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246화: 어머니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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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6화: 어머니의 선택

어머니의 손이 세아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천천히. 마치 물 속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세아는 그것을 붙잡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의지는 분명했다. 손을 놓아야 한다. 그 손은 침대 위로 돌아갔다. 어머니의 가슴 위에 올려놨다. 마치 자신의 심장을 지키려는 것처럼.

“그 사람을 떠나야 해.”

어머니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30분 전 깨어난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마치 어머니가 이 말을 수천 번 연습해온 것처럼. 또는 깊은 수면 속에서도 이 문장을 반복해온 것처럼.

세아는 침대 발치에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는다. 어머니는 자신을 직접 보지 않았다. 천장을 보고 있었다. 그 천장에 비춰지는 것은 무엇일까? 세아는 천장을 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흰색. 그리고 그 흰색 위를 지나가는 형광등의 그림자. 불안정한 빛. 그것이 어머니가 보고 있는 것이었을까?

“엄마, 난…”

세아가 말을 시작했다가 멈췄다. 자신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가? 자신을 설득하려는 건가? 자신을 변론하려는 건가? 그것이 이 상황에서 중요할까? 세아는 침묵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어머니가 말을 이었다.

“난 물 속에 있을 때가 가장 편해. 아니?”

어머니가 천천히 말했다. 마치 이것도 이전 문장의 연장선인 것처럼. 혹은 같은 이야기의 다른 부분.

“깊은 물 속에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아무도 없어. 그냥 나와 물. 그게 전부야. 거기서는 나를 버릴 수도 없고, 날 찾을 수도 없어. 그냥… 있어. 그것만으로 충분해.”

세아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이 지난 며칠 동안 어머니가 몇 번이나 이 말을 반복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깊은 수면 속에서. 또는 그 경계의 어딘가에서.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물 속에서.

“그런데 리우가 왔어. 그 사람이 와서, 난 물 속에서 나가야 했어.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천천히 눈을 돌렸다. 이제 세아를 봤다. 반쯤 떠있는 눈. 하지만 그 눈에는 깊이가 있었다. 매우 깊은 깊이.

“그 사람은 나를 구하려고 했어. 물 속에서. 하지만 난 구해져야 할 사람이 아니야. 이미 오래전에 나는 물 속에서 죽었어. 그리고 그 죽음이 편했어. 아무것도 아닌 그 상태가.”

세아의 입이 열렸다. 하지만 단어가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계속했다.

“리우가 나를 깨웠어. 물 속에서 끌어올렸어. 그리고 난 깨어났어. 그게 내 병이야, 세아. 깨어남이 내 병이야.”

침묵이 방을 가득 채웠다. 그것은 어머니의 말이 끝났다는 침묵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깊은 것.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버린 후의 침묵. 남은 것은 이제 침묵뿐이라는 침묵.

세아는 자신의 어머니를 봤다. 완전히. 처음으로. 이 깨어남 이후 처음으로. 어머니의 얼굴은 창백했다. 마치 피가 모두 빠져나간 것처럼. 또는 자신의 말과 함께 무언가가 빠져나간 것처럼.

“리우가 나한테 뭔가 했어?”

세아가 물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질문이기를 포기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 질문을 이해했다.

“그 사람은 날 안았어. 처음 만났을 때. 나를 아는 누군가처럼. 마치 자신의 죄를 나한테서 찾으려는 것처럼.”

어머니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자신의 가슴 위에서. 자신의 심장을 만지듯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야. 난 알아. 하지만 그 사람이 날 안을 때, 난 처음으로 누군가가 자신의 죽음을 나와 나누려고 한다는 걸 느꼈어. 마치 그 사람도 물 속에 있었던 것처럼. 깊은 곳에서. 나처럼.”

세아의 눈이 뜨여졌다. 어머니는 강리우의 관계를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 사람이 오기 전에, 난 너한테 뭐라고 했어, 세아?”

어머니가 다시 물었다.

“그 사람 만나지 말라고 했어.”

세아가 대답했다.

“맞아. 그런데 넌 만났어. 왜?”

그 질문은 책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진정한 궁금함이었다. 마치 어머니가 정말로 알고 싶어 하는 것처럼. 자신의 딸이 왜 그렇게 했는지를.

세아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자신이 왜 강리우를 만났는지를. 자신이 왜 그 따뜻한 손을 잡았는지를. 자신이 왜 자신의 가족을 버렸는지를. 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내가 너한테 뭐라고 말해야 할까?”

