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7화: 강남 사람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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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화: 유재원의 눈빛

유재원이 자료를 꺼내는 동안, 세아는 자신의 손을 봤다.

무릎 위에 얹어놓은 손. 손가락이 짧고 마디가 굵었다. 제주에서 어릴 때 바위에 긁힌 흉터가 왼쪽 검지 옆에 아직 있었다. 손톱을 짧게 깎아서 세션 때 기타 줄에 걸리지 않게 하는 습관이 있었다. 세아는 이 손이 자신의 손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손이 멜로디를 만들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지금 이 회의실 테이블 위에서는 그것이 아무 의미도 없었다.

유재원이 서류 파일을 펼쳤다.

“나세아 씨, 우리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건 크게 두 가지예요.”

그의 목소리는 안경 프레임처럼 금속적이었다. 날카롭지 않았다. 날카로운 것보다 더 불편한 종류의 목소리였다 — 정확한 목소리.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정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의 목소리.

“첫 번째는, 〈창가에서〉 관련 크레딧 문제입니다.”

세아는 손을 무릎 아래로 내렸다.

“두 번째는, 앞으로 JYA와 어떻게 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고요.”

박인철이 옆에서 커피잔을 조금 당겼다. 아무 말이 없었다. 그가 여기서 어떤 역할인지 세아는 아직 파악이 안 됐다. 이 자리를 만든 사람인지, 이 자리에 끌려온 사람인지.

“크레딧 문제부터 말씀드리면,” 유재원이 계속했다. “저희도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게 처리된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요. 편곡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고.”

“소통이 부족한 게 아니에요.”

세아가 말했다. 말하고 나서 자신이 말했다는 것을 알았다.

유재원이 잠깐 멈췄다. 안경 너머로 세아를 봤다.

“처음부터 제 이름을 넣을 생각이 없었던 거잖아요.”

방이 조용해졌다. 에어컨인지 환기 시스템인지 모를 낮은 기계음이 천장에서 흘렀다. 박인철이 시선을 커피잔으로 내렸다.

유재원이 잠시 후 말했다. “그 판단이 틀렸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솔직한 말이었다. 세아는 그것이 오히려 더 불쾌했다. 거짓말이었으면 반박할 수 있었다. 이건 반박이 아니라 수용이냐 거절이냐의 문제였다.

“왜요.”

“음악 산업에서 크레딧은 협상이에요. 나세아 씨가 그 협상에 들어온 건 아니었으니까요.”

“제가 협상에 들어오지 않은 게 아니라 협상이 있다는 걸 몰랐던 거예요.”

유재원이 세아를 봤다. 처음으로 다른 방식으로 봤다 — 서류를 보던 시선이 아니라, 사람을 보는 시선으로.

“맞아요.” 그가 말했다. “그것도 맞습니다.”


회의실에 커피가 들어왔다.

JYA 로고가 새겨진 흰 머그잔. 세아 앞에도 하나가 놓였다. 세아는 그 머그잔을 잠깐 봤다. 합정동 편의점에서 파는 것과 같은 커피가 들어있겠지만 다른 그릇에 담겨 있다는 사실이 — 이상하게도 이 회의 전체를 설명하는 것 같았다. 같은 것이 다른 포장에 담기면 다른 것이 된다. 이 업계가 그렇게 돌아갔다.

유재원이 파일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세아 쪽으로 밀었다.

“이게 저희가 제안드리는 내용이에요.”

세아는 서류를 집어 들었다. 제목이 없었다. 내용이 세 단락이었다.

첫 번째 단락: 〈창가에서〉 작곡 크레딧 추가 관련 내용. 스트리밍 수익 정산 소급 적용. 단, 적용 비율은 ‘편곡 기여분’을 제외한 순수 작곡 기여분으로 한정.

두 번째 단락: JYA 전속 작곡가 계약 제안. 월 고정 지급액, 곡당 추가 인센티브, 크레딧 표기 방식에 대한 조항. 단, 크레딧 표기 방식은 ‘상황에 따라 협의 가능’.

세 번째 단락: 위 계약 체결 시 〈창가에서〉 크레딧 소급 적용 처리.

세아는 서류를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한 번 더.

세 번째 단락이 두 번째 단락 뒤에 오는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 크레딧 소급 처리를 받으려면 전속 계약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전속 계약을 하면 크레딧 표기 방식은 ‘협의 가능’이 된다. 협의 가능하다는 말은 협의를 JYA가 주도한다는 말이었다.

“크레딧 소급 처리가 전속 계약이랑 연결되어 있네요.”

세아가 말했다. 질문이 아니었다.

유재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입장에서는 그렇게 패키지로 처리하는 게 행정적으로 깔끔해요.”

“저한테 깔끔한 건 아니잖아요.”

“나세아 씨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아요. 월 고정 수입이 생기고, 회사 인프라를 쓸 수 있고, 크레딧도 올라가고.”

