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33화: 불꽃이 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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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3화: 불꽃이 타기 전에

새벽 3시 42분. 편의점의 형광등이 세아의 얼굴을 하얀색으로 칠했다.

카운터 뒤에서 세아는 계산대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손님은 없었다. 새벽 3시대는 항상 그렇게 시작된다. 조용함. 고요함. 어떤 움직임도 필요 없는 시간. 하지만 세아의 손가락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왼손의 손가락을 오른손으로 누르면서 하나씩 구부렸다.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소지. 다섯 개. 모두 있었다.

도현이의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그 사람 좋은 사람 아닌 것 같아.” “누나 목소리 요즘 이상해. 자는 것처럼 말해.”

17살 짜리가 듣는 목소리가 이렇다면, 세아는 정말로 변했다는 뜻이었다. 그것도 한두 주가 아니라 더 오래 전부터. 아마 강리우를 만나면서부터. 아니면 그 전부터,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편의점 입구의 자동문이 열렸다. 경고음 없이 여닫히는 문. 세아는 고개를 올렸다.

들어온 것은 노숙인이었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턱수염이 길었고, 옷이 몇 겹 겹쳐 있었다. 그는 세아를 보지도 않았다. 그냥 편의점 안으로 걸어 들어가 음료 코너로 향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5분이 지나 빈손으로 나갔다.

세아는 그를 따라가지 않았다. 편의점의 CCTV가 있었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경영진의 일이었다. 자신의 일은 그저 있는 것뿐이었다. 있고, 기다리고, 누군가가 들어오고 나갈 때 그것을 확인하는 것. 마치 문지방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핸드폰이 울렸다. 새벽 4시 정각. 알람이었다. 편의점 폐기 음식 처리 시간. 세아는 알람을 끄고 일어섰다. 통증이 다리에 올라왔다. 여덟 시간을 서 있으면 항상 이랬다. 종아리, 허벅지, 발목. 모두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폐기 음식 처리는 혼자 할 수 없었다. 매니저가 필요했다. 세아는 계산대에 있는 휴대폰으로 매니저 김영희에게 전화했다.

“네?”

김영희의 목소리는 여전히 자던 중이었다. 새벽 4시에 깨우는 것이 미안했지만, 절차는 절차였다. 세아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말했다.

“폐기 처리 시간입니다.”

“아, 알겠어. 지금 가. 3분이면 도착해.”

전화를 끊은 후, 세아는 냉동실로 들어갔다. 냉동실 안은 영하 18도였다. 한겨울처럼 추웠다. 세아는 추위를 좋아했다. 따뜻함은 거짓이었지만, 추위는 정직했다. 추위는 당신을 속이지 않았다. 추위는 당신을 자각시켰다.

냉동실 선반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계란말이, 떡볶이, 김밥, 주먹밥. 모두 누군가 사 먹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들. 그것들은 팔리지 않았고, 지금은 쓰레기가 되어야 했다.

세아는 한 개씩 집어서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손이 차가워졌다. 냉동실의 차가움과 손의 차가움이 섞였다. 어디서 내 온도가 끝나고 세상의 온도가 시작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넣어, 이것도.”

매니저 김영희가 냉동실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자는 중이었다. 하지만 손은 움직이고 있었다. 손가락이 빠르게 이 것, 저것을 가리켰다. 마치 기계처럼.

세아는 김영희가 가리킨 것들을 집어서 넣었다. 말없이. 두 사람은 5분이 넘게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물건을 집고, 넣고, 다시 집고, 또 넣었다.

“손가락 봐.”

갑자기 김영희가 말했다.

“뭐요?”

“손가락. 까매졌네. 뭐 하는 거야?”

세아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손가락 끝이 검게 변해 있었다. 냉동실의 추위 때문에 더 검어 보였다.

“일하다 보면…”

“편의점에서? 이 정도가?”

김영희의 목소리에는 의심이 있었다.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진실은 복잡했다. 편의점에서 오는 것도 있었고, 강리우와 만나면서 오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노래를 쓸 때 오는 것도 있었다. 손가락이 검어지는 이유는 여럿이었다.

