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64화: 목소리의 댓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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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4화: 목소리의 댓가

하늘의 질문은 남겨진 채였다. 세아는 떡볶이를 집었다 놨다를 반복했고, 그 과정에서 양념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빨간색. 계속 떨어지는 빨간색. 마치 무언가가 녹아가고 있는 것처럼.

“내일 뉴스 봤어?”

하늘이 갑자기 주제를 바꿨다. 그러나 그것도 같은 주제였다. 다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

“아뇨.”

“박소진. 그 JYA 신인. 위조 의혹 터졌어. 그 곡, 그 ‘밤의 끝’ 이라고 했나? 그 곡이 사실은 사내 작곡가 작품이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만든 거래. 그리고 박소진이 그걸 자기 곡이라고 속였다고.”

세아의 손이 멈췄다. 포크가 공중에 떠 있었다.

“누구?”

“그걸 내가 알아? 뉴스에서는 ‘작곡 표절 논란’이라고만 했어. 박소진 측에서는 모른다고 했대. 회사에서 이런 곡이라고 줬다고. 근데…”

하늘이 핸드폰을 꺼냈다. 뉴스 기사를 열었다. 세아에게 보였다.

박소진, 표절 의혹 ‘청천벽력’… “회사 지시에 따랐을 뿐”

JYA 엔터테인먼트, 공식 입장 발표 예정

기사는 짧았다. 그것도 낮은 위치의 뉴스였다. 아직은 큰 파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파동은 시작되고 있었다.

“근데 이상한 게 뭐냐면…”

하늘이 계속했다. 포크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을 멈추고 세아를 직시했다.

“그 곡 들어본 적 있어?”

“아뇨.”

거짓이었다. 세아는 그 곡을 들었다. 여러 번.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박소진의 목소리로 부르는 자신의 곡을. 자신의 멜로디. 자신의 하모니. 자신의 가사. 자신의 영혼이 들어간 곡. 그것을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듣는 것은 마치 자신의 일부가 탈취된 기분이었다. 도둑맞은 일부. 빼앗긴 일부.

“그 곡이 좋아. 진짜. 나 그 곡 들으면서 울었어.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곡의 감정이 박소진 같지 않아. 박소진은 저음의 감정형이잖아. 근데 그 곡은…”

하늘이 말을 멈췄다. 그 이유를 세아는 알았다. 하늘이 깨달았으니까. 그 곡이 누구의 것인지. 그 감정이 누구의 것인지.

“너 그 곡 썼어.”

단정문이었다. 질문이 아니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떡볶이의 양념을 본다. 떡의 표면에 양념이 어떻게 스며드는지. 깊이 들어가는 것. 색깔이 변하는 것.

“세아.”

하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신경을 곤두세우는 목소리.

“내가 물어봤을 때 대답 안 했구나. ‘그 사람 뭐하는 사람인지 알아?’라고 물었을 때.”

“네.”

“강리우가 이거 때문에 제주도로 데려간 거야?”

“아뇨.”

“그럼 뭐 때문에?”

세아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입을 열 수 없었다. 입을 열면 모든 것이 말이 되고, 말이 되면 현실이 된다. 지금까지는 꿈처럼 있을 수 있었다. 강리우의 별장에서의 밤. 파도 소리. 그의 울음. 그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하지만 입을 열면 자신의 이야기가 된다.

“한준호.”

하늘이 말했다. 갑자기. 세아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는데.

“그게 뭐야?”

“내가 물어봐야지. 너한테. 한준호가 뭐야?”

세아는 하늘을 봤다. 하늘의 눈은 여전히 정확했다. 그 눈은 거짓을 용납하지 않는 눈이었다.

“강리우의… 친구?”

“친구? 그냥 친구야?”

세아가 알고 있는 것들이 입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댐이 터지듯이. 한번 시작되면 멈출 수 없는 흐름.

“친구. 그리고 음악가. 베를린 유학생. 그리고…”

“그리고?”