“크레딧이 ‘협의 가능’하게 올라가는 거잖아요.”

잠깐의 정적이 있었다.

박인철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세아 씨, 이 바닥에서 이 조건이면 나쁜 게 아니에요. 진짜로. 신인 작곡가한테 월 고정에 인센티브까지 주는 회사가 많지 않아요.”

세아는 박인철을 봤다. 그가 틀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더 불편했다.

“박인철 씨는 이 계약 어떻게 생각해요?”

박인철이 약간 굳었다.

“저한테 물어보는 게 아니라, 박인철 씨 본인이 이 계약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냐고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세아는 서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오늘 결정은 못 해요.”


유재원이 말했다. “물론이죠.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천천히라는 말의 유통기한이 얼마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세아는 그것도 알아챘다.

회의실을 나오면서 박인철이 낮게 말했다. “잘 생각해요. 이런 기회 자주 안 와요.”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고 닫히고, 8층이 1층이 됐다. 로비에 다시 박소진의 포스터가 있었다. 흰 드레스, 창문, 빛.

세아는 건물 밖으로 나왔다.

바깥 공기가 차가웠다. 건물 안의 통제된 온도와 달리, 여기는 바람이 방향을 바꿨다. 세아는 코트 깃을 올리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가 목을 감싸는 것을 그냥 뒀다. 어제부터 긁히는 느낌이 있던 목이었다. 그 느낌이 지금 더 선명해졌다.

신논현역으로 걸어가면서 세아는 서류의 세 단락을 다시 머릿속에서 읽었다. 문장들이 정확했다. 법률 언어가 아니라 사무 언어로 쓰여 있었다 — 읽기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무슨 뜻인지를 이해하려면 읽기 쉬운 것과 다른 종류의 이해가 필요한 문장들.

계약서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

하늘은 타투이스트였다. 하늘의 타투 계약서도 복잡하다고 했지만 음악 저작권과는 다른 영역이었다. 정호 오빠는 자신도 비슷한 구조에서 일하고 있었다. 엄마는 제주에 있었다. 도현이는 열일곱 살이었다.

지하철 입구 앞에 서서 세아는 잠깐 핸드폰을 꺼냈다. 저작권 관련 상담 기관을 검색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 상담. 법률 무료 상담 센터. 숫자들과 주소들이 화면에 떴다.

세아는 화면을 닫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지하철 안은 오후 여섯 시의 강남이었다. 퇴근 방향 인파가 반대편으로 흘렀다. 세아는 창가 쪽 손잡이를 잡고 섰다. 9호선 급행이 달렸다. 역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신논현, 고속터미널, 사평, 노량진.

세아는 차창 밖을 봤다. 지하 터널이 흘렀다. 터널 벽에 형광등 불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 있었다. 그 불빛들이 지나칠 때마다 창문에 세아의 얼굴이 잠깐 비쳤다가 사라졌다. 비쳤다 사라졌다. 리듬이 있었다. 세아는 그 리듬에서 박자를 셌다.

4분의 4박자. 불빛 간격이 일정하지 않았다 — 터널 구조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4분의 4가 아니었다. 어긋났다. 7박이었다가 5박이 됐다가. 세아는 그 불규칙한 박자 위에 멜로디를 얹었다. 머릿속에서. 아무도 들을 수 없는 곳에서.

이 멜로디, 어디에도 안 팔 거야.

그런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그냥 내 것으로 두는 멜로디. 누구한테도 주지 않는 것.

그 생각이 이상하게 따뜻했다.

그리고 동시에, 따뜻한 것이 이상하게 무서웠다.


합정역에서 내려서 고시원 방향으로 걷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하늘이었다.

“야, 미팅 어떻게 됐어. 왜 연락을 안 해.”

세아는 걸으면서 받았다. “지금 가는 중이야.”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크레딧 준대? 아니면 또 개소리 했어?”

“계약서 들고 왔어.”

“계약서? 무슨 계약서?”

“전속 작곡가 계약이래. 월 고정에 인센티브.”

하늘이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세아는 그 침묵이 하늘이 뭔가를 계산하고 있다는 뜻인지, 화가 났다는 뜻인지 몰랐다. 둘 다일 수도 있었다.

“야.”

“응.”

“그거 크레딧 소급 처리랑 묶여 있는 거야?”

세아가 잠깐 멈췄다가 다시 걸었다. “어.”

“씨발.”

하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세아는 하늘이 화날 때 목소리가 낮아진다는 것을 알았다. 높아지지 않았다. 낮아졌다.

“야 세아야, 그거 절대 그냥 사인하면 안 돼. 알지? 변호사한테 보여야 해.”

“변호사 돈이 어딨어.”

“무료 법률 상담 있잖아. 음악 저작권 전문 변호사도 있고. 내가 찾아볼게.”

“하늘아.”

“왜.”

“사인 안 한다고 했어.”

하늘이 다시 침묵했다. 이번 침묵은 안도가 섞인 것이었다.