“너 몸 조심해. 얘기하고 싶으면 이야기해. 이건 최저임금 일자리인데, 너 때문에 일하는 거 아니잖아.”

그 말을 들으면서 세아는 깨달았다. 김영희도 자신처럼 살고 있다는 것을. 자신의 삶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위해서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아마 딸이나 아들이 있을 것이고, 그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있을 것이고, 그 아이들의 교육비를 위해 이 새벽 4시에 냉동실에서 음식을 버리고 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세아가 말했다.

“뭔가 많이 일어나는 건가? 넌 자꾸 말투가 달라져.”

김영희는 세아의 얼굴을 정면으로 봤다. 그것은 관심의 시선이 아니었다. 그저 확인의 시선이었다. 상대방이 정말로 여기 있는지, 정말로 살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선.

“괜찮습니다.”

“그럼 됐어. 이것도 처리하고 정리해.”

김영희는 냉동실을 나갔다. 세아는 남겨진 음식들을 계속 집었다. 손이 더 차가워졌다. 이제 손가락이 거의 감각이 없었다. 마치 자신의 손가락이 아닌 것처럼. 남의 손처럼.


새벽 5시에 편의점 업무가 끝났다. 세아는 오후 2시부터 다시 일해야 했다. 사이에는 9시간이 있었다. 9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것들: 자기(6시간), 밥 먹기(30분), 도현이와 통화하기(30분), 노래 쓰기(1시간), 강리우와 만나기(1시간).

하지만 강리우와의 약속은 오후 7시였다. 그러면 9시간을 제대로 나눌 수 없었다. 뭔가를 포기해야 했다. 아마 자는 시간일 것이다.

세아는 합정역으로 향했다. 새벽 5시 20분의 서울은 이상한 시간대였다. 밤이 아니었지만 아침도 아니었다. 그저 시간의 틈새. 청소하는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있었다. 밤 사이에 떨어진 쓰레기들을 치우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기계적이었다. 정해진 동작, 정해진 속도, 정해진 결과.

지하철 역으로 들어가면서 세아는 자신을 돌아봤다. 자신도 그들처럼 기계적이 되어가고 있지 않을까.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정해진 시간에 만나고, 정해진 시간에 자고, 정해진 시간에 죽을 때까지.

지하철은 거의 비어 있었다. 세아는 맨 앞 칸에 앉았다. 창밖의 풍경이 지나갔다. 건설 중인 건물들, 아직 불이 켜진 사무실들, 새벽 배달을 하는 오토바이들. 모두가 움직이고 있었다. 세상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단지 그 속의 사람들이 피곤해질 뿐.

합정역에 도착했을 때 새벽 5시 45분이었다. 세아는 고시원으로 향했다. 골목은 여전히 어두웠다. 한두 명의 취한 사람들이 골목에서 자고 있었다. 세아는 그들을 밟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들도 어딘가의 아들이고, 딸이고, 누군가의 형제였을 것이다. 언제 이렇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방에 들어섰을 때 장판이가 울었다. 하루 종일 혼자 있던 고양이의 울음. 세아는 고양이를 안았다. 따뜻했다. 고양이의 몸은 이 방의 난방이었다.

“미안해.”

세아가 중얼거렸다. 고양이는 대답 대신 머리를 비볐다.

새벽 6시. 세아는 침대에 누웠다.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5초. 10초. 15초. 20초. 잠을 재는 것처럼. 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대신 생각들이 밀려왔다.

강리우와의 약속.

도현이의 목소리.

손가락의 검은 자국.

김영희의 시선.

노트북의 미완성 문장.

계약서의 붉은 줄.

모두가 동시에.

세아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잠을 포기했다. 대신 노트북을 켰다. 새벽 6시 3분. 화면이 밝혀졌다.

이전의 미완성 문장이 여전히 거기 있었다. “누군가는 이 세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한다. 하지만 그것이 공정한 교환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왜냐하면 값을 매길…”

세아는 다음을 이었다.

