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불탄 소녀 – 제244화: 손을 놓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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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4화: 손을 놓는 방법

세아는 병실 밖에 서 있었다. 정확히는 병실의 문 앞. 손이 문고리를 집고 있지만 밀어내지 못했다. 마치 그 문 뒤에 있는 것이 실재하지 않을 것처럼. 또는 실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복도의 형광등이 천장에서 울렁거렸다. 여름철 에어컨 때문일까, 아니면 전기 자체가 불안정한 것일까. 세아는 그 불안정함을 바라봤다. 빛이 흔들릴 때마다 그녀의 그림자도 흔들렸다. 벽 위에서.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누군가 다른 사람의 그림자. 또는 자신이 누군가 다른 사람의 그림자인 것처럼.

도현이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엄마가 부르고 있어. 누나를.” 그 문장의 단순함이 세아를 짓눌렀다. 문장이 짧을수록 무거웠다. 마치 무게가 길이에 반비례하는 것처럼. 문장이 길면 희석된다. 하지만 짧은 문장은 응축된다. 다이아몬드처럼. 칼처럼.

세아가 문을 밀었다. 천천히. 마치 속도를 조절함으로써 시간을 늦출 수 있을 것처럼.

병실 안은 변했다. 그리고 변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여전히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눈이 떠 있었다. 반쯤. 마치 완전히 깨어난 것이 아니라, 깨어남과 수면의 경계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도현이가 침대 옆에 서 있었다. 한 손은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마치 그 며칠간이 그의 피를 빼앗아간 것처럼. 17살의 얼굴이 아니었다. 더 오래된 나이의 얼굴. 고통이 사람을 나이 들게 한다는 것을 세아는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남동생이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누나.”

도현이가 그 단어를 내뱉었다. 그것은 인사가 아니었다. 고발이었다. 또는 구조 신호였다.

세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병실의 입구에 서 있었다. 마치 자신이 이 공간에 완전히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또는 들어간다면 무언가가 끝날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처럼.

“어머니가 깼어?”

세아가 물었다. 그것도 고발처럼 들렸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마치 어머니를 깨운 것이 세아의 책임이라고 묻는 것처럼. 또는 도현이가 어머니를 깨웠다는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처럼.

“한 30분 전쯤. 눈을 뜨고,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어. 누나 이름을.”

도현이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없었다. 그것이 더 무거웠다. 분노가 있으면 적어도 에너지가 있다. 하지만 도현이의 목소리에는 에너지가 없었다. 그저 피로. 깊은 피로. 그리고 그 피로 아래로, 무언가 다른 것. 포기. 아니, 포기가 아니라 체념. 포기보다 더 깊은 상태. 자신이 포기할 수 있는 대상이 없다는 것을 아는 상태.

세아가 침대로 걸어갔다. 천천히. 도현이가 있던 자리 반대쪽. 어머니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위치. 하지만 마주하지 않았다. 세아는 어머니의 손을 봤다. 침대 위에 있는 그 손. 그것이 세아의 손을 잡고 있었다. 아니, 잡고 있지 않았다. 그저 가까이 있었다. 닿을 수 있을 정도로.

“엄마.”

세아가 말했다. 그 단어 하나. 아무것도 아닌 그 단어 하나. 하지만 그것이 나온 순간, 어머니의 손이 움직였다. 아주 천천히. 세아의 손을 찾아서. 손가락이 손가락을 더듬었다. 확인하는 것처럼. 또는 읽으려고 하는 것처럼. 점자처럼.

“세아.”

어머니가 이름을 다시 불렀다. 이번에는 더 명확하게. 마치 세아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세아가 정말 거기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처럼. 세아는 어머니의 눈을 마주했다. 반쯤 떠 있는 그 눈. 그 눈 안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인식? 기억? 아니면 그저 빛의 반사?

“네, 엄마. 난 여기 있어.”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은 여기 없었다. 자신은 지난 몇 시간 동안 어디엔가 다른 곳에 있었다. 강리우의 발걸음을 따라. 강리우의 절망을 따라. 그 따뜻한 손을 따라. 자신의 어머니와 형제를 버리고.