“잘했다. 진짜로. 근데 그 계약서 사본 받았어?”

“아니.”

“야! 그걸 왜 안 받아 와. 다음에 보낼 수 있냐고 연락해. 사인 안 해도 검토는 할 수 있잖아. 그게 네 권리야.”

세아는 고시원 골목으로 꺾었다. 가로등이 노랗게 켜져 있었다. 어디선가 라면 끓이는 냄새가 났다. 이 골목의 저녁 냄새였다.

“알았어.”

“밥은 먹었어?”

“어.”

“거짓말.”

“…”

“야, 나 지금 홍대야. 나올 수 있어? 국밥 사줄게.”

“됐어. 오늘 피곤해.”

“국밥인데. 국밥.”

세아는 고시원 입구 앞에 섰다. 철제 문에 손을 댔다. 차가웠다. 안에 들어가면 좁은 복도, 비슷한 문들, 그 뒤에 각자의 침묵이 있었다. 세아는 그 침묵이 오늘은 조금 무거울 것 같았다.

“다음에.”

“야—”

“진짜로 피곤해. 고마워, 하늘아.”

전화를 끊고 문을 열었다.


방은 세 평이었다.

정확히는 세아가 재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세 평이라고 느꼈다. 문을 열면 바로 침대였고, 침대 발치 쪽에 작은 책상이 있었고, 책상 위에 노트북이 있었고, 노트북 옆에 오선지 노트가 쌓여 있었다. 창문이 없었다. 환기는 문을 열어놓으면 됐다. 세아는 보통 문을 닫아놓았다.

외투를 벗어서 침대 위에 던졌다. 셔츠 단추를 위에서 두 개 풀었다. 목이 아팠다. 아까 바깥 공기에서 차가운 것이 들어온 것 같았다. 손을 목에 대봤다. 열은 없었다.

책상 앞에 앉았다.

오선지 노트를 펼쳤다. 가장 최근 페이지. 어젯밤 새벽에 적어둔 것이었다. 불완전한 코드 진행, 멜로디 단편들, 메모들. ‘2절 전조 — 반음 아니면 온음’, ‘브리지에서 리듬 바꾸기’, ‘이 곡 누구한테 줄 것인지 아직 모르겠음’.

마지막 메모에서 손이 멈췄다.

이 곡 누구한테 줄 것인지.

세아는 그 메모를 줄 그어 지웠다.

그 위에 새로 적었다.

이 곡, 일단 아무한테도 안 줌.

펜을 내려놓고 노트를 닫았다. 노트북을 열었다. 아직 믹스가 안 된 파일들이 바탕화면에 있었다. 날짜로 된 파일명들. 2024년 9월 14일, 2024년 10월 2일, 2024년 10월 27일. 세아는 오늘 날짜 파일을 새로 만들었다. 이름을 입력했다.

2024년 11월 8일 — 사인 안 함.

이름치고는 이상했다. 세아는 그대로 뒀다.

DAW를 열었다. 새 트랙. 보컬 트랙을 켰다가 껐다. 오늘은 목이 아파서 녹음이 안 됐다. 피아노 트랙만 켰다. 손가락이 건반 위에 올라가는 감각을 상상하면서 — 세아는 피아노가 없었다. 키보드도 없었다. MIDI 패드가 있었는데 건반이 스물다섯 개밖에 없는 미니 사이즈였다. 그것으로 입력하면 됐다.

MIDI 패드를 연결했다. 지하철 터널에서 들었던 리듬이 아직 머릿속에 있었다. 7박이었다가 5박이 됐다가 하는 그것. 세아는 그 박자를 먼저 퍼커션 트랙에 입력했다.

소리가 났다.

이상한 박자였다. 불안정하고 어긋났다. 그런데 그게 맞았다. 오늘 같은 날의 박자였다. 서류 세 단락의 박자, 유재원의 목소리 박자, 엘리베이터 안 배경음악 박자, 박인철의 시선 박자.

세아는 그 위에 멜로디를 얹기 시작했다.

누구한테 주기 위한 멜로디가 아니었다. 오늘의 감각들을 그냥 쌓아두는 것이었다. 정리가 아니었다. 쌓아두기였다. 언젠가 이게 뭔지 알게 될 때까지.


두 시간쯤 지났을 때 노크 소리가 났다.

고시원에서는 보통 노크를 하지 않았다. 각자의 방에서 각자 살았다. 세아는 헤드폰을 벗고 문을 열었다.

복도에 고시원 관리인 아주머니가 있었다. 칠십 대 초반, 흰 파마머리, 항상 플리스 조끼를 입는 분이었다.

“나세아 씨, 택배 왔어요.”

손에 작은 박스가 있었다. 세아는 받았다.

“감사합니다.”

“뭐예요, 무거워?”

“아니요.”

“밥은 먹었어요? 오늘 저녁에 문 열릴 때 보니까 뭘 안 들고 들어오더라고.”

세아는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먹었어요.”

