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8화: 강리우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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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화: 피아노를 치지 않는 사람

월 고정 수입이라는 단어가 공기 중에 남아 있었다.

세아는 서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천천히, 소리가 나지 않게. 유재원은 그 동작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인철은 여전히 커피잔을 보고 있었다.

회의실 창문 너머로 강남의 오후가 보였다.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그 사이로 하늘이 좁게 잘려 있었다. 세아가 아는 하늘은 한강 위로 열리는 하늘이었다 — 합정동 강변 쪽에서 보이는, 아무것도 막지 않는 하늘. 이쪽 하늘은 달랐다. 건물들이 하늘을 가지런히 나눠 갖고 있었다.

“생각할 시간을 드릴게요.”

유재원이 말했다. 처음으로 부드러운 억양이었다. 세아는 그 부드러움이 무엇인지 알았다. 협상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일주일이요.”

“일주일이면 충분해요?”

“충분해요.”

세아는 외투를 집어 들었다. 서류는 테이블 위에 남겨뒀다. 유재원이 잠깐 그것을 봤다가 세아를 봤다.

“가져가셔도 되는데요.”

“읽었어요.”

세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인철이 따라 일어났다. 유재원도 일어나서 손을 내밀었다.

“다음에 뵙죠.”

세아는 악수를 했다. 유재원의 손은 단단하고 건조했다. 오래 악수를 연습한 사람의 손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박인철이 옆에 섰다.

“어때요.”

“뭐가요.”

“제안.”

세아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봤다. ‘1’ 이 이미 눌려 있었다.

“세 번째 단락이 두 번째 단락을 조건으로 달고 있어요.”

박인철이 잠깐 멈췄다.

“그게 업계 방식이에요.”

“알아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두 사람이 탔다. 문이 닫혔다.

“나세아 씨, 진짜로.” 박인철이 말했다.

“이 계약 나쁜 게 아니에요. 월 고정이 생기는 거잖아요.”

“고정이 생기면 자유가 줄어요.”

“그게 프리랜서랑 전속이랑 다른 점이긴 하죠.”

“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닿았다. 문이 열렸다. 세아는 먼저 나갔다. 로비를 지나 자동문을 통과하면서 박인철이 부른 것 같았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밖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신논현역으로 걸으면서 세아는 생각을 정리하려 했다. 정리가 되지 않았다. 생각들이 각자 자기 박자로 움직였다. 월 고정 수입. 전속 계약. 크레딧 표기 방식은 협의 가능. 〈창가에서〉 소급 처리.

세아는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면서 이어폰을 꽂았다. 아무것도 틀지 않았다. 그냥 외부 소리를 줄이고 싶었다.

9호선 플랫폼에 사람이 많았다. 퇴근 시간 전이었는데도 이미 붐볐다. 세아는 스크린 도어 앞에 섰다. 열차가 들어오는 진동이 발바닥으로 올라왔다.

전속 계약을 하면 곡들이 다 JYA 거다.

그 생각이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다. 다른 생각들보다 선명하고 조용했다. 사실이었기 때문에 조용했다. 감정이 붙기 전의 사실은 이렇게 생겼다 — 납처럼 무겁고, 온도가 없고, 움직이지 않았다.

열차가 들어왔다. 문이 열렸다.

세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안으로 들어가 손잡이를 잡았다. 손잡이가 차가웠다. 목이 아직 약간 긁혔다. 어젯밤 언더스코어에서 반음 올린 세트의 여파가 아직 거기 있었다.

열차가 움직였다.

세아는 눈을 감았다.

유재원의 눈빛이 생각났다. 처음에는 서류를 보는 눈빛, 그다음에는 사람을 보는 눈빛. 그 둘 사이의 전환이 정확했다. 계산된 것이 아니라 — 그것이 습관이 된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먼저 서류로 보고, 그다음에 사람으로 보는 습관. 그 사람에게 세아는 무엇이었을까. 처음에는 서류, 그다음에는 — 세아는 거기서 생각을 멈췄다.

그다음에는 아직 모른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합정역에서 내려 편의점을 지나칠 때 핸드폰이 울렸다.

하늘이었다.

“야, 어떻게 됐어. 회사 어땠어.”

“다 말하기 길어.”

“그럼 짧게.”

