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81화: 올라오는 법
어머니는 세아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 하나하나를 확인하듯이, 마치 물속에서 미역을 구분하는 방식으로. 세아의 손은 차가웠다. 새벽의 제주 바람 때문일 수도 있었고, 더 깊은 곳에서 비롯된 추위일 수도 있었다. 어머니는 세아의 손을 자신의 가슴팍에 놓았다. 심장의 박동을 느끼게 하기 위해. 살아있다는 증거를 전달하기 위해.
“살아있어, 세아야.”
어머니가 말했다. 그것이 질문일까 선언일까. 세아는 알 수 없었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둘 다를 포함하고 있었다. 명령이면서 동시에 간청이었다. 어머니가 세아에게 주고 싶었던 것은 희망이 아니었다. 희망은 너무 가볍고 쉽게 부서지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주고 싶었던 것은 더 무겁고, 더 단단한 것이었다. 의무. 책임. 살아야 한다는 것 자체.
세아의 눈물이 어머니의 손등 위에 떨어졌다. 눈물이 어떤 감정에서 비롯되었는지 세아는 모르지 못했다. 슬픔인지, 분노인지, 아니면 단순한 피로인지. 지난 몇 개월 동안 세아는 자신의 감정들을 구분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모든 감정이 하나의 덩어리로 엉켜 있었다. 강리우와의 관계 속에서, 감정들은 색깔을 잃고 회색으로 변해버렸다.
“뭐 하고 있어.”
어머니가 갑자기 말했다. 그 목소리는 부드러운 것에서 날카로운 것으로 변했다. 세아가 고개를 들었을 때, 어머니는 이미 세아의 손을 놓고 일어나 있었다.
“일어나.”
한마디였다. 그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한마디 속에는 어머니의 전부가 담겨 있었다. 60대 중반의 해녀가 물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용했던 모든 의지. 모든 결연함.
세아는 천천히 일어섰다. 신체가 무거웠다. 마치 물속에 있는 것처럼. 아니, 세아는 이미 물속에 있었다. 강리우의 손에 의해 물속으로 끌려들어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자발적으로 들어간 물속에. 그리고 그 물속에서 너무 오래 있었던 것이었다.
어머니는 세아를 끌고 나갔다. 거실을 지나, 현관을 지나, 밖으로. 제주의 새벽은 차가웠다. 바람은 바다에서 불어왔다. 염분을 머금은 바람. 어머니의 냄새. 세아의 어린 시절의 냄새.
“호흡해.”
어머니가 말했다.
“엄마…”
세아가 말했다.
“호흡해, 지금.”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더 강하게. 명령처럼.
세아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채웠다. 산소가 혈관을 통해 흐르기 시작했다. 세아의 신체는 깨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물속에서 올라오는 순간처럼. 그 감각. 그 절박함. 그 살아난다는 느낌.
어머니와 세아는 해변으로 향했다. 집에서 5분 거리. 어머니가 매일 아침 나가는 길. 세아가 어린 시절에 따라다니던 길. 20년이 지났어도 그 길은 변하지 않았다. 돌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풀들은 여전히 그 바위 틈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곳. 그래서 더 슬픈 곳.
해변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다. 별들은 완전히 사라졌고, 해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다. 그 사이의 시간. 밤과 낮 사이의 경계. 가장 어두운 시간이자 가장 가능성 많은 시간.
어머니는 해변의 돌 위에 앉았다. 세아도 옆에 앉았다. 두 사람은 침묵 속에 앉아 있었다. 말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것이 이미 말해졌으니까. 어머니의 몸 언어가, 어머니의 침묵이 말하고 있었다. “살아나야 한다. 반드시.”
“엄마가 아빠를 잃었을 때.”
어머니가 갑자기 말했다. 목소리는 먼 곳에서 오는 것 같았다. 마치 물속에서 올라오는 목소리처럼.
“응?”
세아가 물었다.
“엄마는 미쳤어. 정말로. 일주일 동안 밥을 안 먹었어. 물도 안 마셨어. 그냥 누워만 있었어.”
