 않았다. 잔을 든 채로 강리우를 봤다.
“따로라는 게.”
“JYA 통하지 않고요.” 강리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저 개인적으로 하려는 프로젝트가 있어요. 독립 레이블 형태로. 아직 정식으로 시작한 건 아닌데.”
“회사 몰래요?”
“…일단은요.”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일단은요. 그것이 이 남자의 상황을 설명하는 말이었다. JYA 대표의 아들이면서 JYA 몰래 독립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사람. 아버지의 자리에 있으면서 아버지의 방식을 따르지 않으려는 사람. 그 모순이 이 카페의 오전 빛 안에서 꽤 선명하게 보였다.
“위험하지 않아요?”
“저요?”
“네.”
“뭐가요.”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면서 그런 거 하면요.”
강리우가 잠깐 창밖을 봤다. 고양이는 이미 없어진 자리였다.
“그게.” 그가 말했다. “사실 제가 여기서 오래 일할 생각이 없어요.”
“나가려고요?”
“언젠가는요.”
“언제.”
“…그게 아직 모르는 부분이에요.”
세아는 그 대답을 들었다. 모른다는 말. 세아가 어젯밤 내내 한 말과 같았다. 하늘이 여섯 번이라고 했던 말. 강리우도 그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무언가를 바꿨는지 바꾸지 않았는지 세아는 아직 몰랐다.
빌 에번스가 끝나고 다른 앨범이 걸렸다. 키스 자렛이었다. 피아노 독주. 세아는 그것도 바로 알았다.
“강리우 씨 피아노 해요?”
강리우의 손이 잠깐 멈췄다. 테이블 위에서 무의식적으로 두드리던 손가락이.
“…했어요.”
“지금은요.”
“지금은 안 해요.”
“왜요.”
이번 침묵은 달랐다. 앞의 침묵들은 생각하는 침묵이었다. 이번 것은 — 결정하는 침묵이었다. 무언가를 말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시간.
“베를린에서 있었던 일이 있어요.”
그게 전부였다. 강리우가 그 이상을 말하지 않았다. 세아는 더 묻지 않았다. 베를린이라는 단어가 이 카페 안에서 하나의 장소가 됐다 — 강리우가 들어가지 않는 방.
“손이 굳어요?”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어떻게 알았어요.”
“손이요.” 세아가 강리우의 손을 가리켰다. “두드릴 때 네 번째 손가락이 따라가지 않아요. 다른 손가락들이랑.”
강리우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테이블 위에 펼쳐진 손. 왼손 네 번째 손가락 — 약지였다.
“…관찰력이 좋네요.”
“소리 듣는 거랑 비슷해요.” 세아가 말했다. “안 들리는 부분이 들리면 뭔가 있는 거예요.”
강리우가 잠깐 세아를 봤다. 그 시선이 또 달랐다. 세아는 이 사람의 시선이 여러 가지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었다. 평가하는 것, 확인하는 것, 무방비한 것, 그리고 지금 이것 — 뭔가를 발견한 것 같은 시선.
“그게.” 강리우가 말했다. “나세아 씨 음악이 그래요.”
“뭐가요.”
“안 들리는 부분을 들리게 만들어요.”
세아는 그 말을 받아들이는 데 잠깐 걸렸다. 칭찬이었다. 세아는 칭찬을 받으면 어디에 둬야 하는지 항상 몰랐다. 주머니에 넣기에는 너무 컸고 버리기에는 — 이 경우에는 — 아까웠다.
“…브리지 얘기 하는 거예요?”
“그것만이 아니에요.” 강리우가 커피를 마셨다. “언더스코어에서 들었을 때도요. 나세아 씨가 노래할 때 — 뭔가 참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오히려 더 크게 들려요.”
세아는 그 말에서 멈췄다.
참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오히려 더 크게 들린다.
어머니가 물 위로 올라올 때 내지르는 숨비소리. 참았다가 터지는 소리. 세아가 항상 노래에서 하려는 것이 그것이었다. 참는 것을 들리게 만드는 것. 그런데 그것을 이 사람이 들었다. 말로 말했다.
세아는 잔을 내려놓았다.
“강리우 씨.”
“네.”
“그 프로젝트 얘기 더 해줘요.”
강리우가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커피가 반쯤 식었을 때였다.
독립 레이블. 아직 이름도 없었다. 자본은 개인 자금으로 — 강리우가 베를린에서 귀국하면서 가지고 온 것이 있었다. 법인 설립은 내년 초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첫 아티스트는 아직 없었다.
“하려는 방향이 있어요.” 강리우가 말했다. “스트리밍 차트 타깃이 아니라, 한 번 들으면 기억에 남는 음악. 오래 기억되는 음악.”