세아는 걸음을 늦췄다. 편의점 창문 너머로 야간 알바생이 진열대를 정리하고 있었다. 내일 낮에 세아가 할 자리였다.

“전속 계약 제안 받았어.”

이어폰 너머에서 잠깐 침묵이 왔다가,

“야.”

“응.”

“전속? JYA 전속?”

“응.”

“하, 미쳤다. 아니 잠깐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지금.”

“모르겠어.”

“야 나세아 너 지금 목소리가 왜 그래.”

“목소리 괜찮아.”

“아니야. 너 이 목소리 알아, 나. 이거 ‘배고픈데 배고프지 않다고 하는 목소리’야.”

세아는 입을 다물었다. 하늘이 맞았다. 세아는 점심을 먹지 않았다. JYA 회의실에서 커피가 들어왔을 때 마시지 않았고, 나오면서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지갑을 열기가 싫었다. 이유는 몰랐다. 강남에서 돈을 쓰는 것에 대한 저항감 같은 것이 있었다 — 설명하기 어려운 종류의 저항감.

“일 끝나고 나와. 우리 합정 포장마차 가자.”

“괜찮아.”

“야, 나 지금 타투 작업 두 시간 있어. 그다음에 갈게. 기다려.”

“아니야, 하늘아 —”

“기다리라고. 끊어.”

전화가 끊겼다.

세아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고시원 쪽으로 걸었다. 하늘이 어두웠다. 합정동 골목들이 낮에는 잘 안 보이는 것들을 밤에 드러냈다 — 낡은 간판들, 반지하 창문들, 담벼락의 낡은 포스터들. 세아는 이 골목들을 좋아했다. 여기가 자신이 살고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 곳이었다.

고시원 계단을 올라가서 방 문을 열었다. 불을 켰다. 창문 없는 방이 불빛을 받았다.

세아는 코트를 벗어서 침대 위에 놓았다. 가방을 내려놓았다. 바닥에 앉았다. 무릎을 세우고 등을 침대에 기댔다.

방이 조용했다.

고시원 특유의 소리들이 있었다 — 옆방 누군가의 TV 소리, 복도 환풍기, 아래층 어딘가의 물 내려가는 소리. 세아는 처음 이사 왔을 때 이 소리들이 거슬렸다. 이제는 오히려 이 소리가 없으면 잠을 못 잘 것 같았다.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소리였다. 각자 자기 방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세아는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가방에서 노트를 꺼냈다. 악보 노트가 아니었다. 그냥 줄 노트 — 가사와 멜로디 메모를 함께 쓰는 것. 펜을 들었다.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써야 할 것들이 있었다. 계약서 조항에 대한 생각들, 월 고정과 크레딧 자유도 사이의 계산, 어머니 약값, 도현이 이번 달 용돈. 그러나 그것들은 노트에 쓸 종류가 아니었다. 노트는 다른 것을 위한 것이었다.

노트를 덮었다.

그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하늘이 아니었다.

처음 보는 번호였다. 서울 지역번호. 세아는 잠깐 봤다가 받았다.

“여보세요.”

“나세아 씨?”

남자 목소리였다. 낯설지 않았다. 그러나 세아는 이 목소리를 어디서 들었는지 즉시 연결이 안 됐다.

“누구세요.”

“강리우예요. 지난주 언더스코어에서 봤는데.”

세아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리우. 세아는 그 이름을 기억했다. 그러나 이름보다 먼저 기억난 것은 — 그의 손이었다. 무대 쪽을 향해 뻗었다가 멈추는 손. 피아니스트의 손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 사람이 지금 전화를 했다.

“…어떻게 이 번호를.”

“박인철 팀장한테 물어봤어요. 미리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은 먼저 사과할게요.”

사과가 먼저였다. 세아는 그것을 메모했다 — 실제로가 아니라 머릿속에. 이 사람은 먼저 사과한다. 습관인지, 계산인지.

“무슨 일이에요.”

“잠깐 만날 수 있을까요? 할 말이 있어서요.”

“오늘이요?”

“내일이요. 편한 데서. 합정동 쪽이 편하면 거기로 갈게요.”

세아는 창문 없는 벽을 봤다. 합정동 쪽으로 오겠다는 말 — 세아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는 말이었다. 강남 사람이 합정으로 온다고 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있었다. 무엇인지는 아직 몰랐다.