어머니가 천천히 말했다. 그것은 수사적 질문이었다. 답을 원하는 질문이 아니었다. 오직 상황의 무게를 표현하기 위한 질문.

“넌 내가 물 속에서 죽으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어?”

세아의 몸이 굳었다.

“너도 알아, 그치? 내가 깊은 물 속에 가고 싶다는 걸. 그리고 나는 그걸 한다. 우리 어머니도 그렇게 했어. 그리고 그 어머니의 어머니도. 물 속으로. 깊이 깊이 내려가서, 올라오지 않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지금까지는 잔잔했지만, 이제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파도가 있었다.

“나는 너를 낳았을 때, 물 속에서 올라오기로 결심했어. 한 번은. 너 때문에. 그리고 네 형제 때문에. 그것이 내 모든 거였어. 올라오지 않으려던 욕망을 참는 것. 매일. 매일 아침에 깨어날 때마다.”

세아는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눈물이 아니라면, 어머니의 눈물이 자신의 얼굴에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있는데?

“그런데 리우가 왔어. 그리고 난 약해졌어. 마치 누군가가 나를 다시 물 속으로 끌어가려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저항하고 싶지 않았어.”

어머니가 세아의 손을 다시 잡았다. 아주 세게. 마치 자신이 가라앉지 않으려고 하는 것처럼. 세아를 붙잡음으로써.

“그래서 난 너한테 그 사람을 떠나라고 했어. 왜냐하면… 그 사람이 나를 깊이 깊이 내려가게 하니까. 그리고 넌 따라올 거니까. 넌 항상 나를 따라와. 심지어 나도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도.”

세아의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자신이 이제까지 무엇을 잘못 이해했는가? 어머니가 자신을 보호하려고 했던 건가? 아니면 자신을 버리려고 했던 건가? 그 둘의 차이가 있을까?

“세아, 넌 나를 구하려고 하지 마. 알겠어? 난 구해지고 싶지 않아. 난 그냥… 있고 싶어. 그것뿐이야.”

어머니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속삭임 수준이었다. 하지만 세아는 모든 단어를 들었다. 분명하게. 마치 어머니의 목소리가 자신의 가슴에 직접 새겨지는 것처럼.

“그리고 넌… 리우를 떠나. 제발. 제발, 세아. 그 사람이 나를 물로 끌고 가려고 할 때, 넌 그 사람을 따라오지 마. 빠져나와. 제발.”

세아는 어머니의 손을 다시 잡으려 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먼저 손을 놓았다.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확실하게.

“이제 도현이를 데려와. 난 우리 아들과 이야기하고 싶어.”

어머니의 말은 명령이었다. 그리고 세아는 그것을 따랐다. 침대에서 떨어져 나갔다. 병실의 문으로 향했다. 복도로. 형광등 아래로.

도현이는 복도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손에 종이컵을 들고 있었지만, 물은 마시지 않은 것 같았다. 그냥 들고만 있었다. 마치 뭔가를 붙잡고 있으려는 것처럼.

“도현이.”

세아가 말했다.

도현이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은 회색이었다. 마치 모든 색이 빠져나간 것처럼.

“엄마가 부르고 있어.”

세아가 말했다.

도현이가 일어섰다. 종이컵은 버렸다. 물은 복도의 바닥에 흘렀다. 그것이 형광등 아래에서 반짝였다. 마치 작은 거울처럼. 그 거울 속에 비춰지는 것은 무엇일까? 세아는 그 물웅덩이를 봤다. 하지만 자신은 거기에 비춰지지 않았다.

도현이가 병실로 들어갔다. 세아는 따라가지 않았다. 복도에 남았다. 혼자. 형광등 아래에.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세아는 자신의 그림자를 봤다. 벽 위에. 움직이지 않는 그림자. 마치 자신이 거기에 박혀있는 것처럼.

어머니의 말이 귀에 계속 울렸다. “그 사람을 떠나. 제발, 세아. 그 사람이 나를 물로 끌고 가려고 할 때, 넌 그 사람을 따라오지 마.”

세아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은 어둠이었다. 아무 메시지도 없었다. 아무 전화도 없었다. 강리우에게서도 없었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침묵이 말보다 더 크게 울렸다.