“3년 전에 죽었어요.”

하늘의 얼굴이 조용해졌다. 떡볶이 양념이 입가에 묻어 있었지만, 그것을 닦지 않았다.

“자살.”

세아가 덧붙였다. 왜 덧붙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 단어가 나와야 한 것 같았다. 그 단어 없이는 불완전했다.

“그리고 강리우는 자신이 그걸 막지 못했다고 생각해. 그래서…”

“그래서 너를 구하려고 한다.”

하늘이 문장을 완성했다. 세아의 문장. 세아의 생각. 하늘이 먼저 이해했다.

“네.”

“미쳤다. 진짜.”

하늘이 떡볶이를 밀어냈다. 여전히 뜨거웠지만, 이제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럼 그 사람이 너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죽은 친구를 대신 구하는 거야. 넌 죽은 사람의 대체재야. 너 알아?”

세아는 알았다. 어제 밤 침실에서 깨달았다. 강리우의 말을 들으면서.

“’넌 준호 같았어.’ 그 말이 뭐냐면 ‘너는 준호가 아니다’라는 뜻이야. 너는 준호를 대신할 뿐이야.”

하늘이 손을 들었다. 세아의 손목을 잡았다. 성냥 문신이 있는 손목.

“이거 봤어? 내가 성냥을 그려준 이유. 넌 타고 있어. 어쨌든. 그게 누구의 불이든. 강리우의 불이든 JYA의 불이든. 넌 계속 타고 있어.”

“그게…”

“다르지 않아. 어디서 타든. 타고 있으면 언젠가는 꺼진다.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아.”

하늘이 떨어졌다. 손목에서. 세아는 자신의 손목을 들었다. 불꽃 문신. 작지만 명확했다.

“강리우가 너를 구하는 게 아니야. 강리우가 자기 죄책감을 해결하려고 너를 이용하는 거야. 그리고 넌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어.”

세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핸드폰을 꺼냈다. 카톡을 열었다. 강리우와의 대화. 가장 최근의 메시지.

강리우: “내일 저녁 시간 괜찮아? 만날까. 팀팀하고 싶어.”

세아는 그 메시지를 읽었다. 읽고 또 읽었다. 그것이 뭘 의미하는지 생각했다. 팀팀하고 싶다. 함께하고 싶다. 그것이 사랑인가, 아니면 죄책감인가.

“답 안 했어?”

하늘이 물었다.

“아뇨.”

“답 하지 마.”

“그게…”

“그게가 아니라. 넌 지금 정신이 없어. 넌 ‘박소진’에 대해 생각해야 해. 너 그 곡 왜 줬어? JYA에?”

이제 그 질문이 나왔다. 세아가 가장 피하고 싶던 질문.

“그건…”

“넌 그 곡 써서 자기 앨범으로 내고 싶었잖아. 내가 알아. 넌 항상 그랬어. 자기 이름으로 노래하고 싶다고. 근데 왜 줬어?”

“돈이 필요했어요.”

세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돈이? 뭐하려고?”

“도현이 대학 등록금. 엄마 병원비.”

하늘이 한숨을 쉬었다. 깊은 한숨. 절망의 한숨.

“그럼 강리우 만나고 나서는? 여전히 돈이 필요해?”

“그건…”

“넌 그 사람이 너를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제주도에 갔어. 그리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어. 강리우가 뭔가 해줄 거라고.”

“아니에요.”

세아가 말했다. 너무 빨리. 반사적으로.

“그럼 뭐야?”

“강리우가… 내가 뭐한지 알았어요. 박소진 곡을. 그걸 알았으니까 그 사람이 뭘 하려고 하는지 생각했어요.”

“뭘 하려고?”

“박소진을 노출시키려고. 내 곡을 훔친 걸 공개하려고. 그러면 내 곡이 다시 내 것이 될 거라고…”

하늘이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이었지만, 그것은 슬픈 웃음이었다.