“할 말이 뭐예요.”

“직접 말씀드리고 싶어요.”

“전화로 해도 되는 거 아니에요?”

잠깐 침묵이 왔다. 그다음 그가 말했다.

“그 마지막 곡. 언더스코어에서 마지막으로 부른 거요.”

세아의 손이 조금 조여들었다.

“그 곡 쓴 거 나세아 씨 맞죠?”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전화로 하기엔 좀 큰 이야기인 것 같아서요.” 강리우가 말했다. 목소리에 뭔가 있었다 — 급하지 않지만 물러서지도 않는 것.

“내일 오후 세 시쯤 어때요? 합정동 카페 아무 데나.”

세아는 창문 없는 벽을 봤다. 내일 오전 편의점 알바가 두 시까지였다. 그다음에 시간이 있었다.

“세 시 반이요.”

“좋아요. 어디로 갈까요?”

“합정역 2번 출구 나오면 바로 오른쪽에 〈올드독〉이라는 카페 있어요. 거기요.”

“알겠어요. 내일 봐요.”

전화가 끊겼다.

세아는 핸드폰을 내려다봤다. 화면이 꺼졌다. 방이 다시 고시원 소리들로 채워졌다 — 옆방 TV, 환풍기, 물 소리.

그 곡 쓴 거 나세아 씨 맞죠.

그 말이 머릿속에서 굴렀다. 세아가 쓴 곡이라고 물어봐 준 사람. 세아는 그 말을 언제 마지막으로 들었는지 기억하려 했다 — 기억이 나지 않았다. 박인철은 처음 곡을 받을 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유재원은 오늘 회의실에서 〈창가에서〉를 언급했지만 “나세아 씨가 쓴 곡”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냥 그 곡이었다.

강리우는 나세아 씨가 쓴 거 맞죠, 라고 물었다.

세아는 노트를 다시 꺼냈다. 이번에는 펜이 움직였다.


다음 날 오전, 편의점.

오전 여덟 시부터 두 시까지의 알바는 몸이 기억하는 동작들로 이루어졌다. 상품 진열, 유통기한 확인, 계산, 봉투, “영수증 필요하세요”, 다음 손님, 반복. 세아는 이 일을 일 년 반 동안 했다. 몸이 알아서 했고, 머리는 다른 곳에 있어도 됐다.

오늘 머리는 어젯밤 노트에 적은 것들에 있었다.

새벽 두 시에 잠이 깼다. 잠든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깨어 있었다. 노트를 펼쳤다. 어젯밤에 쓰다가 멈춘 자리에서 계속 썼다. 멜로디 라인이 아니었다. 가사였다. 가사를 먼저 쓰는 일은 드물었다 — 세아는 보통 멜로디가 먼저 왔다. 그런데 어젯밤은 말이 먼저 왔다.

이름 없이 타는 것들에 대하여.

그게 첫 줄이었다. 세아는 그 줄을 쓰고 나서 펜을 내려놓고 천장을 봤다. 천장이 낮았다. 고시원 천장은 항상 낮았다.

이름 없이 타는 것들.

성냥이 탈 때 이름이 있는가. 불꽃이 탈 때 이름이 있는가. 타고 나서 재가 되면 이름이 있는가.

세아는 그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새벽 두 시에 하기에는 너무 큰 생각이었다.

손님이 들어왔다. 세아는 자동으로 “어서오세요”를 말했다.


두 시 정각에 알바가 끝났다. 세아는 편의점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앞치마를 벗었다. 거울을 봤다 — 편의점 화장실 거울은 작고 형광등이 가까웠다. 얼굴이 피곤해 보였다. 항상 피곤해 보였는지 오늘 더 피곤해 보이는지 구분이 안 됐다.

머리를 풀었다가 다시 묶었다. 그러고 나서 멈췄다.

왜 다시 묶었지.

세아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봤다. 노래할 때만 머리를 푼다. 그게 언제부터인지 몰랐다. 그냥 그렇게 됐다. 노래할 때 머리를 내리는 것이 뭔가를 놓아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 평소에는 묶어서 잡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러나 오늘은 카페에 가는 것이었다. 노래가 아니었다.

세아는 묶은 채로 화장실을 나왔다.


