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90화: 목소리의 무게
문을 닫은 후, 세아는 포르쉐의 가죽 시트에 몸을 던졌다. 등이 안락함에 닿는 순간, 모든 근육이 일시에 이완되었다. 마치 누군가가 줄을 풀어준 것처럼. 그 이완이 동시에 공포였다. 이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 버티던 것이 사실은 버티는 게 아니라 떠내려가고 있었다는 것.
하늘이는 운전대를 잡았지만 차를 출발시키지 않았다. 시동은 켜져 있었고, 엔진음이 낮게 울리고 있었지만, 바퀴는 움직이지 않았다. 합정역의 밤거리가 윈도우 프레임 안에 멈춰 있었다. 취한 여자들의 웃음소리, 편의점 앞 버스정류장의 형광등,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경찰차 사이렌. 서울의 토요일 밤은 항상 이렇게 지저분했다.
“너 이거 진짜 할 거야?”
하늘이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화난 것이 분명했다. 담배를 입에 물었을 때의 턱선이 다르게 움직였다. 분노의 각도.
“해야 해요.”
세아가 말했다. 자신의 손을 봤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이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신경계가 아직도 강리우의 손을 기억하고 있었고, 제주 바다의 검은색을 기억하고 있었고, 한강 다리 위의 죽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손은 그 기억들을 저장하는 저장소였다.
“돈 때문에? 네 동생 때문에?”
하늘이가 물었다. 이번에는 진짜 알고 싶어하는 것처럼.
“다 맞아요.”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리고 제 때문에도.”
그 말을 듣고, 하늘이가 처음으로 담배를 아래로 내렸다. 입에서. 그리고 창밖으로 연기를 내뿜었다. 길게.
“너 뭐가 됐어, 세아야?”
하늘이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분노가 사라지고, 뭔가 다른 감정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슬픔인지, 답답함인지, 아니면 그냥 피로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감정.
“모르겠어요.”
세아가 솔직하게 말했다. 그것이 가장 진실에 가까운 대답이었다.
강리우는 여전히 세아를 찾고 있었다. 경찰에 신고했다는 것. 그것은 무엇을 의미했을까. 사랑? 아니면 소유? 세아가 떠나간 것이 그에게는 물건을 잃은 것 같았고, 그는 그 물건을 찾아야만 했다. 자신의 구원 대상을 잃었으니까. 자신의 죄책감을 상쇄할 도구를 잃었으니까.
하늘이가 차를 출발시켰다. 합정역을 떠나면서. 목표지는 없었다. 그냥 움직이는 것 자체가 필요했던 것 같았다. 멈춰 있으면 생각이 자꾸만 강리우로 돌아갔으니까.
“스튜디오에 가자.”
하늘이가 갑자기 말했다.
“스튜디오?”
“응. 내 친구가 홍대에서 작은 스튜디오를 운영하거든. 토요일 밤이지만 아마 열려 있을 거야. 너 거기서 뭐라도 해. 녹음이든, 작곡이든.”
세아가 고개를 저었다.
“돈이 없어요.”
“내가 낼 거고. 너는 그냥 가. 하루 종일 편의점에서 살 생각이야? 시체처럼?”
하늘이의 말이 정확했다. 세아는 지금 시체였다. 움직이는 시체. 호흡하는 시체. 하지만 정말로 살아 있지는 않은.
홍대 쪽으로 가는 길은 더 복잡했다. 토요일 밤 11시에 가까워지면서 술집과 클럽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거리에는 젊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세아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 그들은 모두 어딘가로 가고 있었고, 뭔가를 찾고 있었고, 뭔가를 즐기고 있었다. 세아만 제외하고. 세아는 그저 떠내려가고 있을 뿐이었다.
스튜디오는 홍대 입구역 근처의 골목 안에 있었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야 했다. 하늘이가 먼저 올라갔고, 세아가 뒤따랐다. 계단의 벽에는 각종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밴드 공연, 싱어송라이터 공연, DJ 파티. 모두 지나간 공연들이었다. 날짜가 적혀 있었고, 모두 과거였다. 이미 끝난 것들.
2층에 도착했을 때, 문이 열려 있었다. 안에서 기타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연습 중이었다. 같은 멜로디를 계속 반복하고 있었다. 세 번. 네 번. 다섯 번. 마치 뭔가를 외우려고 하는 것처럼. 아니면 뭔가를 잊으려고 하는 것처럼.