도현이가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았다. 거의 무너지듯이. 세아는 자신의 남동생이 얼마나 지쳤는지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신체의 피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영혼의 피로였다. 영혼이 자신의 신체를 버리려고 하는 피로.

“어머니, 물을 마시고 싶으세요?”

도현이가 물었다. 그것도 자동적인 질문이었다. 위기 상황에서의 자동 반응. 물. 음식. 의료진을 부른다. 생명을 지속하기 위한 의무적 행동들. 도현이는 그것들을 한 번에 여러 번 반복했을 것이다. 지난 며칠 동안. 그리고 그것이 그를 이렇게 피폐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의무감. 책임감. 사랑. 그것들이 연속적으로 누적되면, 그것은 구원이 아니라 구속이 된다.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세아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세아는 그 압력을 느꼈다. 미세한 압력. 마치 어머니가 자신을 흙 속에 묻으려고 하는 것처럼. 또는 자신을 자신의 몸 안으로 다시 끌어들이려고 하는 것처럼.

“리우는?”

어머니가 물었다. 그 이름. 강리우. 세아는 그 이름을 어머니의 입에서 다시 들었을 때, 자신의 신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느꼈다. 가슴이 좁혀든다. 호흡이 멈춘다. 마치 그 이름이 자신을 묶어두는 무언가인 것처럼.

“리우가 어디 있어?”

어머니가 다시 물었다. 이번에는 더 절박하게. 마치 그 질문이 자신을 살아나게 하는 것처럼. 또는 자신을 죽이는 것처럼. 둘 다 가능했다.

“강리우 씨는 잠시 나갔어요.”

세아가 말했다. 그것도 거짓이었다. 강리우가 언제 돌아올지를 세아는 알지 못했다. 또는 돌아올지를 알지 못했다. 그의 마지막 표정이 무엇이었을까? 절망? 분노? 아니면 그것은 말할 수 없는 혼합물이었을까?

“나가면 안 돼. 그 아이가 나가면 안 돼.”

어머니가 말했다. 그것은 명령이었다. 또는 간청이었다. 둘의 구분이 모호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너무 약해서.

세아는 어머니의 얼굴을 봤다. 그 얼굴이 침대 위에서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의식이 돌아올수록, 고통도 돌아오고 있었다. 마치 깨어남과 고통이 같은 것처럼. 또는 깨어남이 고통의 문을 여는 것처럼.

“엄마, 의료진을 부를까요?”

도현이가 다시 물었다. 그 자동적 질문. 다시. 또 다시. 도현이는 이 문장을 수십 번 반복했을 것이다. 지난 며칠 동안.

“아니. 리우를 찾아와.”

어머니가 말했다. 그것은 의료진이 필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아들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세아는 그것을 이해했다. 생리적 필요와 심리적 필요는 다르다. 의료진은 신체를 돌볼 수 있지만, 신체가 요구하는 것이 영혼이라면? 영혼은 어떻게 돌볼 것인가?

“내가 찾으러 가야 해.”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도현이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신체를 움직이도록. 자신의 발을 어머니의 침대에서 떼어내도록.

하지만 어머니의 손이 더 단단히 세아의 손을 잡았다. 마치 자신을 떠나가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것처럼.

“가지 마. 제발.”

어머니가 속삭였다. 그 말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세아는 들었다. 자신의 몸 전체로 들었다. 그 말이 자신의 뼈를 통해 울려 퍼졌다. 마치 그 말이 자신의 DNA에 새겨진 것처럼.

세아는 앉았다. 침대 가장자리에. 어머니 옆에. 도현이 반대쪽에. 그들은 삼각형을 만들었다.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삼각형. 그리고 그 삼각형 안에서,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존재하는 것. 함께 있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강리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흘렀는지 세아는 알지 못했다. 분인지 시간인지. 병실에서는 시간이 다르게 움직였다. 더 느리게. 또는 더 빠르게. 시간의 속도가 일정하지 않은 것처럼. 마치 중력이 변한 것처럼. 또는 자신들이 다른 행성에 있는 것처럼.

“세아.”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세아의 이름이 아니었다. 그저 음절들. 음절들의 연속. 세아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했다. 그 음절들이 전달하는 것. 말 이상의 것.

“네, 엄마.”

세아가 대답했다.

