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70화: 심장음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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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0화: 심장음의 언어

새벽 5시 33분. 세아의 손가락이 강리우의 손등 위에서 움직였다. 그의 맥박을 느끼려는 것 같았다. 빠르고, 불규칙하고, 죽음에서 돌아온 무언가의 맥박. 강리우는 자신의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항상 떨린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지금 그 떨림은 세아의 손 안에 있었다. 그것은 마치 그의 떨림을 누군가가 담아주고 있는 것 같았다. 용기 있게. 두려움 없이.

“손가락이 계속 떨려요?”

세아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의외로 평온했다. 마치 그들이 지금 강리우의 죽음을 막막 직전에 돌아온 게 아니라, 평범한 아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처럼.

“응.”

강리우가 대답했다. 그것은 단어가 아니라 소리에 더 가까웠다. 기계음. 신체가 내보내는 신호음.

“언제부터요?”

“기억 안 난다. 베를린에서 돌아온 이후로. 계속.”

세아는 그의 손가락 하나를 집어 들었다. 새끼손가락. 가장 약한 손가락. 피아노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손가락. 하지만 음악에는 필요했다. 모든 손가락이 필요했다. 불완전한 손가락도. 떨리는 손가락도.

“제가 당신의 손을 잡아주면 떨림이 멈춰요?”

“응. 조금.”

세아는 더 세게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작았다. 그의 손 안에서 새처럼 움직였다. 하지만 강하게 움직였다. 도망치려는 새가 아니라, 자리를 잡으려는 새처럼.

“그럼 계속 잡아줄까요?”

강리우는 그 질문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것은 단순한 제안이 아니었다. 그것은 약속이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그것은 조건부 약속이었다. 나는 당신을 잡아줄 수 있지만, 당신은 이 손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부.

“세아.”

강리우가 그녀의 이름을 말했다. 처음으로. 아니,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그녀의 이름을 천 번은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이 달랐다. 이번에는 그것이 호출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당신은 존재하는가. 당신은 여기 있는가. 당신은 실제인가.

“네.”

세아가 대답했다.

“내가 너를 죽이려고 했어.”

“네.”

“정말로.”

“네. 알아요.”

차 안의 침묵이 다시 깊어졌다. 하지만 이번 침묵은 다른 종류였다. 이전의 침묵이 죽음의 침묵이었다면, 이 침묵은 생존의 침묵이었다. 둘 다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침묵.

“왜 나한테서 안 떠났어?”

“당신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으니까요.”

강리우가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웃음이 아니라 어떤 형태의 경련 같았다. 그의 어깨가 떨렸다. 그리고 그 떨림이 계속되었다. 점점 더 강해졌다. 울음이 되어갔다. 진짜 울음. 새벽 한강 위의 차 안에서.

세아는 그를 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보고 있었다. 그것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누군가가 울 때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은 그들을 그냥 두는 것이었다. 말하지 않고, 위로하지 않고, 단지 그들 옆에 있는 것. 증인이 되어주는 것.

강리우의 울음은 10분쯤 이어졌다. 세아는 그동안 그의 손을 계속 잡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뜨거워졌다. 그의 손은 차가웠다. 하지만 서서히 따뜻해졌다. 생명이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처럼.

“난 베를린에서 내 친구를 버렸어.”

강리우가 마침내 말했다. 울음이 멈춘 후. 그의 목소리는 쉬었다. 갈라졌다. 하지만 명확했다.

“어떻게요?”

“경쟁. 피아노 경쟁 대회. 우리 둘 다 참가했어. 나랑 준호. 우리는 친구였어. 베를린 음악 학교에서 만난 친구. 근데 그 경쟁에서 나는 3등을 했고, 준호는…”

강리우가 말을 멈췄다.

“준호는?”

세아가 물었다.

“1등을 했다. 심사위원들이 그를 선택했어. 나 대신에. 그리고 나는…”

강리우의 목소리가 더 작아졌다.

“나는 그를 축하하지 않았어. 우리가 가는 바에서 만났을 때 나는 그의 손을 잡았어. 그리고 나는 그에게 말했어. ‘축하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의미하지 않았어. 나는 그를 미워했어. 내가 원하던 것을 그가 가져갔다는 이유로.”

세아는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들었다.