〈올드독〉은 합정역에서 걸어서 이 분이었다.

세아가 자주 가는 카페는 아니었다 — 커피 한 잔에 오천 원이었다. 그러나 나쁜 곳이 아니었다. 좁고 낮은 천장, 낡은 목재 테이블들, 한쪽 벽이 전부 책장이었다. 스피커에서 항상 재즈가 흘렀다 — 음량이 크지 않고, 대화를 방해하지 않는 정도의 재즈. 세아는 여기 재즈 선곡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한 번도 주인에게 말한 적은 없었다.

세 시 이십 분에 도착했다. 카페 안에 사람이 몇 명 없었다. 창가 쪽 테이블에 강리우가 앉아 있었다.

어젯밤에 목소리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다시 얼굴이 맞춰졌다. 언더스코어에서 본 것 — 파란 조명 아래 서 있던 것, 손이 무대 쪽으로 뻗었다가 멈추는 것. 지금은 낮이었다. 자연광 아래에서 보니 달랐다. 눈 밑에 다크서클이 있었다. 비싼 재킷인데 구겨져 있었다. 테이블 위에 아메리카노 한 잔이 있었고, 세아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왔어요.”

“네.”

세아는 마주 앉았다. 외투는 벗었다. 어제 JYA 회의실에서는 벗지 않았는데 — 여기서는 벗었다.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다.

“뭐 마실 거예요?”

“아메리카노요.”

강리우가 카운터로 갔다. 세아는 그 사이 테이블을 봤다. 그의 아메리카노 옆에 핸드폰이 있었다. 화면이 위를 향하고 있었다. 알림이 여러 개 떠 있었다. 보지 않으려 했는데 보였다 — 카카오톡 메시지들, 발신자 이름 중 하나가 “아버지”였다. 세아는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강리우가 돌아와 앉았다.

잠깐 침묵이 있었다. 재즈가 그 사이를 채웠다. 누군가의 피아노 선율이었다 — 빌 에반스 계열의 것. 느리고 공간이 많은 연주.

세아가 먼저 말했다.

“할 말이 있다고 했죠.”

“네.” 강리우가 양손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손이 컸다. 손가락 사이 간격이 넓었다. 피아니스트 손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그 마지막 곡이요. 제목이 뭐예요?”

세아는 대답하기 전에 잠깐 멈췄다.

“제목 없어요.”

“아직.”

“아직이요.”

강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더스코어에서 그 곡 부를 때, 두 번째 코러스 끝에서 잠깐 멈췄잖아요. 박자 외에.”

세아는 그 순간을 기억했다. 마이크를 내리고, 반 박자 더 쉬고, 다시 들어갔던 것. 실수가 아니었다. 그 침묵이 필요했기 때문에.

“의도한 거예요?”

“네.”

“왜요.”

세아는 잠깐 아메리카노를 봤다. 직원이 가져다 놓은 것을 몰랐다. 잔을 손으로 감쌌다. 차가웠다.

“그 침묵이 곡의 일부예요. 소리가 없는 부분도 음악이니까요.”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뭔가를 확인하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세아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나세아 씨,” 그가 말했다.

“음악 작업하는 방식이 어때요? 의뢰를 받아서 쓰는 편이에요, 아니면 먼저 써놓고 파는 편이에요?”

“둘 다요.”

“지금 JYA 얘기 들은 거 알아요.”

세아의 손이 잔 위에서 멈췄다.

“박인철 팀장한테 물어봤으니까요.” 강리우가 말했다. 사과하는 것처럼 말하지 않았다. 그냥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말했다.

“전속 제안 받았다는 거.”

“그 얘기를 하러 온 거예요?”

“아니요.”

“그럼.”

강리우가 자신의 아메리카노를 잔을 한 손으로 감쌌다. 세아와 같은 동작이었다. 잠깐 아래를 봤다가 다시 세아를 봤다.

“전속 계약 하지 마세요.”

세아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게 당신이 할 말이에요?”

“네.”

“이유요.”

강리우가 말하기 전에 잠깐 창밖을 봤다. 합정동 골목이 창문 너머로 있었다. 낮의 합정동. 낡은 건물들, 자전거들, 카페 간판들.

“JYA 전속 계약은 저작권 귀속 조항이 있어요. 계약 기간 동안 창작한 곡들은 전부 회사 소유예요. 계약 해지 후에도 JYA 이름으로 쓴 것들은 돌아오지 않아요.”