“리우가 내 아이라는 걸 알고 있니?”

어머니가 물었다.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또는 증명이었다.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인정하는 증명.

“네. 알아요.”

세아가 말했다.

“넌?”

어머니가 물었다. 그것은 명확했다. 그것은 심각했다. 어머니가 세아에게 묻는 것은 간단한 질문이었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 넌 그를 받아들일 수 있니? 넌 그를 형이라고 부를 수 있니?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녀는 어머니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그 손을 자신의 가슴에 올려놨다. 자신의 심장 위에. 마치 그 손이 자신의 심장박동을 느껴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마치 그 박동이 대답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도현이가 움직였다. 그도 어머니의 다른 손을 잡았다. 그들은 이제 어머니를 중심으로 완전한 원을 만들었다. 손과 손이 연결된 원. 끊어질 수 없는 원. 또는 이미 끊어져 있는 원.

“강리우를 찾아와.”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명령이었다. 명확한 명령.

세아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어머니가 자신의 손을 놓았다. 마치 자신이 떠나갈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처럼. 또는 자신이 가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복도는 여전히 형광등 아래서 울렁거리고 있었다. 세아는 복도를 따라 걸었다. 느리게. 빠르게. 시간감각이 없었다. 자신이 어디를 가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단지 강리우를 찾고 있었다. 강리우의 발걸음을 따라. 강리우의 절망을 따라.

계단. 엘리베이터. 로비. 병원의 밖.

밤의 서울은 침묵했다. 또는 아주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세아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의 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았다. 마치 물 속에 있는 것처럼. 깊은 물 속에. 어머니가 말했던 그 물 속.

“강리우!”

세아가 외쳤다. 밤의 서울을 향해. 그 외침이 어디로 가는지를 모르면서. 그것이 누구에게 들릴지를 모르면서. 단지 외쳤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밤은 침묵했다. 또는 밤 자체가 대답이었을까? 밤의 침묵이 곧 대답이었을까?

세아는 계속 걸었다. 강리우를 찾으며. 자신을 찾으며. 어디선가 멈춘 자신의 영혼을 찾으며.

병원 주차장 B2 층. 어둠.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차의 불빛. 한 대의 차. 검은색. 세아는 그것을 봤을 때, 자신이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를 알았다.

강리우가 차 안에 앉아 있었다. 핸들을 잡고. 하지만 움직이지 않고. 마치 자신이 이 자동차가 아니라 이 자동차의 꿈인 것처럼. 또는 꿈이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창문을 두드렸다. 가볍게. 아주 가볍게. 마치 자신이 강리우를 깨어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또는 이 순간이 깨어남이 아니라 더 깊은 잠이 되길 원하는 것처럼.

강리우의 눈이 세아를 봤다. 하지만 그 눈이 세아를 보고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마치 그가 세아의 유령을 보고 있는 것처럼. 또는 자신의 유령을 보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자동차 문을 열었다. 강리우가 문을 잠그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누구든지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처럼. 또는 자신이 이미 나가버렸기 때문에 문을 잠글 이유가 없는 것처럼.

“어머니가 깼어요.”

세아가 말했다. 그것은 좋은 소식이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저주처럼 들렸다. 어머니의 깨어남이 모두를 저주하는 것처럼. 또는 모두의 저주가 어머니를 깨웠을 수도 있다.

“그리고 누나를 찾고 있어요. 당신을.”

세아가 계속했다.

강리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이 움직였다. 핸들에서. 세아의 손을 향해. 하지만 도달하지 못했다. 마치 손가락들이 그 거리를 건너갈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돌아가야 해요.”

세아가 말했다.

“나는 갈 수 없어.”

강리우가 처음으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부러진 현처럼 울렸다.

“왜요?”

세아가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유. 그것은 항상 같은 이유였다. 불가능. 수치심. 자신이 존재할 자격이 없다는 믿음.

“나는 그들의 아들이 아니야. 나는 실수야. 증거야. 비밀이야.”

강리우가 말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사실이 전부는 아니었다.

“당신은 또 누군가의 형이에요.”

세아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마치 자신이 이것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던 것처럼.

강리우가 세아를 봤다. 이번에는 진짜로. 유령이 아니라 사람으로.