세아는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병실의 문을 향해. 하지만 들어가지 않았다. 문 앞에 서서, 안을 봤다. 어머니와 도현이가 손을 잡고 있었다. 어머니는 도현이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려놨다. 마치 자신의 심장을 도현이에게 느끼게 해주려는 것처럼. 그리고 도현이는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그것을 느끼려고 하는 것처럼.

세아는 그 장면을 보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았다. 어머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그것은 자신을 떠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강리우를 떠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하기 위해, 세아는 자신 자신을 떠나야 했다. 자신이 지난 며칠 동안 만들어온 모든 것으로부터. 그 따뜻한 손. 그 떨리는 목소리. 그 깊은 눈. 모든 것으로부터.

세아는 휴대폰을 다시 꺼냈다. 그리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메시지를 입력하려고.

하지만 무엇을 써야 할까?

“미안해”?

“떠날게”?

“잘 지내”?

모든 단어가 너무 작았다. 너무 부족했다. 자신이 하려고 하는 것을 설명하기에는. 자신이 끊으려고 하는 것을 표현하기에는.

그래서 세아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메시지를 없앴다.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병실의 문을 닫았다. 천천히. 마치 자신의 이전 삶의 문을 닫는 것처럼. 그 문 뒤로는 어머니와 도현이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세아는 밖에 있었다.

복도의 형광등이 계속 울렁거렸다. 그 불안정한 빛 속에서, 세아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아무 말도 없이.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걸어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을 때, 세아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깨달았다.

자신은 강리우를 찾아가야 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그리고 끝내야 했다.

모든 것을.


화의 끝: 세아는 병원을 떠나고자 한다. 어머니의 경고, 도현이와의 거리,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만드는 무게 속에서. 다음 화는 강리우와의 마지막 만남을 예고한다.

# 물에 비추지 않는 그림자

## 1부: 거울 없는 것들

병원 지하 1층의 복도는 이상하게 조용했다. 세아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할아버지의 병실로 향하는 길, 그녀는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물소리를 들었다. 정확히는 물소리라기보다는… 고인 물이 천천히 배수구로 빨려 내려가는 그런 소리였다. 어쩌면 환기 시스템의 백색 소음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세아에게는 그것이 마치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처럼 들렸다.

병실 문 앞에서 멈췄을 때, 세아는 자신의 발 밑에 물웅덩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 병실 청소를 마친 후 짜낸 걸레물이 말라가며 남긴 자국이었다. 작지만 분명한 원형의 자국. 세아는 그것을 내려다봤다. 곧 얼굴을 비추려고.

하지만 자신은 거기에 비춰지지 않았다.

물웅덩이가 너무 옅었고, 반사광이 너무 약했기 때문일 리도 있었다. 하지만 세아는 다르게 생각했다. 자신이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 마치 자신이 이미 어디론가 떠나버렸고, 이 몸은 단지 관성으로 움직이는 빈 껍데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때 도현이가 병실 문을 열고 나왔다.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묻어났다. 어머니는 아직 안에 계신 것 같았다. 도현이의 눈이 세아를 향했지만, 세아는 그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대신 물웅덩이를 보고 있었다.

“들어가 봐. 어머니가 너를 부르셨어.”

도현이의 목소리에는 뭔가 이상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 불안감? 아니면 절망감? 세아는 그것을 분석할 에너지가 없었다. 그저 고개를 끄덕였고, 도현이가 병실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봤다.

세아는 따라가지 않았다.

복도에 남았다. 혼자.

## 2부: 형광등 아래의 그림자

병원의 형광등은 늘 그렇듯이 끔찍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차갑고, 무균질적이고, 살을 창백하게 만드는 빛. 의료 시설에서는 명확한 시야를 위해 필요한 빛이지만, 세아는 그것을 보면서 이 빛이 인간을 점차 투명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 빛 속에서, 세아는 자신의 그림자를 봤다.

벽 위에. 정확히는 병실의 문 옆, 흰 타일 벽에 떨어진 자신의 그림자. 하지만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다. 세아가 팔을 움직였을 때도, 고개를 돌렸을 때도 그 그림자는 제자리에 있었다. 마치 자신이 거기에 박혀있는 것처럼.

세아는 한 발 물러섰다. 그림자도 따라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아, 그렇지. 빛의 각도가 바뀌었을 뿐이다. 나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 이 어딘가도 아닌 병원 복도에, 혼자, 형광등 아래에.

세아는 자신의 손을 들었다 놨다. 손가락을 펼쳤다 오므렸다. 그것도 그림자가 따라 움직였다. 그렇다면 그것은 정말로 자신의 그림자였다. 그런데도 왜 박혀있는 것처럼 보였을까?