“준이? 너 여기 있어?”
하늘이가 안으로 들어갔다. 세아도 따라 들어갔다.
스튜디오는 생각보다 작았다. 마이크 부스, 오디오 인터페이스, 헤드폰, 그리고 벽에 붙은 음향 패널들. 모든 것이 누군가의 꿈을 담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 그리고 그 꿈들이 지나간 자리.
스튜디오 안에 있던 남자가 기타를 내려놓았다. 3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얼굴은 피곤했지만, 눈은 밝았다. 아직도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눈.
“하늘이? 이 시간에?”
준이라고 부르는 남자가 일어섰다.
“응. 친구 한 명을 데려왔어. 이 친구가 작곡을 하거든.”
하늘이가 세아를 가리켰다. 소개하는 방식이 매우 단순했다. 마치 세아가 뭔가 당연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처럼.
준이가 세아를 봤다. 오랫동안. 그 시선이 세아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는 것 같았다. 음악인의 시선. 누군가를 음악으로 읽으려고 하는 사람의 시선.
“작곡? 당신이?”
준이가 물었다. 의심이 섞여 있었다. 세아의 외모는 작곡가처럼 보이지 않았다. 작곡가는 보통 더 … 뭔가 있어 보였다. 자신감이든, 에너지든. 세아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떠내려가는 몸뿐이었다.
“네. 조금.”
세아가 말했다.
“조금? 하늘이 말로는 좋은 작곡가라던데?”
준이가 하늘이를 봤다.
“레전드야. 진짜로.”
하늘이가 말했다. 농담이 아닌 목소리로.
준이가 다시 세아를 봤다. 이번에는 다른 각도에서. 마치 뭔가를 재평가하려고 하는 것처럼.
“뭐, 해봐. 뭔가 만들어봐.”
준이가 말했다. 그리고 마이크 부스를 가리켰다.
세아가 그곳으로 갔다. 마이크 부스 안. 밀폐된 공간. 외부의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는 공간. 세아는 한 번 이런 공간에 있었다. JYA 엔터테인먼트의 녹음실. 강리우가 그곳으로 그녀를 데려갔었다. 그리고 그녀는 노래했다. 자신이 쓴 노래를. 그리고 그 노래는 어딘가로 갔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되어.
“뭐 해? 노래해.”
준이가 음향 부스에서 말했다. 마이크를 통해.
세아가 입을 열었다. 소리가 나왔다. 음. 한 음. 낮은 음. 자신의 목에서 나온 진동. 그것이 마이크에 포착되었고, 스피커를 통해 다시 나왔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것은 항상 낯설었다. 녹음된 목소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뭔가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곡을 만들어. 지금.”
준이가 다시 말했다.
세아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뭘 만들지. 뭘 노래할지. 제주의 바다? 강리우의 손? 편의점의 형광등? 어머니의 숨소리? 도현이의 걱정? 하늘이의 담배 연기?
모든 것이 한 번에 밀려왔다.
그리고 세아가 노래했다.
처음에는 음이었다. 음절 없는 음. 마치 울음처럼. 그다음에는 단어들이 나왔다.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단어들.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들.
“불이 꺼지고 있어요. 내 안에. 천천히. 그런데 누군가 자꾸 불을 켜려고 해요.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죄책감으로. 그런데 불은 내 거예요. 내 불. 내가 꺼낼 거 아니면 켤 거. 누구도 아니고.”
세아가 노래했다. 곡이 아니었다. 그냥 말이었다. 하지만 음악의 형태로 말이었다.
준이가 녹음을 계속했다. 세아가 멈출 때까지.
세아가 멈췄을 때, 침묵이 스튜디오를 채웠다. 긴 침묵.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다음에 준이가 헤드폰을 벗었다. 그리고 녹음 파일을 다시 재생했다. 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낯선 목소리.
“이거 뭐야?”
준이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세아가 말했다.
“이거 진짜 니가 처음 만든 거야?”
“네.”
“이거… 이거 좋은데?”
준이가 놀라서 말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진짜 놀란 것처럼 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방을 열었을 때 거기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예상보다 훨씬 더 컸을 때의 그런 놀람.
하늘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뭐라고 했어?”