“아, 그러니까 넌 강리우를 통해서 복수하려고 한 거야. 박소진에. JYA에. 근데 그게 정말 복수일까?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착취일까?”

“뭐가…”

“박소진이 너 곡을 훔쳤어. 그래서 박소진을 노출시키면 넌 뭐가 되지? 피해자? 그럼 좋아. 근데 그 과정에서 넌 강리우에게 또 뭘 줘야 하는데? 넌 자꾸 주는 쪽인 거야. 받는 쪽이 아니라.”

세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하늘의 말이 정확했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박소진 뉴스, 강리우가 터뜨린 거야?”

“아뇨.”

“그럼 누가?”

세아는 모른다고 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침묵했다. 침묵이 답이었다.

“강리우가 맞네. 벌써.”

합정역 앞의 노점에서 세아는 떡볶이를 더 이상 먹지 않았다. 하늘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그냥 앉아 있었다. 낮의 햇빛 아래에서. 따뜻하지만, 따뜻하지 않은 햇빛 아래에서.

“너 이제 뭐 할 거야?”

하늘이 물었다. 질문이었지만, 그것은 또한 경고였다.

“모르겠어요.”

“강리우 답장 하지 마. 일단. 그리고 박소진 생각해봐. 그 애도 피해자야. 니가 그 애한테 한 짓을 생각해봐. 너 그 애 곡을 강리우한테 줬어. 아니 줄려고 했어.”

“줬어요.”

세아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

“박소진 곡. 강리우한테 이미 줬어요.”

하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언제?”

“어제. 제주에서. 강리우가 박소진을 노출시킬 거라고 했을 때. 나는…”

“너는?”

“내가 또 다른 곡을 줬어요. 박소진이 노래했던 다른 곡. 내가 쓴.”

하늘이 일어섰다. 떡볶이를 집었던 포크가 떨어졌다. 종이 위에. 양념이 흩어졌다.

“미쳤다. 진짜로. 세아, 넌 지금 두 개의 곡으로 한 명의 사람을 파괴하는 거야. 그리고 너는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니에요.”

“그럼 뭐야?”

“모르겠어요.”

세아가 대답했다. 그것이 진실이었다.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왜 하고 있는지. 그것이 사랑인지, 복수인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자기기만인지.

하늘은 떡볶이 앞에서 떨어졌다. 세아와 마주보지 않았다.

“넌 너 자신을 위해서 뭔가 한 적 있어? 한 번이라도?”

“네.”

세아가 대답했다. 하지만 확신이 없었다.

“언제?”

“편의점에서 일했어요. 도현이 등록금을 위해.”

“그것도 너를 위한 게 아니라 도현이를 위한 거잖아. 언제 넌 네 자신을 위해 뭔가 한 적 있어?”

세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생각해봐도 없었다. 자신을 위해 한 일. 자신만을 위해 한 일. 그런 것이 있었나.

“그 불꽃 문신이 그걸 말해. 넌 계속 타고 있어. 근데 아무도 본 적 없어. 아무도 그 불꽃이 누구의 것인지 몰라. 넌 그냥 밝혀줄 뿐이야. 다른 누군가를.”

하늘이 떡볶이를 완전히 밀어냈다. 더 이상 뜨거운 것도 아니었다. 식은 떡볶이. 차가운 국물.

“강리우 만나지 마. 그리고 박소진한테 사과해. 아직 늦지 않았어.”

“근데 이미 박소진이…”

“알았어. 그럼 더 빨리 움직여. 넌 그 애를 파괴하기 전에 뭔가 해야 해. 넌 지금 성냥이 아니라 불산이 되고 있어. 모든 걸 태워버리는 불산.”

하늘이 일어났다. 완전히. 떡볶이 노점을 떠나려는 움직임.

“기다려. 넌 어디 가?”

“타투샵. 일 봐야지.”

“앞으로 언제 봐?”

“모르겠어. 넌 뭐할 거니까. 나 기다려도…”

하늘은 말을 마치지 않았다. 대신 떡볶이 노점을 떠났다. 빠르게. 돌아보지 않으면서.