“…값을 매길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 선택, 시간, 자유. 이 모든 것들은 가격표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매일 판다. 아주 싼 가격에. 마치 그것들이 원래 값이 없었던 것처럼.”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손을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자신의 손가락을 보고 있었지만, 그것들은 낯설었다.

“강리우는 나에게 보호를 제시했다. 하지만 보호라는 것은 감금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나를 지킨다는 것은, 나를 통제한다는 것과 같지 않을까. 그리고 난 그것을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나는 보호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의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다. 그것이 나약함인지 인간의 본질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아는 멈추고 화면을 바라봤다. 자신이 쓴 글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이것은 일기도 아니었고, 노래도 아니었다. 그저 혼잣말이었다. 자신에게 하는 말.

노트북의 시간이 새벽 6시 28분을 가리켰다.

도현이에게 전화를 걸어야 한다. 아침 인사. 밥 먹었냐고 묻기. 엄마 안녕하신지 물어보기. 모든 것을 정상처럼 연기하기. 세아는 손을 놓았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이 밝혀졌다. 수십 개의 미읽음 메시지. 하늘이가 보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늘이 (오후 9시 58분)

야 진짜 뭐 하는 거야

하늘이 (오후 10시 45분)

그 남자 때문이야? 진짜로?

하늘이 (밤 11시 30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길 노릇. 내가 뭐했는데

하늘이 (밤 12시 15분)

세아야. 나랑 얘기해. 제발.

마지막 메시지는 새벽 1시 47분에 왔다.

하늘이 (새벽 1시 47분)

알겠어. 내가 물러날게. 그 남자가 더 좋으면 그래. 근데 나중에 후회하지 마. 진짜로.

세아는 그 메시지를 읽고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멈춰 있었다. 답장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강리우의 말이 떠올랐다. 아무도 만나지 말고, 특히 하늘이 같은 친구는.

세아는 답장을 쓰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이 다른 번호를 눌렀다. 강리우의 번호. 새벽 6시 35분. 아침 일찍 전화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다. 하지만 세아는 이미 예의 밖의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전화가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여보세요?”

강리우의 목소리는 깬 상태였다. 마치 아침부터 깨어 있었던 것처럼.

“죄송합니다. 너무 일러서.”

“괜찮아. 뭐야?”

“저… 오늘 못 갈 것 같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의 무게가 세아를 누르고 있었다.

“왜?”

“일이…”

“거짓말은 하지 마. 약속했잖아.”

강리우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 아침 햇빛이 아직도 없는 새벽의 강리우는, 밤의 강리우였다.

세아는 핸드폰을 쥐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약속할 겁니다.”

세아가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누구의 목소리인지 몰랐다. 그것은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계약서에 사인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자신의 이름을 쓴 사람의 목소리. 자신의 음악을 포기한 사람의 목소리.

“오후 7시. 같은 곳.”

강리우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세아가 대답했다.

전화를 끊은 후, 세아는 침대에 쓰러졌다. 새벽 6시 42분. 시간이 뒤로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면 자신이 뒤로 가고 있었다. 어제로, 그 전날로, 그 훨씬 이전으로. 제주도의 바다로, 어머니가 물속에서 올라오던 시간으로.

장판이가 다시 울었다. 고양이는 먹이를 원했다. 세아는 고양이를 밀어냈다.

“나도 못 먹어.”

세아가 속삭였다.

고양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오후 1시 30분. 세아는 편의점에 들어갔다. 동료는 없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시간대 전까지는 항상 그렇게 비어 있었다. 세아는 카운터 뒤에 서서 일일 보고서를 정리했다. 새벽의 폐기 처리, 오전의 매출, 오후의 예상 고객.

모든 것이 숫자였다. 모든 것이 계산가능했다. 단지 사람만 계산할 수 없었다.