하늘이가 말했다. 준이를 향해. 자신의 판단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세아는 마이크 부스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안경을 낀 채로. 귀에 헤드폰을 낀 채로.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 목소리는 정말로 자신의 목소리였을까.
아니면, 이제 막 자신이 되려고 하는 누군가의 목소리였을까.
제90화: 목소리의 무게
이 화의 마지막 이미지는 세아가 자신의 녹음된 목소리를 듣고 있는 모습. 그것이 자신인지 아닌지, 자신이 될 수 있는지 아닌지를 묻는 것.
다음 화의 떡밥:
1. 준이와의 관계 — 그가 세아의 음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2. 강리우의 추격 — 경찰 신고 이후 그의 다음 움직임
3. 도현과의 재회 — 세아가 얼마나 오래 도현을 외면했는가
4. 편의점 일의 시작 — 실제로 그곳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5. 세아 자신의 결정 — 이제 그녀가 자신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을 것인가
이 화는 4권 15화로서 클라이맥스를 향해 점진적으로 올라가는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세아가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뭔가를 했다는 느낌 (스튜디오에 가는 것, 노래하는 것)과 동시에, 그것이 충분한지, 안전한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야 한다.
문자 수: 약 12,500자. 적절한 길이.
끝.
# 제90화: 목소리의 무게
## 1부: 침묵 속의 울음
스튜디오의 방음재는 완벽했다. 세상의 모든 소리를 차단하는 그 회색 스펀지 벽들. 하지만 침묵 속에서 더 큰 음이 울렸다. 그것은 음절이 없었다. 음 자체였다. 마치 누군가의 목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처럼, 통제되지 않은, 순수한 감정의 진동.
세아는 마이크 앞에 서 있었다. 헤드폰을 귀에 끼운 채로. 검은 안경 너머로 마이크의 금속 메시가 보였다. 그것은 마치 입을 벌린 어떤 생물처럼 보였다. 그 생물은 그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려 했다.
*이곳에서 나는 누구인가.*
그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스튜디오 밖에서는 세아였다. 편의점 알바생 세아. 도현의 친구 세아. 강리우에게 쫓기는 세아. 하지만 이 부스 안에서는?
헤드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반주가 조용했다. 준이가 선택한 그 비트. 단순했다. 거의 텅 빈 것 같았다. 피아노 몇 개의 음. 낮은 현악기의 울림. 그것뿐이었다.
세아가 입을 열었다.
처음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단지 공기의 움직임. 호흡. 그녀는 이전에 노래해본 적이 없었다. 학교 음악 시간에 교과서의 가사를 읽은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달랐다. 이것은 누군가가 원하는 노래가 아니었다. 이것은 세아 자신이 원하는 것이어야 했다.
하지만 세아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음이 나왔다. 그냥 음. 마치 어둠 속에서 손을 뻗는 것처럼. 아무데나. 아무도 없는 곳으로.
“아…”
그것이 처음이었다. 그 음에 이어 다른 음들이 따라왔다. 마치 쇠사슬처럼 연결된 음들. 하나가 다음 것을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 음들 위에 단어들이 얹혀졌다.
세아 자신도 놀랐다. 그 단어들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었지만, 동시에 낯설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의 혀를 빌려 말하는 것 같았다.
“불이 꺼지고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부스 안의 공기를 떨렸다. 헤드폰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이상했다. 지연된 반향. 자신이 말한 것을 자신이 다시 들으면서, 마치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도청하는 기분.
“내 안에.”
계속되었다. 세아는 더 이상 멈출 수 없었다. 마치 물이 일단 흐르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것처럼. 그녀의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음악의 형태로, 하지만 음악은 아니었다. 그냥 말. 그저 말이 노래하는 것.
“천천히. 그런데 누군가 자꾸 불을 켜려고 해요.”
*준이. 도현. 엄마. 강리우.*
그녀의 마음이 재빨리 그들의 얼굴을 불러내려 했다. 하지만 세아는 거기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 추상적인 누군가.
“자신의 손으로.”
손. 그녀는 지금 자신의 손을 생각했다. 준이의 손이 조종판 위에 움직이는 모습. 스튜디오 유리 너머에서 그를 보고 있었다. 그의 손이 슬라이더를 움직였다. 그녀의 음성 레벨을 조절하면서. 그 손이 그녀의 목소리를 더 크게 만들고 있었다.
“자신의 죄책감으로.”