“거짓말하지 말아요, 나 이 나이에 그것도 몰라.” 아주머니가 혀를 찼다. “뭐 사다 먹어요. 편의점 가서. 저기 GS25에 삼각김밥 할인하던데.”

“알겠어요.”

아주머니가 돌아갔다. 세아는 문을 닫았다.

택배 박스를 책상 위에 올렸다. 송장을 봤다. 보낸 사람: 나도현. 제주시.

세아는 박스를 뜯었다.

안에 귤이 있었다. 제주 귤. 작고 껍질이 울퉁불퉁한 것들. 그 위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누나, 엄마가 보내라고 함. 근데 나도 좀 먹으라고 함. 귤 먹으면 비타민C 나옴. 목 안 아프라고. — 도현

세아는 포스트잇을 두 번 읽었다.

도현이가 세아의 목이 겨울마다 아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주에서 전화할 때마다 세아가 “목 좀 아픈 것 같아”라고 별생각 없이 말했었다. 도현이는 그것을 기억했다. 제주에서 택배를 보내면서 포스트잇에 적었다.

귤 하나를 집어 들었다. 껍질을 벗겼다. 제주 귤 특유의 냄새가 났다 — 달고 약간 쓰고, 물기가 많은 냄새. 어릴 때 엄마가 아침에 귤을 까줄 때 나던 냄새였다. 세아는 그 냄새를 맡으면서 눈을 감았다.

살아있다는 노래.

어딘가에서 그 말이 올라왔다. 세아가 어릴 때 어머니한테서 들은 것이었다. 해녀들이 물 위로 올라올 때 내는 소리, 숨비소리. 살기 위해 숨을 뱉는 소리. 그게 노래라고 어머니가 말했다.

세아는 귤 한 쪽을 입에 넣었다. 달았다. 목 안쪽이 약간 쓰렸지만 달았다.

책상 앞에 다시 앉았다. DAW 화면이 켜져 있었다. 아까 만들던 트랙. 7박과 5박이 어긋나는 퍼커션 위에 반쪽짜리 멜로디가 있었다.

세아는 MIDI 패드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멜로디를 계속했다. 아까 멈춘 데서부터. 누구한테도 주지 않을 곡이었다. 아무 크레딧도 필요 없는 곡이었다. 이름 없는 곡이었다.

그런데 손가락이 이상하게 가벼웠다.


다음 날 월요일이었다.

세아는 오전 열 시에 편의점 알바가 있었다. 일어나서 세수하고 편의점 앞치마를 가방에 넣고 나가려는데 핸드폰에 알림이 떴다. 카카오톡.

발신인 이름이 없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다. 세아는 모르는 번호의 카톡을 잘 열지 않았다. 보통 스팸이거나 보험이었다.

열었다.

나세아 씨, 강리우입니다. 언더스코어 공연에서 잠깐 봤었는데요. 명함을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네요. 시간 되시면 커피 한 잔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세아는 화면을 봤다.

강리우.

언더스코어 공연. 목요일 밤. 테이블 위의 빈 잔, 세아가 마지막 곡을 부르던 때.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

세아는 그 사람을 기억했다. 기억하지 않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냥 기억이 됐다. 공연 중에 세아가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의식이 됐던 사람이었다. 끝나고 나서 정호 오빠가 “JYA 쪽 사람 같던데”라고 했던 사람이었다.

JYA.

세아는 어제의 회의실을 떠올렸다. 유재원의 목소리, 서류 세 단락, 박인철의 피한 시선. 그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

답장을 하지 않고 편의점으로 나갔다.


편의점 알바 네 시간이었다.

오전 열 시부터 오후 두 시. 세아는 기계처럼 움직였다. 스캔, 계산, 봉투, 감사합니다. 오늘은 생각이 비교적 조용했다. 어제 DAW 앞에서 두 시간을 보낸 것이 뭔가를 비워낸 것 같았다. 완전히 비운 것은 아니었다. 유재원의 문장들이 가끔 표면으로 올라왔다. 크레딧은 협상이에요. 그 말이 맞는 말이라는 것이 여전히 불쾌했다.

오후 한 시쯤 손님이 뜸해진 틈에 핸드폰을 확인했다.

강리우의 카톡이 여전히 답장 없이 있었다. 읽음 표시가 떠 있었다. 세아가 아침에 열었을 때 읽음이 됐다.

세아는 메시지를 다시 읽었다.

언더스코어 공연에서 잠깐 봤었는데요.

잠깐 봤다는 표현이 이상했다. 세아가 무대에 있었고 그가 관객석에 있었다. 잠깐 본 게 아니었다. 세아가 세 곡을 부르는 동안 그는 거기 있었다. 그게 잠깐인지 아닌지는 — 말하는 사람이 정하는 거였다.

시간 되시면 커피 한 잔.