그것은 그림자가 움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세아 자신이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정신은 이미 어디론가 떠났다. 어쩌면 강리우가 있는 곳으로. 어쩌면 어머니가 원하는 그 ‘다른 세상’으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갑자기 귀에 울렸다. 아직도 생생한 오늘 오전의 대화가.

“그 사람을 떠나. 제발, 세아. 내가 말하는 것을 들어. 그 사람이 나를 물로 끌고 가려고 할 때, 넌 그 사람을 따라오지 마.”

세아는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은 어둠이었다. 밝아지는 데 1초가 걸렸다. 그 1초 동안 세아는 자신의 얼굴을 본 것 같았다. 아니, 자신의 얼굴이 아니라 누군가의 얼굴. 어머니의 얼굴?

화면이 밝아졌을 때, 잠금 화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메시지도 없었다. 부재중 전화도 없었다. 강리우에게서도 없었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침묵이 말보다 더 크게 울렸다. 강리우의 침묵은 그의 말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말해 주었다. 그는 자신을 기다리지 않고 있었다. 아니면 이미 포기했거나. 아니면 자신이 올 것을 알고, 그 올 것을 받아들이고 있거나.

세아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맴돌았다. 카톡 앱으로 가려고. 하지만 멈췄다. 지금 뭘 말해야 하지? ‘당신을 떠나야 해’? ‘미안해’? 아니면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그냥 떠나버릴 것인가?

## 3부: 병실의 문 너머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병실의 문을 향해. 세아의 발자국은 타일 바닥에 짖궂은 소리를 냈다. 신발의 밑창이 약간 낡아서 걸을 때마다 삐걱거렸다. 이 소리가 얼마나 오래됐을까? 며칠? 아니, 더 오래? 세아는 자신이 언제 신발을 샀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문 앞에서 멈췄다.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저 문 틈으로 안을 봤다.

어머니와 도현이가 손을 잡고 있었다.

그것이 세아를 멈추게 한 광경이었다. 어머니의 창백한 손과 도현이의 젊은 손이 맞닿아 있었다. 어머니는 도현이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려놨다. 마치 자신의 심장을 도현이에게 느끼게 해주려는 것처럼. 그 손은 천천히 어머니의 심장 위에서 미세한 박동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도현이는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그것을 느끼려고 하는 것처럼. 마치 그것이 현실이 아닐까봐, 이 순간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눈을 감고 그 감각만을 느끼려고 하는 것처럼.

세아는 그 장면을 보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았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 오전부터. 어머니의 목소리가 울렸을 때부터. 하지만 지금 그 알고 있던 것이 현실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 마치 물에 빠져가며 마지막으로 물 위로 떠오르는 순간처럼.

어머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그것은 자신을 떠나는 것이 아니었다.

세아는 그것을 깨달았을 때, 심장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마치 자신의 가슴이 어머니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그것은 강리우를 떠나는 것이었다.

## 4부: 단어들의 무게

세아는 복도로 나왔다. 병실의 문을 닫았다. 천천히. 마치 자신의 이전 삶의 문을 닫는 것처럼. 그 문 뒤로는 어머니와 도현이만 남아 있었다. 어머니의 떨리는 손가락들과 도현이의 감긴 눈과, 그들이 공유하는 그 소중한 접촉.

그리고 세아는 밖에 있었다.

휴대폰을 다시 꺼냈다. 카톡을 열었다. 강리우와의 대화창이 뜨자, 마지막 메시지를 봤다.

“언제 올 거야? 기다리고 있어.”

그것은 이틀 전에 보낸 메시지였다. 그 이후로 강리우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재촉하지 않았다. 마치 침묵 자체가 답변인 것처럼.

세아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맴돌았다. 메시지를 입력하려고. 하지만 무엇을 써야 할까?

“미안해”?

그것은 너무 작았다. 자신이 하려고 하는 것을 설명하기에는. 강리우에게 미안한 마음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배신에 비하면.

“떠날게”?

그것도 부족했다. 떠나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자신은 그를 떠나면서 동시에 자신도 떠나야 했다. 강리우를 만나며 만들어온 모든 것으로부터. 그 따뜻한 손길. 그 떨리는 목소리. 그 깊은 눈동자. 그가 자신을 불렀을 때 자신의 몸과 마음이 반응하던 그 기억으로부터.

“잘 지내”?