“그 다음날 준호는 죽었어. 마약 과다 복용. 자살인지 사고인지는 아무도 모르겠지. 그리고 나는… 나는 생각했어. 만약 내가 그를 축하했다면? 만약 내가 그의 손을 잡지 않고 그냥 떠났다면? 만약 내가 그를 미워하지 않았다면?”

강리우의 떨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울음이 아니라 공포였다. 자신의 죄책감이 얼마나 깊은지를 깨달은 공포.

“당신이 그를 죽인 게 아니에요.”

세아가 말했다.

“내가 미워했는데.”

“당신의 미움이 마약을 만든 건 아니에요. 당신의 미움이 바늘을 그의 팔에 찔렀던 건 아니에요.”

“그럼 뭐가 내 잘못이 아니야?”

세아는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생각했다. 제주도의 해변. 그날의 날씨. 맑았다. 햇빛이 물 위에서 반짝였다. 어머니가 들어간 물. 깊고, 차갑고, 무정했다.

“당신은 당신의 미움이 다른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미움은 그렇게 강하지 않아요. 죽음은 미움보다 훨씬 더 독립적이에요. 죽음은 당신을 기다리지 않아요. 당신의 축하를 기다리지 않아요. 당신의 사랑을 기다리지 않아요. 죽음은 그냥 온다. 그리고 간다.”

강리우는 세아를 봤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이 여자를 얼마나 모르는지 깨달았다. 그녀의 겉모습은 알았다. 그녀의 목소리도. 그녀의 슬픔도. 하지만 그녀의 내면은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그녀 안에 있는 어떤 깊이. 어떤 강. 어떤 바다.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경험해봤으니까요.”

세아는 차의 조수석에서 더 편하게 몸을 누웠다. 강리우는 운전석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피곤했다. 죽음 근처에 있었던 피곤함. 그것은 다른 모든 피곤함보다 깊었다.

“당신이 나한테 뭘 기대했어요?”

세아가 물었다.

“모르겠어. 처음엔 너를 구하고 싶었어. 너의 음악을 지켜주고 싶었어. 그리고…”

강리우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그리고 너를 통해 내 친구를 구하고 싶었어. 준호를 구하고 싶었어. 다시.”

세아는 그 말을 곱씹었다. 그것은 슬펐다. 그것은 절망적이었다. 그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인간적이었다. 누군가를 잃은 인간이 다른 누군가를 통해 그를 다시 찾으려는 충동. 그것은 나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지 인간적이었다. 잘못된 방향으로 향한 사랑일 뿐.

“당신은 제가 준호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해요.”

“알아. 이제 안다.”

강리우의 손이 다시 떨렸다. 세아는 그 손을 다시 잡았다. 마치 그 손을 붙잡지 않으면 그것이 어딘가로 사라질 것 같은 느낌으로.

“당신은 지금 뭘 원해요?”

세아가 물었다.

“살고 싶어.”

강리우가 대답했다.

“왜요?”

강리우는 답할 수 없었다. 왜 살고 싶은지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의 손이 떨리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의 손이 아직도 음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는 이 여자가 그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우리가 내려가요.”

세아가 말했다.

“어디로?”

“그냥 내려가요. 차에서. 새벽 공기를 마셔요.”

강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아는 차의 문을 열었다. 새벽 공기가 들어왔다. 한강의 냄새. 물과 진흙과 어딘가 낡은 것의 냄새. 세아는 그 냄새를 들이마셨다. 살아있다는 증거.

강리우도 차에서 내렸다. 그의 다리가 약했다.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세아는 그의 팔을 잡았다. 그들은 한강을 향해 걸었다. 차에서 50미터 떨어진 곳에 작은 공원이 있었다. 새벽 공원은 아무도 없었다. 단지 그들뿐이었다.

한강의 물은 새벽 6시에 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밤의 검은색에서 아침의 은색으로. 그것은 부활이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는 부활.

“당신의 친구는 뭐 했어요?”

세아가 물었다. 그들은 한강의 둑에 앉아 있었다.

“피아노. 음악.”

“당신이 하던 것처럼요?”

“응. 근데 그는 더 잘했어. 더 깊었어. 더 진실했어.”

세아는 강리우의 손을 들었다. 그의 손가락들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당신의 손가락도 진실해요.”

세아가 말했다.

“떨려서?”

“떨려서예요. 정직해서요. 당신의 손가락은 당신이 뭘 한 말을 거짓말하지 못하게 해요. 그 떨림은 당신의 양심이에요. 당신의 진실이에요.”