세아는 혼자 남겨졌다. 차가운 떡볶이 앞에서. 합정역 앞에서. 낮의 햇빛 아래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강리우였다. 전화. 전화를 받지 않으면 또 다를 수도 있었다. 받지 않고 놔두면. 그러면 이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아는 받았다.

“여보세요?”

“지금 뭐 해?”

강리우의 목소리. 따뜻한 목소리. 그것이 맞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였을 수도 있었다.

“합정역에요.”

“혼자?”

“네.”

침묵이 있었다. 전화선 너머의 침묵.

“박소진 뉴스 봤어?”

강리우가 물었다. 물어보지 말았어야 했던 질문.

“네.”

“잘 됐지?”

그 단어. ‘잘 됐지.’ 무엇이 잘 됐다는 건가. 박소진의 파괴? 세아의 복수? 아니면 강리우의 죄책감 해결?

“네.”

세아가 거짓말을 했다.

“그럼 다음 곡도…”

“아니에요.”

세아가 끊었다. 강리우의 말을 중간에.

“뭐가?”

“더 이상 안 해요.”

“왜?”

세아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왜인지. 그냥 안 되는 것 같았다. 더 이상. 이 모든 것이 멈춰야 할 것 같았다.

“세아?”

강리우가 다시 불렀다. 자신의 이름. 강리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그렇게 무거웠나.

“네?”

“날 만나자. 지금.”

세아는 거절해야 했다. 하늘이 말했듯이. 거절해야 했다. 하지만 거절은 세아가 할 수 없는 단어였다. 거절은 관계를 끊는 것이었고, 관계를 끊는 것은 혼자가 되는 것이었다.

“어디에요?”

세아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였다. 강리우가 원하는 목소리. 약하고, 의존하고, 따르는 목소리.

“한강변. 합정역 근처. 지금.”

세아는 강리우를 만나러 갔다. 차가운 떡볶이를 남겨두고. 하늘의 경고를 무시하고. 자신의 직감을 거스르고.

한강변은 오후 햇빛으로 가득했다. 강 위에 햇빛이 반사되었다. 부서지는 빛. 마치 수천 개의 불꽃처럼. 각각이 반짝이고, 움직이고,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리우는 이미 와 있었다. 산책로 위에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떨리는 손. 피아노를 칠 수 없는 손.

세아가 다가갔다.

“박소진이 뭐래요?”

세아가 먼저 물었다. 안녕 대신에. 인사 대신에.

“뭐라고 했어?”

“언론에서.”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그의 눈에는 무엇이 있었나. 사랑? 죄책감? 아니면 둘 다?

“모른다고 했어. 회사에서 주어진 곡이라고.”

“그리고?”

“그리고 회사에서 그 곡을 어디서 얻었는지 조사 중이대. 원곡 작곡가를 찾으려고.”

세아의 심장이 멈췄다. 원곡 작곡가. 자신. 자신이 찾아질 거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러면 박소진뿐 아니라 JYA도 문제가 될 것이었다. 그 곡을 도용한 회사. 세아의 곡을 훔친 회사.

“좋지? 이제 넌 유명해져. 작곡가로서.”

강리우가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하지만 세아는 그 웃음이 두려웠다. 왜냐하면 그 웃음이 자신의 웃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것은 강리우의 웃음이었다. 자신의 죄책감이 해결된 강리우의 웃음.

“내가 계획했어.”

강리우가 말했다. 마치 자랑하듯이.

“뭘요?”

“박소진. 처음부터. 내가 그 곡을 박소진에게 줄 수 있도록 조정했어. 그리고 그 곡이 표절이라는 걸 폭로하도록 언론에 팁을 줬어. 그럼 원곡 작곡가가 튀어나올 거고. 그게 너야.”

세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난 너를 위해서 한 거야. 넌 이제 유명해져. 넌 더 이상 편의점 직원이 아니야. 넌 작곡가야. 그 곡 하나로 넌 유명해질 거야.”