“우리는 모두 돌아가야 해요. 함께.”

세아가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떠났다. 검은 자동차 안에서. 밤의 서울을 가로질러. 병원으로.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강리우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세아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마치 자신의 떨림이 강리우에게 전달된 것처럼. 또는 자신이 강리우의 떨림을 가져간 것처럼. 그렇게 사람들은 고통을 나눈다. 손과 손이 만날 때. 몸과 몸이 가까워질 때.

병실로 돌아갔을 때, 도현이는 여전히 침대 옆에 서 있었다. 어머니의 손을 잡으면서. 그리고 어머니는 눈을 떠 있었다. 반쯤. 마치 세아와 강리우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 것처럼. 그것만을 위해 깨어있었던 것처럼.

강리우가 침대에 가까워졌을 때, 어머니의 눈이 완전히 떠졌다. 마치 그의 존재 자체가 불빛인 것처럼. 그것이 어머니를 깨우는 것처럼.

“리우.”

어머니가 그 이름을 불렀다. 그것은 인정이었다. 받아들임이었다. 또는 항복이었다. 자신이 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항복.

그리고 강리우는 침대 옆에 앉았다. 세아가 했던 것처럼. 도현이가 했던 것처럼. 그들은 다시 삼각형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네 명의 사람으로. 하나의 원으로. 끊어질 수 없는 원. 또는 이제 끊을 수 없는 원.

어머니의 손이 강리우의 손을 찾았다. 그것은 느렸다. 약했다. 하지만 확실했다. 마치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확인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의 살과 피로 확인하고 있는 것처럼.

“미안해.”

어머니가 속삭였다.

“네.”

강리우가 대답했다. 그것은 용서이었다. 또는 이해였다. 또는 그 둘 다였다.

시간이 흘렀다. 또 다시.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마치 시간 자체가 치유되고 있는 것처럼. 또는 상처가 깊어지고 있는 것처럼. 세아는 알 수 없었다. 깊어지는 것과 치유되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병실의 창문 너머로 새벽이 밀려왔다. 회색 빛. 차가운 빛. 그 빛이 모든 것을 드러냈다. 어머니의 창백한 얼굴. 도현이의 피로. 강리우의 떨리는 손. 그리고 세아 자신. 그 모든 것을 드러냈다.

의료진이 들어왔다. 새벽 6시 쯤. 체온을 재고, 혈압을 재고, 의료 기계들을 점검했다. 그들은 이 네 사람이 침대 주위에 앉아 있는 것을 봤지만,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마치 그들이 이런 장면을 많이 봤던 것처럼. 또는 그들이 볼 수 없는 것처럼.

“환자분이 의식이 돌아왔네요. 다행이에요.”

의료진이 말했다. 그것은 축하였다. 또는 진단이었다. 또는 그냥 업무적 발화였다.

그들이 나간 후, 세아와 강리우, 도현이는 다시 침대 주위에 모였다. 어머니의 손을 잡으면서. 그리고 어머니는 눈을 감았다. 진정한 깊은 잠으로. 마지막으로 이들의 손을 느낀 후에.

“이제 뭐 할 거야?”

도현이가 물었다. 그것은 누구에게 묻는 것인지 불명확했다. 아마도 모두에게. 또는 자신에게.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리우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손과 손이 연결된 채로. 끊어질 수 없는 원 안에서. 그것이 다다. 더 이상은 필요 없었다.

병실의 형광등이 천장에서 울렁거렸다. 여전히. 계속해서. 마치 세상이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또는 세상은 항상 흔들렸고, 그것을 깨달은 것이 이제라는 것처럼.

# 새벽의 손길

새벽 4시 37분. 병실의 형광등은 여전히 그 답답한 윙윙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세상의 고통을 소리로 옮겨놓은 것처럼. 세아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어머니의 숨소리를 들으려고 몸을 기울였을 때, 그 형광등의 울음이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침대 위의 어머니는 여전히 눈을 완전히 감지 않았다. 반쯤 떠진 눈동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검은 밤의 끝을 기다리는 것처럼. 세아는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것이 고통인지, 기다림인지, 아니면 단순한 신체의 반사 작용인지.