“알아요.”

“알고 있었어요?”

“서류 읽었으니까요.”

강리우가 잠깐 멈췄다가 작게 말했다.

“그런데도 고려하고 있어요?”

세아는 대답하기 전에 잠깐 생각했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사람에게 전부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중간 어딘가에 정직한 대답이 있었다.

“월 고정이 생겨요.”

강리우는 세아를 봤다. 그 대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는 것 같았다 — 그리고 그것에 대해 바로 반박하지 않았다. 그것이 세아에게는 조금 예상 밖이었다.

“얼마요?”

세아는 잠깐 망설였다가 말했다.

강리우가 테이블 위의 손가락을 한 번 접었다가 폈다.

“그 정도면 현재 세션 수입이랑 비슷하거나 약간 적을 거예요. 세션을 계속 할 수 있다면.”

“전속이면 세션도 제한돼요.”

“맞아요.”

“그러면 결국 비슷하거나 더 적어요.”

“네.”

세아는 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쓰고 차가웠다. 좋았다. 머리가 조금 정리되는 것 같은 기분.

“그럼 당신이 제안하는 게 뭐예요.”

강리우가 잠깐 말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계산 때문인지, 말을 고르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됐다. 세아는 그것을 보면서 — 이 사람도 말을 잘 못하는 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식이 다를 뿐이었다. 세아는 말이 없어서 말을 못 하는 편이었고, 이 사람은 말이 너무 많아서 —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고르는 것 같았다.

“독립적으로 일하면서,” 그가 말했다.

“제대로 된 크레딧을 받는 계약으로 작업하는 방식이요.”

“그런 계약을 맺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요?”

“제가 지금 독립 레이블 준비 중이에요.”

세아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강리우가 계속 말했다.

“정식으로 시작하려면 몇 달 걸려요. 아직 초기 단계고. 근데 지금 같이 작업할 작곡가를 찾고 있어요. 전속이 아니라 — 곡별 계약이에요. 크레딧 보장, 수익 분배 명시, 저작권은 창작자한테 남는 방식으로.”

“JYA 아들이,” 세아가 말했다. 말하고 나서 이 말이 너무 직접적이었나 생각했다가 — 직접적인 게 맞았다.

“독립 레이블을 만들어요.”

강리우가 잠깐 멈췄다. 그다음 말했다.

“JYA 아들이기도 하고, 강리우이기도 해요.”

“그 둘이 지금 같이 붙어 있잖아요.”

“알아요.” 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방어적이지 않았다. 낮아졌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그게 지금 내 문제이기도 해요.”

세아는 그를 봤다. 눈 밑에 다크서클. 손이 테이블 위에 평평하게 놓여 있었다. 좋은 손이었다 — 세아는 손을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했는지 알았다. 이 손은 오래 피아노를 쳤다. 그리고 오랫동안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 두 가지가 동시에 보였다.

“베를린에서 뭔 일 있었어요?”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이번에는 다른 방식으로 봤다.

“왜요.”

“손이요.” 세아가 말했다.

“피아노 오래 안 친 손이에요. 근데 피아노 친 손이기도 해요.”

강리우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잠깐이었다. 다시 세아를 봤다.

“…관찰력이 좋네요.”

“작곡하는 사람들은 손 봐요. 습관이에요.”

강리우가 자신의 손을 테이블 아래로 내렸다. 무릎 위로. 세아는 그 동작을 봤다 — 자신의 손을 숨기는 것.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아는 물어보지 않았다.

“베를린 얘기는 오늘 할 이야기가 아니에요.”

“알아요.”

“언젠가는요?”

세아는 잠깐 생각했다.

“언젠가가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재즈가 계속 흘렀다. 피아노 선율이 끝나고 베이스가 들어왔다. 낮고 느린 리듬.

세아가 말했다.

“독립 레이블 얘기요.”

“네.”

“지금 초기 단계라고 했죠.”

“맞아요.”

“자금은요.”

강리우가 잠깐 멈췄다. 세아는 그 멈춤이 어디에 걸렸는지 알았다. 자금 문제는 곧 아버지 문제였다. 강민준 문제였다.

“지금은 제 돈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JYA 돈은 안 들어오고요.”