“그걸 위해서 박소진을…”

“박소진은 피해자가 아니야. 박소진은 이미 너로 인해 유명해진 거야. 그 곡이 박소진을 만든 거야. 박소진이 그 곡을 만든 게 아니라.”

“근데…”

세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 강리우의 논리 앞에서. 그것은 논리였다. 냉정한 논리. 음악 산업의 논리. 약자는 이용되고, 강자는 이용한다. 그것이 규칙이었다.

“넌 이제 내 프로듀서야.”

강리우가 말했다. 아직도 따뜻한 목소리로.

“뭐요?”

“내가 인디 레이블을 세워. 너는 내 프로듀서. 넌 곡을 쓰고, 난 너를 홍보해. 우리 함께 만드는 음악은 모두 너의 이름이 들어갈 거야. 그리고 우린 함께할 거고.”

“함께?”

“그래. 영원히.”

강리우가 손을 내밀었다. 떨리는 손. 피아노를 칠 수 없는 손.

세아는 그 손을 보고 있었다. 그 손을 잡으면 뭐가 될까. 그 손을 잡으면 자신은 정말로 강리우의 것이 되는 걸까. 아니면 강리우가 자신의 것이 되는 걸까.

한강변의 햇빛이 세아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반사된 빛. 부서지는 빛. 수천 개의 불꽃 같은 빛.

그 빛 속에서 세아는 자신의 손을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강리우의 손을 잡았다.

제64화 끝

# 제64화 – 거래

## 1부: 진실의 순간

한강변의 산책로는 오후의 햇빛으로 가득 찼다. 세아는 벤치에 앉아 있었고, 강리우는 그녀 앞에 서 있었다. 바람이 한강을 따라 불어왔고, 그것이 세아의 검은 머리를 살살 흔들었다. 그녀의 심장은 이미 비정상적인 리듬으로 뛰고 있었다.

“그리고?” 세아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다. 마치 큰 소리로 말하면 무언가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강리우가 벤치 옆에 앉았다. 그의 움직임은 여전히 우아했다. 피아노를 칠 수 없는 손이라는 사실이 그의 우아함을 조금도 빼앗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그 손이 그를 더욱 신비로운 인물로 만들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그 곡을 어디서 얻었는지 조사 중이대.” 강리우가 천천히 말했다. “원곡 작곡가를 찾으려고.”

세아의 심장이 정말로 멈췄다. 아니, 멈춘 것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 그녀의 가슴을 쥐어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원곡 작곡가. 그것은 자신을 의미했다. 자신이 찾아질 거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러면 박소진뿐 아니라 JYA도 문제가 될 것이었다. 그 곡을 도용한 회사. 세아의 곡을 훔친 회사. 그 회사가 법적인 문제에 휘말릴 것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도 문제가 될 것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그 곡을 만들었다는 것이 드러나면, 박소진이 그 곡을 부를 때 자신이 그 곡을 주었다는 사실도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왜 그 곡을 박소진에게 주었는지가 드러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돈이었다. 편의점 직원의 급여로는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자신이 만든 곡을 팔았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었다.

세아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그것을 감추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따뜻했지만, 세아는 추위를 느꼈다.

“좋지? 이제 넌 유명해져. 작곡가로서.”

강리우가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마치 봄날의 햇빛처럼 따뜻한 웃음이었다. 하지만 세아는 그 웃음이 두려웠다. 왜냐하면 그 웃음이 자신의 웃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강리우의 웃음이었다. 자신의 죄책감이 해결된 강리우의 웃음. 자신의 계획이 완성된 강리우의 웃음.

“잠깐… 뭐라고 하셨어요?” 세아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내가 계획했어.”

강리우가 말했다. 마치 자랑하듯이. 마치 자신이 한 일이 위대한 예술 작품이라도 되는 양.