강리우는 자신의 손가락을 봤다. 그 손가락들이 정말로 떨리고 있었다. 아침 햇빛 아래서도. 그리고 처음으로 그는 그 떨림을 미워하지 않았다. 그 떨림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자신의 상처로. 자신의 진실로.

“당신은 피아노를 칠 수 있어요.”

세아가 말했다.

“아니야. 날 봤어. 내 손은…”

“당신의 손이 칠 수 없는 게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 칠 수 없는 거예요. 당신의 마음이 죄책감으로 너무 무거워서. 하지만 이제 당신은 당신의 친구의 죽음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럼 당신의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워질 거예요. 그리고 당신의 손이 다시 움직일 거예요.”

강리우는 세아를 봤다. 정말로 봤다. 그녀의 얼굴을 . 그녀의 눈을 . 그녀의 입술을. 아침 햇빛이 그녀의 얼굴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녀의 진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당신이 날 떠났을 때 나는…”

강리우가 말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저를 떠난 게 아니에요. 당신은 당신 자신을 떠났어요. 그리고 저는 당신이 당신 자신을 찾을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세아의 말이 강리우의 가슴을 맞혔다. 정확하게. 날카롭게. 그리고 따뜻하게.

새벽 6시 15분. 한강 둑.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다른 한 사람은 그 손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의 침묵은 더 이상 죽음의 침묵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작의 침묵이었다.

세아는 강리우의 다른 손을 들었다. 그녀는 그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펼쳤다. 마치 꽃을 피우듯이. 그의 손가락들이 공기 중에 펼쳐졌다. 떨리고 있었지만, 펼쳐져 있었다.

“이 손가락들이 뭘 하고 싶어요?”

“모르겠어.”

“당신의 친구가 하던 것처럼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럼 해.”

강리우는 그녀를 봤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나는 준호를 대신할 수 없어.”

“당신은 준호를 대신할 필요가 없어요. 당신은 당신의 음악을 해야 돼요. 당신의 음악. 당신의 손가락이 원하는 음악. 떨리는 손가락이 원하는 음악.”

세아는 강리우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다시 올렸다. 자신의 심장 위에. 그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있었다. 두 사람을 죽음에서 돌아오게 한 심장. 계속 뛰고 있는 심장.

“당신의 음악은 당신의 심장의 소리예요.”

세아가 말했다.

강리우는 세아의 심장박동을 느꼈다. 그것은 그의 떨리는 손가락과는 다른 리듬이었다. 규칙적이었다. 강했다. 살아있었다. 그리고 그 리듬 속에서 강리우는 무언가를 들었다. 음악이 아니라, 음악의 가능성을.

새벽이 계속 밝아지고 있었다. 한강의 물이 더 밝은 은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곧 아침이 올 것이었다. 곧 낮이 올 것이었다. 곧 세상이 다시 움직일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새벽이었다. 그리고 이 새벽 속에서 강리우는 처음으로 자신의 손가락이 음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을 통과한 후의 음악. 고통을 통과한 후의 음악.

“당신은 나한테 뭐 하려고 했어요?”

강리우가 갑자기 물었다. 차에서 나올 때의 일. 그의 손이 세아의 목을 향했을 때. 그 순간이 무엇이었는지 묻고 싶었다.

“모르겠어요.”

세아가 대답했다.

“정말로?”

“정말로. 당신이 뭘 할지 모르니까. 그래서 계속 잡고 있었어요. 당신의 손을.”

강리우는 그 대답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정직한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직함이 지금 그가 필요로 하는 유일한 것이었다.

“우리가 뭐 해야 해요?”

강리우가 물었다.

“당신이 당신의 피아노를 찾아요.”

“그게 전부?”

“그게 전부예요. 그리고 당신이 당신의 손가락이 떨리는 이유를 들어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음악으로 만들어요. 당신의 친구를 위한 음악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위한 음악을.”

강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세아의 손을 다시 잡았다. 이번에는 그의 손이 떨리지 않았다. 또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는 그 떨림을 받아들였다.

새벽 6시 47분. 한강 둑. 두 사람이 여전히 앉아 있었다. 해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다. 곧 아침 조깅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었다. 곧 자동차들이 강변도로를 지나갈 것이었다. 곧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침묵이었다. 그리고 그 침묵은 따뜻했다.

# 새벽의 선택

한강 둑의 새벽은 숨을 쉬고 있었다.