“그렇게 하면 독립 레이블이 아니니까요.”

세아는 그 말을 들으면서 — 이 사람이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선명하게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자금과 독립은 같이 갈 수 없다는 것을. 그러나 그것이 지속 가능한지는 다른 문제였다.

“얼마나 버틸 수 있어요.”

“솔직하게 묻네요.”

“솔직하게 물어봐야 알 수 있는 거니까요.”

강리우가 잠깐 창밖을 봤다가 세아를 봤다.

“일 년이요. 그 안에 뭔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고.”

“다른 방법이 JYA예요?”

강리우가 대답하지 않았다.

세아는 그 침묵을 답으로 들었다. 이 사람에게 일 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일 년이 끝나면 — 아버지의 회사로 돌아가거나, 아버지의 자본을 쓰거나. 그것이 이 사람의 현실이었다.

“당신도 선택지가 많지 않네요.”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뭔가를 예상하지 못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세아는 표정을 잘 읽지 못했지만 — 이것은 읽혔다. 이 말을 다른 사람들은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렇게 보여요?”

“네.”

그가 잠깐 말이 없었다. 그다음 말했다.

“맞아요.”

그 한 마디가 방 안에 조용히 앉았다. 세아는 그것을 치우지 않았다.


두 사람이 카페에 앉아 있는 동안, 커피가 식었다.

세아는 식은 커피를 다 마셨다. 강리우는 절반을 남겼다. 바깥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합정동 오후의 바람 — 강에서 오는 바람이었다. 세아는 그것을 창문 소리로 알았다. 유리가 약간 울렸다.

“나세아 씨.”

“네.”

“그 마지막 곡. 아직 아무한테도 안 판 거예요?”

세아는 잠깐 멈췄다.

“네.”

“JYA에도 안 줬고요.”

“아직이요.”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그 곡, 팔지 마세요.”

세아가 말했다.

“계속 하지 마세요 그런 말.”

“어떤 말이요.”

“뭐 하지 마세요. 뭐 하지 마세요.” 세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 감정을 넣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아는 것처럼. 세아는 그것이 오늘 오전 유재원을 생각할 때 했던 묘사와 같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저한테 뭘 하라 마라 하는 게 아무 권한도 없는 사람이 하는 말이에요.”

강리우가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맞아요.” 그가 말했다.

“미안해요.”

세아는 그 사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빨랐다. 머뭇거리지 않았다. 어제 전화에서도 먼저 사과했다. 이 사람은 사과를 하는 법을 안다. 그것이 습관인지 진심인지 — 세아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냥 말하고 싶었던 거예요,” 강리우가 계속했다.

“그 곡이 좋다고. 그리고 그 곡이 어디서 끝나야 하는지, 나세아 씨가 아는 것 같다고.”

“제가 모르면요.”

“그래도 제가 알 수는 없는 거잖아요.”

세아는 강리우를 봤다. 이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았다. 독립 레이블을 위한 작곡가를 찾는 것인지, 그 이상의 무언가인지. 그러나 오늘 이 카페에서 말한 것들 중에 거짓말이 있었는지 — 세아는 그것을 찾으려 했는데, 찾지 못했다.

그것이 오히려 조심스러웠다.

“생각해볼게요.”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뭘요?”

“전부요.”

강리우가 잠깐 세아를 봤다가 커피잔을 들었다. 식은 커피를 마셨다.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 쓴 것을 참는 표정.

세아는 일어서면서 말했다.

“다음에 얘기하고 싶으면 연락해요.”

“네.”

“그리고.”

강리우가 올려다봤다.

“피아노 언제부터 안 쳤어요.”

강리우가 잠깐 굳었다.

세아는 그 반응을 봤다. 굳었다 — 그것이 답이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사 년이요.”

그가 말했다. 세아가 예상하지 않았을 때 말했다.

“베를린에서 돌아오고 나서부터.”

세아는 외투를 들었다. 더 묻지 않았다. 그것이 오늘 들을 수 있는 것의 전부였다. 이것 이상을 오늘 꺼내면 — 그것은 이 사람의 것이 아니라 세아가 꺼내는 것이 된다. 세아는 그 선을 알았다. 음악에서도, 사람에서도.

“나중에 얘기해요, 그 부분은.”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그 나중이 언제예요.”