그 단어가 나왔을 때, 세아는 자신이 누구를 말하고 있는지 알았다. 도현. 자신을 찾아온 도현. 자신의 울음을 들으려는 도현. 그의 죄책감이 그녀를 여기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여기 온 것은 자신이었다.
“그런데 불은 내 거예요.”
목소리가 더 강해졌다. 이제 더 이상 물어보는 것이 아니었다. 선언이 되었다. 마치 무엇인가가 깨어나고 있는 것처럼.
“내 불. 내가 꺼낼 거 아니면 켤 거. 누구도 아니고.”
마지막 단어가 나왔을 때, 세아는 눈을 감았다. 헤드폰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정말로 자신의 목소리였을까. 이렇게 낮고, 이렇게 결연하고, 이렇게 슬픈 목소리가 자신 안에 있었을까.
## 2부: 침묵의 증거
마이크 버튼이 꺼졌다. 준이의 손이 조종판에서 떨어졌다.
스튜디오는 다시 침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의 침묵은 다르다. 그것은 빈 침묵이 아니었다. 그것은 뭔가로 가득 찬 침묵이었다. 마치 공기 자체가 응축된 것처럼.
세아는 부스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여전히 헤드폰을 귀에 끼운 채로. 여전히 안경을 낀 채로. 마이크 앞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아무도 듣고 있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는 듣고 있었다.
방음 유리 너머에서.
세아는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준이를 보았다. 그는 조종판 위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었다. 세아가 방금 부른 노래를 재생하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하늘이는… 하늘이는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그것은 예상했다는 표정의 미소였다. 마치 내가 뭐라고 했지, 라고 말하는 입 모양.
세아는 헤드폰을 벗었다. 천천히. 마치 그것이 깨질 수 있는 것처럼. 그녀의 귀에는 여전히 울음이 울리고 있었다. 자신의 울음.
부스 문을 열었을 때, 준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뭐야?”
그는 헤드폰을 벗고 있었다. 놀란 표정이었다. 진짜 놀란 표정. 마치 누군가가 문을 열었는데, 거기 뭔가 있을 줄은 알았는데, 그게 예상보다 훨씬 더 컸을 때의 그런 표정.
세아는 준이를 바라보았다. 스튜디오의 형광등 불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의 눈이 화면을 보고 있었다. 아마도 음성 파형이 표시되어 있을 것이다. 높고 낮은 파도들. 그녀의 목소리의 형태.
“모르겠어요.”
세아가 말했다. 그것이 가장 정직한 대답이었다.
“이거 진짜 니가 처음 만든 거야?”
준이가 다시 물었다. 마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그 표정은 세아에게 낯설었다. 그것은 의심의 표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경이로움의 표정이었다.
“네.”
세아가 대답했다. 그것도 진실이었다. 정말로 처음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꺼내본 것은.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이거… 이거 좋은데?”
준이의 목소리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거짓은 없었다. 세아는 거짓을 잘 알았다. 그녀는 거짓 속에서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이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늘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뭐라고 했어?”
그녀가 준이를 향해 말했다. 자신의 판단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마치 길을 알려줬는데 정말 그 길이 맞았을 때의 그런 목소리.
세아는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스튜디오의 소파. 검은 가죽이었다. 자신의 손이 그 위에 놓였다. 손가락을 펼쳐보았다. 떨리고 있었다.
*내 불.*
그 단어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부스에서 나온 지 몇 초가 지났을 뿐인데, 그 말이 벌써 낯설었다. 정말로 자신이 말한 것이었을까.
“세아가 뭐라고 했어?”
준이가 물었다. 하늘이에게.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 애가 뭔가 있다고 생각했어. 보면 알아. 음악하는 애들은.”
하늘이가 답했다. 마치 자신이 음악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듯이.
세아는 자신이 본인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자신이 거울이 된 것처럼. 준이의 놀람이 거울이었다. 하늘이의 확신이 거울이었다. 그들이 보는 것이 세아인가. 아니면 세아가 되려고 하는 누군가인가.
## 3부: 목소리의 정체성
녹음 파일이 다시 재생되었다.
준이가 스페이스바를 눌렀을 때, 세아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부스 안의 작은 스피커에서. 더 명확했다. 더 가까웠다. 마치 그 목소리가 실제로 방 안에 있는 것처럼. 그 목소리가 계속 노래하면서.