오후 2시. 첫 손님이 들어왔다. 학생이었다. 편의점 도시락을 사 가면서 세아를 보지도 않았다. 다음 손님도 마찬가지였다. 그 다음도. 모두가 세아를 보지 않았다. 세아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배경이었다. 벽처럼. 공기처럼.

오후 5시. 강리우에게서 문자가 왔다.

강리우 (오후 5시)

지금 출발해. 1시간 있어.

세아는 매니저에게 먼저 퇴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한 일이 있다고. 매니저는 별 말 없이 승인했다. 세아는 자신의 가치가 이 정도라는 걸 알고 있었다.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사람. 언제든지 누군가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수 있는 사람.

지하철을 타고 강남역으로 향했다. 오후 5시 30분. 차가운 지하철 안에서 세아는 자신의 손가락을 다시 봤다. 여전히 검었다.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색깔. 마치 자신의 본질인 것처럼.

강남역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해가 낮게 걸려 있었다. 저무는 해. 아직 밤은 아니었지만, 낮도 아니었다. 그저 그 사이의 시간. 세아가 살고 있는 시간. 밝음도 어둠도 아닌 중간의 시간.

카페 앞에 도착했을 때 오후 6시 45분이었다. 강리우는 이미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따뜻한 커피 앞에서. 세아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얼굴이 안 좋아 보여.”

강리우가 말했다.

“잠을 못 잤습니다.”

“왜?”

“생각이 많았습니다.”

강리우는 세아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마치 카메라처럼 모든 것을 찍고 있었다. 세아의 얼굴, 세아의 손, 세아의 호흡까지.

“뭘 생각했어?”

“제가 뭘 하고 있는 건지.”

“그리고?”

“모르겠습니다.”

강리우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하지만 웃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세아의 손을 집어 들었다. 그 따뜻한 손으로. 세아의 손은 차갑고 검었고, 작았다.

“너를 보호하고 있는 거야. 그게 뭔지 모르겠어?”

“네. 알아요. 근데…”

세아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근데 뭐?”

“제 친구가…”

“아, 하늘이 말이지.”

강리우의 목소리에는 뭔가 냉정함이 있었다.

“네. 그 친구가 제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제 타투숍에서 기다린다고. 저를 보고 싶다고.”

강리우의 손이 세아의 손을 더 강하게 쥐었다.

“넌 절대 그 친구를 만나면 안 돼.”

“왜죠?”

“왜냐하면 그 친구는 너를 나에게서 빼앗아가려고 할 거니까.”

“그럴 리 없습니다.”

“있어. 너처럼 착한 사람은 모른다. 이 세상이 얼마나 더럽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를 이용하려고 하는지.”

세아는 자신의 손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강리우의 손은 풀리지 않았다. 마치 그것이 자신의 손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이라도 된 것처럼.

“저는 할 말이 있습니다. 제 친구에게.”

세아가 말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이번 주 토요일. 내가 다 정리해줄 테니까. 너와 그 친구, 그리고 나. 셋이 만나자. 그리고 너는 자신의 선택을 해. 나를 택할 건지, 그 친구를 택할 건지.”

“그게…”

“선택의 자유가 필요하지? 그럼 줄게. 완전한 선택의 자유.”

강리우가 말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세아가 들은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위협이었다. 아주 예쁘게 포장된 위협이었지만.

세아의 손가락이 다시 떨렸다.

그리고 그 순간, 세아는 깨달았다. 자신이 불꽃이라는 것을.

마치 성냥팔이 소녀처럼, 자신이 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불꽃이 곧 꺼질 것이라는 것을.


★ 다음 화로 예상되는 전개 ★

1. 하늘이와의 만남: 토요일 약속은 세아에게 가장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 될 것

2. 강리우의 진정한 의도 노출: 보호가 아닌 통제, 사랑이 아닌 소유욕

3. 박소진의 출현: 같은 방식으로 착취당한 또 다른 여성의 등장

4. 도현이의 역할 강화: 남동생이 누나를 구하려 하는 전개 가능성

5. 세아의 각성: 자신의 목소리를 되찾기 위한 첫 발걸음

# 불꽃의 그림자

## 제1부: 차가운 손

차가움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세아가 깨달은 것도 그렇게 갑작스러웠다. 강리우의 손이 자신의 손목을 감싼 순간, 그 온도가 전혀 따뜻하지 않다는 것을. 겨울 밤의 돌 같은 냉기가 그의 손가락 끝에서 흘러나와, 천천히 자신의 혈관을 따라 올라오고 있었다.