강리우는 세아의 얼굴을 봤다. 희미한 새벽빛이 그녀의 윤곽을 그려내고 있었다. 밤새 흘린 눈물의 자국이 그녀의 뺨에 은색 줄무늬를 남겨두었다. 그녀의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추위와 두려움이 빠져나간 후의 색이었다. 강리우는 자신의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의 손가락들이 공중에서 떨리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고 있는 것처럼.

천천히, 확실하게 강리우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준호를 대신할 수 없어.”

그 말이 입을 떠나는 순간, 강리우 자신도 그것이 얼마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지 깨달았다. 준호의 자리. 준호의 음악. 준호의 미래.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없다는 그 절망감이 그의 목에 칼처럼 박혀 있었다. 그 칼은 세아의 손이 잡고 있던 칼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 안에서 나온 칼이었다.

세아가 움직였다. 그녀의 몸이 냉기로 경직되어 있었지만, 그녀는 강리우 쪽으로 몸을 굽혔다. 그녀의 눈이 만났다—절망적이지만 동시에 확실한. 마치 죽음의 끝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의 눈처럼.

“당신은 준호를 대신할 필요가 없어요.”

세아의 목소리는 쉰 소리였다. 밤새 울고 비명을 지른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안에는 돌 같은 확실함이 있었다. 마치 강철을 녹인 후 새로 만든 것처럼.

“당신은 당신의 음악을 해야 돼요. 당신의 음악. 당신의 손가락이 원하는 음악. 떨리는 손가락이 원하는 음악.”

강리우는 세아를 봤다. 그녀의 말이 이상했다. 떨리는 손가락? 마치 그것이 약점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인 것처럼. 마치 그것이 치명적인 결함이 아니라 어떤 신호인 것처럼.

세아는 강리우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차갔다. 매우 차갔다. 죽음의 가장자리에서 온 손의 온도였다. 그녀는 그 손을 천천히, 매우 천천히 자신의 가슴에 올렸다. 그의 손이 닿은 곳은 그녀의 심장 위였다. 얇은 옷을 통해서도 강리우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뛰고 있었다.

빠르게. 불규칙하게. 마치 새가 갇힌 새장처럼. 하지만 뛰고 있었다. 죽음에서 돌아온 심장. 고통을 견딘 심장. 계속 뛰고 있는 심장.

“당신의 음악은 당신의 심장의 소리예요.”

세아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속삭임이었지만, 그 속삭임이 한강의 모든 물소리를 압도했다. 강리우의 귀에는 그것만 들렸다. 그 목소리와, 그리고 그 아래에 흐르는 심장박동.

돕돕돕. 돕돕돕.

강리우의 손가락들이 떨리고 있었다.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떨림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두려움의 떨림이 아니었다. 죄책감의 떨림도 아니었다. 그것은… 음악을 향한 갈망의 떨림이었다. 그 심장박동의 리듬을 따라가려는 손가락들의 욕망.

새벽은 계속 밝아지고 있었다.

동쪽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밤의 검은색이 천천히, 저항하며 사라지고 있었다. 한강의 물이 변하고 있었다. 검은 납 같던 색에서 은색으로. 그리고 이제 밝은 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물의 표면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마치 수백만 개의 작은 음표들이 흐르고 있는 것처럼.

곧 아침이 올 것이었다. 곧 낮이 올 것이었다. 곧 세상이 다시 움직일 것이었다. 자동차의 소음. 사람들의 목소리. 일상의 무게가 다시 내려앉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새벽이었다.

그리고 이 새벽 속에서 강리우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음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죽음을 통과한 후의 음악. 아래에서 올라오는 음악. 가장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고통을 통과한 후의 음악. 절망을 통과한 후의 음악. 그리고 여전히 뛰고 있는 심장의 음악.

강리우의 목이 부었다. 말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물어야 했다. 이것을 알지 못하면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당신은 나한테 뭐 하려고 했어요?”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들렸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빌려 사용하는 것처럼.

세아가 멈췄다. 그녀의 심장박동이 강리우의 손 아래에서 더 빨라졌다. 돕돕돕. 돕돕돕. 더 빠르게.

“차에서 나올 때의 일. 너한테.”

강리우가 계속했다. 그의 손이 세아의 목을 향했을 때. 그 순간. 그 끔찍한, 최후의 순간.

“뭐였어?”