“뭘요?” 세아가 되물었다. 그녀는 강리우의 다음 말이 무엇일지 알고 싶었고, 동시에 절대로 알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확인되는 순간, 자신의 세계는 완전히 바뀔 것이기 때문이었다.

“박소진. 처음부터. 내가 그 곡을 박소진에게 줄 수 있도록 조정했어.”

강리우의 말이 한마디 한마디 세아의 귓가에 박혔다. 마치 못이 목재에 박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곡이 표절이라는 걸 폭로하도록 언론에 팁을 줬어. 그럼 원곡 작곡가가 튀어나올 거고. 그게 너야.”

세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는 되었지만,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강리우가 자신을 위해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이. 그것도 박소진을 이용해서.

박소진. 그 이름이 세아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박소진은 자신의 곡을 부르는 가수였다. 박소진은 자신이 만든 음악으로 유명해진 가수였다. 그리고 지금 그 가수는 표절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었다.

“난 너를 위해서 한 거야.”

강리우가 계속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따뜻했다. 마치 자신이 한 일이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확신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넌 이제 유명해져. 넌 더 이상 편의점 직원이 아니야. 넌 작곡가야. 그 곡 하나로 넌 유명해질 거야.”

“그걸 위해서 박소진을…” 세아가 말을 시작했다.

“박소진은 피해자가 아니야.”

강리우가 빠르게 끊어 말했다. 마치 이 반박을 여러 번 예상하고 있었던 것처럼.

“박소진은 이미 너로 인해 유명해진 거야. 그 곡이 박소진을 만든 거야. 박소진이 그 곡을 만든 게 아니라.”

세아가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강리우의 논리 앞에서 자신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은 논리였다. 냉정한 논리. 음악 산업의 논리. 약자는 이용되고, 강자는 이용한다. 그것이 이 세계의 규칙이었다.

세아는 한강을 바라봤다. 강물은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수천 개의 작은 불꽃처럼 반짝이는 강물. 하지만 그것은 단지 반사일 뿐, 강물 자체가 빛나는 것은 아니었다. 마치 자신처럼.

“넌 이제 내 프로듀서야.”

강리우가 말했다. 아직도 따뜻한 목소리로. 세아는 그 목소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느꼈다. 그 따뜻함 안에 얼마나 많은 계산과 조종이 숨어 있는지.

“뭐요?” 세아가 물었다.

“내가 인디 레이블을 세워. 너는 내 프로듀서. 넌 곡을 쓰고, 난 너를 홍보해. 우리 함께 만드는 음악은 모두 너의 이름이 들어갈 거야. 그리고 우린 함께할 거고.”

강리우가 일어섰다. 그는 세아 앞에 서 있었다. 오후의 햇빛이 그의 뒷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마치 신처럼 보였다. 강력하고, 신비로우며, 절대적인 존재로.

“함께?” 세아가 되물었다.

“그래. 영원히.”

강리우가 손을 내밀었다. 떨리는 손. 그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피아노를 칠 수 없는 손. 하지만 여전히 강력한 손.

세아는 그 손을 보고 있었다. 그 손을 잡으면 뭐가 될까. 그 손을 잡으면 자신은 정말로 강리우의 것이 되는 걸까. 아니면 강리우가 자신의 것이 되는 걸까.

그 손을 잡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박소진을 완전히 버린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한 일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음악 산업의 냉정한 논리를 받아들인다는 뜻이었다.

## 2부: 교차로에서

세아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수많은 생각들이 동시에 흐르고 있었다.

편의점 직원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자신의 욕망. 작곡가로 인정받고 싶었던 자신의 꿈. 그리고 그 꿈을 실현시켜 주겠다는 강리우의 제안.

하지만 동시에 박소진의 얼굴이 자신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자신이 그 곡을 주었을 때 박소진의 얼굴. 그 얼굴은 감사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가수는 그 곡이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곡으로 자신이 유명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그 가수는 표절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것이었다.