“너를 보호하고 있는 거야. 그게 뭔지 모르겠어?”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렇기 때문에 더 위험했다. 세아는 지난 몇 개월간 그 목소리의 비밀을 배워왔다. 부드러울수록 단호할 수 있다는 것, 낮을수록 깊이 박혀들 수 있다는 것, 상냥할수록 피할 수 없다는 것 말이다.

세아의 눈이 천천히 들어올려졌다. 강리우의 얼굴이 그녀의 시야에 가득 차올랐다. 검은 눈, 검은 머리, 검은 옷. 마치 밤이 스스로 인간의 형태를 갖춘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검은색 안에는 세아 자신의 형상이 반사되어 있었다. 작고, 창백하고, 벌벌 떨리는 모습으로.

“네. 알아요. 근데…”

세아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그 다음 말은 목구멍에서 자꾸만 걸렸다. 마치 누군가가 목에 손을 걸고 있는 것처럼. 실제로는 아무도 그러지 않고 있었지만, 그 느낌은 너무나 생생했다.

강리우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의 턱이 약간 들어올려졌고, 눈썹이 미묘하게 움직였다. 그것은 호기심의 표현처럼 보였지만, 세아는 알았다. 그것은 사냥꾼이 먹이의 움직임을 감지했을 때의 표정이었다.

“근데 뭐?”

두 글자. 그것이 전부였지만, 그 두 글자는 세아의 등줄기를 따라 얼음처럼 흘러내렸다.

세아는 숨을 가다듬었다. 타투숍의 형광등이 자신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방음벽 너머로는 낮 거리의 소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사람들의 웃음소리, 자동차의 경적음, 일상의 평온함. 그것들이 지금 세아에게는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제 친구가…”

“아, 하늘이 말이지.”

강리우가 먼저 말했다. 마치 세아가 다음에 할 말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아마 그렇게 알고 있었을 것이다. 강리우는 항상 알고 있었으니까. 세아의 친구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언제 연락하는지, 무엇을 말하는지. 그는 세아의 세계 전체를 투명하게 만들어버렸다.

강리우의 목소리에는 뭔가 냉정함이 흐르고 있었다. 얼음이 녹을 때의 그 섬뜩한 소리처럼. 세아는 그 냉정함을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했을 때만 나타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알았다. 그 냉정함은 항상 그 안에 있었고, 단지 언제 나타낼지를 선택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네. 그 친구가 제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제 타투숍에서 기다린다고. 저를 보고 싶다고.”

세아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속삭임 속에는 작은 항거가 담겨 있었다. 자신의 친구와 만나고 싶다는, 그 작은 바람 말이다.

강리우의 손이 더 강하게 쥐어졌다.

세아는 자신의 손이 아플 때까지 쥐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통증은 자신의 손목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심장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통증이었다. 자신이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의 그 통증 말이다.

“넌 절대 그 친구를 만나면 안 돼.”

“왜죠?”

세아는 물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무엇인가 다른 것도 섞여 있었다. 호기심이 아니라, 저항이었다.

“왜냐하면 그 친구는 너를 나에게서 빼앗아가려고 할 거니까.”

강리우의 설명은 너무나 단순했다. 마치 1+1=2 같은 자명한 진리를 말하는 것처럼. 하지만 세아는 그 단순함 안에 숨어 있는 위험을 느꼈다. 단순한 논리는 반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리 없습니다.”

세아는 말했다. 자신이 얼마나 약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지를 알면서도. 하지만 말해야 했다. 누군가는 말을 해야 했다.