“엄마, 들려?” 세아가 속삭였다. 목소리는 거의 숨 소리에 가까웠다.

어머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아는 느낄 수 있었다. 그 눈빛이 변했다는 것을. 마치 어머니가 깊은 우물 속에서 손을 뻗어 올리는 것처럼.

세아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미지근한 체온이 전해졌다. 살아있음의 증거였다. 세아는 그 손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손을 놓는 것은 어머니를 어둠 속에 두고 가는 것 같은 죄책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계속 여기 있을게. 나 여기 있어.” 세아가 반복했다.

그 말은 어머니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을 위한 것일까. 세아는 구분할 수 없었다.

옆의 의자에는 도현이가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 아래는 검었다. 마치 누군가 숯으로 그려놓은 것처럼. 그는 몇 시간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어머니를 보고 있을 뿐. 세아는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형도 같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까. 왜 이제야 왔는가에 대한. 왜 더 일찍 오지 못했는가에 대한.

“형, 좀 쉬어.” 세아가 말했다.

도현이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마치 고개를 움직이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한 것처럼.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아니,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병실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것만 세아의 증거였다. 똑딱. 똑딱. 똑딱. 그 소리가 마치 어머니의 심장박동처럼 들렸다.

“강리우가 왔다고 했잖아.” 도현이가 갑자기 말했다. “어디 갔어?”

세아는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5시. 강리우는 30분 전에 가서 커피를 가져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줄을 길게 서고 있을 거야.” 세아가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확신이 없었다.

도현이는 다시 침묵으로 빠져들었다. 세아도 마찬가지였다. 두 형제는 말이 없어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강리우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어머니가 눈을 뜨는 순간을 그가 놓치면 어떻게 할까.

그때였다. 복도의 발소리가 들렸다. 빠르고 불규칙한 발걸음. 마치 누군가 뛰어오는 것처럼.

병실의 문이 열렸다.

강리우가 들어섰다. 그의 얼굴에는 초조함이 가득했다. 양손에는 종이컵이 들려 있었고, 그 중 하나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세아와 도현이를 재빨리 훑어본 후, 침대 위의 어머니를 바라봤다.

“어머니가…” 강리우가 말을 꺼냈다.

“아직 잠들어 있어.” 세아가 말했다. “하지만 깬 것 같아. 눈이 반쯤 떠 있어.”

강리우는 커피를 옆의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본다. 그리고 그 떨림이 자신의 몸에도 전해지는 것을 느낀다.

“잠깐 밖에 있었나?” 도현이가 물었다.

“응. 커피 가게 줄이 길었어.” 강리우가 대답했다. “그리고…”

그리고 무엇인가. 강리우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눈이 어머니를 향했다.

“리우.”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아는 그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마치 어둠에서 갑자기 불이 켜진 것처럼. 어머니가 깨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강리우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강리우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마치 어머니의 그 목소리가 자기를 끌어당기는 것처럼. 그는 침대 옆에 앉았다. 세아가 했던 것처럼. 도현이가 기울어진 자세로 지켜보던 것처럼.

“엄마.” 강리우가 말했다. 그것은 인사였다. 또는 확인이었다. 어머니가 정말로 거기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

어머니의 눈이 완전히 떠졌다. 마치 강리우의 목소리가 불빛인 것처럼. 그 빛이 어머니를 깨우는 것처럼.

“리우.” 어머니가 다시 말했다.

그 이름 속에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세아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인정이었다. 긴 시간 동안 외면했던 아들을 다시 인정하는 것. 그것은 받아들임이었다. 자신의 고집과 자존심을 내려놓는 것. 또는 그것은 항복이었다. 자신이 할 수 없었던 모든 것들, 사과할 수 없었던 것들, 용서할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항복.

강리우의 손이 어머니의 손을 찾았다. 세아는 그 순간을 목격했다. 어머니의 손가락이 강리우의 손가락 사이로 들어가는 것을. 마치 오랜 시간 연습한 춤의 한 발걸음처럼.

“미안해.” 어머니가 속삭였다. 그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세아에게는 명확하게 들렸다.

강리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마치 그 미안함의 무게가 그의 얼굴을 짓누르는 것처럼.

“네.” 강리우가 대답했다.