어머니가 계속했다. “그런데 넷째 날. 아침에 넌가가 울었어. 넌 울었어, 세아야. 그때 넌 아직 세 살이었어. 아빠가 죽었다는 것도 모르고, 엄마가 죽고 싶다는 것도 모르고. 그냥 배고프니까 울었어.”
세아는 어머니를 봤다. 어머니의 얼굴은 여전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해변의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엄마는 그때 깨달았어. 아빠가 죽었다는 건 엄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넌가가 있으니까. 도현이가 있으니까. 엄마가 죽으면 넌들도 죽는다는 걸 깨달았어.”
어머니가 말했다. “그래서 엄마는 일어섰어. 밥을 먹기 시작했어. 물을 마시기 시작했어. 그리고 물에 들어갔어. 미역을 따기 시작했어.”
세아는 어머니의 말을 들었다. 이 이야기는 세아가 들어본 것이 없었다. 어머니는 과거를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과거는 물속에 남겨두고, 현재만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어머니는 과거를 꺼내고 있었다. 세아에게 주기 위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그게 사랑이야, 세아야.”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사랑은 아름답고 부드럽고 따뜻한 게 아니야. 사랑은 때로 냉정하고, 때로 잔인하고, 때로 절망적이야. 왜냐하면 사랑은 살아가는 거니까. 계속 살아가는 거니까. 너 혼자만 살아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서도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야.”
해는 아직도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하늘은 더 밝아지고 있었다. 검은색에서 파란색으로. 파란색에서 회색으로. 색깔이 천천히 변해가고 있었다. 세아의 시야도 함께 밝아지고 있었다. 처음으로 오랜 시간 만에 제주의 바다가 제대로 보였다.
“강리우가 나한테 준 건 뭐야?”
어머니가 물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질문을 반복하지 않았다. 대신 기다렸다. 오래 기다렸다. 마치 물속에서 미역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처럼.
“…돈. 기회. 그리고.”
세아가 겨우 말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물었다.
“통증. 그것도 줬어. 강리우가.”
세아가 말했다.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들었다.
어머니는 세아의 옷깃을 살짝 내렸다. 목의 자국들이 드러났다. 검은색으로 변해가는 멍들. 신체가 기억하는 폭력. 신체가 증거하는 사실들.
“이건 뭐야?”
어머니가 물었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 물었다.
“…강리우가.”
세아가 말했다.
“사랑이라고 봤어?”
어머니가 물었다.
세아는 침묵했다. 그 침묵이 모든 대답이었다.
어머니는 세아의 옷깃을 다시 올렸다. 그리고 세아를 안아줬다. 세아의 목에 손가락을 대지 않았다. 대신 세아의 등을 쓸어내렸다. 등 전체. 척추 전체. 신체의 중심. 살아있는 모든 것들.
“올라와야 해.”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그 사람한테서. 그 거짓된 사랑이라는 이름의 빚에서. 올라와야 해, 세아야. 반드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천천히. 마치 물속에서 올라오는 것처럼. 수평선에서 붉은색으로 시작해서, 주황색으로, 노란색으로. 색깔이 하늘 전체를 채워갔다. 세아는 오랜 시간 만에 제주의 해돋이를 봤다. 이 해돋이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는지 세아는 기억할 수 없었다.
“엄마가 뭘 할 거야?”
세아가 물었다.
“뭘?”
어머니가 물었다.
“강리우. 그 사람이 나한테 한 거.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런데 엄마는… 뭘 할 거야?”
세아가 물었다.
어머니는 세아를 봤다. 오랜 시간 동안.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을 보듯이.
“내가 뭘 할지는 그 다음 생각이야. 지금은 넌가가 올라와야 해. 물속에서.”
어머니가 말했다. “올라오고 나서, 숨을 쉬고 나서, 살아나고 나서. 그다음에 뭘 할지 생각해도 늦지 않아.”
세아는 어머니의 말을 들었다. 이 말이 얼마나 큰 책임을 담고 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세아에게 “살아나”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었다. 선택지가 있는 권유가 아니었다. 의무였다. 책임이었다. 어머니와 도현이를 위한 책임.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세아 자신을 위한 책임.
“엄마한테 하나 물어볼게 있어.”
세아가 말했다.
“뭐?”
“올라오면… 그다음엔?”