커피 한 잔이 무슨 의미인지 세아는 알고 있었다. 이 업계에서 커피 한 잔은 제안이거나 탐색이거나 둘 다였다. 어제 강남에서 아메리카노를 육천오백 원 주고 마신 것이 제안과 탐색이었던 것처럼.

세아는 답장을 치지 않았다.

오후 두 시에 알바를 마쳤다. 앞치마를 벗으면서 점장 김 씨가 말했다. “나세아 씨, 이번 주 목요일도 나올 수 있어요? 정규 야간 담당이 군대 가서요.”

“네.”

“고마워요. 야간 수당 추가로 드릴게요.”

세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왔다. 바깥이 오후 햇빛이었다. 합정동의 오후 햇빛은 낮게 깔렸다 — 건물들 사이로 비스듬하게 들어오는 빛. 세아는 잠깐 그 빛을 봤다.

핸드폰을 꺼냈다. 강리우의 카톡 창을 열었다.

목요일 이후에는 가능해요.

전송하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걸으면서 왜 그랬는지 생각했다. JYA 사람이고, 이미 어제 그 회사에서 불쾌한 일이 있었고, 이름도 어제까지 몰랐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답장을 했다.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알았다. 공연 때 그 사람이 세아의 마지막 곡을 들으면서 잔을 내려놓은 것.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들은 것. 박자를 세거나 차트를 계산하거나 하지 않고, 그냥 들은 것.

세아가 노래할 때 그런 방식으로 듣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것이 이유였다. 충분한 이유인지는 몰랐다. 그냥 그랬다.


목요일이 오기 전에 두 가지 일이 있었다.

하나는 하늘이 보내준 링크였다. 화요일 오전에 카톡으로 왔다.

야 이거 봐. 음악 저작권 무료 상담 센터.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연계. 예약하면 됨. 변호사 아니고 전문 상담사인데 기본 계약서 검토는 해줌.

세아는 링크를 열었다. 예약 페이지가 나왔다. 다음 주 수요일 오후 두 시 슬롯이 비어 있었다.

예약했다.

하늘한테 보냈다. 예약함.

하늘이 답장했다. 레전드다 우리 세아. 사진 찍어와 인증 ㅋ

두 번째는 박인철의 카톡이었다. 수요일 저녁이었다.

나세아 씨, 계약서 검토해보셨어요? 회사에서 이번 주 안으로 답변 받고 싶다고 하네요.

이번 주 안으로. 세아는 그 문장을 읽으면서 유재원의 말을 다시 들었다.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천천히의 유통기한이 일주일이었다.

세아는 답장을 썼다.

계약서 사본 보내주세요. 검토 후 연락드릴게요.

박인철이 삼십 분 후에 PDF를 보냈다.

세아는 그것을 핸드폰에 저장했다. 열지 않았다. 다음 주 수요일 상담 때 가지고 갈 것이었다.


목요일 밤 언더스코어 공연이 있었다.

세아는 오후 여섯 시에 클럽에 도착해서 세트 리스트를 확인했다. 정호가 오늘 새 곡을 넣었다. 지난주에 완성했다는 곡이었다.

“이 곡 리허설 한 번 해야 할 것 같아요.”

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 키는 G 장조로 가고 브리지에서 잠깐 Em 들어가.”

세아는 한 번 들었다. 정호가 피아노를 치면서 불렀다. 멜로디 구조가 단순했다. 좋은 의미의 단순함이었다 — 군더더기가 없는 것. 코러스에서 올라가는 부분이 있었다. 세아는 그 부분에서 자신의 목 상태를 체크했다. 아직 약간 긁히는 느낌이 있었다. 올라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해봐야 알았다.

“한 번 같이 해볼게요.”

리허설을 했다. 세아는 코러스 올라가는 부분에서 소리를 조심스럽게 냈다. 올라갔다. 완전히 올라가지는 않았다 — 여든 퍼센트쯤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공연에서 나머지 이십 퍼센트를 찾을 수 있었다.

리허설이 끝나고 정호가 말했다. “목 괜찮아?”

“네.”

“아까 약간 조심하는 것 같던데.”

“괜찮아요.”

정호가 세아를 잠깐 봤다. 더 묻지 않았다. 세아는 그것이 고마웠다. 더 물었으면 대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공연은 여덟 시에 시작했다.

언더스코어의 목요일 밤. 테이블이 반쯤 찼다. 조명이 낮게 깔리고 정호의 첫 곡이 시작됐다.

세아는 마이크 앞에 섰다. 머리카락을 묶고 있다가 — 오늘은 풀었다.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첫 곡이 시작됐다.

세아는 눈을 감지 않고 노래했다. 관객을 보면서. 테이블마다 다른 얼굴들이 있었다. 혼자 온 사람, 둘이 온 사람, 무리로 온 사람. 각자의 이유로 목요일 밤에 여기 있는 사람들.

두 번째 곡, 세 번째 곡.

네 번째 곡이 정호의 새 곡이었다. 코러스 올라가는 부분. 세아는 그 부분에서 숨을 한 번 더 쥐었다가 — 놓았다.