“그게 상업성이 없는 거예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오래 기억되면 오래 팔려요. 짧게 차트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보다.”
“투자자는요.”
“아직 없어요.”
“그럼 개인 자금으로 얼마나.”
“일 년 정도요.”
“일 년 안에 뭔가 보여줘야 하는 거네요.”
“그렇죠.”
세아는 테이블 위에서 자신의 손을 봤다. 마디가 굵은 손. 짧은 손톱. 왼쪽 검지의 흉터.
“저한테 원하는 게 뭐예요. 구체적으로.”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작곡이요. 나세아 씨 이름으로 크레딧 달고. 수익 분배 명확하게. 전속 아니고 프로젝트 단위로.”
“보컬은요.”
“나세아 씨가 원하면요.”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원하면요. 그 말이 유재원의 회의실에서 들은 말들과 달랐다. 유재원은 세아가 원하는 것을 물어보지 않았다. 세아가 가져올 수 있는 것을 계산했다. 강리우는 — 원하면이라는 말을 먼저 했다.
그것이 함정일 수도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알았다.
“강리우 씨가 아버지 회사에서 나오면요.”
“네.”
“아버지가 가만히 있겠어요?”
강리우가 잠깐 침묵했다.
“안 가만히 있겠죠.”
“그 영향이 저한테도 올 수 있어요.”
“올 수 있어요.” 강리우가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래서 말하는 거예요. 미리.”
세아는 이 남자를 봤다. 솔직했다. 솔직한 것이 진짜인지 전략인지는 아직 몰랐다. 그러나 지금 이 카페에서 이 오전에 — 솔직한 것과 진짜인 것을 구분할 시간이 세아에게 있었다.
“생각해볼게요.”
“일주일이요?”
“모르겠어요.”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세아는 그 시선 안에서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고 말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강리우가 창밖을 봤다. 상수동 골목에 점심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까 고양이가 앉았던 화분 옆에 이제 노부부가 걸어가고 있었다.
“나세아 씨.”
“네.”
“〈창가에서〉 원본, 그 브리지 부분 만들 때 뭘 생각했어요?”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세아는 그것이 뜬금없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요.”
“어머니가.”
“해녀예요. 제주에서.” 세아는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이미 식었다. “물속에서 올라올 때 소리를 질러요. 숨비소리라고. 오래 참았다가 올라오는 소리예요. 그게 생각났어요.”
강리우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아는 계속했다.
“반음을 올렸다가 내리는 게 그거예요. 참았다가 터지는 거. 그게 없으면 그 곡이 왜 슬픈지를 몰라요.”
강리우가 잠깐 눈을 감았다. 그 동작이 뭔가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이 카페에서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숨비소리.” 그가 말했다.
“네.”
“그게 노래예요.”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전에 세아가 했던 말이었다. 취한 척하면서 했던 말 — 언더스코어 뒷자리에서. 그 말을 강리우가 돌려줬다.
“…들었어요?”
“어젯밤에요.” 강리우가 말했다. “멀리서.”
세아는 잠깐 말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세아는 강리우를 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리우는 세아가 있는 쪽에서 서 있었다. 그리고 들었다.
“멀리서 들었으면서.”
“네.”
“다 들렸어요?”
“…네.”
세아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몰랐다. 불편한 것과 불편하지 않은 것이 섞여 있었다. 누군가가 들었다는 것. 그것이 불편해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세아는 아직 몰랐다.
“그래서요.” 세아가 말했다. “들었으면 어떻게 할 거예요.”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그 소리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요.”
카페를 나온 것은 한 시가 넘어서였다.
상수동 골목은 점심 시간이 되어 있었다. 식당들에서 냄새가 흘러나왔다 — 된장찌개, 참기름, 어딘가에서 굽는 고기. 세아는 배가 고프다는 것을 걸으면서 알았다. 아침을 먹지 않았다. 어젯밤 하늘이 끓여준 라면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강리우가 카페 문 앞에서 말했다.
“생각하고 연락 줘요.”
“연락처가 없는데요.”
“어젯밤에 전화했잖아요.”
“저장을 안 했어요.”
강리우가 잠깐 세아를 봤다. 그 얼굴에서 뭔가를 읽으려 했지만 세아는 표정이 없었다. 강리우가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말했다. 세아는 저장했다. 이름 칸에 강리우라고 쳤다.
“잘 가요.”
세아가 먼저 돌아섰다.
골목을 걸으면서 세아는 오늘 나눈 말들을 머릿속에서 다시 돌렸다. 전속 하지 마라. 크레딧은 법적으로 받을 수 있다. 프로젝트 단위로 작업하자. 그 소리로 뭔가를 만들고 싶다.