세아는 외투를 입으면서 말했다.

“모르겠어요. 언젠가요.”

강리우가 작게 웃었다. 처음이었다. 세아는 그것을 보면서 — 이 사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까 내가 한 말이 돌아왔네요.”

“네.”

세아는 카페를 나왔다. 문이 닫혔다. 합정동 오후 바람이 얼굴을 쳤다. 강에서 오는 바람이었다. 차갑고 습했다. 세아는 코트 깃을 올리지 않았다. 그냥 그 바람을 맞았다.


저녁 여덟 시, 포장마차.

하늘이 어묵 국물을 두 잔 시켰다. 세아는 한 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국물이 뜨거웠다. 손이 서서히 따뜻해졌다.

“그래서,” 하늘이 말했다.

“그 강리우가 직접 합정까지 왔어?”

“응.”

“강남 사람이 합정 왔다고.”

“응.”

하늘이 어묵을 꼬치에서 뽑아 한 입 먹었다.

“그게 뭔가 의미가 있지 않아?”

“모르겠어.”

“야, 강남 사람들은 합정을 왜 와. 감성 카페 오거나 아니면 진짜 이유가 있거나 둘 중 하나야.”

세아는 어묵 국물을 한 모금 마셨다. 목이 뜨거웠다. 좋았다.

“독립 레이블 만든다고 했어.”

“뭐? JYA 아들이?”

“응.”

하늘이 잠깐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말했다.

“그거 진짜야?”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직 모르겠어.”

하늘이 세아를 봤다. 포장마차 노란 조명 아래에서 하늘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평소에 하늘은 이 얼굴을 잘 안 했다.

“세아야.”

“응.”

“그 사람 좋아?”

세아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직 두 번 봤어.”

“그러니까 지금 좋냐고 물어보는 거야. 두 번 봤는데.”

세아는 어묵 국물 잔을 내려다봤다. 국물 표면에 포장마차 조명이 비쳤다. 일렁였다.

“음악 얘기가 정확해.”

하늘이 잠깐 기다렸다가 말했다.

“그게 좋다는 거야, 아니면 음악만 좋다는 거야.”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늘이 어묵을 또 한 개 집어 들었다.

“야, 나세아. 너 있잖아. 뭔가를 좋아할 때 항상 음악 얘기부터 해. 알아?”

“그래?”

“응. 고등학교 때도 그랬어. 누가 좋으면 그 사람 플레이리스트 얘기 먼저 하고, 그 사람이 어떤 노래 들을 것 같다고 얘기하고. 근데 그게 사실 좋아한다는 말이었잖아.”

세아는 잠깐 말이 없었다.

“…그랬나.”

“응. 그랬어.”

포장마차 바깥으로 사람들이 지나갔다. 합정동 저녁 골목의 사람들. 세아는 그 사람들의 발소리를 들으면서 — 강리우의 손이 테이블 아래로 내려가던 것을 생각했다. 자신의 손을 숨기는 것. 사 년 동안 피아노를 치지 않은 사람.

그 사람이 왜 피아노를 그만뒀는지 세아는 몰랐다.

그리고 왜 세아의 노래를 들으면서 무대 쪽으로 손을 뻗었는지도 몰랐다.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 세아는 모르는 것을 서둘러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음악도 그랬다 — 모르는 부분이 있어야 계속 듣게 된다. 다 알면 끝이었다.

“하늘아.”

“응?”

“나 JYA 계약 안 할 것 같아.”

하늘이 잠깐 세아를 봤다가, 어묵 국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다음 말했다.

“그거 확실해?”

“응.”

“왜.”

세아는 잠깐 생각했다. 이유가 여러 개 있었다. 저작권 귀속 조항. 크레딧 표기 방식 협의 가능이라는 말의 의미. 전속이 되면 줄어드는 것들. 그러나 가장 정확한 이유는 — 오늘 오후 강리우에게 말한 것이었다.

“고정이 생기면 자유가 줄어.”

하늘이 세아를 봤다. 그다음 말했다.

“야.”

“응.”

“그 말 진짜야?”

“응.”

“아니 그냥 무서운 거 아니야? 결정 내리기 무서운 거. 그걸 자유 얘기로 포장하는 거.”

세아는 잠깐 입을 다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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