소리가 올라갔다. 여든 퍼센트가 아니었다. 백 퍼센트였다.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세아는 설명하지 못했다. 목이 아픈데 소리가 났다. 그냥 났다. 나와야 할 자리에서 나왔다.

한 테이블에서 누군가가 숨을 멈췄다. 세아는 그것을 소리로 알 수 있었다. 공연 중에 관객이 술잔을 내려놓는 소리, 대화가 끊기는 소리, 그런 소리들이 세아에게는 들렸다. 오늘 그 소리가 났다.

곡이 끝났다.

세아는 마이크에서 반 걸음 물러섰다. 정호가 다음 곡 인트로를 시작했다. 세아는 그 사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목이 약간 울렸다.

그때 문이 열렸다.

언더스코어의 문은 무거웠다. 열릴 때마다 바깥 공기와 함께 소리가 들어왔다. 세아는 그 소리를 알고 있었다. 지난주 목요일에도 같은 소리가 났었다.

세아는 문 쪽을 보지 않았다.

정호가 다섯 번째 곡 인트로를 치기 시작했다. 세아는 마이크 앞으로 다시 섰다.

그런데 이상하게, 관객석 어딘가에서 시선이 오는 것이 느껴졌다.

세아는 노래를 시작했다.

그 시선이 어디서 오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할 필요가 없었다. 노래가 먼저였다. 항상 노래가 먼저였다.

그러나 그 시선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세아는 알았다. 지난주 그 자리와 비슷한 위치에서. 어쩌면 같은 자리에서.

세아는 그 사실을 알면서 노래를 계속했다.

목이 아팠다. 소리가 났다. 둘 다였다.

# 언더스코어, 목요일 밤

리허설실은 좁았다.

언더스코어 지하에 있는 방 — 정확히는 창고를 개조한 공간이었다. 천장이 낮고 벽에는 흡음재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한쪽 구석에 정호의 키보드가 있고, 그 옆에 보면대, 그리고 세아가 서는 자리. 마이크 스탠드 하나. 그것이 전부였다.

세아는 그 공간이 싫지 않았다.

좁고 낮고 소리가 죽는 공간. 밖에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안에서 내는 소리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 밀폐된 감각이 세아에게는 때로 위안이 되었다. 실패해도 괜찮은 곳. 목이 갈라져도 괜찮은 곳. 그냥 소리를 내봐도 괜찮은 곳.

오늘은 목이 아팠다.

어제부터였다. 자고 일어났더니 왼쪽 편도 부근이 무언가 걸린 것처럼 뻐근했다. 삼킬 때마다 그 감각이 왔다. 심한 건 아니었다 — 세아는 자신의 목 상태를 꽤 정확하게 읽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그것을 해왔기 때문에. 오늘 목은 쓸 수 있는 목이었다. 다만 조심해야 하는 목이었다.

정호가 오늘 새 곡을 리허설에 넣겠다고 했다.

코러스에서 올라가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세아가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을 때 세아는 잠깐 망설였다. 오늘 컨디션을 설명해야 할까. 말하면 정호는 무리하지 말라고 할 것이었다. 새 곡을 다음 주로 미룰 것이었다.

세아는 말하지 않았다.

“한 번 같이 해볼게요.”

그 말이 입에서 나왔다. 세아 자신도 그 말이 나올 줄 몰랐다. 그냥 나왔다. 노래가 먼저라는 감각이 — 설명할 수 없는 그 감각이 — 세아로 하여금 그렇게 말하게 했다.

리허설을 했다.

정호가 코드를 짚었다. C에서 시작해서 중간에 전조가 있었다. 세아는 악보를 보면서 멜로디 라인을 따라갔다. 처음 읽는 곡이었지만 정호의 곡들은 대체로 세아가 소화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었다. 그것이 의도인지 우연인지 세아는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코러스가 왔다.

세아는 그 부분에서 숨을 한 박자 일찍 가져갔다. 폐 아래쪽에서 끌어올리듯이. 목에 힘을 주지 않고. 그것이 오늘 목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소리가 올라갔다.

완전히는 아니었다. 여든 퍼센트쯤이었다. 나머지 이십 퍼센트가 어디에 있는지 세아는 알고 있었다. 공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공연에서는 달랐다. 항상 달랐다. 세아는 그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리허설에서 여든이면 공연에서 백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그 이십 퍼센트는 관객 앞에서만 나왔다. 혼자 연습할 때는 절대 나오지 않는 것들.

리허설이 끝났다.

정호가 키보드 뚜껑을 닫으면서 말했다. “목 괜찮아?”

세아는 물병을 들면서 대답했다. “네.”

“아까 약간 조심하는 것 같던데.”

세아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목이 넘어가는 감각. 약간 걸렸다. 무시할 수 있는 정도였다.

“괜찮아요.”