세아가 물었다. “올라온 다음에, 뭐가 있어?”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해를 가리켰다. 떠오르는 해. 그 해가 비추는 모든 것들. 돌들. 파도들. 모래알들. 그리고 하늘.
“올라오면, 다시 숨을 참아야 해. 또 다른 미역을 따기 위해서. 또 다른 날을 살아가기 위해서. 그게 인생이야, 세아야.”
어머니가 말했다. “사랑도 그래. 사랑은 한 번 올라오는 게 아니야. 계속 물속에 들어갔다 올라오는 거야. 그 과정에서 숨을 참고, 아파하고, 올라오고, 숨을 쉬고. 반복하는 거야.”
세아는 어머니의 말을 들었다. 이것이 어머니가 말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진실이었다. 이 진실은 낭만적이지 않았다. 아름답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였다. 60대 중반의 해녀가 신체로 배운 진실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제주 집의 오래된 벽 위에 놓여 있는 집 전화였다. 어머니는 일어섰다.
“집에 가자. 누군가 계속 전화를 걸고 있는 것 같아.”
어머니가 말했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세아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의 손은 거칠었다. 해수에 그을린 손. 미역을 따다가 났을 상처들이 남아있는 손. 살아남은 손. 계속 살아가기 위한 손.
집에 도착했을 때, 전화는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도현이의 목소리였다. 휴대폰 메시지로 가득했다. “누나, 뭐 해. 응답해. 미안해, 뭐 잘못했어? 경찰이 집에 왔어. 뭐 일이야?”
세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경찰.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했다. 세아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세아가 거절했는데도. 어머니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다른 해녀처럼, 물속에서 올라오는 순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던 어머니였다.
“엄마가…”
세아가 말했다.
“응. 엄마가 신고했어.”
어머니가 말했다. 담담하게. “그리고 너한테 말했어. 올라와야 한다고. 이제 올라올 차례야, 세아야.”
세아의 손이 떨렸다. 이것이 끝인가. 아니면 시작인가. 세아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물속에 더 이상 머물 수 없다는 것. 반드시 올라와야 한다는 것. 그리고 올라온 다음에는, 어떤 대가가 따를지라도,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
해는 이미 완전히 떠올랐다. 제주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세아의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다.
# 물속에서 올라오기
선택이 아니었다. 선택지가 있는 권유가 아니었다. 의무였다. 책임이었다. 어머니와 도현이를 위한 책임.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세아 자신을 위한 책임.
그 깨달음은 한밤중에 찾아왔다. 밤 11시 23분, 정확한 시각이 기억났다.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세아는 생각했다. 얼마나 오래 이렇게 누워만 있을 거야? 얼마나 오래 숨을 죽이고만 있을 거야?
그 생각이 몸을 관통했다. 전기 충격처럼.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떨림이 팔 전체로 퍼져나갔다. 세아는 일어나 앉았다. 시계를 봤다. 11시 24분이었다. 단 1분이 지났을 뿐인데 시간은 끝없이 길게 느껴졌다.
아침이 되자마자 세아는 어머니를 찾아 해변으로 내려갔다.
제주의 새벽은 차갑고 신선했다. 공기가 피부에 닿으면서 따끔거렸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뺨을 가볍게 톡톡 치는 듯한 감각. 세아는 심호흡을 했다. 코로 들어오는 짠내와 해초의 향. 이 냄새는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일부였다. 어머니와 함께한 모든 아침이 이런 냄새였다.
어머니는 이미 나가 있었다. 물가에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다. 60대 중반의 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유연한 움직임. 팔을 원을 그리며 돌리고, 한 다리씩 들어올렸다. 수십 년을 물속에서 보낸 몸. 그 몸은 더 이상 인간적인 움직임이 아니었다. 물고기처럼, 아니 더 나아가 물 자체처럼 유동적이었다.
“엄마.”
세아가 불렀다.
어머니가 돌아봤다. 햇빛에 비친 어머니의 얼굴은 주름이 깊었다. 그 주름 하나하나가 얼마나 많은 물속 작업의 자국인지 세아는 알고 있었다. 눈가의 주름은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가늘게 뜬 까닭이었고, 입가의 주름은 차가운 물속에서 이를 악물어온 결과였다. 이마의 주름들은 숨을 참을 때마다 깊어졌다.