자신이 이 모든 것의 원인이었다. 자신이 그 곡을 팔지 않았다면, 자신이 강리우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자신의 선택이었다. 자신이 그 곡을 팔기로 선택한 것이었다. 자신이 그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편의점 직원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강리우가 자신의 모든 꿈을 실현시켜 주겠다고 제안하고 있었다.

한강변의 햇빛이 세아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반사된 빛. 부서지는 빛. 수천 개의 불꽃 같은 빛.

“생각해 봐.”

강리우가 말했다.

“넌 지금 인생의 교차로에 서 있어. 한쪽은 계속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밤에 곡을 쓰는 삶. 다른 한쪽은 전업 작곡가로서 유명해지는 삶. 어느 쪽을 선택할 거야?”

“그건… 선택이 아니잖아요.”

세아가 약하게 말했다.

“맞아. 그건 선택이 아니야. 그건 필연이야. 넌 이미 선택했어. 넌 이미 그 곡을 팔았어. 넌 이미 박소진을 선택했어. 이제 넌 그것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돼.”

강리우의 말이 사실처럼 들렸다. 마치 그것이 우주의 법칙인 것처럼.

세아는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손은 떨렸다. 작곡가의 손. 하지만 현재는 편의점 계산대에 있는 손. 앞으로는 강리우의 손을 잡을 손.

그녀는 천천히 강리우의 손을 향해 자신의 손을 움직였다.

## 3부: 손을 맞잡다

강리우의 손이 따뜻했다. 세아는 그것을 느꼈다. 그 손은 살아있는 손이었다. 피가 흐르는 손이었다. 그리고 그 손은 강력했다.

세아가 강리우의 손을 잡는 순간, 무언가가 바뀌었다. 그것은 마치 어떤 계약이 체결되는 것 같았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법적 효력을 가진 계약.

“좋아. 이제 우리는 파트너야.”

강리우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승리감이 가득 차 있었다.

세아는 자신의 손이 강리우의 손 속에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 손은 따뜻했고, 부드러웠으며, 동시에 매우 단호했다.

그녀는 한강을 다시 바라봤다. 강물은 여전히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강물은 다르게 보였다. 마치 자신의 삶이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편의점 직원 세아는 죽었다. 이제 그녀는 작곡가 세아로 다시 태어날 것이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대가는 박소진이었다.

“미안합니다.”

세아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사과는 박소진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양심을 향한 사과였다. 그리고 그 양심은 이미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강리우는 세아의 손을 꽉 잡았다.

“이제 시작이야.”

그가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의 시대가 시작돼.”

## 에필로그: 새로운 시대의 서막

저녁이 되었을 때, 세아와 강리우는 여전히 한강변에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하늘은 주황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박소진은 어떻게 되나요?” 세아가 물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강리우가 대답했다.

“박소진은 그 곡으로 이미 유명해졌어. 이 일이 터지면, 사람들은 박소진을 동정할 거야. 그리고 그 동정은 또 다른 관심으로 바뀔 거야. 박소진은 죽지 않아. 박소진은 더 유명해질 거야.”

“하지만…”

“하지만 뭐?”

강리우가 세아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해가 지는 하늘만큼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아름함 속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감정이 숨어 있었다.

“너는 지금 약한 생각을 하고 있어. 음악 산업에서 약함은 죽음이야. 약자는 항상 이용당해.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야.”

세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강리우의 말이 옳은 것 같았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냉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가자.”

강리우가 세아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우리는 이제 역사를 만들 거야.”

세아는 한 번 뒤를 돌아봤다. 그녀가 방금 앉아 있던 벤치. 그 벤치 위에는 자신의 옛 모습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편의점 직원 세아. 꿈을 가진 하지만 약한 여자.

하지만 그 여자는 이제 사라졌다. 그녀의 손을 잡은 강리우가 데려간 곳에서.

한강변의 해는 완전히 졌다. 밤이 왔다. 새로운 밤. 새로운 시작.

그리고 그 새로운 시작의 대가를 치를 사람이 누구인지, 세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제64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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