정호가 세아를 봤다. 그 시선이 잠깐 멈췄다 — 세아는 그것을 알았다. 정호는 무언가를 더 물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컨디션에 대해서, 아니면 오늘 공연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그러나 정호는 그 시선을 거두고 악보를 챙겼다.

더 묻지 않았다.

세아는 그것이 고마웠다.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웠지만 — 더 물었으면 대답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괜찮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고, 괜찮지 않다고 하면 공연을 못 하게 될 것이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오늘의 세아가 있었는데, 그 위치를 말로 설명하는 것이 세아에게는 아직 어려웠다.

*목이 아픈데 노래하고 싶어요.*

그게 전부였다. 그것이 전부인데 그 말이 왜 어려운지 세아는 알지 못했다.

공연은 여덟 시에 시작했다.

언더스코어의 목요일 밤.

세아는 공연 삼십 분 전에 무대 옆 작은 공간에 서 있었다. 거기서 홀을 내다볼 수 있었다. 테이블들이 반쯤 찼다. 목요일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언더스코어는 주말에 더 찼고, 평일은 절반이면 괜찮은 날이었다. 오늘은 절반 조금 넘었다.

세아는 홀을 보면서 각 테이블을 대충 읽었다.

혼자 온 사람. 두 명이 마주 앉은 테이블. 네 명짜리 그룹. 또 혼자. 바 쪽에 앉아서 술을 마시는 사람. 세아는 이 습관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공연 전에 관객을 미리 보는 것. 얼굴을 익혀두는 것. 공연 중에 모르는 얼굴들 앞에 서면 두렵지만, 미리 본 얼굴들 앞에 서면 조금 덜 두려웠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것 같았지만 세아에게는 그게 맞았다.

조명이 낮아졌다.

정호가 무대로 나갔다. 키보드 앞에 앉았다. 인사는 짧게 했다. 정호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뮤지션이었다. 음악으로 말하는 타입이라고 누군가 말했던 것 같았다. 세아는 그 표현이 약간 진부하다고 생각했지만, 정호에게는 맞는 말이었다.

첫 번째 코드가 울렸다.

세아는 마이크 앞으로 걸어 나갔다.

오늘은 머리카락을 풀었다. 평소에는 묶고 공연을 했다 — 편했기 때문에. 오늘은 무대 옆에 서 있다가 문득 묶었던 머리를 풀었다. 이유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오늘은 그런 날인 것 같았다. 무언가를 조금 다르게 하는 날.

마이크 앞에 섰다.

홀의 냄새가 났다. 술과 음식과 사람의 냄새. 조명이 눈에 닿았다. 따뜻한 색의 조명 — 언더스코어는 항상 이 조명이었다. 세아의 눈이 그 빛에 익숙해지는 데는 첫 소절이면 충분했다.

첫 곡이 시작됐다.

세아는 눈을 감지 않고 노래했다.

이것도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는 습관이었다. 처음에는 눈을 감았다. 관객을 보는 것이 두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무대에 서면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손이 약간 떨리고 목소리가 경직되는 시절. 그 시절에는 눈을 감는 것이 방어였다. 당신들을 보지 않을게요, 그러면 덜 두려울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날 눈을 뜬 채로 노래하게 됐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다. 그리고 눈을 뜨고 보니 관객의 얼굴들이 보였다. 무서운 얼굴이 아니었다. 그냥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각자의 이유로 목요일 밤에 여기 온 사람들. 각자의 하루를 끝내고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 세아는 그것이 두렵지 않게 됐다.

오히려 그 얼굴들이 세아에게 소리를 줬다.

두 번째 곡. 세 번째 곡.

목이 워밍업이 됐다. 뻐근함이 아직 있었지만 소리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세아는 자신의 목 상태를 노래하면서도 계속 읽었다. 이 소절에서는 이 정도 힘, 저 소절에서는 조금 덜, 코러스에서는 — 코러스에서는 일단 가보는 것.

네 번째 곡.

정호의 새 곡이었다.

인트로가 시작됐다. 세아는 숨을 가다듬었다. 목이 약간 경직되는 것이 느껴졌다. 긴장이 아니라 조심의 경직이었다. 몸이 알아서 조심하는 것. 세아는 그 경직을 억지로 풀려고 하지 않았다. 풀려고 하면 오히려 더 굳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냥 내버려두면 됐다. 소리가 필요한 순간에 몸이 알아서 움직였다.

1절이 시작됐다.

세아는 그 멜로디 라인을 따라갔다. 리허설 때와 같은 라인이었지만 공연에서는 달랐다. 홀의 공기가 달랐다. 마이크를 통해 나가는 소리가 리허설실의 죽은 소리와 달리 살아서 공간을 채웠다. 세아는 그 차이를 들으면서 노래했다.

코러스가 왔다.

세아는 그 부분에서 숨을 한 번 더 쥐었다가 — 놓았다.

소리가 올라갔다.

여든 퍼센트가 아니었다.