“뭐 하니?”
어머니가 물었다. 그 목소리는 상큼했다. 마치 방금 물속에서 올라온 것처럼. 아니, 어쩌면 어머니는 항상 물속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세아는 생각했다. 육지에 있어도, 잠을 자고 있어도, 어머니의 영혼은 항상 물속을 헤엄치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한테 하나 물어볼게 있어.”
세아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도 놀랐다. 이렇게까지 약한 목소리를 낸 적이 있었나?
“뭐?”
“올라오면… 그다음엔?”
세아가 물었다. 그 질문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머니가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물질적 질문이 아니라, 실존적인 물음. 올라온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이후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
“올라온 다음에, 뭐가 있어?”
다시 한번 물었다. 이번엔 더 크고 명확하게.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움직였다. 천천히 몸을 돌려 바다 쪽을 가리켰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하늘을 가리켰다.
떠오르는 해.
그 해가 수평선을 넘어올 때의 광경은 매번 새로웠다. 주황색이 빨간색으로 변하고, 다시 노란색으로 변했다. 그 변화 과정에서 바다의 색도 함께 변했다. 검은색에서 시작된 바다가 점점 더 진한 파란색으로 변하고, 마침내 밝은 청록색으로 변했다.
해가 비추는 모든 것들이 갑자기 생명을 얻었다.
돌들. 회색으로 보였던 자갈들이 이제는 갈색, 검은색, 때로는 붉은색으로 보였다. 각각의 돌이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색칠한 것처럼.
파도들. 일렁이는 파도의 표면이 금색으로 반짝였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모래를 긁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샤아, 샤아. 수백 년 전부터 반복되어온 그 소리.
모래알들. 무수히 많은 모래알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각각의 모래알이 작은 거울이었다. 세아는 생각했다. 혹시 저 모래알들도 누군가의 책임일까? 저렇게 많은 모래알들이 저 자리에 있다는 것이 누군가의 의무일까?
그리고 하늘.
점점 더 밝아지는 하늘. 어두운 남색에서 시작된 하늘이 이제는 옅은 파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구름 한두 개가 떠다니고 있었다. 그 구름들도 햇빛에 물들어서 분홍색을 띠고 있었다.
모든 것이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아름다웠다.
“올라오면, 다시 숨을 참아야 해.”
어머니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담담했다. 감정이 없었다. 마치 기상 예보를 읽는 뉴스 앵커처럼.
“또 다른 미역을 따기 위해서. 또 다른 날을 살아가기 위해서.”
어머니가 계속했다.
“그게 인생이야, 세아야.”
세아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 어머니의 목소리에 담긴 모든 것. 60년을 넘게 산 인생의 무게. 물속에서의 무수한 날들. 올라오고 내려가고, 또 올라오고 내려가고를 반복한 모든 순간의 무게.
“사랑도 그래.”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사랑은 한 번 올라오는 게 아니야. 계속 물속에 들어갔다 올라오는 거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세아의 눈가가 따뜻해졌다. 어머니는 알고 있었다. 세아가 무엇 때문에 물속에 머물러 있었는지. 누구를 위해서인지.
“그 과정에서 숨을 참고, 아파하고, 올라오고, 숨을 쉬고. 반복하는 거야.”
어머니의 손이 세아의 어깨에 얹혀졌다. 그 손은 거칠었다. 해수에 그을린 손. 수십 년 동안 미역을 따면서 난 상처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손. 하지만 그 손의 온기는 따뜻했다.
세아는 그 손의 온기를 느꼈다. 손끝부터 시작된 온기가 팔을 통해 가슴까지 전해져왔다. 마치 물속에서 올라온 사람이 햇빛에 데워지는 것처럼.
이것이 어머니가 말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진실이었다. 세아는 그것을 알았다.
이 진실은 낭만적이지 않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아름다운 대사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사랑 고백도 아니었고, 누군가의 용서의 말도 아니었다.
아름답지도 않았다. 오히려 거칠고, 딱딱하고, 때로는 잔인해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짜였다.