“있어. 너처럼 착한 사람은 모른다. 이 세상이 얼마나 더럽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너를 이용하려고 하는지.”

강리우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섞여 있었다. 진정한 슬픔일까? 아니면 연기일까? 세아는 더 이상 그것을 구분할 수 없었다. 그것이 강리우의 가장 큰 무기였다. 그가 말하는 모든 것이 사실처럼 들리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그것들이 사실과 거짓의 경계에 서 있도록 만드는 것.

세아는 자신의 손을 빼려고 했다. 조용하고 부드럽게. 마치 잠든 아이를 깨우지 않으려는 어머니처럼. 하지만 강리우의 손은 풀리지 않았다.

그 손은 마치 자신의 손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살이 아닌 철로 된 족쇄처럼. 아니면 깊은 물 속의 해초처럼. 얽힐수록 더 깊게 파고드는 그런 것 말이다.

세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그것을 흘리지는 않았다. 강리우는 눈물을 싫어했다. 약함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약함은 그가 더 강해질 이유를 주었다.

“저는 할 말이 있습니다. 제 친구에게.”

세아가 말했다.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있었다. 아주 작은 것이었지만, 존재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의 목소리라는 것.

강리우가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는 따뜻하지 않았다. 차가운 금속이 햇빛에 반사될 때의 그 찬란함처럼 보였다. 아름답지만 접근하면 베일 수 있는 그런 미소였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이번 주 토요일. 내가 다 정리해줄 테니까. 너와 그 친구, 그리고 나. 셋이 만나자. 그리고 너는 자신의 선택을 해. 나를 택할 건지, 그 친구를 택할 건지.”

그의 목소리는 갑자기 부드러워졌다. 마치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보여줄 때의 그 톤으로. 하지만 세아는 알았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이것은 함정이라는 것을.

“그게…”

세아가 말을 시작했다.

“선택의 자유가 필요하지? 그럼 줄게. 완전한 선택의 자유.”

강리우가 먼저 말을 끝냈다. 그의 말투는 관대한 왕이 신민에게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세아의 피부는 알고 있었다. 그 관대함이 무엇인지를. 그것은 먹이를 원으로 그린 후에, 먹이에게 도망칠 자유를 주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 원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강리우의 입술이 움직였다. 하지만 세아가 들은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위협이었다. 아주 예쁘게 포장된 위협이었지만.

세아의 손가락이 다시 떨렸다.

타투숍의 형광등이 그 떨림을 크고 명확하게 비추었다. 마치 세아의 두려움을 감추지 말라고 요구하듯이. 하지만 자신의 두려움마저도 숨길 수 없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공포였다.

## 제2부: 깨달음의 순간

그리고 그 순간, 세아는 깨달았다.

자신이 불꽃이라는 것을.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처럼 말이다. 작고, 약하고, 누군가의 손에서 점화되는 그런 불꽃. 그리고 그 불꽃이 곧 꺼질 것이라는 것을.

사실 세아가 자신을 불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자신을 불꽃이라고 생각할 만큼 큰 존재라고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은 그저 – 누군가의 배경일 뿐이었다. 자신의 어머니의 딸이었고, 자신의 회사의 직원이었고, 이제는 강리우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그 생각이 변했다.

자신은 불꽃이다. 작은 불꽃이지만, 분명한 불꽃이다. 그리고 불꽃은 타오른다. 그것이 불꽃의 존재 이유다. 타오르지 않는 불꽃은 불꽃이 아니라, 단지 연기일 뿐이다.

세아는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 강리우의 손가락이 그곳을 조여주고 있었다. 그 손가락은 마치 감옥의 철창처럼 보였다. 하지만 철창은 또한 감시자를 가둔다. 감시자가 감시를 멈추기 전까지 말이다.

세아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달아난다면? 만약 자신이 강리우의 손을 뿌리치고, 타투숍을 나가고, 하늘이를 만난다면?

그러면 어떻게 될까?