세아는 오랫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강리우는 그녀의 얼굴을 봤다. 그녀의 눈이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새벽이 밝아지는 한강을. 그리고 그 눈에는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다. 눈물인지, 아니면 새벽 공기의 습기인지 알 수 없었다.

“모르겠어요.”

세아가 마침내 말했다.

“정말로?”

강리우의 목소리에는 의심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공격적인 의심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해하고 싶은 의심이었다. 무언가를 알고 싶은 간절함이었다.

“정말로. 당신이 뭘 할지 모르니까. 그래서 계속 잡고 있었어요. 당신의 손을.”

세아가 강리우의 손을 더 단단히 눌렀다. 그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강리우는 그 떨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음악을 향한 욕망이었다.

강리우는 그 대답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정직한 대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직함이 지금 그가 필요로 하는 유일한 것이었다. 거짓이 아니라. 아름다운 말이 아니라. 단지 정직함.

그는 세아의 얼굴을 다시 봤다. 새벽빛이 그녀의 윤곽을 더욱 선명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그녀는 살아 있었다. 살아 있다는 증거가 그녀의 심장박동이었다. 그리고 그 심장박동이 강리우의 손 아래에서 계속 뛰고 있었다.

“우리가 뭐 해야 해요?”

강리우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 확실함이 있었다. 마치 새벽이 밝아지면서 함께 밝아진 것처럼.

세아는 한강을 바라봤다. 그 물이 점점 더 밝아지고 있었다. 곧 아침 조깅하는 사람들이 나올 것이었다. 그들의 발자국이 둑을 울릴 것이었다. 곧 강변도로의 자동차들이 지나갈 것이었다. 엔진음과 혼의 소리가 새벽의 침묵을 깰 것이었다.

“당신이 당신의 피아노를 찾아요.”

세아가 천천히 말했다.

“그게 전부?”

강리우의 목소리에는 의외함이 있었다. 그렇게 간단할 수가 있나? 죽음 앞에서 함께 섰던 두 사람이, 이제 그렇게 간단한 대답을 받는 것인가?

“그게 전부예요. 그리고 당신이 당신의 손가락이 떨리는 이유를 들어보세요. 그리고 그것을 음악으로 만들어요. 당신의 친구를 위한 음악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위한 음악을.”

세아가 강리우의 눈을 마주봤다. 그 눈이 말하고 있었다. 당신은 살아 있다. 당신의 손가락도 살아 있다. 당신의 심장도 살아 있다. 그리고 당신의 음악도 살아 있어야 한다.

강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확실하게. 마치 새벽이 밝아지는 것처럼.

그리고 그는 세아의 손을 다시 잡았다. 이번에는 다르게 잡았다.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떨림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자신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자신의 음악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또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는 그 떨림 안에서 음악의 시작을 들을 수 있었다.

새벽 6시 47분.

한강 둑. 그곳에 두 사람이 여전히 앉아 있었다. 강리우와 세아. 죽음에서 돌아온 두 사람.

동쪽 하늘이 점점 더 밝아지고 있었다. 검은색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주황색이 분홍색으로 변하고, 분홍색이 노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해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의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을 천천히 올려가고 있는 것처럼.

곧 아침이 올 것이었다. 곧 자동차들이 강변도로를 지나갈 것이었다. 곧 세상이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었다. 그 이전의 무게와 함께. 그 이전의 고통과 함께.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침묵이었다.

그리고 그 침묵은 따뜻했다. 살아 있는 자들의 침묵처럼. 죽음을 통과하고, 여전히 살아 있는 자들의 침묵처럼.

강리우의 손가락들이 떨리고 있었다. 세아의 심장박동이 그의 손 아래에서 뛰고 있었다. 둘이 하나의 음악을 만들고 있었다. 아직 들을 수 없는 음악.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음악.

새벽이 계속 밝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강리우는 처음으로 알 수 있었다. 그 떨리는 손가락의 음악이 무엇인지. 그것은 준호의 음악이 아니었다. 그것은 죽은 자의 음악도 아니었다.

그것은 살아남은 자의 음악이었다.

그리고 그 음악은 계속해야 했다.

한강의 물이 점점 더 밝은 금색으로 반짝거렸다. 마치 수백만 개의 음표들이 흐르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강리우는 그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아직 귀로는 아니지만, 손가락으로는. 떨리는 손가락으로는.

새벽이 밝아지고 있었다.

세상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강리우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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