60대 중반의 해녀가 신체로 배운 진실이었다. 매일 아침 물속으로 내려가고 올라오면서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습득한 진실. 그것은 책이나 강연에서 나올 수 있는 진실이 아니었다.
오직 살아내면서만 알 수 있는 진실이었다.
세아는 그 손을 붙잡았다. 어머니의 거친 손을 두 손으로 마주 붙잡았다. 그 손의 온기를 더 받기 위해서, 더 깊이 느끼기 위해서.
“알겠어, 엄마.”
세아가 말했다. 이제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고 느꼈다. 올라온다는 것의 의미. 숨을 쉰다는 것의 의미. 산다는 것의 의미.
그들은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어머니의 거친 손과 세아의 젊은 손이 함께 잡혀있었다. 햇빛이 그들을 비추고 있었다. 파도의 음성이 계속해서 들렸다. 샤아, 샤아.
그때였다.
휴대폰이 울렸다.
그것은 세아의 휴대폰이 아니었다. 제주 집의 오래된 벽 위에 놓여 있는 집 전화였다. 그 전화기는 회색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20년은 족히 된 낡은 것이었다. 버튼은 누르기 힘들 정도로 뻣뻣했고, 액정화면은 반쯤 깨져 있었다. 하지만 울음소리는 여전히 크고 날카로웠다.
울, 울, 울.
어머니의 얼굴이 변했다. 그 표정에서 뭔가가 결정되는 것을 세아는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깊은 물속에 있던 어머니가 갑자기 물 위로 올라오기로 결정하는 순간처럼.
“집에 가자. 누군가 계속 전화를 걸고 있는 것 같아.”
어머니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뭔가 다른 결기가 담겨있었다.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세아는 어머니의 손을 다시 잡았다. 손을 놓지 않았다. 마치 어머니가 자신을 물속에서 건져낼 거라는 신뢰가 있었던 것처럼.
어머니의 손은 여전히 거칠었다.
해수에 그을린 손. 미역을 따다가 났을 상처들이 남아있는 손. 살아남은 손. 계속 살아가기 위한 손. 그리고 누군가를 살려내기 위한 손.
“엄마…”
세아가 중얼거렸다.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고 계속 걸었다. 하지만 손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 마치 “내가 여기 있으니까 무서워하지 말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집에 도착했을 때, 전화는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아, 아, 아.
그 울음소리에 세아의 심장도 함께 떨렸다.
어머니가 집 전화를 들었다.
“여보세요?”
“누나! 누나, 뭐 해! 응답해!”
도현이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공포와 혼란이 섞여있었다.
“미안해, 뭐 잘못했어? 누나, 제발 대답해. 경찰이 집에 왔어. 뭐 일이야? 엄마는 뭐야? 왜 엄마는 없어?”
세아의 휴대폰도 울렸다. 문자 메시지들이 계속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누나 뭐 해]
[응답해]
[미안해]
[뭐 잘못했어?]
[경찰이 집에 왔어]
[엄마가 뭐래?]
[누나?]
[누나!!!]
세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경찰.
어머니는 신고했다.
세아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세아가 거절했는데도. 어머니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세아는 그것을 깨달았다.
어머니가 자신을 물속에서 건져내겠다고 결정했다는 것을. 더 이상 물속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을 어머니가 알았다는 것을.
“엄마가…”
세아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응. 엄마가 신고했어.”
어머니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담담했다. 후회나 미안함이 없었다. 마치 당연한 일을 한 사람처럼. 마치 물속에 들어갔다가 올라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리고 너한테 말했어. 올라와야 한다고.”
어머니가 계속했다.
“이제 올라올 차례야, 세아야.”
세아의 손이 떨렸다. 팔 전체가 떨렸다. 가슴도 빠르게 뛰었다.
이것이 끝인가. 아니면 시작인가.
올라온다는 것의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가.
세아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물속에 더 이상 머물 수 없다는 것. 반드시 올라와야 한다는 것. 그리고 올라온 다음에는, 어떤 대가가 따를지라도,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살아가는 것의 의미였다.
해는 이미 완전히 떠올랐다.
제주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세아의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새로운 날은 물속의 어둠이 아니라, 햇빛이 가득한 세상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