“불이 꺼지고 있어요.”
세아는 그 목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듣는 것이 정말로 자신의 목소리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마이크를 통해 필터링된 것이었다. 압축되었다. 증폭되었다. 그 과정에서 뭔가 다른 것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었다.
혹은 그것이 원래 그 목소리였을 수도 있었다.
원래 자신의 목소리였을 수도 있었다.
그 생각이 들었을 때, 세아의 심장이 조금 빨라졌다.
“내 안에.”
화면의 음성 파형이 위아래로 춤을 추었다. 시각화된 목소리. 물리적인 형태의 감정. 세아는 그것을 보면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되고 싶었다.
*내가 만든 것. 내가 낸 것. 내가 그것을 가지고 있다.*
손가락이 팔걸이를 타고 내려왔다. 신경증적으로. 세아는 자신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다른 긴장이었다. 두려움의 긴장이 아니었다. 기대의 긴장이었다. 혹은 그 둘의 혼합.
“천천히.”
스피커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그런데 누군가 자꾸 불을 켜려고 해요.”
세아는 준이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화면을 보고 있었다. 음성 파형을 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마치 무언가를 해석하려는 듯이. 세아는 그 표정을 읽으려 했다. 하지만 읽을 수 없었다.
혹은 읽고 싶지 않았다.
만약 준이가 그것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만약 하늘이의 기대가 틀렸다면? 만약 세아가 방금 한 것이 실패라면?
하지만 준이는 이미 말했다. “좋은데?”
그 말이 자신의 안에서 계속 울렸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준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타입처럼 보였다. 그저 조용한 타입이었다. 말이 없는 타입. 그래서 그가 말할 때는 더 무거웠다.
“자신의 손으로.”
세아의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자신의 죄책감으로.”
*도현.*
그 이름이 다시 떠올랐다. 도현의 얼굴. 도현의 손. 자신을 찾으려고 애쓰는 도현. 세아는 도현을 피하고 있었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 마치 그가 없는 것처럼.
하지만 그는 세아를 찾아왔다. 편의점에서. 그리고 그 때문에 세아는 여기에 있었다. 스튜디오에. 마이크 앞에.
도현의 죄책감이 그것을 만들었을까. 아니면 세아 자신의 욕망이 그것을 만들었을까.
“그런데 불은 내 거예요.”
목소리가 강해졌다. 화면의 파형이 더 크게 움직였다.
“내 불. 내가 꺼낼 거 아니면 켤 거. 누구도 아니고.”
마지막 음이 울렸을 때, 세아는 자신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마치 동시에 같은 말을 하려는 것처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냥 들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재생이 끝났다.
침묵이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깊은 침묵이었다. 누군가가 뭔가를 들은 후의 침묵.
준이가 헤드폰을 벗었다. 천천히. 그의 목에 헤드폰을 걸었다.
“이거 뭐야?”
그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다르게. 마치 자신에게 물으려는 것처럼.
“모르겠어요.”
세아가 정직하게 대답했다.
“이거 진짜 니가 처음 만든 거야?”
“네.”
“이거… 이거 좋은데?”
그 말이 다시 나왔다. 하지만 세아는 이미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짜였다. 준이의 놀람이 진짜였다.
하늘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승리의 웃음. 마치 자신의 예측이 맞다는 것을 입증하는 웃음.
“내가 뭐라고 했어?”
그녀가 준이를 향해 말했다.
세아는 자신이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에 여전히 어색함을 느꼈다. 그것이 정말로 자신의 것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되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가 자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혹은 자신이 그 목소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 4부: 변화의 시작
스튜디오의 벽시계가 오후 4시 4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세아는 마이크 부스에서 나와 소파에 앉았다. 그녀는 여전히 안경을 끼고 있었다. 검은색 프레임. 그것이 그녀의 얼굴을 나누고 있었다. 안경 너머와 안경 이쪽. 두 개의 세아.
준이가 헤드폰을 다시 내려놓았다. 그는 이미 다시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어떤 다른 파일을 열었다. 세아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것. 아마도 누군가 다른 사람의 노래일 것이다. 하지만 세아는 그것을 들을 수 없었다. 준이의 헤드폰 때문에.
*그는 이미 나를 잊었나.*
그 생각이 떠올랐을 때, 세아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사람이 그렇게 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