백 퍼센트였다.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세아는 그 순간 설명할 수 없었다. 목이 아팠다. 리허설에서 완전히 올리지 못했다. 그런데 소리가 나왔다. 나와야 할 자리에서, 나와야 할 크기로, 나와야 할 음색으로 나왔다. 세아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 자신의 소리를 들으면서 — 이상하게 눈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울지는 않았다.

울면 소리가 흔들렸다. 세아는 그것을 알았다. 그래서 울지 않았다. 눈이 뜨거운 채로 소리를 냈다.

한 테이블에서 누군가가 숨을 멈췄다.

세아는 그것을 소리로 알 수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소리가 없어지는 것으로 알았다. 공연 중에 관객이 잡고 있던 술잔을 천천히 내려놓는 소리, 대화가 중간에 끊기는 소리, 누군가의 의자가 살짝 앞으로 당겨지는 소리. 세아에게는 그것들이 들렸다. 항상 들렸다. 오늘 그 소리들이 났다.

*지금 듣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 생각이 왔다. 세아는 그 생각을 하면서 소리를 더 냈다. 공연에서 이십 퍼센트가 더 나오는 것은 이때였다 — 누군가 듣고 있다는 것을 소리로 알 때. 그때 몸이 더 열렸다.

곡이 끝났다.

박수가 났다. 세아는 마이크에서 반 걸음 물러섰다. 고개를 약간 숙였다. 정호가 다음 곡 인트로를 시작했다. 그 사이에 세아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목이 약간 울렸다.

아프지만 괜찮다 — 그 둘이 동시에 존재하는 감각. 세아는 물병을 내려놓으면서 그 감각을 그냥 두었다.

그때 문이 열렸다.

언더스코어의 정문은 무거웠다.

두꺼운 나무 문에 금속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열릴 때마다 경첩이 약간 삐걱거렸다. 그 소리와 함께 바깥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목요일 밤의 거리 냄새 — 찬 공기와 가로등의 냄새, 멀리서 오는 차 소리, 그리고 그것들과 함께 들어오는 사람.

세아는 그 소리를 알고 있었다.

지난주 목요일에도 같은 소리가 났었다. 세아는 공연 중에 문이 열리는 소리를 항상 들었다. 늦게 오는 관객, 자리를 잘못 찾아온 사람, 잠깐 바람을 쐬러 나갔다 돌아오는 사람. 그 소리들이 세아의 귀에 들렸다. 세아는 그것들을 들으면서도 노래를 계속했다. 공연 중에 들어오는 소리에 흔들리지 않는 것도 오래 해온 습관이었다.

세아는 문 쪽을 보지 않았다.

의도한 것이었다. 문 쪽을 보면 노래가 흔들릴 수 있었다. 시선이 문 쪽으로 가면 소리가 거기 따라갔다. 세아는 시선을 홀의 중앙 어딘가에 고정했다. 정호가 다섯 번째 곡 인트로를 치기 시작했다.

세아는 마이크 앞으로 다시 섰다.

그런데 이상하게 — 관객석 어딘가에서 시선이 오는 것이 느껴졌다.

세아는 그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 시선을 느낀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감각은 분명히 있었다. 등 쪽이 아니라 정면 어딘가에서. 홀의 왼쪽 중간쯤에서. 지난주 목요일 공연에서 세아가 느꼈던 그 위치와 비슷한 곳에서.

*어쩌면 같은 자리.*

그 생각이 왔다가 갔다.

세아는 노래를 시작했다.

확인하지 않았다. 그 시선이 어디서 오는지, 누구에게서 오는지. 할 필요가 없었다. 노래가 먼저였다. 항상 노래가 먼저였다. 세아에게 무대 위에서의 우선순위는 명확했다 — 소리가 첫 번째고, 나머지는 전부 그 다음이었다.

그러나 그 시선이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세아는 알았다.

다섯 번째 곡이 진행됐다. 이 곡은 세아가 좋아하는 곡이었다. 중간 템포에 멜로디가 넓게 퍼지는 곡. 정호가 오래전에 만든 곡이었는데, 세아가 처음 이 팀에 들어왔을 때 함께 연습한 첫 번째 곡이기도 했다. 그때 세아는 많이 떨었다. 정호 앞에서 처음 소리를 내는 것이 두려웠다. 잘 못 하면 어떡하지,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들이 있었다.

지금 그 곡을 부르면서 세아는 그때를 생각했다.

처음 이 곡을 연습할 때와 지금 이 곡을 부를 때. 소리가 달라졌다. 어떻게 달라졌는지 세아가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려웠지만, 달라졌다는 것은 알았다. 뭔가가 쌓인 것. 목요일이 쌓이고 공연이 쌓이고 정호와의 시간이 쌓인 것.

그 시선이 여전히 왼쪽 중간에 있었다.

세아는 노래를 계속했다.

목이 아팠다. 소리가 났다. 둘 다였다. 그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했다 — 아픈데 소리가 났고, 소리가 나는데 아팠다. 그 둘이 서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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