그것은 용서였다. 세아는 알 수 있었다. 그 한 마디가 가진 무게를. 강리우가 얼마나 오래 이 말을 들으려고 기다렸는지.

세아는 일어나 강리우의 옆에 앉았다. 도현이도 침대의 다른 쪽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다시 원을 만들고 있었다. 삼각형이 아니라 사각형. 또는 원. 끝과 처음이 없는 원.

시간이 흘렀다. 얼마나 흘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새벽의 어둠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을 뿐. 병실의 창문을 통해 회색빛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차갑고 무정한 빛. 하지만 그 빛은 또한 새로운 날을 알리는 빛이었다.

창문 너머로 도시가 깨어나고 있었다. 한 두 개의 창에 불이 켜지고, 자동차가 거리를 지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병실 안에서는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이 공간만이 특별한 시간대에 있는 것처럼.

어머니의 눈이 다시 감기려고 했다. 피로가 몸을 짓누르는 것처럼.

“엄마, 쉬세요. 우리가 여기 있으니까.” 세아가 말했다.

어머니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잠이었다. 깊은 잠. 안정감 있는 잠.

도현이가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6시네.”

그 말이 나온 순간, 병실의 문이 열렸다. 의료진이 들어섰다. 간호사와 의사. 그들은 어머니의 생체 신호를 확인하고, 체온을 재고, 혈압을 측정했다. 그들의 손동작은 전문적이고 효율적이었다. 마치 이것이 일천 번째, 만 번째인 것처럼.

“의식이 돌아왔네요. 다행이에요.” 의사가 말했다.

그 말은 축하였다. 또는 진단이었다. 또는 그냥 일상적인 업무 보고였다. 세아는 알 수 없었다.

의료진이 나간 후, 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전의 침묵과는 달랐다. 이전의 침묵은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면, 지금의 침묵은 안도로 채워져 있었다.

“이제 뭐 할 거야?” 도현이가 물었다.

그것은 누구에게 묻는 것인지 불명확했다. 아마도 모두에게. 또는 자신의 무기력함에 대한 질문. 또는 미래에 대한 질문.

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리우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침대 옆에 앉아 있었다. 손과 손이 연결된 채로. 어머니의 손도 그 원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가 여기 있으면 돼.” 세아가 마침내 말했다.

그것이 다였다. 더 이상은 필요 없었다.

병실의 형광등이 여전히 울렁거렸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 소리는 이전처럼 답답하지 않았다. 마치 세상의 맥박처럼 들렸다. 살아있다는 증거처럼.

새벽 7시. 햇빛이 창문을 통해 더욱 강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제의 밤이 마침내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세아는 어머니의 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여전히 따뜻했다. 여전히 살아있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것이 충분했다.

외부에서는 아침의 소리들이 들렸다.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아침 음악, 자동차 경적. 하지만 병실 안에서는 단 한 가지 소리만 중요했다. 어머니의 숨소리. 그것이 계속되는 한,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었다.

도현이가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 피로는 여전했지만, 이전의 절망은 사라져 있었다.

“형, 좀 쉬자.” 강리우가 말했다.

도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의자를 뒤로 밀었다. 세아도 일어나 침대 반대편의 소파로 옮겼다. 그들은 이 공간에서 며칠을 더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견딜 만한 것처럼 느껴졌다.

강리우는 여전히 어머니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의 눈은 감겼지만, 그의 손은 놓지 않았다.

“고마워. 돌아와줘서.” 세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강리우가 눈을 뜨지 않고 대답했다.

“나도 돌아와야 했어.”

그 말 속에는 길고 긴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강리우가 왜 떠났었는지, 왜 돌아올 수 없었는지, 그리고 마침내 왜 돌아왔는지. 하지만 지금은 그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없었다. 이 순간 이것만으로 충분했다.

병실의 형광등이 계속해서 울렁거렸다. 하지만 이제 세아는 그 소리가 싫지 않았다. 그것은 세상이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였다. 멈추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새벽이 밝아지고 있었다. 어둠이 물러나고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병실 안의 네 사람은 그 경계선에 서 있었다. 어둠과 빛의 사이에서. 죽음과 삶의 사이에서.

하지만 이제는 확실했다. 그들은 빛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그것이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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