그것들이 전부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 세아는 몰랐다.
그런데 브리지 이야기를 했을 때 강리우가 눈을 감았다. 뭔가를 듣는 것처럼. 그것이 연기인지 아닌지는 — 연기하는 사람은 눈을 감지 않는다. 연기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반응을 봐야 하기 때문에.
세아는 합정동 방향으로 걸었다.
골목 끝에서 GS25가 보였다. 세아는 들어갔다. 계산대 옆에 따뜻하게 데워진 삼각김밥이 있었다. 참치마요. 하나 집었다가 — 옆에 있는 것도 집었다. 소불고기. 두 개를 들고 계산했다. 천오백 원짜리 두 개.
밖에 나와 골목 한쪽에 서서 삼각김밥 포장을 뜯었다. 비닐이 차가웠다. 밥이 따뜻했다. 한 입 먹었다. 참치마요의 기름진 맛이 혀에 퍼졌다.
세아는 서서 삼각김밥을 먹으면서 핸드폰을 꺼냈다.
연락처에 ‘강리우’가 저장되어 있었다.
세아는 그 이름을 잠깐 봤다.
그다음에 하늘한테 카톡을 보냈다.
야. 강리우한테 연락 왔었어.
답장이 오는 데 삼 초도 걸리지 않았다.
ㅗㅜㅑ 뭐래. 바로 답해.
세아는 삼각김밥을 한 입 더 먹었다. 골목에 바람이 불었다. 머리카락이 날렸다. 세아는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잡으면서 카톡을 보냈다.
독립 레이블 하자고.
ㅋㅋㅋㅋㅋ 미쳤다. 그게 더 위험한 거 아니야.
알아.
근데 할 거야?
세아는 잠깐 멈췄다. 상수동 골목 어딘가에서 음악이 흘렀다 — 누군가의 창문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기타였다. 멜로디가 없고 코드만 반복됐다. 연습하는 소리였다. 같은 코드를 계속 틀리는 소리.
세아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카톡을 쳤다.
모르겠어.
ㄹㅇ 그 말 오늘 몇 번째야
…일곱 번.
ㅋㅋㅋㅋㅋ 야 그거 답인 줄 알아? 그게 제일 무서운 대답이라고. 모르겠어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이잖아.
세아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소불고기 삼각김밥 포장을 뜯었다. 한 입 먹었다. 달콤하고 짭짤한 맛이 났다. 참치마요보다 따뜻했다. 방금 데워진 것이었다.
골목 끝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나왔다. 화분 옆에 앉았다. 아까 카페 앞에 있던 것인지 아닌지 세아는 몰랐다. 모든 고양이는 비슷하게 생겼다. 그러나 잘 보면 달랐다. 이 고양이는 왼쪽 귀가 살짝 접혀 있었다. 장판과는 달랐다.
세아는 그 고양이를 잠깐 봤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늘이 그것을 무서운 대답이라고 했다. 세아는 그게 왜 무서운 것인지 알았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에 들어가면 —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거기서 다칠 수도 있고 거기서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인지 모른다는 것이 무서운 것이었다.
그러나 세아는 어머니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매일 봤다. 어머니는 그 안에서 어떻게 될지 알고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숨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물살이 어떤지, 오늘 전복이 있는지 없는지 — 그것은 들어가봐야 알았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들어갔다. 매일.
그리고 올라올 때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가 노래였다.
세아는 삼각김밥을 다 먹고 포장지를 골목 쓰레기통에 버렸다. 외투 단추를 다시 잠갔다. 이번에는 손가락이 좀 더 잘 움직였다.
핸드폰을 꺼냈다. 연락처를 열었다.
‘강리우’라는 이름.
세아는 그 이름 아래 메모를 추가했다. 연락처 앱에 메모 기능이 있었다. 세아는 거기 적었다.
브리지 들은 사람.
그것으로 충분했다.
지금은.
합정동으로 걸어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나도현이었다.
“누나.”
“응.”
“엄마가 오늘 상태 좀 안 좋대. 병원 갔다 왔는데.”
세아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얼마나.”
“많이 나쁜 건 아닌데. 약 바꿨대. 새 약이 좀 맞는지 봐야 한다고.”
“알겠어.”
“…누나.”
“응.”
“뭐 먹었어?”
세아는 잠깐 멈췄다가 말했다.
“삼각김밥 두 개.”
이어폰 너머에서 잠깐 침묵이 왔다.
“ㅋㅋ. 두 개나?”
“응.”
“레전드네. 누나가 두 개를.&rd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