그 질문은 너무나 위험했다. 그래서 세아는 지금까지 그것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제는 자신이 불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불꽃이 자신의 타오름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자살과 같은 것이다.

“토요일에…”

세아가 천천히 말했다.

“네가 뭘 하려는지 알아?”

강리우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그 안의 온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아니요.”

세아는 대답했다. 그것은 거짓이었다. 세아는 알고 있었다. 강리우가 토요일에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것은 자신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선택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강리우는 매우 똑똑했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위험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억지로 가둔 새는 언젠가 탈출한다는 것을. 하지만 자신이 선택해서 갇힌 새는 영원히 갇혀 있다는 것을.

세아는 자신의 손을 다시 한 번 빼려고 했다.

이번에는 더 강하게. 더 결정적으로.

“세아.”

강리우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세아가 멈췄다. 자신의 이름이 그렇게 위협적으로 들린 적이 없었다. 자신의 이름 자체가 족쇄가 되어 있었다.

“나를 믿어. 내가 너를 지켜줄 테니까.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마. 나만 있으면 된다.”

강리우의 말은 자상했다. 마치 어린 아이를 달래는 어머니처럼. 하지만 세아는 알았다.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이것은 통제라는 것을. 그리고 그 통제의 이름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것은 없다는 것을.

## 제3부: 타투숍의 비밀

타투숍은 강리우의 세계의 중심이었다.

넓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그 공간은 마치 성처럼 느껴졌다. 벽면에는 수백 가지의 타투 디자인이 붙어 있었다. 용, 나비, 장미, 그리고 더 어둡고 복잡한 것들. 각각의 그림은 누군가의 몸에 새겨진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세아는 처음 이 곳에 들어왔을 때, 이 공간을 예술의 전당이라고 생각했다. 강리우를 그곳의 예술가라고 생각했다. 그가 사람들의 피부 위에 영원한 흔적을 남기는 모습을 봤을 때, 그것은 정말로 아름다워 보였다.

하지만 이제 세아는 다르게 본다.

타투는 표시다. 강리우의 표시. 누군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식 중 하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너도 타투를 해야 해.”

강리우가 어느 날 말했었다.

“저는…”

“너는 내 것이니까. 표시가 필요해.”

그 말을 들었을 때, 세아의 마음이 철저히 부서졌었다. 자신이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 되는 순간의 그 감각. 그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공포였다.

하지만 그것도 거절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거절하는 순간, 강리우의 목소리가 변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변한 목소리는 세아를 더 깊은 공포로 몰아넣었다.

타투숍의 형광등은 여전히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 아래에서 세아는 느껴졌다. 자신이 마치 수술대 위의 환자처럼. 아니, 더 정확히는 해부 대상처럼.

“이번 주 토요일.”

강리우가 다시 말했다.

“하늘이가 올 거야. 그리고 넌 선택을 할 거야. 나를 택하거나, 그 친구를 택하거나.”

“그런데 제가 친구를 택하면요?”

세아는 물었다. 그것은 위험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물어야 했다.

강리우가 웃었다. 그것은 진정한 웃음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연기였을까?

“그럼 난 널 놓아줄 거야. 완전히.”

“정말요?”

“응. 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왜냐하면 넌 나를 택할 거니까.”

그의 자신감은 절대적이었다. 마치 미래가 이미 정해진 것처럼. 그리고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강리우의 머리 속에서는 이미 토요일이 끝난 상태일 것이다. 그리고 세아가 자신을 택한 상태일 것이다.

“왜 그렇게 확신하세요?”

세아가 물었다.

“왜냐하면 넌 착하니까. 그리고 착한 사람은 항상 자신을 희생해. 다른 사람을 위해서. 그 친구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생각하면, 넌 그 친구를 버릴 거야. 그리고 나를 택할 거야. 자신이 버티기 위해서. 그 친구를 보호하기 위해서.”

강리우의 분석은 정확했다.

세아는 느껴졌다.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것인지를. 자신의 착함이 어떻게 자신의 감옥이 되었는지를. 자신이 다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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