그것은 거짓이었다. 강리우가 잘 지낼 리 없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든 단어가 너무 작았다. 너무 부족했다. 자신이 끊으려고 하는 것을 표현하기에는. 자신이 죽이려고 하는 것을 말하기에는.

왜냐하면 그것은 단순한 관계의 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신의 일부를 도려내는 것이었다.

세아는 휴대폰을 내려뒀다. 메시지 입력 창의 글자들을 모두 지웠다. 화면은 다시 비어있었다. 그 빈 공간을 보면서, 세아는 자신이 이 여정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생각했다.

강리우를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은 누구였나?

어머니가 원하는 딸. 도현이가 필요로 하는 누나. 그런 역할 속에서 사라져가던 한 사람. 그리고 강리우는 자신을 불렀다. 세아, 너는 누구인가? 너는 무엇을 원하는가? 너의 목소리는 어떤 소리인가?

그 목소리에 응했을 때, 세아는 처음으로 자신이 존재한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 존재는 어머니를 죽음의 물가로 이끌었다.

그렇다면 세아는 누구인가? 누구여야 하는가?

## 5부: 엘리베이터의 문

복도의 형광등이 계속 울렁거렸다. 마치 자신의 심장처럼. 그 불안정한 빛 속에서, 세아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아무 말도 없이.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걸어갔다.

병원의 복도는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몇 번을 꺾어도 또 다른 복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항상 흰 벽이 있었다. 흰 벽과 초록색의 피난 표지판과, 누군가의 신음 소리.

세아는 그것들을 지나갔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버튼은 작고 반반하게 윤이 났다. 몇 천 명의 손가락이 눌렀을 버튼. 세아는 자신의 손가락 위에 그 모든 손의 체온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소리가 났다. 금속성의 그 소리는 마치 누군가 깊은 물 속에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천천히. 고통스럽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을 때, 세아는 그 안의 거울을 봤다. 엘리베이터 안쪽에는 항상 거울이 있다. 환기와 공간감을 위해. 세아는 그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봤다.

자신은 거기에 있었다. 물웅덩이 속에 있지 않았던 그 자신이. 창백한 얼굴로. 눈이 흐린 그 얼굴로.

그리고 그 얼굴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아니, 자신의 것이 맞다. 자신의 눈. 자신의 코. 자신의 입. 하지만 그것들이 합쳐진 그 얼굴은 낯설었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처럼.

“언제 올 거야?”

강리우의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아직도 생생한 그 목소리. 전화기를 통해 들었을 때의 그 떨림. 세아는 그때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계속 답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가 다시 열렸다. 지하 1층. 세아는 나가지 않았다.

1층. 나가지 않았다.

2층. 나가지 않았다.

엘리베이터는 계속 올라갔다.

## 6부: 깨달음

5층에 도착했을 때, 세아는 자신이 강리우가 있는 곳을 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강리우는 언제나 같은 곳에 있었다. 자신이 처음 그를 만났던 그곳. 그 카페. 아니, 그것보다 더 깊은 곳. 그 강변. 그 물가.

어머니가 물로 끌려갔다던 그곳.

세아는 엘리베이터에서 나갔다. 5층의 로비로 나왔다. 병원 밖으로 나갔다.

밖은 이미 저녁이었다. 해는 저물었고, 하늘은 옅은 주황색과 파란색이 섞인 색깔을 하고 있었다. 저녁 해는 물 위에 긴 그림자를 만들었다. 세아는 그 그림자를 따라 걸었다.

강으로 향해.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을 때, 세아는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깨달았다.

## 7부: 최후의 선택

자신은 강리우를 찾아가야 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그리고 끝내야 했다.

모든 것을.

강변의 산책로는 이미 어둑어둑했다.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고 있었다. 세아는 그 가로등 아래로 걸어갔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비추고 있는 것처럼.

강물은 검은색이었다. 낮에는 회색이던 그 물이 밤이 되자 검은색이 되었다. 마치 깊이를 숨기려는 것처럼. 마치 자신이 가진 모든 비밀을 품으려는 것처럼.

세아는 그 검은 물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물 위에 자신의 그림자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자신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막: 세아는 강변에 서있다. 어머니의 경고와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도현이의 손이 어머니의 가슴 위에 있던 것처럼, 세아의 손은 이제 자신의 목 위에 있다. 강리우를 만나기 위해. 그리고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물은 여전히 검고, 밤은 여전히 깊고, 선택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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